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 미 바이 유어 네임 - 《그해, 여름 손님》 리마스터판 콜 미 바이 유어 네임
안드레 애치먼 지음, 정지현 옮김 / 잔(도서출판)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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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중에!" 그 한마디, 그 목소리, 그 태도.

헤어질 때 '나중에'라고 말하는 사람은 지금껏 한 번도 보지 못했다. 굳이 다시 만나거나 연락하고 싶지 않다는 무심함을 가린 냉정하고 퉁명스러우며 어쩌면 상대방을 무시하는 듯한 말이라고 여겼다. 그를 생각하면 떠오르는 첫 번째 기억이 바로 이 한마디다. _10p.

소설도, 영화도 유명한 '콜 미 바이 유어 네임' 퀴어 소설로 알려진 이 책이 개정의 개정을 거듭하며 북 커버가 바뀌고 최근 출간된 리마스터판으로 읽게 되었다. 이탈리아의 작은 마을의 해안가 별장, 여름이면 아버지의 번역 작업을 위해 여름마다 방문하는 손님들을 위해 자신의 방을 내어주고 손님을 맞이하는 열일곱의 소년 엘리오, 그해 여름엔 곧 출간을 앞둔 24살의 젊은 학자인 올리버를 초대하고 미성년자인 엘리오는 누구에게나 매력적이고 인기가 많은, 자신과도 이야기가 잘 통한다고 생각하는 올리버에게 빠져들게 되는데 묘하게도 올리버도 엘리오를 피하는 것 같기도 하고, 당기는 것 같기도 하단 말이지...

로맨스 소설도 꽤 읽었고, 그중 퀴어 소설들도 간간이 읽어왔지만 격이 다른 글을 읽은 느낌이랄까? 일반적인 남녀의 사랑보다 더 자극적으로 느껴지지만 엘리오가 올리버를 바라보며 이야기하는(회상하는) 사랑이라는 감정에 대한 설렘, 울렁이는 감정들과 확인하고 확인받고 싶은 감정이 일렁이는 파도처럼 춤을 추다 이내 나를 잠식해버리는듯한 기분이었다.

이 책이 단순히 퀴어 소설로서의 자극적인 면만 강조했다면 이렇게 유명해지지 않았을 것이고 많이 읽히지 않았을 것이다. 이미 여름의 이탈리아, 별장, 여름 손님, 자유로운 분위기 등등 시작부터 반할만한 요소들을 모두 가지고 있지만 읽기 시작했을 때, '읽다가 덮고 싶어지면 어쩌지?'라는 생각이 무색하게도 멈출 수 없는 글이었다. 철학, 음악 그들의 의식세계의 교감은 그들 사이의 미묘한 분위기를, 함께 거닐었던 파리의 골목을, 서로에게 닿고 싶었지만 세월을 뛰어넘어 다시 마주하게 된 현재에 이르러 그들이 다시 서로의 이름을 불러주게 될지 여운을 남기고 있다. '첫 문장부터 마지막 문장까지' 놓칠 수 없는 감정과 문장들로 가득한 책이다. 이들의 다음 이야기인 '파인드 미'를 읽어볼 차례다.

내 눈의 빛, 내 눈의 빛, 당신은 세상의 빛, 내 인생의 빛 같은 사람이에요. 내 눈의 빛 같은 사람이라는 말의 의미를 몰랐고 대체 어디서 튀어나왔는지 의아했지만 말도 안 되는 그런 표현에도 눈물이 나왔다. _111p.

배신자. 그의 방문이 끽 하고 열렸다 닫히는 소리가 들리기를 기다리면서 생각했다. 배신자. 우리는 얼마나 쉽게 잊어버리는가. 어디 안 갈게. 물론 그렇겠지. 거짓말쟁이.

나 역시 배신자라는 사실을 그때는 알지 못했다. 해변 가까이 있는 집에서 오늘 밤 나를 기다리는 소녀가 있었다. 그녀는 이제 매일 밤 나를 기다리는데 나는 올리버와 마찬가지로 그녀에 대해 조금도 생각하지 않았다. _125p.

