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한한 위로 - 위로는 정말 그런 걸지도 모른다, 엉뚱하고 희한한 곳에서 찾아오는 것
강세형 지음 / 수오서재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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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부터 이 책은, 누군가를 위로하기 위해서 쓰기 시작한 건 아니었다. 그저 내가 나를 위로하고 싶었고, 내가 발견한 위로의 순간들을 내 스스로 잊지 않도록 기록하고 싶었을 뿐이었다. 하지만 이 책이, 당신의 위로를 발견하는 데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면 좋겠다. 한 사람을 키우는 데는, 한 사람을 살아가게 하는 데는, 온 마을이 필요할지도 모른다. 그런데 그 마을은 절대로 어느 날 갑자기 하늘에서 뚝 떨어지진 않는다. 당신이, 발견해야 한다. _228p.

유독 자주 아팠고, 병원 나들이 가 잦았던 7월. 아픈 만큼 아프다 이야기할 수 없어 참아가며 일하다 겨우 병원행 하기를 몇 번... 약을 먹고 있는데도 나아지지 않는 몸 상태, 병원에서도 이렇다 할 병명 없는 '원인불명의 위장장애, 탈수'등의 진단명 가족이나 지인들이 보기엔 "또 아픈가 보네.." 였겠지만 소화가 잘되지 않아 밥 먹는 게 힘들다고 생각됐던 몇 주간의 고통스러운 시간을 보내고 있을 때 읽기 시작한 책이라 책장을 더욱 천천히 넘길 수밖에 없었다.

2010년 <나는 아직 어른이 되려면 멀었다>를 읽으며 알게 된 강세형 작가, 글의 감성이 너무나 취향이었던지라 이후 출간되는 책들을 빠짐없이 챙겨읽는 독자가 되었다. 꽤 오래 신간 소식이 없어 궁금했던 터였는데 2020년 <희한한 위로>를 읽게 되었다. 그녀 자신도 원인불명으로 힘겨운 시간을 보내다 알게 된 자신의 병명, 아직 이렇다 할 치료 약이 없어 일상을 유지하며 자신만의 루틴을 찾아가는 과정은 자신을 위로하기 위해 쓴 기록이었지만 어쩌면 그녀 자신만의 이야기가 아닐지도 모르겠다. 타인을 이해하는 듯 무심히 건넨 한마디들이 얼마나 많았던가, 누군가를 온전히 이해한다는 게 가능하긴 할까? 그저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주는 것만으로도, 곁에 조용히 있어주는 것만으로도 위로가 되는 순간들이 있다. 제한된 일상이 길어지면서 조금은 더 잦은 우울과 짜증이 찾아드는 일상을 보내고 있다면, 이 책을 소개하는 데는 이 문장으로 충분할 것 같다. 이 책이, 당신의 위로를 발견하는 데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면 좋겠다.

어쩌면 우리는 누구나, 각자의 삶에서, 각자의 역량껏, 이미 충분히, 열심히 살고 있는지도 모른다. 내 삶이 아무렇게나 돼도 상관없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아픈 게 좋은 사람, 힘든 게 좋은 사람이 정말 있긴 할까. 이미 최선을 다해 버티고 있는 서로에게 '노력'이라는 말을 꺼내는 것이 얼마나 가혹하고 무의미한 일인지, 이제는 나도 좀 알 것 같다. _019p.

글을 쓰는 일은, 끊임없는 선택과 끊임없이 마주하는 일이다. 어떤 내용을 어디까지 어떻게 쓸지 글의 형식이나 톤을 정하는 굵직한 선택부터, 단어 하나 쉼표 하나 행갈이 하나까지도 모두 나의 선택을 기다리고 있다. _108p.

40년쯤 쓰면, 나도 내 사용법 정도는 아주 적확하게, 누구보다 잘, 알고 있을 줄 알았는데...

아직도 내 마음조차 모르겠을 때가 너무 많다.

아직도 불쑥불쑥 이런 생각이 들 때가 있다.

넌 대체 커서, 뭐가 될래?

