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자의 언어 - 어떻게 살아야 부자가 되는지 묻는 아들에게 부자의 언어
존 소포릭 지음, 이한이 옮김 / 윌북 / 2020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부자란 무엇인가? 단순히 '돈이 많은 사람'을 부자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이 책에 따르면 부자는 '경제적 자유를 얻은 사람'이다. 돈의 노예가 되기보다 돈을 다스리는 주인이 되고, 돈으로부터 인생을 속박당하지 않는 것, 이것이 부자가 되고 싶은 가장 정확하고도 유일한 이유이리라. _7p.

돈을 벌긴 어려운데, 쓰는 건 정말 쉽다. 지문등록, 카드 등록만 해두면 클릭 한 번으로 손쉽게 결제되는 세상. 돈을 쓰는 과정이 귀찮고 어려웠더라면 지출이 줄었을까? (그렇지도 않았을 테지만...) 오늘도 이것도, 저것도 필요하다는 생각에 신나게 카드 결제를 하고 누적 카드대금을 보니 이렇게 많이 썼나?라는 생각이 들어 움찔! (그리곤, 앉아서 이 책의 서평을 쓰자니 엄청 속이 쓰리네.)

화자인 부의 정원사와 그를 중심으로 농장 일을 하는 산투스, 소년원에서 인연을 맺게 된 지미, 이웃인 제러드와 그의 아들인 프레드가 정원사와 이야기하며 이끌어가는 이야기는 픽션과 논픽션의 적절한 조화로 '부를 가꾸는 과정'을 소설처럼 들려주고 있다. 이 이야기들이 더욱 생생하게 다가오는 건 저자의 실제 인생 경험에서 얻은 부의 원칙을 명료하게 정리해 이야기하고 있기 때문인듯하다. 누구나 부를 축척하여 부자가 될 수는 없겠지만 수입과 지출, 내가 잘 할 수 있는 일들을 하며 '경제적 자유'를 얻는 만큼 탄력 있는 삶을 살 수 있지 않을까?

이 책은 어려운 경제에 대한 개념을 이야기하는 전문서적이 아니다. 부의 철학에 대한 우화? 이야기?라고 이야기해야 할까? 챕터 하나하나를 넘길 때마다 쉽게 이해가 되는 한편, 단순히 '돈'만을 바라는 게 아닌 삶 전반에 대한 열정, 경제관념, 소비습관, 투자에 대한 인식 부족 등을 생각해보게 된다. 생각에만 그치는 계획들, 현실에 안주하느라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고, 이젠 실패가 두려워 아예 도전할 생각조차 하지 않는 삶은 결국 '경제적 자유'를 얻지 못한 이들의 핑계를 늘어놓기에 바쁘진 않았던가? 빨리 읽을수록 단단한 삶을 준비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해보게 된다. '물고기 잡는 법'을 알려주는 부의 철학서. 자녀들과 함께 , 또는 공동의 관심사를 가진 이들과 읽고 등장인물들에 대해 이야기해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책을 읽는 만큼 부자가 되면 참 좋겠네!)

우리는 늘 너무 바빠서 무언가 더 할 시간이 없다고 말한다. 하지만 우리는 그냥 지금 상태를 유지할 수도 있고, 하고 있는 일을 바꿀 수도 있다. _35p.

만족감과 개인적 성장은 야망의 결과물이다. 삶의 조건에 좌절하고, 성장 배경이라는 덫에 걸리고 평범함을 참을 수 없어서 좌절감을 느낀다면, 야망을 가지고 태어난 걸 감사하게 여겨라. 그로 인한 고통은 최고의 삶을 살게 해주는 연료가 된다. 야망으로 인해 당신은 성장하게 될 것이다. _158p.

우리는 늘 '무엇'을 저지른 후에 '어떻게' 하는지를 알게 되는 듯하다. 해야 할 일이 까다로울수록, 우리의 능력도 그에 맞춰 커진다. 나는 '어떻게' 하느냐에 전념했다. _ 171p.

부자가 되고자 열망한다면, 부정적인 영향에 민감하게 반응하지 말고 자신의 마음을 보호하라. 가장 탐나는 목표에 초점을 맞춰라. _ 180p.

