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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티아고 가는 길
세스 노터봄 지음, 이희재 옮김 / 민음사 / 201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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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티아고에 관한 여행서는 많이 보아왔지만 이렇게 활자가 빼곡한 여행에세이는 처음 만난것 같다.  네덜란드를 대표하는 현대 작가인 '세스 노터봄'이 애착을 갖고 있는 스페인을 수차례 방문하며 보고 느낀 것을 정리한 글이라고 한다.  530여페이지에 달하는 두께감이 책을 읽기 전 살짝 망설이게 하지만 그동안 내가 읽어 왔던 에세이와는 다르다.  이것이 작가의 역량일까?  역사, 예술, 그리고 그 지역의 문학사까지 자칫 어렵거나, 지루할 수도 있는 이야기를 이야기하듯 자연스럽게 써내려 간 그의 글은 읽는 이로 하여금 그곳을 함께 거니는 듯한 기분을 느끼게 해주기도 한다.

 

 

내가 방금 한 백 줄로 간추린 역사가 여전히 현재형이라는 것이고, 글로는 쉽게 적어 내렸지만 그 모든 변화와 변형이 실제로 구체화 하는 데 여러 세기가 걸렸다는 사실이다.   알맹이는 그대로다. 그래서 돌바닥을 스치는 가죽신 소리가 또다시 들려오고 수도사는 내게로 다가와서 시간이 다 되었음을 알린다.  그는 거의 천년 전에 베네딕투스회 형제들이 입었던 옷과 똑같은 하얀 수도사복에 검은 어깨옷을 걸치고 있다.  시간여행은 가능하다.  나는 죽음과 재앙이 미치지 않는 타임캡슐을 타고 흘러간 중세의 밑바닥을 보고 왔다.  중세 사회는 이곳에 살아남았다.  중세 수도원의 생활 방식은 접시에 담긴 순수 배양균처럼 현대에도 살아남았다.  내가 가려는 곳은 바로 그런 중세의 세계다. /p23-24

 

 

 '산티아고' 는 여행자들 사이에서  많이 이야기하는 여행지 이지만 개인적으로 "꼭 가봐야겠다"라는 생각은 해보지 않았던 곳이기도 했다.   여행지에 대한 설레임이 없는 이유는 그 곳에 대한 역사적 지식이 없기 때문이 아니었나 하는 생각을 해보게 되었다.  노터봄이 산티아고를 가는 길은 단순한 여행이 아닌 그 길위에서의 역사, 이야기들, 그리고 건축양식과 미술등 그 길을 지나온 세월의 전반에 대해 자신이 느낀대로 전해주고자 한다.  그의 이야기를 읽고 있노라면 '천일야화'를 읽는 듯한 기분이라고 해야할까?  다음이야기, 다음 행선지가 궁금해서 책장을 덮을수가 없다.  가볍거나 얇은 책이 아님에도 꿋꿋이 지하철을 타고 다니며 읽느라 팔에 알이 배겨주셨다는 후문이.. ^^   스페인이라는 나라에 대한 막연한 동경만 있었을 뿐 더 알고자 하는 노력은 해보지 않았는데, 그의 글로 만난 스페인의 복잡한 역사를 접하고 나니 왠지 더 매력적인 나라같다.  그가 왜 스페인에 그토록 푹 빠지게 되었는지 조금은 알 수 있을것 같았다.

 

 

일어난 것, 그것이 역사다.  너무나 깨알 같아서 제대로 크기를 잴 수조차 없는 파편들의 집적.  냉엄하고 완강한 사실들만이 살아남아 날짜에 달라붙고 아이들은 이것을 외운다.  아니면 건물과 기념물에 달라붙는다.  우리가 손에 가이드북을 들고 기념물에 조심스럽게 다가서는 것은 그래서 인지도 모른다.  따지고 보며 기념물이라는 것은 과거의 집적을 이루면서 차곡차곡 쌓인 것들의 증거이니까.  /p181

 

