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년생이 사무실에 들어오셨습니다 - 밀레니얼이 어려운 X세대를 위한 코칭 수업
김현정 지음 / 자음과모음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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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시기에나 세대 갈등이 있기 마련인데 왜 유독 Y 세대가 문제인가요?" _77p.

옛 직장동료들을 만나는 자리에서 늘 듣는 이야기가 있었다. "요즘 애들은 정말 이해할 수가 없어." 예전 직장 생활을 했던 경험을 토대로 생각해보면 정말 뜨악! 할 정도의 상황이 꽤 자주 벌어지곤 한다는데, 생각해서 챙겨주면 전혀 예상하지 못한 반응에 어찌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푸념들이 대부분이었던걸 생각해보면 '이런 책이 조금 일찍 출간되었더라면...' 하는 생각을 해보게 된다.

밀레니얼세대가 어려운 X세대, Y 세대도 이해되지 않은 혼란스러움인 상황에 1996년 이후에 태어난 Z세대가 시회에 진출하고 있어 혼란이 예상된다. X세대의 자녀들이 회사에 입사하게 되는 상황인데 부족함 없이 자란 이 아이들은 사회생활을 하며 어떠한 현상을 나타낼까? 조직도 바뀌지 않으면 젊은 인력을 유지할 수가 없으며, 기업의 경쟁력은 젊은 인재를 얼마나 유치하고 유지하느냐에 달려있다고 한다. 세대 간의 공생은 선택의 문제가 아닌 중요한 문제가 되고 있다. 조직에서 세대 간의 갈등으로 힘든 상황을 겪어본 이라면, 한 번쯤 일독해보길 추천하고 싶은 글이다.

밀레니얼이 어려운 X세대를 위한 코칭 수업

딴에는 챙겨줬는데 욕먹는 팀장들을 위한 긴급 처방전

밀레니얼은 조직에서 갈등이 생기면 오래 견디지 않는다. 이들은 '집단 대 개인'의 갈등에서 스스럼없이 개인을 선택한다. _9p.

X세대와 Y 세대가 경험한 대한민국은 너무나 다르다. 한마디로 말해서 X세대는 가난하게 태어나서 점점 부자가 되는 것을 경험하고, 자수성가를 한 세대다. Y 세대는 중산층 가정에 태어났는데 부침이 심하게 자라고 성인이 되어서는 아버지보다 못 사는 첫 세대가 되었다. 세계적으로도 Y 세대의 첫 번째 특성은 '가난'이다. 불과 10~20년 정도의 시간 차이지만 압축 성장을 해온 우리나라는 그 어느 나라보다 세대 간 빈부격차가 심하다. 이것이 현실이다. _47p.

Y 세대가 말하는 가족 같은 회사는 그림이 다르다. 이들이 생각하는 가족 같은 회사는 기본적으로 수평적인 조직이다. _57p.

김연아의 피겨스케이팅, 박태환의 수영, 이상화, 모태범의 스피드스케이팅. 딱 그때뿐이다. 박세리 키즈나 박찬호 키즈라는 말이 생긴 것처럼 한 명의 스타가 새로운 길을 내는 모습을 밀리니 얼에게서는 발견하기 어렵다. 밀레니얼 스포츠 스타들은 후배들에게 길을 내주거나 시스템을 만들지 않는다. 내가 잘되고 있으면, 후배들 불러서 밥도 사 먹이고 용돈도 주고 노하우도 전수하고 아는 에이전시에 한국 후배들을 소개하고... 이런 역할을 하지 않는다. _89~90p.

어떤 세대든 아랫세대가 윗세대를 이해하는 것은 어렵다. 그리고 윗세대라도 아랫세대가 무엇을 원하는지, 그래서 자신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세세히 알기는 어렵다. 모든 것을 알고 이해해야만 행동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어떤 것은 이해가 되지 않아도 먼저 행동으로 옮겨볼 것을 권한다. _143~144p.

