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에서 행복해졌다 - 차로, 두 발로, 자유로움으로 세 가지 스타일 30개의 해피 루트
전은정.장세이.이혜필 지음 / 컬처그라퍼 / 2010년 6월
평점 :
절판


 

 

제주도는 국내여행지 임에도 여행계획을 하다보면 거의 뒤로 밀리는 여행지중 한곳이다.

일단 가까우니 나이가 조금더 들어도 갈 수 있다는 생각.  그리고 두번이나 다녀왔으니 뭐 가도 비슷할거라는 생각.  간혹 다른계절에 방문해보고 싶은 마음은 있었다.  최근 올레트래킹도 많이 개발되어서 등산을 좋아하진 않지만 올레길은 한번쯤 걸어보고 싶었다. 

 

그러던중 만나게된 <제주에서 행복해졌다> 눈에 너무나도 확 띄는 책표지 그리고 보기만해도 탁 트이는것 같은 넓은 오름.

책의 저자 이름이 <조이락> 으로 되어있어서 책을 뒤로 살펴보기 전에는 제주도분이 쓰신 책인가? 했다.

그러나..이 책은 세가지 여행스타일을 세분의 작가가 나누어 쓰신 책이었던것.  그분들의 별칭이었던 것이다.

 

造 전은정 -  여행키워드는 '주차간산' 나의 '애마', 너만 있으면 어디든 좋아.

나는 운전을 좋아하는 편이다.  내게 자동차는 '가고 싶을 때 가게 해주는'도구다.  핸들을 잡고 있는 순간만큼은 장난감을 들고 있는 아이처럼 '내 마음대로 할 수 있다'는 철딱서니 없는 생각이 들어 기분이 좋아지곤 한다.  여행을 하면 할 수록, 여행의 목적은 목적지 그 자체라기보다 '나는 지금 여기가 아닌 어디론가 움직이고 있다'는 느낌에 있다는 생각이 든다. 여행을 계획하고, 실제로 그 목적지까지 가는 길에서 느끼는 흥분, 그것을 얻기 위해 여행을 하는 것이 아닐까. -p22

 

異 장세이 - 여행키워드는 '도보천리' 터벅터벅 흥얼흥얼, 걸어서 제주 끝까지

오래 기댈 집도, 쌩쌩 달릴 차도 없이 두 발로 걸어다녔다.  생각이 늦되어 찬찬히 봐도 제대로 못 보는 성정 탓에 걷는 게 체질에도 맞다.  유연한 발바닥으로 땅의 굴곡을 느껴야 참 여행이라는 원칙을 바꿀 의사도 없다.  그래서 더 걸었다.  오래 걷지는 못해도 자주 조금씩 이어 걸었다. -p149

 

樂 이혜필 - 여행키워드는 '유유자적' 인연따라 쉬엄쉬엄 제주에 들다.

유유자적의 원래 뜻은 '속세를 떠나 아무 속박 없이 조용하고 편안하게 살다'로 '멀 유(悠)' 자를 두 개 겹쳐 쓴다.  산속 깊은 곳 외떨어진 낡은 집에서 은둔하는 도사의 삶에서 묻어나는 사자성어이다.  여기서 한 글자쯤은 '놀 유(遊)'로 바꾸어 쓰면 대략 들어맞지 않을까 싶다.  멀리 조용한 곳으로 가서 놀며 편안하게 살다.  써놓고 보니 딱 베짱이의 삶인데 이것이야말로 내가 지향하는 여행의 모델이자 내 인생이 대충 굴러가는 모양새이기도 하다. -p270

 

책의 앞뒤 표지를 꼼꼼히 읽어보고 책을 읽기 시작했을때 생각보다 작은 글자크기에 놀랐고, 간단한 여행정보만이 아닌 길 하나에, 오름하나, 폭포 하나에 연관된 역사,신화등을 함께 소개해주어서 제주에 관한 여행책자만으로 보기엔 조금 묵직한 책이다. 423페이지에 이르는 분량고 세가지 여행스타일을 세분의 작가님이 쓰신책이니 세권의 책을 모아 엮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듯하다. 각 여행 스타일마다 그녀들이 직접 차로,발로,느끼며 경험해보고 꼼꼼하게 그곳에 대한 정보까지 따로 체크해놓기도 하였다.  여행가기전 여행루트에 포함되는 일정에서 그 포인트들만 체크해도 꽤 알찬 여행을 할 수있을것 같다.

