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 단골 가게 - 마치 도쿄에 살고 있는 것처럼 여행하기
REA 나은정 + SORA 이하늘 지음 / 라이카미(부즈펌) / 2010년 1월
절판


일본, 도쿄는 혼자 비행기를 탔던 여행지라 그 의미가 조금더 남다른 여행지로 기억되는지도 모르겠다. 호주 유학길에 오른 친구와 일주일동안 일본에서 잠시 머물렀던 여행. 마침 책의 저자인 나은정, 이하늘도 15년지기 절친이라고 한다. 그 당시 함께 여행했던 친구도 올해로 15년. 책을 읽기도 전에 이렇게 저렇게 책에 대한 애착이랄까 의미가 생기고 있었다. 만반의 준비를 하고 떠났던 일본여행이었지만 현지에서 발생하는 어쩔수 없는 돌발상황이 발생하기 마련. 여행 첫날부터 급성인후염으로 하룻밤을 호되게 앓고 친구는 밤새 걱정에 그냥 한국으로 돌아가야하나 걱정했지만 난 여행으로 단련될 몸이었나보다. 약간의 통증은 있었지만 모든 일정을 완벽하게 소화!! 지금도 그리운 지브리 스튜디오, 키치죠지의 옛스러운 길, 에비스광장 <여긴 일드 꽃남을 본후라 더 애정이 갔던 장소!!> 등등 주로 많이 아는 장소로만 다녔었지만 갔었던 지명과 그곳의 느낌 정도만 남아있는것 같다.



1년동안 일본에 살면서 그곳을 느끼고 담아온 그녀들은 도쿄에 대해서 어떤 이야기들을 들려줄까?


사람이나 사물에 대해 선입견을 가지면 안 된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누구나 의도치 않게 지금껏 살아온 자신의 경험을 잣대로 세상을 바라보게 되는 순간이 있다. 우리는 어쩌면 자신이 만들어 놓은 틀 안에서 '자신'이라는 필터를 통해 세상을 바라보며 많은 것들을 판단하며 살고 있는지 모른다...중략...이런 선입견 없이 조금 더 마음을 열고 다른 방식으로 생각 할 여유를 가졌다면, 우리의 삶 또한 지금과는 조금 다른 방향으로 나가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p209 <긴자>

문득 내가 느꼈던 '긴자'에 대한 느낌은 어땠지? 하고 생각해 보았다. 명품숍이 즐비한거리, 화려한 백화점들 국내에선 명품숍을 들어갈때 약간 위압감이 느껴지는 반면 이곳에선 편하게 드나들며 분위기를 즐겼던것 같다. 요즘은 국내 백화점들에도 명품브랜드들이 많이 입점은 해있지만 솔직히 들어가서 구경하기엔 좀 꺼려지는 분위기가 있다. 그곳에서 '긴자'라는 도시를 즐길수 있었던건 '여행객' 이라는 마음 때문이었을까? 어쩌면 긴자라는 도시가 그러한 선입견이나 틀 자체를 생각하지 못하게끔 하는 분위기가 있었을지도 모르겠다. 긴자의 밤은 더 아름답다지? ^^



우리나라 서점가와 다른 점 한 가지는, 시리즈로 되어 있는 여행 가이드북이 매해 새롭게 업데이트 돼서 출간되고, 일본 사람들은 여행을 갈 때마다 올해 새롭게 개정된 가이드북을 다시 구입한다는 것이다. 여행을 가려고 마음먹으면 인터넷 검색부터 하는 한국 사람들과는 다르게 여전히 책과 더 친한 일본 사람들의 성향을 엿볼 수 있어서 신기했다. -p349 <니시오기쿠보>



여행길....어떤 이는 여행서에 소개된 유명한 지역을 다 둘러보고 나서야 여행을 제대로 즐긴 듯한 느낌이 든다고 하고, 어떤 이는 여행서 속에서 살짝 소외된 지역, 다시 말해 별다른 특징이 없는, 그저 사람 사는 곳에 가야 진정으로 여행을 하는 것 같다고 말한다. 단지 잠깐 들른 여행객의 시선이 아닌, 지금 밟고 있는 이 땅에 속해 있는 사람의 시선으로 넓은 세상을 바라보고 싶은 이들, 여행의 목적을 굳이 특별한 경험을 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여행 역시 삶의 연장선상이라고 생각하는 이들이 있다면 다카다노바바를 무척 마음에 들어 할 것이다. -p424 <다카다노바바>

