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이 나서 - 152 True Stories & Innocent lies 생각이 나서 1
황경신 지음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1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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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하고 사라질 것들에 너무 무거운 마음을 올려놓지 않으려 한다.  내일이면 변할지도 모를 사랑을 너무 절실하게 전하지 않기로 한다.  아주 오래 생각했고 앞으로도 그럴 거라는 이야기는 꼬깃꼬깃 접어서 열리지 않는 서랍에 넣어두기로 한다.  그러던 어느 날 지나치는 걸음을 문득 멈추고 조금 건조하고 낮은 목소리로 가벼운 인사만을 건네기로 한다.  그것만으로도 나는 지나치게 많은 것을 드러낸 것 같아 부끄러워지고 미안해질 것이다.  생각해보면 어리석도록 깊고 처연하도록 아름다운 말이다.  생각이나서, 라는 그 말은... - 황경신

 

 

'황경신'이라는 이름 석자는 책보다는 온라인으로 떠도는 글들을 통해서 먼저 알게 되었다.  마음이 허 할때 찾아보고는 하는 글귀들에 정말 '아!'라는 감탄사가 들어갈 정도로 내 마음을 표현한 것 같은 글이면 그 중 황경신 작가의 글이 있곤 했다.  가끔은 어떻게 이런 글을 쓸 수 있을까?  이렇게 함축적이고도 마음에 와 닿아 절절하기까지 한 글을 하며 언젠가 그녀의 책을 꼭 찾아 읽어보겠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지난해 연말 그녀의 신간을 온라인 서점을 검색하던 중 보게 되었다.  두 번 고민할 것도 없이 지인 몇 분께 선물하고 나도 지인에게 연말 선물로 받게 되어 읽게 되었다.  연말을 보내며 읽어야지 생각하고 있었는데 어쩌다 보니 새해를 맞이하며 펼쳐들게 된 책.. 그런데 생각했던 것만큼 가볍게 다가 오지 않는다.  아니 글이 눈에 잘 들어오지 않았다는게 맞을 것 같다.

 

 

이토록 무수한 반복.  이처럼 무수한 반복. 이렇게 무수한 반복, 같은 생활이고 삶이다.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우리도 저 네개의 음을 무수히 반복하고 있는 것이다.

일어난다.  먹는다.  일한다.  잔다.

소유한다.  사용한다.  낡는다(또는 가치가 사라진다).  버린다. 

떠난다.  머무른다.  이별한다.  돌아온다.

만난다.  사랑한다.  헤어진다.  잊는다.

좋아한다.  미워한다.  후회한다.  아무 상관없어진다.

삶의 수많은 노래들.  각 노래마다 반복되는 지속저음들.  그 위에 우리는 새로운 변주를 시작한다.  저음이 지속되는 한, 변주도 지속된다.  어떤 것은 아름답고 어떤 것은 추하다.  하나의 변주가 아름답다가 추해지기도 하고 즐겁다가 슬퍼지기도 하지만 대체로는, 쓸쓸하다.....중략.....저 모퉁이를 돌면 새로운 무엇인가가, 누군가가 기다리고 있을 수도 있지만, 그러나 그리하여 결국은...마지막은 마이너로 끝나는 것이다.  인간이란 죽음을 피할 수 없는 존재니까.  나도 그리고 당신도. <무수한 반복> /p133

 

 

