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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마터면 열심히 살 뻔했다
하완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18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마흔은 웬만한 세상일에는 흔들리지 않는다고 하여 불혹이라 부른다는데 도대체 누가 그딴 소리를 했는지 모르겠다. 이봐. 보고 있나? 나 엄청 흔들리고 있다고! _프롤로그
늘 책을 쌓아두고도 새로운 책들을 찾아내고 또 쌓고 읽으면서 책 이야기를 하는 내가 조카는 신기했나 보다. "이모는 어릴 때도 책을 좋아했어요? 지금처럼 시간만 나면 책을 읽고 책이 좋았어요?", "이모는 책이 왜 좋아요?" 등등 문득 생각나는 질문을 툭툭 던지는 조카님. 어릴 땐 책도 곧잘 읽었는데 핸드폰을 손에 쥐고, 틱톡, 유튜브, 게임 등 영상을 접하기 시작하며서 종이로 뭔가를 읽는다는 게 아이에겐 '쓸데없는 일'이라고 생각되었나 보다. "이모 요즘은 책도 유튜브에서 줄거리 정리해서 다 알려주는데요?", "이모도 유튜브 해보면 어때요? 책 많이 읽잖아요." 이렇게 이야기하는 조카는 게임 유튜브를 운영 중이다. 늘 자신이 무엇을 하고 있고, 무얼 하고 싶은지 이야기하는 조카와의 대화는 유치한 장난부터 공부, 미래의 꿈까지 대화의 주제가 다양하다. 어려서부터 이야기를 많이 하며 커와서인지 13살인 지금도 참 살갑고 다정한 아이.
조카의 삶에 관심이 많고 자꾸만 이야기하고 싶은 건, 지금 나와 같지 않기를 바라기 때문이었나 보다. (나 열심히 살았는데? 지금도 열심히 사는데?) 조금 더 나은 삶, 나보다 나은 삶을 살기를 바라는 마음은 뭘까? 열심히 살았지만 왜 이것밖에 안되는지 기준에 기준을 더하다 보니 이번 생은 글렀다는 말이 버릇처럼 튀어나오기도 했다. 「하마터면 열심히 살 뻔했다」는 2년째 책장 여기저기로 자리를 옮겨 다니며 자리를 지키던 책이었다. 올 추석에도 읽을까 말까를 망설이다 읽기 시작했는데... '이거 내 마음이잖아? 내 모습이잖아!' 하며 읽게 되었다. 계절마다 표지 리커버를 하며 출간되는 이유가 있었구나, 진작 읽을 걸 하는 생각을 하는 사람이 나뿐일까? 가끔은 '왜 이렇게 살고 있지?' , 어릴 때 조금 더 열심히 살았더라면, 그 순간 그 선택을 하지 않았더라면 지금의 내 삶은 조금 달랐을까? 나를 자책하며 살았는데, 꼭 그렇지마는 않았구나!라는 위로와 함께 '이 정도는 돼야 한다'라는 기준을 내려놓는 것만으로도 즐겁게 살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어? 의외로 괜찮네. 내 인생!
이 나이에 결혼도 안 하고, 월세에 살고, 자동차가 없지만 불편하거나 비참하지 않다. 문제는 사람들이 나를 그렇게 본다는 것이다. 정작 나는 괜찮은데 사람들이 나를 불쌍하게, 한심하게 보니 나 좀 비참해지려고 한다. 아니, 확실히 비참하다. 원래는 비참하지 않았는데 남들이 그렇다니 좀 그렇다. 이건 내 삶인데, 내 기분인데 왜 타인의 평가에 따라 괜찮았다가 불행했다가 하는 걸까? _37p.
조금만 고개를 들고 주위를 둘러보면 다른 길들이 있는데, 그때는 그게 보이지 않는다. 오직 하나, 이 길만이 유일한 길이라 믿는 순간 비극은 시작된다. 길은 절대 하나가 아니다. 그리고 그 길이 전부라고 생각하지만 막상 가보면 그 길이 자신이 원하던 길이 아닌 경우도 많다. _50p.
늙어서 놀면 무슨 소용인가. 나는 지금 놀고 싶은데, 내가 처음에 찾은 명분은 나에겐 너무 어려운 숙제였다. 미션 임파서블. 다른 명분이 필요했다. ... (중략)... 욕망에 좀 솔직해질 필요가 있다. 놀고 싶으면 놀아야지. 명분은 그다음에 찾자. _86p.
혼자 있고 싶은 마음, 결국 이런 마음도 사람들과 연결되어 있기에 드는 것이다. 무인도에 혼자 있게 된다면 혼자 있고 싶은 마음 따위가 들 리 없다. 자꾸 혼자 있고 싶어진다면 그만큼 인간관계로 힘들다는 이야기다. 혼자 있는 시간은 꼭 필요하다. 그 시간은 치유의 시간이다. 인간관계로 지친 몸과 마음을 쉬게 해주는 시간. _114p.
꿈꾸던 대로 되지 못했다고 인생이 끝나는 것은 아니다. 우리는 우리에게 주어진 이 삶을 끌어안고 계속 살아가야 한다. 그러니까 이건 관점의 차이다. _218p.
혹시 지금 뒤처지고 있는 건 아닐까 불안하다면 아마도 뒤처진 게 맞을 거다. 하지만 뒤쫓을 필요는 없다. 자신만의 속도와 길을 찾는 게 더 중요하다. 느린 건 창피한 게 아니다. 인정하자. 우린 뒤처졌다. 그래서 뭐 어쩌라고. 이런 뻔뻔함이 너무 좋다. _224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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