책을 읽으며 도쿄의 새롭고 혼자 걷고싶어지는 새로운 도시들을 만나고 있다. '다카다노바바' 도 그중 한곳. 여행을 하다보면 관광객들이 많은 곳보다는 다른이들은 잘 모르는, 현지인들이 아끼는 곳을 가보고 싶을 때가 있다. 여행이라는게 일정,시간,돈에 구애를 받다보니 한정된 시간안에 다른이들이 다녀간 여행길을 나도 꼭! 가야 할 것 같은 그런 은근한 심리적인 압박감도 좀 큰것 같기도하다. 새로운 여행길 개척하기!! 여행서를 읽으며 느낌이 오는 여행지를 찾는것도 책을 읽는 재미중 하나 아닐까?


여행에서 먹거리는 절대 빠질수 없는 여자들만의 즐거움? 그녀들이 방문하는 동네마다 느낌이 있는 카페들을 소개한다. 정말 마음에 들어 콕 찝어보기도 하고 요즘 엔화가 너무 올라서인지 가격만 보고 눈으로만 만족하기도 했다.<역시 현실적일 수 밖에 없는..ㅠㅠ> 도쿄는 어딜 걷던 같은 스타일의 옷을 보기 쉽지 않다. 그만큼 개성이 강하고 다른이들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지만 스타일은 제대로 살려서 입는 일본사람들. 드라마속 러블리 옷가게들이나 독특한 숍들의 소개 또한 즐거웠다. 현지인이 아니면 찾을 수 없는 숍들을 만나볼 수도 있다. 아마 가게의 소개들만 있었다면 지루한 여행서가 되었을지도 모르겠지만 그녀들이 현지에서 겪었던 에피소드 들이나 그녀들의 추억들도 살짝 엿볼 수 있어서 함께 여행하는 듯한 즐거운 기분도 잠시 느껴볼 수 있었다.



그러고 보면 일본인들은 우리나라 사람들보다 책 읽기를 생활화하는 것같다. 지하철 안에서도, 번화가의 길거리 한구석에서도, 공원, 카페, 레스토랑에서도, 한 손에 책을 들고 있는 사람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일본에 보편화 되어 있는 문고본은 한 손에 들어올 만큼 작고 가벼워서 휴대하기 편하다. 작은 가방을 가지고 다니는 여자들에게도 큰 부담이 되지 않는 작은 사이즈. 이런 문고본의 경우 가격도 400~600엔 정도로 저렴해서 큰 부담없이 구입해서 읽을 수 있기에 독서를 생활화 할 수 있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p450 <진보쵸>

많은 책들을 접할때마다 약간의 아쉬움을 느낀다. 우리나라도 문고본 책들이 출간된다면 더 쉽게 책을 들고 다닐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마음. 가끔 서점나들이를 할때면 일본서적이나 영어 원서 코너를 한번씩 들르곤 한다. 솔직히 읽을 수 없기에 구입은 못하지만 문고본으로 출간되는 많은 종류의 책을 볼때면 우리나라 출판사들도 한번쯤 시도해보면 좋겠다라는 생각이 들곤한다. 평소에도 외출때는 2권정도 챙기는 편인데 가끔 그 책의 무게도 짐이 될때가 있다. 책의 부피나 무게때문에도 자연스레 가방은 큰가방을 선호하게 된다. 책의 화려함이나 겉치레보다는 많이 읽어지고 보기 편한게 좋지 않을까?




<도쿄, 단골가게> 라는 제목을 접했을땐 과연 도쿄에 있는 가게들 만으로 여행서라 말할 수 있을까? 했지만 500여페이지에 이르는 두께감과 사진들을 보고 있노라면 나도 그곳 어디쯤인가를 거닐어보고 싶어지는 마음이 든다. 일본 느낌이 가득한 주택가 산책, 분위기 있는 카페, 작고 아기자기한 가게들 탐닉, 고서점에서 보물찾기 등등 걸으며 낯선 동네를 탐닉하는 즐거움을 나도 느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게하는 너무나 이쁜 책이었다. 페이지마다 마음에 드는 사진들이 한가득~ 나도 카메라를 들고 어딘가로 막 떠나고 싶어지게 하는 한권의 책이었던것 같다. 한가지 아쉬운점은 정작 여행길에선 함께하기 어려운 두께감, 2권정도의 분량으로 나눠서 출간되었어도 좋았을것 같다. 그것만 빼면 일본을 느끼기에 충분이 알찬 내용의 책이었던것 같다. 휴가철이라 그런지 여행서,여행에세이가 많이 보이는것 같다. 도쿄, 일본여행에 어떤 책을? 고민하시는 분이시라면 살짜기 권해드려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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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자 게임
카린 알브테옌 지음, 임소연 옮김 / 살림 / 201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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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하는 것들을 지키기 위한 인간의 어두운 본성을

