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떡볶이로부터 - 떡볶이 소설집
김동식 외 지음 / 수오서재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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떡볶이에서는요, 골목 냄새가 나요. _47p.

몇 백 원씩 용돈을 받던 시절, 학교 앞 컵 떡볶이, 동네 길가에 허름했던 짜장 떡볶이, 조금 더 성장해 중고등학생이 되면서 떡볶이, 만두, 계란, 깻잎, 어묵이 푸짐하게 들어간 떡볶이 등 성장과정에도 떡볶이에 대한 추억이 있을 것이다. 떡볶이를 안 먹어본 사람이 있을지도 모르겠지만, 싫어하는 사람이 있을까? 냉동실에도 바로 꺼내 물만 부으면 끓여 먹을 수 있는 떡볶이가 늘 구비되어 있다. 입맛이 없거나 매콤한 게먹고 싶을 때면 생각나는 떡볶이, 한 달에 2~3번은 먹는 편인데 아주 가끔 신상 떡볶이를 구입하게 되면 일주일에 1~2번 식사 대용으로도 먹게 된다.

치킨처럼 끊을 수 없는 떡볶이의 매력. 10명의 소설가가 떡볶이 소설집을 출간했다. 떡볶이를 주제로 풀어낸 다양한 이야기는 작가들의 개성만큼이나 다양하고 매력적인데, 읽으면서 취향의 작가를 발견하게 되고 맛있는 떡볶이 한 접시를 놓고 먹으며 단편 하나씩을 읽어가는 재미가 쏠쏠하다. 김동식 작가의 #컵떡볶이의비밀 은 배꼽을 잡으며 읽었고, 김서령 작가의 #어느떡볶이청년의순정에대하여 는 직업상 웃을 수밖에 없었던 한 은행원의 삶이 무참히 스러진 이전과 이후의 삶을 이야기하고 있다. 딱 잘라 거절할 수 없는 상황이 분명 있다. 그저 장난처럼 넘겼다고 생각했는데 점점 도가 지나칠 경우 어느 정도까지 거절 의사를 표시해야 하는 걸까? 김의경 작가의 #유라TV , 정명섭 작가의 #좀비와떡볶이 , 조영주 작가의 #둘이먹다하나가죽어도모를떡볶이 는 책을 읽고 다시 한번 읽었던 작품들이기도 했다. 순한맛부터 아릿하고 정신없이 매운맛까지 때론 피식 웃음이 나고 가벼운 마음으로 읽다가도 이내 착잡하고 무거운 마음이 되기도 했던, 하지만 따스함도 있었던 떡볶이 소설집. 애정 하는 떡볶이처럼 애정 하는 소설집이 될 것 같다.

처음 나만 떡볶이가 여섯 개란 걸 알았을 땐 그저 억울했지만, 해결하려고 노력하는 과정에서 많은 교훈을 얻었다. 그 결과 지금 난 컵떡볶이가 여덟 개였고, 우리 반 여자애들에게 인기가 늘었고, 아빠의 생일 선물도 훌륭하게 해냈다. 이런 게 바로 전화위복이란 걸까? _22p.

"남자들이 다 그렇잖아. 마음 줄 거 다 줬는데 그리 안 받아주니 회까닥 돈 거야. 딱해라, 딱해. 젊은 놈이. 그 늙은 어매는 어쩌누?"

경찰들은 모든 CCTV를 살폈어요. 은행에서 나는 철규 씨에게 내내 웃었고 심지어 원룸 건물 앞, 망치가 든 루이비통 가방을 감싸 안고 나에게 바짝 붙어 섰던 그날 밤에도 CCTV 속 나는 웃던걸요. 나는 온 힘을 다해 그가 원룸 건물로 들어오지 못하도록 막았어야 했는데. 웃다니. 애초에 철규 씨에게 살인죄가 적용되지 않았어요. 상해치사였어요. 살인과 상해치사가 어떻게 다른 건지 나도 이번에야 알았는데 순간적으로 격분해 우발적인 범행을 저지르면 살인이 아니라 상해치사래요. 그런 말... 나는 처음 들었어요. _44~45p.

