린치핀 - 누구도 대체할 수 없는 존재
세스 고딘 지음, 윤영삼 옮김 / 라이스메이커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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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내가 하고 있는 일은 '나'만이 할 수 있는 일인가? 내가 아닌 다른 사람, 기계나, 인공지능으로 쉽게 대체되는 작은 나사정도의 역할을 하고 있진 않은가? 조직의 톱니바퀴 같은 존재로 살아가는 현대인. 언제나 대체될 수 있는 자리에 머물 것인가? 작아도 자신만의 존재를 드러낼 수 있는 차이를 만들어내는 '린치핀'으로 거듭날 것인가? 책표지가 너무나 경쾌해서 어떤 내용의 글인지 궁금했다.

우리는 늘 불평 속에 살아가고 있다. 경제 상황이 좋지 않고, 인재를 알아보지 못하는 사회가 야속하고... 하지만 '나'를 돌아보자. 정말 내 능력은 그 무엇으로도 대체될 수 없는 권력을 가지고 있는가?

당신은 린치핀인가?

'우리는 모두의 차이를 만들어낼 수 있고,

잠재력을 발휘할 수 있고, 미래를 창조할 수 있다.'

혼란스러운 상황 경쟁은 더욱 치열해지고 막막하다면, 우리는 대체 불가능한 존재가 되어야 한다. 왜? 그런 존재가 되어야 하는지를 일깨워주는 세스 고딘의 글은 어렵지 많은 상황들과 현실을 이야기하고 있어 생생하면서도 쉽게 이해가 된다. 린치핀? 좀 생소한 단어에 어렵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했지만 대체할 수 없는 예술적 재능을 꿈꾸는 이들이라면 한 번쯤 진지하게 일독을 권하고 싶은 글이다.

린치핀이란?

조직만을 위해 일하지 않는 사람, 노동과 임금을 맞바꾸는 데 머물지 않는 사람, 자신의 넘치는 예술적 재능을 세상에 기부하는 사람, 인공지능을 넘볼 수 없는, ㅇ니간이 할 수 있는 가장 다채로운 능력을 가진, 자신을 둘러싼 주변 모든 이들에게 공헌할 수 있는, 세상 모든 크리에이터들이 탐내는, 새로운 시대의 새로운 권력을 가진 사람들을 말한다.

지금 우리에겐 관리자와 노동자라는 기존의 두 집단 말고도 새로운 집단이 하나 더 생겨났다. 바로 린치핀이라는 무리다. 그들은 자신의 생산수단을 가지고 있고, 남과는 다른 차이를 만들어내며, 사람들을 이끌고 관계를 맺어준다. 공장은 이제 과거의 유산이 되어가고 있다. 그동안 우리가 적응해온 모든 시스템은 위기에 처했다. 이것은 커다란 위협이기도 하지만 커다란 기회이기도 하다. 우리가 혁명을 두려워하는 이유는 과거의 잔재를 청산하는 고통을 겪고도 한참이 지난 후에야 혁명의 열매를 따먹을 수 있기 때문이다. _24p.

경제가 살아나지 않는다고 불평하는 일은 이제 멈춰라. 공장의 시대가 이제 끝났다는 사실을 받아들여라. 이제 우리는 다른 사람에게 꼭 필요하고 없어서는 안 되는 고유한 사람이 되어야 한다. '보랏빛 소'가 가치 있는 제품에 대한 은유였다면, '린치핀'은 가치 있는 사람에 대한 은유다. _29p.

린치핀은 눈에 보이는 것이 아니라 '보이지 않는' 어떤 것에 영향을 미쳐 자신만의 권력과 가치를 만들어낸다. _53p.

린치핀도 두려움을 느낀다. 자신의 감정을 인식한다. 그럼에도 나아간다. 물론 어떻게 이런 일을 할 수 있는지 설명할 수는 없다. 사람마다 다른 비법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분명히 말할 수 있는 사실은 오늘날 경제에서 두려움을 제쳐둘 수 있는 능력은 성공의 필수 전제조건이라는 것이다. _133p.