적나라하게 파헤친 알브테옌의 본격 심리 스릴러!  - 책표지

 

우연한 기회에 읽게 된 스웨덴 작가의 책.  카린 알브테옌 이란 작가를 처음 알게 된 소설이었다.  주로 일본문학이나, 영미권의 책들을 접할 기회가 더 많았는데 북유럽권 작가의 책은 처음이기도 하고 책표지가 왠지 호러에 가까운 책은 아닌지 살짝 걱정이 되기도 했다. 

 

사람들이 거의 떠나고 인적드문 스칸센 놀이공원  홀로 앉아있는 네살의 남자아이.  그 아이가 들고 있던 책에서 나온 메모엔 이 아이를 잘 돌봐달라는 메모가 있다.  그리고 아마도 시간이 흘러 또 다른 지역.  독거노인 예르다가 죽은채로 자신의 집에서 발견되고 주택관리인인 마리안네가 대신 예르다의 짐을 정리하며 장례절차를 준비한다.  짐 정리도중 노벨문학상을 받은 스웨덴 문학계의 거성 '악셀 랑네르펠트'의 친필사인이 수록된 다수의 작품들과 가족사진을 발견하게 된다.  마리안네는 그녀의 장례식을 위해 그나마 그녀와 인연이 있을거라 생각되는 랑네르펠트가에 연락을 하게 된다.  가정부의 죽음으로 드러나는 랑네르펠트일가의 어두운 비밀. 

 

젊은 사람들은 삶에 목표가 있다고 믿는다.  악셀도 그러했다.  바로 그날 악셀은 그 말을, 그것도 맹목적으로 믿었으며, 부모가 무너져 내릴 정도로 실망하는데도 책을 쓰기 시작했다.  그리고 책을 끝냈다.  그리고 작가가 되었다.  그리고 삶이 끝없는 여행이라는 점을 깨달았다.  예정된 목표 지점에 도달할 때 즈음이면 그곳이 또 다른 출발점이 되었다.  어떤 목표에 도달한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었다.  오직 끝이 있을 뿐, 그리고 마침내 끝에 도달해 보면, 예전과 마찬가지로 아직도 가지 못한 곳이 너무나 많았다. -p124-125

젊은 시절의 악셀 랑네르펠트는 집안의 기대를 저버리고 작가의 길을 선택한다.  알리세와는 문학이라는 접점에서 함께 글도 쓰고, 꿈을 꾸며 가정을 꾸렸지만 악셀의 성공뒤에 알리세의 지지와 희생도 어느 정도 필요했다.  악셀이 몇몇 작품으로 명성을 얻게 되지만 작품집필에 대한 한계를 느껴가고 자신들의 생활을 유지해가는데 혼자힘으로 버겁다는걸 느끼게 된다.  알리세는 아이들이 자란후에도 글을 쓸 수 있었음에도 왜 집필을 하지 않았을까?  악셀의 성공.  그러나 점점 멀어지는 두사람.  그러면서도 사랑이 없는 결혼생활, 균열이 생기기 시작한 가정은 포기 하지 못한다.

 

이혼은 안 될 일이었다.  다른 말은 필요 없었다.  헤어질 이유가 충분하다 해도, 그보다 더 무시무시한 것들이 있었다.  친구도 거의 없었고 부모형제들과 연락도 다 끊긴 마당에 어대로 돌아간다는 말인가? 악셀 랑네르펠트 부인으로 남으면 지위라도 누릴 수 있는데.  허상을 유지하기 위해 치른 그 모든 희생-p164-165

문득 권력이란 무엇일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살아있어도 살아있는게 아니면서 권력과 지위를 유지하기 위해 가문이라는 배경이 필요했던 알리세.  그녀가 그 모든걸 떠나 조금더 자유로울수 있었다면 랑네르펠트가는 다른 상황에 다다를 수 있었을까?