 

제주는 5~6년전 4월에만 두번정도 짧게 방문했었는데 지금 기억으로도 그때는 인기있는 곳들만 찍고 다니기에도 바빴던 여행으로 기억한다.   사실 제주도 여행경비가 결코 저렴한 편은 아니라 여행계획때마다 망설여지는 곳이었는데, 가까운 우리나라에도 이처럼 좋은 여행지가 있다는 사실을 책을 읽으며 다시한번 새삼 감탄하게 되었다.  아직 여행에 있어 내 스타일은 '이렇다'라고 말하기 어렵지만 세가지 여행스타일을 제주 그곳에서 골고루 경험해보고픈 마음도 컸던건 사실이다.  여행을 하다보면 어떤 여행지에선 대중교통으로만 이동하고 싶고 어떤곳에서는 하염없이 걸어도 좋은곳이 있는데, 제주는 그 두가지 모두를 경험할 수 있는 곳이고 시간이 허락되고 머물 공간이 허락된다면 가능한 오래~ 머물고 싶은 곳이기도 하다.   세가지 여행스타일별로 그녀들이 제안하는 여행코스는 한번씩 그대로 따라해보고 싶을만큼 꼼꼼하고 세세하게 짜여져있어 제주여행을 계획하시는 분이라면 이 책 한권이면 즐거운 여행이 될거라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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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미술관 2 - 한 조각의 상상력 아침 미술관 시리즈 2
이명옥 지음 / 21세기북스 / 2010년 6월
평점 :
품절


 

 

"나는 매일 아침 한 점의 그림을 읽는다!"
 

명화나 그림에 대해서 난 얼마나 이해하고 있을까?  학교 다닐때도 그림의 역사나 이론에 대해서도 그닥 관심을 갖지 못했지만 워낙 그림그리는 쪽으로 재능이 없기에 더욱 가까이 할 기회가 없지 않았나 싶다.  요즘은 명화들에 대해서 쉽게 해설된 책들도 시중에 많이 나와있지만 학창 시절만해도  손에 잘 잡히지 않는 이론만 가득한 좀 딱딱한 내용의 책들이 더 많지 않았나 싶다.  요즘은 해외 유명 작가들의 전시들도 국내에서 만나볼 기회가 많지만 솔직히 얇팍한 지식으로 그 전시화를 한번, 두번 가보았다고 해서 나의 미술에 대한 관심이 크게 증가할거라 생각은 하지 않는다.  그림은 아는만큼 보인다고 했던가?  요즘은 미술전에 가면 오디오로 그림을 설명해주는 프로그램들도 있어서 그림에 대한 이해를 돕는데 큰 도움이 되는것도 같다. 

 

최근 몇년사이 국내에서 전시되는 해외 유명작가들의 전시회도 많아지고 일상에서도 쉽게는 노트나 문구, 일상생활속에도 파고든 명화들.  그래서 조금더 가깝게 생각되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그래도 왠지 그림은 그냥 보는대로 느끼는대로가 아닌 그림을 보면서 뭔가 연구해야할것 같고 공부해야할것 같은 생각이 드는건 그림 이라는 것에 대한 개인적인 목마름이 아닌가 생각된다.  그러던중 만나게 된 <아침미술관 2> 사실 1편도 만나보지 못했지만 책의 내용을 보니 궂이 순서대로 읽지 않아도 될 것 같았다.  책의 메인 글처럼 매일 아침 한점의 그림을 읽을 수 있도록 구성되어있는책.  1권은 1월 1일부터~ 6월 30일 까지  2권의 내용은 7월 1일부터 12월 31일까지의 그림을 소개하고 있다.  책엔 그림인것도 있고 조각품인것도 있고 때로는 조형물이나 사진인것도 있다.  매 달마다의 테마를 정하고 그 테마에 따라 그림을 분류하고 소개하고 있으며 184편의 그림을 만나 볼 수 있다. 