자넨 생각이 너무 많아. 일이 일어나게 내버려 두고, 핑계를 만들어내. 모두가 바쁘고, 모두가 저마다 문제를 가지고 있어. 그건 그냥 삶의 한 부분이야. 삶은 문제의 연속이고, 그걸 받아들여야 성장해. 우리 모두 좌절을 해. 그리고 인생은 나만 특별하다는 생각을 하지 않으면 훨씬 쉬워지지. 자네 문제도 다른 사람들과 같다는 걸 받아들이게나! _248p.

마지막 순간에 벌어지는 일에 대해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어. 그런 순간에 직면했을 때, 우리는 비로소 지난 과오들조차 받아들이는 걸 배우게 되지. _290p.

#부자의언어 #존소포릭 #이한이 #윌북

#경제경영 #까망머리앤의작은서재

본 서평은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아 개인적인 감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계절에 따라 산다 - 차와 함께라면 사계절이 매일매일 좋은 날
모리시타 노리코 지음, 이유라 옮김 / 티라미수 더북 / 2019년 12월
평점 :
절판




어느 날, 책장에서 낡은 노트 한 권을 꺼내어 펼쳐들었다. 그 안에는 십여 년 전에 적었던 짧은 글들이 담겨 있었다. 글을 적은 건 대개 일주일에 한 번, 다도 수업이 있던 날이었다. 처음에는 그날의 수업 내용이나 족자, 꽃, 다구, 과자 등을 기록해두었다. 그러다 점점 다도실에서 나눈 대화, 수업 중에 느낀 감정, 그날그날 어떤 생각이 들었는지를 적어나가게 되었다.

책장을 넘기다 보니 많은 계절이 보였다. 우리가 이 다도실에서 얼마나 중요한 시간을 보내왔는지도....

그중 일 년을 이곳에서 돌이켜보려고 한다. 그 노트에 나는 '호일 일기'라는 이름을 붙였다. _15p.

영화 <일일시호일>의 개봉에 맞추어, <계절에 따라 산다>를 집필하게 된 책이라고 한다. 오십 대 즈음의 몇 년 동안 적어온 노트가 이 책의 토대가 되었다고 하는데 이 책은 다도 수업의 기록인 동시에 계절의 순환에 대한 기록이라고 한다. 이전작인 책도 꽤 차분하게 빠져들어 좋은 기분으로 읽었던 기억이 있어 작년에 읽었던 책을 꺼내어보기도 했다.

"마음이 소란하고 지칠 때도

꽃이 피면 꽃을 보고

단풍 들면 고개 들어 그 빛깔을 봐야지."

"차 같은 건 너무 고루해."라고 생각하며 내키지 않는 기분으로 다니기 시작한 다도, 저자 모리시타 노리코는 걸어서 십분 거리에 있는 다케다 선생님댁으로 향하는 길을 언제나 무언가를 품은 채 걸었다고 이야기한다. 내가 좋아하는 무언가를 위해 발걸음 할 수 있는 곳이 있다는 건... 살아가는데 큰 힘이 될 것만 같다. 일, 인간관계, 장래에 대한 불안이나 집안 문제, 마음의 상처 등 작은 일에도 일일이 상처받지만 살아가야 하기에 한숨을 쉬며 선생님댁으로 들어섰을 때의 느낌을 묘사한 글을 읽으며 조금 어수선했던 내 마음도 그 정경들을 상상하며 차분해짐을 경험하게 한다. 차와 함께 하는 순간 일상에서 벗어나 '다른 시간' 속에서 저자가 이야기하는 수업의 풍경, 그날의 족자, 감정, 계절, 과자 등의 이야기들을 읽으며 슬며시 미소가 지어지기도 한다. 수록된 일러스트 몇몇은 기존 사용되었던 이미지이고 나머지는 전부 새로 그린 그림이라고 한다. 사실 과자에 대한 일러스트를 보고 있으면 '이 과자는 어떤 맛일까?' 궁금해 질 정도로 정교하고 아름답다. 마음만 분주한 일상, 잠시 하던 일을 멈추고 온몸으로 맞이해보는 사계절. 「계절에 따라 산다」를 읽으며 흐름대로 살아가는 삶, 계절의 변화를 다시금 생각해보게 된다. 길다면 긴 시간이라 이야기할 수 있을 것이다. 계절의 흐름을 만끽할 수 없는 조심스러운 봄, 천천히 우러나 천천히 스미는 날마다 좋은날, 모리시타 노리코의 책을 권해보고 싶다.

'이런 식으로 앞으로도 계속해나갈 수 있을까?'

