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의 연대기
기에르 굴릭센 지음, 정윤희 옮김 / 쌤앤파커스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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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함께 성장했고 서로의 사랑을 확인하고자 새로운 생명을 잉태해 두 아이를 낳았다. 비록 사랑이 짧은 순간 지나가 버리고 나면 사라지고, 잠시 잠깐 느끼는 육체의 이끌림에 불과하며, 만약 오래도록 지속되더라도 깊고 끈끈한 토대가 없는 경우가 허다하다지만, 자식이란 사랑의 증거와도 같은 것이었다. ... (중략)... 아직은 확실하지 않지만, 현실은 그렇다. 만약 어느 날 우리의 사랑이 존재하지 않는 날이 온다면, 그 사랑은 애초에 존재하지 않았던 것인지 모른다. _246~247p.

작정하고 집필한 책이겠지만

본인들의 사랑을 위해, 이기적이고 이기적이다.

자신의 사랑을 위해 아이와 아내를 뒤로하고 새로운 사랑을 만난 유부남 존, 당시 미혼이었던 티미에게도 동거 중인 애인이 있었지만 합의하에 새로운 가정을 꾸리게 된 이들..

평생 함께 할 줄 알았지?

이혼 당시 아내가 존에게 했던 저주가 현실로? 아이 둘 낳고 알콩달콩 행복한 이들의 일상에 등장하게 된 장갑맨, 티미가 세미나 장소에서 우연히 마주치게 된 사람이 이들의 일상에 끼어들어 돌이킬 수 없는 사건(?)이 되어버릴 줄은....

존.... 그러게 왜 자꾸 부추겼어... 어!!!!

읽으면서 이 남자 왜 이러지? 하는 구간을 꽤 마주하게 되는데... 이건 정말 읽어본 사람만 알 듯, 다른 이들의 감상도 궁금하고...

슬프지만 섹시한 소설...이라.. 허, 참.

이런게 사랑이고 결혼생활이라면 거절하고 싶네.

진짜 한잔하지 않을 수가 없었던 소설, 술을 부르는 소설이네. 결국 주는 대로 받는구나... 궁금하신 분들은 읽어보시길...

이제야 다른 사랑을 만나게 되었고, 그저 지금 함께하는 사람 대신 그 사람과 함께하고 싶은 마음이었다. 물론 한때 아이 엄마와 나 사이에도 친밀감과 부드러움이 존재했을 것이다. 사랑으로 맺어진 두 남녀의 뜨거운 육체도 존재했을 것이다. 함께 미래를 일궈나가자는 약속과 서로에게 충실하려는 마음 역시 존재했을 것이다. 하지만 그 모든 것들은 순식간에 끝났고, 서로에게 갖고 있던 친밀감과 믿음은 물론이고 사랑으로 맺어진 끈끈한 관계마저도 더는 존재하지 않게 되었다. 그런 감정들이 사라져버렸는데 어떻게 관계를 이어나갈 수 있겠는가? 아니, 이렇게 쉽게 사라져버릴 감정이었다면 애초에 그 감정이 정말로 존재하긴 했던 걸까?

...(중략)...

"마지막으로 한 가지 얘기하고 싶은 게 있어."

"나는 더 할 얘기가 없는 걸로 아는데."

"그렇구나. 당신은 모르겠지만 난 아직 할 얘기가 남았어. 하지만 그렇게 듣고 싶지 않다면 나도 이쯤에서 포기할게. 그렇지만 마지막으로 당신에게 이 얘기는 해야겠어. 언젠가 당신도 나처럼 똑같이 버림받기를 기도할게. 나를 무참히 버리고 떠난 것처럼 당신도 똑같이 버림받기를 내 온 마음을 다해서 간절히 기도하고 또 기도할 거야." _080~081p.