 

뜨거운 태양은 단맛으로 다시 태어난다.  0701-0731

소나기가 그치면 하늘은 더 맑아진다. 0801-0831

홍시여 잊지마라, 너도 한때는 무척 떫었다는 걸  0901-0930

오늘도 낙엽은 열매를 꿈꾼다.  1001-1031

세상은 저물어 겨울로 향한다.  1101-1130

얼음장 밑에도 고기는 헤엄친다.  1201-1231

 

특히 9월의 그림은 가을은 독서의 달이라는 의미에서 책이 주제인 작품들을 여러작품 만나 볼 수 있다.  그중 가장 돋보이는 장 오노레 프라고나르의 <책 읽는 소녀>는 함께 실린 다른 명화들에 비해 단연 돋보였다.  그림엔 젊은 여자가 빛이드는 실내에서 작은 책 한권을 들고 앉아있을 뿐인데 자신만의 조용한 공간에서 독서하는 여인이 지적으로 아름다워 보였다.  15세기 초에 살았던 책벌레인 토마스 아 켐피스는 "나는 어디에서든 행복을 추구하려고 노력했지만 작은 책과 함께 하는 좁은 공간을 제외하고 어느 곳에서도 행복을 찾을 수 없었다"라고 말했습니다. -0913

 

과거 가부장적 사회에서는 책읽는 여자란 경멸과 조롱의 대상이었다고 한다.  안토니 비르츠의 <소설 읽는 여자>에서 보면 여자가 알몸으로 침대에 누워 소설을 읽고 있는 그림인데,  이 그림은 소설을 읽는 여자를 매춘부로 취급했던 시절의 분위기를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으며 여자의 독서행위가 악마의 짓이라는 시대적인 의미도 담고있다고 한다.  그당시 사회적인 분위기가 여자는 남자를 위해 존재하는 노리개 정도의 수준이었다니, 그리고 글을 읽는 여자는 악마이며 지식을 습득하는 행위는 여자에게 필요치 않은것이라 했었다고 한다.  그런 시절의 여자들은 어떻게 살아갔을지 생각만으로도 끔찍했다.  슈테판 볼만의 <책 읽는 여자는 위험하다>라는 책에 이런 구절이 나옵니다.  "독서의 역사에서 여자는 종이에 적힌 단어의 그물 속으로 날아 들어온 작은 파리에 불과했다.  그들은 단지 구경꾼이었다." 그러나 21세기 국내 출판 시장을 쥐락펴락하는 독자층은 20~30대 여성이라고 합니다.  조만간 '책 읽는 남자는 위험하다'라는 제목의 책이 출간되지 않을까요? -0914

 

개인적으로 9월의 그림들이 책과 관련되있어 이야기 하게 되었지만, 매 달마다 마음에 드는 그림 한두점씩 이상은 되었고 작품의 소개와 더불어 이명옥님의 감상을 그 아래 함께 적어주셔서 더욱 그림에 대한 이해가 친숙하게 다가왔던 책이었다.  책의 구성이 그림에 대한 설명이 조금 짧은듯 하지 않나 생각되기 도 했었지만 오히려 읽는데 더 편안했었고 읽는 이들은 하루에 한페이지만 넘기면 명화들을 만나고 짧은글을 읽으며 지루할 틈 없이 읽어나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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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심도 사랑을 품다 - 윤후명 문학 그림집
윤후명 지음 / 교보문고(단행본) / 200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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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문학그림집

보통 그림을 설명하는 화집, 도록이나 그냥 소설책은 봐왔지만 화가들의 그림과 사진을 섬에 대해서 따로 출간된 책은

처음 접하는것 같았다.  섬에 대해서 약간은 가벼운 이야기를 기대했지만...

소설 문체나 여행에세이에 익숙해진 내게 문학 그림집은 조금 무리 였던것 같다.

편독의 습관이 여기서 드러나는건가?

 

작가는 젊은 시절 경남 거제시의 한 기업의 초대로 3개월간 거제도에 기거하며 섬과 관련된 집필들을 하며 거제도와 지심도에

특별한 인연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책에 자주 등장하는 팔색조와 엉겅퀴는 작가가 거제도를 상징어로 표현하고 있다. 

팔색조는 지심도에서 처음 알게 되었고 엉겅퀴는 포로수용소 언덕길에서 예전과 다르게 이해하면서 그의 것이 되었던것 같다.  