일상에서 침묵의 시간을 가져라. ... (중략)... 바쁘다고 말하는 것은 저항이 좋아하는 핑계일 뿐이다. 저항은 실제로 전혀 바쁘지 않다. 우리는 조용히 서서 기다리다 천재성이 자신의 일을 할 때 박수를 치면 된다. 성공적인 예술가와 실패한 예술가의 차이는 아이디어가 부화된 '다음에' 나타난다. 이들의 차이는 누가 먼저 해내느냐 하는 것이다. 당신은 그 일을 해냈는가? _263p.

#린치핀

#세스고딘 #윤영삼

#라이스메이커 #자기개발 #린치핀

#까망머리앤의작은서재

본 서평은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아 개인적인 감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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깃털 도둑 - 아름다움과 집착, 그리고 세기의 자연사 도둑
커크 월리스 존슨 지음, 박선영 옮김 / 흐름출판 / 201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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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6월의 어느 밤, 영국 자연사 박물관에 소장되어 있던 새 가죽 299점이 도난당했다.

연어를 잡을 때 쓰는 플라이 타이어를 만드는 취미를 가지게 된 에드윈은 영국 자연사 박물관을 방문하고 깃털에 대한 열망에 사로잡히게 된다. 화려하고도 아름다운 깃털들, 박제되어 박물관에 나란히 누워있는 저 새들의 깃털과 가죽만 있다면.... 희귀하고 아름다운 깃털, 멸종된 새의 깃털은 플라이 타이어들에겐 너무나 탐나는 재료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박물관에 숨어들어 몰래 훔쳐낸 것은 범행이 아닌가? (타인의 도움 없이 혼자 박물관에 들어가서 300여개에 가까운 박제된 새들을 혼자 들고 나왔다는 것에도 좀 놀랍고 의아했다.) 실제로 그러한 범죄를 저지를 에드윈은 정신 질환을 핑계로 법망을 교묘하게 빠져나가고 이후에도 밝혀지지 않은 몇 십 종의 새는 어디로 간 것인지 추적하게 된 저자의 단순한 호기심은 이 사건의 전말을 파헤치기에 이른다. 멸종된 새의 깃털을 거래하면서도 그 이력에 대해선 알고 싶지 않은 이들의 침묵, 그리고 시간이 흘러 자신의 범행을 도둑 행위로 인정하지 않고 정당화하는 에드윈의 이야기는 자신이 역사를 보존하고자 하는 이들의 이야기는 정의에 관한 결코 가볍지 않은 생각거리를 던져주고 있다.

깃털에 중독된 사람들은 알고 싶지 않은 부분에 대해서는 굳이 알려고 하지 않았다. _171p.

플라이 타이어들이 열망하는 깃털에 대한 열망은 시간을 거슬러 탐험가이자 생물학자인 앨프리드 러셀 윌리스, 은행가이자 정치가였던 월터 로스차일드를 거쳐 19세기 말 여성들의 옷과 모자를 장식하며 유행을 선도한 깃털 열풍에까지 이르르게 된다. 빅토리아 시대 연어 낚시에 사용되던 플라이 타잉의 세계에 빠진 현대를 살아가는 이들의 이야기는 '그 시절'의 희귀한 깃털에 더욱 열망하게 되는 이들의 욕망과 정의에 대한 가볍지 않은 울림을 이야기한다.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인간의 탐욕과 무분별함으로 인한 야생동물의 멸종은 깃털 도난 사건으로 이를 지키고자 하는 이들과 이미 멸종한 개체들이 박물관의 먼지와 시간을 보내고 있는 아름다운 깃털을 원하는 수요자들의 의견을 대립적으로 다루고 있다. 아름다운 깃털에 현혹된 절도범이 된 음악가의 박물관 도난 사건으로 시작되는 실제 사건을 다룬 이 책은 아름다운 깃털을 찾아 하늘을 보게 되는 기가 막힌 범죄 스릴러였다.