사진이 많은 에세이였기에, 그리고 그녀가 생각날 때마다 끄적인 글들이라 편하게 읽을 수 있을거라 생각했다.  시작부터 눈으로 읽어지는 글이 아닌 마음과 머리로 생각하며 읽어야 했던 글이라고 할까?  연초를 맞아 가볍게 읽으려고 마음 먹었던게 큰 걸림돌이었을까?  어쩌면 작가의 감성이 나와 같기를 마음먹고 들었던 책이어서 약간의 반발심이 작용했을지도 모르겠다.  간혹 글이 되기 위해 쓰여졌다는 느낌의 글을 마주할 때면 살짝 책을 덮어두었다 들기도했다.  에세이를 읽다 보면 가끔 이런 느낌을 들때가 있다.  왜일까?  마음으로 전해져야 한다는 강박관념 같은게 무의식에 자리 잡고 있는걸까?  읽으며 답답하게 안 읽어지곤 할 때면 책 속의 사진들만 보기도 했다.  개인적으론 글보다 사진이 더 마음에 들었던 책이라고 해야 할 것 같다.  사진은 인물이나 특정 장소만을 찍는거라 생각해왔는데 소소하게 지나치는 일상까지 담아낸 저자의 사진은 때로는 글보다 많은 이야기를 해주는 것 같아 좋았다.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어떤 사람을 만나느냐 하는 것, 이라는 말에 나는 열렬히 동의한다.  또한 인생에서 중요한 것은 어떤 사람을 만났을 때 그와 나는 어떤 시기에 놓여 있는가, 어떤 길을 가고 있는 중인가, 라는 것이라고 할 수도 있다....중략.....나는 내 인생에서 중요한 사람들을 이미 만났고 앞으로도 만날 것이다.  나는 그를 만날 준비가 되어 있었던가.  앞으로 누군가를 만났을 때 그와 동행하거나 그를 따라갈 충분한 자격을 갖추고 있는가.  그러니까 문제는 내가 오늘 어떻게 사느냐, 하는 것이다.  좋은 방향으로 가면, 좋은 사람을 만나게 된다.  /p157-159

 

 

사진이 많은 에세이를 즐겨 읽는 이유는 글과 사진으로 하여금 따스함을 느끼고자 해왔음 이었나보다.  나만의 생각을 글로 남길 수 있다는 건 분명 멋진 일 인것 같다.  글을 갈무리하며 책을 다시 보니 포스트잇이 많이도 붙어있다.  다시 한 번 읽어보고자 하는 글들을 표시하고자 붙이기 시작했는데 내 마음이 이 열리질 않았던 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시간이 조금 흘러 다른 장소 다른 시간에 이 책을 다시 읽게 된다면 지금의 감상이 조금은 달라질까?  그건 알 수 없지만 그녀가 끄적인 152개의 진실과 거짓말들을 내 입맛에 맞게 읽고자 했지만 끝내 조금은 아쉬운 마음으로 책장을 덮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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압구정 소년들
이재익 지음 / 황소북스 / 201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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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익이란 작가를 <카시오페아 공주>라는 책의 제목을 통해서 처음 알게 되었다.  그보다 컬투쇼의 PD로 더 유명한 분인 것 같은데 라디오를 잘 듣지 않다보니 그런가보다 할 뿐이고, 책은 표지나 책의 제목 간단한 설명을 보고 구입하는 경우가 많아 책의 제목, 표지가 내 취향과는 너무 멀기만 했던 <카시오페아 공주>는 패스하고 『압구정 소년들』이라는 책을 통해 작가의 글을 처음 만나게 되었다.  책의 제목과 달리 책의 표지는 샤갈의 그림이다. '도시 위에서'라는 이 그림은 샤갈이 아내 벨라와의 신혼생활 중에 넘치는 행복감을 담아낸 작품이라고 한다.  책의 제목과 약간 매칭이 잘 되지 않는 듯 하지만 신비감? 같은게 느껴진다.