#90년생이사무실에들어오셨습니다 #김현정 #자음과모음 #자기개발 #까망머리앤의작은서재 #X세대 #밀레니얼세대

본 서평은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아 개인적인 감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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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만의 (책)방 - 공간욕 먼슬리에세이 4
이유미 지음 / 드렁큰에디터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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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피라이터 이유미는 퇴사 후 '읽고 싶을 때 오는 책방 - 밑줄 서점'을 열었다. 일일권을 구매하면 시간제한 없이 마음껏 책을 읽을 수 있는 독특한 책방, 책에 밑줄 긋기를 즐기는 책방 주인의 공간욕이 여실히 드러난다. _ #엄지혜 작가의 프리뷰

혼자를 충전하는 나만의 공간

내 안의 욕망, 공간욕에 대해

드렁큰 에디터에서 매달 발간하는 먼슬리 에세이, 그 네 번째 이야기는 공간, 책에 대한 공간을 이야기하는 글이다. 책을 애정하고, 나만의 공간을 꿈꾸는 이들이라면 혹! 할만한 이야기 아닐까? 18년간의 직장 생활, 책으로 가득한 자신만의 공간에서 '밑줄 서점'을 운영중인 저자 이유미는 자신이 책방을 하게 된 계기와 책방을 유지하기 위한 진솔한 이야기들을 풀어낸다.

오래전, 네이버 북카페 사람들과 어울리며 '우리만의 북카페'를 상상하고 아마 그 일행들 중 제일 먼저 바리스타가 되고, 대기업 커피 브랜드 오픈 멤버, 브런치 카페 자영업까지의 수순을 거치면서도 왜 '책'을 업으로 삼을 수는 없었을까? 아마도 현실적인 계산을 두들겨 봤을 때 현상 유지가 어려울 것이라는 게 제일 큰 문제였을 것이고, 책 읽기의 내공이 부족하다는 게 그다음(어쩌면 제일 큰)이었을 것이다. 필사해두고 싶은 문장도 꽤 많았고, 궁금한 책, '밑줄 서점'이라는 공간이 궁금해지는 글이었다. 사회적 거리 두기로 가족 간의 거리가 너무 좁아진 요즘, 하루에 잠깐이라도 '나만의 공간'은 필요하다. 꼭 북 카페, 동네 서점이 아니더라도 나만의 공간을 꿈꾸는 이들이 한 번쯤 읽어봐도 좋을 책이다.

하루 마감을 책 읽기로 하는 습관이 있다. 어떤 날은 '마감 독서'가 그날의 유일한 책 읽기가 되기도 한다. 육아와 살림에 시달린 끝에 건강한 피를 수혈받듯 주섬주섬 찾는 게 책이다. _20p.

그는 나에게 "늦었는데 이제 그만 자"라거나 "언제 자려고 그래?"라고 딱히 묻지 않는다. ... (중략).. 그와 나는 이렇게 각자의 공간에서 자기만의 시간을 보내며 하루를 마무리한다. 각자의 즐거움을 위해 서로를 필요로 하지 않으니 더할 나위 없이 좋다. _26p.

나는 왜 그렇게 책방이 하고 싶었을까? 대단한 이유는 없을 것이다. 단순히 나만의 공간에서 가장 좋아하는 일(독서)을 하는 게 꿈이었을 뿐. 돌이켜보면 삶이란 '점을 찍는 일'같다. 그리고 그 점들이 '선으로 연결되는 순간', 꿈으로 완성되는 게 아닐까 싶다. 좋아하는 책을 부지런히 읽는 것, 밑줄을 긋고 필사를 하고 내 글을 쓰는 것, 시간을 쪼개가며 좋아하는 일들을 그렇게 짬짬이 이어가는 것, 그런 순간들을 점처럼 찍다 보니 어느새 하나의 선으로 연결되어 있었다. _33p.

나는 '책이 내게로 온다'는 말을 믿는다. 지금 내게 딱 필요한 책이 다가와 말을 건 경험을 여러 차례 했기 때문이다. _65p.

내가 좋아하는 물건을 하나둘 들이면서 자리를 돌보는 마음은 그 공간에 의미를 부여하는 일이다. 의미가 있으면 특별해진다. 그럼 지루한 일상도 견딜 만해진다. _92p.

동전에도 양면이 있듯 행복하기만 한 사람은 없다는 것도 배웠다. 아늑하고 조용한 공간을 가져서 좋은 만큼 그만한 고충도 있다는 걸 알았다. 오랫동안 회사 생활을 하면서 되뇌던 말이 있다. "하고 싶은 것만 하고 어떻게 살아."

하고 싶은 것만 하고 살려고 책방을 열었다. 그러나 회사 밖에서도 하고 싶은 것만 하고 살진 못한다는 걸 이제는 안다. 하고 싶은 걸 지키기 위해 그 이상의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도. 나도 그렇게 밑줄 서점을 오래도록 지켜내고 싶다. _188~189p.

