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움가트너
폴 오스터 지음, 정영목 옮김 / 열린책들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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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움가트너 #도서협찬

#폴오스터

바움가트너는 지금도 느끼고 있고, 지금도 사랑하고 있고, 지금도 살고 싶어 하지만 그의 가장 깊은 부분은 죽었다. 그는 지난 10년간 그것을 알고 있었으며, 지난 10년간 그것을 알지 않으려고 자신이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했다. _67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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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사람들과 연결되지 않은 사람에게는 삶이 없는 것과 같죠. 운이 좋아 다른 사람과 깊이 연결되면, 그 다른 사람이 자신만큼 중요해질 정도로 가까워지면, 삶은 단지 가능해질 뿐 아니라 좋은 것이 돼요. _123p.

폴 오스터 생애 마지막 장편소설 <바움가트너>는 은퇴를 앞둔 노교수 사이 바움가트너가 생의 끝에서 아내의 빈자리와 상실, 지난 시간에서 길어올린 반짝이는 생애의 순간들을 이야기한다. '정원사'라는 뜻을 가진 이름과 같이 삶의 단편들을 찾아가는 이야기들은 마치 정원을 이루는 나무들의 가지 끝을 더듬어가는 듯하다. 뉴욕에서 가난한 문인 지망생으로 아내를 만나 40년의 세월을 살았지만 사고로 아내를 먼저 보내야 했고, 혁명 실패자였지만 양장점의 주인으로 자신의 삶을 일궈낸 아버지에 대한 회상 등은 '상실'을 통해 찾아오는 '기억'들을 이야기한다.

더 중요하다고 여겨지는 순간들이 영원히 사라지는 반면, 우연히 마주친 덧없는 순간들은 기억 속에 끈질기게 남아있는지...

이 책을 읽으며 내내 머리에 맴도는 생각이기도 했다. 폴 오스터의 작품을 꽤 소장하고 있지만 이 책을 통해 처음 읽어보게 되었으니 소장 중인 책들도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삶의 애틋한 사유를 전하는 폴 오스터의 빛나는 최종 장, 느리게 천천히 사유하며 읽어보기를 권하고 싶은 책이다.

세월이 흐르면서 그들은 흔히 말하는 영원히 젊은 부부, 결혼한 다른 사람들 대부분이 떠안는 책임이나 걱정으로부터 자유로운 상태에서 천천히 나이 들어가는 아이들 한 쌍, 종종 동정받고 가끔 부러움을 사는 바움가트너와 블룸, 자식이 없기 때문에 오직 서로와 자신들의 일을 위해 살게 되는 불임 부부가 되었다. 바움가트너에게는 애나와 함께 산 그 모든 세월 내내 그것으로 충분했다. 아니, 충분한 것 이상이었다. _104p.

그에게는 엄숙하지만 의기양양한 순간, 평생 다른 어떤 때와도 다른 시간이다. 감정의 큰 파도가 일어 정신이 강인하고 때로는 마음마저 차갑고 단단한 이 남자를 삼킨다. 그의 내장에서 대양이 일렁이다 목구멍을 타고 올라오며 그 자신으로부터 그를 끌어내고, 그 순간 그는 자신이 얼마나 작은지 깨닫는다. 우주를 구성하는 다른 수많은 작은 것들과 연결된 작은 것. 잠시 자기 자신을 떠나 삶이라는 둥둥 떠다니는 거대한 수수께끼의 일부가 된 느낌이 얼마나 좋은지. 마흔두 살에 마침내 아버지라, 그는 생각한다. _151p.

어떤 사건이 진실로 받아들여지기 위해서는 실제로 진실이어야 할까, 아니면 설사 그 일이 일어나지 않았다 해도, 어떤 사건의 진실성에 대한 믿음이 그것을 진실로 만드는 것일까 그 사건이 실제로 일어났느냐 아니냐를 알아내려는 노력에도 불구하고 불확실성이라는 막다른 골목에 이르렀다면 어떻게 될까? _184p.

사실이라고 여겨지는 게 진실인지 진실이 아닌지 확실치 않을 때는 무엇을 믿어야 하는가? _199p.