아니, 그건 사랑이어야 했다. 사랑이 아니면 무엇이겠는가? 그것은 훌륭한 사람, 누구도 따라오지 못할 정도로 엄청나고 가슴 벅찬 사랑이어야 했다. 우리 두 사람 사이의 친밀함과 결속 그리고 끌림은 평범함을 넘어서는 것이어야 했다. 그렇지 않다면 친자식인 딸아이와 떨어져 지내면서 2주일에 한 번씩 겨우 만나는 이런 상황을 감수할 만한 가치가 없지 않았을까? _091p.

세월이 흐르고 나면 우리 둘의 사랑이 인생에서 딱 한 번 찾아오는 유일한 사랑으로 보일 날이 올 것이다. 처음에는 아이들의 눈에만 그렇겠지만 결국은 다른 모든 이들도 안전하게 되겠지. 다른 사람은 생각할 수조차 없는 서로에게 완벽한 반쪽, 시간이 흐르고 나서도 그럴 것이다. 그 남자나 그 여자가 나의 하나뿐인 반쪽이라고 생각하지 않으면서 수십 년을 누군가와 함께 살아간다는 것이 정말로 가능할까? _093p.

“어떤 상황에 닥쳤을 때 당신이 당신 자신을 제어하지 못할까 봐 두려워. 당신이 무슨 짓을 하는지 알지 못할까 봐.”

“새로운 친구가 생긴 것뿐이야. 친구. 그냥 우연히 남자인 친구가 생긴 거라고, 그렇게 생각하면 안 되는 거야?”

...(중략)...

“지금 일을 그만둘 수는 없어. 다른 곳으로 이사하는 건 불가능해.”

“왜?”

“내 삶에 그 사람이 있기를 바라니까.”_200p.

“난 갑자기 세상이 핑크빛으로 변해버린 느낌이었어. 당신이랑 함께하던 삶에 만족해서 그동안 내가 어디 아픈 사람처럼 보이는지도 전혀 몰랐어. 만약 지금도 사랑이란 단어를 사용할 수 있다면, 그 당시의 나는 행복했던 것 같아. 하지만 그 남자를 만난 후로 지금까지 내가 살아온 삶을 다시 한번 돌아보게 됐어.”_216p.

모든 게 그저 감정일 뿐이었다. 우리 두 사람 모두에게는 다소 폭력적이고 당황스럽게 다가오는 강력한 감정. 모든 것이 소멸하는 감정, 얼마나 강력한지 온 세상이 그 감정 때문에 바닥으로 가라앉을 수도 있을 것 같은 그런 감정. 그리고 그 강력한 감정은 얼마 후면 서서히 희미해지고 소멸하여 더는 존재하지 않게 될 테고 서서히 그 열기를 잃게 될 것이다. -269p.

#결혼의연대기 #기에르굴릭센 #정윤희 #북유럽소설 #북유럽맨부커상 #협찬도서 #쌤앤파커스 #까망머리앤의작은서재

본 서평은 출판사로부터 해당 도서만 제공받아 주관적인 감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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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래식이 들리는 것보다 가까이 있습니다
박소현 지음 / 페이스메이커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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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F와 히어로물에서도 클래식 작품은 감초처럼 등장한다. 마블 스튜디오는 아이언맨을 시작으로 헐크, 토르, 캡틴 아메리카, 앤트맨, 닥터 스트레인지, 블랙 팬서 같은 히어로들을 한데 모아 어마어마한 제작비와 스케일을 자랑하는 영화 시리즈 <어벤저스>를 제작했다. ... (중략)... 총 4편의 영화로 제작된 <어벤져스>시리즈의 두 번째 영화인 <어벤져스:에이지 오브 울트론>에는 인상적인 클래식 음악이 2곡 등장한다. ... (중략)... 영화 초반 첫 전투 후에 비행정을 탄 브루스 배너 박사가 마음을 다스리기 위해 헤드폰으로 음악을 들을 때 흘러나온 노래가 바로 이탈리아 작곡가 빈센초 벨리니의 2막 오페라 <노르마>속의 아리아 <정결한 여신>이다. _173~174p.

