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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현정의 결 - 뷰티 다큐
고현정 지음, 조애경 감수 / 중앙M&B / 2011년 5월
평점 :
절판
'고현정'하면 모래시계의 청순하며 강인했던 모습과, 최근 드라마를 통해 만났던 미실의 강인한 모습.. 그런데 유독 눈에 띄었던건 그녀의 도자기 같이 매끈한 피부였다. 뾰루지 하나 날것 같지 않고 결이 너무나 고와 보였던 피부는 여자라면 누구라도 그 피부관리 비법을 알고 싶어하지 않았을까? 그런 그녀가 책을 출간했다고 한다. 김제동이 만난사람들을 읽으며 잠시나마 만났던 고현정의 이야기를 읽으며 그녀의 다른 이야기들이 더 궁금해졌었는데.... 어쩌면 털털한 이미지가 더 잘 어울리는 큰누님 같은 스타일의 그녀..
'나이'라는 것도 어쩌면 숫자만큼 실수가 쌓이는 걸 거예요. 나는 백 점 받을 일보다 알게 모르게 실수하는 일이 더 많거든요. 살아온 시간 동안 잘한 일이랑 실수한 일을 쌓아 올리면 실수가 몇 배는 더 많을 거예요. 그래도 실수한 기억을 지우고 싶지 않아요. 이것저것 실수를 해보고 나서야 나에게 맞는 것을 찾았고, 그런 실수가 없었다면 아마 내가 원하는 게 뭔지도 몰랐을 테니까. 그러니까 지금 내 피부에, 내 몸에 살아온 시간만큼 실수의 경험이 쌓여 있는 셈이죠. 그런데 잘 쌓아 올린 블록에서 블록 하나를 잘못 빼서 전체가 무너질 때가 있죠. 마찬가지로 기억 하나를 잘못 지워서 지금까지 쌓아 올린걸 무너뜨리면 안 될 것 같아요. 다만 없애고 싶은 게 있다면 실수는 무조건 나쁜 거라고, 슬픈 거라고, 하지 않을수록 좋은 거라고 말하는 목소리들이에요. /p52-53
머리결, 마음결, 피부결...'결'이라는 우리 말이 이렇게도 이쁠 수 있구나.. 그냥 이루어지는게 있을까? 하루아침에 저절로 좋아지는건 없는것 같다. 아무리 많은 좋은 방법들을 알고 있어도 평소의 내 습관이 나를 만들어 가는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그녀의 이야기를 통해 어느정도 확신을 갖게 한다. 그녀만큼이나 부지런하고 깔끔해질수 있을까? 싶기도 하지만 책을 읽으며 가장 기본이 되는 세안과 기초화장에 신경을 조금 썼을 뿐인데도 피부가 좋아보인다는 이야기를 종종 듣고 있다. 귀찮다고 하는 대충이 나를 '대충'으로 만들어가고 있는걸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누구보다도 더 사랑이 필요한 사람이 오히려 사랑이 필요 없는 행세를 한다는 건 아이러니가 아닌가. 진정 외로운 마음이 젖어 들거나 세상을 향해 사랑을 아이처럼 외쳐라" 라는 문장이 책상 위 작은 쪽지에 적혀 있어요. 생각해보니 손이야 말로 항상 나의 사랑을 갈구 했는지도 모르겠어요. 그러면서 짐짓 늘 쿨한 척 애써 침묵만 지키고 있죠. /p167-169
그녀의 글을 읽다보면 생각이 참 많은 사람 이라는 생각이 든다. 쓸고 닦고, 끄적거리고 요리하고 몸을 위해서 또는 자신을 위해서 끊임없이 생각하고 움직이는 사람? 배우활동을 하며 어찌 이리 긴 글을 쓸 수 있었을까? 하는 의문이 생긴다. 그녀의 이미지만큼이나 똑뿌러지는 그녀. 글도 이야기도 참 잘한다.
변한다는 건 물리적으로 다른 상태가 되는 것, 그러나 그 본질은 바뀌지 않는 거예요. 그러나 '변화'한다는 것은 화학적으로 성질이 바뀌는 거예요. 본질이 바뀌어 아예 다른 무언가가 되는 거죠. 포도가 한번 와인으로 변화하면 와인이 다시 포도가 될 수 없는 것처럼. 포도를 갈아 포도주스가 되어싸고 놀라는 사람은 없지만 포도가 와인으로 다시 태어나면 사람들은 탄성을 내뱉죠. 포도가 좋은 와인이 되기까지 썩고, 문드러지고, 발효통에서 몇 년을, 길게는 몇십 년을 발효균과 싸우는 고통의 시간이 있었다는 걸 알기 때문에, 처음에는 그저 달콤새콤하기만 하던 맛이 목구멍을 타고 넘어가면서 쓰고, 달고, 시고, 묵직한 몇가지 맛을 낼 때 사람들은 포도가 겪었을 고통을 함께 음미하는 거예요. /p226
분명히 비우는 마음으로 떠나는데 왜 항상 더해서 돌아올까? 더해서 돌아왔다가 다시 비우고는 왜 잊어버릴까. 비웠다가 채우는 것, 떠났다가 돌아오는것. 길을 잃었다가 되돌아오는 것, 이것도 저 나름의 페이스겠죠. 결코 극단으로 가지는 않는다는 게 제 페이스의 좋은 점이라면 좋은 점이에요. 비워지면 곧 채워지겠죠. 길을 잃고 헤맨다 싶으면 새로운 어딘가에 닿겠지요. 떠나고 싶을 때가 있으면 머물고 싶을 때도 있겠지요. 그게 여행을 하면서 느끼는 '나'예요. /p241
등장인물은 고배우(고현정)와 기자인 옥양의 인터뷰글로 진행되는 글은 고현정이 전반적인 흐름을 끌고가는 형태라 옥양의 역할이 정확이 뭘까? 를 생각하게 한다. 기자의 질문과는 별개로 고현정이 이끄는대로 글이 진행되는 형태라 옥양이 딴지를 거는 듯한 글도 감초역할을 하는것 같다. 뷰티관련 기사들을 생각했다면 다른책들을 찾아보길 권하고 싶다. 그냥 고현정이 아름답게 살아가기 위해 노력하는 이야기라고 하면 좋을까?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배우이기도 해서 그녀의 사진들을 보며 한 장 한 장 읽어나가는 재미가 쏠쏠 했지만 이 책을 통해 뭔가를 찾아내기를 바란다면 뷰티서적코너를 뒤져서 다른 책을 보시길 권한다. 그러나 이 책에 수록된 작은 뷰티박스타 뷰티팁들만 참고해도 충분히 훌륭한 뷰티 관련 정보들을 만날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다만 정보를 알고도 실천하느냐 아는데서 그치느냐는 본인의 노력여하에 따라 달라지지 않을까? 화보 같이 이쁜 책이라 두고 두고 간직하게 될 책같다. 한 오년? 십년? 후쯤 그녀가 또 다른 이야기로 책을 들고 나왔으면 하는 바람을 살짝 가져보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