#자기만의책방 #이유미 #공간욕 #먼슬리에세이 #드렁큰에디터 #밑줄서점 #에세이 #에세이추천 #까망머리앤의작은서재 #Q3 #동아Q3 #삼색펜

본 서평은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아 개인적인 감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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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도 사랑도 일단 한잔 마시고 - 음주욕 먼슬리에세이 3
권용득 지음 / 드렁큰에디터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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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취하는가, 어차피 깰 건데

왜 사는가, 어차피 죽을 건데

술로 시작한 이야기는 마누라로 끝나기 일쑤고, 그만큼 내게 술과 마누라는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다. 그렇다면 이건 '음주욕'보다 '마누라욕'에 훨씬 더 가까운 책이다. 물론 마누라를 공개적으로 욕할 생각은 없지만.

다시, 술은 왜 마시는가? 그랬더니 엉뚱한 질문만 이어졌다. 공복인데 방귀는 왜 뀌는가? 가렵지도 않은 콧구멍은 왜 후비는가? 이게 무슨 만화냐고 쿠사리 먹는 만화는 왜 만드는가? 안팔리는 글은 왜 쓰는가? 나는 왜 사는가? 결국 답 없는 질문은 끝판왕이나 다름없는 '나는 왜 사는가?'까지 나왔다. _에필로그

드렁큰 에디터의 먼슬리 에세이 그 세 번째 시리즈인 음주욕, 사실 술은 즐기는 편이 아니라 이 편은 패스할까? 했지만 시리즈는 모으며 읽는 맛이라고 했던가? 이슬아 작가의 책을 읽어보지도 않았으면서 이슬아 작가의 프리뷰를 읽고 궁금해진 책이기도 했다. 거의 매 꼭지마다 등장하는 '소주'는 술을 즐기는 이가 아니어도 책장을 넘기며 대리만족할 수 있겠는데?라는 생각을 해보게 되기도 한다. 사실 술에 대한 해독이 현저히 떨어지는 체질이라, 소주는 한두 잔? 맥주는 반 캔 정도 마실 수 있어서.... 술을 잘 마시는 이들을 보면 아직도 부러운 마음이 앞선다. (이게 뭐라고..ㅋㅋ)

중독 수준으로 글쓰기에 열중하고, 나머지 시간에 주로 술을 마시고 짬짬이 집안일도 한다. 아내와의 만남과 술로 인한 에피소드가 있었기에 이 책이 출간될 수 있지 않았을까라는 생각마저 들게 한다. 이 책의 주인공은 저자가 아닌 아내님! 가볍게 읽으며 키득거릴 수 있고, 나의 삶과 크게 다르지 않는 삶을 사는 이의 이야기라 더 친근하게 느껴졌던 <일도 사랑도 일단 한잔 마시고>를 읽으며 만화가인 아내분과의 콜라보 에세이도 기대해보고 싶어지는 글이었다. 책을 다 읽을 즈음, 왠지 소주 한두 잔을 달게 마실 수 있을 것 같은 생각이 들지도 모른다. 아마도...

나 빼고 다 잘 살고 있는 것만 같은 이 외로운 숨바꼭질이 얼른 끝났으면 했다. 그렇게 나는 나밖에 몰랐다. 곁에 마누라와 애가 버젓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이불 속을 파고들 듯 이불 밖은 살필 겨를이 없었다. _42p.

마누라는 종종 말한다. 알 수 없는 미래에 대한 걱정에도 불구하고, 불안한 행복이라도 누릴 수 있는 지금이 우리 인생의 황금기라고. 그럴 수 있겠다. 등껍질을 빼앗긴 소라게처럼 동분서주하던 젊은 부모님은 그 후로도 오랫동안 정신없었다. _70p.

뭐든지 '평소처럼 가볍게' 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뭐든지 대충 마시다 마는 소주처럼 크게 아쉽지 않다면 얼마나 좋을까. 물론 한번 마시면 끝장 보려는 주당도 계시겠지만 나는 소주만큼은 정성을 다해 마시지 않는다.

다른 건 몰라도 소주는 마시다 말고, 내일 또 마신다. 내일 못 마시면 모레 마시고, 모레 못 마시면 글피에 마신다. 아, 인생도 진작 소주 마시는 것처럼 살았어야 하는데 말이다. _78p.

#일도사랑도일단한자마시고 #권용득 #먼슬리에세이 #음주욕 #드렁큰에디터 #drunken_editor #까망머리앤의작은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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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나라 퇴마사 1 - 장안의 변고
왕칭촨 지음, 전정은 옮김 / 마시멜로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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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 사찰의 벽화에서 지옥의 사자가 튀어나와 곳곳에서 사람을 죽인다?

