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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두서점의 오월 - 80년 광주, 항쟁의 기억
김상윤.정현애.김상집 지음 / 한겨레출판 / 2019년 4월
평점 :

오늘날 5.18항쟁에 대한 폄훼가 도를 넘고 있다는 판단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우리는 이 상황이 두 가지 문제에 기인하고 있다고 본다. 1980년 광주시민을 학살하고 쿠데타로 권력을 잡은 이들을 현재까지도 제대로 처벌하지 못했다는 점. 그리고 박정희 군부독재부터 이어져 온 지역 모순과 차별을 끈질기게 부추기는 사람들이 오늘날에도 권력을 움켜쥐고 있다는 점이다. 이러한 상황이 우리로 하여금 이 기록을 쓰게 만든 이유다. _006p.
「녹두서점의 오월」은 1980년 5.18항쟁을 직접 겪었고, 그 중심에 있었던 한 가족이 함게 집필한 책이다. 전남도청 근처 '녹두서점'이라는 헌책방을 운영하던 김상윤, 당시 교사이면서 서점 일을 도왔던 아내 정현애, 그리고 막 제대한 남동생 김상집이 1980년 5월 17일 자정 비상계엄 전국 확대부터 5월 27일까지 10일간의 항쟁 이야기와 계엄군에 체포되어 무참한 고문과 가혹행위를 견디고 살아남아 구속자 가족모임과 함께 5.18의 진실을 세상에 알리기 위해 분투했던 이야기를 기록하고 증언하고 있다.
한 가족의 가족사일 수도 있겠지만, 불과 40년 전 전라남도 광주에 실재했던 사건이기도 정권을 위해 희생된 특정지역 시민들에게 행해졌던 무차별하고도 잔인한 폭력 행사였다. 당시의 현장을 담은 사진은 글과 더불어 생생하고도 긴박하게 다가온다. 오늘과 내일을 더 잘 살아가기 위해 우리의 과거를 제대로 알고 잘 알아야 한다. 그래서 특정 권력에 의해 같은 역사가 반복되지 않아야 한다. 작년에 구입해 두고, 올해 5월 시작부터 짬짬이 읽었던 「녹두서점의 오월」 부디 많은 이들이 읽고 이야기할 수 있기를....
"전남대 정문 앞인데요. 군인들이 학생들과 대치하고 있습니다."
"군인들이 있어요?"
"공수특전단이라고 하는데, 완전히 무장하고 사정없이 학생들을 때리고 있어요."
...(중략)... 계엄군들이 골목으로 피하는 학생을 쫓아가서 사정없이 곤봉으로 때리고, 학생들이 쓰러지면 질질 끌고 갔다고 했다. 군인들은 술에 취한 사람처럼 미친 듯이 사람들에게 달려들어 폭력을 가하고, 심지어 이에 항의하는 노인까지 곤봉으로 마구 때렸다고 했다. 거리는 공포의 도가니로 변하고 있었다. _056~058p.
1980년 5월에 특별히 광주만 데모를 많이 한 것은 아니었다. 전국 곳곳에서 데모가 일어나고 있었다. 무슨 영문인지 모르겠지ㅣ만 광주가 덫에 걸려든 것 같았다. 거대한 음모에 휩싸인 기분이랄까. _065p.
방금 9시 뉴스에서 '광주에서 폭도들이 날뛰고 있다. 군인들의 희생이 많다. 민간인 부상자는 두 명 정도 났다'고 보도했다는 것이다. 기가 막혔다. 여차하면 죽을 수도 있는 폭력 앞에서 살기 위해 항의하는 시민들을 폭도라고 하다니! 수없이 차에 실려 어디론가 끌려가고, 곤봉에 맞아 쓰러진 그 많은 사람을 보고도 부상자가 고작 두 명이라니! 주택가의 함성은 이 어처구니없는 보도에 기가막힌 시민들이 터뜨린 분노의 탄식이었다. _077p.
"저 리어카에 눈이 파이고 얼굴이 난자된 시체가 두 구나 실려 있습니다." 가슴이 덜컥 내려앉았다. 내 눈에도 리어카 밖으로 삐죽 나와 있는 발이 보였다. 시체 위에는 태극기가 덮여있었다. _089p.
나는 '역사의 주체가 민중'이라고 생각했으나 막상 민중의 힘을 믿지 않았던 것 같다. 광주의 하층민들이 계엄군의 총부리를 뚫고 떨쳐 일어났다는 사실을 상상할 수 없었다. _221p.
광주 사람도 아니면서 왜 5.18을 연구해? 이와 같은 질문에서 5.18은 어디까지나 광주 사람들, '우리들'이 아닌'그들'의 이야기인 것이다. _339p. #김정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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