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라는 보통명사
조소담 지음 / 21세기북스 / 201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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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에 빠진 기간엔 항상 생각했다. 내가 글로 적지 않는 날에도 나의 하루는 사라지지 않는다고. 내가 지쳐서 기억하지 못할 순간까지도 당신이 기억해 줄 테니까. 그렇게 '당신'이란 보통명사에 의존해온 기억들은 어느 날 한숨에 모두 사라졌다. 나는 나의 인생을 복원하지 못한다. '당신'들에게 맡겨둔 어떤 순간들의 의미. 그렇지만 그 기억을 되돌려 받을 수 있는가. 기억의 조각들만 가지고, 사람들은 저마다의 길로 흩어진다. _ #당신이라는보통명사

온라인 서점을 둘러보다 책의 제목을 보고 반해 꼭 읽어보리라 생각했던 책이다. 마침 밀리의 서재 한 달 체험 기회가 생겨서 읽을 책들을 주섬주섬 챙기다 눈에 띄어 바로 읽었던 「당신이라는 보통명사」. 문득 작가의 프로필이 궁금해져 찾아보니 20대 여성 CEO, 유리천장을 깬 여성, 영향력 있는 30세 이하 리더 등 꽤 다양한 수식어를 찾아볼 수 있다. 미디어 스타트업 [닷페이스]의 대표이기도 한 그는 문재인 대통령 직속기관 저출산고령사회위원 최연소 위원으로 위촉, 언론의 주목을 받기도 했다고 한다. 지금의 그를 있게 한 다양한 수식어들을 보며 앞으로 그녀의 행보가 조금은 기대되기도 한다.

보통의 연애, 보통의 청춘이라고 읽기엔 제목만 보고 선택한 책이 무색하게 거침없이 당당하며 적나라하다. 날 것의 감정을 마주하면 이런 느낌일까? 서투르고 지난한 시간들을 투명한 유리병에 담아 곱게 이름표를 붙인듯한 그녀의 글은 때론 부끄럽지만, 상대를 그대로 사랑하기보다 이해가 앞서지 않아 힘겨웠던 건 아닌가?라는 생각을 해보게 된다. 언젠가 모두 사라져버릴 기억들에 붙인 이름들... 우리에게 필요한 건 이해가 아니라 사랑이다. 네가 얼마나 외롭든 얼마나 초라하든.

사소한 순간들이 따가울 때가 있다.

하지 않아도 좋았을 말을 했을 때가 그렇다.

괜찮은 척, 태연한 척, 넉살 좋은 척 했던 이야기들.

스스로를 싫어하게 된다. _ #청첩장모임에다녀오다

특별한 일은 아무것도 일어나지 않는다.

하루하루가 쉽게 흐른다.

너무 쉬워서 살아있음을 제대로 느낄 수가 없다. _ #번아웃

나는 오늘도 누구와도 똑같지 않은 하루를 살았다.

너도 아마 그럴 테니까

서로를 이해할 수 없음에

실망하거나 노여워할 필요는 없는 거다.

아마 우리는 평생토록 서로를 온전히 이해할 수 없을 것이다.

그 간극이 가끔은 마음을 외롭게 하지만,

내 외로움이 깊은 만큼

너도, 우리도 모두 깊게 외롭겠구나.

이런 생각이 들 때면,

이해할 수 없는 누군가를 더 사랑하고 싶다. _ #이해할수없는사람들

우리는 사랑하고 사랑을 보내고 또 그 사랑이 언젠가 다시 찾아오는 모습을 상상한다. 그러나 나는 헤어짐의 장면을 그대로 잘 보존해두는 것이 대부분의 경우에 더 나은 일임을 알았다. 지나간 것은 이미 미화되었기에 우리는 그때보다 더 예쁘게 사랑할 수 없다. 머릿속에 필름이 여러 통 있는 것을 축복하는 편이 더 낫다. _ #나도오랜시간잔잔히누군가를사랑하고싶었지

#당신이라는보통명사

#조소담 #산문집 #에세이 #21세기북스 #까망머리앤의작은서재 #밀리의서재 #ebo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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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과 박티팔 씨의 엉뚱하지만 도움이 되는 인간 관찰의 기술
박티팔 지음 / 웨일북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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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 10시가 되면 아이들을 모두 다 재우고, 거실에 있는 기다란 스탠드 아래에 이상한 양탄자를 하나 깔아 내 영역을 확보한 다음, 그 밑에서 두 시간 동안 책도 읽고 웹툰도 보고 이것저것 하면서 시간을 보낸다. 하루 중 가장 행복한 시간이라 들뜬 마음으로 시간을 아껴 가며 노는데, 자칫 너무 밝은 표정으로 놀고 있으면 지나가던 남편이 함께 즐거운 놀이(?)를 하자며 꼬실 수도 있기 때문에 라마단을 보내는 승려처럼 약간 심각한 표정을 짓는다. 그리고 12시가 되면 다시 양탄자를 곱게 접어 내 흔적을 없앤다. _96p.

