가구 만드는 남자 - 이천희의 핸드메이드 라이프
이천희 지음 / 달 / 2015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목적이 뚜렷한 삶, 목표가 분명한 삶, 모두 그 나름대로 의미가 있겠지만, 내게는 잘 어울리지 않는 듯하다. 그냥 흐르는 대로, 끌리는 대로, 움직이는 대로 나를 맡기는 삶. 그렇게 천천히 물드는 삶, 그런 삶을 추구하는 내게 하이브로우는 그냥 삶의 흐름 중 하나이고 내가 강렬하게 끌리는 무엇이다. 그래서 수많은 후회와 번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내게 가장 좋은 취미이자 나를 가장 설레게 하는 작업이다. 계산 없이, 계획 없이, 그냥 마음이 이끄는 대로 따라가보면 언제나 그곳엔 나를 즐겁게 하는 것, 나를 행복하게 하는 것들이 기다리고 있었다. 그래서 내게 있어 취미란 여기나 일상으로부터의 탈출이라기보다 그냥 삶의 일부인 셈이다. _135p

한 가정의 남편이자 아빠, 모델, 배우, 14년 차 목수, 캠퍼이자 서퍼, 때론 보더... 그를 수식하는 단어들이 꽤 많음에 놀랐다. TV를 즐겨 보는 편은 아니지만 패밀리가 떴다를 방송할 당시 종종 봤던 그의 이미지가 너무 깊게 각인되었던 터라, '배우 이천희가 가구를 만든다고? 심지어 가구회사 대표?' (선입견이라는 게 얼마나 무서운 것인지....) 책을 쓰기로 하고도 한참을 망설였다는 그의 프롤로그는 자신의 삶과 가구에 대한 애정을 이야기함에 있어 이야기할 자격이 있는지, 그의 이야기를 읽어줄 이들이 있는지를 걱정하는 문장으로 서두를 연다. 만들기 좋아하고, 구입하는 것보단 취향대로 만드는 게 재미있어서 시작한 가구 만들기가 14년 (출간 이후 시간이 꽤 흘렀으니 근 20여 년)이나 되었다면 대체 얼마나 좋아하길래?라는 궁금증이 들게 된다.

목수이셨던 할아버지의 영향을 제일 많이 받은 아빠는 뭐든 뚝딱 만들고 고쳐쓰기를 좋아하셔서, 지금도 버려진 물건을 꼭 주워다 다 해체해서 다시 조립하기도 하고 버려진 물건들을 모아두었다가 필요한 제품을 바로 만들어내기도 하신다. 지난해 스타렉스를 구입해서 차량 목공 인테리어를 나무만 사다가 1년 내내 직접 다 재단해서 만들기도 하셨으니.... 옆에서 보는 사람의 입장에선 '힘들게 저걸 왜 저렇게까지 하시지? 그냥 돈 좀 더 주고 맡기면 편할걸...' 하지만, 생각해보면 이렇게 손으로 뭔가 만드는 취미를 하는 사람들은 내가 필요해서 만들기도 하지만 상대를 살펴 그에게 필요한 게 무엇일까?를 생각하는 게 자연스러운 것 같다.

이천희 생각보다 더 사람이 괜찮고 멋지더라. 직업이 직업이다 보니 헛바람이 들기도 쉬울 텐데 목공이라는 취미가 사람을 진중하게 만드는 걸까? 다음 생이 있다면 나무가 되고 싶었는데, 나무로 태어난다면 어떤 용도로 쓰이고 싶을까?라는 생각의 나래를 펼치기도 했던 <가구 만드는 남자>.

얼마 전 내 집 마련의 꿈을 이룬 언니의 집들이에서 오래전 회사 동료였던 분이 만든 신 가구들을 직접 만져보고 써볼 기회가 있었는데, 하나의 가구가 만들어지는 동안 담기는 크고 작은 스토리들을 담고 있는, '세상 단 하나뿐인 나의 가구'가 언니의 공간을 더욱 따뜻하게 만들어주는 것 같았다. 참 멋졌어!!!

만든다는 건,

고민하고, 노력하고, 결국 만나게 되는 것.

가구든, 취미든, 관계든, 삶이든.