#가제본서평단 #열린책들 #정영목 옮김 #소설 #소설추천 #까망머리앤의작은서재 #book

본 서평은 출판사로부터 해당 도서만 제공받아 주관적인 감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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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밥천국 가는 날
전혜진 지음 / 래빗홀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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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밥천국가는날 #도서협찬

#전혜진 소설

할머니가 만들어주시던 진한 콩국수는, 생콩을 여러 시간 물에 불려 부드럽게 삶아낸 뒤 굵은 입자가 느껴지도록 갈아낸 것이었다. 그런 것을 진짜 콩국수라고 생각했듯이, 그렇게 아이에게 먹을 것 하나까지도 정성을 들이는 것이 진짜 사랑이라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그런 진한 콩국수만이 진짜인 것은 아니듯이, 지금 먹고 싶을 때 언제든 달려가서 먹을 수 있는 콩국수, 아이가 좋아하고 묽고 가볍고 달달한 김밥천국 콩국수도 괜찮은 것이듯이, 하루 종일 일을 하느라 아이와 보내는 시간 자체가 짧다고 해서 이 사랑이 가짜이거나 부족하다고 말할 수는 없을 것이다. _315p. #콩국수

동네 어디서든 볼 수 있었던 김밥천국, 합리적인 가격에 다양한 음식을 먹을 수 있었고 24시간 열려있었던 곳이라 이르거나 늦은 시간에도 부담 없이 들렀던 분식집. 전혜진 작가의 분식 소설 <김밥천국 가는 날>은 24시간 어둠을 밝히는 인천의 한 김밥천국을 배경으로 현대인들의 고단하고, 치열하고, 짠한 열 편의 이야기를 보여준다. 과로로 인한 스트레스는 견딜만하지만 매일같이 이어지는 민원전화를 견뎌야 하는 공무원, 취업난으로 1년마다 계약 갱신을 기다려야 하는 비정규직, 베트남에선 엘리트였지만 한국에선 조롱과 차별로 속상한 나날을 보내는 결혼이주여성, 대장암 말기 환자면서 당장 내일을 알 수 없음에도 학습지를 구독하는 세무사, 같은 조직 내에서 성폭력을 당했지만 그 사람의 조직 내 이미지가 좋다는 이유로 신고하지 못했던 성폭력 피해자, 불규칙한 퇴근시간으로 어린이집에 아이를 맡겨야 하는 워킹맘 등 김밥천국의 메뉴 하나에 얽힌 이야기 하나들은 소시민의 치열한 삶과 고단한 하루를 생생하게 그려내고 있다.

치즈떡볶이, 김밥, 오므라이스, 김치만두, 비빔국수, 돈가스, 오징어덮밥, 육개장, 콩국수, 쫄면

언제든 소박한 한 끼를 마련해 주듯, 따뜻한 음식 한 그릇에 담긴 이야기글 공감하며 읽을 수 있을 것이다. 삶의 허기를 위로하는 열 편의 이야기, 읽어보기를 권하고 싶다. 어쩌면 개인적으로 꼽고 싶은 올해의 소설!

죽음을 앞둔 사람도 새로운 공부를 시작하는 걸 봤는데, 아직 40대 후반이면 무엇을 시작하기에도 그렇게 늦지만은 않았을 것이다. 평범한 떡볶이에 치즈 한 장을 더하듯이. 무언가가 바뀌기를 기대하면서, 당장은 아무것도 바뀌지 않더라도 포기하거나 실망하지 않으면서, 그렇게 계속 무언가를 쌓아가다 보면 쌓아 올린 작은 것들이 파가 되고 치즈가 되어 자신의 인생에 조금은 더 깊은 맛을 더해줄지도 모른다. _44p. #치즈떡볶이

과장은 직원들이 자꾸 휴직을 하거나 그만두거나 전보 신청을 내는 것을, 요즘 젊은 여자애들은 나약해서 고작 민원 전화 따위에 일 못 하겠다고 그런다고 말했다. 민원 전화 하나를 단호하게 못 끊고 질질 끌려다니느라 업무를 못 하는 게 아니냐고 눈치를 주기도 했다. 그는 모른다. 억지 부리는 사람들도 있었지만, 현재의 인권 감수성에 맞지 않는 유행어나 문제적인 표현에 정당하게 항의하는 사람도 많았다. (중략) 우리 조직은 상명하복 하는 곳이라고 찍어 눌러 견디지 못한 사람들은 하나둘씩 튕겨져 나가곤 한다.