눈에 확 띄고 긴 제목, 닉네임이 분명한 '티팔'이라는 이름도 눈에 띄었지만 '인간관찰의기술'에 더 마음이 끌렸던 책이다. 회의 중에 이상한 소릴 내며 웃기도 하고, 학회에 갔다 편의점에서 먹던 떠먹는 피자가 맛있어서 학회를 째기도 한다. 낯선 이와의 대면은 죽기보다 괴로우며, 관심받는 걸 꺼린다. 결혼식은 허례허식 같아 싫다고 했다가 시어머니가 거품을 물게 했고, 잔소리가 많으신 시아버지께 '1일 1잔소리 제한'을 이야기해 시아버지를 기절시킨다. 하지만 이사한 집 열쇠는 제일 먼저 시어머니께 드리고, 시아버지가 해주시는 세차나 차 안의 실내 청소 등 타인의 손길을 반기는 티팔씨다. 자신의 시간을 확보하기 위해 심각한 표정으로 방해받지 않기 위해 꼼수를 쓰고, 갑작스러운 시댁 식구 방문 소식에 무작정 뛰쳐나가 5시간을 무작정 돌아다니며 자신만의 힐링을 하고 돌아온다. (남편의 큰소리쯤은 눈치 보는 척 두루뭉술 넘어가기! you win!!)

“이건 절대 내 이야기는 아니고 그냥 상상일 뿐이에요”라고 귀엽게 말하며 새침하게 앉아있고 싶기 때문이다. _30p.

마음이 편안해지는 공간, 편안한 소파, 잔잔한 음악과 상담가의 편안한 목소리를 상상했다면 그런 차분함은 이 책에서 찾아볼 수 없다. 그녀의 불안한 내면을 그대로 드러내 보이며 그럼에도 정신과 상담가로 살아가고 있는 그녀의 하루하루는 우리와 크게 다를 바 없다고 이야기하고 있다. 약간 허술한 듯 보이지만 시크한 이미지를 상상하게 되는 박티팔씨, 나와 별다를 것 없는 모습으로 살아가는, 웃픈이야기는 어쩌면 어떤 위로보다 더 깊고 진하게 다가올지도 모르겠다. 병원에서 VIP 되는 꿀팁도! ㅋㅋㅋ 읽다 보면 정신이 건강해지는 느낌? 저자의 다음 이야기도 기다리게 될 것 같다.

저자의 필명 ‘티팔’은 사회성이 부족하고 독특한 정신세계를 지닌 사람을 일컫는 ‘스키조티팔 퍼스널리티 디스오더 (정신 분열형 성격 장애)에서 따온 정신과 은어다.

이번 학회의 나름 점수를 매기자면 100점 만점 중 100점이었다. CU편의점의 떠먹는 피자가 맛있었고, 가방에서 튀어나온 때 타월이 웃겼으며, 조커라는 친구가 생겼고, 추억의 모텔 냄새가 향기로웠다. 그리고 개 무덤을 잘 만드는 남편이 있었기 때문이다. _83p.

아이가 태어난 뒤, 아기가 싼 똥에 대한 이야기를 길고 자세하게 그리고 자발적인 즐거움에 차서 할 수 있는 대상은 시어머니밖에 없었다. 아이가 했던 재미있는 에피소드를 반복해도 처음 듣는 것처럼 다시 들어주는 사람 역시 시어머니였다. 심지어 손자가 마음에 드시면 데려가서 똥강아지처럼 키워도 된다고 했더니 "아니, 다른 집 며느리들은 손주를 만지지도 못하게 한다던데"라며 좋아했다. 무심하고 둔하지만 쿨한 면이 있는 나와, 불안하고 예민 섬세한 시어머니는 합이 잘 맞았다. _88p.