이젠 '커서'가 아닌 '늙어서'란 말을 써야 할 것 같은 나이에 와 있는데도, 아직. _124p.

나는 가끔 내가, 위로 수집가 같다는 생각을 한다. 책을 보다 밑줄을 긋는다. 영화와 드라마를 보다 멈칫한다. 음악이나 팟캐스트를 들으면서도 일시 정지 버튼을 누른다. 나 또한 일시 정지 상태가 되어 나를 멈춰 세운 그 말들을, 그 이야기들을 곱씹으며 위로를 챙긴다. 아, 나처럼 생각하는 사람이 또 있구나. 나와 비슷한 사람이 어딘가에 살고 있구나. 나는 혼자가 아니구나. 과거에도 있었고, 현재에도 어딘가에 살고 있을. _160p.

#희한한위로 #강세형 #에세이 #에세이추천 #수오서재 #까망머리앤의작은서재 #읽어요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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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체 1~3 세트 - 전3권 (무선)
류츠신 지음, 이현아 외 옮김 / 자음과모음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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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는 원래 어두운 곳이죠."

"우주는 암흑의 숲이에요. 모든 문명이 총을 든 사냥꾼이죠. 그들이 유령처럼 숲속을 누비고 있어요. 길을 가로막는 나뭇가지를 살며시 치우고 발소리를 최대한 줄이고 숨소리조차 낮추고.... 조심해야 해요. 숲속에 곳곳에 사냥꾼들이 숨어 있으니까요. 다른 생명을 발견하면 그게 사냥꾼이든 아니든, 천사든 악마든, 갓난아기든 꼬부랑 노인이든, 소녀든 소년이든 할 수 있는 건 단 하나뿐이에요. 총을 쏴서 없애버리는 거죠. 이 숲에서 타인은 그 자체만으로 지옥이고 영원한 위협이에요. 자신의 존재를 드러내는 그 어떤 생명도 곧바로 없애버려야 해요. 이것이 바로 우주 문명이고 페르미 역설에 대한 해석이에요."_677p.

인류가 살고 있는 지구, 넓디넓은 우주에도 생명체가 살고 있다는 가정에서 시작된 <삼체>시리즈는 1부 삼체문제에서 '삼체'라는 생명체와 세계관과 인류에 대한 경고는 삼체 2부 암흑의 숲에서 본격적으로 빠져들게 된다. 지구로 향하고 있는 삼체 함대, 이들이 지구에 도착하는 시간을 약 400년으로 계산한 이들은 삼체에 대항하기 위한 면벽 프로젝트와 이에 대항하는 파벽 프로젝트를 선언한다. 면벽자들에게 주어진 무한한 권리, 이미 그 명성과 위상이 드러난 3인과 달리 뤄지는 그저 과학자일 뿐이었는데 자신의 삶을 그럭저럭 살아가던 그에게 주어진 면벽자라는 지위. 자신은 포기하겠다고 했지만 온 우주가 그를 제거하려고 한다. 삼체 세계에서조차 그에게만 파벽자를 세우지 않았는데..... 뤄지는 면벽인 동시에 파벽자가 되는 것일까? 하지만 세상의 바램과 달리 면벽자의 권위를 이용해 꿈에 그리던 여인을 찾았고 5년의 시간을 세계와 동떨어져 자신만의 세계에서 행복하게 살았다. 그렇게 5년의 시간 동안 다른 면벽자 앞에 나타난 파벽자에게 무너진 최초의 면벽자가 발생하고, 그의 세계에도 위기가 찾아오는데...