"나는 나의 메뉴판을 가진 삶을 살아가고 있는가?" 하는 것입니다. 대학원뿐 아니라 모든 공간에서 우리는 개인이 아닌 타인을 중심으로 한 삶을 살아가고, 혹은 타인에게 그 공간의 욕망을 중심으로 살아갈 것을 강요합니다. _77p.

오랜 시간 습관적으로 먹방을 보던 나는 '가학적'이라는 점에서 먹방은 성 착취 영상과 비슷하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런 생각의 끝에는 불법 촬영을 당한 효나의 영상을 다운로드받는 사람들과 함게, 대용량의 떡볶이를 먹는 유지에게 슈퍼챗을 던지는 화면 밖 구독자들이 떠올랐다. 그들은 모두 가면을 쓰고 있었다. _127p.

오후 세 시는 어중간한 시각이었다. 점심시간이 끝날 무렵 아니 브레이크 타임일 수 있었다. 병원을 오가다 봤다. 이 집엔 브레이크 타임이 있었다. 어쩌면 지금이 그 시각일 수도 있었다. 대부분의 분식집엔 브레이크 타임이 없었다. 특히 사장이 혼자 하는 가게거나, '끼니'처럼 가족이 운영하는 곳은 더더욱 그랬다. 조금이라도 더 일해야 벌 수 있다는 마음에서 비롯된 결과라는 건 알았지만 해환은 안타까웠다. 다 먹고살자고 하는 일인데 그렇게까지 해야 할까. _259p.

#당신의떡볶이로부터 #김동식 #김서령 #김민섭 #김설아 #김의경 #정명섭 #노희준 #차무진 #조영주 #이리나 #수오서재 #떡볶이소설집 #소설 #까망머리앤의작은서재 #추천소설 #소설추천

본 서평은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아 개인적인 감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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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육이 튼튼한 여자가 되고 싶어 - 다정하고 강한 여자들의 인생 근력 레이스
이정연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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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동 덕후가 되면서 힘을 기르고 강해진다는 것에 대한 답을 서서히 찾아가고 있다. 지금의 답은 이렇다. 힘을 기른다는 것은 나를 기른다는 것과 꼭 같은 말이다. 특정 운동의 효과와 효능은 있을 수 있지만 그보다 중요한 건 '건강한 나'를 찾는 것이다. _22p.

마르고 날씬한 근육질의 몸을 가지고 싶다. 50kg 미만대의 몸무게를 가져보고 싶다. 라는 생각이 늘 머릿속에 각인되어 있듯 자리 잡았다. 어릴 때부터 뚱뚱은 아니지만, 통통 정도의 체중을 늘 유지하고 있었고 키가 자라는 만큼 몸무게도 함께 늘어만 갔다. 시간이 흘러 십 대, 이십 대 때의 사진을 보면 그렇게 통통하지도 않은 정말 표준 체형이었는데, 사실 안 해본 다이어트가 없을 정도로 '살'에 대한 강박에 시달렸던 것 같다.

삼십 대 후반이 지나 사십대가 되면서, 꽤 자주 아팠다. 몸무게가 줄어드는 만큼 자주 무기력하고 병원 갈 일이 많았으며, 여름이면 한두 번씩 호되게 아파 이제 그만 아팠으면... 하는 생각을 자주 하게 되기도 했다. 지금은 다이어트를 위한 운동보다 살아남기 위해, 앞으로 살아갈 날들을 위해 '근력'을 키워야 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은 아마도 건강한 노후를 위해 필수라고 생각되었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단순히 kg에 의존하는 '살까기'가 아닌 건강을 위해 운동을 해야 하고, 근력, 체력이 왜 필요한지를 직접 경험한 저자의 글은 체험을 바탕으로 한 자신의 이야기라 설득력 있다. 「근육이 튼튼한 여자가 되고 싶어」 다이어트를 늘 생각하고 있다면, 내 몸이 마음에 들지 않아 바꿔보고 싶다는 생각을 한 번이라도 해보았다면 꼭 한 번 읽어보길 추천하고 싶다.