휴일이면 늘 경음악, 클래식으로 시작했다. '아!! 늦잠자고 싶은데...' 하지만 음악의 시작은 주말을 시작을 의미했고 아빠의 주도하에 집안 대청소나 가구재배치등으로 하루를 시작했는데, 고등학교 진학할때까지도 이 패턴이 유지됐었으니 소리를 인식하기 전부터 들었던 음악들이 얼마나 많았을까? 덕분에 팝, 경음악, 클래식, 트로트까자 다양한 장르의 음악을 들으며 성장했는데, 카세트테이프, LP, CD, 등 수집에도 관심이 있으셨던 아빠의 취향 덕분에 지금도 라디오나 길을 지나며 흘러나오는 음악, 노래를 들을 때면 '어! 이거 어릴 때 듣던 음악인데!' 음악이 끝날 때까지가던 길을 멈추게 된다. 그런 영향 덕분일까? 지금 아는 클래식이나 팝들도 거의 10대가 되기 전 아빠를 통해서 접하게 된 것들이었다.

추억의 자동차 후진을, 베토벤<엘리제를 위하여>, 변집섭<희망사항>과 거슈윈<랩소디 인 블루>, 악동뮤지션 <오랜 날 오랜 밤>과 파헬벨 <캐논 변주곡>, 에미넴<브레인리스>와 바흐 <토카타와 푸가>, 드라마 <스카이 캐슬>과 라벨 <볼레로>,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와 비제의 오페라 <카르멘>, 영화 <황산벌>과 보케리니 <미뉴에트>, 무라카미 하루키의 소설 속 등장인물과 클래식 등 책에 등장하는 다양한 소재들 중 조금만 들춰봐도 호기심이 일지 않는가? '어! 이 노래?', '어! 이 클래식?' 제목은 모르지만 흥얼흥얼 거리게 되는 음악이 있다. 저자 박소현은 우리 일상 광고, 영화, 소설, 만화, TV, 대중음악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장르에 스며든 숨은 클래식을 이야기한다. 모르고 들어도 좋지만, 알고 들으면 더 흥미롭고 재미있는 클래식, 책을 읽으며 책 속 QR코드로 생생한 책 읽기를 할 수 있을 것이다. 지금까지도 그 시절과 함께 음악을 떠올리는걸 보면 성장기 아이들에게 음악은 중요성을 새삼 생각하게 된다. 좋은 사람고, 온 가족이 함께 읽고 들어도 좋을 책으로 추천!

여전히 수많은 사람들이 클래식 음악에 접근하기를 어려워한다. 오랜 시간 그 이유를 고민해 보았다. 클래식의 오랜 역사만큼 음악의 양이 워낙 방대해 어떤 곡부터 들어야 할지 갈피를 잡기 힘들어서가 아닐까 생각한다. '짤'과 '클립영상'이 보통인 요즘 같은 시대에 기본 20분에서 1시간도 넘어가는 음악이 부담스럽게 느껴지는 것 역시 클래식 입문을 막는 큰 장벽이 아닐까? ... (중략)... 이 책은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베토벤이나 모차르트 같은 작곡가들 외에도 비오티, 몬티처럼 다소 생소한 작가들의 작품이 일상에서 익숙하게 접한 클래식의 주인공이라는 것을 알리고, 조금 더 가깝게 느끼도록 돕고 싶은 마음에서 시작되었다. _지은이의말

<희망사항>에서 영감을 받아 클래식을 활용한 대중가요

베토벤의 가곡 <너를 사랑해 Ich liebe dich>의 원곡을 노래 도입부에 삽입하며 큰 사랑을 받은 신승훈의 <보이지 않는 사랑>, 비발디의 <사계>중 '겨울' 2악장의 주선율을 노래의 처음부터 끝까지 집어넣은 이현우의 <헤어진 다음 날>등이 있다. _72p.