서점 주인은 스탕달의 <아르망스> 두 권을 내놓았다. 하나는 문고본이고 하나는 비싼 양장본이었다. 충동적으로 둘 다 구입하고 아버지의 이름으로 달아놓았다. 직원에게 펜을 빌려서 양장본을 펼치고 적었다. "Zwischen Immer und Nie, 침묵 속에서 당신에게 1980년대 중반 이탈리아 어딘가에서." 세월이 흘러 그가 여전히 이 책을 가지고 있다면 보고 가슴 아프기를 바랐다. _136~137p.

예상치 못한 무언가가 우리 사이를 말끔하게 치워 주는 것 같았다. 나이 차이도 나지 않고 그저 두 남자가 키스하는 것뿐이었다. 하지만 그 생각도 이내 녹아버렸다. 두 남자가 아니라 그저 두 인간일 뿐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 순간에 평등함이 느껴진다는 사실이 좋았다. 그저 나이가 더 적고 더 많은 두 사람이 인간대 인간, 남자 대 남자, 유대인 대 유대인으로 존재한다는 느낌이 좋았다. _170p.

"너희 둘은 아름다운 우정을 나눴어. 우정 이상일지도 모르지. 난 너희가 부럽다. 내 입장에서 말하자면 대부분의 부모는 그냥 없던 일이 되기를, 아들이 얼른 제자리로 돌아오기를 바랄 거다. 하지만 난 그런 부모가 아니야. 네 입장에서 말하자면 고통이 있으면 달래고 불꽃이 있으면 끄지 말고 잔혹하게 대하지 마라. 밤에 잠을 못 이룰 만큼 자기 안으로 침잠해 들어가는 건 끔찍하지. 타인이 너무 일찍 나를 잊는 것 또한 마찬가지야. 순리를 거슬러 빨리 치유되기 위해 자신의 많은 부분을 뜯어내기 때문에 서른 살이 되기도 전에 마음이 결핍되어 새로운 사람을 만나 다시 시작할 때 줄 것이 별로 없어져 버려. 무엇도 느끼면 안 되니까 아무것도 느끼지 않으려고 하는 건 시간 낭비야!" _283~284p.

20년 전은 어제이고 어제는 좀 더 이른 오늘 아침일 뿐이다. 아침이 오려면 까마득했다.

"나도 너와 같아. 나도 전부 다 기억해."

나는 잠시 멈추었다. 당신 전부 다 기억한다면, 정말로 나와 같다면 내일 떠나기 전에, 택시 문을 닫기 전에, 이미 모두에게 작별 인사를 하고 이 삶에 더 이상 할 말이 남아 있지 않을 때, 장난으로도 좋고 나중에 불현듯 생각나서라도 좋아요, 나에게 큰 의미가 있을 테니까, 나를 돌아보고 얼굴을 보고 나를 당신의 이름으로 불러 줘요._315p.

#콜미바이유어네임

#안드레애치먼 저/ #정지현

#도서출판잔 #잔 #테마소설 #소설

#까망머리앤의작은서재 #북스타그램 #책스타그램

#callmebyyourname #anovel #book

본 서평은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아 개인적인 감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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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독립적인 여자 강수하 - 냉정한 분노로 나를 지키는 이야기
강수하 지음 / 원더박스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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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근 10년간 지켜본바, 그는 부모님이 올라오실 때마다 꼭 뵙는 타입은 아니었다. 예전의 그였다면 분명 크리스마스에 나와 단둘이 시간을 보내는 것 외에는 다른 것은 상상도 하지 않았을 것이다. 나는 그때 확신할 수 있었다. 이 남자는 지금 결혼을 앞두고 변하고 있었다.

"너 철드니?" 내가 묻자 남자 친구는 "그 말, 부정적 의미인 거지?"라고 되물었다.