옆구리 터진 김밥처럼, 별 볼 일 없는 조직이야.

옆에서 보면 멀쩡해 보이지, 솜씨 좋은 사람은 줄 맞춰 썰어 놓아도 터진 흔적을 감출 수도 있겠지. 하지만 실상은 여기저기, 열심히 일하고 재주 많은 사람들이 하나둘씩 튀어나가는. _63p. #김밥

"세상에는 말이다, 공짜로 크는 사람도 없고, 공짜로 출세하는 사람도 없어요. 남자든 여자든 결혼해서 자식 낳고 잘 키우면서도 사회에서 순조롭게 출세를 했다면 그건 뒤에서 누군가 살림 돌봐주고, 애 키워준 사람이 있었다는 거지. 남자들이 그거 진짜 잘 잊어버리는데, 사람이 그 헌신을 잊어버리면 안 되는 기다. 그게 가족 중에 누구든 말이다." _229~230p. #오징어덮밥

사실은 신고해야만 했다. 그게 옳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하지만 무서웠다.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는 것이 두려웠다. 피해를 입은 것은 자신인데, 모두가 가족이나 이웃사촌처럼 서로서로 잘 아는 이 공동체 안에서 부당한 오명을 쓰게 될 것 같아서 불안했다. 힘들게 얻은 직장인데 그야말로 목구멍이 포도청이라, 눈앞에 범인을 두고도 멀리 도망칠 수조차 없었다. 복도에서 마주쳐도 여상히 지나갈 수밖에 없었다. 아니 그조차도 쉽지 않아 먼저 눈길을 피해야 했던 것은 언제나 이쪽이었다. 가방 속에 넣은 부의 봉투를 구겨 쥐었다. 그 새끼가 암으로 한껏 고통스러워하다가 죽은 건 경사스러웠지만, 나 주무관과 그 아이에게는 뭐라도 조금이라도 보태주고 싶다는 생각에 두툼하게 채워 넣은 봉투였다. _278~279p. #육개장

#래빗홀 #소설 #소설추천 #까망머리앤의작은서재 #추천소설 #book #분식연작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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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곡
가와무라 겐키 지음, 이진아 옮김 / ㈜소미미디어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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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곡 #도서협찬

#가와무라겐키

<늑대아이> <너의 이름은> <스즈메의 문단속>등의 영화를 제작, 2011년 뛰어난 영화 제작자에게 주어지는 '후지모토상'을 사상 최연소로 수상한 가와무라 겐키의 신작이다. 조류원을 운영하는 단노 가족의 일상은 초등학생 아들이 학교 앞에서 묻지마살인을 당하는 비참한 사건으로 조용히 무너지기 시작한다. 하지만 여기서 끝이 아니라고?

"아드님을 위해 노래하게 해주세요." 슬픔에 젖은 단노 가족을 찾아온 이상한 합창단. 교코와 가온은 노래하며 평온을 찾아가고 미치오는 아내가 전 재산을 합창단에 기부한 것을 알게 되면서 아내와 딸이 이상한 종교단체에 빠졌다고 생각해 갖은 방법으로 그들을 구해내고자 한다. 미치오, 교코, 가온의 시선으로 이어지며 '영원'이라는 사이비 종교단체, 미스터리한 인물로 인한 긴장감, 슬픔을 의탁하는 데 있어 신이란 과연 존재하는 것일까? 가족 각자의 시선으로 본다면 나름의 이유가 너무나도 선명해서 누구의 편도 들 수 없었던 <신곡>. 비참한 사건 이후 상처받은 가족관계의 용서와 치유, 희망에 대한 이야기는 삶의 의미를 생각하며 읽기 좋은 책으로 추천하고 싶다.

"어째서······ 우리 가족은 엉망진창이 되었는데 살인자는 인권이라는 것에 보호받으며 편하게 사는 걸까······ ."_43p.

미치오는 눈을 감고 아름다운 하모니에 귀를 기울였다.

설령 이 세계가 믿기에 부족한 것으로 가득하더라도, 그 아름다움만은 확실한 것이었다. 그것을 놓치고 싶지 않았다. _124p.

"네가 엄마를 믿는 마음과 엄마가 믿는 신을 믿을 수 없는 마음은 양립한다고 생각해. 사람은 때로 복잡한 신앙심을 지니는 법 아닐까?" _281p.

