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 못 드는 너에게 웅진 모두의 그림책 26
백미영 지음 / 웅진주니어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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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적인 생활을 반복하는 아이들에게도 가끔, 잠이 오지 않아 잠들기 힘겨운 밤은 있는 것 같다. 꼬꼬마 조카들이 제주로 이주하기 전, 종종 조카들과 1박 하러 가곤 했는데, 오랜만에 오는 이모 때문인지, 꼭 조카 한 둘은 잠을 이루지 못하고 결국 엄마 곁에서 잠이 들곤 했는데... 잠들지 못하는 아이들에게 잠들지 못하는 꼬마의 여행을 한 페이지 한 페이지 넘기며 읽어가다 읽어가다 보면 아이들도, 책을 함께 보는 어른에게도 나른한 잠이 찾아들 것 같은 그림책이다. 책의 맨 뒷장엔 원작 애니메이션 QR코드도 있으니 영상도 찾아보자.

까만 밤, 꿈속을 여행하는 듯한 그림은 상상력을 키워주는 한편 그림을 보며 차분해지는 기분이 들게 한다. 잠으로, 꿈으로 여행해 들어가는 기분이랄까? 잠이 오지 않는 밤, 멍하니 페이지를 넘기다 보면 숙면할 수 있을 것 같은 「잠 못 드는 너에게」는 쉽게 잠들지 못하는 아이에게도, 어른에게도 선물하고 싶은 책이다.

저게에 있어 꿈은 설레고 두근거리는 만남입니다.

오늘 밤 여러분만의 물고기가 나타나 모든 걱정을 잊을 수 있는

즐거운 꿈의 세상으로 데려다주기를 바랍니다. _ #백미영

#잠못드는너에게 #백미영 #그림책 #웅진주니어 #까망머리앤의작은서재

#웅진북적북적 #유아그림책 #아동그림책

본 서평은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아 개인적인 감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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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인드 미 - 《콜 미 바이 유어 네임》 속편 콜 미 바이 유어 네임
안드레 애치먼 지음, 정지현 옮김 / 잔(도서출판)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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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쉬움의 여운이 컸던 『콜 미 바이 유어 네임』 을 읽고, 속편인 『파인드 미』를 아껴가며 읽었다. 속편의 구성을 전혀 모른 채 읽기 시작했을 땐 '어? 새로운 이야기야? 속편이 아니었어?'라는 생각이 들었는데 속편의 구성은 엘리오의 아버지인 새뮤얼, 엘리오, 올리버, 그리고 엘리오와 올리버의 이야기 총 4편의 단편 형식으로 진행된다.

기차에서 만난 미란다에게 조금의 관심이 생겼던 새뮤얼은 그녀와 이야기를 하며 걷잡을 수 없이 빠져드는 자신의 감정에 당황스러운데, 그녀마저 그에게 호감을 갖고 있는 듯하다. 특히 많은 분량이었던 새뮤얼의 이야기는 로맨스는 사랑이라는 감정을 깨달았을 때 그 순간 얼마나 용기를 내어 다가갈 수 있는지, 그 순간을 흘려보내도 후회하지 않을 수 있는지를 생각해보게 된다. 어쩌면 이전적인 『콜 미 바이 유어 네임』 엘리오와 올리버가 서로에게 조금 더 용기를 내었더라면 더 많은 이야기를 했더라면 긴 세월을 돌아가지 않았을지도..

읽으면서 살짝 거슬렸던 부분은 서로의 감정을 확인하는 동안은 존대하던 두 사람이, 서로에 대한 확신이 드는 순간 급 반말 모드? 처음부터 나이로 밀고 반말로 시작하거나, 아니면 그대로 존대하는 방향이 더 좋지 않았을까? 사실 읽다가 이 부분에서 뭔가 탁, 틀어지는 기분이 들어서 집중이 잘.... 세대를 이어 진행되는 이야기는 사랑에 대한 감정은 시간이 흘러 변할 것인가? 마음에 담아둔 사람, 변하지 않는 마음은 추억만으로도 살아갈 힘이 되지만, 다른 이와의 만남을 통해 자신의 마음을 더욱 자각하게 되는 엘리오와 올리버, 그들은 서로를 찾았을까? <개인적으론 『콜 미 바이 유어 네임』 승!>

"사람을 안 좋아하는 거예요, 아니면 사람한테 질려서 예전에는 왜 흥미를 느꼈는지 아무리 애써도 기억나지 않는 거예요?" _18p.