여행자를 가장 우울하게 만드는 것은 재회의 기쁨에 언제나 섞여 드는 딱 꼬집어 말하기 어려운 느낌이다.  처음 본 뒤로 늘 오고 싶었던 곳이 나 없이도 잘만 있었다는 느낌, 그래서 그곳을 정말로 가까이 붙잡으려면 영원히 그곳에서 눌러 살아야만 하지 않았을까 하는 느낌.  하지만 그때의 나는 나일 수가 없다.  그때의 나는 집에 붙어 있는 사람, 정착인이 되어 버린다.  진정한 여행자는 갈등에서 자양분을 얻는다.  그는 끌어안기와 놓아 주기 사이에서 번민한다.  헤어짐의 쓰라림은 그의 존재의 본질이다.  그는 어디에도 속하지 않는다. /p529

 

 

역사이야기엔 재미를 느끼지 못한다고 할까?  그동안 개인적인 여행스타일은 특정 지역만 알아보고, 다니기에 유명한 유적지가 아닌 이상 그 지역의 과거를 알아보려는 생각은 해보지 않았다.  노터봄의 여행기를 읽고 있다보면 그동안 내가 읽어왔던 사진이 많고 현장의 정보를 중요시했던, 또는 역사보다는 여행가들이 겪었던 재미있는 에피소드를 기대했던 이야기들과는 다르다는 것을 느낀다.   노터봄의 이야기를 읽다 보면 단지 여행지의 정보만을 전하는게 아닌 역사,문화,예술,건축등이 함께 하는 여행도 즐거울 수 있구나 라는 걸 느끼게 해 주는 것 같다.   책에 실린 흑백의 사진들도 과거를 여행하는 듯한 기분이 들어 책과 잘 어울리는 것 같았고, 약간 아쉬웠던 건 앞에서 이야기를 쭉 읽어나가다가 이야기 하나가 마무리 되고 나서 사진들이 나오다 보니 글 따로, 사진따로 인듯한 느낌이라 맥이 살짝 끊어지는 듯한 기분이었다.  전체적인 구성은 한 단락이 끝날 때마다 사진이 수록되어있어 깔끔하다 라는 느낌이었던것 같다.  책을 읽으며 여행기를 이렇게 잘 쓸 수 있을까?  질투가 날 정도였다.   우리는 현재를 살고 있지만 우리가 살고 있는 오늘도 언젠간 과거가 될 것이며, 역사로 남을 것이다.  여행지에서 눈에 보이는 현재의 모습만을 보기 보다 그 하나 하나에 묻어난 세월을, 역사를 음미하며 여행하는 것도 또 다른 여행의 묘미가 되어 줄 것이다.   언젠가 내가 산티아고를 가게 된다면 여행안내서와 이 책도 함께 가리라 생각해본다.

 

 

"스페인은 유럽에 매달려 있지만 유럽이 아니다.  사람들이 다니는 길로만 가서는 스페인을 제대로 알 수 없다.  미로처럼 복잡한 스페인의 역사를 거닐어 본 적이 없는 사람은 스페인을 돌아다녀도 보고 느끼는 것이 없다.  스페인은 평생을 바쳐서 사랑해야 할 땅이다.  스페인이 주는 경이로움은 끝을 모른다. "  - 세스 노터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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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님의 주례사>를 읽고 리뷰를 남겨 주세요.
스님의 주례사 - 행복한 결혼생활을 위한 남녀 마음 이야기
법륜스님 지음, 김점선 그림 / 휴(休) / 201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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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결혼을 꿈꾸는 남녀에게 쏟아지는 축복 같은 조언

 

'스님의 주례사'는 결혼하지 않으시고 평생을 홀로 살아오신 스님이 결혼하는 남,녀를 위해 주례사를 하신다.  그리고 그 내용이 책으로 엮어져 나왔다고 해서 화제가 되고 있다.  책을 읽으며 보니 간혹 인터넷상에서 읽었던 글들도 눈에 띈다.  아~ 이분의 주례사 였구나 하며 읽어나가기를 1/3쯤 했을때.... 과연 결혼식장에서 그것도 평생을 함께하겠다는 사람들 앞에서 하셨을 주례사였을까? 하고 궁금해졌다.


