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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녀 이야기 (리커버 일반판, 무선) ㅣ 시녀 이야기
마거릿 애트우드 지음, 김선형 옮김 / 황금가지 / 2018년 4월
평점 :

이 이야기는 꼭 편지 같다. 친애하는 당신에게 하고 나는 말할 테다. 이름 없는 당신에게라고. 이름을 붙이면 '당신'을 실제 세계에 연루시키게 될 텐데, 그러면 훨씬 더 위험해지고, 훨씬 더 부담이 커진다. 저 바깥 세상에, 당신이 살아 있을 가능성이 얼마나 될지 그 누가 알겠는가. 당신, 옛날의 고리타분한 사랑 노래들처럼 그냥 당신이라고 부르련다. 당신은 꼭 한 사람일 필요는 없다.
당신은 수천 명일 수도 있다.
지금 당장 목숨이 경각에 달린 건 아니다, 당신에게 말하겠다.
당신이 내 말을 들을 수 있다고 가장하련다.
하지만 소용없다. 당신이 듣지 못한다는 걸 너무나 잘 알고 있으니까. _74p.
출생률이 급격히 감소하고 환경오염, 지구적 전쟁등으로 극심한 혼란상태에 빠진 미국, 이 틈을 타 가부장제와 성경을 근본으로 한 전체주의 국가 '길리아드'가 일어나 국민을 폭력으로 억압한다. 특히 여성들을 여러 계급으로 분류해 교묘하게 통제하고 착취하는데 '시녀'로 분류된 한 여성의 독백으로 진행된다. 철저히 통제된 사회, 여자를 오로지 종족 번식을 위한 '시녀'로 만들어 특권계층에게 배분하고 오로리 아이를 낳기 위한 목적으로 보호와 감시를 하며, 아이를 낳지 못하면 다른 시녀로 대체되지만 이전에 있던 시녀는 어떻게 되는지 정확히 알려져 있지 않다. 이름이 없는 정부의 재산, 복종하지 않으면 이렇게 된다는 본보기의 수단으로 매다는 시체들... 스릴러 장르보다 더 무섭고 소름 돋는 디스토피아 소설이다. 특정 지도자들의 다음 세대를 잇기 위한 도구로 이용되는 성과 권력의 어두운 관계. 사회를 통 제하고, 여성의 권리를 통제하고, 권력을 쥔 자들이 멋대로 여자들을 단지 애를 낳기 위한 국가의 자산으로 취급하고 필요 여부에 따라 휘두르는 사회라니... 이런 끔찍하고 섬뜩한 세계라니... 이 책을 읽기전 <시녀이야기 그래픽노블>을 먼저 읽었던 터라, 더욱 생생하게 읽혔던 글이기도 했다. 화제의 미드 「핸즈메이드 테일」의 원작 소설이기도 한 <시녀 이야기>, 이제 영상이 궁금해지는데... 볼 것인가? 말 것인가?
행주는 옛날이나 지금이나 똑같다. 가끔 이렇게 문득 비치는 정상적 삶의 흔적이 매복하고 있던 병사처럼 옆에서 나를 덮칠 때가 있다. 평범한 것들, 일상적인 것들, 세찬 발길질처럼 과거를 환기시키는 것들. 문맥에서 떨어져 나온 행주 한 장을 보며 나는 그만 헉 하고 숨을 멈춘다. 어떤 사람들에겐, 어떤 면에선, 세상이 그렇게 많이 달라진 게 아닌 것이다. _87p.
그때 우리가 그렇게 살았던가? 하지만 우리는 평상시처럼 살았다. 다들 대개는 그렇기 마련이다. 무슨 일이 일어나든 평상시와 다름없이. 심지어 지금도 평상시와 다름없이 살고 있는 거니까.
우리는 평상시와 다름없이, 무시하며 살았다. 무시한다는 건 무지와 달리, 노력해야 하는 일이다. 즉시 변화하는 건 아무것도 없다. 천천히 데워지는 목욕물처럼 자기도 모르게 끓는 물에 익어 죽어버리는 거다. _101p.
달걀을 깨지 않고 오믈렛을 만들 수는 없소, 우리는 더 좋은 세상을 만들 수 있다고 생각했다오.
더 좋은 세상이라고요? 나는 조그맣게 되뇐다. 어떻게 이걸 더 좋은 세상이라 생각할 수 있는 거지?
더 좋은 세상이라 해서, 모두에게 더 좋으란 법은 없고. 언제나 사정이 나빠지는 사람들이 조금 있게 마련이지. _366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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