두 개의 평행선에서 삶을 살아야 한다고 주장할 사람은 없겠지만 누구에게나 여러 개의 삶이 있어. 하나의 삶이 다른 삶 아래에 끼워졌거나 나란히 있지. 한 번도 살아진 적 없는 삶은 제 차례를 기다리고, 생을 다 채우기 전에 죽어 없어지는 삶도 있고, 충분히 살아지지 않아서 다시 살아지기를 기다리는 삶도 있지. 기본적으로 우린 시간을 어떤 식으로 생각해야 하는지 몰라. 시간이 시간을 이해하는 방법은 우리와 다르고 시간은 우리가 시간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조금도 관심이 없거든. 또 시간은 우리가 삶을 어떻게 생각하는가에 대한 불안정하고 못 미더운 은유이기 때문이지. 궁극적으로 시간이 우리에게 잘못한 것도, 우리가 시간한테 잘못한 것도 아니기 때문이야. 어쩌면 잘못된 것은 삶 자체일 거야." _58~59p.

"물론 나도 비밀이 있지. 누구나 있어. 모든 인간은 지구에 전체가 아닌 일부만 보여주는 달과 같아. 대부분은 자신을 온전하게 이해해 주는 사람을 평생 만나지 못해. 나도 사람들이 이해할 것 같은 부분만 보여 줘. 다른 사람들에게는 또 다른 부분을 보여주고. 아무에게도 보여주지 않는 어두운 부분이 항상 남아있지." _102p.

지나온 삶을 돌아보았을 때 가장 당황스러운 것은 사람이 다른 사람과의 첫날밤에 문을 간신히 조금만 열어 두고 나중에는 엄청난 수고까지 들여서 그 문을 아예 잠그려 한다는 사실이었다. 그녀가 맞았다. 사람은 상대를 알면 알수록 그 사람과의 문을 여는 게 아니라 오히려 닫아 버린다. _115p.

"일주일만 더, 한 달만 더, 한 계절만 더. 내게 한 번의 삶을 더 달라는 뜻이야. 겨울을 함께 보내게 해 줘. 봄이 되면 넌 투어를 떠나지. 오늘 속속 들여다보니 역시나 너에게는 한 사람뿐이라는 걸 난 알아. 그게 내가 아니란 것도." _245p.

#FINDME #AndreAciman

#파인드미 #안드레애치먼 #정지현 #소설 #잔 #까망머리앤의작은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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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라는 보통명사
조소담 지음 / 21세기북스 / 201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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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에 빠진 기간엔 항상 생각했다. 내가 글로 적지 않는 날에도 나의 하루는 사라지지 않는다고. 내가 지쳐서 기억하지 못할 순간까지도 당신이 기억해 줄 테니까. 그렇게 '당신'이란 보통명사에 의존해온 기억들은 어느 날 한숨에 모두 사라졌다. 나는 나의 인생을 복원하지 못한다. '당신'들에게 맡겨둔 어떤 순간들의 의미. 그렇지만 그 기억을 되돌려 받을 수 있는가. 기억의 조각들만 가지고, 사람들은 저마다의 길로 흩어진다. _ #당신이라는보통명사

온라인 서점을 둘러보다 책의 제목을 보고 반해 꼭 읽어보리라 생각했던 책이다. 마침 밀리의 서재 한 달 체험 기회가 생겨서 읽을 책들을 주섬주섬 챙기다 눈에 띄어 바로 읽었던 「당신이라는 보통명사」. 문득 작가의 프로필이 궁금해져 찾아보니 20대 여성 CEO, 유리천장을 깬 여성, 영향력 있는 30세 이하 리더 등 꽤 다양한 수식어를 찾아볼 수 있다. 미디어 스타트업 [닷페이스]의 대표이기도 한 그는 문재인 대통령 직속기관 저출산고령사회위원 최연소 위원으로 위촉, 언론의 주목을 받기도 했다고 한다. 지금의 그를 있게 한 다양한 수식어들을 보며 앞으로 그녀의 행보가 조금은 기대되기도 한다.