에릭 사티의 <짐노페디 1번>은 고대 국가의 비극적인 사랑 이야기를 담은 소설에서 영감을 받아 작곡했고, 고대 나체 의식에서 이름을 따 제목을 정했으며, '느리고 고통스럽게'연주하라고 따로 지시까지 내린 곡이다. 하지만 멜로디가 잔잔하고도 감미로운 나머지, 수면을 도와주는 음악의 1순위로 추천하는 곡이 되었다. 그리고 마침내 2013년에 숙면과 편안함을 상징하는 침대와 매트리스 광고의 배경음악으로 쓰이며 '흔들리지 않는 편안함'을 상징하는 음악의 대명사가 되고 말았다. _113p.

#클래식들리는것보다가까이있습니다 #박소현 #페이스메이커 #도서협찬 #협찬도서 #예술 #음악 #클래식 #까망머리앤의작은서재 #추천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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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에게 사랑받을 필요는 없다 - 타인에게 얽매이지 않고 온전한 나로 사는 법
웨인 다이어 지음, 장원철 옮김 / 스몰빅라이프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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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자신을 사랑하지 않으면 아무도 나를 사랑하지 않는다.

자신을 사랑하지 않으면 다른 사람을 사랑할 수 없다.

사랑은 자신을 사랑하는 것에서 출발한다. _303p.

'있는 그대로, 나답게 살아가기' 잘 하고 있을까? 부모님의 딸, 장녀, 동생들의 언니, 누나, 사회 구성원으로서의 나는 어떤 사람일까? 함께 하는 구성원에 따라 나의 성격이나 모습도 조금씩 달라진다. 다정하지만, 다혈질이고, 착한 듯 보이지만 이기적이다. 타인의 눈에 보일 내 모습에도 신경을 많이 쓰다 보니 하고 싶지 않아도 해야 하는 상황들이 발생하고 때론 그러한 것들이 극심한 스트레스로 남기도 한다. '왜 그랬을까?'

개인의 행복과 주체적 삶의 중요성을 주제로 많은 강연과 방송을 하는 웨인 다이어는 진정한 행복을 얻기 위한 마음가짐과 행동지침을 전파하고 책으로 집필해 '행복 추구형 인간'이 되기를 이야기한다. 인간 스스로가 특별함을 자각하고 타인의 억압과 통제에서 자유로워지는데 보다 용기 내기를 다양한 사례를 들어 이야기하고 있어 목차를 보고 내게 필요한 부분부터 먼저 읽어도 좋을 것 같다. 책을 순차적으로 읽다 맨 마지막에 읽게 된 '자유롭게 살기 위한 100가지 행동 리스트'는 프린트해두고 부족한 부분은 반복 또 반복해서 읽고 생각해 보아도 좋을 것 같다. 코로나19로 무너진 일상, 개개인의 마음과 행복을 지키기 위해 한 번쯤 일독해보아도 좋을 책으로 추천하고 싶은 글.

세상에는 있는 그대로의 모습으로 살아가고 싶은 사람들이 있다. 그들은 개성과 주관이 뚜렷하고 독립적이다. 다른 사람들에게 엉뚱해 보이는 것쯤은 상관하지 않는다. 타인의 기준에 맞춰 사는 것을 거부하고 자신의 본모습 그대로 세상과 마주하고자 한다. _05p.

스스로를 시험하지 않으면 자신의 장점이 무엇인지 절대 알 수 없다. 모든 시험이 항상 성공적이라면 시험할 필요도 없다. 그래서 우리는 시험이 실패할 때마다 또다시 시험하는 것이다. 기꺼이 무언가를 시도하는 그곳에 당신의 가치를 드러낼 보물이 숨어 있다. 경험은 두려움을 극복하는 도구다. _54p.