"아빠······ 영원님을 진심으로 믿은 적, 한 번도 없지?"

"글쎄······, 확실히 처음에는 별로 믿지 않았을지도. 하지만 믿는 척을 하다 보니 정말 그렇게 되더라. 신기하게도 교코와 가온과 같이 노래하는 동안 영원의 소리에 있는 게 편안해지기 시작했어. 뭐, 하지만 회사나 가족도 그런 법이잖아?" (중략)

"지금 와서는 모르겠어. 하지만 교코와 가온과 함께 있고 싶었어. 이상한 신을 믿더라도, 묘한 노래를 부르더라도······ 엄마를 정말 좋아하니까." _314~315p.

#이진아 옮김 #소미미디어 #솜독자 #솜독자3기 #까망머리앤의작은서재 #book #소설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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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를 지키다
장바티스트 앙드레아 지음, 정혜용 옮김 / 열린책들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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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를지키다 #도서협찬

#장바티스트앙드레아

우리는 그녀를 보호하기 위해 유폐하는 겁니다. 사제는 그 말에 담긴 아이러니를 놓치지 않는다. 그녀는 거기 있으니 걱정하지 마세요, 놀라울 정도로 잘 지내고 있죠. 그녀를 지켜볼 권리가 아무에게도 없다는 점만 제외한다면야. _47p.

_

비올라와 처음 만난 지 11년이 지나서야, 나는 비올라와 함께 있는 모습을 공개적으로 드러냈다. 은밀했던 11년. 살을 저미듯 아렸고 뒤뚱거렸던 우리의 우정, 야행성의 우정이 마침내 햇볕에 의해 복권되고 그 위로 처음으로 햇살이 환히 부서졌다. _369p.

이탈리아의 사크라 수도원, 천 년 역사가 살아 숨 쉬는 이 수도원에 하나의 비밀이 더 추가될 예정이다. 바티칸의 엄명으로 지하에 감금된 피에타 석상. 겹겹의 감금 장치로 접근이 불가능하며 이 공간을 드나들 열쇠를 갖고 있는 건 수도원장뿐이다. 이 석상을 조각한 석공 미모의 탄생으로 이야기는 시작된다. 조각가였던 아버지가 열두 살 나이에 사망하고, 동생을 임신 중이었던 엄마는 미모를 잠시 한 석수장이에게 맡기게 된다. 그와 함께 이탈리아의 명문가 오르시니 가문에 일하러 갔다가 평생의 운명이 될 소녀 비올라를 만나게 된다. 집안의 누구보다 똑똑하고 하늘을 날아보겠다는 꿈을 가지고 이루려고 시도했지만 사회적인 제약에 스스로 갇혔던 비올라, 왜소증이라는 장애에 갇혀있던 미모 이 둘은 서로의 꿈을 이룰 수 있게 힘이 되어주기로 한다. 하지만 이탈리아의 평화로운 피에트라달바에도 피시즘의 득세로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우는 한편 미모는 이 시기에 자신의 천재적은 재능을 꽃피우게 되는데... 영화감독이자 시나리오 작가이기도 한 저자의 실력은 소설이 마치 영화의 한 장면 장면처럼 생동감이 넘친다.

비올라와 미모의 관계, 사회적, 개인적인 이들의 위치, 비밀을 숨긴 피에타의 유폐 등 나를 '나'로 살 수 없게 하는 닫힌 세상에서 인간이 삶에서 반드시 지켜야 할 소중한 단 한 가지는 무엇인가?를 생각해 보게 된다. 소설의 마지막 즈음 순식간에 등장한 충격적인 반전, 먹먹함은 한 편의 인생 영화를 감상하는 듯한 여운을 남길 것이다. 한 번쯤 읽어보시길 추천, 또 추천한다.

그 시절을 돌이켜 보면 이상하다. 나는 불행하지 않았으니까. 나는 혼자였고, 아무것도, 아무도 없었다. (중략) 하지만 나는 불행하지 않았다. 살아오는 내내 바뀌었으며 나중에는 오페라 가수들과 축구 선구들까지도 포함하게 될 나만의 우상들을 모신 만신전에 기도를 올리면서 저녁마다 그 사실을 확인했다. 어쩌면 내가 젊었고, 나의 하루하루가 아름다워서 그랬을지도 모른다. 한낮의 아름다움이 밤의 예지에 무엇을 빚지고 있는지, 나는 오늘에서야 헤아린다. _42p.