삼체 1부의 이야기가 조금은 게임 같고 현실에 와닿는 느낌 없이 현실성이 조금 떨어지는 느낌이었다면, 2부는 1부의 이야기를 이어 조금 더 현실과 맞닿아 위기감을 고조시키며 현실감 있는 세계를 구축해 보여준다. 영화 속에서 나 볼 수 있을 것 같았던 거대한 지하세계, 인류와 별도로 독립한 지구 함대, 동면에 잠들었던 과거의 군인이 200년 후에 깨어났지만 자신의 예상과 크게 달라지지 않은 모습과 오랜 시간 계획해온 무모한 일을 실행에 옮기며 함대를 스틸! 삼체 함대와 반대 방향으로 전속력 도주를 시도한다. 꽤 매력적으로 어필하는 것 같더니 이럴려고 200년 전에 주도면밀하게 계획하고 동면에서 깨자마자 한 일이 함대를 훔쳐 도주하는 거였어? 우주공간에 삼체에서 보낸 물방울의 존재가 화해의 존재라고 받아들인 인류는 느닷없는 습격에 무참히 수백 대의 함대와 수만 명의 목숨을 잃어야 했다. (이 순간 장베이하이의 선택은 옳았다고 응원!) 우주에 남은 7대의 함대. 이들은 지구로 돌아갈 연료도 없거니와 우주에서 자신들의 세계를 구축하고 살아가야 한다. 하지만 문제는 연료, 장비... 여기서 다시 결단을 내리는 장베이하이! (안녕, 네 속은 잘 모르겠지만 은근 멋있었음.) 결국 최후로 남은 함대들은 희생한 함대들의 연료와 장비를 싣고 자신들의 삶을 살기 위해 우주 속으로 안녕.

자, 여기서 동면에서 깬 뤄지는 자신의 아내와 아이를 바로 깨울 수 없었는데.... 면벽자의 신분을 박탈당했다가 다시 신분 복귀? 삼체 문명이 동면에서 깬 뤄지를 죽이기 위해 시도했던 것도 이 모든 것을 해결할 수 있는 사람이 뤄지이기 때문이었을까? 인류와 외계 세계의 첨예한 대립. 공존할 수 없다면 살아남기 위해 무엇이든 해야 한다. 드디어 뤄지 앞에 나타난 지자.

현재에서 할 수 있는 일이 많지 않아 토대를 닦아놓고 미래의 마지막 순간 즈음을 위해 동면에 드는 사람들과 학자들, 200여 년의 시간을 뛰어넘어 동면에서 깨어나 경험하게 되는 세상을 과연 감당할 수 있을까라는 걱정은 노노노! 전문적인 과학 용어들은 스토리와 함께 가벼이 넘기며 읽다 보면 일상이 점점 우주로 커져가는 기분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지구로 향하기 시작한 삼체 문명과 200여 년의 시간이 흘러 눈부시게 발전한 지구의 문명, 1부가 약간 게임 같은 느낌이었다면 2부는 조금 더 구체적인 현실을 마주한 느낌이다. 700여 페이지 순삭 한 기분! SF 소설 어렵지 않아요. 3부, 우주 문명과의 전면전도 곧 읽을 예정! ​ 삼체로 시작해보아요.

아직까지 인류에게 비밀이 있습니다. 바로 우리 개개인의 내면세계입니다. 지자는 인류의 언어를 들을 수 있고 문자와 각종 방식으로 컴퓨터에 저장된 정보를 빠르게 읽어낼 수 있지만 인간의 사고를 읽어내지는 못합니다. 그러므로 외부 세계와 소통하지 않는다면 개개인은 지자에게 영원히 비밀이 보장됩니다. 이것이 바로 면벽 프로젝트의 바탕입니다. _134p.

시간이 문명을 위해 흐르는 것이 아니라 문명이 시간을 위해 흐르는 것이다. _479p.

대협곡이 50년이나 지속됐다니까요? 그동안 세계 인구가 83억에서 35억으로 줄어들었어요. 얼마나 끔찍했는지 상상이 가시죠? _516p.

인류 전체의 우주 군대를 궤멸시킨 것은 삼체 세계의 작디작은 탐측기 한 대였다. 그것과 같은 탐측기 아홉 대가 3년 후 태양계에 도착할 예정이다. 이 탐측기 10대를 모두 합쳐도 그 크기가 함체 전함의 1만 분의 1도 되지 않는다. 그리고 그런 삼체 전함이 1000대도 넘게 밤낮없이 태양계를 향해 날아오고 있다.

내가 너희를 멸망시키는 것이 너희와 무슨 상관이겠는가? _604p.