체력도 떨어져가는데 끈기도 없는 자신을 탓했다. 바꿔 생각하자. 체력이 떨어지니까 끈기가 사라지는 거다. _63p.

아닌 게 아니라 정말 근육이 늘었다! 30대 즈음부터 노화에 접어드는 인간의 몸은 생각보다 빨리 변한다. 여성은 노화가 시작되면서 1년에 약 6퍼센트의 근육이 자연적으로 소멸한다고 한다. _247p.

"내 돈 병원비에다만 쏟고 죽을 수는 없지."

생존을 위해, 미래를 위해, 근육 통장이 가장 든든하다. 어릴 때부터 근육과 근력 저축에 익숙하지 못했던 여성들이여, 하루 빨리 근육 통장과 근력 적금을 개설하자! _327p.

#근육이튼튼한여자가되고싶어 #이정연 #웅진지식하우스 #웅진 #에세이 #까망머리앤의작은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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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드나무에 부는 바람 인디고 아름다운 고전 리커버북 시리즈 12
케네스 그레이엄 지음, 정지현 옮김, 천은실 그림 / 인디고(글담)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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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중에 되돌아봤을 때 '그랬더라면 좋았을 텐데.' 하고 바라는 일들이야말로 가장 짜릿하고 신나는 모험이다. 그런데 우리는 어째서 그런 모험이 드문 걸까? 사실로 보기엔 좀 부족한 희망사항일지라도 어쩌면 그것은 훗날 진짜 모험이라고 말할 수 있지 않을까? _289p.

새로운 것만 보면 순간 반하는 사고뭉치 두꺼비, 영리하고 생각이 깊은 물쥐, 호기심 많고 착한 두더지, 그리고 신중한 성격의 오소리 아저씨등 네 마리의 동물들이 이야기는 천은실작가의 일러스트로 글의 내용을 더욱 생생하고 돋보이는 역할을 해준다. 새로운 것에 금방 반해버리는 두꺼비, 결국 큰 사고를 치고 감옥에 갇히지만 대탈출(?)을 감행하면서 사건사고가 끊이지 않는 대모험을 하게 된다. 그런 두꺼비를 챙기는 물쥐, 두더지, 오소리 아저씨! 때론 엄하지만 사려 깊은 오소리 아저씨, 바지런하고 상대방을 배려하는 마음의 끝판왕인 물쥐, 그리고 꽤 현명해 보이는 두더지까지!!!

매력 있는 동물들의 조합은 모험과 뭉클함이 공존하는 어른들을 위한 동화, 계절의 변화, 감정표현 등등 문체가 유려하고 아름다워 아이와 함께 읽으며 이야기해보아도 좋을 소설로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 최근 드라마 <날씨가 좋으면 찾아가겠어요>에서 남주가 소개한 책으로 등장하기도 했던 「버드나무에 부는 바람」은 세계적인 작가들이 추천하는 책으로, 또 자녀에게 선물하기 좋은 책으로 꾸준히 사랑받고 있는 책이라고 하니 한 권쯤 읽어보는 것도 추천하고 싶다.

"배에 타고 있으면, 아니 배와 함께 있으면 배를 타고 있든 타고 있지 않든 중요하지 않아. 아무것도 중요하지 않아져. 그게 배의 진정한 매력이야. 어디로 떠나든 말든, 목적지에 도착하든 전혀 다른 곳에 다다르든 항상 바쁘거든. 특별히 뭘 하지 않아도 돼. 할 일이 생겨도 하고 싶으면 하고, 하기 싫으면 언제든 안 해도 돼. 안 하는 편이 훨씬 낫긴 하지. 아, 그래! 오늘 아침에 특별히 할 일이 없다면 나랑 같이 강으로 내려가서 시간을 보내는 게 어떠니?"

