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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안한 사람들
프레드릭 배크만 지음, 이은선 옮김 / 다산책방 / 2021년 5월
평점 :

#도서협찬 #불안한사람들
"결정을 못 하겠어요". 은행강도는 말했다. 어쩌면 그날 한말 중에서 그게 가장 솔직한 말일지 몰랐다. 누구나 어렸을 때는 얼른 어른이 돼서 모든 걸 직접 결정하고 싶어 하지만 어른이 되면 그게 가장 힘든 부분임을 깨닫는다. 항상 의견이 있어야 한다는 것, 어느 당에 투표하고 어떤 벽지를 좋아하며 성적 취향이 어떻게 되고 무슨 맛 요구르트가 자신의 성격을 가장 잘 드러낼지 결정해야 한다는 것이 말이다. 어른이 되면 시종일관 시시때때로 선택하고 선택을 당해야 한다. _267~268p.
<오베라는 남자>로 국내에서도 큰 사랑을 받았던 프레드릭 배크만. 이후 국내에 출간된 <할머니가 미안하다고 전해달랬어요> <브릿 마리 여기 있다> ,'오베라는 남자'를 뛰어넘어 열광적인 찬사를 받았던 <베어 타운>, 그 뒤를 잇는 이야기인 <우리와 당신들>역시 높은 인기를 받으며 출간하는 작품마다 작품의 성장성을 보여주는 작가 프레드릭 배크만. 3년 만에 집필한 장편소설 「불안한 사람들」은 작은 도시의 제야 전날 총을 든 강도가 돈이 없는 은행을 털려다 실패하고 얼결에 아파트 오픈 하우스에 들어간 은행강도와 인질들의 하루를 담고 있다. 새해를 앞두고 아파트 오픈 하우스를 구경하러 왔다가 인질이 된 안나레나, 로게르 부부, 율리아와 로, 에스텔과 사라, 부동산 중개업자와 토끼(?) 그리고 이 상황에 조금은 엉성해 보이는 은행강도까지.... 다리 위 남자를 구하고 싶었던 소년은 경찰이 되었고 아버지와 같은 경찰서에 근무하고 조용한 동네에 갑작스러운 은행강도 사건에 술렁이는 하루를 보내게 된다. 인질들은 무사히 구해냈지만 아파트에서 울린 한 발의 총성, 바닥에 낭자한 피, 그리고 사라진 은행강도. 이 사건을 인터뷰하는 야크와 짐은 협조적지이 않은 인질들의 수다에 점점 기가 질리고, 인질들 중에 은행강도를 도운 사람이 있다?!
아파트를 매입해 수리해서 다시 판매하는 노부부, 집 구경을 다니는 게 취미인 은행 간부, 자녀들이 살 집을 대신 봐주러 온 할머니, 곧 아이를 출산 예정인 젊은 부부, 아르바이트 중이었던 토끼와 숨어있던 공인중개사, 사건 현장엔 없었지만 연장선상에 있었던 심리상담사. 목격자 진술서는 아무 말 대잔치 같지만 등장인물들의 이야기는 개개인의 이야기가 하나의 겹겹이 쌓여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의 인생 이야기를 보는 기분이 들게 한다. 겉으로 보이는 삶, 이면에 각기 다른 삶의 무게를 안고 살아가는 인물들의 이야기는 어른으로 사느라 힘들었던 우리에게 위로를 건네는 듯하다. 불안을 안고 살아가는 우리들의 이야기, 이 소설은 넷플릭스 영상화도 확정되었다고 하는데 생생한 영상으로의 이야기도 궁금해지는 소설이다.
계획도 없고 그저 최선을 다해 오늘 하루를 살아갈 뿐이다. 날이 밝으면 또 다른 하루가 시작될 테니까.
가끔은 껍데기가 내 것이 아닌 것처럼 느껴진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가슴이 정말 아플 때도 있다. 공과금도 내야하고 어른도 되어야 하는데 어른이 되는 법을 몰라서, 어른이 된다는 것은 실패할 확률이 지독히 높은 일이라서 겁에 질릴 때도 있다. _16p.
어른이 되는 것이 끔찍한 이유는 아무도 우리에게 관심이 없고, 앞으로는 스스로 모든 일을 처리하고 세상이 어던 식으로 돌아가는지 파악해야 한다는 것을 깨닫는 순간이 찾아오기 때문이다. (···) 하지만 우리는 아직 어른이 될 준비가 되지 않았다. 누군가가 진작 우리를 말렸어야 했다. _74p.
사람들은 좋은 사람이 되고 싶어 한다. 속으로는 그렇다. 친절한 사람이 되고 싶어 한다. 물론 문제가 있다면 바보들 같은 경우에는, 그들이 바보라서 친절하지 못할 때도 있다는 것이다. _156p.
진실. 세상에 진실은 없다. 우리가 우주의 경계에 대해 어찌어찌 알아낸 게 있다면 우주에는 경계가 없다는 것뿐이고, 신에 대해 아는 게 있다면 우리는 아무것도 모른다는 것뿐이다. 따라서 목사였던 어머니가 가족들에게 요구한 것은 간단했다. 최선을 다하라는 것. 내일 지구가 멸망하더라도 오늘 사과나무를 심으라는 것.
구할 수 있는 사람은 구하라는 것. _473p.
#ANXIOUS_PEOPLE #FREDRIK_BACKMAN #프레드릭배크만 #이은선 #소설 #다산책방 #까망머리앤의작은서재
본 서평은 출판사로부터 해당 도서만 제공받아 주관적인 감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