우주 문명에 두 가지 공리가 있어요. '첫째, 생존은 문명의 첫 번째 필요조건이다. 둘째, 문명은 끊임없이 성장하고 확장되지만 우주의 물질 총량은 불변한다.' ... (중략)... 인류와 삼체 세계에 현혹되어 착각하지 마세요. 두 문명 모두 아주 작아요. 그저 갓 태어난 문명일 뿐이에요. 문명이 장악하고 있는 기술이 어떤 임계를 넘어가면 생명이 우주에서 확장된다는 건 아주 무서운 일이에요. 예를 들어 현재 인류의 항해 속도라면 100만 년 후면 지구 문명이 은하계 전체를 가득 채울 수 있어요. 우주의 기준에서 보면 100만 년은 아주 짧은 시간이에요. _670~671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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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서평은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아 개인적인 감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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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약 먹어도 될까요 - 약국보다 더 친절한 약 성분 안내서 edit(에디트)
권예리 지음 / 다른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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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러스와의 전쟁은 현재진행형이다. 2003년 사스, 2009년 신종플루, 2015년 메르스, 2019년 말부터 유행한 코로나19까지. 인간은 백신을 개발해 천연두 바이러스를 박멸했고, 소아마비 바이러스도 거의 박멸한 상태다. 하지만 신종, 변종 바이러스가 자꾸 나타나고 있다. 빠르게 돌연변이를 일으키는 바이러스의 특성상 신종 바이러스의 전 세계적 유행은 더 자주 일어난다. _105p.

이 책의 출간전, 출판사의 인스타그램 피드에 올라오는 글들을 보고 궁금했던 책이다. 식도염, 위장장애, 탈수 등으로 병원을 종종 다니다 보니 병원을 한 번 다녀올 때마다 약이 꽤 늘어난다. 사실 병원에서 처방받아온 약을 온전히 기간 내에 다 먹은 건 손가락에 꼽는다. 정말 아파서 불편해야 잊지 않고 찾게 되는 약. 그런데 약 성분을 알고 먹는가? 병원에서 처방해 준 약이니 믿고 먹지만 궁금하다. 내가 먹는 약의 성분들은 괜찮은 것인지... 작년엔 헬리코박터균 때문에 강력한 항생제 치료를 하기도 했다. 치료한 항생제 복용 중 생길 수 있는 부작용, 그리고 복용 중에 멈추면 안 되는 이유를 꽤 상세하고 자세하게 알려주셨는데 이 책을 읽으며 항생제 복용은 시작도 끝도 복용자의 마음대로 해선 안된다는 걸 알게 되기도 했다. 항생제를 발견한 이후 인간의 평균수명은 늘어났지만, 세균이 인간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진화하면서 우리 몸에 해로운 바이러스와 이로운 바이러스에 대해서도 연구하기 시작하게 된다. 그동안 병을 물리치는 관점으로 바이러스를 파악해왔기에 병을 일으키지 않는 바이러스의 특성에 대한 연구가 부족하다고 한다. 인류는 계속해서 바이러스와 함께 살아가야 할 것이다.

비타민이 결핍되거나 과잉되어도 위험한 질병에 걸릴 수 있다고 한다. 알고는 있지만 어떤 성분을 얼마나 먹어야 하는지 알 수 없었다면 약의 성분을 잘 살펴서 먹어보자. 친절한 약 성분 안내서는 작용, 부작용, 복용법과 더불어 더 알아보기에도 약에 관한 에피소드 등 을 이야기하고 있다. 약국보다 더 친절한 약 성분 안내서 평소 약, 병원과 친한 사람이라면 일독하길 권하고 싶다.

성분명은 전 세계 공통 언어이기도 하다. 요즘처럼 여행이나 출장으로 외국을 자주 드나드는 시대에 해외에서 약이 필요하다면? 성분명을 알면 해외에서도 쉽게 필요한 약을 구하거나 처방을 요청할 수 있다. _15p.

프레드니솔론을 비롯한 스테로이드 약은 특히 복용을 중단하는 과정도 주의해야 한다. 몸이 나아졌다고 바로 끊으면 큰일 나기 때문이다. _81p.