우리는 크리스마스에 집에서 영화 <크리스마스의 악몽>을 보며 시간을 보냈다. 그렇게 우리는 행복하게 살았습니다.라고 결말이 나면 좋겠지만 우리에겐 아직 결혼이라는 숙제가 남았다. 한국 사회에서 결혼이란 어떤 것일까? 왜 결혼을 하면 철이 들까? 혹시 나도 철이 들까? 그러고 싶지 않은데, 앞으로 우리의 결혼 생활은 어떻게 될까? 나는, 그리고 너는 어떻게 변하게 될까? _92~93p.

다들 이렇게 살아가니까,라는 생각으로 살아가던 시절도 있었다. 시대가 변하고 생활양식이 변하고 있음에도 가정 내에서 여자들에게 요구하는 행동양식은 크게 변하지 않았으며 교묘하게도 그것이 가정의 행복을 위해, 너의 행복을 위한 일이라고 설득당하며 살아간다. 정말 자신이 원하는 대로 살아가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저 사람은 정말 행복한 걸까?라는 생각해보기도 했다.

딱히 독립적일 필요 없이

그냥 존재하는 것만으로도

모두가 괜찮아졌으면.

<아주 독립적인 여자 강수하> 감성적으로 보이는 책장을 펼치면서도 크게 기대하지 않았지만, 페이지를 넘길수록 놀라웠다. 이렇게 솔직할 수가!!! 자신의 삶에 대한 또렷한 생각이, 그리고 함께 살아가는 사람과의 결혼을 결정함에 있어서도 자신의 주관은 지키되 상대에 대한 배려도 놓지 않는 강수하라는 사람의 이야기에 빠져들게 된다. 넘치는 애정을 받아보지 못했고, 조금은 행복하지 못한 가정에서 자랐으며 인생의 첫 독립을 하면서 홀가분하다고 생각한다. 의존하지 않는 삶을 살고 자신의 삶을 살아갈 수 있게 되었던 건 그녀가 겪었던 어린 시절을 바탕으로 현실을 오롯하게 자신의 인생으로 살아가고자 했던 강수하의 의지와 노력이 있기에 가능하지 않았을까? 자신의 이야기를 하면서도 수없이 질문을 하고 답을 하는 그녀의 글을 읽으며 오늘을 살아가는 여자들이 자신의 목소리를 내는데 조금 더 용기를 내도 좋지 않을까? 함께 이야기하며 바꿔나가야 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해보게 되었던 글이다. 강한 사람도 아니면서 꿋꿋한 강수하의 글은 때론 너무 슬프지만, 슬며시 미소가 지어지는 글이기도 하다. 이렇게 힘주어 살지 않아도 되는 날들이 오기를... 가부장제가 주는 모멸감 속에서 자신을 지키기 위해 끊임없이 분투하는 강수하의 이야기, 앞으로도 계속 만나보고 싶다.

만약 우리가 결혼을 하지 않은 채로 관계를 계속 유지한다면 이마에 이렇게 써 붙이고 다니기라도 해야 할 것 같았다. "우리는 무슨 문제가 있는 게 아니라 그냥 결혼을 안 하는 것뿐이에요." 그래서 결국엔 결혼을 준비함에도 불구하고 나는 늘 결혼하는 이유를 내 안에서 찾지 못해서 자괴감이 들었다. 그런데 이제는 알겠다. 우리의 결혼은 가부장제로부터의 지령이었다. 나는 그것도 인식하지 못하고 멍청하게 그 망할 가부장지에 굴복하고 그들의 요구에 따랐다. _122p.