비올라는 손을 내밀었고 나는 그 손을 잡았다. 그렇게, 관습과 계급의 장벽이 파놓은 깊이를 가늠할 수 없는 심연을 한 걸음에 건너뛰면서. 비올라는 손을 내밀었고 나는 그 손을 잡았다. 그 누구도 말한 적 없는 위업이자 말 없는 혁명. 비올라는 손을 내밀었고 나는 그 손을 잡았다. 그리고 바로 그 찰나에 나는 조각가가 되었다. 물론 당시에는 그러한 변화를 의식하지 못했다. 하지만 바로 그 순간에, 낮은 초목들과 올빼미가 공모하는 가운데 우리의 손바닥이 합쳐지자 뭔가 조각해야 할 것이 있다는 본능적 깨달음이 생겼다. _103~104p.

알베르토는 나를 증오했고 나는 그를 싫어했지만, 우리는 넘어지지 않기 위해 서로가 서로의 버팀목이 되었다. _169p.

나는 네게 한계가 없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어. 위로도 아래로도, 큰 걸로도 작은 걸로도. 모든 경계는 만들어 낸 거야. 그 점을 이해한 사람들은 그걸, 그런 경계를 만들어 낸 사람을 몹시 불편하게 하고, 나아가 그걸 믿는 사람들은 더욱더 불편하게 만들기 마련이야. 그러니까 거의 모두가 불편해진다고 할 수 있어. 마을 사람들이 나에 대해 뭐라고 하는 지 말아. 내 가족들 조차 나를 이상하게 여기는 것도 알고. 난 상관 안 해. 모두가 네게 반대하면 네가 올바른 길에 들어선 것임을 알게 될 거야.

_199~200p.

삶은 선택의 연속이고, 만약 전부 다 다시 시작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면 우리는 다르게 선택할 수도 있겠지. 미모, 네가 단 한 번도 틀리는 법 없이 처음부터 올바른 선택을 할 수 있다면 넌 신인 거야. 네게 품은 그 모든 사랑에도 불구하고, 네가 내 아들이라는 사실에도 불구하고, 나조차 신을 낳았다고는 생각지 않는다. _422p.

「떠나자, 비올라. 난 이런 폭력에 신물이 나.」

「떠난다고 바뀌는 건 아무것도 없어. 최악의 폭력, 그건 관습이지. 나 같은 여자, 똑똑한 여자, 난 내가 똑똑하다고 생각 해, 그런 여자가 독자적으로 행동하지 못하게 만드는 관습. 그런 말을 하도 듣다 보니 그들은 내가 모르는 뭔가를 알고 있다고, 뭔가 비밀이 있나 보다라고 생각했어. 그 유일한 비밀이라는 건 그들이 아무것도 모른다는 거더라. 내 오빠들, 그리고 감발레네 사람들, 그리고 다른 모든 사람이 보호하려고 애쓰는 건 바로 그거야.」_595p.

#정혜용 옮김 #열린책들 #프랑스소설 #까망머리앤의작은서재 #소설추천 #book #그녀를지키다_장바티스트앙드레아 #추천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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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결국 부모를 떠나보낸다 - 부모의 마지막을 함께하며 깨달은 삶의 철학
기시미 이치로 지음, 박진희 옮김 / 인플루엔셜(주)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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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결국부모를떠나보낸다 #도서협찬

#기시미이치로

늙고 병든 부모님에게 나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요? (중략) '부모님이 더 이상 나를 사랑하지 않을 때, 아니 나를 알아보지 못할 때, 나는 어떻게 해야 할까? 무엇을 어떻게 할 수 있을까?' _7p.

_

부모님이 존재하는 것만으로도 우리 가족에 기여하고 있음을 주목하고 부모님께 "고맙습니다"라는 말을 자주 들려주어야 합니다. _195p.