과거의 영향력을 평가할 때 분명히 해 두라. 지금 당신의 기분과 행동, 실패를 책임질 수 있는 사람은 과거의 다른 누군가일 수 없다. 여기서 벗어나지 않으면 같은 실수를 반복한다. 자신의 현재의 모습이 부모님 때문이고 어려웠던 시절 탓이라고 한탄한다면 당신의 현재는 여전히 문제투성이일 수밖에 없다. 이 말을 가슴속에 새겨라. '과거의 실수가 오늘의 나 자신이다. 과거는 바뀌지 않는다. 나는 지금의 나로 운명 지어졌다.' _86p.

자기 비교라는 미로를 빠져나오기 위해선 누군가와 자신을 비교하려는 순간 그 비교를 당장 멈추어야 한다. 자신에 대해 생각할 때도, 다른 사람을 상대하면서 스스로 비교하고 있다고 느끼는 그 순간 당장 비교를 멈춰라. 그것만이 나쁜 버릇을 통제할 수 있는 가장 실용적인 방법이다. _103p.

자신만의 길을 찾고 자기 삶을 책임지며 살 것인가? 아니면 세상의 방해꾼들에게 조종당하며 슬픔과 무력감에 무너져 살아갈 것인가? 당신이 허락하면 세상의 방해꾼들은 기꺼이 당신을 조종하려 든다. 그러나 당신이 거절하면 이 비열한 게임은 끝이 난다. 희생자처럼, 운명의 제물처럼 살지 않아도 될 힘은 이미 당신 안에 있다. 선택은 당신에게 달렸다. _302p.

#모두에게사랑받을필요는없다 #웨인다이어 #장원철 #자기개발 #스몰빅미디어 #스몰빅라이프 #스몰빅 #협찬도서 #까망머리앤의작은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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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온한 것들의 미학 - 포르노그래피에서 공포 영화까지, 예술 바깥에서의 도발적 사유 서가명강 시리즈 13
이해완 지음 / 21세기북스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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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와 예술은 일견 서로 밀접한 관계가 있는 것 같기도 하지만 분명히 별개의 주제다. 왜 미학이라는 하나의 학문이 이 두 주제를 다루게 되었을까? 여러 사연이 있지만, 우리 안에 있는 미를 판단하는 능력과 예술을 창조하고 감상하는 능력이 같은 것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중요한 역할을 했다. 그 능력으로 지목된 것이 감성이다. ... (중략)... 아직 뭔지 잘 모르는 것들을 마주해 이름을 붙이고 범주를 정해 사유의 집을 지어보는 것이 철학이 하는 일이니, 아직은 미지의 영역이 더 많은 감성 역시 철학의 연구 대상이다. 자신의 원천을 감성에 두고 있다고 믿는 예술도 현대로 올수록 이러한 인간의 아래쪽 한계를 자주 건드린다. 성적인 욕망, 뒤틀린 유머, 공포와 연민 같은 감정. 그래서 이러한 부분에도 지적 조망이 이루어져야 하지 않느냐고 한다면, 나서서 그것을 맡을 학문은 미학일 것이다. 따라서 미와 예술의 철학인 미학은 또한 감성의 철학이기도 하다. 그리고 그것은 비합리적인 것을 최대한 합리적으로 생각해보는 일이라고 할 수 있다. _310~311p.

미학 美學, Aesthetics 가치로서의 미, 현상으로서의 미, 미의 체험 등을 대상으로 하는 학문

미의 가치를 대상으로 하는 학문을 이야기하는 미학, 그런데 미학이 이런 것도 다룬다고? 위작, 포르노그래피, 뒤틀린 유머, 공포와 연민까지 어찌 보면 예술적인 가치보다는 '감성'에 치우친 이야기가 아닐까? 예술의 가치는 무엇을 판단해야 할까? 이 순간 우리에게 미학이 필요하다고 저자는 이야기한다. 당연하고 익숙한 상식이 흔들릴 때 적절한 질문을 통해 합리적인 답을 찾아야 한다.

