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선 일상을 찾아, 틈만 나면 걸었다
슛뚜 지음 / 상상출판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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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은 이래서 가야 하고 저래서 가야 한다...' 우리 사회는 다양한 이유로 여행을 부추긴다. 안 가면 삶의 중요한 부분을 놓치는 사람이 된 것 같은 기분이 들 정도다. 물론 여행이 주는 깨달음이나 세상을 보는 새로운 시야도 값진 것이지만, 꼭 그렇게 무언가를 배우는 것보다 '여행'이라는 핑계를 대고 쳇바퀴 같은 일상으로부터 며칠, 몇 달, 혹은 몇 년간 홀가분히 떠날 수 있다는 해방감이 우리가 여행하는 이유가 아닐까. _009~011p.

처음 비행기를 타고 해외여행길에 올랐던 순간, 한 달여간의 긴 장기 여행을 떠났던 순간, 그리고 바빴던 일상 중에 며칠이지만 잠시 일상을 떠났다가 돌아왔던 순간까지... 생각해보면 선명하고 뚜렷하진 않지만 그때의 기분, 느낌, 바람, 날씨 등이 떠오르곤 한다. 책 읽기를 시작하면서 유독 여행 에세이에 집착하게 되는 건 일상으로부터의 떠남에 목말라있기 때문일까? 타인의 여행 에세이를 읽으며 때론 직접 여행했던 곳에서의 다른 감상을, 가보고 싶었던 여행지에 대한 대리만족을, 또는 미지의 여행지에 대한 새로운 발견을 하기도 한다.

"나는 깨달았다.

지금이 내 인생에서 가장 행복한 순간이라는 것을."

21개 도시에 남긴 슛뚜의 발자국을 따라...

45만 유튜버 슛뚜의 첫 여행을 영국에서부터 제주 한 달 살기까지, 짧은 호흡으로 이어지는 한 편 한 편의 글과 사진은 그녀가 여행을 하며 느꼈던 행복한 순간들을 조금이나마 공유하는 기분이 드는 글이었다. 책표지가 너무나 취향인 책이라 꽤 오랜 기간 조금씩 아껴 읽기도 했던 이 책은 쳇바퀴 돌듯 반복되는 일상에 지친 현대인들에게 잠시나마 휴식과 위안이 되어주지 않을까?

세제 냄새가 물씬 풍기는 이불 속에서 눈을 뜨고, 평소에 먹지 않았던 식사를 하고, 거리를 나서면 어제와는 또 다른 새로운 풍경이 펼쳐지고, 매 순간 사소한 모험과 약간의 용기가 필요하며 때로는 실수가 예상치 못한 행운을 가져다주기도 하는, 그렇게 낯선 일상이 반복되는 곳, 여행지. _071p.

한국에서는 지나치는 사람들에게 관심을 가져본 적이 없는데 여행만 오면 왜 이렇게 마음의 담벼락이 허물어지는 걸까? 낯가림도 심하고 사람을 좋아하지도 않으면서 나도 모르게 처음 보는 사람들과 개인적인 이야기를 주고받다니. 여행이 주는 힘은 참으로 신기하다. _215p.

#낯선일상을찾아틈만나면걸었다

#슛뚜 #여행에세이 #에세이

#상상출판 #까망머리앤의작은서재

본 서평은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아 개인적인 감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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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유주얼 an usual Magazine Vol.6 : 도덕책
신형철 외 지음 / 언유주얼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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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의 요즘 이야기를 끌어안은 매거진 #언유주얼

밀레니얼 세대를 위한 원 앤 온리 매거진 AN USUAL

밀레니얼의 눈과 마음을 만족시키는 단 하나의 매거진, AN USUAL.