나는 속임수와 거짓말, 위협과 루머가 난무하는 세상에서 새로운 사실을 발견했다가도 좌절하기를 수없이 반복한 뒤에야 인간과 자연의 관계는 물론, 아무리 값비싼 대가를 치르더라도 아름다움을 추구하고자 하는 인간의 끝없는 욕망을 이해하게 됐다. 나는 결국 5년의 시간을 보낸 뒤에야 트링 박물관에 있던 새들에게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알아낼 수 있었다. _23p.

"문득 지나간 세월이 떠올랐다. 아주 오랫동안 이 작은 생명은 어두침침하고 음울한 숲에서 태어나고 죽기를 반복하며 누구도 알아봐 주지 않는 아름다움을 이어왔다. 이것은 아름다움에 대한 낭비라고밖에 말할 수 없다." 월리스는 극락조가 보여준 놀라운 진화의 여정을 생각하다가 앞날을 생각하니 다시 걱정스러운 마음이 들었다. "이토록 아름다운 생명체가 이렇게 거칠고 투박한 야생에서 아름다움을 뽐내지도 못하고 살아가야 한다고 생각하면 마음이 아프다. ...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언젠가 도시 사람들이 이 머나먼 곳으로까지 손을 뻗게 되면 지금처럼 유기체와 비슷한 비유기체가 적당히 조화롭게 균형을 이룬 자연은 훼손될 것이고, 결국 이 아름다운 생명도 멸종할 것이다." _52~53

스무 살의 에드윈에게 박물관의 새를 훔쳐야겠다는 생각은 여러 가지 이유로 점점 더 정당화됐다. 그 새들만 있으면, 플루티스트로서 야망도 실현하고, 타잉계에서 그동안 누리고 싶었던 지위도 누리고, 가족도 도울 수 있었다. 시간이 갈수록 새의 가치는 점점 높아질 것이므로 어떤 힘든 상황이 와도 자신을 지켜주는 든든한 보험이 될 것 같았다. _140p.

"그 플라인지 뭔지로 실제 낚시를 하는 것도 아니라면서요. 그렇죠?" 박사가 말했다. "그럼 대체 뭡니까?" 그건 그냥 집착일 뿐이잖아요. 집착! 오리지널에 대한 집착. 하지만 빌어먹을 오리지널 따위는 세상에 없어요! 대체 그자들은 뭐 하는 사람들이에요? 어떤 사람은 오하이오주의 치과의사라더군요. 오리지널과 그 일이 무슨 상관이 있다는 거죠?" _267p.

나는 깃털 도둑이라고 놀리는 친구들이 없는지 농담 삼아 물었다. 그런데 '도둑'이라는 말을 듣는 순간 그의 표정이 갑자기 어두워졌다. "어떤 단어들은 가능하면 쓰고 싶지 않아요." 그가 말했다. "도둑이라는 단어가 그중 하나예요. 아주 이상하게 들리시겠지만, 저는 제가 도둑이라고 생각하지 않아요. 제가 생각할 때 도둑은 강가를 어슬렁거리다가 남의 주머니를 슬쩍하는 사람이죠. 다음 날, 다시 거기로 가서 또 다른 타깃을 찾고요. 아니면 남의 집에 몰래 들어가 물건을 훔쳐서 먹고살거나 혹은 학교 주변을 돌아다니면서 물건을 훔쳐서 먹고살거나 혹은 학교 주변을 돌아다니면서 물건을 훔치는 사람들, 그런 사람이 도둑이라고 생각해요."

"저는 제가 도둑이라고 생각하지 않아요······. 저는 도둑이 '아니에요.' 그런 의미에서 보면요. 지갑이 떨어져 있어도 저는 가져가지 않을 겁니다. 지갑에 신분증이 들어 있다면 어디 찾아줄 만한 곳에 갖다 줄 거라고요." _297p.