 

 

누구나 다 욕망을 갖고 있다. 자기 능력만큼 욕망을 실현하고 그 과정에서 쾌락을 느낀다. 그런 메커니즘을 흔히 ‘사람 사는 맛’이라고 표현한다. 자기 능력보다 더 큰 욕망을 버리지 못하면, 즉 분수에 맞지 않은 욕심을 내면 문제가 생긴다. 무리한 방법을 택하면서 결국 자기 자신을 해치게 되는 것이다. 세상사의 골치 아픈 문제 중 90퍼센트가 그 괴리에서 생긴다. 방법은 두 가지다. 욕망을 내려놓거나 능력을 키우거나. 그 중간 어디쯤에선가 타협해야 한다. /p115-6

 

 

가벼운 마음으로 책을 들었지만 그냥 가볍지만은 않다.  인기 여배우의 죽음으로 시작하는 이야기의 시작은 지난해 세상을 안타까운 소식이 많았던 화려하게만 보이는 연예인들의 이면 모습들은 사건 사고가 많았던 연예계를 뒤돌아보게 해서 씁쓸하고 안타깝기도 했다.  갈수록 낮아지는 아이돌의 데뷔 연령과 그 화려함 뒤에 감추어진 연예계 이면의 세계들은 과연 이런 현상들이 바람직한 것인지를 생각해보게 하기도 한다.  방송가의 이슈들이나 사건진행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묘사되는 과정들은 PD의 경력이나 현장에서의 이야기들을 '적절한 수위'까지 잘 다루어서인지 얼핏 생각나는 사건들과 대략 매칭해가며 읽어나가기도 했다. 

 

이야기의 화자인 30대 중반의 남자가 바라보는 현재와 18년전 '압구정 소년들' 이었을때의 이야기들도 현재와 회상신을 오가며 적절히 잘 매치되고 있어 이야기의 전반적인 흐름도 빠르고 좋았다.  책에 등장하는 헤비메탈 그룹들의 소개들은 음악PD답게 전문가에 가까운 소개들을 하고 있으며, 헤비메탈에 대한 음악적인 지식이 많지는 않지만 책에 표현 되고있는 음악적인 흐름만 봐도 시대별 음악연보를 보는 듯한 재미도 느낄 수 있을것 같다.   경제적으로 넉넉한 환경에서 성장한 '강남 키드'들의 성장 소설이기도 한 이야기의 진행이 빠르게 진행되어 지루할 틈이 없다.  흥미진진하게 진행되다가 결말이 약간 영화같다고 해야할까? 살짝 아쉬운 부분도 있었지만.......결국은 사랑이야기 였던 걸까? 싶은 결말도 재미있으니 그걸로 됐다고 생각한다. 

 

 

열여덟 살에 인생에 대해 뭘 알 수 있을까?  정확히 그때보다 두 배로 나이를 먹은 지금, 서른여섯 살에도 인생에 대해 확신할 수가 없다.  아직도 잘 모르겠다.  어떻게 사는 게 잘사는 건지, 사랑은 어떻게 해야 하는 건지, 나와 주변과의 관계는 어떻게 맺고 어떻게 끊어야 하는 건지, 나는 아직도 알지 못한다. /p61

 

 

한 때 연예가 소식에 귀를 쫑긋세우고 잡지를 뒤적이기도 하며 그들의 이야기에 열을 올리곤 했던 시절도 있었다.  책을 읽으며 그 시절 연예가 소식을 접하는 기분으로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다.  전체적으로 깔끔한 구성과 이야기의 흐름도 좋았고,  한국형 엔터네인먼트 소설의 신기원을 보여주고자 했던 작가의 시도도 성공한 듯 하다.  주변 지인들의 추천으로 읽기를 시작한 책이었지만 이재익 작가의 다음 소설들도 기대해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 책이었다.  책은 재미있어야 하고 읽는 이로 하여금 그 재미를 느낄 수 있게 해야한다고 생각한다.  이 부분에 있어서 이재익이라는 작가를 알게 되어 무한 기쁜 책이라고 손꼽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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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말라야의 선물 - 커피향보다 더 진한 사람의 향기를 담은 눈물겹도록 아름다운 이야기
히말라야 커피로드 제작진 지음 / 김영사 / 201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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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향은 어린 기억에도 그냥 좋았던 것 같다.  커피는 어른들만의 음료라는 생각에 더욱 강한 동경을 갖게 되었던 것 같다.  커피를 한 모금이라도 마실 수 있을까 해서 커피를 드실때면 곁에 꼭 붙어있고는 했었다.  그러다 고교 진학을 하면서 시험공부를 한다는 핑계로 시험기간에만 커피를 사발로 들이킬 수 있는 핑계거리를 찾았고 그때부터 커피에 대한 연구를 나름대로 조금씩 해 왔다.   같은 믹스커피라도 이 커피는 따뜻하게 마시는게 더 맛있고, 이 커피는 아이스커피로 물을 좀 적게 넣어 마시는게 맛있고 등등 나름의 레서피를 만들다가 프림이 싫어져서 블랙커피로 바꾸기 시작했다.   그러다 사회생활을 시작하면서 부터 커피의 황금비율이 있다는 걸 선배들에게 전수 받기 시작했고 본격적인 커피에 대한 입문은 비서일을 시작하면서 부터 였던 것 같다.

