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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의 연대기
기에르 굴릭센 지음, 정윤희 옮김 / 쌤앤파커스 / 2020년 11월
평점 :

우리는 함께 성장했고 서로의 사랑을 확인하고자 새로운 생명을 잉태해 두 아이를 낳았다. 비록 사랑이 짧은 순간 지나가 버리고 나면 사라지고, 잠시 잠깐 느끼는 육체의 이끌림에 불과하며, 만약 오래도록 지속되더라도 깊고 끈끈한 토대가 없는 경우가 허다하다지만, 자식이란 사랑의 증거와도 같은 것이었다. ... (중략)... 아직은 확실하지 않지만, 현실은 그렇다. 만약 어느 날 우리의 사랑이 존재하지 않는 날이 온다면, 그 사랑은 애초에 존재하지 않았던 것인지 모른다. _246~247p.
작정하고 집필한 책이겠지만
본인들의 사랑을 위해, 이기적이고 이기적이다.
자신의 사랑을 위해 아이와 아내를 뒤로하고 새로운 사랑을 만난 유부남 존, 당시 미혼이었던 티미에게도 동거 중인 애인이 있었지만 합의하에 새로운 가정을 꾸리게 된 이들..
평생 함께 할 줄 알았지?
이혼 당시 아내가 존에게 했던 저주가 현실로? 아이 둘 낳고 알콩달콩 행복한 이들의 일상에 등장하게 된 장갑맨, 티미가 세미나 장소에서 우연히 마주치게 된 사람이 이들의 일상에 끼어들어 돌이킬 수 없는 사건(?)이 되어버릴 줄은....
존.... 그러게 왜 자꾸 부추겼어... 어!!!!
읽으면서 이 남자 왜 이러지? 하는 구간을 꽤 마주하게 되는데... 이건 정말 읽어본 사람만 알 듯, 다른 이들의 감상도 궁금하고...
슬프지만 섹시한 소설...이라.. 허, 참.
이런게 사랑이고 결혼생활이라면 거절하고 싶네.
진짜 한잔하지 않을 수가 없었던 소설, 술을 부르는 소설이네. 결국 주는 대로 받는구나... 궁금하신 분들은 읽어보시길...
이제야 다른 사랑을 만나게 되었고, 그저 지금 함께하는 사람 대신 그 사람과 함께하고 싶은 마음이었다. 물론 한때 아이 엄마와 나 사이에도 친밀감과 부드러움이 존재했을 것이다. 사랑으로 맺어진 두 남녀의 뜨거운 육체도 존재했을 것이다. 함께 미래를 일궈나가자는 약속과 서로에게 충실하려는 마음 역시 존재했을 것이다. 하지만 그 모든 것들은 순식간에 끝났고, 서로에게 갖고 있던 친밀감과 믿음은 물론이고 사랑으로 맺어진 끈끈한 관계마저도 더는 존재하지 않게 되었다. 그런 감정들이 사라져버렸는데 어떻게 관계를 이어나갈 수 있겠는가? 아니, 이렇게 쉽게 사라져버릴 감정이었다면 애초에 그 감정이 정말로 존재하긴 했던 걸까?
...(중략)...
"마지막으로 한 가지 얘기하고 싶은 게 있어."
"나는 더 할 얘기가 없는 걸로 아는데."
"그렇구나. 당신은 모르겠지만 난 아직 할 얘기가 남았어. 하지만 그렇게 듣고 싶지 않다면 나도 이쯤에서 포기할게. 그렇지만 마지막으로 당신에게 이 얘기는 해야겠어. 언젠가 당신도 나처럼 똑같이 버림받기를 기도할게. 나를 무참히 버리고 떠난 것처럼 당신도 똑같이 버림받기를 내 온 마음을 다해서 간절히 기도하고 또 기도할 거야." _080~081p.
아니, 그건 사랑이어야 했다. 사랑이 아니면 무엇이겠는가? 그것은 훌륭한 사람, 누구도 따라오지 못할 정도로 엄청나고 가슴 벅찬 사랑이어야 했다. 우리 두 사람 사이의 친밀함과 결속 그리고 끌림은 평범함을 넘어서는 것이어야 했다. 그렇지 않다면 친자식인 딸아이와 떨어져 지내면서 2주일에 한 번씩 겨우 만나는 이런 상황을 감수할 만한 가치가 없지 않았을까? _091p.
세월이 흐르고 나면 우리 둘의 사랑이 인생에서 딱 한 번 찾아오는 유일한 사랑으로 보일 날이 올 것이다. 처음에는 아이들의 눈에만 그렇겠지만 결국은 다른 모든 이들도 안전하게 되겠지. 다른 사람은 생각할 수조차 없는 서로에게 완벽한 반쪽, 시간이 흐르고 나서도 그럴 것이다. 그 남자나 그 여자가 나의 하나뿐인 반쪽이라고 생각하지 않으면서 수십 년을 누군가와 함께 살아간다는 것이 정말로 가능할까? _093p.
“어떤 상황에 닥쳤을 때 당신이 당신 자신을 제어하지 못할까 봐 두려워. 당신이 무슨 짓을 하는지 알지 못할까 봐.”
“새로운 친구가 생긴 것뿐이야. 친구. 그냥 우연히 남자인 친구가 생긴 거라고, 그렇게 생각하면 안 되는 거야?”
...(중략)...
“지금 일을 그만둘 수는 없어. 다른 곳으로 이사하는 건 불가능해.”
“왜?”
“내 삶에 그 사람이 있기를 바라니까.”_200p.
“난 갑자기 세상이 핑크빛으로 변해버린 느낌이었어. 당신이랑 함께하던 삶에 만족해서 그동안 내가 어디 아픈 사람처럼 보이는지도 전혀 몰랐어. 만약 지금도 사랑이란 단어를 사용할 수 있다면, 그 당시의 나는 행복했던 것 같아. 하지만 그 남자를 만난 후로 지금까지 내가 살아온 삶을 다시 한번 돌아보게 됐어.”_216p.
모든 게 그저 감정일 뿐이었다. 우리 두 사람 모두에게는 다소 폭력적이고 당황스럽게 다가오는 강력한 감정. 모든 것이 소멸하는 감정, 얼마나 강력한지 온 세상이 그 감정 때문에 바닥으로 가라앉을 수도 있을 것 같은 그런 감정. 그리고 그 강력한 감정은 얼마 후면 서서히 희미해지고 소멸하여 더는 존재하지 않게 될 테고 서서히 그 열기를 잃게 될 것이다. -269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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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서평은 출판사로부터 해당 도서만 제공받아 주관적인 감상으로 작성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