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실격 외 세계문학의 숲 5
다자이 오사무 지음, 양윤옥 옮김 / 시공사 / 201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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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공사 세계문학의 숲에서 고전들을 하나씩 읽어가며 관심만 갖고 있었던 '다자이 오사무'의 <인간실격>을 드디어 읽어보는 시간을 갖게 되었다.  읽기전 먼저 읽었던 지인들의 평이 좋아서 어느정도의 기대감을 갖고 읽기 시작한 그의 글에서 만난 그의 이미지는 <인간실격>이라는 작품이 왜 그의 대표작이 되었는지를 알게 해준것 같다.  젊은 나이에 자살로서 삶을 마감했지만 대표적인 일본문학 작가들을 이야기 할 때 빠지지 않는 그의 작품.  인간 내면의 이야기를 너무나 진솔하게 이야기 하고 있어 가끔은 책장을 덮고 숨고르기를 하며 읽어야 했던 책이었다.

 

 

서로 사기를 치면서도 다들 이상하게 아무 상처도 입지 않고 서로 속이는 것조차 깨닫지 못하는 것처럼 실로 훌륭한, 그야말로 맑고 밝고 명랑한 불신의 사례가 인간의 삶에 가득한 것입니다.  하지만 나는 사람들이 서로가 서로를 속인다는 것에 딱히 특별한 흥미는 없습니다.  나 역시 광대 짓으로 아침부터 밤까지 다른 사람들의 눈을 속이고 있으니까요. /p26

 

 

자신의 내면을 그대로 보이지 못하는 주인공 '요조'는 광대짓으로 자신의 본 모습을 감추며 주변 지인들에게 자신을 맞추어가는 생활을 한다.  가족들에게 사랑받기 위해, 학교에서 또는 어울리는 친구들이나 주변 지인들에게 보여지기 위한 삶을 살아야했던 '요조' 의 마음이 얼마나 괴로웠을까?  글에서 묻어나는 고독, 외로움 등이 인간 내면의 표현되지 않는 이야기들을 대변해주고 있는것 같아 차분해지는 글이었다.

 

 


'음지인(陰地人)'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인간 세상에서는 비참한 패배자, 악덕한 자를 가리키는 말인 모양이지만, 나는 내가 태어날 때부터 음지인인 것만 같아서 세상 사람들에게 음지인이라고 손가락질 받는 사람을 보면 그때마다 다정한 마음이 드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런 나의 '다정한 마음'은 나 스스로도 감탄할 만큼 다정한 마음이었습니다.  또한 '죄의식'이라는 말도 있습니다.  나는 이 인간 세상에서 평생 그 의식에 시달렸지만, 어쩌면 그건 내게 조강지처처럼 좋은 반려자고 그것과 함께 쓸쓸히 노닥노닥 살아가는 것도 내 삶의 방식 중 하나였는지 모릅니다....중략...  /p51

 

 

꼭 마주 앉아 나에게만 이야기를 하는 듯한 글이 자칫 무거운 이야기임에도 몰입도가 뛰어나게 해주었던건 아닌지.. 너무나 순수했기에 상처받기 쉬웠고 또 살아가며 주변의 이목과 관심에 부흥하기위해 '광대'짓이나 가면이 있어야만 세상을 살아갈 힘을 낼 수 있었던 그가 안타까웠다.  광대짓에서 그림으로 그림에서 여자들에게로 나중엔 술, 약에 의존하다 결국 주변사람들에 의해 정신병원까지 가야했던 '요조'의 삶은 어쩌면 자신의 인생을 그대로 그리고자 했던 자화상은 아니었을까?  책을 다 읽고 뒤에 간략하게 소개된 다자이 오사무의 이야기가 조금은 안타깝기도 했다.  그냥 다른사람들이 살아가는 것처럼 순응하며 살았다면 인생살이가 조금은 쉽지 않았을까?  섬세하고 여리기에 삶에 대한 더 많은 생각과 고찰을 해야했고 결국 자신의 삶을 나락으로 끌어내릴수 밖에 없었던 그의 안타까운 글이  반세기도 더 된 글이지만 세상살이가 변해도 사람들의 감성에는 큰 차이가 없는게 아닐까? 하는 생각을 조심스레 해보게 되는글이 었다.   