#깃털도둑 #커크월리스존슨 #흐름출판

#가죽북커버 #골든아워북커버 #에세이 #에픽

#까망머리앤의작은서재

#북스타그램 #책스타그램 #책소개

#흐름서포터즈14기

#book #thefeatherthie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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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서평은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아 개인적인 감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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붕대 감기 소설, 향
윤이형 지음 / 작가정신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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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절 만나 사십 대가 되어서도 끊어질 듯 이어가고 있는 세연과 진경. 주변 인물들의 이야기도 하나둘 등장하며 다양한 모습의 삶을 살아가는 이들의 이야기가 점처럼 흩어져 있다 이내 전체의 모습을 보여주는듯한 글이다. 워킹맘에게 엄마들 간의 우정은 사치일까? 경력이 단절될까 봐 아프고 힘들어도 내색하지 못하고 혼자 늦은 밤, 길을 걸으며 홀로 쏟아내는 눈물의 의미를 얼마나 이해할 수 있을까? 얼굴의 곰보자국을 누구에게도 보이기 싫어 학창시절 왕따가 되는 걸 감수하면서도 피부화장을 하고 다녔던 세연, 그런 그녀에게 먼저 다가와 친구가 되어준 진경. 아이러니하게도 세연은 대학에 진학하면서부터 더 이상 자신을 꾸미지 않게 되었고, 진경에게는 끊임없이 남자친구들이 생기며 자신과의 약속도 동의 없이 편의대로 바꾸는 진경의 행동이 이해되지 않기도 하다.

페미니즘, 젠더, 페미니스트 등등 다양한 소개들을 무겁지 않게 읽을 수 있던 글이었다. 주류가 되지 못한 비주류를 감싸 안지 못하고 외면하는 것도 같은 여자들이었다. 여자들의 이야기로만 진행되는 <붕대 감기>를 읽다 보면 낯설지 않고 익숙한 느낌마저 든다. 말할 수 없는 이야기들을 담고 살아가며, 친한 사이라고 한들 어디까지 마음을 열어 보일 수 있을지 생각하고 또 생각하게 된다. 읽다 보면 조금 불편한 마음도 들지만 한 번쯤 진지하게 대면해봐도 좋을 여자들의 이야기가 이어지고 있다. 이들의 사연은 개인의 상처는 아프다는 자각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타인과 자신의 고통을 비교하며 위안 받는 인물들과 “꿈에도 서로를 사랑할 것 같아 보이지는 않는”/작가의 말 인물들의 이어짐을 통해 따듯한 연대의 가능성을 모색한다. 내 이기심과 어리석음으로 멀어진 옛 친구들, 그리고 미약하게나마 인연의 끈을 이어가는 소중한 사람들을 떠올리며 지금의 나를 다시 생각해보게 되는 글이었다.

서로의 상처를 감싸 안는 흰 물결

붕대로 연결 된 우리, 들의 이어달리기

사랑하는 딸, 너는 네가 되렴. 너는 분명히 아주 강하고 당당하고 용감한 사람이 될 거고 엄마는 온 힘을 다해 그걸 응원해줄 거란다. 하지만 엄마는 네가 약한 여자를, 너만큼 당당하지 못한 여자를, 외로움을 자주 느끼는 여자를, 겁이 많고 감정이 풍부해서 자주 우는 여자를, 귀엽고 사랑스러운 여자를, 결점이 많고 가끔씩 잘못된 선택을 하는 여자를, 그저 평범한 여자를, 그런 이유들로 인해 미워하지 많은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구나. 네가 어떤 사람으로 자라나도 나는 너를 변함없이 사랑할 거란다. _68p.