만드는 과정이 그 가구만의 스토리가 된다는 점도 흥미로웠다. 내가 사용하는 의자를 두고 '이거 백화점에서 50퍼센트 할인하기에 옳다고나 하고 샀어'라고 이야기하는 것과 '내가 이걸 만드는 데 한 달이 넘게 걸렸는데, 만들 때 이런 일이 있었어'라고 이야기하는 것은 다르지 않을까. ... (중략)... 가구를 만드는 과정은 삶을 만드는 과정과 많이 닮아 있는 것 같다. 내가 바라고 원하는 것을 생각하고, 그것을 이루어내기 위해 다듬고 깎으며 조립하는 인고의 시간을 거쳐야 한다. _32p.

여전히 가구를 '만드는'과정보다 '생각하는' 과정이 더 즐겁다. _41p.

#가구만드는남자

#이천희 #에세이 #하이브로우 #HIBROW

#하이브로우이천희 #가구만드는남자이천희

#달

본 서평은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아 개인적인 감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지킬 박사와 하이드 씨 허밍버드 클래식 M 1
로버트 루이스 스티븐슨 지음, 한에스더 옮김 / 허밍버드 / 2019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머리하러 가는 길, 미용실에 앉아 잡지를 읽거나 멍하게 핸드폰 보는 게 싫어, 전자책이나 책 한 권은 들고 다녔는데 한 손에 쏙 들어오는 핸디북 사이즈, 콤팩트한 크기와 가벼운 무게감으로 외출하는 길 패딩 주머니에 쏙 넣어 외출했다.

지킬 박사와 하이드, 자세히 읽어보진 않았지만 꽤 많은 매체를 통해 간접적으로 접해오다 보니 읽은듯한 착각을 일으킬 정도로 스토리를 대충 알고 있는 고전이다. 화자인 어터슨 변호사가 상황을 회상하듯 진행되는 글은 친구인 지킬 박사와 하이드라는 인물을 이야기한다. 지킬 박사의 위험한 연구는 자신의 내면의 악한 면을 집약한 하이드라는 인물이 나타나게 되고 그가 저지르는 악행들은 자신의 명성에 흠이 가지 않는 선에서 은근한 쾌감을 즐기게 되는데, 하이드 영향력이 점점 두드러지게 나타나기 시작하면서 지킬 박사는 결단을 내려야 한다고 생각하게 된다. 이러한 과정을 제3자인 화자를 중심으로 주변 인물들의 이야기로 완성되어가는데 2~3시간이면 읽을 수 있는 가벼운 분량의 글이지만 삽화도 몇 커트 실려있어 더 생생하게 읽힌다. 명작 뮤지컬, 오페라가 원작인 고전소설 읽기, 해마다 시도는 해봤지만 잘되지 않았던 건 왜일까? 흐릿하게 마나 알고 있는 내용이라 작정하고 읽지 않으면 읽게 되지 않는데 예쁜책이 읽기도 좋다(?). 허밍 버드 클래식M 이라면 읽고 싶어지지 않을까?

책의 디자인도, 글의 폰트도 종이의 질도 무게도 모두 합격점인 소장하고 싶어지는 시리즈 허밍버드 클래식M 앞으로 출간될 책들도 기대가 되는 시리즈다.

⠀⠀⠀⠀⠀⠀⠀⠀⠀⠀⠀⠀⠀⠀⠀​​

"불쌍한 지킬, 아무래도 상당히 곤란한 상황인 것 같군. 그 친구도 젊었을 때는 제멋대로 굴었었지. 아주 오래전 일이지만 역시 신의 심판 앞에선 시효가 없나 보군. 그래, 그거야. 과거에 저지른 범죄의 유령과 아무에게도 알리지 못한 부끄러운 암덩어리가 나타나고 만 거야. 복수의 여신은 절뚝거리는 다리로 뒤늦게 찾아온다더니, 오랜 시간이 흘러 기억이 흐려지고 자신의 죄를 스스로 용서한 뒤에도 끝내 찾아 오고야 마는군." _31p.

