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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밀의 화원 ㅣ Art & Classic 시리즈
프랜시스 호지슨 버넷 지음, 아일렛, 솔 그림, 진주 K. 가디너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0년 12월
평점 :

아이들은 항상 그것을 마법이라고 불렀다. 그리고 이날 이후로 이어진 몇 달 동안은 정말로 마법이 일어난 것 같았다. 경이로운 나날이었고, 찬란한 나날이었으며, 놀라운 나날이었다. 아! 그 정원에서 얼마나 놀라운 일들이 벌어졌는지! 정원을 가져본 적이 없는 사람이라면 절대 이해할 수 없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한 번이라도 정원을 가져봤다면, 그곳에서 벌어진 일들을 다 기록하면 책 한 권을 손쉽게 채울 수 있다는 사실을 알 것이다. _379p.
메리는 인도의 집에서 부모님과 인도인 하인들이 콜레라로 죽거나 도망가 버리고 홀로 남겨진 메리는 부유한 고모부 댁으로 보내지게 된다. 황량하고 거대하기만 한 미슬스웨이트 장원에서 메리는 그저 혼자만의 시간을 보낼 뿐이다. 그러다 숨겨진 정원이 있다는 이야기를 알게 되고 정원에 대한 호기심을 갖게 되는데... 메리가 외로움이라는 감정을 깨닫고 제멋대로인 자신의 행동과 말이 마사와 벤, 그리고 울새를 알게 되고 정원을 거닐다 드디어 비밀의 정원을 발견하게 되면서 사람의 손길이 닿지 않은 채 버려진 정원을 가꾸고 싶어진다. 마사의 동생인 디콘의 도움을 받아 '비밀의 정원'에 작은 기적을 만들어가던 메리는 사촌인 콜린에 대해 알게 되고 콜린에게도 자신이 경험한 것을 알려주고 싶고 자신을 비관만 하고 있는 콜린을 돕고 싶어진다.
사랑받지 못하고 제멋대로 성장한 메리와 아버지를 닮아 어른이 되기도 전에 죽을 거라는 이야기를 들으며 방에서 한 발자국도 나가지 않은 채 히스테릭한 유년을 보내던 콜린. <비밀의 화원>은 한 번쯤 읽어봤거나 애니메이션으로 봤었던 내용이라 대충은 알고 있었지만 이렇게 자세하게 읽어보긴 처음이었다. (요크셔 사투리대화체는 읽으며 웃음이 피식피식 나게했던 포인트.. ㅋㅋ) 아일릿, 솔이 표현한 약간은 거칠지만 따스하고 다채로운 색감의 오일 파스텔화는 아이들이 자연과 함께 피어나고 변화해가는 모습을 더욱 생생하게 만들어준다. 스토리도 아름답지만 그림만으로도 봄을 한가득 선물 받은듯했던 <비밀의 화원> 어른에게 동화가 더 필요한 이유를 이 책을 읽으며 새삼 생각해보게 된다. 출간 110주년, 그 긴 세월동안 단 한 번도 절판된 적이 없었다는 <비밀의 화원> 오랜 세월이 지났지만 출판사별로 다양하게 콜라보하여 출간되는 책들을 골라 읽어보는 재미는 독자의 몫일 것이다.
다른 사람의 집에 얹혀 유모 없이 지내다 보니 메리는 어느 순간부터 외로움을 느끼기 시작했고, 전에는 생각해 보지 않았던 이상한 의문들이 피어올랐다. 엄마와 아빠가 살아 있을 때조차 자신은 왜 누군가의 가족이라는 느낌을 받아보지 못했던 건지. 그 이유가 궁금해졌다. 다른 아이들을 보면 모두 엄마 아빠의 다정한 보살핌을 받는데, 메리는 한 번도 누군가의 딸이었던 적이 없는 것 같았다. 하인들이 있었고 먹을 음식과 입을 옷이 풍족했지만, 그 누구도 메리에게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다. _28~29p.