보통의 연애, 보통의 청춘이라고 읽기엔 제목만 보고 선택한 책이 무색하게 거침없이 당당하며 적나라하다. 날 것의 감정을 마주하면 이런 느낌일까? 서투르고 지난한 시간들을 투명한 유리병에 담아 곱게 이름표를 붙인듯한 그녀의 글은 때론 부끄럽지만, 상대를 그대로 사랑하기보다 이해가 앞서지 않아 힘겨웠던 건 아닌가?라는 생각을 해보게 된다. 언젠가 모두 사라져버릴 기억들에 붙인 이름들... 우리에게 필요한 건 이해가 아니라 사랑이다. 네가 얼마나 외롭든 얼마나 초라하든.

사소한 순간들이 따가울 때가 있다.

하지 않아도 좋았을 말을 했을 때가 그렇다.

괜찮은 척, 태연한 척, 넉살 좋은 척 했던 이야기들.

스스로를 싫어하게 된다. _ #청첩장모임에다녀오다

특별한 일은 아무것도 일어나지 않는다.

하루하루가 쉽게 흐른다.

너무 쉬워서 살아있음을 제대로 느낄 수가 없다. _ #번아웃

나는 오늘도 누구와도 똑같지 않은 하루를 살았다.

너도 아마 그럴 테니까

서로를 이해할 수 없음에

실망하거나 노여워할 필요는 없는 거다.

아마 우리는 평생토록 서로를 온전히 이해할 수 없을 것이다.

그 간극이 가끔은 마음을 외롭게 하지만,

내 외로움이 깊은 만큼

너도, 우리도 모두 깊게 외롭겠구나.

이런 생각이 들 때면,

이해할 수 없는 누군가를 더 사랑하고 싶다. _ #이해할수없는사람들

우리는 사랑하고 사랑을 보내고 또 그 사랑이 언젠가 다시 찾아오는 모습을 상상한다. 그러나 나는 헤어짐의 장면을 그대로 잘 보존해두는 것이 대부분의 경우에 더 나은 일임을 알았다. 지나간 것은 이미 미화되었기에 우리는 그때보다 더 예쁘게 사랑할 수 없다. 머릿속에 필름이 여러 통 있는 것을 축복하는 편이 더 낫다. _ #나도오랜시간잔잔히누군가를사랑하고싶었지

#당신이라는보통명사

#조소담 #산문집 #에세이 #21세기북스 #까망머리앤의작은서재 #밀리의서재 #ebo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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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과 박티팔 씨의 엉뚱하지만 도움이 되는 인간 관찰의 기술
박티팔 지음 / 웨일북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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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 10시가 되면 아이들을 모두 다 재우고, 거실에 있는 기다란 스탠드 아래에 이상한 양탄자를 하나 깔아 내 영역을 확보한 다음, 그 밑에서 두 시간 동안 책도 읽고 웹툰도 보고 이것저것 하면서 시간을 보낸다. 하루 중 가장 행복한 시간이라 들뜬 마음으로 시간을 아껴 가며 노는데, 자칫 너무 밝은 표정으로 놀고 있으면 지나가던 남편이 함께 즐거운 놀이(?)를 하자며 꼬실 수도 있기 때문에 라마단을 보내는 승려처럼 약간 심각한 표정을 짓는다. 그리고 12시가 되면 다시 양탄자를 곱게 접어 내 흔적을 없앤다. _96p.

눈에 확 띄고 긴 제목, 닉네임이 분명한 '티팔'이라는 이름도 눈에 띄었지만 '인간관찰의기술'에 더 마음이 끌렸던 책이다. 회의 중에 이상한 소릴 내며 웃기도 하고, 학회에 갔다 편의점에서 먹던 떠먹는 피자가 맛있어서 학회를 째기도 한다. 낯선 이와의 대면은 죽기보다 괴로우며, 관심받는 걸 꺼린다. 결혼식은 허례허식 같아 싫다고 했다가 시어머니가 거품을 물게 했고, 잔소리가 많으신 시아버지께 '1일 1잔소리 제한'을 이야기해 시아버지를 기절시킨다. 하지만 이사한 집 열쇠는 제일 먼저 시어머니께 드리고, 시아버지가 해주시는 세차나 차 안의 실내 청소 등 타인의 손길을 반기는 티팔씨다. 자신의 시간을 확보하기 위해 심각한 표정으로 방해받지 않기 위해 꼼수를 쓰고, 갑작스러운 시댁 식구 방문 소식에 무작정 뛰쳐나가 5시간을 무작정 돌아다니며 자신만의 힐링을 하고 돌아온다. (남편의 큰소리쯤은 눈치 보는 척 두루뭉술 넘어가기! you win!!)