예전 같으면 범죄를 저지르고 싶거든 이름과 명예를 더럽히지 않으려고 청부업자를 고용했겠지. 그렇다면 나는 순전히 쾌락을 위해 나를 대신할 사람을 구한 최초의 인간일 것이네. 사람들 앞에서는 인자하고 존경스러운 모습으로 당당히 걷다가 순식간에 철없는 개구쟁이로 돌변해 가식적인 껍데기를 훌훌 벗어던지고 자유라는 바다로 첨벙 뛰어들었어. 게다가 하이드라는 단단한 껍질을 뒤집어썼으니 나는 절대적으로 안전했네. 생각해 보게. 하이드라는 인물은 아예 존재하질 않으니 말이야! ... (중략) 내 영혼에서 튀어나와 혼자 실컷 즐기게 된 하이드는 태생적으로 사악하고 악랄했네. 행동과 사고는 이기적이었고, 지킬마저 고문 당하듯 괴로워할 정도로 짐승처럼 쾌락을 탐닉했으며 바위처럼 무자비했지. 에드워드 하워드가 저지른 짓에 겁을 먹은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네. 그렇다고 법적인 문제를 일으키지는 않았고 그저 교묘하게 양심의 가책을 면할 정도였지만, 결국 죄를 저지른 건 하워드였으니 지킬의 선한 면은 손상되지 않았고, 때로는 하워드가 저지른 악행을 보상하기도 했네. 따라서 양심에 거리낄 것이 없었지. _109p.

거울 속의 나와 눈이 마주친 순간 피가 싸늘하게 식어 버리는 것 같더군. 그래, 헨리 지킬의 모습으로 잠들었지만 깨어날 땐 에드워드 하이드의 모습이 되어 있었네. _112p.

시시각각 다가오는 파멸이 이미 하이드를 망가뜨리고 있다네. ... (중략)... 하이드는 교수대에서 죽음을 맞이하게 될까? 아니면 마지막 순간에 모든 걸 놓아버릴 용기를 낼 수 있을까? 그건 신만이 아시겠지. _130p.

#허밍버드M클래식 시리즈

#01지킬박사와하이드씨 #02프랑켄슈타인 이 출간되었고 #오페라의유령 #두도시이야기 #젊은베르테르의슬픔 등이 출간될 예정이라고 합니다. 사실 스토리는 대략 알고 있지만, 읽어봐야지! 하고 쉽게 마음먹어지지 않는 고전,

어렵다 하시는 분들은 허밍버드M클래식 시리즈로 함께 시작해요~

#허밍버드클래식M

#허밍버드M클래식 시리즈

#01지킬박사와하이드씨 #드롭드롭드롭

#까망머리앤의작은서재 #북스타그램 #책스타그램

#고전 #고전읽기 #고전소설 #허밍버드 #문학시리즈

#뮤지컬원작소설 #오페라원작소설 #고전문학

#book #bookstagram

#예쁜책이읽기도좋다

#소장하고싶은시리즈

본 서평은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아 개인적인 감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자꾸 생각나고 보고 싶고 그래
퍼엉 지음 / arte(아르테) / 2019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편안하고 사랑스럽고 그래> 저자 퍼엉이 처음으로 선보이는 장편 스토리 애니메이션을 책으로!

따스한 그림과 스토리로 많은 이들에게 사랑받고 있는 퍼엉, 어른이들을 위한 따스한 감성 몇 스푼 담은 일러스트 에세이를 움직이는 애니메이션으로도 감상할 수 있다. 연필과 색연필로 그린 듯한 그림은 마음이 편안해지게 하는 안정제 같은 느낌이 들게 하곤 한다. 두 사람이 만나 관심을 갖게 되고 만나가며 사랑을 키워가는 과정을 책으로 읽었다면 이야기 여기저기에 숨어있는 QR코드를 스캔해 애니메이션을 감상해보자. 종이책으로 읽고 움직이는 영상으로도 애니메이션을 감상할 수 있는 무빙북!

책 사용법

1. 예쁜 일러스트를 보면서 이야기를 상상해보세요.

2. QR코드를 스캔해 휴대폰을 알맞은 자리에 올려놓고 애니메이션을 감상하세요.

3. 보너스 페이지에서 더 많은 이야기를 만날 수 있어요!

