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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V 빌런 고태경 - 2020 한경신춘문예 당선작
정대건 지음 / 은행나무 / 2020년 4월
평점 :
절판

삶은 엉터리고 대부분 실망스러운 노 굿이니까 사람들은 오케이 컷들만 모여 있는 영화를 보러 간다. 우리가 '영화 같다' '영화 같은 순간이다'라고 하는 것은 엉성하고 지루한 일상 속에서 오케이를 살아보는 드문 순간인 거다. ... (중략)... 계속 후회 속에 빠져 멈춰 있을 순 없다. 다음 챕터로 넘어가야 한다. 때로는 오케이가 없어도 가야 한다. _198p.
처음 극장에서 느꼈던 설렘, 배우들의 무대인사, 영화의 상영시간 동안 온전히 누릴 수 있었던 특유의 분위기, 함께 했던 사람과의 설렘 그리고 시간이 흘러 혼자 영화관을 찾게 되면서 온전히 혼자 영화를 감상하던 시간을 휴식처럼 즐겼던 그 시간들을 떠올려보게 되는 시간이기도 했다.
독립영화감독 조혜나, 잠시 주목받는 시절도 있었지만 극도로 어려워진 생활고로 영화를 계속해야 할지 말아야 할지를 고민하던 즈음 종현의 부탁으로 참여한 관객과의 대화에서 영화판에서 유명한 GV 빌런 고태경을 만나게 된다. 자신의 이전 작품을 디테일하게 파고들며 악의적인 질문을 던지는 GV 빌런에게 "눈새라고 아세요? 모르시죠 인터넷에서 찾아보세요."라는 폭탄을 던진 혜나는 GV 빌런의 과거 필모그래피를 발견하고 번뜩이는 생각을 실행에 옮기기로 한다. 고태경을 주제로 다큐멘터리를 찍어볼까?라는 생각은 영화판에서의 그의 행태를 풍자하기 위함이었는데 다큐를 찍으며 고태경에 대해 점점 알아가면서 오히려 영화인으로서의 이해와 응원을 받게 된다. 그는 정말 무례하고 짜증나는 'GV 빌런'일까?
"우선 영화 잘 봤습니다."
"완성한 것만으로도 대단한 거야. 모든 완성된 영화는 기적이야."라는 고태경이 대사는 울컥한 감동을 주기도 한다. '미래를 위해 현실을 담보로 잡혀야 하는 건가?' 혜나의 끊임없는 질문과 생각들은 열심히 살고 있지만 불투명한 미래를 살아가고 있는 유예된 이들에게 담백하고 따스한 위로를 건네줄 「GV 빌런 고태경」 책의 마지막 장을 덮을즈음, 문득 영화관의 분위기를 느껴보고 싶을지도. ...."우선 글 잘 읽었습니다."
GV 빌런은 GV와 빌런(Villain, 악당)의 조합어다. 관객과의 대화에 등장해서 분위기를 흐리는 GV 빌런은 다양한 유형이 존재한다. _17p.
우리는 각자가 원하지 않는 이야기를 가지고 살아간다. 잘하고 싶었는데, 큰 잘못을 저지르지도 않았는데, 콘티도 열심히 그렸는데, 우리는 왜 우리가 사랑하던 것들을 미워하게 될까._115p.
"반반하자."
"네?"
고태경은 마치 양념 반, 프라이드 반, 반반하자는 듯이 툭 말했다.
"자네도 살아야지. 어떻게 다 자네 책임이야. 반반해. 상황이 어려웠던 것도 사실이잖아. 네 탓만 하지 말고 세상 탓도 절반하자고." _137p.
"완성한 것만으로도 대단한 거야. 모든 완성된 영화는 기적이야."_138p.
"우리의 삶이 영화 같을 줄 알았는데.... 오케이는 적고 엔지만 많다. 편집해버리고 싶은 순간투성이야." _205p.
나는 앞으로도 실수하고 후회하고 반복하겠지만, 적어도 내가 사랑하는 것들을 미워하지는 않을 거다. _256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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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서평은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아 개인적인 감상으로 작성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