 

악셀은 책의 밤 행사에서 할리나라는 여성을 만나게 되고 하룻밤 사랑을 나눈다.  알리세와는 소원해진지 오래되었고 그런 감정이 자신에게 오리라고는 생각하지 못했지만 하룻밤의 꿈이라고 생각하고 집필에 전념하려하지만 할리나의 생각은 조금 달랐다.  한 아이의 엄마이기도 했던 할리나는 악셀의 문학적 지위에 조금이라도 도움을 받아 자신도 등단하고 싶었던 것이다.  악셀의 친구이기도 하고 할리나를 짝사랑하는 토리뉘.  할리나는 그런 토리뉘는 바라봐주지 않고 악셀에게만 집착한다. 할리나는 자신이 집필한 원고를 읽어달라며 보내기도 하고, 편지도 매일  보낸다.  급기야 악셀에게 아무 연락도 없자 그의 집에 찾아가 자신과 악셀의 하룻밤을 적은글을 출판사에 팔겠다며 협박을 한다.  

 

알리세가 느낀 것은 놀라움뿐이었다.  그녀는 촛대를 쥐고 있는 손을 보고는 그것이 자기 손이라는 사실에 놀랐다.  손이 본능에, 인류의 가장 원초적인 본능에 따른 것이다.  자신의 것을 지키기 위해서라면 살인도 불사하라는 본능에.  알리세는 자기도 모르는 새 내면 어딘가에 그 본능을 숨기고 있었다.  지극히 칭송받는 남자의 그림자에 가려진 삶.  알리세는 그 작은 성공을 위해 엄청나게 희생했다. 그 작은 성공을 위해, 살인도 할 수 있다는 것을 입증했다.  그것조차도 두렵지 않았다.  -p313



알리세의 순간적인 살의는 본인을 지키기 위한 것이었을까? 아니면 '악셀 랑네르펠트'라는 그들의 가문을 지키기 위해서였을까?  지극히 칭송받는 남자를 위해 가려진 삶을 살았고 자신은 희생의 댓가로 이루었다고 생각하는 것들을 지키기 위해 살인도 할 수 있었다.  심지어 그것조차 두렵지 않았다.

 

얀-에리크는 생각할 겨를이 없었다.  허리를 굽혀 손으로 삽자루를 쥐었을 때도, 따라잡으려고 달리기 시작했을 때도, 문에서 몇 미터 떨어진 곳에 서서 자갈길에 누워 있는 움직임 없는 시신을 보았을 때조차도.  그가 느낀것은 놀라움 뿐이었다.  가로등 불빛이 삽을 쥐고 있는 손에 닿자, 그는 그것이 자기 손이라는 사실에 놀랐다.  손이 본능에, 인류의 가장 원초적인 본능에 따른 것이다.  자신의 것을 지키기 위해서라면 살인도 불사하라는 본능에.  그는 자기도 모르는 새 내면 어딘가에 그 본능을 숨기고 있었다.  그 오랜 세월 분투하며 일궈 낸 작은 성공.  지극히 칭송받는 남자의 그림자에 가려진 삶.  그 작은 성공을 위해, 그는 살인도 할 수 있다는 것을 입증했다.  구덩이는 이미 파헤쳐졌다.  처음 땅을 판것은 앞서 간 사람들이었다.  31년 뒤에 그곳을 가족묘지로 만든 것은 다음 세대였다. -p384

대를 잇는 살인.  더 놀라운 것은 그의 부모는 할리나를, 그의 아들은 할리나의 핏줄인 스칸센 놀이공원에 버려졌던 아이<크리스토페르>를 살해하게 된다. 