나라도 나의 자아를 다시 꽉 붙잡아 본다. 나는 아무개가 아니라 강수하다. 타인의 행복을 위한 도구가 아니다. 박 씨 집안 역할놀이의 마지막 퍼즐 조각이 아니다. 그리고 그런 것은 그들이 말하는 가족의 정의와도 거리가 멀며, 나는 내가 컨트롤할 수 있는 나의 가족이 따로 있다. 명절마다 꼭 한 번씩은 이혼을 마음속에 떠올려 보게 된다. 내가 결혼만 안 했어도 이런 부당한 채무 관계없이 자유롭게 살 텐데, 하고 생각한다. 아마 이혼만이 이 문제의 유일한 탈출구이자 근본적인 해결책일 것이다. 애초에 나는 남편과는 맞아도 결혼과는 맞지 않는 사람이었으니까. _142~143p.

연애도 결혼도 스펙처럼 간주하는 분위기 속에서 나도 내 스스로를 연애 시장의 매물로 내놓기를 게을리하지 못했다. 그게 얼마나 나를 피곤하게 만드는 일이었는지. 나를 행복하게 해 주는 것은 연애나 결혼이 아니라 취미, 친구, 성취감 같은 것이었다.

나는 파트너가 있을 때나 없을 때나 스스로 행복할 수 있는 사람이었다. 그러니까 지금의 안정감과 행복은 원래 내 것이어야 했다. 싱글 시절의 나도, 동거 시절의 나도 응당 누렸어야 마땅한 것이었다. _229p.

#아주독립적인여자강수하 #강수하

#원더박스 #에세이 #페미니스트

#까망머리앤의작은서재

본 서평은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아 개인적인 감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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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이 하찮니 - 스스로 방치한 마음을 돌아보고 자존감을 다시 채우는 시간
조민영 지음 / 청림Life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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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존재는 어떠한 기준으로도 평가받을 수 없으며 그 누구에게도 입증할 필요가 없다. 당신이 태어나는 순간, 당신은 이미 우주 도서관에 단 한 권뿐인 유일한 책으로서 등록을 마쳤다. 생명을 받은 그 순간부터 당신은 이미 소중한 존재였다. 그 이후에 생겨난 일들은 그저 당신의 책에 적히고 있는 독특한 이야기일 뿐이다. 인생은 성공과 실패로 판가름하는 시험장이 아니라 내가 만들어가는 하나의 이야기다. _257~258p.

성공을 향해 자신의 일상을 다그치며 살아온 저자 조민영이 직접 체험한 번아웃은 충격적일 수밖에 없었다. 모든 에너지가 고갈된 상태. 자신의 삶을 다시 돌아볼 수 있었던 건 글쓰기와 자신의 마음을 들여다보는 시간을 통해서였다. 번아웃을 떨치고 일어난 저자가 자신의 제자들에게 제대로 된 보충수업을 해주고자 시작된 '마음 보충 수업'은 64명의 제자들과 이야기하며 자신의 마음을 하찮게 여기면서 겪어야 했던 시행착오들의 적나라한 기록이다. 옛 제자들과 매주 한 두 명씩 만나는 과정에서 그들이 처한 상황은 달랐지만 문제를 일으킨 마음의 패턴은 너무나 비슷했다고 한다. 저자를 번아웃으로 내몰았던 마음의 패턴과도 너무도 닮아있었다고 한다. 완벽주의, 통제 욕구, 헛된 기대, 착한 사람 콤플렉스 등으로 늘 지쳐있는 현대인.

“나만 이렇게 피곤하게 사는 건가 고민하고 있다면

나쁜 마음의 논리에서 벗어나야 한다!”

마음의 안부를 물어야 하는 시대를 살아가고 있다. 날선 긴장감으로 하루하루를 살아가고, 잠재되어 있던 생각지도 못한 감정들에 문득 놀라기도 하지만 그저 그렇게 넘기곤 했던 시간들. 별생각 없이 페이지를 넘기며 저자가 처한 위기의 상황, 그리고 번아웃을 떨치고 일어나 자신의 마음을 들여다보며 치유해가는 과정들과 다양한 사례를 들어 하는 이야기들은 때론 나의 이야기였다.

오늘의 나는 괜찮은지, 나를 소진시켜가며 살아가고 있진 않은지, 우리는 조금 더 마음을 들여다보며 살아가야겠다.