 

 

10여년 전 증권회사라는 곳이 어떤일을 하는지 대략적인 짐작만가지고 입사해서 근무하던 중 본사로 자리를 옮겨 '비서'라는 업무를 새로이 시작하게 되면서 커피에 대한 관심을 조금 더 갖게 되었다.  당시 원두커피를 이용해 커피를 추출하는 커피메이커를 임원실에서 사용중이었으나  커피메이커 커피는 금방 내렸을때는 괜찮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쓴맛이 강해져 커피 본연의 맛을 찾을수가 없었다.  그래서 커피메이커는 사라지고 핸드드립을 본격적으로 하기 시작했는데 뭐~ 지금 생각해보면 인터넷도 찾아보고 커피 판매하는 사이트나 카페에서 물어보기도 하며 재미를 가지고 열심히 추출했었던 것 같다.  당시 함께 근무했던 직장 동료들도 커피를 좋아하고 관심도 많았던지라 이것저것 구입해서 맛있는 커피를 찾아보기도 하고 커피 뿐만이 아닌 다른 차종류에도 관심을 갖게 되었던 것도 그 시기 즈음이었다.  그러다 건물 1층에 스타벅스가 입점하면서 커피에 대한 탐닉은 브랜드로 넘어갔던 것 같다.  브랜드 커피라 더 맛있다고 생각했고 한 달이면 적지 않은 돈을 매일 커피 마시는데 투자하기도 했다.   생각해보면 믹스, 커피메이커, 핸드드립, 프렌차이즈 커피까지 지나오며 커피에 대한 생각이나 입맛도 조금씩 바뀌어왔던 것 같다.

 

 

사람과 사람이 만나는 자리에 커피가 빠지지 않는 요즘인 듯하다.  모닝커피, 식후 커피 한 잔, 또는 만남의 매개채로 끼게 되는 커피... 이렇게 커피가 우리 일상에 밀접하게 자리잡으면서 커피믹스 시장에도 많은 종류의 커피들이 꾸준히 개발되어 출시 되고 있고, 대형 카페 프렌차이즈들도 많아지고 있는 추세이다.  이 커피 한잔의 가격은 2천원 대에서 많게는 1만원을 호가하기도 한다.  그 가격의 차이는 무엇일까?  인테리어, 유통과정, 인건비, 재료 기타등등이겠지만 커피에서 가장 중요한 재료인 원두의 재료는 그 비중을 얼마나 차지할까?   우리가 카페에서, 또는 집에서 핸드드립이나, 모카포트등 기구들을 이용해서 마시게 되는 원두 커피는 어떻게 우리에게 까지 오는 걸까?  이런 것들에 살짝 관심을 갖게 될 즈음 '공정무역'이라는 말을 접하게 되었다.  그때가 97년 북카페 일일 봉사활동으로 '아름다운가게' 를 갔다가 [Fair Trade coffee 히말라야의 선물]을 만나게 되었다.  관계자분께 공정무역 커피에 대한 설명을 잠깐 들었지만 인상 깊었기에 한동안 아름다운 가게에서 티백으로 판매하는 원두커피들을 구입해서 지인들께 선물하기도 하고 집에서 마시기도 해왔었다.