이 책에 유독 많이 등장하는 팔색조와 엉겅퀴.  그와 관련한 그림들도 많이 실려있다.

 

팔색조를 찾으러 지심도에 갔다가 만나게 되었던 그녀와의 만남은 어쩌면 섬이었기에 한순간 스쳐 지나갔기에

작가의 지나간 시간속에 더 깊고 아련하게 남은 추억이었을것 같다.

 

"그러니까 이 가까운 섬에 오는 것도 모험이에요.  어쩌면 이렇게 사로잡힐 기회를 스스로 엿보는 거니까요.  이렇게

한번쯤 사로잡혔다 풀려나면 오랜 동안...오랜동안...괜찮아요" -94

 

 

그녀의 섬에서의 행동은 결코 일상의 행동이 아니었다.  그것은 사로잡힌 몸에서 새로이 자유롭고자 하는 몸부림

이었다.  그것을 모르고 나는 일상의 그녀를 찾아 헤맸던 것이다.  내가 그녀를 찾아 헤맨 것은 그녀를 내 박제로

하려던데 지나지 않았다.  사랑 가운데는 한 순간에 스쳐 지나감으로써 더 영원한 사랑도 있을 것이다. 그녀가 택한

그런 방법을 나는 어리석게 모르고 있었다. -p109

 

약간은 몽환적이기도 하고..

몇년전 거제도만 잠깐 둘러보고 왔던 내게 <섬> 이라는 곳이 육지의 다른 곳과는 다른 매력을 느끼게 해주는

곳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작가의 옛스러운 문체, 문학적인 문체가 약간은 어렵기도하고 지루하게 느껴졌지만

책 사이 사이 있는 그림들이 눈과 마음을 편안하게 해주는 책이었던것 같다.

시간이 흘러서 섬 여행길에 들고가 다시 한번 읽었을때 새로운 느낌으로 다가 와주었으면 하는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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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춘극한기
이지민 지음 / 자음과모음(이룸) / 201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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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춘은 내게 어떤 추억으로 남았을까?

작가는 청춘을 무언가를 호되게 앓는 시기라고 생각했던것 같다.  앞으로 아플 날이 창창한...그런 시기.

지금까지 살아오며 즐거운 날도 많았지만 생각해보면 숱한날들을 고민과 아픔속에서 살아왔던것도 같다.

 

'러브바이러스'  참 기발하지 않은가? 신플이 한창 유행하던때 이 소설을 구상했다고 한다.  사랑도 바이러스처럼 옮는다.

사랑은 보통 내가 좋아하고 싶은 상대를 좋아하기 시작해서 느끼는 감정인데 바이러스에 걸려서 누군가를 열렬하게 사랑하게 된다면..

그것이 병인줄 모르고 좋았던 시절을 회상하며 어쩌면 죽을지도 모르는 '러브바이러스'

 

주인공인 옥택선<이하 옥양>의 활약은 정말 재미난 코메디 영화 한편을 방불케 한다.

친구의 주선으로 나갔던 소개팅에서 잠시 만났던 과학자 남수필에게 '러브 바이러스'를 옮게 되고 자신에게 감염시킨 수필은 죽어버리고 만다.

이때부터 파란만장 옥양의 OTS 바이러스와의 한판 승이 시작된다.  좋았던 시절의 환상이 보이고 그 환상속에서 자신이 보지 못했던

이면의 모습들을 만나며 사랑에 대한 자신의 모습을 다시한번 생각해 보게 된다.

 

'일방적'은 내 연애사의 핵심 키워드였다.  나는 매번 누군가를 일방적으로 좋아해서, 일방적으로 배반을 당하고, 일방적으로 괴로워했다.  언제나 그랬다.  아니, 그렇다고 믿었다.  둘이 사랑을 했어도 고통은 매번 일방적이었다.  사랑은 늘 '나만의 증상'이었다.  언제나 나만이 바이러스에 감염돼서 골골거리며 앓았고 상대는 나보다 면역력이 강했기 때문에 건강하게 자신을 지킬 수 있었다. -p101-102

사랑은 정말 변종이기에 가능한것 아닐까?  흔히 사랑을 하면 눈에 콩깍지가 씌운다고도 하고 그 사람으로 인해 세상이 핑크빛이 되기도 하고 암울해지기도 하는것처럼.. 사랑을 하기에 정상이 아니기에 가능한것.  옥양이 둘이 사랑을 했어도 매번 일방적이었고, 늘 자신만의 증상이라고 생각한건 헤어질것이다 라는 생각하에 어느 정도 선을 긋고 있었기 때문이 아닐까?  옥양의 생각에 나의 청춘이 오버랩되면서 살짝 동화되고 있었다.