가족 규칙이란 건 원래 가족 전체의 안위와 가족 구성원들의 행복을 위해 정해진 최소한의 마지노선이 되어야 하는데, 오히려 그로 인해 삶이 더 불편하고 곤란하고 번거로워진다면? 그것이 누구를 위한, 무엇을 위한 규칙인지를 다시 생각해봐야 한다. ... (중략)... 이제는 나의 행복과 자유를 옥죄고 있는 이런 수많은 틀과 규칙들의 리스트를 작성해서 하나하나 따져볼 필요가 있다. 나는 어쩌다 이런 규칙들을 받아들이게 되었는지, 누가 이런 규칙들을 나에게 강요했었는지, 상대방에겐 이런 규칙들이 왜 그렇게 중요했는지, 그리고 이 규칙들이 지금 내 삶을 얼마나 구속하고 있는지를 말이다. 그렇게 하나하나 따져 보니 내가 고집해온 규칙들이 항상 진실도 아닌 데다 더 이상 내 삶에서 효율적이지도 않다면 거기서 벗어나려는 용기를 내야 한다._88~91p.

좋은 결과를 약속할 만한 그 어떤 노력도 하지 않은 채 막연히 기대하는 것은 ‘요행을 바라는 것’이다. ‘난 아무것도 하지 않았지만, 그래도 이런 걸 갖고 싶어!’ 하는 마음이다. _128p.

우리의 삶은 파도와 같다. 파도 위에 떠 있는 순간에는 가만히 있어도 흔들리고 요동치지 않을 도리가 없기 때문이다. 우리가 제아무리 안정적으로 살려고 애를 써도 파도 위에선 그런 시도가 다 헛된 것이 되고 만다. 파도 위에 살면서, 안정적일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파도를 타고 움직이는 것이다. 파도를 따라 계속 변화해야만 살 수 있다. _167p.

#마음이하찮니

#인문 #심리

#조민영 #청림라이프 #청림출판

#까망머리앤의작은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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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만 그런 게 아니었어 - 모든 여성에게는 자기만의 이야기가 있다
스칼릿 커티스 지음, 김수진 옮김 / 윌북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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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우리는 급변하는 시대에 살고 있다. 가늠할 수 없을 정도로 오랜 세월 침묵했던 여성들이 세상을 향해 해묵고 억눌렸던 분노를 표출하고 있다. 우리는 모두 화가 나 있다. 마땅히 그럴 만하다. 침묵과 수치의 족쇄에서 벗어나기 위해 우리는 분노해야 했다. 우리의 목소리를 내기 위해 문을 때려 부수고 미친 듯 외쳐야만 했다. 우리 자신의 목소리를 듣기 위해서라도 그래야만 했다. _64p #앨리슨수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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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오늘을 살아가는 여성들의 이야기다. 각계각층, 다양한 나라, 다양한 인종의 여자들이 이야기하는 단순히 '여자'라는 이유만으로 겪어야 했던 생각들을 이야기하는 글이다. 저자는 페미니즘에 이르는 길이 사람마다 다르지만 책에 소개되는 이야기들을 5단계의 페미니즘으로 나누어 소개하고 있다.

깨달음 / 분노 / 기쁨 / 시와 함께 쉬어가기 / 행동 / 교육

여성을 억압하는 가부장제, 그 억압과 혐오 체제에 맞선 여성운동은 오래전부터 활발하게 전개되어 왔고 그 중심엔 여성들이 있어왔다는 사실을 보여주기 위해 자신의 소리를 내어준 54명의 여성들이 자신의 경험을 이야기하는 여성들의 목소리는 우리가 생각하는 페미니즘이 어려운 것이 아니라는 것을 이야기하고 있다. 편하게 읽히기도 하지만, 생각은 무럭무럭 많아지는 글이기도 하다. 지금 이 순간에도 다양한 매체를 통해 페미니스트가 된다는 것, 페미니스트 다운 것의 의미를 끊임없이 정의하고 재정의되고 있다. 보다 많은 이들이 함께 읽고 이야기해봤으면 했던 글이다.