두더지는 더없이 행복했다. 발가락을 꼼지락거리며 만족의 한숨을 가만히 내쉬었다. 그런 다음 가슴을 쫙 펴고 푹신한 쿠션에 기댔다.

"아하, 정말 근사한 하루가 될 거야. 당장 시작하자!" _16p.

"땅속에서는 자기가 어디에 있는지 정확히 알거든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고 누구한테도 공격받지 않아요. 자기가 완전한 주인이니까 남하고 상의할 필요도 없고 남의 말에 신경 쓰지 않아도 되거든요. 땅 위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도 그저 내버려 두고 신경 쓰지 않을 수 있어요. 하지만 땅 위로 올라가면 거기서 기다리고 있는 일들이 있죠." _98p.

"왜 하나같이 변화를 원하는 거지? 우리처럼 남아서 좀 조용하고 즐겁게 지내면 안 되나? 떠나 있는 계절 동안 이 호텔이 어떠한지, 남은 우리가 얼마나 재미있게 지내는지 모르고 있을 거잖아. 일 년 내내 신나는 일이 정말 많은데." _203p.

시끄러운 제비들한테서 벗어난 물쥐는 지치지도 않고 다시 또 여기저기 돌아다녔다. 북쪽의 강둑에서 시작되는 언덕으로 올라가 눈앞에 펼쳐진 거대한 초원을 내려다보았다. 남쪽은 언덕진 초원에 가려 더 이상 보이지 않았다. 그곳이 물쥐의 소박한 지평선이고, 달처럼 생긴 산이며, 경계였다. 물쥐는 그 너머는 보려고 하지도 않았고, 알려고 하지도 않았다. 그런데 오늘은 이상하리만치 마음이 꿈틀거려 남쪽을 쳐다보았다. 길고 낮은 지평선 너머로 보이는 맑은 하늘이 희망으로 가득해 보였다. 오늘만큼은 눈에 보이지 않는 것들이 소중하게 느껴졌다. _213p.

두꺼비가 물쥐에게 물었다. _55p 8번째 줄.

문맥상 (두더지)

동물을 사랑하는 마음씨 착한 아가씨는 두더지가 _179p. 2번째 줄

문맥상 (두꺼비)

#버드나무에부는바람 #케네스그레이엄 #천은실 일러스트 #정지현 #인디고 #글담 #indigo #추천소설 #소설추천 #어른들을위한동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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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썼다, 오늘의 공무원 - 오늘도 국가 뒤에서 묵묵히 일하고 있는 공무원들에게
영지 지음 / 허밍버드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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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무원. 이 시대 수십만 명의 젊은이들에게 달콤한 미래를 꿈꾸게 하는 직업. 동시에 수많은 공시생들과 공무원들의 가슴에 상처를 내는 비정한 직업이기도 하다. ... (중략)... 이 책은 ‘공직 안에서 그리고 공직 바깥에서’ 자기만의 답을 찾는 누군가의 ‘나’로 가는 길을 찾는 데 작게나마 도움이 되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나랑 공무원이 가야 할 길이 다른 어딘가가 아닌 바로 여기에서 찾았듯이._205~207p.

코로나19가 장기회 되면서, 이전보다 공무원들을 자주 뵙게 된다. 며칠 전 공무원이 포스터와 서류철을 들고 와 체크리스트라며, 매일 기록해서. 보관해두시고 2주 후에 와서 확인하겠다고 했다. 아무래도 오픈된 공간이고 매일 사람이 드나드는 공간이니 주의가 필요하겠지만, 매일 한 장씩? (체크리스트 내용 별거 없던데... 종이, 잉크가 아깝다.) 아깝다...라는 생각이 앞섰지만 이 더운 날 저걸 들고 일일이 많은 매장들을 찾아다니며 이야기하는 사람도 힘들겠지라는 생각이 들었다. <애썼다, 오늘의 공무원>을 읽으면서는 이런 일을 만들어 낸 사람들은 누굴까?라는 생각도 더불어 해보게 된다.