 

행복은 결혼한다고 저절로 오는 것은 아닙니다.  결혼과는 상관없는 것입니다.  그러나 사람들은 혼자 살면 외로워하고, 같이 살면 귀찮아 합니다. 결혼은 혼자 살아도 외롭지 않고, 같이 살아도 귀찮지 않을 때 해야 합니다.  결혼은 혼자 살아도 외롭지 않고, 같이 살아도 귀찮지 않을 때 해야 합니다.  가장 바람직한 방법은 스스로 정진하고 수행을 해서 완전한 사람끼리 만나면 훨씬 관계가 부드러워집니다.  그때 비로소 결혼이 서로를 속박하지 않게 됩니다.  /p19

 

 

결혼을 앞둔 이들이 읽기엔 스님의 말씀은 좀 과격하다?, 세다? 고 느껴졌다.  결혼을 '가장 욕심이 많이 내는 거래'라고 말씀하신다.  사랑많으로 맺어진 경우는 극히 드물며, 인간관계중 이기심이 가장 많이 투영되어 맺어지는 관계가 부부 관계라고 하신다.  어쩌면 너무나 솔직하게 있는 그대로 말씀하시는 스님의 말씀에 마음이 불편해지기 시작했을지도 모르겠다.  결혼은 누구에게나 중요한 일생 일대의 선택이 아닐까?  그런 선택에 앞서 많은 생각과 계산, 또는 고민을 하는 건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법륜 스님은 배우자를 선택함에 있어 이 사람이 경제력은 있는지,  여러가지 조건을 들어 순위를 매기고 평가하고 고르게 되며 결혼해서 살면서도 그 계산이라는 것은 계속 된다고 한다.  나보다 괜찮은 상대와 결혼했을 경우 그로 인해 벌어지는 일들은 내가 그 상대를 선택 했을때 중점을 두었던 그 하나를 보고 수용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 이다. 

 

 

내가 행복하지 못한 것은 다른 사람 때문이 아니라, 어떤 상황에 부닥쳤을 때 어떻게 대응하느냐 하는 나의 문제입니다.  오르기 어려운 절벽을 맞닥뜨렸을 때 어리석은 사람은 거기서 좌절하고 절망합니다.  지혜로운 사람은 여기까지 온 것만으로도 기뻐하며 되돌아가든지, 아니면 어떻게 하면 절벽을 올라갈 수 있을까를 연구합니다.  여러 각도에서 연구하지 거기서 울며 주저앉지는 않아요.  /p71

 

 

좋은 이야기도 해주시지만 책을 읽어 나갈수록 과연 결혼식장에서 가능한 이야기인지, 아니면 미혼 남녀들을 위한 당부의 이야기인지 좀 집고 넘어가고 싶었다.  과연 결혼식장에서 이런 이야기들을 듣고 싶을까?  책장을 덮은 지금도 잘 모르겠다.  과연 '결혼'이란 무엇인지.  스님의 말씀 대로라면 책 속에 말씀하신 사례들 처럼은 살고 싶지 않고 지금 생활에 만족하며 사는게 몸도, 마음도, 건강에도 이로울지 모르겠다.  '행복한 결혼생활을 위한 남녀 마음이야기' 는 아닌 것 같다.  남,녀가 만나기 전에 각자 읽어보고 생각해보기도 하고 함께 이야기 해봐야 할 부분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지 않고서는 법륜 스님께서 말씀하시는 '결혼' 이라는 건 '수도자의 길을 걷기 위한 과정을 시작한다'는 기분이었으니까.  가벼운 마음으로 읽으려 들었다가 조금은 무거운 마음으로 내려놓았던 책이었다.  생각하게 해주는 글도 많았지만 그만큼 마음에 내려앉는 글의 무게가 무겁게 느껴져서 결혼을 앞둔 분들보다 젊은 미혼 남,녀들이 읽으시면 좋을 책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집착은 의지심에서 옵니다. 집착이 강한 것은 의지심이 강하기 때문이에요.  집착은 사랑이 아니에요.  그런데 사람들은 이것을 사랑이라고 착각하고 살아가기 때문에 괴롭고 힘듭니다.  /p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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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망머리앤 2010-11-24 00: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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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란
공선옥 지음 / 뿔(웅진) / 201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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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어가는 가을과 잘 어울리는 책 표지라 해야할까?  짙은 보라색 바바리 코트에 비닐 우산을 쓰고 어딘가 가는 듯한 여인의 뒷모습이 왠지 쓸쓸하고 안쓰러워 보여 손을 잡아주고 싶었던 마음이 들었던 책표지.  책의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나' 또는 '영란'의 삶의 모습은 평온하던 삶에 갑자기 닥친 불행으로 어떻게 살아야 할지 모를 인생의 기로에서 그 슬픔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이겨내는지를 담아낸 이야기이다.   남편과의 사이에 아이 하나, 어느날 사고로 아이가 죽고 남편도 얼마 지나지 않아 사고로 세상을 뜬 후 삶을 어찌 살아야할지 방황하던 그녀...