마흔넷, 마흔다섯, 지금 진경이 지나가고 있는 그 나이가 딱 그랬다. 세상에서 자신이 제일 싫었다. 자신도 싫었거니와 그 싫은 자신을 조금이라도 견디며 살려면 영양제를 먹고 운동을 하고 밝고 좋은 것들을 챙기기 시작해야 한다는 사실이, 나이 듦을 인정해야 한다는 것이, 더더욱 싫었다. _89~90p.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고 화를 내다가, 무언가를 하니까 또다시 당신은 자격이 없다고 비난하는 건 연대가 아니야. 그건 그냥 미움이야. 가진 것이 다르고 서 있는 위치가 다르다고 해서 계속 밀어내고 비난하기만 하면 어떻게 다른 사람과 이어질 수 있어? 그리고, 사람은 신이 아니야. 누구도 일주일에 7일, 24시간 내내 타인의 고통만 생각할 수 없어. 너는 그렇게 할 수 있니? 너도 그럴 수 없는걸 왜 남한테 요구해? _108~109p.

시대가 달라지고 환경이 극심히 나빠진 지금, 젊은 사람들에게 부모의 노후라는 짐은 훨씬 더 힘들고 무거울 것이다. 내가 애를 너무 늦게 낳았어. 서른일곱에 애를 낳으면서 내가 그 애한테 걱정이 될 거라곤 생각조차 못 했어. 나는 항상 천하장사일 줄로만 알았지. 남편이 있으니 어떻게든 할 수 있을 줄 알았어. 어떻게 그렇게 계산을 못할 수가 있었을까. _120~121p.

『붕대감기』 속 여성 인물들이 누구의 딸도, 누구의 아내도, 누구의 엄마도 아닌, 자기 자신에 대해 이야기할 수 있는 것은 이 때문이다. 그리하여 소설은 개별적인 각각의 점들이 조금씩 겹쳐지면서 전체 모습이 떠오르게 하는 점묘화처럼, 누군가의 이야기가 다른 누군가의 이야기와 겹쳐지고 이어지게 하면서 익숙하지만 낯선 여성들의 이야기 세계로 우리를 이끈다. _178p. #심진경문학평론가

#붕대감기

#윤이형

#작가정신 #소설향

#페미니즘 #젠더 #페미니스트

#까망머리앤의작은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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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목격
최유수 지음 / 허밍버드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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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지금도 솔직히 사랑이 무엇인지 잘 모르겠어요. 누군가 갑자기 묻는다면 곰곰이 생각하다 얼버무리고 말 것 같아요. 그저 어딘가에 존재할 거라고 생각해요. 몇 번의 경험을 통해 약간의 지혜를 얻었을지도 모르지만, 사랑에 관해서라면 여전히 거의 무지에 가까운 것 같아요. 어쩌면 사랑이 무엇인지 조금이라도 아는 것과 전혀 모르는 것 사이에는 별반 차이가 없나 봐요. _36~37p.

사랑에 대한 글을 찾아 읽는 편은 아니다. 이젠 딱히 공감 가지도 않고, 글인가 보다 하고 읽게 되며, 딱히 감상이랄 것도 없었는데... 170여 페이지에 달하는 얇은 글에 담긴 사랑에 대한 언어들, 사랑에 대한 표현을, 이야기를 이렇게도 할 수 있구나..를 새삼 경험했던 글, 페이지 전체가 좋아 짧은 챕터 전체에 플래그 잇 붙인 페이지도 여러 페이지.. (책날개의 저자 소개를 다시 펼쳐보고 그녀가 집필한 책들을 조용히 담아두기도 했다.)

⠀⠀⠀⠀⠀⠀⠀⠀⠀⠀⠀⠀⠀⠀⠀​​​​

”사랑을 언어로 표현한다면 이 책이다.”