여느 명절처럼 올 명절엔 이 책을 읽어야지! 했지만, 결국 한 권도 완독하지 못하고 일하는 짬짬이 짧게 읽을 수 있는 책들을 읽었다. 2020년을 시작하는 언유주얼 신년호의 키워드는 '덕'이다. 무언가를 열렬히 사랑하는 마음이, 일상에 끼치는 영향은 얼마나 될까? 서른아홉 명의 작가와 열두 명의 아티스트가 함께한 이번호에는 관심 있는 작가님들의 글도 몇 편 실려있어 더욱 꼼꼼하게 읽게 되었던 매거진이었다. 신형철, 이도우, 김민철, 임성순, 남궁인등 덕질의 역사를 이야기하는 작가들의 글을 읽으며 '덕질'에 대해 생각해보게 된다. 어떤 대상을 향한 뜨거운 사랑, 무언가를 미치도록 사랑하는 마음을 들여다보기 위한 아티스트들과 작가들의 글은 사실 무언가에 미친 듯이 빠져보지 못했던 덕후의 세계에 대해서도 진지하게 생각해보게 된다.

말하자면 1989년 어느 날 이후로 30년 동안 나는 '윤상 덕후'로 살아왔다. 그리고 언젠가 나는 알아 버렸다. 내가 글쓰기에 대해 알고 있는 가장 중요한 것들은 모두 그의 음악에서 배운 것임을 말이다. ... (중략)... 요컨대 나는 그를 닮고 싶었던 것이다. 그리고 나는 이런 내가 싫지 않다. 덕질은 어떤 대상을 최선을 다해 사랑해 보는 드문 경험이다. 이 경험은 왜 귀한가. _23p.#신형철

애정 어린 삽질. 광기와도 같은 몸놀림과 집착. 예전에는 오덕이라 폄하되고, 지금은 덕질이라 칭송되는 열심은 습관이 된다. 그리고 또 다른 자아가 된다. 덕후에게 탈덕은 없다. 휴덕만 있을 뿐이다. 덕질에 대한 욕구는 내 어딘가가 갈라져 빈틈이 생길 때, 다시 깨어나 그곳을 채우려 한다. _57p. #박창선

주변을 돌아보면 나만 빼고 모두가 덕질을 하고 있다. 동료들은 연예인을, 애인은 음악을, 부모님은 예수님을, 친구들은 뮤지컬을, 단골 술집 사장님은 스포츠를 덕질한다. 뭔가에 깊이 빠져있는 사람들을 볼 때면 부럽다가 그렇지 못한 자신에게 연민을 느낀다. 나는 열정이 없는 사람인가. 왜 그 무엇에도 깊이 빠지지 못하는가. 나도 뭔가에 깊게 빠져 보고 싶다. 돈과 시간을 아무리 들여도 전혀 아깝지 않은, 덕질 자체만으로 더없이 충만한 기분을 느껴보고 싶다. 덕질의 가능성이 보이는 대상을 포착할 때마다 푹 빠져 보려고 노력을 해 봤는데 늘 실패했다. 하긴, 사랑을 노력한다는 게 말이 되니. _71p. #강이슬

사실 주변에 꽤 많은 덕후들이 있다. 연예인, 특정 작가, 뮤지컬, 배우 등등... 나도 뭔가에 깊게 빠져 보고 싶지만 살짝 호감이 생기다가도 이내 다른 일들로 주춤하다 잊히게 되는 건 덕질이라 할 수 없으니, 이런 일이 반복되면서 '난 열정이 없는 사람인가?' 라는 생각이 들곤 했는데... '덕후'들은 초능력자로 봐야 할 것 같다. 꽤 다양한 장르로 '덕'에 대한 이미지와 글을 읽어볼 수 있었던 언유주얼, 현생의 덕후님들 존경합니다!

지금, 우리에게 가장 중요하고 흥미로운 한 가지 집중하고,

그 한 가지에서 가지를 뻗어 인터뷰, 소설, 에세이, 시, 리뷰를 모아 만든 매거진.