도서관 책장들 한복판의 남녀를 메인으로 유튜브 마크가 반짝이는 걸 볼 수 있는데, 책의 스토리들 외에 BONUS TRACK 영상도 번외판처럼 꽤 흥미진진하고 재미있다. 감성이 퍼엉! 터지는 것처럼 페이지 하나하나가 액자에 걸어놓고 싶은 그림처럼 작품성도 있는 퍼엉 작가의 그림 에세이는 늘 새롭고 감각적으로 느껴졌는데, 글, 그림에 이어 일러스트와 애니메이션으로 만나는 달콤한 연애 드라마는 읽는 이들로 하여금 몽글몽글한 감성에 빠지게 만들곤 한다. 짧은 글 한 줄, 펼친 두 페이지를 가득 채운 일러스트는 이들의 이야기를 더욱 궁금하게 하고, 다음 이야기가 궁금해져 부지런히 책장을 넘기다가도 그림을 감상하고, 책에 수록된 QR코드 검색을 통해 애니메이션 영상을 감상하다 보면 애니메이션 영상으로 만들어진 책을 읽는듯한 기분이 들기도 한다. 소장 가치도 충분하지만 그림을 넘기다 보면 따라 그려 보고도 싶어지고, 짧은 한 줄이 오히려 긴 이야기보다 많은 걸 생각하게 했던 일러스트 에세이. 어른들을 위한 동화! 따스한 사람들과 함께 읽고, 선물하고 싶은 책으로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

누구에게나 공감을 이끌어낼 수 있는 소재는 '사랑'입니다.

그리고 그 '사랑'은 소소한 일상 속에서 스치듯 빛을 발한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이런 일상 속에 숨어 있는 의미들을 찾아, 옮겨 그리는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2017년부터 짧은 애니메이션을 제작하고 있습니다. _퍼엉

#자꾸생각나고보고싶고그래

#퍼엉

#글 #그림 #애니메이션 #무빙북

#책과유튜브가연동되는새로운개념의무빙북

#아르테 #arte

본 서평은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아 개인적인 감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12월의 어느 날
조지 실버 지음, 이재경 옮김 / arte(아르테) / 2019년 11월
평점 :
품절




관객이 있었다면 아카데미상도 아깝지 않을 60초짜리 무성 영화였다. 만약 누군가 내게 첫눈에 사랑에 빠진 적이 있는지 물어보면, 이제부터 나는 그렇다고 해야 한다. 2008년 12월 21일 어느 눈 부신 1분 동안 내게도 그런 일이 일어났다고. _ 16p.

먼저 알았고 마음에 담았는데, 어느 날 친구와 연인으로 나타났다. 내가 먼저 보고 마음에 담았던 사람을 우연히라도 마주치길 바라고 찾아다녔지만 결국 만나지 못하고 이제 접어야 하나 싶었는데 절친한 친구의 애인으로 나타났다. 요즘 SNS는 이 책의 이야기로 핫하다. _로리 _잭 의 입장에서 진행되는 글은 로리가 버스 보이(잭)을 처음 봤던 2008년부터 2017년까지 10년간에 걸쳐 이어진다. 버스의 차창 너머로 눈이 잠시 마주쳤을 뿐인 버스 보이, 하지만 분명 뭔가 느꼈다고 생각했고 몇 개월을 찾아헤맸지만, 갑자기 눈앞에 나타난 버스 보이는 세라의 애인으로 등장하게 된다. (그도 나를 알아봤을까?)

'첫눈에 반했던 남자가 내 절친의 애인이 되어나타났다, 당신이 이 상황이라면 어떻게 하겠는가?'라는 질문엔 정말 다양한 댓글들이 달렸고, 자매처럼 지내는 세라에게 이 사실을 이야기해야 하는지? , 잭이 그 사람이라고 친구에게 말이라도 이야기했어야 했는지?, 또는 세라에게 소개받았을 때 그 자리에서 가볍게 운을 떼듯 이야기했어야 했는지? 등등 물음표가 떠오르지만 어느 한 편도 들 수 없는 상황으로 전개된다. 10년의 세월이 무색하게도 마지막 몇 페이지의 전개는 폭풍과 같았고, 외전을 달라고 요구하고 싶어지지만 최선의 결말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게 되기도 했던 12월의 어느 날. 절친의 애인이 되어 나타난 첫눈에 반한 그. 어떻게 해야 할까? 좀 얄미운 캐릭터도 있어야 하는데, 사랑에 흔들리는 매력적인 인물들, 하지만 사랑에만 매달리지 않고 자신의 삶을 살기 위해 노력했던 로리, 잭, 세라 그리고 오스카의 삶은 그들의 사랑과 이별마저도 요즘 연애 이야기, 크리스마스에 읽어야 할 선물 같은 로맨스소설로 순식간에 빠져들 것이다.

드디어 현관문 옆에 어색하게 서 있는 세라의 남자 친구가 보인다.