⠀⠀⠀⠀⠀⠀⠀⠀⠀⠀⠀⠀⠀⠀⠀​​​​

책을 읽기 전 책의 뒤 페이지에 적힌 문구를 보면서도 큰 기대를 하지 않았다. 어쩌면 '사랑'이란 감정에 대해 시니컬해졌다고 할까? 사랑의 다양한 형태와 존재를 아직 경험하지 못했기 때문일까? 최유수가 수집한 문장들을 읽으며 '사랑'이란 감정의 다양한 문장들에 빠지게 되었다. '사랑'에 대한 글이 거기서 거기지!라는 생각을 한 번이라도 해본 사람이라면 한 번쯤 읽어보길 추천하고 싶은 글이다. 사랑에 대해 회의적인 나에게도 저자가 증언하는 사랑의 문장들은 너무나 매력적이고 그 문장들을 더듬어 직접 손으로 옮겨 적어두고 싶은 글이었다.

사랑은 끊임없이 사유하는 일이다. 당신과 나 사이의 연결에 관해 하나하나 사유할 때마다 사랑은 문장이 된다. _29p.

누군가의 풍경은 그의 가치관과 삶의 리듬을 포함하고 저마다 고유한 양상으로 존재한다. 오직 시간이라는 감각만을 공유한 채 서로 다른 풍경 위를 살아가는 것이다. 하루에서 일주일로, 일주일에서 한 달로, 한 달에서 일 년으로 풍경을 점차 확대해 나가면 결국 삶이라는 전경이 된다. 완전히 동일한 풍경이란 존재하지 않는다. 사랑은 서로 다른 두 사람의 풍경을 겹치는 일이다. 삶이라는 레이어를 과감히 포개는 일이다. 사랑을 시작하는 순간 두 사람의 풍경은 서서히 가까워진다. ...(중략)... 풍경을 겹친다는 것은 곧 그 사람의 삶을 그 사람의 관점에서 이해하는 일이다. _75~76p.

사랑은 즐겁다기보다 차라리 고통스러운 것이다. 사랑의 전체 과정을 두고 본다면 사랑의 고통은 늘 쾌락보다 큰 듯하다. 마치 순례길을 걷듯이 근본적으로 그리고 장기적으로 고단한 일이다.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혼자일 수밖에 없는 우리에게 반드시 누군가를 사랑해야 할 이유란 아무리 찾아봐도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함께 기쁘고 유쾌하기 위해서만 사랑하는 것이 아니라 삶의 수많은 굴곡에 홀로 굴하지 않기 위해 사랑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고난 속에서도 기꺼이 서로의 일부를 내어 주기로 결심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_101~102p.

'사랑하고 있음'과 '사랑하지 않음'의 황량한 경계를 어떤 실루엣이 지키고 서 있다. 사랑의 실체는 그곳에 있다. 멀찍이 떨어진 곳에 서서 경계선을 관망한다. 우주의 바깥은 끝없이 멀어지고 있고, 사랑의 환상이 되는 순간은 시시각각 다가오고 있다. 그 감각은 이따금 나를 몸서리치게 한다. 현재형이 아닌 모든 사랑은 환상이다. 사랑은 현재형일 때에만 우리 곁에 머무를 수 있다. _150p.

#사랑의목격 #최유수 #에세이

#까망머리앤의작은서재

#추천에세이 #에세이추천 #허밍버드

본 서평은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아 개인적인 감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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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몽땅 떠났습니다 - 엄마가 떠나고 여행이 시작되었다
김지수 지음 / 두사람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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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여행을 많이 다녀보진 못했지만 그래도 가장 긴 기간 여행을 떠났던 여행, 한 달이라는 일정으로 떠났지만 그중 열흘의 일정을 미서부 투어를 다녀와서였을까? 다른 이의 여행기 중에 '미서부'라는 말이 눈에 띄면 궁금해서 일단 집어 들고 보게 된다. 색다른 추억을 만들기 위해 떠난 세 남자. 그런데 3대가 함께 하는 미국 서 부여행이 가능하다고?