평범해서 특별한 [an usual]

#언유주얼 #스튜디오봄봄 #카카오페이지

#anusual #anusualmagazine

#Vol6 #Crazyabout #도덕책

#문화교양지 #잡지

#까망머리앤의작은서재

#북스타그램 #책스타그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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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 1클래식 1기쁨 - 하루하루 설레는 클래식의 말 1일 1클래식
클레먼시 버턴힐 지음, 김재용 옮김 / 윌북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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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이 이 책을 음악을 위한 현장 지침서 같은 것으로 취급하기를 바란다. 매일 한 곡씩 듣도록 구성되어 있지만, 어느 때든 어떤 날이든 몇 번이고 계속해서 이 곡들을 즐길 수 있다는 사실은 말할 나위도 없다. 그리고 '클래식 음악'이기 때문에 아주 경건한 분위기에서 들어야 한다는 의무감을 느끼지 않기를 바란다. ..(중략)... 어떤 방법으로든 여러분만의 능동적인 청취 방식을 만들어보라. 하루하루 내가 제안한 음악을 더 잘 들을 수 있는 방법만 찾는다면 어떻게 들어도 문제없다. 내 말을 믿어도 좋다. 이 작품들은 견고하다. 많은 작품들이 수백 년의 시간을 견뎠다. 음악을 들으면서 다른 일을 하더라도 이 곡들은 여러분과 여러분의 삶에 맞춰 연주될 것이다. _15p.

음악을 좋아하셨던 아빠의 영향으로 우리 형제들을 자라면서 클래식, 경음악, 팝, 트로트까지 다양한 장르의 음악을 들으며 성장했다. 쉬는 주말의 시작은 경음악으로 시작되어 그날그날 아빠의 기분에 따라 신나는 팝송이 되기도 했고, 흥이 넘치는 뽕짝이 되기도 했다. 지금 그 시절을 떠올려 볼 수 있었던 건 무심코 흘러가는 음악이 그 시절을 생각나게 하기 때문이다. 성장하면서 지금까지 꽤 많은 음악들을 들어왔지만 유년시절부터 청소년기까지 들었던 음악들이 가장 기억에 많이 남아있다.

클래식을 듣고 싶은데,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모르겠다면 <1일 1클래식 1기쁨> 으로 시작해봐도 좋을것 같다. 1년분의 클래식 이야기를 담은 이 책은 영국 BBC 클래식 방송 진행자이자 세계적인 바이올리니스트인 작가 클레먼시 버턴힐이 수년간 모아온 보물 같은 작품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책이다. 매달 시작하는 앞부분에 수록된 QR코드로 어디선든 이 책만 있으면 음악을 들으며 음악이 들려주는 감동적인 이야기들도 읽어볼 수 있다. 날짜에 담긴 의미, 추천음악과 함께하는 계절감각은 저자의 소설가다운 문체와 작곡가 인생에 대한 스토리까지 더해져 클래식을 알지 못하는 사람도 편하게 접근할 수 있게 구성되어 있다.

일상생활에서 아무때고 클래식을 들어보자. 재생버튼을 누르는 순간 무엇을 하고 있던 상관 없다. 어쩌다 이 책을 펼쳤지만 이 곡들은 내가 듣는 클래식들이 되었다. 이 곡들은 여러분의 것이다.

'하루 분량의 음악'이 '미덕'이라고 말하기는 했지만, 이런 단어들이 연상시키는 의무감은 경계할 필요가 있다. 누군가 어떤 음악을 '들어야 한다'라고 말했다고 꼭 그렇게 '해야 할' 필요는 없다. 우리가 살고 있는 시대는, 한편으로는 클래식 음악이 주류 문화로부터 점점 소외되고 있는 동시에 다른 한편 으로는 어쨌거나 우리를 더 지적이고 더 세련되고 더 교양 있게 만들어준다는 이유로 클래식 음악을 '들어야 한다'라는 희미한 문화적 각성이 존재하는 시대다. _08p.

클래식을 작곡한 사람들도 여러분과 비슷한 걱정을 하던 사람들이다. 이들은 자신을 표현하고 싶어 했고, 음표를 특정한 방식으로 이어나가면서 우연히 그 표현 욕구를 충족했던 사람일 뿐이다. 음악이 진공상태 속에 존재하는 것이 아님을 아는 것이 정말로 중요하다. 음악이 생명력을 얻기 위해서는 듣는 사람, 청중, 목격자가 필요하다. 누군가 들어야 하고, 누군가 느껴야 한다. 그 누군가는 바로 여러분이다!_09p.