“이건 절대 내 이야기는 아니고 그냥 상상일 뿐이에요”라고 귀엽게 말하며 새침하게 앉아있고 싶기 때문이다. _30p.

마음이 편안해지는 공간, 편안한 소파, 잔잔한 음악과 상담가의 편안한 목소리를 상상했다면 그런 차분함은 이 책에서 찾아볼 수 없다. 그녀의 불안한 내면을 그대로 드러내 보이며 그럼에도 정신과 상담가로 살아가고 있는 그녀의 하루하루는 우리와 크게 다를 바 없다고 이야기하고 있다. 약간 허술한 듯 보이지만 시크한 이미지를 상상하게 되는 박티팔씨, 나와 별다를 것 없는 모습으로 살아가는, 웃픈이야기는 어쩌면 어떤 위로보다 더 깊고 진하게 다가올지도 모르겠다. 병원에서 VIP 되는 꿀팁도! ㅋㅋㅋ 읽다 보면 정신이 건강해지는 느낌? 저자의 다음 이야기도 기다리게 될 것 같다.

저자의 필명 ‘티팔’은 사회성이 부족하고 독특한 정신세계를 지닌 사람을 일컫는 ‘스키조티팔 퍼스널리티 디스오더 (정신 분열형 성격 장애)에서 따온 정신과 은어다.

이번 학회의 나름 점수를 매기자면 100점 만점 중 100점이었다. CU편의점의 떠먹는 피자가 맛있었고, 가방에서 튀어나온 때 타월이 웃겼으며, 조커라는 친구가 생겼고, 추억의 모텔 냄새가 향기로웠다. 그리고 개 무덤을 잘 만드는 남편이 있었기 때문이다. _83p.

아이가 태어난 뒤, 아기가 싼 똥에 대한 이야기를 길고 자세하게 그리고 자발적인 즐거움에 차서 할 수 있는 대상은 시어머니밖에 없었다. 아이가 했던 재미있는 에피소드를 반복해도 처음 듣는 것처럼 다시 들어주는 사람 역시 시어머니였다. 심지어 손자가 마음에 드시면 데려가서 똥강아지처럼 키워도 된다고 했더니 "아니, 다른 집 며느리들은 손주를 만지지도 못하게 한다던데"라며 좋아했다. 무심하고 둔하지만 쿨한 면이 있는 나와, 불안하고 예민 섬세한 시어머니는 합이 잘 맞았다. _88p.

딸이 커서 결혼한다고 오면 나는 좀 살아보고 결혼해라. 또는 자아가 생기고 난 뒤 결혼해라. 행복하려고 결혼하지 말고 스스로 행복하고 난 뒤에 결혼하라는 이야기를 꼭 해주고 싶다. _92p.

#정신과박티팔씨의엉뚱하지만도움이되는인간관찰의기술

#박티팔 #에세이 #웨일북 #임상심리사

본 서평은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아 개인적인 감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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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의 기쁨과 슬픔 - 장류진 소설집
장류진 지음 / 창비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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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책을 세상에 띄우면서 '앞으로 이런 소설을 쓰겠다'라는 멋지고 당찬 다짐, 아니면 적어도 '이런 소설을 쓰고 싶다'하는 작은 바람이라도 내비치고 싶지만. 아무리 생각해봐도 지금으로서는 정말, 계속해보겠다는 마음, 계속 써보겠다는 마음, 그 마음밖에는 없다.

그게 무엇이든, 계속 쓸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 _ #장류진

8편의 단편으로 묶인 이 책의 주인공들은 오늘날 한국 사회를 살아가는 이삼십 대 남녀의 직장인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무척이나 짧은 글도 있지만 읽으면서 점점 빠져들어 공감하게 되는 건 사회생활을 하며 한 번쯤 직접 경험했거나 들어봤을법한 일이기 때문이었을까? 글을 읽으며 '이 문장이다!' 딱 꽂히는 문장이 많진 않지만, 공감되는 문장들이 너무 많았던 건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의 현실이기 때문이 아니었을까? 열심히 살고 있지만 그에 원하는 만큼의 성공을 할 수 있을까? 오늘 힘겨움을 꾹 참으면, 내일은 기쁨이 기다리고 있을까? 이미 사회생활을 시작하기 전부터 나누어진 보이지 않는 등급, 그 안에서 아등바등 살아내야 하는 사람들의 모습은 다양한 모습으로 살아가고 있는 오늘날 우리의 모습일 것이다. '창작과 비평' 웹사이트에 장류진 작가의 글이 올라가고 sns를 통해 입소문을 타면서 서버가 다운되는 사태까지 벌어졌었다는데.....'아! 이래서...!!!'라고 무릎을 탁! 치게 될지도 모르겠다.

