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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코 헌터
카린 지에벨 지음, 이승재 옮김 / 밝은세상 / 2019년 10월
평점 :
절판

한 가정의 가장이자 부족함 없는 살았던 레미는 순간의 실수로 자신이 가졌던 모든 걸 잃어야 했다.. 노숙자의 삶을 살아가던 중 한 신사를 구했고, 그가 제안한 일자리 제안은 너무도 달콤했다. 노숙자에서 순식간에 성의 정원사가 될 수 있다니... 하지만 그에게 주어진 일자리는 정원사가 아니라 인간 사냥의 네 번째 희생자가 된 레미. 비슷한 시각 다른 장소에선 르포 제작을 위해 사진을 찍는 디안은 혼자 사진을 찍으러 들어갔던 숲에서 전날 산장에서 잠시 이야기를 나누었던 동네 주민들이 저지른 살인을 우연히 목격하게 되고 쫓기는 신세가 된다. 긴박함은 디안이 추격자들로부터 도망치고 있는 숲에서도 이어지는데 저마다의 목적으로 뭉쳐 다니는 남자들은 시간이 지날수록 자신이 가진 것을 지키기 위해 디안을 죽여야 한다고 생각하게 된다. 남자들의 우두머리 롤랑은 평범한 사람이 순간 살인자가 되고, 자신의 삶을 위해 위협이 될지도 모를 타인을 죽여야 하는 명분을 만들어내는 것 또한 묘하게 설득적이다.
경에겐 사냥감인 '사람'을 구하는 일도 문제가 되지 않았다. 노숙자, 불법체류자 등 가족도 연고도 없이 조용히 사라져도 찾지 않는 이들을 찾는 건 쉬운 일이었으니까. 자신들이 가진 부를 극한의 쾌락을 위해 인간사 냥이라는 극단적인 방법을 선택한 사람들, 이런 사냥을 기획한 인물도 처음부터 사람을 죽이고자 했던 건 아니었다. 사냥을 좋아했고, 어느 날 사냥감이 없어서 사냥터에 있는 노예들을 장남 삼아 괴롭히다 번뜩! 사업 아이템처럼 생각났던 바를 실행에 옮겨봤을 뿐인데 비밀리에 거액의 돈을 지불하고도 그를 찾는 이들은 끊이질 않았다. 인간 사냥에 던져진 사르한, 레미, 에이야즈, 함자트가 사냥꾼들로부터 도망 다니며 한 인물들의 생을 짧게 보여주며 사이사이 경에 대한 인물에 대해서도 이야기하며 쫓고 쫓기는 추격은 비정상적인 방법으로 얻은 쾌락이 과연 무엇이길래? 인간의 존엄성까지 자신들의 마음대로 짓밟는 것일까?라는 생각을 하게 한다.
삶이 한순간에, 정말 순간에 나락으로 떨어지는 사람들의 이야기는 책장을 덮고도 한동안 비내리는 숲을, 성의 어딘가를 뛰어디는 기분이 들게 했다. 쫓고 쫓기며 상처 입고 더 이상 갈 데가 없다고 생각한 순간 기적같은 반전을?! 이제는...이라고 한숨 돌리려 하는 순간 훅! 들어오는 한방까지 헛웃음 짓게 만드는 매력적인 심리 스릴러 소설이다.
나한테 관심을 갖는 사람이 있다고? 그런데 진정으로 날 도와주고 싶어 한다, 이 말이지? 단순히 동정하는 게 아니라?
그다음은 감동이 뒤따랐다. 선뜻, 나를 자신의 집으로, 아니 자신의 성에 와서 지내라는 제안을 할 정도로 나를 믿어주는 누군가가 정말 있다는 거야? 제대로 된 일자리에 월급까지 얹어서? 차에 있던 물건들을 날라줬다고 주는 푼돈이 아닌 월급을.... _30~31p.
언제나 카메라 렌즈 뒤에 서야 한다. 절대로 앞에 나서지 않는다. 언제나 무대 뒤에 서야 한다. 절대로 무대 가운데 오르지 않는다. 주변을 둘러싼 모든 것을 사진으로 남기되 절대로 그 사진 속의 주인공이 되지 않는다. 절대로 피사체가 되지 않는다. 무언의 목격자. 그녀가 자신에게서 찾아낸 소명 의식은 바로 무언의 목격자였다. _115p.
롤랑 마르공은 존경받는 인물이고 그러기에 충분한 인물이다. 하지만 그가 유지하고 있던 삶의 균형은 든든한 무게 중심이 없었다. 살짝 어긋나기라도 하면.... 종이성은 그대로 무너져 내리는 법이었다. _153p.
이전의 중죄를 저지른 그곳.
이전의 범죄를 행한 바로 그곳.
그건 범죄였다. 살인이었으니까, 들라랑드는 그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계획적인 살인이지만 살해 동기는 어디에도 없는 그런 범죄.
정말로 살해 동기가 없었을까?
있다면 딱 하나 있긴 했다. 바로 쾌락. 그 짜릿한 느낌.
조만간 또다시 나설 것이다. 절대로 멈추지 않을 것이다.
멈추는 순간, 자신이 죽을 것만 같기 때문에.... 참을 수 없는 금단현상으로. _191p.
어차피 그들은 아름다운 시월의 어느 날, 너 나 할 것 없이 모두가 살인자가 되어있었다. 그들 중 하나가 재범을 하거나 말거나 그런 건 중요하지 않았다. 어차피 그들은 끔찍한 '말기'상태에 도달해 있었기 때문이다. 단지 상대적으로 상황을 바라볼 뿐...
여기서 되돌아갈 수는 없었다. 자신들의 목숨, 명예, 안락한 삶을 희생하기로 마음먹지 않은 이상은. 그들은 이미 한계를 넘어섰고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넌 상태였다. 이제 그들은 살인범이다. 무슨 짓을 하건, 무슨 말을 하건, 단지 살인범일 뿐이다. _297p.
그는 자신의 손에 피를 묻히지도, 양심에 얼룩을 남기지도 않았다. 그 여자를 살해한 건 그가 아니었으니까.
새로운 하루가 시작되었다. 여느 날과 똑같은 하루가.
대수로울 것 없는 하루가.
양심의 가책을 벗어던진 살인범은 무고한 시민과 구분하기 힘들 정도로 닮았기 때문이다. _320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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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서평은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아 개인적인 감상으로 작성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