#1일1클래식1기쁨

#클레먼시버턴힐 #김재용

#윌북 #음악 #클래식 #클래식입문서

#까망머리앤의작은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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린치핀 - 누구도 대체할 수 없는 존재
세스 고딘 지음, 윤영삼 옮김 / 라이스메이커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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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하고 있는 일은 '나'만이 할 수 있는 일인가? 내가 아닌 다른 사람, 기계나, 인공지능으로 쉽게 대체되는 작은 나사정도의 역할을 하고 있진 않은가? 조직의 톱니바퀴 같은 존재로 살아가는 현대인. 언제나 대체될 수 있는 자리에 머물 것인가? 작아도 자신만의 존재를 드러낼 수 있는 차이를 만들어내는 '린치핀'으로 거듭날 것인가? 책표지가 너무나 경쾌해서 어떤 내용의 글인지 궁금했다.

우리는 늘 불평 속에 살아가고 있다. 경제 상황이 좋지 않고, 인재를 알아보지 못하는 사회가 야속하고... 하지만 '나'를 돌아보자. 정말 내 능력은 그 무엇으로도 대체될 수 없는 권력을 가지고 있는가?

당신은 린치핀인가?

'우리는 모두의 차이를 만들어낼 수 있고,

잠재력을 발휘할 수 있고, 미래를 창조할 수 있다.'

혼란스러운 상황 경쟁은 더욱 치열해지고 막막하다면, 우리는 대체 불가능한 존재가 되어야 한다. 왜? 그런 존재가 되어야 하는지를 일깨워주는 세스 고딘의 글은 어렵지 많은 상황들과 현실을 이야기하고 있어 생생하면서도 쉽게 이해가 된다. 린치핀? 좀 생소한 단어에 어렵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했지만 대체할 수 없는 예술적 재능을 꿈꾸는 이들이라면 한 번쯤 진지하게 일독을 권하고 싶은 글이다.

린치핀이란?

조직만을 위해 일하지 않는 사람, 노동과 임금을 맞바꾸는 데 머물지 않는 사람, 자신의 넘치는 예술적 재능을 세상에 기부하는 사람, 인공지능을 넘볼 수 없는, ㅇ니간이 할 수 있는 가장 다채로운 능력을 가진, 자신을 둘러싼 주변 모든 이들에게 공헌할 수 있는, 세상 모든 크리에이터들이 탐내는, 새로운 시대의 새로운 권력을 가진 사람들을 말한다.

지금 우리에겐 관리자와 노동자라는 기존의 두 집단 말고도 새로운 집단이 하나 더 생겨났다. 바로 린치핀이라는 무리다. 그들은 자신의 생산수단을 가지고 있고, 남과는 다른 차이를 만들어내며, 사람들을 이끌고 관계를 맺어준다. 공장은 이제 과거의 유산이 되어가고 있다. 그동안 우리가 적응해온 모든 시스템은 위기에 처했다. 이것은 커다란 위협이기도 하지만 커다란 기회이기도 하다. 우리가 혁명을 두려워하는 이유는 과거의 잔재를 청산하는 고통을 겪고도 한참이 지난 후에야 혁명의 열매를 따먹을 수 있기 때문이다. _24p.

경제가 살아나지 않는다고 불평하는 일은 이제 멈춰라. 공장의 시대가 이제 끝났다는 사실을 받아들여라. 이제 우리는 다른 사람에게 꼭 필요하고 없어서는 안 되는 고유한 사람이 되어야 한다. '보랏빛 소'가 가치 있는 제품에 대한 은유였다면, '린치핀'은 가치 있는 사람에 대한 은유다. _29p.

린치핀은 눈에 보이는 것이 아니라 '보이지 않는' 어떤 것에 영향을 미쳐 자신만의 권력과 가치를 만들어낸다. _53p.

린치핀도 두려움을 느낀다. 자신의 감정을 인식한다. 그럼에도 나아간다. 물론 어떻게 이런 일을 할 수 있는지 설명할 수는 없다. 사람마다 다른 비법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분명히 말할 수 있는 사실은 오늘날 경제에서 두려움을 제쳐둘 수 있는 능력은 성공의 필수 전제조건이라는 것이다. _133p.