누각의 화분이 거미줄을 토해 산 채로 사람을 돌돌 말아 죽인다?

당나라 수도 장안성 안에서 짧은 기간 동안 괴사건이 잇달아 일어난다. 해결되는가 싶다가도 곧바로 이어지는 수수께끼 같은 위험천만한 상황들은 반전을 거듭하고, 진상을 파헤칠수록 장안을 피로 물들일 재앙이 구중궁궐 안의 권력 다툼의 음모와 연결되어 있음이 드러나기 시작하는데...

우리나라의 퇴마사 이야기도 읽을까 말까 고민만 10년 넘게 하고 있는 중이다. 이번에 읽게 된 당나라 퇴마사는 3권이라 가뿐해 보이기도 하고 평이 좋은 데다 드라마, 영화화 예정되어 있다고 하니 궁금해질 수밖에.... 책의 첫 페이지를 넘기는데 이 방대한 인물관계는 뭘까? 혹시 몰라 복사해두고 읽기 시작하는데, 당나라 왕권의 관계도도 복잡하지만 그에 얽힌 인물들의 관계는 양파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건 까도 까도 새롭고 오늘의 친구가 내일의 적이 되기도 한다. 수도에서 벌어지는 괴사건들로 인해 도교의 도관 대현원관의 수제자 원승은 조정에서 운영하는 퇴마사의 수장을 맡게 되는데... 돌에 용을 그려 기공을 불어넣으니 그 용이 살아 움직이며 싸워주고, 사랑하는 사람이 나만 보았으면 하는 마음은 돌이킬 수 없는 비극을 만들어내기도 한다.

원승이 퇴마사의 수장이 된 계기를 이야기하는 <꿈속의 몸>, 한 여인의 지고지순한 사랑 때문에 벌어진 사건이라 생각했지만 그 이면에 거대한 정치적인 음모가? <꼭두각시놀이>는 상상력을 동원하며 읽으면 더더욱 재미있게 읽을 수 있고, 사람의 마음이라는 게 참.... 늘 위기에 놓이는 원승, 1권 마지막 즈음 어!!! 주인공인데 죽는 거야? 늘 사건을 몇 수 앞에 두고 준비하는 원승과 육충, 대기, 청영등 매력 있는 주변 인물들 또한 매력적. 2권, 3권도 이어 읽어볼 예정이다. 탄탄한 스토리와 매력적인 인물, 상상력을 풍부하게 해주는 괴사건의 배경 등등 책 읽는 재미를 더하는 당나라 퇴마사, 흥미진진하고 놀라우며 영상으로 어떻게 만들어질지 기대가 되는 원작 소설이다.

"명심하여라. 우리가 할 일은 곧 자신의 마음속에 있는 악귀를 제거하는 것이니라!" _077p.

"인간 세상의 수많은 일은 깨어나기 힘든 악몽 같은 것이다. 그 악몽 속에서 인간은 그저 필사적으로 달릴 뿐, 뒤를 돌아보거나 주위를 둘러볼 기회 같은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 바로 너처럼. 어떠냐, 원승? 너는 돌아볼 수 있겠느냐?" _224p.

혜범은 모퉁이를 돌아간 뒤 사잇문과 그 문 뒤로 높이 솟은 도관의 푸른 기와와 붉은 담장을 향해 달갑지 않은 시선을 던졌다. 그곳까지 쫓아가고 싶지는 않았다. 그곳은 휘황찬란하던 과거요, 돌이킬 수 없는 과거요, 그가 헌신짝처럼 버린 과거였다. 그곳에는 그에게 지극정성이던 제자들이 있었고, 평생 다시는 마주하고 싶지 않은 세계가 있었다. _451p.

#당나라퇴마사 #당나라퇴마사세트 #왕칭촨 #전정은 #마시멜로 #당나라퇴마사세트 무협소설 #퓨전무협 #중국소설 #까망머리앤의작은서재 #영화기대작 #도서협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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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의 사과 편지 - 성폭력 생존자이자 《버자이너 모놀로그》 작가 이브 엔슬러의 마지막 고발
이브 엔슬러 지음, 김은령 옮김 / 심심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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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전 상처를 다시 끄집어내 쓴 저자는 훨씬 힘들었을 것이니 내가 비겁하게 책을 덮고 도망갈 수도 없었다. 딸에게 폭력을 행사하는 아버지, 남편이 딸에게 저지른 일을 알면서도 방관하는 어머니, 그저 조용히 지나가기만 바라는 나머지 가족들, 폭력에 노출되어 있는 아이를 보호하지 못하는 학교와 이웃. 어쩐지 기시감이 드는 것은 시간과 공간만 바꿔서 비슷한 일이 계속해 벌어지기 때문일 것이다. _195p.