어렸을 때는 부모님 말씀만 잘 들으면 안전이 보장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나를 지켜주던 부모님의 등이 어느새 작아졌다. 이젠 내가 지키고 떠받쳐야 할 입장이 되고 보니 세상에 확실한 안전 같은 건 어디에도 없었다. _34p.

"슈ㅡㅡㅡㅡㅡㅡ."

가마에서 하얀 수증기가 올라오고, '솔바람'이 울린다.

유키노 씨가 툭, 중얼거렸다.

"고요함의 소리네...."

수증기가 은은히 피어오르는 따뜻한 방에 앉아 솔바람에 귀를 기울이고 있으면, 어느새 마음의 술렁거림도 머릿속의 소음도 차츰 잠잠해진다. 그 느낌이 너무나 좋다.

'그렇구나. 고요함이란 아무 소리도 없는 상태가 아니야. 이 소리는 고요함의 소리인 거야.' _52p.

봄이 되면 곳곳에 새싹이 나고 일제히 꽃이 핀다. 누구나 어릴 때부터 당연하게 여기며 살아간다.

하지만 어느 날, 눈부신 새싹을 보고 불현듯 깨닫는다. 우리가 이토록 신비한 일에 둘러싸여 있으면서도, 그걸 신비롭다고 생각하지도 못한 채 살아가고 있다는 것을.... _94~95p.

십 대 소녀였을 때, 나에게 계절이란 배경으로 흐르는 단순한 '풍경'에 지나지 않았다. 계절의 순환 같은 건 내 인생에 아무런 영향도 미치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심지어 가능하다면 일 년 내내 일정하게 쾌적한 온도 속에서 살고 싶었다.

하지만 해를 거듭할수록 느끼게 되었다...

우리는 계절을 앞질러 나아갈 수도, 같은 계절에 계속 머물 수도 없다. 언제나 계절과 함께 변화하며, 한순간의 빛이나 나무 사이로 부는 바람에 마음을 가다듬고, 쏟아지는 빗소리에 몸을 맡기며 자신을 치유하기도 한다. ... (중략)... 우리는 계절의 순환 밖이 아니라, 원래부터 그 안에 있다. 그러니 지칠 때는 흐름 속에 모든 것을 맡기면 되는 것이다.... _132~133p.

내가 선택한 길을 살아왔다. 그 점에는 일말의 후회도 없다. 눈앞에 주어진 일을 해나가다 보면 하루하루가 지나간다. 하지만 일이 끊길 때면 내가 얼마나 불안정한 장소에 서 있는지 깨닫고 소름이 돋는다. 그래도 젊을 때는 '정 안되면 뭐든지 해서 살아가면 돼'라고 생각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제 더 이상 젊지 않다.

'여기는 인생의 어디쯤일까? 건너편 기슭은 아직 멀었을까.....? 무사히 다다를 수 있을까.....?' 이내 불안해진다. _174p.

#계절에따라산다 #모리시타노리코 #이유라 #에세이 #티라미스더북

#까망머리앤의작은서재

본 서평은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아 개인적인 감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소란 - 박연준 산문집
박연준 지음 / 난다 / 2020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소란」은 '어림'을 사랑하는 사람을 위한 책입니다. '어림'에는 여림, 맑음, 유치, 투명, 슬픔, 위험, 열렬, 치졸, 두려움, 그리고 맹목의 사랑 따위가 쉽게 들러붙죠. 나이가 들수록 우리가 비껴 앉게 되는 것, 피하거나 못 본척하거나 떨어뜨려 두려고 하는 것들이요. 진짜 삶은 '어림'이 깃든 시절에 있는 줄도 모르고, 우리는 어림에서 멀어집니다. ... (중략)... 당신이 '어림의 시절'을 지나고 있다면, 모든 '어림'을 애틋해하는 사람이라면 이 책을 돌보듯 읽을 수 있을 거예요. 어림을 돌보듯이. _9~10p.

소란한 봄을 맞이하고 있다. 5년 전 읽고 지인에게 다시 선물했던 책인데, 최근 개정판 출간 표지를 보고 다시 읽어야겠다는 생각에 책이 도착하자마자 읽어버렸다. 찬바람이 불면 유독, sns에서 많이 보이는 박연준 작가의 「소란」 2020년 읽은 소란에 공감한 문장들은 5년 전 읽었을 때의 문장들과는 꽤 달라져 있었다. 나의 내면이 조금은 성장한 걸까? 당시엔 저자의 글이 조금 어렵다는 생각이 들어 정체되는 구간이 많았던 걸로 기억하는데.... 이번 책 읽기는 이토록 한 개인의 삶을 농밀하게 드러내었던 글이었나?라는 생각이 드는 한 편, 문장이 마음이 콕콕 박혀 읽고 되짚어 읽기를 반복하게 된다.