딸이 커서 결혼한다고 오면 나는 좀 살아보고 결혼해라. 또는 자아가 생기고 난 뒤 결혼해라. 행복하려고 결혼하지 말고 스스로 행복하고 난 뒤에 결혼하라는 이야기를 꼭 해주고 싶다. _92p.

#정신과박티팔씨의엉뚱하지만도움이되는인간관찰의기술

#박티팔 #에세이 #웨일북 #임상심리사

본 서평은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아 개인적인 감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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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의 기쁨과 슬픔 - 장류진 소설집
장류진 지음 / 창비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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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책을 세상에 띄우면서 '앞으로 이런 소설을 쓰겠다'라는 멋지고 당찬 다짐, 아니면 적어도 '이런 소설을 쓰고 싶다'하는 작은 바람이라도 내비치고 싶지만. 아무리 생각해봐도 지금으로서는 정말, 계속해보겠다는 마음, 계속 써보겠다는 마음, 그 마음밖에는 없다.

그게 무엇이든, 계속 쓸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 _ #장류진

8편의 단편으로 묶인 이 책의 주인공들은 오늘날 한국 사회를 살아가는 이삼십 대 남녀의 직장인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무척이나 짧은 글도 있지만 읽으면서 점점 빠져들어 공감하게 되는 건 사회생활을 하며 한 번쯤 직접 경험했거나 들어봤을법한 일이기 때문이었을까? 글을 읽으며 '이 문장이다!' 딱 꽂히는 문장이 많진 않지만, 공감되는 문장들이 너무 많았던 건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의 현실이기 때문이 아니었을까? 열심히 살고 있지만 그에 원하는 만큼의 성공을 할 수 있을까? 오늘 힘겨움을 꾹 참으면, 내일은 기쁨이 기다리고 있을까? 이미 사회생활을 시작하기 전부터 나누어진 보이지 않는 등급, 그 안에서 아등바등 살아내야 하는 사람들의 모습은 다양한 모습으로 살아가고 있는 오늘날 우리의 모습일 것이다. '창작과 비평' 웹사이트에 장류진 작가의 글이 올라가고 sns를 통해 입소문을 타면서 서버가 다운되는 사태까지 벌어졌었다는데.....'아! 이래서...!!!'라고 무릎을 탁! 치게 될지도 모르겠다.

입소문으로 너무도 유명했던 「일의 기쁨과 슬픔」 유명세를 치르기도 했고, 인별그램에서 간간이 보아왔던 짧은 이야기에 공감 가는 내용이 많아 궁금한 마음에 구입했다가, (역시 묵여두었다 읽는 맛?!) 순식간에 완독한 글. 장류진 작가님 글 정말 잘 쓰시네! 즐거울것 없는 직장생활. 이런 다양한 이야기를 써 낼수 있는 사람이라니! 장류진 작가의 글을 앞으로도 계속 읽어보고 싶다.

열심히 노력하면 삶이 극적으로 나아지리라는 꿈같은 건 아무도 꾸지 않는 시대, 그렇다고 완전한 절망도 허용되지 않는 시대. 그의 등단작 「일의 기쁨과 슬픔」 이 아니었다면 우리가 이 시공간을 건너기 위해 기다려온 소설이 무엇이었는지 알지 못할 뻔했다. ... (중략) ... 기쁨과 슬픔 사이, 미처 명명되지 못한 여러 결의 마음들이 딱딱한 세계의 표면에 부딪혀 기우뚱 미묘히 흔들리는 순간순간을 작가는 기민하고 섬세하게 포착해낸다. 오늘의 한국 사회를 설명해 줄 타임캡슐을 만든다면 넣지 않을 수 없는 책이다. _ #정이현

"내가 지금 돈 때문에 이러는 것 같아? 그깟 오만 원 아끼려고 내가, 이러는 것 같아?"

어째서인지 나는 숨을 몰아쉬고 있었다.

빛나 언니한테 가르쳐주려고 그러는 거야. 세상이 어떻게 어떤 원리로 돌아가는지. 오만 원을 내야 오만 원을 돌려받는 거고, 만이 천 원을 내면 만 이천 원짜리 축하를 받는 거라고. 아직도 모르나 본데, 여기는 원래 그런 곳이라고 말이야. _28p.

감사합니다. 선생님. 사시는 동안 적게 일하시고 많이 버세요.