"그는 결코 내게 사과하지 않을 것이다."

성폭력, 학대, 폭행, 방임, 가스라이팅....

삶을 무너뜨리고 고통으로 내몬 잔혹한 폭력의 시간들

그리고 그 지옥에서 벗어나기 위한 대담한 한 걸음.

엔슬러는 아버지에게 다섯 살 때부터 성폭력을 당했고 10대 이후에는 학대, 폭력, 가스라이팅 등 잔혹한 폭력에 시달렸다. 힘든 시간을 버텨낸 이브 엔슬러는 여성에게 가해지는 끔찍한 폭력을 근절하는 일에 앞장서는 사람이 되었지만 그 역시 시간이 지나도 절대 흐려지지 않는 과거의 상처로 평생을 휘청거렸다. 그가 심판대에 세워야 하는 가해지는 이미 31년 전 세상을 떠났으며 그가 딸에게 한 행동들에 대해 어떠한 사과도 받지 못했다. 책임을 회피한 채 세상을 떠난 가해자. 어떠한 법적 처벌도 할 수 없고, 사과조차 기대할 수 없는 아버지를 무덤에서 불러내 피해자인 자신 앞에 세우기로 결심하고 시작된 책이다.

친족 성폭력 피해는 가족이라는 테두리 안에서 일어나는 만큼 쉽게 드러나지 않아 더 많은 피해자들이 오래, 더 크게 고통받고 있는 것이다. 가해자가 자신의 잘못을 밝히고 인정하며 진정한 사과를 하는 일을 상상하며 오랜 시간 묻어둔 진실을 생생하게 복원한 이야기는 때론 연극 무대의 독백 같기도 하고 어떠한 구절에선 그 고통이 너무나 생생해 페이지를 넘기기가 힘들다. 상상하여 쓴 글임을 알고 읽으면서도 가해자가 이야기하는 것만 같아 읽어내기 쉬운 글은 아니다. 읽으며 더욱 분노스러웠던 건 이 모든 상황을 방관한 그녀의 가족들이다. 한 개인의 인권을 이렇게나 무참히 짓밟고 죄의식 없이 생을 마감한 사람이라니....

엔슬러가 겪은 피해 내용은 먼 나라의 이야기가 아니라 오늘, 우리의 이야기다. 피해자가 진정으로 바라는 사과가, 사과의 태도가 무엇인지, '사과'의 의미에 대해 읽는 내내 생각해보게 되는 글이다. 한 개인의 고통을 이렇게나 적나라하게 들여다보아도 좋은 것인지 고통스러운 마음으로 읽었던 <아버지의 사과 편지>는 읽는 동안에도, 책장을 덮고도 한동안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하지만 부디 많은 이들이 읽고, 이야기를 나누고 생각해봐야 할 우리의 이야기다.

사과란 무엇일까 스스로에게 물어보았다. 사과는 겸허함이야. 잘못을 인정하고 무릎을 꿇는 일. 엄청난 자기 이해와 통찰이 요구되는 친밀함과 연결의 행위이기도 하지. 이 모든 일에 나는 부족했다. _30p.

에비, 나는 너를 강간했다. 의사 행세를 하는 아빠인 내가 너를 강간했고, 지금도 강간하고 있어. 관능적인 치료를 한다며 거친 손가락으로 너를 강간했다. 몇 번이고 거듭해서 네 몸을 뚫고 들어갔어. 네가 가장 아파할 곳으로 점점 더 깊게. 네 의지에 반해 억지로. 강압적으로. 너는 내가 소유한 국가, 내가 불법으로 점유한 대지였으며 전리품이었다. 이 대지와 그 땅에서 자라는 모든 것을 망친다 해도 난 아무 상관없었어. 내 소유이기만 하면 그걸로 되었지. 네가 깨지고 부서질수록 좋았어. 그래야 잡기 쉬우니까. 더 다루기 쉬우니까. _87~88p.

나는 네 몸에 대한 통제권을 빼앗아버렸다. 너는 아무런 결정도 하지 못했다. 너는 "예스"라고 말한 적이 없다. _180p.

#아버지의사과편지 #이브엔슬러 #김은령 #은유 해제 #심심 #여성문제 #사회정치 #까망머리앤의작은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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