 

이야기의 시작은 그저 부모에게 버림받은 아이, 독거노인의 죽음으로 시작되는 가벼운 이야기 인듯 하지만 작가의 치밀한 심리묘사와 극중 관계도는 상상을 뛰어넘는다.   욕망하는 것들을 지키기 위해 자신들의 피붙이는 물론 살인까지 그들이 가진것을 지키기 위해선 정당화 시키는 그들이 이루고자 한 위업은  그 후광으로 과거 세대가 이루어놓은 후광으로 조금더 편한 삶을 살고자 했지만 정녕 편하기만한 삶은 아니었다.  반복되는 과거, 그로인한 희생, 고통의 댓가로 이루어진 명성과 영광은 과연 가치있는 것일까?   결국 그러한 위업으로 이루어진 권위나 명성으로 인해 행복하다고 느끼고 싶었던것 아닐까?  그 당시 잘못된 행동을 할 수 밖에 없었던 선택과 행동들을 정당화 시키기 위한 결과물이 필요했을지도 모르겠다.  그러기에 더욱 포기하지 못하고 반복하게 되는 악순환이지 않았을까?

 

나는 극히 일부분분의 내용만 담았다.  인물들의 섬세한 심리묘사와 연결성등 생각지 못한 반전이 인상깊었고, 눈에 보이는 것을 지키기 위해 거짓을 포장하고 그 거짓을 지키기 위해 가족을 희생시키고, 살인을 서슴치 않으며 지키고자 했던 위업을 지키기 위한 인간의 어두운 본성이 얼마나 본능적인지 잘 표현한 작품인것 같다.

 

어떤 이유로 우리는 행복으로 이르는 길이, 순간의 환희와 감각적 황홀경이라고 믿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어쩌면 필요한 것은 마음을 가라앉히고 지금 가진 것에 만족하려고 하는 용기일지도 모릅니다-p3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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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모닝 말레이시아
조경화 글, 마커스 페들 글 사진 / 꿈의열쇠 / 201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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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의 사계절 중 여름을 가장 못견디는 부부가 더위를 피해, 사람들을 피해 떠난 여해지 '말레이시아'.  한국인 아내와 캐나다인 남편의 첫 말레이시아 여행기이다.  교사인 직업의 좋은점. 방학! 이 아닐까?  방학때면 짐을싸서 일상의 탈출을 통해 새로운 에너지를 만나고 온다는 부부의 말리이시아 나들이. 여느 여행에세이와는 살짝 다른 기분이다.  이야기의 진행은 아내 위주로 이루어지고 남편의 이야기들이 중간중간 아내와 다른시점으로 바라보는 여행지에서의 시선을 이야기한다.  부부이기 이전에 다른문화에서 살던 사람들이고 각각의 여행자로 바라보는 같은장소, 다른 시각

 

길을 나서는 것은 일상에서의 탈출이다.  그림이나 사진으로만 보던 것, 혹은 귀로만 들은 것을 직접 내 눈 앞에서 볼 수 있는 것이다.  익숙하던 친구들에서 벗어나 새로운 연인을 만나는 것과 같다. 이 모든 것들이 우리를 한없는 기대감과 설렘 속에 빠져들게 한다.  바로 이런 짜릿한 기분 때문에 여행을 좋아하지 않나 싶다.  이 행복감의 절정은 뭐니뭐니해도 여행을 떠나기 전이 아닐까. -p14

여행을 가야겠다고 생각하는 순간부터 '여행'에 대한 설레임은 시작된다.  여행이란 현지에서 보고, 느끼고, 체험하는것이 목적이겠지만 그 과정을 준비하는 동안의 설레임, 기대감, 행복감은 이루 말할 수 없는 또 다른 기쁨인것 같다.  부부는 여행을 준비하는 과정부터 여행지에서 직접 부딪치고 느끼고 경험한 것들을 일기처럼 고스란히 전해주고있다.   조금 아쉬웠던 점은 책의 활자 폰트를 조금 줄이고 구성을 약간만 달리해서 사진을 조금더 실어주었더라면 글들과 어우러진 그들의 여행기가 조금 더 실감있게 다가오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사실 오늘 산 것들이 꼭 필요한 것만도 아니었다.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이다.  짐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하루 종일 이 짐을 만들기 위해 동서분주 했던 것이다.  가진다는 것은 결국 짐이 아닐까. -p95

여행을 하다보면 그곳의 특산품을 왠지 꼭 사가야 할것 같은 기분이 들 때가 있다.  여행을 떠나기 전에는 분명 '그냥 가볍게 여행만 다녀오자'고 마음먹고 떠난길인데 돌아올때는 떠날때보다 2배가까이 불어난 짐을 마주하게 된다.  꼭 필요한건 아니지만 왠지 사가야할것 같고, 그것에 집중하느라 못보고 지나친 여행지의 또다른 풍경들은 또 얼마나 될런지.... 어쩌면 물건들은 살아가며 집착하게 되는 그냥 '짐' 일뿐이지 않을까? 