 

아뇨, 결단코 나는 미치지 않았습니다. 단 한 순간이라도 미쳤던 적은 없습니다. 하지만, 아아, 미친 사람은 모두들 그렇게 말한다는군요. 그러니까 이 병원에 들어온 사람은 미친 사람이고 이 병원에 들어오지 않은 사람은 정상인인 모양입니다. 신께 묻습니다. 무저항은 죄인가요? ...중략...
인간실격. 이제 나는 완전하게, 인간이 아니게 되었습니다. /p.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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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Love Chocolate and Cafe - 달콤한 쇼콜라티에C 초콜릿을 부탁해
조미애 지음 / 동아일보사 / 201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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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 is like a box of chocolates. You never know what you are going to get."

-인생은 초콜릿 상자와 같아서 무엇을 집을지 아무도 모른다.

 

 

초콜릿을 싫어하는 사람이 있을까? 네 살배기 조카님도 초콜릿이라면 껌뻑 하는 달콤함, 그리고 요즘은 건강과 디자인까지 생각하는 다양한 분야로의 변신중인 초콜릿.  영화 <포레스트 검프>에 나오는 인상 깊은 대사였는데 그 문구를 이 책에서 만나게 될 줄이야.... 책을 읽기에 앞서 몇 번이나 읽어보며 책 읽기를 시작했다.

 

 

'초콜릿' 하면 발렌타인데이, 빼빼로 데이가 바로 떠오른다.  사랑을 고백하는 날이라는 의미도 있지만 특별한 날 손수 정성스레 만든 수제 초콜릿을 선물하며 사랑이 이루어지길 바라는 의미가 담긴 초콜릿, 한 번쯤 만들어보거나, 받아보고 싶다는 생각도 든다.   요즘은 크고 작은 공방들도 생겨나고 있고 취미를 넘어서 전문적인 '쇼콜라티에'에 관심을 갖는 분들도 많으신 것 같다.  정해진 틀이 없어서 더 매력적인 분야가 아닐까?  물론 기초적인 지식과 제대로 된 초콜릿을 만들기 위해 지켜져야하는 룰은 있겠지만 창작의 무한함 때문에 더 많은 관심과 사랑을 받고 있는 분야이기도 한 것 같다.

 

 

초콜릿으로 큰돈을 벌기는 힘들다.  그걸 알았기 때문에 처음부터 욕심이 없었다.  그래서 수강을 하려는 이들과 얘기를 나눈 후 맛을 보고 결정하라고도 하고, 때로는 다른 공방을 소개시켜주기도 한다.  홍보를 위해 특별히 뭔가를 하는 건 없지만 대신 기회가 주어지면 뭐든 열심히 하려고 노력한다....중략.....커피는 어느 카페에 가든 있지만 수제 초콜릿은 아직 자주 볼 수 있는 디저트가 아니기 때문에 한참을 걸어 찾아오시는 손님들도 있다.  초콜릿에는 빠져들 수밖에  없는 매력이 분명 있는 것 같다.  /p155   

 

 