 

지난해 내게 살짝 먼 꿈같았던 커피를 공부하는 시간들을 경험했고 공부를 하며 커피에 대해 더 많은 생각들을 하게 되었다.  그러던 중 『히말라야 커피로드』라는 책을 만나게 되었다.  히말라야에서 커피나무를?  문득 생각이나 방에가서 찾아보니 내가 쟁여놓고 있던 원두티백 커피 [히말라야의 선물] 원산지가 네팔 아닌가... "우리가 마시는 커피는 어디에서 왔을까요?" 라는 물음에서 시작한 이 여정은 커피의 유명 산지들이 아닌 네팔로 가게 되었을까?  실제로 네팔에서 생산되는 많은양의 유기농 재배 커피들이 우리나라로 들어오고 있으며,  커피농사를 짓는 농부들에게 정당한 몫의 이윤을 돌려주는 공정무역 커피라고 한다.  

 

 

히말라야가 품고 있는 말레마을은 그 길이 쉽게 닿을 수도 없는 곳에 위치하고 있다.  해발 2,000미터에 자리한 말레 마을은 대중교통이 들어갈 수 없기에 마을 근교에 내려서 꼬박 한시간을 걸어야 만날 수 있는 마을.   커피나무가 성장하기에 최적의 환경을 가지고 있는 말레마을은 하늘이 점지한 커피마을이라고 한다.  마을 주민은 11가구가 전부인 이 마을은 모두가 커피 농사를 짓는 어엿한 농부들이기도 하다.   




사는 형편이 저마다 다르다 보니 하루 한끼 식사를 걱정해야 하는 집도 있고,  14살의 어린나이에 공부를 하면서 커피 농부의 꿈을 키우는 아이,  공부를 하지 못해 글을 모르는 탓에 커피 농사를 지으며 실패와 좌절을 겪어야 했지만 막내아들에게 글을 배우며 아이들은 꼭 공부를 다 시키고 싶다는 꿈을 갖기 시작한 아버지등 책을 읽으며 만나는 이들의 사연이 너무나 안타까웠다.   너무 가난해서 커피나무 농사는 꿈도 꿀 수 없었던 이들에게까지 기회가 주어지는 기적이 일어난다.  한국의 공정무역 단체 '아름다운 커피' 에서 말레마을에 커피 묘목 3천 그루를 지원하겠다는 의사가 전해진 것이다.  커피나무를 키우면서 시련도 많았고 결코 쉽지 않은 일이었지만,  그들에게 커피 나무는 공부를 할 수 있게 해주는 희망이고, 가족이 모여 살아갈수 있게 해주는 희망이며 보다나은 미래를 꿈꿀 수 있는 꿈의 나무 인 것이다.   그들에게 공동 묘목장이 생기고 3천그루의 커피 묘목이 들어오던 날 그들에게는 3천 그루만큼의 희망이 생긴 것이다.  공동 묘목장의 관리를 자처하고 나선 학구파 열혈농부 이쏘리가 커피묘목을 향해 잘 자라달라고 기도하는 모습은 경건하기까지 하다.  부디 3천 그루의 커피 나무들이 잘 자라서 그들의 꿈과 희망에 보탬이 되어주길 바란다.