“공무원은 왜 편한 직업이라고 생각할까”

관공서에 일처리를 하러 가면 괜히 주눅부터 들었다. 혼나러 가는 사람처럼, 책잡히면 안될 것처럼, 그들이 갑이고, 난 을이라고 생각했다. 국민을 도와주러 있는 자리라는 느낌을 크게 받지 못했던 것도 사실이다. 공무원, 이 책을 읽기 전 남들이 대충 아는 만큼만 생각했다. ‘철밥통’ 정년퇴직하면 연금도 꼬박꼬박 나오고, 스트레스 받을 일이 뭐 있겠어?라는 생각을 하기도 했다. 그런 그들도 여느 직장인들처럼, 어쩌면 그보다 더한 스트레스를 받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해보게 됐다. '공직'이라는 자리가 '업무와 개인의 일상'에 대해 더 많은 생각을 하게 하지 않았을까? 그들도 국가의 뒤에서 묵묵히 일하고 있을 뿐, 그들이 쉽게 바꿀 수 없는 조직문화, 공무원이라는 조직 안에서 어쩌면 더 힘들고 외로웠을 그들의 묵묵함을, 그리고 변화되어가고 있음을 이야기하는 글이었던 것 같다.

바깥세상은 하루하루 정신없이 변하고 있는데, 공무원의 회의장 풍경은 10년 전 그때와 변함이 없다. 실무자의 신선하고 톡톡 튀는 아이디어는 회의장 어디에도 설자리가 없다.

‘미리 보고 하지 않았고, 검증되지 않았고, 확인받지 않은’ 새로운 사업이나 아이디어는 공무원 조직에서는 위험한 것이다. _036p.

민간에서의 짧지 않은 경력을 공직에 들어오면서 나는 전부 포기했다. 솔직히 민간이든 공공이든 근무한 경력에 비해 버는 것도 대우도 직책도 모두 그저 그렇다. 그런 내게 남은 건 공직이 주는 가치, 그거 하나뿐이다. 그렇게 나는 버티고 있다. _044p.

#애썼다오늘의공무원 #영지 #허밍버드 #에세이 #공감에세이 #까망머리앤의작은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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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은 알고 있다 - 꽃가루로 진실을 밝히는 여성 식물학자의 사건 일지
퍼트리샤 윌트셔 지음, 김아림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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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생명에 관한 이야기가 아니다.

어쨌든 이 책은 죽음에 관한 책 또한 아니다.

그저 이 책을 자연과 죽음이 얽힌 매혹적인 가장자리로 여러분을 안내할 여행 가이드로 여기라. 그 여정에서 나는 식물에 범죄 수사에서 중요한 역할을 담당할 잠재력이 있음을 처음 깨닫게 된, 하트퍼드셔의 산 울타리로 당신을 데려갈 것이다. 자연세계를 대하는 나의 학문적 관점을 바꾸고 그 안에 담긴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주었던 그 순간 말이다. _016~019p.

영국의 식물학자, 화분학자, 고고학자이면서 무엇보다 지난 25년간 300건 이상의 까다로운 범죄 사건을 해결해 온, 법의 생태학의 선구자 퍼트리샤 윌트셔. 의학 연구실, 건축회사를 거쳐 킹스칼리지 런던에서 식물학을 전공한 그녀는 미생물과 일반 생태학을 강의하다 어느 범죄 사건의 증거 분석을 위해 도움을 요청하는 한 통의 전화로 그녀의 인생에 전환점을 맞이하게 된다. 살인, 납치, 강간 등 다양한 강력사건 수사에 과학 전문 지식과 현장의 이미지를 그려내며 풀리지 않을 것 같은 수수께끼 같은 사건들을 식물과 곰팡이, 꽃가루를 관찰하며 해결해왔다. 식물이 까다로운 범죄 해결의 열쇠가 된다고?