 

미래의 나를 위해 과거의 나를 이해시키고 싶었다.  말해주고 싶었다.  도망가지 말라고, 어차피 피할 수는 없다고.  견뎌야 하는 아픔이라면 차라리 그 아픔보다 섹시해지라고, 나는 이십년이 지나고 나서야 겨우 깨달은 진실을 전해주기 위해 깽깽이 발로 뛰는 나를 잡으러 갔다. -p152

그때 그때의 시기를 잘 보내야 현재의 삶이 즐거울 수 있는것 같다.  '러브 바이러스' 정말 이런 바이러스가 있다면 한번쯤 걸려도 좋을것 같다. <죽지만 않는다면..ㅋㅋ> 사랑을 시작할때의 설레임과 두근거림은 사랑이라는 감정이 아니면 쉽게 느낄수 있는 감정이 아니니까.. 어느날 문득 아~ 사랑하기 정말 좋은날인데 내 곁에 아무도 없다면 내가 평소 흠모했던 누군가에게 '러브 바이러스'를 감염시킨후 날 사랑하게 하는거다!!  이거 정말 발명되면 난리 나겠는걸~ 읽으면서 영화한편을 보는듯한... 좌충우돌 씩씩한 옥양의 '러브 바이러스'이야기에 책을 읽는 동안 즐거운 상상을 하며 행복한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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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대한 지구를 돌려라
칼럼 매캔 지음, 박찬원 옮김 / 뿔(웅진) / 201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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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은 돌고 돈다.

우리는 휘청거리며 계속 나아간다.

우리가 처음에 알던 사람은 우리가 마지막에 아는 사람이 아니다. - 책표지

 

작가는 2001년 911테러이후 이 소설을 구상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세계무역센터 빌딩,  줄타기를 했던 예술가, 그리고 타워의 붕괴..

<거대한 지구를 돌려라> 책을 만나보기도 전에 저자의 인터뷰와 책 소개를 통해 우리네 돌고 도는 삶을 지구에 비유한 것일까?






1974년 완공을 앞두고 있던 세계무역센터 쌍둥이 빌딩사이로 줄을 걸고 줄타기를 했던 프랑스 예술가 '필리프 프티'

실제로 한시간을 줄타기를 했고 그후, 체포 되었지만 많은 사람들에게 잊혀지지 않는 기억을 남기고 줄타기후 그는 바로 체포 된다.

 

아일랜드 출신의 키아란과 코리건 형제. 그들 중심으로 이야기를 풀어나가는가 싶다가도 어느덧 다른이들과 어우러져 살아가는 우리네 삶처럼 다른이들의 이야기들도 군더더기 없이 함께 어우러지고 있다.  키아란과 코리건 형제의 이야기는 키아란의 회상으로 회자되고 있다.  어릴때부터 기이한 행동들을 했던 코리건을 보며 키아란은 그가 평범한 인생을 살지 않을거라 생각한다.  코리건이 뉴욕에서까지 창녀들에게 자신의 집까지 내주면서 생활하는 그는 정말 타고난 성직자일까? 성직자이기 이전에 살고자하는 욕망이 있는 인간일텐데  정작 사랑하는 여인앞에서도 종교와 사랑사이에고 고뇌하는 그의 모습은 성직자 본연의 모습으로 살고자 노력했던 키아란의 삶이 가슴아프기도 했다. 