아직 60대 청춘인 아버지와 이제 막 40대가 된 나, 여섯 살배기 나의 아들은 "남자끼리라면 미국 서부지!"를 외치며 2018년 7월 여행을 떠났다. 모든 것이 즐거웠고 많은 것이 어려웠다. 남자끼리 떠나는 여행의 낭만을 꿈꿨다. _8~9p.

60대의 아버지, 40대 아들, 6살 손주까지 3대가 함께 하는 여행. 어머니가 돌아가시고 일상의 변화가 필요했던 아들과 아버지가 의기투합했다. 6살 아들이 잘 따라와 주길, 여행을 함께 즐길 수 있길 바랄 수밖에... 아버지는 오랜 외국 생활과 잦은 여행으로 이미 여행 스킬이 만렙을 찍으신 분이고, 직장을 다니던 저자에겐 다행히도 안식년 휴가가 길게 주어졌다. 누나가 살고 있는 시애틀을 기점으로 시작된 여행은 여행의 스타일이 다른 3대가 어떻게 여행을 하는지 리얼하게 보여주고 있다. 미국에 도착해 시차 적응을 하며 여행을 하다 보니 1주일이 훌쩍, 아이나 아버지가 여행에서 어떤 즐거움이나 불편함을 느꼈는지가 궁금했는데 저자의 시선으로 따라가는 여행도 충분히 즐거웠고 여행을 하며 짬짬이 찍은 사진으로 개인 사진전까지 여시는 아버지의 사진도 꽤나 멋진 감상 포인트!

챕터 사이에 간혹 등장하는 TIPS & TMI 에는 직접 여행하며 체험하고 느끼며 여행자들이 참고할만한 정보를 이야기해주고 있다.

떠나기 전의 두려움, 하지만 막상 여행을 준비하고 비행기가 떠오를 때까지 가 여행에서 가장 설레는 순간이라고 했던가? 개인적으로 미국 여행지에 대한 추억을 떠올릴 수 있었던 부분이 많아 꽤나 즐거운 여행 에세이였다. 저자의 글과 이야기도 꽤 흥미로웠지만, 여행이란, 함께하는 즐거움이란 미루지 말고 '바로 지금' 실행에 옮겨야 한다는 걸 생각해보게 된다. 저자의 다음 책은 아버지와 알래스카 여행이 될 것 같은 기분이 드는 걸까? (그런가요 작가님? ㅋㅋ) 가족과의 여행, 또는 미서부지역 여행을 계획하는 이들이라면 한 번쯤 읽어봐도 좋을 책으로 추천하고 싶다.

"형들이랑 놀러 다니니까 재밌지 않아?"

"......"

저녁 식사 후 아들을 붙잡고 간단히 대화했는데, 재밌지 않느냐는 질문에 대답이 바로 돌아오지 않았다.

"아빠, 나도 형아들처럼 영어 잘하고 싶어."

머리가 멍해졌다. 지난 닷새 동안 있던 일들이 주마등처럼 스쳤다. 아들의 무거운 표정을 보니 속상했다. 곱씹을수록 아들 녀석에게 이 여행은 전혀 달갑지 않은 듯했다. 그저 어른들의 손에 끌려다니는 건 아닐까 싶어 너무 미안했다. _148p.

이번 여행은 엄마를 떠나보내고 간 가족 여행이었다. 어느 땅을 밟더라도 엄마에 대한 그리움은 깊어져갔다. 이 여행에 병마를 이겨낸 엄마가 함께 왔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 함께 오지 못했고, 함께 여행한 적 없었고, 앞으로도 함께 여행할 수 없다는 현실이 후회스럽고 죄송스러웠다. _302p.

여행은 완전히 끝났다. 잘 마무리되어 다행이다. 같이 여행한 아버지와, 여섯 살 어린 나이에 미국을 경험한 아들에게 진심으로 고맙다. _311p.

#그렇게몽땅떠났습니다

#김지수

#두사람 #미서부여행 #3대여행

#여행에세이 #에세이

#까망머리앤의작은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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