일상에서 침묵의 시간을 가져라. ... (중략)... 바쁘다고 말하는 것은 저항이 좋아하는 핑계일 뿐이다. 저항은 실제로 전혀 바쁘지 않다. 우리는 조용히 서서 기다리다 천재성이 자신의 일을 할 때 박수를 치면 된다. 성공적인 예술가와 실패한 예술가의 차이는 아이디어가 부화된 '다음에' 나타난다. 이들의 차이는 누가 먼저 해내느냐 하는 것이다. 당신은 그 일을 해냈는가? _263p.

#린치핀

#세스고딘 #윤영삼

#라이스메이커 #자기개발 #린치핀

#까망머리앤의작은서재

본 서평은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아 개인적인 감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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깃털 도둑 - 아름다움과 집착, 그리고 세기의 자연사 도둑
커크 월리스 존슨 지음, 박선영 옮김 / 흐름출판 / 201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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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6월의 어느 밤, 영국 자연사 박물관에 소장되어 있던 새 가죽 299점이 도난당했다.

연어를 잡을 때 쓰는 플라이 타이어를 만드는 취미를 가지게 된 에드윈은 영국 자연사 박물관을 방문하고 깃털에 대한 열망에 사로잡히게 된다. 화려하고도 아름다운 깃털들, 박제되어 박물관에 나란히 누워있는 저 새들의 깃털과 가죽만 있다면.... 희귀하고 아름다운 깃털, 멸종된 새의 깃털은 플라이 타이어들에겐 너무나 탐나는 재료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박물관에 숨어들어 몰래 훔쳐낸 것은 범행이 아닌가? (타인의 도움 없이 혼자 박물관에 들어가서 300여개에 가까운 박제된 새들을 혼자 들고 나왔다는 것에도 좀 놀랍고 의아했다.) 실제로 그러한 범죄를 저지를 에드윈은 정신 질환을 핑계로 법망을 교묘하게 빠져나가고 이후에도 밝혀지지 않은 몇 십 종의 새는 어디로 간 것인지 추적하게 된 저자의 단순한 호기심은 이 사건의 전말을 파헤치기에 이른다. 멸종된 새의 깃털을 거래하면서도 그 이력에 대해선 알고 싶지 않은 이들의 침묵, 그리고 시간이 흘러 자신의 범행을 도둑 행위로 인정하지 않고 정당화하는 에드윈의 이야기는 자신이 역사를 보존하고자 하는 이들의 이야기는 정의에 관한 결코 가볍지 않은 생각거리를 던져주고 있다.

깃털에 중독된 사람들은 알고 싶지 않은 부분에 대해서는 굳이 알려고 하지 않았다. _171p.

플라이 타이어들이 열망하는 깃털에 대한 열망은 시간을 거슬러 탐험가이자 생물학자인 앨프리드 러셀 윌리스, 은행가이자 정치가였던 월터 로스차일드를 거쳐 19세기 말 여성들의 옷과 모자를 장식하며 유행을 선도한 깃털 열풍에까지 이르르게 된다. 빅토리아 시대 연어 낚시에 사용되던 플라이 타잉의 세계에 빠진 현대를 살아가는 이들의 이야기는 '그 시절'의 희귀한 깃털에 더욱 열망하게 되는 이들의 욕망과 정의에 대한 가볍지 않은 울림을 이야기한다.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인간의 탐욕과 무분별함으로 인한 야생동물의 멸종은 깃털 도난 사건으로 이를 지키고자 하는 이들과 이미 멸종한 개체들이 박물관의 먼지와 시간을 보내고 있는 아름다운 깃털을 원하는 수요자들의 의견을 대립적으로 다루고 있다. 아름다운 깃털에 현혹된 절도범이 된 음악가의 박물관 도난 사건으로 시작되는 실제 사건을 다룬 이 책은 아름다운 깃털을 찾아 하늘을 보게 되는 기가 막힌 범죄 스릴러였다.