 

 

 어떻게 살아야 할지 갈피를 잡을 수 없었던 마음은 나도 모르는 새에 희미해지고 대신 그 자리에는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가 아니라 무엇을 해야 하는지가 자리 잡았다.  '어떻게'가 빠지고 '무엇'이 그 자리에 들어오면서 정말로 우리에게는 해야 할 일이, 하고 싶은 일이 어마어마하게 많아졌다./p117

 

 

그녀와 같은 상황이었다면,  아픔조차 제대로 표현되지 않았을 것 같다.  감히 그 아픔을 이해한다고 말하기도 어려울 것 같다.  하지만 무엇을 위해서 살다가 그 의미가 없어지고 난 후의 기분은 조금은 알 것도 같다.  한가지만 보고 열심히 달리는 삶을 살다가 그 목표가 없어 졌을때, 또는 이게 아닌가? 싶을 때 갑자기 커다란 구덩이에 빠져 헤어나오지 못할 것만 같은 기분?  그 자리를 대신할 다른 무엇을 찾기까지의 과정을 '영란'은 자신의 이야기를 통해서 조용히 들려주고 있다.  그녀의 이야기를 읽으며 나는 그동안 맞닥뜨린 슬픔을 얼마나 정면으로 자세히 마주 볼 수 있을까?  그 시간들을 회피하고자 노력만 했던 건 아닐까? 하고 생각해보게 되었다.

 

 

그녀의 힘겨움을 덜어주거나 이해해 주지 못해서가 아니라, 예의를 갖춘 이별을 하지 못해서 였다.  아주 오랜 시간이 지나면, 뒤늦었지만, 정중한 이별의 말을 할 수 있는 때가 올까.  그러나 그런 순간이 온다 해도 그때 하는 이별의 인사가 무슨 의미가 있을까.  그리고 또 한 사람, 황망한 이별로 어찌해야 할 바를 모르던 그 여자는 지금 어디에 있는가.  그 여자를 연민하는 것으로 모두에게 미안한 마음을 덜려는 수작인가.  그러나, 그저 아팠다.  자신이 아프니, 다른 이의 아픔이 비로소 아프게 다가왔다.  단지 그뿐이었다.  내 살이 아리니 다른이가 아려하는 것도 눈에 보였다.  위로받고 위로하고 싶어서가 아니라, 단지 그저 아파서, 가만히 있을 수가 없었다.  /p129

 

 

또 다른 등장인물 이정섭은 자신의 실수로 상처받은 가족들을 멀리 떠나 보내고 혼자 생활하며 가족에게 생활비를 보내며 생활하고 있다.  멀리 떠나있는 가족이 때론 원망스럽기도 했지만 자신의 잘못으로 상처받았을 가족을 생각하면 자신의 입장은 당연하다 생각하면서도 한편 조금은 서글프다.  어느날 아내의 편지를 받고 마음으로부터 그녀도, 자신도 용서하게 되면서 다른이의 아픔도 자신에게 아픔으로 다가오게 된다.  이정섭의 아내가 정섭에게 쓴 편지를 보고 '예의를 갖춘 이별'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되었다.  정중한 이별이란 그 순간 보다는 시간이 흘러야 가능하지 않을까?  예의를 갖춘 이별... 그녀의 편지를 읽으며 또 그의 마음을 읽으며 괜히 눈물이 흘렀다.  행복하지 않았던 사랑이 어디 있으며 아프지 않은 이별이 어디있을까?  매 시간 모두가 안녕하기를 그 순간이나마 진정으로 행복했기를...