아홉시가 되기 전까지 해야 할 일이 또 있었다. 몇 달 전 예매해 두었던 조성진 홍콩 리사이틀이 벌서 다음 달이었다. 공휴일과 주말, 그리고 아껴둔 연차를 하루 붙여서 삼 박 사 일을 놀고 공연도 볼 것이다. 항공권 예매 사이트에 접속한 다음, 홍콩행 왕복 티켓을 결제했다. 조금 비싼가 싶었지만 오늘은 월급날이니까 괜찮아,라고 생각했다. _63p.

연애의 가능성이란, 얼굴을 마주하고 한두 마디만 나누어보면 금방 도드라져서 감지하기 쉬운 종류의 것이었다. 다만 나는 이십대가 아닌 삼십 대였으므로, 적절한 시기를 기다릴 줄 알았다. _70p.

새벽의 방문자들은 잊을 만하면 한 번씩 찾아왔다. 여자는 초인종이 울릴 때마다 비디오폰에 달린 모니터로 남자들을 관찰했다. 그들은 모두 약속이나 한 듯 비슷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별일 아니라고 주문을 거는 듯한 태연함, 남에게 들키기 싫은 일을 할 때의 부끄러움, 돌연 술이 확 깨면서 자기 자신을 돌아보는 순간의 주저함, 그러면서도 어쨌든 곧 벌어지게 될 눈먼 섹스에 대한 설렘 등이 복합적으로 섞여 있는 얼굴들. _182~183p.

"저는, 한국 사람입니다. 육 년 전에 탐페레 공항에서 얀을 만난 적이 있어요."

"오, 당신을 기억해요. 나는 얀의 아내입니다. 당신이 도와줬던 이야기를 들었어요. 고마워요. 얀이 곧 일어나면 아침식사를 하면서 이 기쁜 소식을 전하겠어요." _212p.

#일의기쁨과슬픔

#장류진 #소설 #한국소설 #창비 #까망머리앤의작은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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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가지 물건으로 다시 쓰는 여성 세계사
매기 앤드루스.재니스 로마스 지음, 홍승원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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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영국이 일부 여성에게 참정권을 부여한 지 100주년이 되는 시점에 쓰였다. 가정에 국한되어 있던 여성의 관심이 점차 공적 영역의 참여로 확산되는 과정이 없었더라면, 그 의미는 그리 커 보이지 않았을 것이다. 물론 이 책은 여성사의 일부를 이야기할 뿐, 전부를 대변하지 않는다. 다만 우리는 여성의 역사에 대해, 그리고 여성의 삶을 무엇이 어떻게 어째서 바꾸고, 형성하고, 재정립해왔는지에 대해 토론하고 논의하며, 어떤 것들에 대해서는 반론을 제기해볼 수 있는 출발점을 제시하고자 했다. _11p.

100가지 물건으로 여성의 세계사를 이야기하겠다고? 흥미로운 제목에 끌려 책을 펼쳐보게 된다. 여성이 여성성에 순응하도록 조장되고, 초창기 페미니스트들이 그런 압박에 어떻게 맞서왔는지를 이야기한다. 책에 등장하는 물건들을 선택하는 과정에서 순위가 밀려난 것도 많다고 하니, 이 책에 수록된 물건들 말고 또 어떤 물건들이 있는지도 궁금해지기도 한다. 크게 7개의 장으로 나누어진 챕터는 목록을 보고 궁금한 부분부터 읽어도 좋지만 흥미로운 주제들이 많아 한 권을 정독하는데 많은 시간이 걸리진 않는 편이다.

1. 몸과 모성, 섹슈얼리티

2. 아내와 가정주부

3. 과학과 기술

4. 패션과 의상

5. 소통과 이동, 여행

6. 노동과 고용

7. 창작과 문화

8. 여성의 정치

여성의 목소리를 잠재우기 위해 만들어졌다는 잔소리꾼 굴레, 충격이었어!! 사람에게 어떻게 저런 굴욕적인 물건을 씌울 수 있는 거지? 여성을 위한 신용카드, 세탁기의 전신인 빨래 방망이, 실리콘 가슴, 새로운 직업의 예고였던 타자기, 아내 판매광고, 원치 않는 임신을 피하게 된 피임약 등 생각지도 못한 다양하고도 방대한 물건들을 주제로 진행되는 이야기를 읽으며 '어쩌면 지금도, 반복되고 있을 불편한 이야기들'이라는 생각이 머릿속을 맴돌기도 한다. 옛날 옛적에~ 이야기가 아니다. 놀랍게도 '이런 일이 불고 몇 십 년 전 일이라고?' 하고 놀라게 될 만한 부분도 꽤 만나게 될 것이다. 여성의 사회적 역할이 발달해온 과정을 물건을 중심으로 이야기하고 있는 「다시 쓰는 여성 세계사」는 여성과 페미니즘의 역사에 대해 복잡하지만 흥미롭고 무겁지 않게 이야기하고 있다. 400페이지가 넘는 꽤 두툼한 분량이지만 책에 수록된 사진들과 역사 속의 이야기를 읽다 보면 '벌써 다 읽었어?'라는 생각이 들 이 책을 호기심으로라도 한 번쯤 읽어보시길 추천하고 싶다.

