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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을 넘는 사람들에게 뱉어주고 싶은 속마음
김신영 지음 / 웨일북 / 2020년 3월
평점 :
절판

'이 책이 세상에 나와도 될까?' 짧은 시간 안에서 많은 생각과 감정들이 교차했고 결코 즐거운 기억은 아니었다. 때론 죽고 싶을 만큼 힘들었고 무작정 도망치고 싶었던 순간들이 셀 수 없이 많았다. 책에 담긴 이야기들은 모두 내가 실제로 겪은 일들이다. 굳이 더하지도 빼지도 않은 채 솔직한 내 감정들을 담았다. _275p.
세월이 흘러도 변하지 않는 조직문화가 있는 걸까? 솔직히 이 책을 읽으며 놀라웠다. '요즘도 이런다고?'라는 생각에 놀랍기도 했다. 취직하기 힘든 시기, 어디든 들어가서 월급을 받는다는 것만으로도 만족해야 하는 시대. 긴 공부를 마치고 드디어 사회인이 되어 직장 생활을 시작한 김사원이 회사 생활을 하며 겪은 일들은 때론 불편하다. 발전 가능성이 없어 보이는 집단, 좋아질 가능성 없는 인물, 회사의 구성원이라기보다 함께 일하는 집단 내에서 자신들에게 맞는 사람이 되기를 원하는 직장 상사들.
연애, 결혼, 회식자리에서의 술 문화, 외근 시 접대문화, 은근한 성추행, 언어폭력 등 왜 시간이 흘러도 바뀌지 않는 걸까? 김사원의 글을 읽으며 내 눈을 의심했다. '요즘도 이런 회사가 있다고?' 하는 게 제일 먼저 든 생각. 이십 년도 훨씬 전 사회생활을 하며 경험했던 일들이었고 당시엔 다들 그러니까 막내인 네가 감당해야지..라는 은근한 압박에 '나만 이런 게 아니니까, 또는 나는 아니니까..'라는 생각으로 버티며 했던 직장 생활. 사실 이해 안 되는 직장 상사들도 많았고 시간이 좀 지나선 부당한 대우에 맞서기도 했지만, 결국 옳고 그름을 떠나 '어디 감히 아랫사람이 버릇없게'라는 이슈만 만들어냈던 씁쓸했던 시간들...
"우리가 궁금하다면 이제 우리 이야기를 들을 차례다."
부당하거나 부조리한 상황에 말문을 닫은 김사원을 사람들은 '요즘 애들'이라고 말한다. 힘들게 취업했는데 조금만 어려워도 쉽게 회사를 떠난다고? 업무엔 관심이 없으면서 공정하게만 대해달라고 한다고? 나도 그렇게 생각했던 사람이다. 꽤 긴 시간이 흘렀고, 조직 내 문화가 달라졌을 거라고 생각했으니까... 그런데... 이런 말도 안 되는 일들이 아직도 벌어지고 있다니. 들여다보지 않고 경험해보지 않으면 모른다. '요즘 애들'에 대한 정의는 여전히 이해보다는 오해로 가득했던 게 아닐까! 회사 책장에 한 권씩, 잘 보이게 꽂아두자!! 책표지의 제목이 잘 보이게 이왕이면 플래그 잇도 다닥다닥 붙이고 형광펜 밑줄도 좍좍 그어서! 그리고 제발, 꼰대 소리 듣지 않으려면 정신들 차립시다 비매너 '어른'!!
"살아남으려는 노력 말고 하지 못한 말부터 뱉기로 했다."
말하지 않았더니 여전히 모르는 어른들에게 날리는 통쾌한 진심
한 회사의 조직 문화가 바뀐다는 건 생각보다 더 오랜 시간과 많은 투자가 필요하다. 조직이 변화해가는 긴 시간 동안 나 같은 마루타 수십 명의 희생 또한 막을 수 없다. ... (중략)... 체질에 맞지도 않는 조직 문화에 하루 종일 억지로 날 끼워 맞추고 있으니, 마음이 편하지 않은 건 너무 당연한 일이다. _47p.
아무 일 아닌 것처럼 넘기니까 자꾸 선을 넘는데, 이렇게 나만 계속 참고 있는 게 과연 맞는 걸까 싶다. 하나하나 표현해서 생각의 간극을 좁혀나가자니 내가 회사 생활을 더 이상 하지 못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_62p.
부장님, 팀장님, 상무님, 부사장님은 죄다 무슨 집에 가기 싫은 귀신이 온몸에 덕지덕지 붙어 있는 것 같다. 집에 있는 가족들한테 밉보여도 먹고사는 데 문제가 되진 않지만, 상사한테는 밉보이면 먹고사는 데 문제가 돼서일까. 도대체 누가 상사한테 미움받으면 먹고살기 힘든 구조를 만들어놨을까? _123p.
"치마 잘 어울리네. 내 딸은 다리가 나를 닮았어. 나중에 치마를 입을 수 있으지 모르겠어. 여자는 다리만 예뻐도 반 이상은 가는데 말이야."
'이거 칭찬이 맞나?' 어느 순간 가슴이 꽉 조여온다. 오늘 아침에 내가 옷장에서 스커트를 집어 든 순간부터 원치 않는 사람들의 시선과 평가 모두 감당해야 하는 내 몫이었을까? _158p.
우리나라 회사 상사들은 '직원이 연애를 해도 문제, 안 해도 문제'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 당사자들은 가만히 있는데 옆에서 감 놔라 배 놔라, 북 치고 장구 치고 난리가 아니다. 가끔은 불쌍하다는 생각까지 든다. 다들 연애 감정 느낀 지가 너무 오래돼서 젊은이들 연애로 대리 만족하고 싶으신 건가 싶다._181p.
인사팀장아, 너는 요즘 애들이 너 입사할 때만큼 바본 줄 아니? 4월이면 대부분 다 알아. 그냥 다녀야 하니까 일단 버텨보자는 생각으로 다니는 거야. 그리고 너는 알코올 알레르기 있는 애한테 알코올에 적응하라는 게 말이 되냐? 그럼 너는 다리 부러지면 목발 떼고 바로 걷는 데 적응해야겠네. 퇴사 사유가 납득이 안 가면 네가 직접 팀에 들어와서 적응해보지 그랬니! _231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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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서평은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아 개인적인 감상으로 작성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