1부 위작, 가짜는 가라! 그런데 왜? - 위작이 던지는 철학적 질문들

2부 포르노그래피, 예술이 될 수는 없나? - 도덕적 논쟁과 미학적 논쟁

3부 나쁜 농담, 이따위에 웃는 나도 쓰레기? - 유머로 보는 예술의 도덕적 가치

4부 공포 영화, 무서운 걸 왜 즐기지? - 허구의 감정을 다루는 미학

미와 예술의 변방, 경계에 있는 다양한 문제들을 이야기하고 분석하면서 '미학이란 이런 것!?'이라는 새로운 경험을 하게 된다. 흥미로 읽기 시작한 책은, 그저 아름다운 것은 예술, 포르노그래피는 나쁜 것, 공포? 호러, 참아가면서 그걸 왜 보는 거야? 등 이분법적인 생각을 다양한 각도로 이야기하며 감성과 이성의 논쟁을 흥미롭게 다루고 있다. 서울대 가지 않아도 들을 수 있는 명강의 서가 명강. 술술 넘어가는 글은 아니지만 잘 정리된 강의록을 읽으며 '예술 바깥에서의 도발적 사유'를 다룬 미학에 대한 흥미로움을 경험했던 책이다.

이 책은 이들 '불온한 것들'의 사회문화적 함의에 관한 이야기는 아니다. '변방은 없다', '누가 B급을 말하는가'와 같은 구호를 걸고 전통적으로 주변부로 여겨지던 것들에게도 이제는 지위를 부여하자는 '문화 정치적'인 주장을 하려는 것도 아니다. 굳이 이야기하자면, 오히려 이들을 유별난 것으로 취급해 그들만의 미학이 있다는 듯이 호들갑 떠는 것을 경계하자는 쪽에 더 가깝다. ... (중략)... 미와 예술의 문제를 따져보는 미학은 철학적 방법론의 차이에 따라 완전히 다른 모습을 보일 수 있다. 내가 연구하는 미학의 방법은 분석미학이라 불리는데, 주어진 문제를 영미 분석철학의 태도와 방식을 다룬다. _들어가는글

미와 예술도 만만치 않은 검은 고양이들이다. 문화의 힘이 중시되고, 상상력과 창조성, 인간의 감성 능력에 대한 주목이 이루어지자 그동안 삶의 여분이나 장식품, 아니면 그저 도구적 효용성의 영역에 머문다고 보았던 미와 예술은 점차 인간다움의 정수, '완성형 인간'의 필수 요소로 여겨지게 되었고, 그에 따라 인간 이해의 핵심으로 그 지위가 옮겨가는 듯하다. 미학은 그것들에 대한 철학적 사유다. _27p.

우리가 가진 지식, 즉 하나가 진품이고 다른 하나가 위작이라는 우리의 앎에 상대적으로 작동하는 우리의 지각은 결국 차이를 '구성'하여 그것을 '볼'것이고, 그러면 거기 차이가 '있는'게 될 것이다. ... (중략)... 예술은 언제나 그 자체가 아닌 다른 무언가에 관한 것이며, 작가는 그 무언가에 자신의 태도와 관점을 투사한다. 따라서 작품은 어느 정도 '은유적'구조를 갖게 되며, 그러한 특징으로 인해 작품은 해석의 대상이 된다. 그리고 이 해석을 위해 필요한 것이 예술 이론 및 예술사의 맥락이다. _71~73p.

윤리와 미학이 만나는 곳에서 다음의 두 문제를 생각해 볼 수 있을 것 같다. 하나는 앞서 거론했던 작품의 도덕적 가치 평가가 예술적 가치 평가에 영향을 주는지의 문제로 농담의 도덕성에 대한 평가가 농담의 가치(우스움)를 달성하는 데 영향을 주는 지로 바꾸어 살펴볼 수 있겠다. 비극의 경우 비장미가 그것의 미적 가치이듯이, 우스움 혹은 유머 반응은 농담의 '미적·예술적'가치로 볼 수 있다. _210p.