소란 騷亂 ; 시끄럽고 어수선함. 소란 巢卵 ; 암탉이 알 낳을 자리를 바로 찾아들도록 둥지에 넣어두는 달걀. 밑알이라고도 함.

무슨 말이 필요할까, 다시 읽고 또 읽어도 좋은 책. 공감하는 문장은 많이 달라졌지만 그 시선의 변화를 느껴보는 것도 꽤 즐거운 책 읽기가 아닐까? 봄비 내리는 밤에 읽었지만, 봄바람 부는 날 읽어도 좋을 것 같다. 이렇게 좋은데, 읽어요 우리.

누가 사랑에 빠진 자를 말릴 수 있겠어요? 운명론자는 아니지만, 나는 사람마다 각자 경험하고 지나가야 할 일정량의 고유 경험치가 존재한다고 믿거든요. 다 겪지 못하면 다음으로 못 넘어가는 거죠. 당신을 사랑하고, 또 헤어지던 순간은 꼭 필요한 경험이었어요. 그 일을 나는 긍정합니다. _33p.

나는 생각한다. 내가 세상에 불쑥 돋아난 이후로, 내 생은 저 떨어지기 직전 '가을 나뭇잎의 소란' 같다고. _60p.

여전히 나는 작은 일에도 쉽게 화가 나 평정을 잃고 방방 뛸 때가 많지만 서른이 넘었으므로 이내 괜찮은 척, 기다리는 척한다. 마흔이 넘어서는 뭘 하는 척해야 하나? 쉰이 넘고 예순이 넘어서는? 중요한 건 생각은 갑자기 해서 되는 게 아니라는 것이다. 늘 무언가를 생각하고, 준비를 해야 어른인 ‘척’도 하고, 잘 사는 ‘척’도 하고, 사랑하는 이들을 안심시키는 ‘척’도 할 수 있을 테니까. 아무쪼록 잘 사는 일이란 마음이 머물고 싶어 하는 것에 대해, 순간의 시간을 온전히 할애해 주는 것일지 모른다. 시간을 ‘보내는 것’이 삶이라면 될 수 있는 한 ‘잘 대접해서’ 보내주고 싶다. _81p.

우리는 모른다. 사랑이 우리를 어디로 데려갈지. _149p.

내게 죽음은 유예되고, 유예되고, 유예되고, 한없이 유예 가능할 것 같은 무거운 숙제다. 물론 오겠지. 결국엔 올 것이다. 내게도, 다른 모든 살아 있는 것들에게도, 죽음을 기약하지 않고 사는 사람은 아무도 없으니까.

내 침대 아래 죽음이 잠들어 있다. 죽은 듯이 잠들어 있는 죽음. 훗날 죽음이 눈을 뜨고 나를 바라보려 할 때, 피하지 않고 평온하게 받아들일 수 있기를 바란다. 후회 없이 살았고, 즐거웠다고. 사랑이 충만했다고 말하며 다 읽은 책을 덮듯이 삶을 탁, 닫고 싶다. 그다음 죽음의 손을 잡을 것이다. _203p.

⠀⠀⠀⠀⠀⠀⠀⠀⠀⠀⠀⠀⠀⠀⠀​​​​​​​​​​​

⠀⠀⠀⠀⠀⠀⠀⠀⠀⠀⠀⠀⠀⠀⠀​​​​​​​​​​​

#소란 #박연준 #박연준산문집 #난다

#까망머리앤의작은서재 #book #blanket #handmade #이밤이책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다람쥐의 위로
톤 텔레헨 지음, 김소라 그림, 정유정 옮김 / arte(아르테) / 2020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하는 일마다 모두 안 되는 그런 날들이 있지." 두더지가 왜가리 발아래 구멍을 파면서 투덜거렸다. "너도 그런 날이 있잖아."

"그렇지. 그런 날이 있지." 개미가 대답했다._9p.