 



"여행은 그대에게 적어도 다음 세 가지의 유익함을 줄 것이다.

첫째로 타향에 대한 지식,

둘째로 고향에 대한 애착이며,

셋째로 그대 자신에 대한 발견이다. "   -브하그완-  p227

말레이시아에 대한 여행에세이는 처음이라 막연한 기대를 했었다.  사실 사진이라도 조금 더 많았더라면, 그들의 이야기가 나에게 조금만 더 가까이 느껴졌더라면 '아! 한번 가보고 싶다' 라고 생각되었을지도 모르겠다.  부부가 각자 집필한 여행노트는 보기엔 조금 새로운듯 보이지만 중복되는듯한 내용을 따로 싣다보니 중반쯤 지나선 살짝 지루한것도 사실이었다.  사진들은 현지의 느낌을 느끼기엔 조금 부족한듯한 느낌이었고,  두분이 여행 동안 작성하신 원고를 토대로 함께 원고를 쓰셨다면 더 유익하고 재미있는 책이 되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조금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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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회할 줄 알면서 저지르는 일들 - 일도 사랑도 꼬이고 막히는 그녀들을 위한 쿨~한 조언
이소연.박형진 지음 / 예담 / 201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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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제목과 책표지의 일러스트가 상큼하게 다가왔다.  다이어리 너머 불안한 시선으로 어딘가를 바라보는 젊은 여자.  우린 살아가며 많은 선택과 시행착오 후회와 또 간간히 성공을 맛보며 살아가고 있다.  누구라도 후회하는 인생을 살고 싶진 않을 것 이다.  한번 사는 인생 조금더 잘 살아보고 싶고, 성공한 인생을 살고 싶은건 누구나 같은 마음이 아닐까?   우린 눈에 보이지 않는 그 무언가에 쫒기며  하루를 살아가고 있다.  그러기에 자기계발서나 성공에 관련된 에세이들을 찾아 읽는건 아닐까...

 

지난 시간을 돌아보면, 보이는 것은 늘 서투름뿐이다.

반복되는, 어리석은 초보의 동동거림.

그런데, 우리 모두 한 번 사는 삶이니까, 모두가 초보일 수 밖에

없는 것 아닌가?

그러니까

너만 서투른 건 아니야.

너만 어설픈 건 아니야.

너만, 매번 넘어지고 깨지고 부딪히고 아픈건 아니야.

모두, 한 번 사는 生인 거니까. 

처음 지구에 살러 온 우리니까.  -p10

 

'일도, 사랑도 꼬이고 막히는 그녀들을 위한 쿨~한 조언' 이란 책표지의 문구는 시선을 끌기에 충분하다.  요즘 대중교통을 이용하다보면 책을 읽는 이들이 부쩍 많아진걸 느낀다.  그런데 그 비율을 보면 여성이 압도적으로 많다.  그런 이유일까?  여자들을 위한 이러한 지침서가 많이 출간 되는 이유는...  남자들은 일도 사랑도 평탄할까? 왜 여자들만 이러한 조언을 책을 통해서라도 읽어야하는 건지..<시작부터 삐딱선을 타려는건 아니지만 살짝 눈에 걸리는건 사실이었다.>

 

이 책은 4개의 파트로 나누어 이야기 하고 있고, 물론 사랑 이야기도 빠지지 않는다.

part 1. 사랑엔 예행연습이 필요해 - 사랑을 시작하면서 저지르는 일들

part 2. 사랑은 너무 복잡해 - 사랑하면서 저지르는 일들

part 3. 달콤한 지옥에서 살아남는 법 - 일하면서 저지르는 일들

part 4. 인생의 봄날이 오긴 오겠지요 - 살아가면서 저지르는 일들

 

이야기는 다른이들의 경험담을 담고 그를 하나씩 카운셀러 하는 식으로 진행된다.  아마도 책을 읽는 대상을 이십대 초반에서 삼십대 초중반으로 설정한것 같다.  사랑, 일에 관한 부분은 크게 와닿기 보다는 그랬었지, 그런때가 있었지 하며 읽어나갔다.  이십대를 지나 삼십대를 살아가고 있는 시점에선 어쩌면 지나온시간을 인정하기 싫은 부분도 있고 아마도 조금이나마 알았더라면 달라지지 않았을까? 하고 생각한 부분도 있었지만 책의 제목처럼 삶이란 그 순간을 최선이라 생각하고 선택함에도, 한편 후회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도 내포하고 있는것이 아닐까?