 

고가의 로스팅 기계나 분쇄기가 없어도 상관없었다.  오히려 옥수수를 볶던 프라이팬에 볶아낸 원두는 더 고소했고, 돌절구에 갈아낸 커피는 더 진한 향기를 내뿜었다.  사실 우리는 이제껏 커피를 비싼 로스팅 기계에서 볶아야 맛이 있는 줄 알았다.  하지만 이렇게 프라이팬에 볶는다 해도 커피 맛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커피는 이미 산지에서 여물 때 맛이 결정되는 건 아닐까. /p169

 

 

커피를 재배해서 판매하기만 했던 말레마을의 커피농부들이 처음으로 바리스타가 되어 커피를 맛보던날, 비싸고 좋은 로스팅 머신은 아니었지만 매일 사용하는 화덕에서 옥수수를 볶던 프라이팬에 볶아지는 원두의 향은 어떤 커피맛일지 궁금해졌다.  그들이 더 많은 커피나무를 수확하고 품질이 좋은 원두를 생산하기 위해서 찌아를 마시는 시간보다 모여서 커피를 마시며 쉬는 시간이 더 많아지지 않을까? 




  "커피 한 잔 하자" 라는 말을  하며 이들을 한 번쯤은 떠올려 주기를 내가 마신 공정무역 커피 한 잔이 희망으로 심고, 키우고 가꾼 그들이 꿈에 조금더 가까이 다가 설 수 있게 해주지 않을까?  무심코 마신 커피한 잔에 이렇게 많은 이들의 꿈과 희망 정성, 땀과 눈물이 담겨 있음을 어쩌면 이내 잊고 지나갈지도 모른다.  "공정무역"에 조금더 관심을 갖고 나부터 참여한다면 그들의 꿈에 조금이라도 보탬이 되어주지 않을까?   <히말라야 커피로드>는 제작진 전원의 재능기부로 만들어진 EBS다큐프라임 3부작 프로그램이었다고 한다.  책장을 덮고나니 더욱 궁금해져서 찾아서 보려고 한다.  2011년 한 해도 많은 분들이  커피 한 잔의 기적에 동참해 보시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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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 분야 주목할만한 신간 도서를 보내주세요

 

 제목도 책표지도 너무 예뻐서 그냥 지나칠 수가 없었다.
일러스트 정아님은 지난해 [당신의 빨간고래는 안녕한가요?]를 통해서 친숙해진 작가이기도 하다.  그녀의 감성적인 그림, 글에 반해서 주변지인들에게 '빨간책'이라는 별칭으로 불리며 선물하기도 했던 책이었다.
그런 그녀와 여행과 글에 대한 필력이 남다르신 명로진 작가와의 만남은 '연애'라는 주제가 아니었어도 기대해 볼만한 책이 아닐까?
여행, 사랑, 연인, 일러스트 등이 만나 한 권의 책으로...

 

방송작가들의 에세이가 더 많은 공감을 갖게 하는건..
일상 가까이 방송으로 접하면서 글을 쓰는 이들이기 때문일까?
그동안 만나왔던 방송작가들의 개인적으로 내게 기본이상은 되었던 책인것 같다.
책 제목부터가 마음을 이끄는 <집나간 마음을 찾습니다.>  제목만으로도 공감가는건 어쩔것인가... - -'' 
 


 

 글을 매일 읽고, 매일 쓰신다는 김연수 작가..
아직 김연수 작가의 글을 읽어보지 못했기에 그의 작품이 더욱 궁금해진다.
매일 읽고는 있지만.. 매일 글쓰기는 실천을 못하고있는데..
어떤 감성들을 만날 수 있을지 기대되는 책이기도 하다..^^ 
 

알라딘 신간 평가단 활동을 하게 되면서..

새로 시작하는 달마다  해당 활동 분야의 추천도서라는 활동을 해보게 되었다.

처음엔 귀찮기도 하고, 그냥 보내주시는 책 읽고 리뷰 써도 될텐데 라는 생각도 했는데..

공통 관심분야에서 함께 활동하시는 리뷰어들이 추천한 책들을 수렴해서..

알라딘에서 그 내용들을 추려 선정한 2권의 책을 선정해서 함께 읽고 리뷰 쓰는 과정들이

이제야 익숙해지고 즐기게 되는 것 같다.

 

2011년 새로운 한 해를 시작하는 날이라 그런가?