카페인을 자주 먹으면 하부 식도 괄약근이 느슨해져서 위산이 역류하고 위장장애가 생길 수 있다. 또한 유방 섬유선종이 잘 생기고 칼슘이 부족해지고 골다공증이 심해지며 일부 암과 관련 있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_111p.

사실 단순 코감기는 약을 먹든 먹지 않든 1주일쯤 지나면 낫는다. 슈도에페드린을 먹는다고 더 빨리 낫는 것도 아니다. 평소 비염이 없었고 코감기 증상이 심하지 않으면 생리식염수로 코를 세척하거나 습도를 조절하는 등 다른 방법을 먼저 시도해보는 것이 좋다. _144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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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지않아 이별입니다
나가쓰키 아마네 지음, 이선희 옮김 / 해냄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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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관할 때, 히나의 관에는 넘칠 것처럼 꽃들이 채워졌다. 마지막으로 남편의 부축을 받은 아내가 히나의 뺨을 쓰다듬으며 자그마한 얼굴 옆에 살며시 커다란 백합을 놓았다. 그걸 지켜본 우루시바라 씨가 조용히 말했다.

"이제 곧 이별입니다." _185p.

누구나 피해 갈 수 없는 죽음, 소중한 이의 죽음을 받아들이기까지 얼마만큼의 시간이 필요할까? 가까운 친인척, 직장동료, 지인의 부고 등 산 사람이 죽은 이를 배웅하는 곳, 장례식장. 이승에서의 삶이 끝나고, 인연 맺었던 이들에게 자신의 기억을 남기며 고마웠던 마음을 전하는 곳. 반도 회관의 이야기는 미소라를 중심으로 3편의 단편으로 이어진다. 사랑하는 이를 두고 떠나야 하는 마음, 너무나 어린 영혼은 자신이 죽은 줄도 모르고 부모님 곁을 맴돌고, 사랑하는 사람의 마지막을 지켰지만 부모의 욕심으로 삼켜야 했던 슬픔, 그리고 자신을 망침으로써 부모의 욕심을 포기하게 만드는 마음은 어느 정도가 되어야 가능한 것일까?

우리의 장례문화와 비슷한듯하면서도 조금 더 격식을 차리는 느낌이랄까? 죽은 이를 다음 생으로 배웅하고, 남은 이들을 위로하는 방식이 격식이 갖춰지면서도 따스하게 와닿는 글이었다. 아마도 저자가 대학시절 2년간 장례식장에서 아르바이트한 경험과 남편의 건강이 악화되며 남편을 간병하며 조금씩 쓴 글이 삶의 버팀목이 되었고, 남편이 세상을 떠나고 남편에게 하고 싶었지만 하지 못한 말과 듣고 싶었던 말을 작품에 담았다고 한다. 계실 때 잘 할걸, 하는 마음은 늘 뒤늦게 떠오른다.

장례식이란 죽은 이를 위한 배웅이기도 하지만, 살아남은 이들을 위한 위로가 아닐까? 충분히 그리워하고 걱정 마시고 잘 가시라고, 나도 남은 생 잘 살다 가겠다고... 문득, 한 번씩 생각해보곤 했다. 죽은 이는 눈 감기 직전 어떤 마음으로 세상을 떠날까, 언젠가 가족의 죽음을 맞닥뜨리게 된다면 어떤 마음으로 죽음을 받아들여야 할까. 생의 마지막 순간 '이 세상 즐겁게 잘 살다 갑니다.'라는 마음으로 눈을 감을 수 있다면...

지금까지 일했던 장례식에서, 가위로 오려낸 것처럼 그 순간밖에 보지 않았던 나는 죽음의 뒤편에 있는 걸 처음으로 의식했다. 여태껏 만났던 유족들도 모두 단순한 슬픔으론 처리할 수 없는 마음을 껴안고 반도 회관에 왔을 것이다. _40p.