예전 직장 가까이 있던 초콜릿 샵 '쥬빌레'가 오픈할 당시 초콜릿 샵이 커피를 마시는 일처럼, 또는 카페에 앉아 초콜릿을 나눠 먹으며 이야기 하는 달달한 공간으로 자리 잡을 수 있으리라는 생각은 하지 않았던 것 같다.  읽다 보면 왠지 초콜릿 카페를 가야 할 것 같은 달콤한 상상에 빠지게 된다.  초콜릿에 대한 간략한, 그러나 알고 있으면 유용하거나 또는 재미있을 지식, 그리고 초콜렛에 사용되는 도구들과 용도, 간단한 초콜릿 만들기부터 고급과정도 실려있고 초콜릿 관련 카페들도 소개되어있다.  저자가 소개하는 간단한 레시피는 집에서도 별다른 도구 없이 만들어 볼 수 있어서  '쇼콜라티에'의 자질이 있는지를 테스트 해 볼 수 있는 시간이 될 수 있을 것 같다.  작은 초콜릿 공방에서 초콜릿향과 함께 예쁘고 달콤한 초콜릿 한 조각이면  나른한 봄도 즐겁지 않을까? 하는 달콤한 시간을 보냈던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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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가 말했다>를 읽고 리뷰를 남겨 주세요
그녀가 말했다 : 우리를 닮은 그녀의 이야기
김성원 지음, 김효정 사진 / 인디고(글담) / 201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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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책의 제목이나 사진으로 시선이 먼저가는 책들이 있다.  지인이 이 책을 보고 내 생각이 났다며 겨울 끝자락에 봄바람이 묻어오는 무렵 선물 받았던 한 권의 책 '그녀가 말했다' 가 그런책 이었을까?  에세이, 여행관련 에세이 등을 많이 읽다 보니 책을 읽기 전에 몇 페이지 넘겨보며 내 스타일이다 아니다를 결정 짓고 읽기 시작하고는 한다.  <유희열의 라디오 천국> 김성원 작가의 글과 밤삼킨별님의 사진이 만나 어떤 이야기들을 만날 수 있을지 설레이는 마음으로 읽기 시작했다. 

  

 

하지만 시작하고 싶다고 시작하는 것이 아니듯,

쉬고 싶다고 해도 쉴 수 없는 것이 사랑이다.

언젠가는 또다시 불쑥 나타나

두 뺨이 터질 것처럼 설레게 할 것이다.

기대하지 않는 순간에 찾아오기 때문에 더욱..../설레다

 

 

라디오 프로그램에 심취했던 시절이 있었다.  고교시절부터 이십대 초반? 즈음이었더것 같은데 초저녁부터 새벽무렵까지 방송하는 라디오 프로그램들과 좋아하는 라디오 주파수들을 외우고 있을 정도로 심취해 있던 그 시절..  왜 라디오에 열광했던걸까?  지금 생각해보니 라디오 작가들의 글에 매료 되어 있었던 건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든다.   라디오 작가들의 영역은 DJ들의 뒤에 가려져 잘 보이지 않는 그림자 같은 역할이지만 DJ들을 통해서 더 빛을 발하게 되는것 같다.  라디오라는 공간이 우리의 일상과 가장 가까이 닿아있는 부분이라 그들의 이야기에 더 많은 공감을 하게 되는걸지도....생각하고 마음에 담고 있지만 표현되지 않는 이야기들을 풀어내는 작가들의 이야기가 마음에 닿았기 때문이 아닐까?  요즘 들어 라디오 작가들의 에세이 출간 소식을 종종 접하곤 한다.  그리고 출간된 서적들은 거의 읽어본 것 같기도 하다. 

 

 

그녀가 말했다.

"외로움을 나누면 배가 돼. 그래서 난 내 얘기를 하지 않는 거야."

....중략....

"그렇게 아무도 접근하지 못하게 하면, 힘들 땐 어떻게 견뎌?"

그녀는 긴 머리가 바람에 날리자 오른쪽 손으로 머리를 감싸 쥐었다.

"손으로 잡아. 이렇게, 바람에 머리카락이 휘날리면 손으로 누르잖아.  마음이 아플 때도 그래. 

이렇게, 잡아서 누르는 거야. 그리고 조금 기다리면 바람이 잠들지. 

처음 1분이 힘들어.  1분만 참으면 10분, 1시간, 한 달도 참을 수 있게 돼."...../다행이다, 그녀라서

 

 