메리 아가씨는 울새에게 한 발 더 다가갔다. 그리고는 아주 열심히 바라보다가 이렇게 말했다. “나도 외톨이야.” 메리는 자신이 늘 짜증을 내고 심술을 부리는 이유 중 하나가 외로움이라는 사실을 몰랐는데, 울새와 눈이 마주치고 나서 그 사실을 깨닫게 된 것 같았다._70p.
메리는 깊게 심호흡을 한 뒤, 길게 뻗은 산책로 쪽을 돌아보며 누가 오고 있는 건 아닌지 확인했다. 아무도 없었다. 아무도 지나다니지 않는 길인 듯했다. 메리는 또다시 숨을 깊게 들이마셨다. 그래야 진정될 것 같았다. 마침내, 커튼처럼 나부끼는 덩굴을 젖히고 문을 밀었다. 문은 천천히.... 아주 천천히 열렸다. 메리는 슬금슬금 안으로 들어가 문을 꼭 닫고, 문에 기대어 서서 주위를 둘러보았다. 설렘, 놀라움, 환희로 벅차올라 호흡까지 빨라지고 있었다. 메리는 비밀의 정원 '안'에 들어와 있었다. _125p.
고모부는 갑자기 생각났다는 듯 말을 이었다. "장난감이나 책, 인형 같은 걸 사줄까?"
"혹시...." 메리가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 "제가 땅을 좀 가져도 될까요?" _194p.
황무지는 파릇파릇했고 무슨 마법이라도 일어난 것처럼 온 세상이 아름다웠다. 피리를 불듯 뾰롱뾰롱 지저귀는 나지막하고 부드러운 소리들이 이곳저곳 할 것 없이 사방에서 들려왔다. 새들이 연주회 시작 전에 음을 맞추어보는 것 같았다. 메리는 창밖으로 손을 내밀어 햇살을 쓰다듬었다. “따뜻해, 정말 따뜻해!” 메리가 말했다. “이렇게 따뜻하면 연둣빛 새싹들이 쑥쑥 올라올 거야. 땅속에서는 알뿌리들이랑 다른 뿌리들이 최선을 다해 힘차게 뻗어 나가고 있겠지.” 메리는 무릎을 꿇고 앉아서 창밖으로 몸을 쭈욱 내밀더니, 숨을 한 번 크게 들이마시고 킁킁대며 바람 냄새를 맡았다._251p.
"살이 좀 찌고, 못생기고 뚱했던 표정이 사라지니까 점점 예뻐지더라고요. 머리숱이 많아졌고 아이가 전보다 건강해 보여요. 얼굴빛도 밝아졌고요. 예전에는 침울하고 심통만 부리는 아이였는데 요즘은 콜린 도련님과 쌍으로 미치기라도 한 듯이 웃느라 정신이 없어요. 어쩌면 그렇게 웃어서 살이 찌는 걸지도 모르겠네요."_420p.
씨앗을 키우구 태양을 빛나게 하는 바루 그 힘이 도련님을 건강헌 소년으루 만들어준 거여요. 그러니 어쨌든 ‘선한 것’이죠. 게다가 그런 힘은 우리 불쌍헌 멍청이들허구는 달라서, 다른 이름으루 불려도 하나두 불쾌해하질 않어요. ‘정말루 정말루 선한 것’은 그런 자잘헌 걱정 때문에 일손을 멈추진 않으니깐요. 그런 힘은 절대루 쉬지 않구 수백만 가지 세계를 만들어내지요. 우리가 사는 이 세상과 비슷한 것들을요. 선한 힘에 대한 믿음을 절대루 멈추지 않구 이 세상이 그런 힘으루 가득 차 있다는 걸 늘 명심해야 해요. 부르는 건 뭐라 부르든 상관없어요._446~447p.
불쾌하거나 비관적인 생각이 고개를 들이밀 때마다 용기를 북돋아 주는 유쾌한 생각들을 얼른 떠올려 나쁜 생각들을 몰아낼 줄만 안다면, 그 누구라도 훨씬 더 놀라운 일들을 경험할 수 있다. 좋은 생각과 나쁜 생각은 한곳에 존재할 수 없는 법이니까. _453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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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서평은 출판사로부터 해당 도서만 제공받아 주관적인 감상으로 작성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