 

그때 그녀는 알았다, 그 하늘을 걷는 사람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그 깨달음이 그녀 깊은 곳에서 세게 울리자 그녀는 몸을 떨었다.  천사도 악마도 아무런 상관이 없었다.  예술도, 개선된 공간도, 인간과 매개체와의 만남도, 자연을 넘어서는 인간도 아니었다.  그 무엇도 아니었다.  그가 그 높은 곳에 있었던 것은 일종의 외로움에서였다.  그의 정신이 한 행위는, 그의 몸이 한 행위는, 외로움에서였다.  죽음에 대한 생각은 전혀 없었다. -p195-196 

 

클레어의 집으로 향하던 마샤는 줄타기 하던 사람을 보며 베트남전쟁에서 죽은 아들이 자신에게 인사를 하러 왔다고 생각한다.

상류층의 삶을 살고 있는 판사의 부인인 클레어에게도 전쟁에서 아들을 잃었고, 흑인인 글로리아도 전쟁에서 세 아들을 모두 잃었다.

자녀를 전쟁에서 잃은 이들의 슬픔은 그들이 살고 있는 현실은 다르지만 그 슬픔이나 아픔은 같은 것 이었다.

 

외로움이 내 안으로 밀려오고 있는 것이 느껴진다고 말하는 건 부끄러운 일이 아니다.  참으로 우스웠다.  모두가 자기만의 작은 세계속에 오도카니 앉아 말을 하고 싶은 깊은 욕구를 가지고 있었다.  각자 자기의 이야기를 한다.  그냥 불쑥 중간에서 시작하고선 그 이야기를 다 하려고, 모두 말이 되고, 논리적이고 최종적인 것이 되게 하려고 너무나도 애를 쓴다. -p494

 

거리 단속에서 경찰서로 이송된 틸리와 재즐린, 변호사와 합의하에 재즐린은 가석방 되지만 틸리는 몇개월 감방생활을 하게 된다.

 법정에서는 클레어의 남편인 솔로몬이 판사로 틸리와 재즐린을 판결하고, 하늘을 걷던 필리프 프티 사건도 담당하게 된다.

그들을 도우러 왔던 코리건이 재즐린을 태우고 집으로 향하던 중 사고를 당해 재즐린은 즉사, 코리건은 병원에 실려와 응급처치 중에 사망하게 된다.

그 사고현장을 그냥 도망쳐버렸던 라라와 블레인.  라라는 죄책감에 재즐린, 코리건의 장례식에 참석하고 키아란과 사랑에 빠지게 된다.

한편 재즐린의 두 아이를 글로리아가 맡아서 기르게 되면서 대를 이어 거리의 여자 생활을 하던 그녀들의 집안내력도 끝이 난다.

 

이야기는 등장인물들이 돌아가며 회자하는 식으로 이어진다.  갸웃 하면서 읽다가 이내 고개를 끄덕이며 아~ 이렇게 이어지는구나..

하며 이야기 속으로 빠져들게 된다.

 

어떤 사람들은 사랑이 여정의 끝이라고 생각한다.  운이 좋아 사랑을 발견하면 그곳에 머무르는 것이라고.  어떤 사람들은 사랑이 차를 몰고 뛰어내리는 벼랑이 된다고도 한다.  그러나 세상을 좀 살아본 대부분의 사람들은 사랑이란 그저 하루하루 변하는 것이라고, 사랑은 얼마나 그 사랑을 얻기 위해 싸우느냐에 따라 얻기도 하고, 유지하기도 하고, 또는 잃기도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때로는 애초에 사랑이 아예 존재하지 않기도 했다. -p512

 




"우리가 살아볼 수 있는 모든 삶,

우리가 결코 알지 못할 사람들, 우리가 결코 될 수 없는 사람들,

그들이 모든 곳에 존재한다.  그게 바로 세상이다."  - 알렉산다르 헤몬 <라자로 프로젝트> -p7




 



실제로 줄타기 하던 '필리프 프티'와 책속의 인물들은 연관이 없다.  하지만 등장인물들의 살아가는 인생의 이야기 속에서 그가 높은 곳에서 줄타기를 하고자 했던 이유를 각자의 삶에 의미를 부여해서 생각해본다면 우리가 살고 있는 지금의 삶은 어쩌면 더 높고, 어쩌면 무모하다고 생각될지도 모르는 무언가를 향해 도전하는 그 무엇이 아니었을까?  조심스레 생각해본다. 지금도 우리는 다양한 곳에서 각자의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인생을 교차하며, 여러 인연들로 이루어진 세상을 돌고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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