책띠지의 짧은 문장이 시선을 사로잡았다. '하는 일마다 잘 안되는 그런 날, 그렇지 그런 날이 있지.' 코로나19 사태가 길어지면서, 자의가 아닌 타의에 의해 일상을 통제해야 하는 시간을 살아가고 있는 요즘. 답답하지만 사회적 거리를 두라고, 모임을 삼가라고 계속되는 문자를 받으면서 이렇게 길어지기만 하는 사태가 언제쯤 마무리될까?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오늘날 현대인들의 불안한 심리를 소설에 등장하는 동물들에 투영한 짧은 이야기들을 읽어가다 보면 어수선했던 마음도 차분히 가라앉는 느낌이 들기도 한다.

"너도 넘어져 본 적 있니?"

"응, 꽤 자주, 다들 넘어지니까 괜찮아."

하는 일마다 모두 안 되는 그런 날들,

괜히 울적하고 의기소침해지는 순간들...

그럴 때마다 가만히 귀 기울여주는 조그만 우리 친구 다람쥐

가끔은 긴 문장보다 짧은 문장에서 위로를 받게 된다. 톤 텔레헨의 소설은 귀여운 동물들이 화자로 등장해 우리를 위로한다. 「고슴도치의 소원」, 「코끼리의 마음」, 「잘 지내니」, 「잘 다녀와」에 이어 다 섯번째로 만나게 되는 「다람쥐의 위로」다. 작고 귀여운 다람쥐와 숲속 친구들. 역시나 이번 책도 김소라 작가님의 일러스트로 이야기의 따스함을 한층 더했다. 말없이 차 한잔 함께할 누군가 필요할 때 톤 텔레헨이 전하는 고요한 위로의 이야기, 페이지를 넘기다 보면 조용한 다독임을 받는 느낌의 책이다. 반복되는 소소한 일상에서 그저 이야기를 들어주고 작은 위로를 건네는 게 다이지만, 그 작은 위로가 받아들이는 이에 따라 다양한 파장을 일으키게 된다. 어쩌면 우리가 살아가며 필요한 건 그저 이야기를 들어주는 한 사람, 그리고 적절한 때에 건네는 작은 위로가 아닐까?

"난 아픈 데가 없어." 갑자기 개미가 말했다.

모두가 입을 닫고 놀란 눈으로 개미를 바라보았다.

"아픔은 터무니없는 생각이야." 개미가 말을 이었다.

다람쥐는 이따금씩 자기 안에서 느끼는 아픔에 대해 생각해보았다. 콕 집어 어디가 아픈지는 절대 알 수 없었다. 뭔가 울적한 아픔이었다고 생각했다. 그런 아픔도 터무니없는 것일까? _58p.

"나는 나 자신이 지겨워질 때가 있어. 넌 그럴 때 없니?" 그때 개미가 물었다.

"도대체 왜 지겨워진다는 거니?" 다람쥐도 물었다.

"그건 모르지. 그냥 말 그대로 지겨워지는 거야. 전반적으로 말이야." 개미가 대답했다.

다람쥐는 들어본 적도 없는 말이었다. 귀 뒤를 긁적이며 자신에 대해 생각해보았다. 그렇게 한참 스스로에 대해 깊이 생각해보니 놀랍게도 점점 자신이 지겨워졌다.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

"그래, 이제 나도 나 자신이 지겨워졌어." 다람쥐가 말했다. _72p.

"안녕, 차야." 다람쥐가 다시 말해보았다. 그렇게 차와 담소를 시작했다.

둘은 향기에 대해서, 모락모락 피어나는 김에 대해서, 그리고 겨울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누었다. 차는 많은 걸 알고 있었다. 마지막으로 차는 다람쥐에게 찻잔을 비우라고 했다. "내가 식어버리기 전에 말이야."

다람쥐는 잠시 망설이다가 말했다. "안녕, 차야."

그리고는 찻잔을 비웠다. 정적이 흘렀다. "그런데... 네가 필요하다면 언젠가 다시 돌아올게, 다람쥐야." 차가 말했다. _176p.

#다람쥐의위로 #arte #아르테

#톤텔레헨#김소라 그림 #정유정#까망머리앤의작은서재 #북스타그램 #책스타그램 #독서스타그램 #book #bookstagram #handmade #blanket

본 서평은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아 개인적인 감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발목 깊이의 바다
최민우 지음 / 은행나무 / 2020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우리는 타인이라는 바다의 해변에 서 있을 뿐이다. 가끔씩 밀려와 발목을 적시는 파도에 마음이 가벼이 흔들리도록 자신을 내맡기면서, 언젠가는 저 바다 끝까지 갈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스스로도 믿지 않는 헛된 희망에 매달리고 있을 뿐이다. _183p.