"최근 읽은 책 중 가장 유용하면서, 읽기의 쾌락에 취할 수 있는 '가성비 최고의 힐링스'다. ... (중략)... 세상의 모든 앎이 여기 있다. 지적인 대화를 위한 '깊고 위대한 지식'을 원한다면, 필독을 권한다." _ #정희진

"당신 역시도 이 역사의 일부임이, 자랑스럽게 느껴질 것이다." _ #이다혜 기자

1970년대의 페미니스트 운동은 강간이 위력을 행사하고 여성의 신체를 개인적으로 침해하는 행위라고 주장했다. 때로는 개인이나 심지어 국가에 복수하고 지배하는 느낌을 얻기 위함이라는 것이다. 역사적으로 여성들은 자주 '전리품'취급을 받아 왔다. _66p.

여러 문화권에서 여성은 결혼을 할 때 여전히 가족이 우선순위나 선택에 순응해야 하며 가족에게 수치가 될 만한 일을 피해야 한다는 압박을 받고 있다. _92p.

대부분의 개발도상국에서 가난한 사람들을 돕는 유일한 손길은 자선단체와 종교 단체뿐이다. 여성과 아이들은 사회의 가장 취약 계층이라는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 전 세계적으로 식량난은 수백만 여성들의 현실이며 빈부격차가 심해짐에 따라 더욱 극한으로 치닫고 있다. 2014년, 유엔의 존 헨드라는 다음과 같이 언급했다.

"여성은 빈곤의 얼굴이다. 특히 농촌에서는 생산적인 자원과 자산, 능력, 적정 급여수준의 고용을 충분히 접할 수 없이 때문에 더욱 두드러진다. 집요하고 다중적인 경제적 및 사회적 불평등은 농촌 지역 빈곤의 여성화를 가중시키고 있다." _122p.

라디오의 도입은 1920년대에서 1930년대에 걸쳐 수백만 여성들의 가정생활에 혁명적인 변화를 가져왔다. 이러한 기술적 혁신은 집에서 매일같이 일상적인 과업을 수행하는 여성들에게 음악과 동지애, 교육, 정치적 견해를 제공했다. _169p.

정부는 '천한 매춘부들'을 식별하고 등록함으로써 사병들 사이에 번진 성병을 퇴치하고자 했다. 전염병법은 이중 잣대를 적용했고 남성의 성행위를 억제하려는 시도는 하지 않았다. _292p.

#100가지물건으로다시쓰는여성세계사 #다시쓰는여성세계사

#매기앤드루스 #재니스로마스 #웅진지식하우스 #역사 #까망머리앤의작은서재

본 서평은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아 개인적인 감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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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관리대상자
주원규 지음 / 한겨레출판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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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사회에서는 누가 먼저랄 것 없이 시스템의 안정이 필요하다는 요구가 일어났습니다. 그 요구가 초법적, 초월적 합의체를 태동케 했고, 그 합의체가 바로 컴퍼니입니다. 컴퍼니는 '시스템 불온 지수'를 측정하는 인공지능을 개발했습니다. 이 시스템 불온 지수가 임계점인 50퍼센트를 넘으면 사회가 불안정해집니다. 그래서 컴퍼니는 시스템 불온 지수를 50퍼센트 아래로 유지하기 위해 '시스템 정화작업을' 시작했습니다. _196p.

