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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늘까지도 인생이니까 - 기업인 박용만의 뼈와 살이 된 이야기들
박용만 지음 / 마음산책 / 2021년 2월
평점 :

"내 이야기를 읽다 보면 동의할 수도 있고 동의하지 않을 수도 있음을 안다. 즐겁고 웃음이 떠오를 수도 있고 아니면 오히려 비웃음이 솟을 수도 있겠다 싶다. 그렇지만 어떤 잣대에 비춰 판단하거나 평가하지 않고 그냥 친구의 즐거운 이야기를 듣듯이 읽어주시기를 소망한다."
두산에 입사해 식품, 출판, 광고, 건설, 중공업 등 여러 사업 부분을 거치고 두산그룹 회장을 지냈으며 현재는 두산 인프라코어 회장직과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직을 겸하고 있는 박용만의 산문집. 책과 함께 도착한 엽서 몇 장은 저자가 직접 찍은 사진들로 사진의 전체적인 느낌이 좋아 그대로 액자처럼 벽에 붙여놓아도 좋을 정도로 마음에 쏙 들기도 했다.
편집자의 소개 글에서 이 사람을 잘 모르는 이라면 패스! 해도 좋다곤 했지만, 함께 소개된 다른 책보다 이 책에 더 호기심이 갔던 건 대기업 회장보단 '사람 이야기'가 더 궁금했기 때문이었던 것 같다. 비즈니스를 하는 집안에 태어나 잠시 방황하기도 했지만 자신이 제일 잘 할 수 있는 일을 찾아 치열하고 열심히 살았고, 자신 위치에 권위를 내세우기보다 사람 대 사람의 관계를 소중히 여길 줄 아는 사람, 때론 유머가 빵 터지기도 하고 뭉클하고 눈물짓게 되는 에피소드들도 있지만 그가 기업가로 지내온 시간의 생생한 이야기는 긴장감을 타고 책장을 멈출 수 없게 하기도 한다.
몇 번의 큰 수술로 건강이 여의치 않음에도 봉사활동을 소홀히 하지 않고, 쉬는 날이면 카메라를 들고 골목 사진을 찍으러 다니는 그의 글은 400여 페이지가 넘는 페이지가 줄어드는 게 아쉬울 정도로 흥미진진하고 생생하다. 나이 들면 다 어른이 아니듯, 나이 들어가는 한 사람의 이야기는 지금보다 더 나은 내일을 계획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해보게 된다. 마음산책 북클럽 4기로 활동하며 어쩌면 내가 선택하지 않았을 책들을 읽어보게 되고, 때로 생각지 못하게 좋아서 편독 성향의 책 읽기에 도움이 되고 있다. 겨울이 물러가고 봄기운이 알게 모르게 다가오는 요즘, 조금은 묵직하지만 박용만이라는 기업가를 아는 사람도, 모르는 사람도 한 번쯤 읽어보기를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
문득 돌아보니 그때 술 취해서 농담으로 하던 꿈 얘기가 다 현실이 되어 있었다. 그런데 우리는 한 번도 "드디어 우리 꿈이 이루어졌습니다" 얘기해본 적이 없었다. 그 시절 꾸던 꿈은 어느 틈엔가 우리 곁에 현실이 되어 있었고, 이미 우리는 또 다른 꿈을 꾸고 있는 자신을 발견했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나는 신입 사원들이나 직원들한테 이렇게 대답한다.
"꿈은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다. 꿈은 꿈을 꾸는 사람과 같이 성장한다. 그러니까 꿈이 이루어졌다고 만족하는 것은 더 이상 꿈을 꾸지 않는다는 얘기다. 꿈은 꿈꾸는 사람과 함께 자라나는 것이다."_131p.
너희는 왜 그렇게 'Why'에 서툴러?
...(중략)... 한국 사람들은 왜 이렇게 "Why?"에 인색하느냐는 거였다. 무언가를 지시할 때도 왜 해야 하는지 설명을 잘 안 해주고 "왜요?"라고 물어보면 화부터 낸다는 것이다. 외국인들로서는 더 잘해주기 위해서 "왜 해야 되죠?" 물어보면 그걸 당연히 설명해 주는 게 맞지, 왜 그걸 반항으로 받아들이고 화를 내는 거냐고 날 보고 물었다. 궁금하면 "why?"라고 물어보는 건 당연한 이치인데 왜 그때마다 불편해하는지 도저히 이해가 안 간다고 했다. 질문하지 않고 대답하지 않으면 어떻게 일을 잘할 수 있는지라도 설명해 주는 사람이 있으면 좋았겠다고 한다. _174p.
요즘 젊은이들 보고 유약하다고 한다. 하지만 나는 그 말에 동의하지 않는다. 극기는 자신이 즐거워서 하면 마약이지만, 남의 강요에 의해 하면 혹사일 뿐이다. 요즘 젊은이들은 약해빠졌다고들 한다. 약해빠진 것이 아니라 강요된 극기에 따르지 않을 뿐이다. _233p.
메시지는 견고하되 톤과 매너는 부드럽게. _267p.
이 사회 구석구석 다니고 보면 볼수록 자신의 작은 목소리조차 내지 못하고 그늘에 있는 사람들이 너무도 많다. 명동이나 강남 번화가에서 보는 대한민국과 같은 나라에 산다고 도저히 생각할 수 없을 정도로 처절한 삶도 많고, 선진국이라 하기에는 너무도 부끄러울 정도로 말 안 되는 일도 허다하다. _359p.
내가 나를 돌아볼 때 느끼는 불만은 내가 할 수 있는 노력을 덜 했기 때문만은 아닌 것 같다. 과정이 어떻든 이만큼은 해야 한다고 나 자신이 세운 잣대에 못 미치는 결과 때문이다. 그 잣대를 잠시 뉘어놓으면 만족과 평화가 온다. 이렇게 내가 나를 용서하는 것이야말로 내 권리가 아닐까? _417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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