 

 

"힘은 없어도 그래도 태어난 이상 살아야 하니까."

누가 상 줄 것도 아닌데, 누가 알아주는 것도 아닌데, 언제까지나 자신을 탓하면서, 자신을 자기가 미워하면서, 자신을 자기가 원망하면서 살아가기가 너무 힘들어서, 그래도 살아야 하니까, 결국 마지막에 선택한 것은 자신을 자기가 예뻐해 주는 것, 그뿐 이더라고. /p200

 

사람 마음의 움직임에도 비행길이나 뱃길처럼 정해진 항로가 있다면 얼마나 간단하겠는가.  그러나 마음의 갈래는 한 곳으로만 지어져 있지 않고 마음의 길 또한 한 방향으로만 나 있지 않으니 마음에 부는 바람인들 천변만화를 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p243

 

 

살면서 내가 의도하는 좋은 일만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지만 사람의 마음이 저마다 다르고, 또 무한한 변수가 가득한 삶을 살고 있으니 살다보면 내가 의도하지 않았지만 벌어지는 일들을 되고, 그 과정들을 이겨 내야하는 건 당사자들이다.  그 과정에만 정체되어있는게 아니라  새로운 인연들도 마주하게 된다.  그때 그 상황을 마주할 것 인지 피해서 돌아가야 할지는 본인의 선택이겠지만 그 선택으로 인해 오는 결과들은 감수해야 할 본인들의 몫이 아닐까?  간혹 내가 의도하지 않았던 흐름이었다 하더라도 내게 닥친 슬픔이라면 피하지 않고 내 마음에 이는 변화들을 마주하며 그 변화들까지 사랑할 수 있는 마음의 크기로 커져 가기를....

 

 

세상을 살다 보면 울컥하는 순간들이 있고 바로 그런 순간들이 사람들로 하여금, 끝끝내 미움보다는 사랑을 선택하게 하는 지도 모를 일이다.  /p235-6

 

 

어쩌면 좋은일들 보다 힘든 날들이 더 많은 인생일 지도 모른다.  하지만 순간의 행복한 순간들이 있기에 그 순간들의 추억, 기억으로 살아가는 힘이 되어 주는건 아닐까?  비록 오늘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더라도 언젠가 다시 내게 올 행복의 순간들을 위해 지금 조금 힘겨운 순간들, 그로 인해 내 마음에 이는 미움쯤은 조금 더 큰 마음으로 사랑해 줄 수 있기를 바래본다.  한 여자와 한 남자의 각기 다른 인생, 각기 다른 이야기 그러나 행복이나 슬픔의 기준은 절대평가가 아닌 상대평가가 아닐까 라는 생각도 해보게 되었다.  내 아픔이 상대방의 아픔보다 덜하다고 느껴졌을때 '아 그래도 나는 저 사람보다 행복한 삶을 살고 있구나' 하며 만족하게 되는 것이 아닐까?  목포지방 특유의 사투리나 지역적인 이야기들이 익숙하지 않아 잠시 주춤하기도 했지만 그들의 이야기가 녹아들어 자연스럽게 다가왔고 일상의 억지스러움이 묻어 나지 않아 편안하게 읽었던 이야기였다.  책장을 덮으며 주르륵 흘러내리던 눈물이 무엇 때문인지 지금도 설명할 길은 없지만 읽어가며 마음에, 눈길이 닿는 글들이 많아 마음을 차분하게 다독였던 이야기 였던 것 같다. 