페미니즘 ; 여성의 권리 및 기회의 평등을 핵심으로 하는 여러 형태의 사회적∙정치적 운동과 이론들을 아우르는 용어.

페미니스트 ; 페미니스트는 페미니즘을 따르거나 주장하는 사람을 이르는 말로, 여기서 페미니즘은 성 차별적이고 남성 중심적인 사회구조로 인해 여성에게 주어지는 억압에 저항하여 성 평등을 이룩하고자 하는 사상을 말한다. 이는 '여성의 특질을 갖추고 있는 것'이라는 뜻을 지닌 라틴어 '페미나(femina)'에서 파생했다. 국립국어원 표준국어 대사전은 페미니즘을 '성별로 인해 발생하는 정치ㆍ경제ㆍ사회 문화적 차별을 없애야 한다는 견해'라고 정의하고 있다. [네이버 지식백과] 페미니스트 (시사상식사전, pmg 지식엔진연구소)

이 책에 참여한 여성은 모두 대단한 사람들이다. 그렇지만 그들 대부분은 아마도 독자 여러분보다 페미니즘 지식을 훨씬 많이 가지고 있지는 않을 것이다. 페미니스트가 되는 것, 그리고 페미니스트 투쟁을 벌이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탐색하는 일은 일생 동안 이어지는 작업이다. _16p.

내 친구 Y는 한동안 사장님이라는 닉네임을 썼다. 사장님이 되고 싶은 거냐고 놀렸는데 알고 보니 남자들은 쉽게 사장님이라는 호칭을 획득하는데 여자들은 그렇지 못한 현실을 비판하는 의미가 담겨있는 거라는 사뭇 진지한 답변을 주었다. 부르는 사람들이 그 심오한 뜻을 알았을지 여부는 알 수 없다. 난 아마도 이번 생에서 아가씨, 언니, 아줌마, 사모님 소리를 들으며 살아갈 것이다. 운이 좋아 칠십이 넘어서까지 살 수 있다면 할머니 소리도 들을 것이다. 어떤 호칭으로 불려도 나의 본질은 변하지 않는다. 그렇다면 호칭은 크게 의미 없을지도 모르겠다. 그럼에도 존중받고 싶다.

내가 존중받고 싶기에 다른 사람도 존중하고 싶다.

호칭에는 그 사람을 어떻게 생각하는지가 담겨 있다.

난 어떤 가게에 가면 '사장님'이라는 호칭을 쓰기 위해 노력한다. 사장님이 아니면 어떻게 하냐고? 상관없다니까? _170p. #은하선

#나만그런게아니었어 #스칼릿커티스 저/ #김수진

#윌북 #사회정치 #페미니즘

#까망머리앤의작은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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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켄슈타인 허밍버드 클래식 M 2
메리 셸리 지음, 김하나 옮김 / 허밍버드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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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는 과학이란 학문에 관심이 없었기에, 나는 천지사방 분간 못 하는 갓난아이처럼 과학 앞에 방치돼 있었소. 더구나 지식에 대해 목마름까지 느끼면서. 하지만 그 책들 덕분에 나는 스승의 안내에 따라 현자의 돌과 불멸의 영약을 찾는 연구에 성실히 임할 수 있게 되었소. 얼마 지나지 않아 내 관심은 불멸의 영약에 오롯이 집중되었소. 불멸의 영약으로 부를 얻을 생각은 조금도 없었소, '나의 발견으로 인해 연약한 인간을 질병에서 자유롭게 하고, 끔찍한 죽음으로부터도 지켜 낼 수 있다면 그 얼마나 큰 영예일까!'_71p.