 

늘 똑같은 자리에 내리 앉아만 있는, 돋보기로 신문조차 읽지 않는, 그런 삶.

언젠가 정숙이 단호하게 말했었다.

머물러 있는 것은 가장 나쁜 거야.

늙어서 껌처럼 씹을 수 있는 추억들을 최대한 많이 만들어야해.

그게 인생이야.    -p234

 

과거에 불안했던 시간이 지금의 안정을 지원하고,

과거에 흔들렸기 때문에 지금 흔들림 없이 나아가고 있다.

다들 경험을 자산 삼아 성장해 나가고 있다. -p237

 

아마도 삼십대 여성들이 읽으며 가장 많은 공감을 하는 부분이 네번째 파트일것 같다.  아무것도 버리지 못하고, 다이어트중에 폭식을 하기도 하고, 욱하는 마음에 헤어스타일을 바꾸고, 모두에게 착한여자가 되고 싶어하기 등  어쩌면 내 상황이었고 주변에 있는 나의 친구 이야기인듯 하기도 하다.  그래서 더 그냥 지나치기 어려웠고 읽는 동안 무엇을 더 찾아보고자 했던 파트였다.  자기계발서나 에세이를 읽을 수록 느끼고, 경험으로 체험한 것은  아무리 많은 것을 알고 있다 한들 내게 맞고, 나에게 좋은것을 스스로 선택,결정하여 실천하지 못한다면 후회할 만한 실패도 없을 것이고, 기쁨에 넘치는 성공도 맛보지 못할 것이다.  실패와 성공은 그차이가 극명하지만 때로는 삶의 아픔들이 쌓이고 경험이 되어서 훗날 성공의 자양분이 되어주지 않을까?  나는 앞으로 살아가며 더 많은 후회를 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그 후회들을 두려워하기 보다 슬기롭게 이겨낼 수 있는 지혜를 갖기 위해 노력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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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이라고 말해
우웸 아크판 지음, 김명신 옮김 / 은행나무 / 201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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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아공 월드컵이 개최되면서 아프리카에 대한 관심도 증가하게되고 관련 서적들도 많이 출간되고 있는것 같다.   이 책은 나이지리아 출신의 예수회 사제인 우웸 아크판이 아프리카의 여러 나라를 돌면서 직접 보고 들은 경험을 토대로 쓴 5편의 중.단편 소설들이다.  현대 아프리카의 모습들이라 하기엔 우리의 삶과는 너무 괴리감이 크게 느껴지는 책의 내용, 그리고 어쩌면 내가 속해 있는 사회가 아닌 어린 아이들이 힘들게 살아야하는 그런 삶도 있다는것을 인정해야한다는 것이 힘들었을지도 모르겠다.


 

<크리스마스 성찬>

빈민가의 장녀는 가족들을 부양하기 위해서 열두살 어린나이에 자신의 꿈을 접고 거리에 몸을 팔러 나서야 했다.  그의 가족들은 그럼에도 배불리 먹지 못하고 본드에 의지해 배고픔을 환각상태로 버텨야 했으며 일부 생활비는 동생을 학교보내기 위한 돈으로 모아야했다.  아프리카에서도 옛날 우리 부모님들이 아들이 출세해서 집안을 일으켜야한다는 가부장적인 생각을 하는걸까? 아니면 이런 생각은 전세계적으로 같은 것일까?  그런 누이의 고통을 지켜봐야하는 장남.  그럼에도 생활은 점점 힘들어져 결국 돈을 벌러 먼길을 떠나는 누이.  아마도 나는 직접 겪지 못했지만 우리의 역사속에도 어려웠던 시절이 있었기에 그냥 지나치기엔 눈길을 잡아끄는 글이었다.