 

 

가만히 응시하면서, 제 마음에 이는 변화를 사랑하기를

그 사랑의 기운으로 그의 삶이 늘 아름답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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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근두근 서울산책 - 쉽고 가볍게 즐기는 서울 걷기 여행 레시피 38 동네 한 바퀴 시리즈 1
이하람 지음, 이동천 사진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10년 11월
평점 :
일시품절


 

 

책의 제목을 보고 두근거렸다.  가볍고 쉽게 즐기는 서울 산책, 하지만 몰라서 못가는 경우가 더 많았고 다른 분들이 다녀오신 사진을 볼 때면 ’나도 가보고 싶다’ 라는 마음만 앞섰지 찾아보기 귀찮기도 해서 그냥 구경만 하고 넘어가는게 대부분이었는데 한 권의 책으로 서울 산책을 테마별로 만나볼 수 있다니!!  그리고 책의 저자 이름이 낯설지가 않아 작가의 이력을 살펴보니 올해 초 읽었던 『그 여자의 여행가방』  이하람 작가시다.  그녀가 세계여행을 떠나기 전 그녀의 아버지가 손수 그려주신 여권케이스가 기억에 남았었는데 그녀의 두 번째 책인 ’서울 산책’은 부제도 ’동네 한바퀴 시리즈1’ 이라고 되어 있어 동네 이야기처럼 친근감도 든다.



책이 왜 이리도 두꺼울까? 펼쳐보니 이렇게 상세하고 아기자기한 일러스트 지도와 교통정보, 그리고 산책전에 그 지역 정보를 담고 있어 산책 하기전 미리 나들이 하고 싶은 지역을 선택하는 재미도 있을 것 같다.  산책을 하다 지루하면 들려도 좋을, 또는 놓치면 아까운 주변 장소들도 담고 있어 나들이의 재미를 몇 배로 즐겁게 해줄 것 같다.  책에 실려있는 사진들은 포토그래퍼 이동천님이 찍으신 사진들로 이하람 작가의 글과 잘 어울려서 그냥 사진들만으로도 서울의 곳곳을 구경하는 재미가 있다.  감성이 묻어 나는 사진이라 서울의 포근함, 따뜻함이 전해져 오는것 같다.



특히나 많이 궁금했던 부암동은 kiss road에 소개되어 있다.  그만큼 운치있고 좋은 길이라는 거겠지?  서울의 비밀공간이라고 소개되고 있는 부암동은 인왕산 기슭의 동네로 청와대와 가까이 있다는 이유로 개발이 제한되어 있어 더디게 발전하는 만큼 옛 골목과 성곽길, 오래된 주택들이 남아 있다고 한다.  복잡한 도심을 떠나 조금은 여유로운 동네를 거닐다가 발길 닿는 카페에서 잠시 쉬어주기도 좋은 휴식이 되어줄 것 같다.



이렇게 소개하는 산책길, 또는 장소마다 저자가 소개하는 장소들이 있어 초행길이라면 눈여겨 볼만하다.  이 책을 읽다 보면 서울은 넓은 놀이터? 쯤으로 여겨지기 시작한다.  여행이란 거창하지 않으며 그냥 편한 발걸음으로 닿을 수 있는 가벼운 산책길도 때로는 훌륭한 여행지가 될 수 있다는걸 책을 읽으며 들썩이게 된다.  책의 정보는 2010년 10월을 기준으로 최신 정보를 담고 있으며 이후 변동되는 정보들에 대해서는 읽는 독자들이 약간 참고 하거나 수정해가며 읽어도 괜찮을 것 같다.  이 책을 참고해서 나만의 ’동네 한 바퀴’ 시리즈를 만들어 보는건 어떨까?   개인적으론 kiss road, culture & history 에 가보고 싶었던 길 들이 많았던 것 같다.  가까운 곳들이기도 하고 앞으로 하나씩 다녀보는 재미도 있을 것 같아 읽는 동안 즐거웠던 책이었다.   일상속에 작은 변화를 주고 싶다면 이 책 한 권으로 서울 걷기 여행 시작을 해보는 것도 좋은 여행이 되어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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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여행, 나쁜 여행, 이상한 여행 - 론리플래닛 여행 에세이
돈 조지 지음, 이병렬 옮김 / 컬처그라퍼 / 2010년 9월
평점 :
절판