광화문 폭발 테러가 발생한 지 3년, 서울 일대에 해적이 활동한다는 루머가 퍼지기 시작했다. 사라지는 사람들, 그 대상을 특정 지을 수 없지만 언론마저 통제한 이들에게 두려움이란 없어 보인다. AI 시스템이 불온 지수를 측정해 시스템에 악영향을 미치는 '특별관리대상자'를 필터링해 시스템 불온 지수 임계점을 넘지 않게 관리, 사회를 안정화시키기 위한 조직의 수호자 정인구. 이들에게 하청 받아 대상 인물을 사회에서 격리, 또는 처리하는 업무를 맡은 두목 해이수, 그와 함께하는 일당들을 '해적'은 해적이라고 불린다. 해적에 입단하기 위해 목숨을 건 테스트를 치르고 그들에게 스며든 오단.

영화에서나 볼 수 있을 것 같은 일들을 자주 맞닥트리게 되는 요즘, 어쩌면 이 사회 어디선가 벌어지고 있는 일이 아닐까?라는 두려움마저 스멀스멀 들기 시작한다. 의문스러운 단체에서 자행되는 살육과 침묵하는 언론, 그리고 조금씩 어긋나기 시작하는 조직 내에서의 불안감은 페이지를 넘기면 넘길수록 빠져들어 어디서 어떤 폭탄을 만나게 될지 불안하면서도 멈출 수가 없다. 강남의 민낯을 다룬 「메이드 인 강남」의 주원규 작가의 신간 「특별관리대상자」 는 사회 시스템을 수호하는 초법적 합의체인 컴퍼니라는 조직에 얽힌 다양한 군상들을 중심으로 인간 내면의 어두운 폭력성과 집단적 욕망의 적나라함이 거칠게 느껴지지만 사회파 소설! 하면 떠오르는 작가가 될 것 같다. 합리적인 사회? 인간 내면의 폭력성은 어디까지 일까? 사회파 장르소설을 즐기지 않는 편임에도 책을 다 읽을때까지 궁금해서 책장을 덮을 수가 없었다. 등장인물들의 캐릭터가 너무도 생생하고 이야기를 끌어가는 힘이 한 편의 영화를 생생하게 감상한듯한 진한 여운을 남기는 소설이다.

마지막으로 화면에 뜬 것은 인공지능이 필터링 한 ‘특별 관리 대상자’명단이었다. 인물의 사진과 약력이 하나둘씩 떠올랐다. 회의에 참석한 사람들은 테이블에 마련된 OX 버튼 중 하나를 눌러 이들에게 판결을 내리면 되었다. 여섯 명의 인물 가운데 다섯 명이 회의 참석자들로부터 ‘처형’처분을 받았고, 한 명은 처리가 ‘보류’되었다. __101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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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큰 괴물이 되지 않으면 잡아먹혀. 더 큰 괴물이 되느라 이렇게 된 걸 지옥이라 부르면 곤란하지. _126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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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인구가 들려준 컴퍼니 주요 업무에 대한 설명은 채 2분을 넘기지 않았다. 설명은 지독할 정도로 심플했다. 사상이나 이념, 이해관계를 떠나 정재계의 고위 관료들이 점조직 스타일의 비밀 결사체로 모여 사회 시스템의 체질 강화를 위해 독소 인자들의 제거와 축출 작업을 시행한다. 시행 주체는 언제까지라도 가칭일 ‘컴퍼니’이지만 축출 작업은 ‘해적’이 실행한다. _194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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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판은 인간 본연의 권리예요. 심판하고 심판받는 일. 그것이 인간을 지금까지 살아 있게 만든 생존 본능이에요. 컴퍼니는 인간의 마땅한 권리를 대리 행사하는 것뿐이고요. _198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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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연이든 계획이든 일어날 수밖에 없는 일은 반드시 터지게 되어 있어._227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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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변의 위협 앞에선 누구든 마지막까지 지켜오던 고상함의 가면을 스스로 무너뜨리는 법이다. 정인구는 그들이 보여주는 자멸의 징후를 보며 자신의 소신이 잠정적 진리였음을 재확인했다. 인간에게 합리성을 기대해선 안 된다. 그러한 확신은 컴퍼니 설계를 향한 더 견고한 신념으로 발전되었다. ‘시스템은 인간의 합리성을 넘어선다’는 것. 또 하나, ‘인간은 결코 그 어떤 것으로도 인간 자신에게, 자연에게 기여할 수 없다’는 것. 정인구는 인간은 단지 시스템의 일부로서 기능할 때에만 자신 안의 절대를 발견할 수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_263p.

#특별관리대상자

#주원규 #한국소설 #소설 #까망머리앤의작은서재 #북스타그램 #책스타그램 #독서스타그램 #book

본 서평은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아 개인적인 감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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