 

<가봉에 가기 위해 살찌우기>

순수하기만 한 어린 남매의 시선으로 바라본 어른들.  삼촌은 아이들이 가봉에가면 좋은 학교, 좋은 환경에서 자랄 수 있을거라고 한다.  아픈 부모에게도 약을 주고 집을 새로 지어준다고 한다.  남매들만 가서 양부모의 말을 잘 들으며 생활하면 얼마든지 부자가 될거라고 한다.  아이들은 삼촌의 말을 그대로 믿는다 하지만 삼촌이 잘못된 판단을 했다고 생각한 순간 모든일이 꼬이기 시작하며 긴박하게 진행되는 이야기는 읽으면서 대략 예약되는 진행이 약간 거부감이 들었던 부분 이었다.  호의와 사람좋은 가면을 쓴 어른들의 실체를 알아가는 남매들.

가슴 가득 자책감이 차올랐다.  내가 삼촌의 죽음을 막기 위해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 몰랐다 하더라도 내게도 책임이 있었다.  어쩌면 구타를 당해야 했던 사람은 삼촌이 아니라 나였을지도 몰랐다.  나는 나 자신이 혐오스러웠고, 빅가이, 양부모, 축구 코치 못지않게 나 역시 나쁜 인간으로 여겨졌다.  나는 나도 모르는 사이에 그들한테서 사악함을 배운 것 같았다.  나는 적의를 갖고 있으면서도 미소 짓는 법을 배웠다.  - p194

 

<이건 무슨 언어지?>

짧은 단편이었지만 늘 함께하던 단짝 두 어린 소녀가 어른들의 종교 갈등 때문에 만날수 없게 된 뒤에 마음을 어떻게 전달하며 대화를 나누는지 보여주는 동화같은 따스한 이야기였다.

 

<럭셔리 영구차>

열여섯살 무슬림 청년이 종교내전의 발발로 아버지 고향인 남부로 피신하기 위해, 신분을 위장한 채 그리스도교 사람들로 가득찬 '럭셔리 버스'를 타고 가면서 겪는 일을 담은 이야기.   좁은 버스안에서 다양한 인간 군상을 통해 서로 죽고 죽이는 극한의 상황에서 평범한 인간이 어떻게 변할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목적지까지 무사히 도착하기 위해 자신의 정체를 숨겨야하는 열여섯 살 무슬림 청년.  버스가 출발하기까지 온통 신경을 바짝 곤두 세우고 가족사를 회상하면서  무사히 목적지까지 도착하기 위해서 고분군투하는 소년의 내면이 너무나 안타까웠다.

 

<부모님의 침실>

제일 묵직하게 다가왔던 단편이었다.  1994년 르완다에서 3개월 동안 약 80만 명이 야만적으로 살해된 르완다 내전을 배경으로 한 단편이라고 한다.

부족을 다른 부모를 둔 어린소녀 모니크는 단지 부족이 다르다는 이유로 서로를 죽이는 참혹한 살상과 폭력을 목도한다.  딸이 광포한 사람들에게 죽음을 당하지 않기위해 엄마가 어린 딸에게 당부하는 말 "같은 종교를 믿는다고 말해", 이는 "한편 이라고 말해"라는 뜻이 된다고 한다.  같은 종교를 믿지 않는다는 이유로 죽임을 당해야했던 엄청난 종교분쟁.  어린아이의 시선으로 기술된 그 현장들은 아이의 시선으로 바라보기엔 차마 참혹하고 잔인한 것이어서 더욱 마음이 아팠다.  

 

그동안 아프리카 아이들의 이야기는 그동안 여행에세이에서 간간히 만나왔다.  그리고 유니세프 후원을 하면서 정기적으로 소식지를 보내오기에 가끔이나마 그곳 아이들의 소식을 전해듣는 정도였다.  <한 편 이라고 말해> 책 제목과 표지에서 느껴지는 느낌은 솔직히 그리 묵직하진 않았다.  하지만 책을 읽으면서 마음이 점점 무거워지고 급기야 잠시 쉬어 읽기를 반복했다.   아프리카 어린아이들이 처한 가난, 굶주림, 아동학대, 어린이 인신매매, 종교, 인종분쟁등의 참혹한 현실속에서 아이들이 살아남길 바라는 간절한 마음을 담은 문구가 아닐까 싶다.  모쪼록 그곳의 아이들도 문명의 혜택을 받고 꿈을 펼칠수 있는  환경에서 살 수 있는 날이 오기를 마음으로부터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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