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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은 애도하지 않는다 - 아버지의 죽음이 남긴 것들
사과집 지음 / 상상출판 / 2021년 4월
평점 :

#도서협찬 #딸은애도하지않는다
어쩌면 죽음은 익숙해질 수 없는 것인지도 모른다. 그러나 어떻게 죽음을 맞고 싶은지는 미리 떠올려볼 수 있다. 먼발치에서 본 타인의 인생과 책에서 엿본 죽음은 나의 것이 아니었다. 내겐 나만의 답이 필요했다. 언젠가 아프고 병들고 죽을 우리의 삶을 미리 고민하고 얘기하지 않으면, 갑작스러운 죽음 앞에 오늘처럼 당황할 것이다. 돌봄과 가족, 죽음과 질병을 고찰하는 '조용한 순간'은 빠를수록 좋다. 나는 잘 무르익기 위한 준비를 하려 한다. _010p.
우리에겐 '죽음을 선택할 권리'가 필요하다. 그러나 한편으로 '삶을 선택할 수 있는 권리'가 있다는 확신도 있어야 한다. 내가 죽지 않아도 사회가 나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는 확신이 있을 때야 비로소 개개인의 선택권이 보장된다. (···) 이 모든 것이 보장된 상황에서야 나는 '좋은 죽음'을 선택할 수 있을 것이다. _204p.
아들이 아니라는 이유로, 아버지의 장례식장에서 상주의 자리를 지키지 못했던 저자의 이야기는, 꽤 오래전 유년시절에 외가, 친가 쪽의 어르신들의 죽음을 경험했던 기억은 어렴풋한 기억을 떠올리게 한다. 지금의 나보다 젊으셨던 부모님은 엄마의 엄마 아빠가, 아빠의 엄마가 돌아가시고... 애도의 시간을 어떻게 보내셨을까?
저자는 아버지의 죽음으로 경험했던 시간과 감정들을 통해, 장례란 남겨진 이들을 위한 애도의 시간이 아닌지에 대해, 더 나아가 앞으로의 죽음에 대해서도 생각하는 저자의 글은 어쩌면 살면서 누구나 겪어야 할 과정이기에 더 집중할 수밖에 없었다. '죽음'에 익숙해질 수가 있을까? 익숙해지고 싶지 않고, 미룰 수 있다면 최대한 연장하고 싶은 삶. 언젠가 부모님을 떠나보내고 애도해야 할 시간이 오겠지만, 한편 나의 마지막은 어떻게 준비해야 할까?에 대해서도 생각해 보게 되는 글이었다. 비혼으로 인한 1인 가구 증가, 아이를 낳지 않는 딩크족 증가, 늘어가는 노령인구 등 사회 구성은 뚜렷하게 변화하고 있는 만큼 사회 제도적인 변화도 필요하지 않을까? '죽음'에 대해 막연하게 생각했던 생각들을 차분하게 생각해 볼 수 있었던 책, 누구나 꼭 한 번 읽어보시길 추천하고 싶다.
성복제, 발인제, 봉분제.....
(···) 나는 그들이 만하는 고인의 품위와 품격을 해치지 않는 '이 정도'의 기준이 궁금했다. 고인을 잘 떠나보내야 한다는 유가족의 마음을 어떻게 장사로 환원하는지도 궁금했다. 궁금한 건 많고 아는 건 없었지만 결국 결정도 내 몫이었다. _020p.
상주는 고인을 가장 사랑하는 사람이, 절차는 고인을 가장 잘 애도할 수 있는 방식으로 이뤄져야 한다. 내겐 죽음의 청사진이 필요하다. _ 024p.
죽음은 삶을 드러낸다. 가난한 사람은 자신을 숨기는 것에도 돈이 드는 법이다. 보여주고픈 모습만 보여주려면 여분의 공간이 필요하지만, 아빠의 방은 자신을 숨기는데 철저히 실패했다. _062p.
다치지 않기 위해 애를 쓰며 사는 삶은 무척 힘이 든다. 그러나 아무리 애를 써봐도 질병과 죽음은 갑작스럽게 우연히 온다. (···) 우리에겐 '운이 좋아서'가 아니라 '어떤 상황에 갑자기 빠지더라도' 보호받을 수 있는 안전망이 필요하다. 삶을 운에 맡기기에는 우리에게 주어진 인생은 고작 한 번뿐이다. _078p.
내게 필요한 것은 '개별적이고 주관적인 내 고통'에 집중하는 것이다. 그렇게 내 슬픔을 말하고, 서로의 아픔을 공유하다 보면, 언젠가 다시 잘 걸을 수 있지 않을까? 엄마 말대로 위로는 우리 삶에 꼭 필요한 사생활이다. _ 136p.
안전해지고 싶어서, 늙어도 '돌봄'을 받고 싶어서 가정을 꾸리는 것은 임시적 해결책에 불과하다. 1인 가구는 관리가 필요한 취약 계층이 아니다. 1인 가구를 취약 계층으로 만드는 것은 정상·다가족 중심의 사회복지 시스템이다. _189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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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서평은 출판사로부터 해당 도서만 제공받아 주관적인 감상으로 작성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