#불온한것들의미학 #이해완 #미술 #예술 #미학 #인문 #21세기북스 #서가명강 #서가명강13 #도서협찬 #까망머리앤의작은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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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미화되었다
제페토 지음 / 수오서재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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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의 부작용을 오랫동안 지켜본 탓일까. 뉴스를 읽고 거침없이 글을 써 올렸던 과거와 달리 비판적인 시각으로 자기 검열하기 시작했다. 내게 있어 댓글은 손쉬운 유희가 아닌, 무거운 책임을 져야 할 목소리가 된 셈이다. ... (중략)... 하루 동안 생산되는 뉴스의 양은 우리의 상상을 넘어선다. 어지간한 이슈가 아니면 하루 이틀 사이에 잊히고 만다. 이 책에 나란히 실린 기사와 댓글을 통해 세상에 어떤 일이 있었는지, 이후에 어떤 변화가 있었는지, 미래는 어떠해야 하는지 반추하고 고민하는 시간이 되기를 바란다. _서문

뉴스를 챙겨본 지가 언제였더라. 웹사이트 메인에 뜨는 실검 순위도 눈여겨보지 않는 터라, 당시 이슈가 되는 뉴스 정도를 가끔 찾아보는 정도의 관심만 가지고 있는 정도였다. 다양한 뉴스에 시 댓글을 쓰는 댓글시인 제페토. 서문의 제목인 '소풍 전날 밤 같은 시간이 우리를 견디게 한다.'라는 문장을 몇 번이고 읽었다.

"할 수 있는 것이라고는 우리의 울음이

한발 늦으면 어쩌나 염려하는 것뿐."

굵직한 이슈들부터 일기예보, 한 장의 사진 등 마음을 흔드는 기사를 만날 때마다 댓글 창을 열어 글을 썼다는 시인의 글은, 한 편 한 편의 시가 괜찮은 오늘을 살고 있는지, 위로가 필요하진 않은지 조용히 물어오는 것 같다. 시의 위로가 필요한 시대, 읽어봐도 좋을 책이다. 소소한 즐거움도 애써 찾아야 하는 요즘, 부러 날카로운 말들을 쏟아내는 악플러들은 제발, 그 손꾸락을 좀 참아주었으면 좋겠다.

청년은 대인관계, 중장년층은 돈, 노인은 건강 때문에 자살을 택했다. _034p.

별빛은 모두 옛날이다.

우리의 추억도 그렇다.

잊는 것이 이별의 미덕이라지만

혜성처럼 오랜 주기로 돌아오는

그것을 어찌 막을 수 있을까.

이제는 억지를 부리기보다는

새로운 인연을 덮어씀으로

기억을 갱신해보자.

되돌아간들 불편할

추억은 모두 구식이니까. _ #추억의연식 059p.

손잡을 수 없어서

포옹할 수 없어서

무더운 여름날

고마움을 어찌할지 모르겠다

협조가 충분했나 생각하면

미안함이 땀처럼 흐르고

할 수 있는 거라고는

한적한 동선으로 멀어지는 것뿐

다가갈 수 없으므로

먼 데서 띄우는 약소한 인사

고맙습니다

덕분에 _ #덕분에 115p.

날씨를 전해드리겠습니다.

인생의 오전은 맑고 화창하다가

오후에는 전국적으로 흐렸다가

내륙에는 한때 눈물이 쏟아져

가슴을 적시겠습니다.

남쪽 무릎에는 한때 강한 바람이 불어

조금 시큰거릴 수 있겠습니다.

오늘 낮기분은 예년 기분을 밑돌겠고

세상 물결은 남쪽 먼 해상으로부터

거세게 북상하겠으나

한번 이겨 보겠습니다.

날씨를 전해드렸습니다. _ #일기예보 163p.

#우리는미화되었다 #댓글시인제페토 #제페토 #수오서재 #에세이 #도서협찬 #까망머리앤의작은서재

본 서평은 출판사로부터 해당 도서만 제공받아 주관적인 감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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