자세히 들여다봐야 겨우 찾아볼 수 있는 미세한 세계. 쉽게 지나치던 이러한 작은 미세함도 사건 현장에선 놓칠 수 없는 증거가 되어 사건 해결의 실마리가 되기도 한다. 법의학의 여왕 퍼트리샤 윌트셔가 이야기하는 자연과 죽음의 매혹적인 이야기는 마법이 아니라 과학이다. 저자의 성장 배경도 간간이 등장하고 있어, 일기 같은 느낌도 들고, 실제 사건 현장의 생생함을 이야기하고 있는 글은 그 어느 추리소설보다 생생하다. 스릴러, 추리, 법의학에 관심 있다면 꼭 읽어보시길.

아마 여러분은 나와 같은 일을 하는 사람을 한 번도 만나보지 못했을테다. 적어도 40년 전에는 존재하지 않았다. 또 전 세계 대부분의 나라에서 여전히 그렇다. ...(중략)... 나는 범죄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자연세계의 한 측면을 해석해 형사들을 돕는 '법의생태학자'다. ...(중략)... 나는 범인과 자연 세계가 상호작용하는 접점을 다룬다. _12-13p.

로카르는 범죄자가 현장에 들어설 때는 언제나 자기가 가지고 온 무언가를 남기는 동시에, 현장에 있는 무언가를 가지고 간다고 가정했다. 이 두 가지는 우리가 '흔적 증거'라고 부르는 것들로 DNA, 지문, 머리카락, 섬유를 비롯해 내가 중점적으로 활용하는 꽃가루나 포자 등을 포함한다. 이 증거들은 우리가 사람과 사물, 장소 사이에 어떤 접촉이 일어났는지 이해하도록 돕고, 당시의 시간적 전후 사정을 알려주기도 한다. _026p.

법의 생태학자들이 관여하는 범위는 꽤 넓다. 만약 풀이 무성한 도랑에서 시체가 발견되었다면, 나는 그 장소를 조사해 살인범이 어떻게 이 범행 현장에 접근했다가 떠났는지에 대한 가능성을 설명해야 한다. 만약 시체가 누구인지 알아보기 어려울 만큼 부패했다면, 살인이 벌어진 후 시체가 발견되기까지 경과한 시간을 추정할 수 있다. 가끔은 정확도가 다소 떨어지지만 말이다. 그뿐만 아니다. 나는 사체를 숨긴 크고 작은 매장지를 찾을 수 있으며, 사체의 위장에 담긴 내용물을 분석해 피해자를 죽음에 이르게 한 원인을 알아낼 수 있다. 또 컵이나 그릇에 남은 독극물이나 향정신성 식물성 물질의 잔류물을 확인할 수 있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내가 하는 일의 핵심은 사람과 장소를 연결 짓는 것이다. _137p.

꽃가루는 수천 년 동안이나 훌륭히 보존되기 때문에, 노스웨식스 강간 사건의 피해자와 가해자의 옷은 그렇게 중요한 증거가 될 수 있었다. _164p.

만약 우리가 어떤 사람이 살해된 시기에 관한 정확한 정보를 얻기 위해 부패 단계에 의존할 수 없다면 또 다른 단서를 이용해야 한다. 법의 생태학자들의 무기고에는 또 다른 중요한 무기가 있다. 바다에 사는 물고기, 공중을 날아다니는 곤충, 육지에 사는 동식물보다 먼저 지구상에 진화해 나타난 유기체 전체가 그 무기다. _214p.

#꽃은알고있다 #퍼트리샤윌트셔 #김아림 #인문 #여성식물학자 #웅진지식하우스 #까망머리앤의작은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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