올 해도 많은 책들이 출간 될 것이고~

많은 독자들과 만날 것이고~

그 중에서도 편독이 심한 나는 읽고 싶은 책들만 골라 읽겠지만..

올 해는 더 많은 좋은 책들을 만나고 싶다는 생각을 해보고..

또~ 책 욕심도 줄여서 깊이있는 책읽기를 해보자는 다짐도 해보게 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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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소 2011-01-05 17: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까망머리앤님 반갑습니다~ 에세이에서 활동하는 서평단 아빠소입니다 ^^
저 역시 처음에는 귀찮은 마음이 앞섰는데 지금은 내가 추천한 책에서 몇권이 선정될까~
하는 기대감에 즐거운 마음이랍니다.
다름이아니라...1월에 추천하는 도서는 전달에 출간된 책들중에서 고르는거랍니다.
페이퍼 공지나갈때 자세히 보시면 언급이 되어있구요. 이번에 추천해주신 책 세권중에
두권이 2011년 1월 신간이네요. 요 책들은 대상에서 제외된답니다. 그냥 넘어가려다
모르고계신듯해서 살짝 알려드려요~ 제가 너무 오지랖이 넓은건가요? ^^;;

까망머리앤 2011-01-05 21:10   좋아요 0 | URL
*^^*
아빠소님 반갑습니다~~~
1월이 되자마자 작성해놓고 글이 뜨자마자 올린거라..
날짜가 크게 걸릴까 싶어서 그냥 올렸습니다~ ^^
알라딘 지기님께도 문의글을 보냈답니다~
알려주셔서 감사해요.. ^^

향기로운이끼 2011-01-07 21: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안녕하세요?
요맘때쯤 되면 어떤 책들을 올리셨나 궁금해서 들리게 되네요.

까망앤 2011-01-07 21:37   좋아요 0 | 수정 | 삭제 | URL
감사합니다~~ *^^*
이달에 추천한 책들도 기대되는 책이라~
저도 어떤 책을 읽게될지 궁금해지네요~

새해 복많이 받으시고 건강하세요~ ^^
 
보테로 Taschen 베이직 아트 (마로니에북스)
마리아나 한슈타인 지음, 한성경 옮김 / 마로니에북스 / 201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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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들어 국내에 해외 작가들의 작품전시가 많아지고 있는듯 하다.  그만큼 선택의 폭도 넓어진 것이고, 또 다양한 작품을 국내에서도 감상 할 수 있다는게 매력적인것 같다.  생각할 일이 있거나 마음이 복잡할 때면 조용한 전시관을 홀로 거니는 느낌이 좋아 가능하면 오픈 시간에 방문하고는 한다.  라디오 가이드를 들으며 그림을 감상하고 있을 때면 그냥 그 자리에 있는 것만으로도 '휴식을 하고 있구나'라는 기분을 갖기 시작한 건 얼마되지 않은 습관중 하나이기도 하다.   지난해 9월 동글동글하고 선명한 색채감, 미술전시회를 보러 간다는 느낌보다 그냥 가벼운 마음으로 '페르난도 보테로' 전을 갔었다.   전시회라고 하면 왠지 그림에 대한 지식이나 그 작가에 대해 공부를 하고 가야할 것 같아서 찾아다니진 않았었다.  보테로 전은 학교숙제 이후로 처음 내 발로 찾아갔던 전시회로 기억한다.  문화생활과 얼마나 높은 담을 쌓고 있었던건지... 그동안 전시회라는걸 너무 어렵게만 생각하고 있었던 것 같다.  그런 전시회에 쉽게 발걸음을 할 수 있게 해주었던 계기가 보테로의 동글한 그림과 색채감이 아니었을까?  과장되거나 지나치게 외소해 보이는 그림들, 전시회장에서 이어폰으로 그림에 대한 설명을 들으며 전시회장을 다 돌고 나왔을 때의 느낌은 처음 들어갔을 때 밝고 경쾌한 느낌만은 아니었다.  그당시 TV광고를 많이 하기도 했었고 밝고 경쾌한 나래이션 음악과 그림이 각인되어서 그 이미지만을 생각했기 때문이었을까?

