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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의 결말 ㅣ 폴앤니나 소설 시리즈 3
김서령 지음, 제딧 그림 / 폴앤니나 / 2020년 1월
평점 :

승호와 내가 헤어지는 과정은 우리가 얼토당토않게 사랑에 빠졌던 일처럼 자연스러웠다. 사랑에 빠지는 일이 우리를 구원했던 것처럼 다시 구원받기 위해서는 이별도 필요했다. ... (중략)... 골목 앞에서 나는 망설였다. 산뜻한 새 카페로 변신해 있다면 서운할 것이고 낡고 지쳐있다면 더 서운할 테지. 산다는 일에 어쩐지 눈이 끔뻑끔뻑해지는 일이 잦은 요즘이니 그냥 지나치는 편이 나을지 몰랐다. 스물여덟 살 그때처럼 온갖 일에 호기심이 만발하지도 않으니 나는 그 골목을 쳐다보지 않기로 한다. 이름도 참 촌스러웠던 '카페 별'은 스물여덟 살 그 시절 그냥 두기로 한다. 어쩌면 그것이 나름대로, 한 시절에 안부를 전하는 방법이 될 수 있을 것이다. _40~41p.
연애의 결말은 결혼, 아니면 이별. 그리고 연애와 이별의 중간 즈음, 무엇이라 결론 내리기 어중간한 '사랑' '연애'에 대한 이야기. 페이지를 넘기며 지난 사랑과 연애들을 생각해보게 된다. 소설 속 연인들의 사랑은 평범하기 그지없다.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라는 말이 떠오를 정도로 찬찬히 들여다 보기도, 이게 사랑이라고?라는 의문이 들기도 하는 삶도 있다. 때론 정말 철없이 무모하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지만 이야기들을 통해 지난 시간들을 돌아보게 된다. 사랑 앞에서 용기 내지 못했고, 그 용기가 엉뚱한 방향으로 튀어 어중간한 삶을 살아오며, 다시 이십 대로 돌아간다면 보다 많이 사랑하고 많은 사랑을 주며 살아볼 수 있을 것 같은데, 지금이라고 뭐가 달라서 지난 시간을 탓하고 있는 걸까? 연애의 끝은 이별 아니면 결혼이겠지. 그래서 결혼은 서로에게 구원일까? 같이 산다는 건 행복한 걸까?
꽃인 줄도 모르고 반짝이는 줄도 몰라 끝장난 연애들,
까맣게 잊었던 그 이름들을 새삼 불러내는 여섯 편의 소설
꽤 상큼하게 읽히는 분량이지만 그 내용은 절대 가볍지만은 않으며 지난한 연애에 지쳤거나, '사랑 그게 뭐라고..' 시크한 마음으로 살아가는 이들이라면 언니가 들려주는 이야기처럼, 또는 내 이야기처럼 읽어 볼 수도 있을 소설이다. 이 책을 읽다 문득 김서령 작가의 이전작인 <에이, 뭘 사랑까지 하고 그래>를 읽고 작성했던 리뷰를 찾아보게 된다. 이 작가님 사랑꾼 맞네... ^^ 김서령 작가의 세심하고 다정한 문체와 제딧 의 그림이 만나 6편의 단편들을 읽어가며 조금 더 생생하게 읽을 수 있는 매력적인 소설이다.
"연애는 쌍방 합의하에 하는 거야. 한쪽이 끝났다면 끝난 거야. 오빠가 이러면 상상 연애가 되는 거라고. 상상임신은 죄가 아니지만 상상 연애는 죄야. 그러니까 관둬." _118p.
연하의 애인과 헤어질 무렵 방의 통장 잔액은 딱 566만 원이었다. 사업에 실패한 아버지가 있는 것도 아니고 노름빚을 지고 다니는 오빠가 있는 것도 아닌데 방은 도무지 자신의 잔고를 이해할 수 없었다. 죽도록 일을 하는데 나아질 방도는 없고.
서른네 살이었다. 자신의 빈곤을 설명할 알리바이가 없었다. 거기에 생각이 미치자 희한하게도 그녀는, 이제 새 남자친구가 생겨도 그 앞에서 옷을 벗지 못할 것 같았다. 아무것도 보여줄 것 없는 여자가 된 기분이었다. _134~135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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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서평은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아 개인적인 감상으로 작성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