나는 속임수와 거짓말, 위협과 루머가 난무하는 세상에서 새로운 사실을 발견했다가도 좌절하기를 수없이 반복한 뒤에야 인간과 자연의 관계는 물론, 아무리 값비싼 대가를 치르더라도 아름다움을 추구하고자 하는 인간의 끝없는 욕망을 이해하게 됐다. 나는 결국 5년의 시간을 보낸 뒤에야 트링 박물관에 있던 새들에게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알아낼 수 있었다. _23p.

"문득 지나간 세월이 떠올랐다. 아주 오랫동안 이 작은 생명은 어두침침하고 음울한 숲에서 태어나고 죽기를 반복하며 누구도 알아봐 주지 않는 아름다움을 이어왔다. 이것은 아름다움에 대한 낭비라고밖에 말할 수 없다." 월리스는 극락조가 보여준 놀라운 진화의 여정을 생각하다가 앞날을 생각하니 다시 걱정스러운 마음이 들었다. "이토록 아름다운 생명체가 이렇게 거칠고 투박한 야생에서 아름다움을 뽐내지도 못하고 살아가야 한다고 생각하면 마음이 아프다. ...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언젠가 도시 사람들이 이 머나먼 곳으로까지 손을 뻗게 되면 지금처럼 유기체와 비슷한 비유기체가 적당히 조화롭게 균형을 이룬 자연은 훼손될 것이고, 결국 이 아름다운 생명도 멸종할 것이다." _52~53

스무 살의 에드윈에게 박물관의 새를 훔쳐야겠다는 생각은 여러 가지 이유로 점점 더 정당화됐다. 그 새들만 있으면, 플루티스트로서 야망도 실현하고, 타잉계에서 그동안 누리고 싶었던 지위도 누리고, 가족도 도울 수 있었다. 시간이 갈수록 새의 가치는 점점 높아질 것이므로 어떤 힘든 상황이 와도 자신을 지켜주는 든든한 보험이 될 것 같았다. _140p.

"그 플라인지 뭔지로 실제 낚시를 하는 것도 아니라면서요. 그렇죠?" 박사가 말했다. "그럼 대체 뭡니까?" 그건 그냥 집착일 뿐이잖아요. 집착! 오리지널에 대한 집착. 하지만 빌어먹을 오리지널 따위는 세상에 없어요! 대체 그자들은 뭐 하는 사람들이에요? 어떤 사람은 오하이오주의 치과의사라더군요. 오리지널과 그 일이 무슨 상관이 있다는 거죠?" _267p.

나는 깃털 도둑이라고 놀리는 친구들이 없는지 농담 삼아 물었다. 그런데 '도둑'이라는 말을 듣는 순간 그의 표정이 갑자기 어두워졌다. "어떤 단어들은 가능하면 쓰고 싶지 않아요." 그가 말했다. "도둑이라는 단어가 그중 하나예요. 아주 이상하게 들리시겠지만, 저는 제가 도둑이라고 생각하지 않아요. 제가 생각할 때 도둑은 강가를 어슬렁거리다가 남의 주머니를 슬쩍하는 사람이죠. 다음 날, 다시 거기로 가서 또 다른 타깃을 찾고요. 아니면 남의 집에 몰래 들어가 물건을 훔쳐서 먹고살거나 혹은 학교 주변을 돌아다니면서 물건을 훔쳐서 먹고살거나 혹은 학교 주변을 돌아다니면서 물건을 훔치는 사람들, 그런 사람이 도둑이라고 생각해요."

"저는 제가 도둑이라고 생각하지 않아요······. 저는 도둑이 '아니에요.' 그런 의미에서 보면요. 지갑이 떨어져 있어도 저는 가져가지 않을 겁니다. 지갑에 신분증이 들어 있다면 어디 찾아줄 만한 곳에 갖다 줄 거라고요." _297p.

#깃털도둑 #커크월리스존슨 #흐름출판

#가죽북커버 #골든아워북커버 #에세이 #에픽

#까망머리앤의작은서재

#북스타그램 #책스타그램 #책소개

#흐름서포터즈14기

#book #thefeatherthie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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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서평은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아 개인적인 감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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