때론 글보다 한 장의 사진이, 때로는 누군가가 흘리듯 하는 이야기에 마음을 빼앗기는 순간이 있다.  어쩌면 누군가와 이야기하는 순간보다 혼자 생각하며 마음속에 담았던 감정들을 책, 글, 사진으로 마주 했을때 더 많이 깊게 내려 앉는 걸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책을 읽으며 이건 내 이야기 인 것 같다고 고개를 끄덕이거나 때로는 살짝 과장 된 듯한 글에도 동의를 하게 되는 건 내가 해보지 못한, 느껴보지 못한 간접경험들을 다른 이들의 경험을 통해서 소설과는 또 다른 감상으로 다가오기 때문이 아닐까?  김성원작가의 글과 밤삼킨별의 사진이 딱 들어맞는다고 할 수 밖에 없었던 한 권의 에세이.  꽃샘 추위가 기승을 부리던 날들 속에서 읽었던 따스한 봄 햇살 같은 느낌의 책이라 나의 마음에도 봄이 찾아와주지 않을까?  따스함을 선물해 준 그녀에게 사랑과 감사의 마음을~~ ^^ 

 

 

불행하다고 생각했던 때가 가장 행복했던 시절인지 모른다.

좋았던 시절은, 시간이 흐른 후에야 모습을 드러낸다.

지나간 사랑이 아름답게 느껴지는 순간은

쓰라린 기억이 다 사라질 만큼의 시간이 흐른 후인 것처럼.

 

언젠가, 이 순간이, 못 견디게 그리워질 것이다.   / 언젠가, 그리워질 이 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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핸드드립 커피 좋아하세요? - 시시때때로 커피가 그리운 사람들을 위한 커피 안내서
김훈태 지음 / 갤리온 / 201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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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짓 없이 진실한 한 잔의 커피 앞에서 자신의 인생에 집중하기를."

 

 

전문가가 아닌 커피를 좋아하는 사람이 집필한 커피에 대한 이야기... 나도 커피를 마시기만 하다가 만들기 시작하는 바리스타라는 일을 시작하게 된지 얼마 되지 않아서 였는지 처음 커피를 알아가던 설레임과 두근거림을 느끼게 해주었던 시간들.. 지금도 매일 커피와 함께하지만 매번 커피를 마주 할때의 느낌은 새롭고 즐겁다.  공부를 하면서도 느꼈지만 커피를 좋아하는 마음만 있다면 궂이 전문가, 비전문가를 논할 필요가 있을까?  개인의 관심이나 지적호기심 등으로 조금더 많은 관심과 애정을 가지고 커피에 대한 관심을 가질수도 있겠지만 자신의 지식이나 배움정도를 기준으로 커피를 논하려고 하는건 옳지 않은것 같다. 

 

 

보헤미안 커피 주문서에는 이렇게 적혀 있다.

'난 언제나 향이 좋은 커피를 마시는 걸 잊지 않는다.  고귀한 불굴의 노력이 생겨난다.  만약 당신의 이해력이 둔해진다면 커피를 마시세요.  커피는 知的 음료입니다.' /p33

 

 

역시 커피 맛에 정답은 없다.  누구에게나 (심지어 한 사람에게조차) 절대적으로 맛있는 커피는 존재하지 않으며, 오직 자신이 좋아하는 커피가 있을 뿐이다. /p44

 

 

책의 제목을 보고는 커피 업종이나 관련되신 분이 집필하신 책일거라 생각했는데 읽다보니 그냥 커피가 좋아서 조금씩 가까이 하다보니 커피에 빠지게 된 한 사람의 이야기 여서 읽는 동안의 마음이 더 즐거웠던 것 같다.   커피를 마시는 시간은 '나'에게 휴식을 주는 시간, 또는 다른 그 누군가와 대화를 하거나 친해지기 위한 시간을 만들기 위한 매개체가 아닐까?  그 커피에 다가가기 위한 과정은 커피머신으로 추출하는 에스프레소, 모카포트, 더치, 핸드드립등 많은 추출 도구들이 있지만 그중에서 집에서 추출할 수 있는 방법으로 접근하며 이야기를 하고 있다.