초반에 책장이 넘어가지 않더니, 중반 이후부터 폭풍전개. 빅터의 운명을 흔든 자연철학은 잉골슈타트 대학교에 입학하면서 점점 광적으로 빠지게 되고 그는 자신의 발명이 인간을 질병에서 자유롭게 하고 끔찍한 죽음으로부터도 지켜낼 수 있다면! 이란 생각에 이르게 되고 죽은 사체들로 피조물을 만들어내기에 이른다. 자신이 만든 과물에 놀라서 도망쳐버린 빅터. 그리고 몇 년의 세월이 흘러 다시 마주하게 된 피조물과의 대화는 너무나 설득적이고 논리적인 대상의 이야기에 애틋한 마음이 들게 된다. 프랑켄슈타인이 빅터가 만들어낸 괴물을 지칭하는 게 아니었다는 게 또 충격..

프랑켄슈타인 막연하게나마 스토리는 알고 있었지만, 이렇게 빠져들게 될 줄은 몰랐다. 문고본처럼 작고 가벼운 책이라 외출하는 길에 패딩 점퍼 주머니에 넣고 다니며 짬짬이 읽다 보니 하루에 완독.

빅터와 마주한 피조물이 쏟아내는 말들을 읽으며 그의 절절한 외로움과 이성적이고 설득력 있는 말에 빠져들고 만다. 자신의 궁금증과 호기심에 생명을 부여한 피조물이 너무도 괴물같아 도망쳐버리고 책임을 회피하려 했던 빅터, 부여받은 생을 살아내기 위해 노력했던 피조물. 단지 외형이 괴물같고 흉측하다는 이유로 배척받았던 이의 마음에 남은 상처가 그 과정이 너무도 절절하다. 그 말들이 너무 아파서, 감정이입이 돼서 후반부로 갈수록 애틋해지는데 그 서사가 참 대단하다고 느껴졌던 글이다. 필사해두고 싶어 발췌해둔 문장이 너무도 많았던 글, <프랑켄슈타인> 이 책을 읽어보지 않은 사람이 없었으면 좋겠다. 다른 출판사의 출간본들도 한 권씩 읽어볼 책으로 찜!!!

명작 뮤지컬, 오페라가 원작인 고전소설 읽기, 해마다 시도는 해봤지만 잘되지 않았던 건 왜일까? 흐릿하게 마나 알고 있는 내용이라 작정하고 읽지 않으면 읽게 되지 않는데 예쁜 책이 읽기도 좋다(?). 허밍 버드 클래식M 이라면 읽고 싶어지지 않을까? 책의 디자인도, 글의 폰트도 종이의 질도 무게도 모두 합격점인 소장하고 싶어지는 시리즈 허밍버드 클래식M 앞으로 출간될 책들도 기대가 되는 시리즈다.

아름답던 사람의 몸이 어떤 식으로 변질되어 썩어가는지, 죽음이 가져온 부패가 홍조가 앉았던 뺨을 어떻게 잠식해 나가는지, 어떤 방법으로 구더기가 기적과도 같았던 눈과 뇌의 자리를 꿰차는지, 그 모든 과정을 지켜봤단 말이오. 그러다 문득하던 일을 멈춘 나는, 인과관계의 모든 세부 사항을 검토하고 분석했소. 예를 들자면 삶에서 죽음으로의 변화, 죽음에서 삶에서의 변화, 그 과정의 인과관계 말이오. 바로 그때, 짙은 어둠 속에서 한 줄기 빛이 새어 나오더니 나를 비추었소. 방금 내가 말했던 그 세부 사항들, 그 방대한 양에 아찔함을 느끼고 있을 때, 무척이나 경이롭고 훌륭한 광명이, 그러면서도 단순하기 그지없는 생각이 나를 찾아온 거요. 같은 질문을 품고 같은 걸 연구하던 수많은 천재 중에서 나만이, 오직 나만이 그 충격적인 비밀을 밝혀냈다는 사실이 놀라울 따름이었소. _91p.