 

 

세계적인 여행서 '론리플래닛'의 여행작가들 31명이 집필한  『좋은 여행 나쁜 여행 이상한 여행』 은 너무 큰 기대를 하며 읽기 시작해서 였는지 얼마 전 읽었던 국내 여행작가들의 단편 모음 여행에세이를 생각나게 했다.  여행에세이도 단편은 한계가 있는 걸까?  국내 여행에세이 단편을 읽으면서도 짧지만 재미있는 작가의 글이 있는 반면 어디에 포인트를 두고 읽어야 할지, 또는 읽고 나서도 이건 뭘까? 라고 갸웃하게 하는 글들이 있었는데, 세계적인 여행서의 작가들의 글도 별반 다르지 않았던 것 같다.  부제가 '세상에서 최고로 재미있는 여행이야기' 인데... 어쩌지? 그렇게 재미있진 않았는데..  역시 단편은 안되는 걸까?  그래도 론리 플래닛 여행작가들인데 하면서 마지막장을 덮는 순간까지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건만....

 

 

루이스와의 여행은 늘 달콤씁쓰레했다.  씁쓰레함은 여행 중 느끼는 감정이고, 달콤함은 여행 후 회고 할 때의 감정이다.  /p130

 

 

31명의 여행작가들은 이력만큼이나 다양한 여행스타일과 여행지에서의 에피소드를  들려준다.    여행지에서 찍은 사진 한 장없는 책이지만, 중간에 일러스트 같은 삽화는 한두컷 정도 포함되어있다.  31명의 작가가 집필 했다기엔 좀 부족하다 싶은 페이지지만 글이 길다고 다 좋은 건 아니기에 찬찬히 읽어보기로 한다.  그러나 여행에세이 치고는 좀 부드럽지 않은 문체?  여행의 즐거움이나 기대감, 또는 긴박한 상황들이 그대로 전해지지도 않고 슬슬 짜증이 나기 시작한다.  개인적으로 어떤 책이든 읽는 동안은 읽는 재미라도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여행 에세이는 읽으며 상상의 나래를 펴게 되기 때문에 그 문체나 저자가 하고자 하는 여행지에서의 감정전달도 중요하다고 생각하기에 그런 부분에 있어선 많이 부족했다고 생각한다.

 

 

지겨운 일상 탈출을 위해 모험과 재미를 꿈꾸며(투지 넘치는 내 친구의 의도를 좋게 해석하면) 우리는 여행을 한다.  우린 고난을 끌어들이고 그 자체로 일종의 휴가이자 도전적인 위험과 스릴을 맛보기 위해 여행을 떠난다.  그리고 그곳에서 우리 존재를 자기네 삶의 짐을 덜어 줄 봉처럼만 여기는 현지인들을 만난다.  여행자와 현지인이 나누는 미소에는 신경을 곤두서게 하는 뭔가 있다. ...중략.....그러나 여행길에서 만난 유머는 그저 뭔가로 통하는 입구일 뿐이다.  저 너머에 있는 뭔가를 깨달을 때 우리는 진정한 감동을 느낄 수 있다.  /p139

 

 

 어쩌면 그들이 하고자 하는 이야기들을 기대감을 가지고 읽기 시작했기에 실망이 더 컸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여행에세이라면, 그리고 그런 글을 쓰는 작가라면 그 글을 읽을 사람들을 위해서 써주었어야 했지 않았을까?  단편이기에 더  아쉬운 생각이 든다.   유명 작가, 저널리스트, 베스트셀러 작가, 전문 여행작가등이 모여 집필한 책라는 화려한 수식어와,  '론리 플래닛'이라는 이름만으로 집어 들었던 책이었지만, 이 책을 통해서 느꼈던 여행에 대한 설레임, 흥분, 기대감 그런건 없었던 것 같아 아쉬움이 많이 남는 책이고, 역시  여행은 단편으로는 이야기 할 수 없는 부분이 아닐까? 라는 걸 다시 한 번 느끼게 되었던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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