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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만의 (책)방 - 공간욕 ㅣ 먼슬리에세이 4
이유미 지음 / 드렁큰에디터 / 2020년 9월
평점 :

카피라이터 이유미는 퇴사 후 '읽고 싶을 때 오는 책방 - 밑줄 서점'을 열었다. 일일권을 구매하면 시간제한 없이 마음껏 책을 읽을 수 있는 독특한 책방, 책에 밑줄 긋기를 즐기는 책방 주인의 공간욕이 여실히 드러난다. _ #엄지혜 작가의 프리뷰
혼자를 충전하는 나만의 공간
내 안의 욕망, 공간욕에 대해
드렁큰 에디터에서 매달 발간하는 먼슬리 에세이, 그 네 번째 이야기는 공간, 책에 대한 공간을 이야기하는 글이다. 책을 애정하고, 나만의 공간을 꿈꾸는 이들이라면 혹! 할만한 이야기 아닐까? 18년간의 직장 생활, 책으로 가득한 자신만의 공간에서 '밑줄 서점'을 운영중인 저자 이유미는 자신이 책방을 하게 된 계기와 책방을 유지하기 위한 진솔한 이야기들을 풀어낸다.
오래전, 네이버 북카페 사람들과 어울리며 '우리만의 북카페'를 상상하고 아마 그 일행들 중 제일 먼저 바리스타가 되고, 대기업 커피 브랜드 오픈 멤버, 브런치 카페 자영업까지의 수순을 거치면서도 왜 '책'을 업으로 삼을 수는 없었을까? 아마도 현실적인 계산을 두들겨 봤을 때 현상 유지가 어려울 것이라는 게 제일 큰 문제였을 것이고, 책 읽기의 내공이 부족하다는 게 그다음(어쩌면 제일 큰)이었을 것이다. 필사해두고 싶은 문장도 꽤 많았고, 궁금한 책, '밑줄 서점'이라는 공간이 궁금해지는 글이었다. 사회적 거리 두기로 가족 간의 거리가 너무 좁아진 요즘, 하루에 잠깐이라도 '나만의 공간'은 필요하다. 꼭 북 카페, 동네 서점이 아니더라도 나만의 공간을 꿈꾸는 이들이 한 번쯤 읽어봐도 좋을 책이다.
하루 마감을 책 읽기로 하는 습관이 있다. 어떤 날은 '마감 독서'가 그날의 유일한 책 읽기가 되기도 한다. 육아와 살림에 시달린 끝에 건강한 피를 수혈받듯 주섬주섬 찾는 게 책이다. _20p.
그는 나에게 "늦었는데 이제 그만 자"라거나 "언제 자려고 그래?"라고 딱히 묻지 않는다. ... (중략).. 그와 나는 이렇게 각자의 공간에서 자기만의 시간을 보내며 하루를 마무리한다. 각자의 즐거움을 위해 서로를 필요로 하지 않으니 더할 나위 없이 좋다. _26p.
나는 왜 그렇게 책방이 하고 싶었을까? 대단한 이유는 없을 것이다. 단순히 나만의 공간에서 가장 좋아하는 일(독서)을 하는 게 꿈이었을 뿐. 돌이켜보면 삶이란 '점을 찍는 일'같다. 그리고 그 점들이 '선으로 연결되는 순간', 꿈으로 완성되는 게 아닐까 싶다. 좋아하는 책을 부지런히 읽는 것, 밑줄을 긋고 필사를 하고 내 글을 쓰는 것, 시간을 쪼개가며 좋아하는 일들을 그렇게 짬짬이 이어가는 것, 그런 순간들을 점처럼 찍다 보니 어느새 하나의 선으로 연결되어 있었다. _33p.
나는 '책이 내게로 온다'는 말을 믿는다. 지금 내게 딱 필요한 책이 다가와 말을 건 경험을 여러 차례 했기 때문이다. _65p.
내가 좋아하는 물건을 하나둘 들이면서 자리를 돌보는 마음은 그 공간에 의미를 부여하는 일이다. 의미가 있으면 특별해진다. 그럼 지루한 일상도 견딜 만해진다. _92p.
동전에도 양면이 있듯 행복하기만 한 사람은 없다는 것도 배웠다. 아늑하고 조용한 공간을 가져서 좋은 만큼 그만한 고충도 있다는 걸 알았다. 오랫동안 회사 생활을 하면서 되뇌던 말이 있다. "하고 싶은 것만 하고 어떻게 살아."
하고 싶은 것만 하고 살려고 책방을 열었다. 그러나 회사 밖에서도 하고 싶은 것만 하고 살진 못한다는 걸 이제는 안다. 하고 싶은 걸 지키기 위해 그 이상의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도. 나도 그렇게 밑줄 서점을 오래도록 지켜내고 싶다. _188~189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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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서평은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아 개인적인 감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