나는 사람의 형체를 한 피조물을 만들기 시작했소. 미세한 부분을 가지고 씨름하느라 속도를 낼 수 없자, 나는 처음 계획했던 것과 달리 크기를 거대하게 키웠소. 키를 240센티미터 정도로 잡고, 나머지도 비율에 맞게 크기를 키웠으니 말 그대로 거대했지. ... (중략) 생사의 문제는 내가 제일 먼저 깨부수고 어둠이 드리운 이 세상에 폭포 같은 빛을 들이부어야 하는 부분이었소. 내게는 완벽한 경계선이었달까. 새로운 종의 탄생으로 행운이라고밖에 말할 수 없는 우월한 존재들이 나로 인해 존재하게 될 것이고, 그들은 나를 만물의 근원이자 창조주로 받들 테니까 말이오. 아버지로서 자식에게 은혜의 보답을 요구할 자격을 따질 때, 나보다 자격이 충분한 사람이 있을 리 없니. 생각이 이런 식으로 흘러가다 보니, 내가 무생물에 생명을 부여할 수 있다면 썩어 가고 있는 시체도 부활시킬 수 있겠다는 생각까지 하게 됐소 (지금은 그게 불가능하단 걸 알지만 말이오). _94~95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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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가족도, 애정도 제 몫이 아니라면, 증오와 악의가 제 몫일 테지요. 하지만 단 하나의 존재만이라도 저를 아껴 준다면, 저는 그 누구도 알지 못하는 존재로 살아갈 겁니다. 제가 끔찍하게 여기던 외로움이 이 악의를 낳은 것이니, 제가 똑같은 존재와 함께 살 수만 있다면 제가 가진 좋은 점들이 자연히 되살아나지 않겠습니까? 저는 감정을 가진 존재로부터 사랑받으며, 지금까지 누려 보지 못한 가족을 이뤄 함께 역경을 헤쳐 나갈 겁니다. _264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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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남자가 품에 안을 아내를 얻고 모든 짐승이 짝을 두거늘 나는 혼자여야 한다고? 한때 나도 애정이란 감정을 가졌으나, 내가 건넨 감정은 혐오와 경멸로 되돌아왔어. 이봐, 인간! 듣고 싶진 않겠지만 이건 알아둬! 앞으로는 시간 가는 게 두렵고 절망스러울 거야. 조만간 벼락이 내리쳐 네게서 행복을 영원히 빼앗아 갈 테니까. 내가 절망의 바닥에서 아등바등 기어 다니는데도 네가 행복할 줄 알았어? 네가 내 다른 욕망을 다 날려 버릴 수 있다 해도 내 복수심만은 못 건드려. 그래, 복수. _299p.

제가 얼마나 비참한지 알아 달라는 의미는 아닙니다. 어차피 이런 제 마음을 알아줄 사람도 없겠지만 말입니다. 맨 처음 누군가가 알아주길 원했던 제 감정은 바로 사랑이었습니다. 저라는 존재에서 넘쳐흐르던 행복이란 감정과 애정이란 감정, 저는 그 감정을 누군가와 나누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그런 좋은 감정은 이제 다 사라져 희미한 흔적만 남았습니다. 행복과 애정은 쓰라리고 지긋지긋한 절망으로 변모했으니까요. 이런 상황에서 제가 무슨 감정을 나눈단 말입니까? 이 고통이 계속되는 한 저는 홀로 괴로워하는 것에 만족합니다. ... (중략)... 프랑켄슈타인, 편히 쉬십시오! _390~394p.

#허밍버드M클래식 시리즈

#01지킬박사와하이드씨 #02프랑켄슈타인 이 출간되었고

#오페라의유령 #두도시이야기 #젊은베르테르의슬픔 등이 출간될 예정이라고 합니다.

스토리는 대략 알고 있지만, 읽어봐야지! 하고 쉽게 마음먹어지지 않는 고전,

어렵다 하시는 분들은 허밍버드M클래식 시리즈로 시작해요~

#프랑켄슈타인

#메리셸리 저/ #김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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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서평은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아 개인적인 감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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