"로리." 세라가 초조한 얼굴로 눈빛을 반짝인다. "잭이야. 잭, 여기는 로리. 내 친구 로리." 세라가 덧붙인다. 강조를 위해.

인사하려고 입을 떼는데 그의 얼굴이 눈에 들어온다. 그 순간 내 심장이 목구멍까지 튀어 오른다. 누군가 내 가슴에 전기 충격 패드를 붙이고 전류 강도를 최대치로 올린 느낌이다. 어떠한 말도 내 입술을 떠나지 못한다.

아는 남자다.

그를 처음 본 날이 엊그제 같다.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본 날. 열두 달 전 만원 버스 2층. 심장이 멎는 듯했던 눈 맞춤.

"로리". 그가 내 이름을 말한다. 그를 다시 만났다는 안도감에 순간 눈물이 터지려 한다. 미친 소리 같지만 나는 그와 우연히 마주치기만을 빌면서 지난 1년을 보냈다. 그런데 그가 나타났다.

...(중략)... 장담과 달리 세라는 결국 버스 보이를 알아보지 못했다. 대신 그를 자신의 애인으로 내 앞에 데려왔다. _42p.

"잭은 멋진 남자야. 정말 잘생겼고. 하지만 돌이켜보면 우리 관계는 처음부터 끝까지 수백만 개의 자잘한 절충이었던 것 같아. 잭이 절충하거나 내가 절충하거나. 우리 사이의 차이가 우리를 갈라놓을 만큼 커지지 않게 말이야. 그건 끝없이 노력이 필요한 일이었어. 그런데 이런 생각이 들더라. 이렇게 애를 쓰는 게 과연 사랑일까? 서로를 위한 노력을 말하는 게 아냐. 나를 내가 아닌 누군가로 끝없이 바꾸는 노력을 말하는 거야. 너랑 오스카를 보면 너희 둘한테는 사랑이 참 편해 보이거든. 서로 딱 맞아서 애쓸 필요가 없는 것처럼." _287p.

나는 너무나 오래 잭과 사랑에 빠지기 일보 직전의 낭떠러지를 따라 걸었다. 나는 가엾은 주변인이었다. 이게 진실이다. 그것이 내게 피할 수 없는 뭔가를 깨닫게 했다. 오랫동안 서서히 다가오고 있던 그것. 그와 나는 서로가 서로에게 없는 편이 낫다는 인식. 나는 내 인생과 엮여 있는 잭 오마라라는 뿌리를 끊어내야 한다. _410p.

"네가 그때 버스에 올라탔다면 어떻게 됐을까? 생각해본 적 있어?" _499p.

#12월의어느날

#조지실버 #이재경 #영미소설

#아르테 #arte #인연 #연인 #연애소설 #러브스토리

#리즈위더스푼북클럽 #크리스마스에읽어야할로맨스소설

#까망머리앤의작은서재

본 서평은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아 개인적인 감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김진애의 도시 이야기 - 12가지 '도시적' 콘셉트 김진애의 도시 3부작 1
김진애 지음 / 다산초당(다산북스) / 2019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인생이 여행이듯 도시도 여행이다. 인간이 생로병사 하듯 도시도 흥망성쇠 한다. 인간이 그러하듯 도시 역시 끊임없이 그 안에서 생의 에너지를 찾아내고 새로워지고 자라고 변화하며 진화해나가는 존재다. 그래서 흥미진진하다. 도시를 새삼 발견해보자. 도시에서 살고 일하고 거닐고 노니는 삶의 의미를 발견해보자. 도시 이야기에 끝은 없다. _6p.

조금 빠지는 외곽이었지만, 서울 전 지역 접근이 쉬웠던 지역에 살다가 서울을 떠나 경기도권으로 이사 온 지 3년이 다 되어간다. '난 서울을 떠나선 살 수 없을 거야!!!'라고 했지만, 막상 떠나보니 그 복잡하고 번잡스러운 도시가 더 그리워지는 건지... 소위 말하는 건물주의 갑질에 서울살이 마지막 몇 년이 몇 년 치 기운을 다 소진한 것처럼 질리고 힘들었기에, 멀리 떨어져 나왔을 땐 후련하기도 했다. 지난주 20년 전 근무했던 여의도를 잠시 방문할 일이 있었는데, 아직도 자리를 지키며 굳건히 영업 중인 몇몇 매장을 보고 참 반가운 기분이 들었다. 쉽지 않았을 텐데, 살아남았구나. 부디 더 오래오래 영업해주기를.. 마음속으로 잠시 빌어보기도 했다.