이 세상에 태어난 이상, 어떤 사람이라도 언젠가는 반드시 죽음을 맞이한다. 아무리 의학이 발전했다 해도 인간에게는 반드시 끝이 있다. 남겨진 사람들은 죽은 자를 애도하고 슬퍼하고 배웅하며 가끔은 삶에 대해 생각한다. 면면히 이어지는 슬픔의 감정은 시대와 관계없이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다. _97p.

"이대로 장례식이 진행하면 조금씩 받아들일 수 있을 겁니다. 죽음은 결국 살아 있는 사람의 마음의 문제니까요. 죽음을 어떻게 인정하느냐, 어떻게 포기하느냐. 유족이 마음속으로 매듭을 지으면 대부분 죽은 사람도 받아들이는 법입니다." _139~140p.

앞으로 아무리 많이 경험해도 이 광경에 익숙해지는 일은 없으리라. 아니, 익숙해지면 안 된다. 타인의 슬픔을 아무런 감정 없이 바라보면 안 되는 것이다. _254p.

사람이 죽는다는 건 이런 거야. 아무리 깊이 사랑해도, 아무리 간절히 생각해도 살아 있는 사람의 마음엔 닿지 않아. _275p.

#머지않아이별입니다 #나가쓰키아마네 #이선희 #일본소설 #소설 #해냄 #까망머리앤의작은서재

본 서평은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아 개인적인 감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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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여행 하루 더 여행
최갑수 지음 / 보다북스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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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기자, 여행작가, 에세이스트, 시인 최갑수 작가. 20년 동안 여행을 하며 글을 쓰고 여행 사진을 찍는 여행자. 코로나19가 장기화되면서 어디로든 떠나고 싶은 이들이 많을 것이다. 해외로 나가자니 불안하고 이젠, 예전처럼 즐겁고 편안한 마음으로 여행 하고픈 마음도 들지 않는다. 휴가철이면 해외로만 돌리던 눈길을 국내로 돌려보니 국내에도 가보지 못하고 아름다운 곳이 참으로 많다. sns에 올라오는 피드들을 보며 저장해두기도 하지만, 그때뿐인걸... 막상 어디론가 떠나고 싶을 때 그때 바로 이런 책이 필요하다. 「하루 여행 하루 더 여행」의 출간 전 sns에 올라오는 출판사 피드를 보고, 최갑수 작가의 신작 에세이 소식인 줄 알았다. 그. 런. 데.... 꼭 가봐야 할 대한민국 대표 여행지 50이라니! 이렇게 에세이 감성 물씬 나는 책표지라니. 책표지의 암태도의 기동삼거리 벽화가 이 책을 더욱 궁금하게 했던 것 같다. (책표지 칭찬해요!)

당일치기 하루 여행으로 서울 식물원, 한양도성, 강화도, 서산, 괴산, 부여, 원주를 비롯해 하루 더 여행 1박2일로 부산, 대구, 울산, 부안, 함양, 진주, 여수 등 평소 관심 있던 여행지들도 소개하고 있다. 훌쩍 떠나고 싶을 때, 책을 뒤적여 무작정 떠나보는 건 어떨까? 저자가 국내 취재 여행을 다니며 꼭 보여주고 싶은 곳만 골라 담은 「하루 여행 하루 더 여행」은 인터넷 검색만 하면 쏟아지지만 저자가 직접 걷고, 먹어보고 경험한 시간을 바탕으로 책에 수록된 살짝 레트로한 느낌의 사진을 보는 것만으로도 여행지가 궁금해지고 떠나고 싶어진다.

∨때론 한 장의 사진이 100매의 글보다 더 강한 여행의 유혹을 던진다고 믿고 있다.

∨한 번에 모든 것을 다 볼 수 없다. 언제나 아쉬운 것이 여행이고, 그것은 우리가 다음 여행을 약속하고 열망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우리는 여행을 그리워해야 한다. 요즘 같은 시대엔 더더욱.

#하루여행하루더여행 #최갑수 #국내여행서 #대한민국대표여행지 #꼭가봐야할여행지 #국내여행서추천 #보다북스 #까망머리앤의작은서재

본 서평은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아 개인적인 감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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