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언유주얼 an usual Magazine Vol.9 : 응 치킨
황인찬 외 지음 / 언유주얼 / 2020년 7월
평점 :
품절

나는 언유주얼 9호의 주제를 치킨으로 하자는 의견을 관철시키기 위해 이런 식의 이야기를 수없이 생산해서 끊임없이 반복했다. 긴 이야기 끝에 나는 매번 '그래서 치킨이란 뭐다' 딱 부러지게 말을 못 했고, 회사에서는 내가 취한 사람처럼 치킨 서사를 하고 또 하도록 한동안 내버려 두었다. 너무 물질이고 너무 음식인 치킨에는 이미 너무나 많은 비물질과 정신적 영역이 깃들어 있고, 그것이 우리 잡지의 주제 중 하나가 되기에는 몹시 충분해 보였다. _ #김희라
한창 성장기에 있는 큰 조카와 가까이 살다 보니, 치킨을 일주일에 한 번 이상은 치킨을 먹게 된다. 시장 치킨부터 다양한 양념치킨까지 장르도 다양하고 유튜브나 게임에서도 치킨 관련 이벤트를 많이 하다 보니 생각하지 않다가도 갑자기 먹어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는 조카의 이야기에 빵! 터지기도 한다. 어느 날은 "이모 '오저치고'라고 아세요? 오늘 저녁 치킨 고!에요." 하며 깔깔대며 웃는데 이게 또 한동안 유행이 돼서 일주일에 3~4회 치킨을 먹....
올여름, 유독 긴 장마로 인해 피해 지역이 늘어나고 여름휴가는 생각도 못 할 시기라 기분전환이 될 읽을거리가 필요했다. 사람들이 이렇게나 열광하는 닭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는 언제 먹어도 맛있는 치킨처럼 언유주얼 <응 치킨>에는 기대만큼이나 다양한 작가의 글과 작품이 실려있어 시각적인 즐거움과 읽는 즐거움을 더해 읽으며 어느새 배달앱을 열심히 검색하고 있게 된다. 치킨을 먹으며 읽으면 더 맛있게 읽을 수 있는 언유주얼 <응 치킨> 모쪼록 남은 여름도 무사히 보낼 수 있기를.
닭은 잘 정돈되고 포장되어 판매된다. 그렇기에 닭고기는 닭으로부터 분리된다. 치킨은 이 분리를 더 심화시킨다. 치킨은 닭이 아니다. 치킨은 하나의 스펙터클이자 장르이다. 치킨은 모든 사육과 도살의 과정을 생략한 채, 부위별로 조각나고, 뼈까지 제거되고, 튀김옷과 양념으로 포장된, 다양하고 화려한 패턴으로 우리의 눈앞에 선사된다. 이제 치킨은 그저 대중적인 먹거리가 아니라 모종의 독자적 기호로서 대중의 삶을 지배한다. 현대사회의 치킨 포퓰리즘은 닭을 통해 사육되고 생산되고 관리되는 대중 통치의 메커니즘을 은폐한다. 또한 잔혹한 동물 사육과 학살의 역사를 은폐한다. 치킨은 이렇듯 양면성을 지닌다. 가장 평등하면서도 가장 기만적인 치킨! 치킨에 대해 내가 갖는 애증의 연원이다. _ #심보선
나에게는 그저 함께 치킨만 시켜 먹어도 행복한 사람이 있었다. 나는 그 이유를 알고 있다. 대단한 것을 하지 않아도, 함께 치킨만 시켜 먹어도 행복할 수 있을 만큼, 이미 서로를 위한 마음들을 쌓았기 때문이었다. 삶이란 그렇게 쌓여가는 것이라는걸, 나는 알고 있다. #정지우
콜을 띄운 지 5분 만에 자주 오던 배달 대행 라이더가 콜을 잡았다. 라이더가 너무 빨리 오면 압박이 되고, 너무 늦게 오면 초조하다. 조리가 완료되는 시간에 딱 맞춰서 오는 라이더가 제일 사랑스럽다. 이미 두건의 다른 배달을 잡은 라이더가 조리 시간에 딱 맞춰서 치킨집에 도착한다. 라이더는 앞선 배달 두 개를 끝내고 치킨을 실은 후 20분 만에 손님에게 전달했다. 손님은 운 좋게도 40분 만에 치킨을 받았다. 가게 사장님과 라이더 그리고 손님의 시간은 다르게 흐른다. ... (중략)... 초복의 밤. 닭 농가에서 대규모 학살이 일어나고, 배달 앱에는 무차별적인 할인 쿠폰이 뿌려지며, 도시 곳곳에선 오토바이 라이트가 무수한 별처럼 빛나기 시작한다. _ #박정훈
언유주얼에 수록된 시와 소설과 에세이는 한 펼친 면에 담겨 페이지를 넘길 필요가 없다. 지금 가장 주목해야 할 작가들이 우리의 일상을 관찰하고 상상하며 대변한다. 동세대 핫한 아티스트들의 최신 작품들을 모아 놓았다. 누구든 잡지를 펼치는 순간 'AN USUAL' 기획전의 관람객이다.
지금, 우리에게 가장 중요하고 흥미로운 한 가지 집중하고,
그 한 가지에서 가지를 뻗어 인터뷰, 소설, 에세이, 시, 리뷰를 모아 만든 매거진.
평범해서 특별한 [an usual]
#언유주얼 #스튜디오봄봄 #카카오페이지 #anusual #anusualmagazine #Vol9 #out #응치킨 #치킨 #문화교양지 #잡지 #까망머리앤의작은서재 #북스타그램 #책스타그램 #독서스타그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