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베로니카의 눈물
권지예 지음 / 은행나무 / 2019년 12월
평점 :

책을 읽기 전 책표지의 배우 하정우의 추천사가 눈길을 끌었다. 여행을 떠나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고?? 베로니카의 눈물 / 낭만적 삶은 박물관에나 / 파라다이스 빔을 만나는 시간 / 플로리다 프로젝트 / 카이로스의 머리카락 / 내가 누구인지 묻지 마 권지예 작가의 6편의 단편으로 이루어진 <베로니카의 눈물>은 일상에서 살짝 물러나있는 이들의 삶을 이야기한다.
아바나, 파리, 플로리다, 발칸반도……
나와 당신 사이의 장막이 걷히는 순간,
우리는 어떤 눈빛으로 서로를 바라보게 될까.
<베로니카의 눈물> 아는 이가 없는 나라, 불안정한 시국, 돈이 있어도 구할 수 없는 식재료라니... 계란과 커피를 구하기 위한 노력은 돈만 있으면 원하는 걸 편리하게 구입할 수 있었던 나라에서 살던 이에겐 너무도 낯설고 생경한 삶이다. <플로리다 프로젝트>에선 친구의 권유로 갑자기 떠나게 된 미국 여행에 함께 하게 된 딸과 엄마의 여행에서 우연히 딸이 자신과 같은 아픔을 겪고 있는 걸 희미하게나 알게 되면서 딸의 선택을 응원하게 된다. 저마다의 이유로 여행 중인 여행을 떠난 여성들의 이야기는 일상을 떠나 새로운 곳에서 마주하는 설렘이나 새로움보단 경계, 불안, 때론 묻어두어도 좋을 진실을 마주하게 되기도 한다. 때론 그 시간들을 통과하며 조금은 성장하게 되기도 하고, 지나온 시간의 내 모습이 부끄러워지기도 한다.
생각지도 않게 너무도 좋았던 권지예 작가의 글은 보통의 소설에서 문학평론가의 해설은 패스하곤 했는데, 해설까지 정독하고 더 좋아졌던 글이기도 했다. 짧은 단편이지만 이곳이 아닌 여행지에서의 다양한 군상들의 이야기를 읽으며 어느새 공감하고 빠져들게 되는 건 그 자리에 있었던 것처럼 공감되게 하는 생생한 이야기다. 단편 하나하나가 좋았지만 너무도 생생하게 읽었던 <베로니카의 눈물>, <파라다이스 빔을 만나는 시간>, <플로리다 프로젝트>는 조금 더 애정이 가는 단편이었다. 책장을 덮으며 갑자기 어디든 떠나고 싶어졌다. 그리고 비행기에서, 또는 여행지에서 이 책을 다시 읽고 싶다는 생각이 들게 했던 글이다.
권지예의 소설에서 여행은 여성으로서의 그녀들의 삶이 해체되고 재조직되는 시간, 즉 부재의 시간과의 조우이다. _문학평론가 소영현
한 달에 100만 원이 넘는 월세를 내는데, 관리인 월급이 겨우 1만 2000원이라니. 내가 다 속이 상하고 가슴이 아팠다. ... (중략)... 어느 곳에서든 인생이 늘 행복한 건 아닐 거야. 모니카, 부자인 너도 그렇지 않니? 베로니카, 나 부자 아니야. 물론 아주 가난하지도 않지만. 오, 그래? 모니카! 봐봐, 돈은 중요하지만 인생은 돈이 다가 아니잖아. 그럼 어찌 사는가가 중요해. 사랑이 제일 중요하지. 내 마음에는 사랑이 가득하거든. 가난하지만 행복하다구. _59~60p.
모니카, 중요한 일이라고 너무 집착하고 애쓰지 마. 그런 건 인생에서 중요하지 않아. 그럴수록 그 중요한 일이 너를 괴롭히는 거야. 인생은 그저 흐르는 거야. 그냥 힘을 빼고 흐름에 몸을 실어. 춤출 때처럼. 우린 그래서 모두 춤을 잘 추지. 여긴 쿠바야! 되는 일도 없고 안 되는 일도 없어. 그냥 파도에, 리듬에, 인생의 시간에 몸을 실어. _76p.
돈만 있으면 뭐든 살 수 있고, 돈이면 다 되는 나라에서 온 나는 여태 착각하고 살았나. 내가 가진 돈. 내 손에 든 물건. 당연히 내 손에 들어올 물건. 게다가 믿었던 사람도 다 내 것, 내 사람이라는 이 공고했던 믿음. 이것이 흔들리다니! 그 공포와 소유에 대한 의심은 자본주의 세계에서 온 내게는 낯선 충격이었다. _80p.
언제부터인가 두 사람은 각자의 영역을 인정해주고 참견하지 않는다. 집에서도 각자의 방에서 일하고 잠들지만, 거실과 부엌에서 함께 먹고 이야기한다. '따로 또 같이'. 이것이 그들 부부의 공존 스타일이다. 돈독하게 우정을 나누는 오랜 친구처럼. 신뢰를 쌓은 동업자처럼, 애증과 연민이 공존하는 모자처럼 그들의 삶은 공동운명체로서 그럭저럭 굴러가는 듯했다. 그 거리감이 깨질 때, 오히려 더 가까워질수록 문제가 생긴다. 여행이 위험한 건 그런 이유일 것이다. _265p.
#베로니카의눈물
#권지예 #한국소설 #하정우추천
#은행나무 #까망머리앤의작은서재
#추천소설
본 서평은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아 개인적인 감상으로 작성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