근 3년 사이 엄마가 두 차례 크고 작은 수술을 하시게 되었다. 다행히 큰 질병은 아니었지만 그럼에도 수술하고 회복하는데 한 달 이상의 시간이 필요했고 그동안 매장에서 함께 일하시던 엄마의 공백, 엄마의 수술 후 간병이 당장 큰 공백으로 다가왔다. 다행히 여동생이 아이들 방학 때여서 한 달간 엄마 옆에서 간호하고, 함께 매장에서 일을 해줘서 수월하게 넘길 수 있었는데 일을 하면서도 문득, 만약 형제자매가 없이 나 혼자였다면...? 이 상황을 어떻게 극복했을까?

2025년 한국은 65세 이상 인구가 20%를 넘어서며 초고령 사회로 진입했다고 한다. 부모도 나도 함께 나이 들어가는 시대 돌봄과 상실의 문제는 누구도 자유로울 수 없는 사회적인 문제가 되었다. 우리는 어떻게 받아들이고 준비해야 할까?

국내에서도 많은 사랑을 받았던 <미움받을 용기> <미움받을 용기 2>의 저자 기시미 이치로의 <우리는 결국 부모를 떠나보낸다>는 20대에 뇌경색으로 쓰러진 어머니를 간병, 50대부터는 치매에 걸린 아버지를 오랜 시간 돌보며, 본인 또한 쉰 살에 심근경색으로 쓰러져 오히려 나이 든 아버지의 간병을 받기도 했던 경험을 바탕으로 병과 죽음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살아야 할지를 이야기하고 있다. 부모님과의 이별 기록이 아닌, 부모를 떠나보내는 과정에서 겪는 혼란, 슬픔을 정직하게 마주하며 삶의 의미를 깊이 생각해 보고 주어진 시간을 행복하게 보내기를 권한다. 언제부턴가 돌봄을 받던 위치에서 부모를 돌봐야 하는 관계로 변화했지만 함께 나이 들어가며 노화해가는 과정을 다독여가며 그 시간이 조금만 더 천천히 흐르기를 바라게 된다.

부모를 돌보는 사람들, 가까운 이를 떠나보내야 하는 사람들, 그리고 언젠가 다가올 나의 마지막... 준비 없이 닥쳐온 초고령 사회를 살아가는 우리 모두가 읽어야 할 이야기로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

부모님에게 간병이 필요해진 즈음이면 자식들은 나이가 많든 적든 어느덧 자신도 나이 들었다는 사실을 의식하기 시작합니다. 따라서 부모님이 나이가 들어 늙은 자기 자신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는지를 이해하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을 것입니다.

인생에는 되돌이표는 없습니다. 몸도 마찬가지입니다. _46p.

치매가 회복된다는 것은 이런저런 일을 기억해 낼 수 있게 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어떤 상황에 놓여 있는지, 이 세계에서 어떤 인간관계 안에 있는지를 이해할 수 있게 되는 것입니다. _76p.

아버지는 과거를 잊으셨습니다. 증인을 잃은 저도 과거의 일부를 잃어버렸다고 할 수 있습니다. 부모님이 과거를 잊어버리는 과정을 지켜보는 일이 괴로운 것은 단지 부모님들만의 문제로 끝나는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부모님과 함께 살아온 세월 속의 자신 또한 지워진 것 같은 기분이 들기도 하니까요. _82p.

간혹 말씀을 하셔도 뒤죽박죽일 때가 많습니다. 그렇더라도 지금은 아버지 생애의 한 페이지일 뿐 그에 앞선 '역사'가 있습니다. 그 사실을 알아주었으면 좋겠습니다. _105p.

아버지를 간병하면서 저는 자식이 부모를 행복하게 해줄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인생의 어느 시점에서 사람은 누군가를 행복하게 해줄 수도, 누군가에 의해 행복해 질 수도 없습니다. _114p.

순간적으로 화가 끓어오르더라도 부모님과 사이좋게 지내고 싶다면 가능한 한 권력 싸움에서 물러나야 합니다. _157p.

간병에는 '왜'가 없습니다. '어떻게'밖에 없습니다. 우리 부모님이 왜 이렇게 되었을까 생각한들 답은 나오지 않습니다. 지체 없이 간병의 시간이 시작될 뿐이지요._183p.

#인플루엔셜 #박진희 옮김 #까망머리앤의작은서재 #초고령사회 #인문 #인문에세이 #고령화사회 #나이듦 #돌봄과상실 #도서추천

본 서평은 출판사로부터 해당 도서만 제공받아 주관적인 감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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