 

그가 그림을 그리며 가장 많이 받는 질문 중 하나가 "왜 뚱뚱한 사람들을 그리나요?" 가 아니었을까?  그럴 때마다 보테로는 같은 대답을 반복한다고 한다.

 

"아니오, 나는 뚱뚱한 사람들은 그리지 않습니다."

보테로는 늘 미술의 고요함을 찬탄했다.  그것이 그에게 이집트 조각같은 무한의 느낌을 주었다.  그의 그림에 상당한 서사가 담겨있기는 하지만, 화면 속에서 운동감은 얼어붙은 듯 굳어 있다.  무엇보다 이런 특질은 인물들의 기념비성, 그들이 점령하고 있는 공간과의 관계에서 비롯된다.  그들의 몸집은 너무 거대해서 움직일 수 없을 것만 같다.  살가죽은 풍만한 체구를 덮기 위해 잔뜩 부풀어 있는 듯 보이며, 개개인을 한정짓는 벽들 또한 인물의 주변에 빠듯하게 다다라 있는 것처럼 보인다.

 

 

 그림의 풍부한 표현, 그리고 그림자가 색깔을 지저분하게 한다는 이유로 그의 그림들엔 그림자를 그리지 않는다고 한다.  그의 목표는 늘 "색채가 가능한 유익하게 스스로를 드러낼 수 있는 표면을 만들어 주는 것이다". 라고 했고 이 글을 읽고 그의 그림들을 하나씩 다시 살펴보니 정말 그런 것 같다.  그의 작품들을 만나기 전에 이 책을 먼저 읽었더라면 조금 다른 생각을 할 수 있었을까?  책의 작품들 속에도 작년 전시회에서 만났던 그림들을 만나 볼 수 있었다.  그림은 한 번 보는 것으로 그 작품에 대해 뭐라 이야기 할 수 없다는 걸 이 책을 통해 다시 알게 되는 것 같다.   전시회, 도록, 그리고 이번 책을 통해서 그의 그림을 4~5번정도 본 것 같지만 그림을 보며 느껴지는 감상은 달라지고 있는걸 느끼게 된다. 

 

 

도록처럼 생긴 얇은 책은 보테로의 작품들과 그가 작품생활을 하게 된 이야기부터 오늘날에 이르기까지의 작품 생활, 변화 과정들을 담고 있다.  콜롬비아 메데인 출신의 그가 거장의 그림들 단 한 번도 직접 보지 못하고 혼자서 미술을 공부한 건 어쩌면 미술적인 재능은 타고나지 않았던 걸까?  그가 자신의 고장을 떠나서 그림 공부를 하는 과정과 그림에 대한 이해, 변화들을 그의 작품들과 함께 보는 재미도 있었지만 그림이 실려있는 순서와 글의 이야기가 차이가 나서 앞,뒤로 넘겨보기를 반복하다보니 나중엔 몇 페이지 되지 않는 글을 읽으며 살짝 짜증도 나기 시작했다.  또 글이 워낙 다닥다닥 붙어 있다보니 한 번에 다 읽어내려 가기 보다 중간 중간 다른 책들을 읽어가며 쉬어갈 때 읽는 책으로 읽어갔었기에 다 읽을 수 있었던 것 같다.  물론 책의 제목이 그에 대한 이야기 라는걸 짐작은 했지만 그의 작품세계에 대한 일대기를 간략하게 작품과 버무려 만든 책같아서 차라리 그에 대한 작품들을 작품 초기부터 시대별로 정리하며 설명했더라면 조금 더 낫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해보았다.  물론 그림에 대한 이해도와 작가에 대한 관심보다 그의 그림에 대해 조금 더 알고 싶은 마음이 컸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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