주변에서 일어나는 초자연적 현상이라고 밖에 볼 수 없는 일들, 그리고 사라지는 사람들... 이 세계에 있으면 안 되는 존재들을 안전한 곳에 데려다 놓음으로 다른 이들이 해를 입지 않게 하는 것이 그들의 일이라고 말했던 노아. 도서정리협회에 노아의 명함을 들고 찾아온 소년 한별은 '불로불사'의 삶을 살고 있는 엄마가 사라졌다며 찾아달라고 찾아오게 된다. 대부분의 사건은 노아가 맡아서 해결했지만 한별의 이야기에 관심을 갖게 된 경해는 한별의 엄마의 실종을 조사할수록 10년 전 '대실종'과 연관이 있는 건 아닌지 생각해보게 된다.

날지 않고 바닥에 모여드는 비둘기, 그 비둘기를 무참히 살해하는 시민들... 그리고 경해의 주변을 찾아드는 사람들과 계속해서 발견되는 유골과 유품들.... 계속되는 '대실종'. 존재하지 않는 문으로 사라진 이들은 저마다 절박한 사연이 있었고, 그러한 사연만으로도 공통된 점을 갖는듯하지만 존재하지 않아야 할 것이 지금의 세계에 존재하면서 벌어지는 일 때문에 문제의 틈을 없애야 한다고 의견을 모은 모종의 조직들이 움직이기 시작하고 경해는 TV에서 아내의 반지를 보게 된다. 이야기는 짧지만 스피디하게 전개되고 등장인물이 많지 않지만 의뭉스러운 캐릭터들이 글의 긴장감을 더하게 된다. 상상력이 무럭무럭 자라게 했던 「발목 깊이의 바다」 '우리는 타인이라는 바다의 해변에 서 있을 뿐이다.'라는 이 한 문장이 책장을 덮고도 한참을 조용히 소리 내어 읽어보게 된다. 미스터리하지만 스피디한 전개로 지루할 틈 없이 상상력을 자극했던 최민우 작가의 다른 작품도 기대해보고 싶은 글이었다.

사라진 사람들, 반복되는 균열

과거와 현재, 현상과 환상을 틈입하는 응시의 흔적들

세상에는 여기 이곳에 있으면 안 되는 존재가 있어. 하지만 있게 된 이상 함부로 없앨 수 없지. 그렇다면 그 존재를 가장 안전한 곳에 데려다 놓는 게 좋아. 그렇지 않으면 많은 사람들이 해를 입을 수 있단다. ... (중략)... 우리는 수수께끼를 다뤘다. 그게 우리가 하는 일이었다. 세계는 비유이자 실재이고, 수수께끼는 그 사이의 틈에서 발생한다. _15~16p.

"각자 사정이라는 게 있으니까요." 내가 대답했다.

"그렇죠. 각자 말 못 할 사정이란 게 있죠. 그러니까 손님 같은 분이 먹고 살 테고, 다만 그 말 못 할 사정이란 게, 오래 끌어안고 살다 보면 좀 뭐랄까.... 자기 멋대로 굴 때가 있지 않습니까. 그렇게 되기 전에 그런 사정 같은 거 깨끗이 털어버리면 좋겠지만, 사람 일이란 게 원체 그렇게 간단히 풀리지는 않거든요." _55p.

자기 모습에 관심을 기울이는 종은 인간뿐이에요. 다른 동물들은 상대의 모습과, 상대가 나를 어떻게 볼지에만 관심을 가져요. 생존에는 그 정도면 충분하니까. 자기가 자기를 볼 필요는 느끼지 못하는 거죠. 하지만 사람은 자기 자신에게 엄청나게 관심이 많습니다. 자기가 세상에 어떻게 보일지 알고 싶어 하죠. 하지만 거울은 좌우가 반대로 비쳐요. 그런 점에서 거울은 은유입니다. 자신의 모습을 보는 건 가능하지만 자신의 진짜 모습은 볼 수 없다는 은유. _79p.

#발목깊이의바다 #최민우 #한국소설 #소설

#은행나무 #까망머리앤의작은서재

본 서평은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아 개인적인 감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