입소문으로 너무도 유명했던 「일의 기쁨과 슬픔」 유명세를 치르기도 했고, 인별그램에서 간간이 보아왔던 짧은 이야기에 공감 가는 내용이 많아 궁금한 마음에 구입했다가, (역시 묵여두었다 읽는 맛?!) 순식간에 완독한 글. 장류진 작가님 글 정말 잘 쓰시네! 즐거울것 없는 직장생활. 이런 다양한 이야기를 써 낼수 있는 사람이라니! 장류진 작가의 글을 앞으로도 계속 읽어보고 싶다.

열심히 노력하면 삶이 극적으로 나아지리라는 꿈같은 건 아무도 꾸지 않는 시대, 그렇다고 완전한 절망도 허용되지 않는 시대. 그의 등단작 「일의 기쁨과 슬픔」 이 아니었다면 우리가 이 시공간을 건너기 위해 기다려온 소설이 무엇이었는지 알지 못할 뻔했다. ... (중략) ... 기쁨과 슬픔 사이, 미처 명명되지 못한 여러 결의 마음들이 딱딱한 세계의 표면에 부딪혀 기우뚱 미묘히 흔들리는 순간순간을 작가는 기민하고 섬세하게 포착해낸다. 오늘의 한국 사회를 설명해 줄 타임캡슐을 만든다면 넣지 않을 수 없는 책이다. _ #정이현

"내가 지금 돈 때문에 이러는 것 같아? 그깟 오만 원 아끼려고 내가, 이러는 것 같아?"

어째서인지 나는 숨을 몰아쉬고 있었다.

빛나 언니한테 가르쳐주려고 그러는 거야. 세상이 어떻게 어떤 원리로 돌아가는지. 오만 원을 내야 오만 원을 돌려받는 거고, 만이 천 원을 내면 만 이천 원짜리 축하를 받는 거라고. 아직도 모르나 본데, 여기는 원래 그런 곳이라고 말이야. _28p.

감사합니다. 선생님. 사시는 동안 적게 일하시고 많이 버세요.

아홉시가 되기 전까지 해야 할 일이 또 있었다. 몇 달 전 예매해 두었던 조성진 홍콩 리사이틀이 벌서 다음 달이었다. 공휴일과 주말, 그리고 아껴둔 연차를 하루 붙여서 삼 박 사 일을 놀고 공연도 볼 것이다. 항공권 예매 사이트에 접속한 다음, 홍콩행 왕복 티켓을 결제했다. 조금 비싼가 싶었지만 오늘은 월급날이니까 괜찮아,라고 생각했다. _63p.

연애의 가능성이란, 얼굴을 마주하고 한두 마디만 나누어보면 금방 도드라져서 감지하기 쉬운 종류의 것이었다. 다만 나는 이십대가 아닌 삼십 대였으므로, 적절한 시기를 기다릴 줄 알았다. _70p.

새벽의 방문자들은 잊을 만하면 한 번씩 찾아왔다. 여자는 초인종이 울릴 때마다 비디오폰에 달린 모니터로 남자들을 관찰했다. 그들은 모두 약속이나 한 듯 비슷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별일 아니라고 주문을 거는 듯한 태연함, 남에게 들키기 싫은 일을 할 때의 부끄러움, 돌연 술이 확 깨면서 자기 자신을 돌아보는 순간의 주저함, 그러면서도 어쨌든 곧 벌어지게 될 눈먼 섹스에 대한 설렘 등이 복합적으로 섞여 있는 얼굴들. _182~183p.

"저는, 한국 사람입니다. 육 년 전에 탐페레 공항에서 얀을 만난 적이 있어요."

"오, 당신을 기억해요. 나는 얀의 아내입니다. 당신이 도와줬던 이야기를 들었어요. 고마워요. 얀이 곧 일어나면 아침식사를 하면서 이 기쁜 소식을 전하겠어요." _212p.

#일의기쁨과슬픔

#장류진 #소설 #한국소설 #창비 #까망머리앤의작은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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