낯선 사람과 어떻게 함께 살아갈 것인가 익명성

건축은 어떻게 권력의 존재를 증명하고 과시하는가 권력과 권위

정체성을 지키기 위해 무엇을 어떻게 보전할 것인가 기억과 기록

모두가 머니 게임의 플레이어로 뛰어드는 세상에서 살 텐가 권력과 탐욕

우리는 공간을 쓰는가, 공간에 조종당하는가 코딩과 디코딩

초고층 열풍은 대안인가, 'ㅂ자 돌림병'의 상징인가 부패에의 유혹

도시의 익명성, 모두가 머니 게임 플레이어로 뛰어든 세상의 페이지에 폭풍공감했던 건 아마 일상에서 제일 직접적으로 체험하고 공감할 수 있는 부분이어서 그렇지 않았는가? 하는 생각을 해보게 된다. 사실 나이가 들어갈수록 부동산 투자에 열을 올리게 되는 건 그만큼 빠르게 재테크가 가능하게 할 수 있는 분야라는 걸 너무도 확연히 보게 되기 때문이 아닐까? (참 씁쓸하지만 어쩔 수 없는 현실..)

도심을 탐험하는 즐거움, 살아보고 싶고, 거닐어보고 싶고, 알아가고 싶은 도심의 이야기들이라니... 도시에 관련한 이야기라, 호기심에 읽기 시작했는데 책장을 넘길수록 매력적이고 더 알고 싶어지는 글이었다. 권력, 욕망, 서로 다른 생각과 이해와 취향을 가진 사람들이 만들어내는 온갖 이야기 등 온갖 흥미진진한 이야기가 녹아있는 이야기다. 누구에게는 '나의 이야기'라고 이야기한다. 누구나 도시에 살고 '살고 있다'라는 단순한 이유 때문에 오늘도 도시를 '쓴다'. 일상을 살아가는 우리의 공간, 도시적 삶을 탐색하는 깊이 있는 통찰은 꽤 흥미롭고 더 알고 싶고, 관심 갖고 싶어지는 이야기였다.

많은 사람들이 흥미를 가질수록 좋은 도시가 만들어진다.

김진애의 도시 3부작

김진애의 도시 이야기 ; 12가지 '도시적' 콘셉트

도시의 숲에서 인간을 발견하다 ; 성장하고 기뻐하고 상상하라

우리 도시 예찬 ; 그 동네 그 거리의 매력을 찾아서

지금의 도시에는 익명성을 전제로 해야 진정 도시를 도시답게 다룰 수 있는 안목이 생긴다. 익명의 도시에서 서로 어떻게 덜 부딪치고 사느냐, 낯선 사람끼리 어떻게 해야 서로 덜 다치고 살 수 있느냐, 모르는 사람들끼리 어떻게 덜 부딪치고 사느냐,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떻게 같이 살 수 있느냐, 최소한이라도 서로의 신뢰를 어떻게 만드느냐, 그것들을 어떠한 공공 약속으로 만드느냐가 주요 과제로 떠오르는 것이다. _52p.

우리 시대는 열심히 역사의 기록을 발굴하고 그 흔적을 남겨야 한다는 것. 문제도 있고 부작용도 생기지만 열심히 남겨야 한다. 그만큼 없앤 것, 없애고 있는 것들이 너무도 많다. 일부러 지운 것, 감춘 것, 숨긴 것도 너무나 많다. ... (중략)... 한 인간이 사는 시간은 찰나에 불과하지만, 이 기억과 기록은 씨앗이 된다. _119~120p.

저자 김진애 도시건축가는? 20대엔 건축학도로 서울대 공대 800명 동기생 중 유일한 여학생으로 30대엔 MIT 도시계획 박사로, 40대엔 <타임지>가 선정한 '차세대 리더 100인'중 유일한 한국인으로, 50대엔 열정적인 18대 국회의원으로, 60대엔 <김어준의 뉴스공장> '김진애의 도시 이야기'의 유쾌한 코너지기로, 또한 <알쓸신잡>의 첫 여성 출연자 등으로 김진애의 별명은 '김진애너지'다.

#김진애의도시이야기

#김진애의도시3부작 #도시3부작

#다산초당

#인문 #도시이야기

#까망머리앤의작은서재

본 서평은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아 개인적인 감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