 

 

커피의 기본은 무엇보다 마음가짐이며 '재료'에 대한 올바른 이해다.  제대로 로스팅된 원두를 구별할 줄 모르고 구하지 못한 채 핸드드립 방법에 골몰하며 집착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결국 커피를 마시는 사람이 커피 맛을 위해 해야 할 첫 번째 과제는 자신이 원하는 맛을 내는 원두를 구별해내는 것이다.  /p70-71

 

 

자신이 손수 내린 커피를 마실 사람에 대한 무한한 애정을 담아, 혼신의 힘을 다해야 한다.  이 커피를 마실 사람의 행복한 미소를 떠올리며 말이다.  그러니 커피를 대접하는 일이란 마음을 전하는 일이다.  /p173

 

 

자신을 위해 한 잔의 커피를 정성스레 고르고, 핸드드립하기 위해서 준비를 하고 물을 끓이고 추출하는 과정은 '그것'을 사랑하는 사람이 아니면 할 수 없는 과정이라 생각한다.  어찌보면 쉽게 마실수 있는 한 잔의 커피에 내가 온 정성을 기울이는건 '마음을 전하는 일' 이라는데 그 마음이 통했다고 생각한다.  내가 좋아하는 맛을 찾고 그것을 최고의 맛으로 마실 수 있는 방법을 찾고 연구하려고 노력하는것은 '사랑'이 없으면 할 수 없는 일이 아닐까?  커피가 좋아서 조금더 알고 싶어 학원을 찾게 되었고 그러다 조금씩 더욱 빠져들게 되었다.  바리스타라는 일을 시작한지 이제 한 달여가 조금 지났지만 내가 만든 한 잔의 커피가 누군가에게는 휴식이, 누군가에게는 즐거운 만남의 매개체가, 또 누군가에게는 함께할 수 있는 향기로운 시간을 만들어 줄 수 있다면 매력적인 일인것 같다.

 

 

카페 주인이 아니라 손님으로서 카페에 열광하는 이유는 바로 카페가 '제 3의 공간'이기 때문이다.  일터에서 느끼는 '밥벌이의 지겨움'은 물론이고 집에서조차 제대로 위로 받지 못하는 불완전하고 억눌린 영혼들을 위한 휴식처이기 때문이다.  주거공간이 비좁고 열악할수록 카페문화는 번창하기 마련이다....중략.....일요일 오전 슬리퍼 차림으로 나가 한두 시간 아무생각 없이 앉아 있을 수 있는 곳.  커피를 마시러 카페에 가는 일이 특별한 의식이 되어서는 안 되며, 번거로운 만남을 전제로 하지 않는 일상적인 공간, 그래서 카페가 삶의 일부가 되고 나 또한 카페의 일부가 되는 오묘한 삼투압의 세계.  즉 내가 거기 있음으로써 카페는 더욱 카페다워지고 나는 더욱 나다워지는 것이다. /p213

 

 

카페는 오늘과 내일을 살아갈 새로운 에너지를 채우는 발전소이다.  그것이 바로 커피를 찾아 매일 나서는 이유다.  /p218

 

 

커피원재료 가격에 대한 논란이 끊임없이 이야기 되고 있지만 사실 터무니 없는 가격은 없을거라 생각한다.  다만 '커피'라는 이국의 문화가 우리나라에 자리잡아가는 하나의 과정이 아닐까? 라는 생각을 조심스럽게 해보게 된다.  짧은 시간 커피에 대한 이런저런 공부도 했고 일도 하고 있지만 단시간에 배운 짧은 지식으로 많은것을 수용하려고 하기보다는 오랜시간 천천히 '커피'와 공간 그리고 앞으로 만나게 될 사람들과 나누고 싶다.  커피에 대한 적당한 궁금증 해소, 커피를 조금더 알고 싶은 사람들에게 좋은 친구가 되어줄 것 같은...정성스레 내린 핸드드립 커피와 함께 하고픈 책 이었다.

 

 

한 잔의 커피는 인생의 묘약이다.

거짓 없이 진실한 한 잔의 커피 앞에서 자신의 인생에 집중하기를, 그리하여 이 세상의 더 많은 커피 벗들과 언제 어디서고 약속없이 마주칠 수 있기를 고대한다. /에필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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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사용법 - 한 편집자의 독서 분투기
정은숙 지음 / 마음산책 / 201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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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탈의 즐거움과 함께 다른 존재가 되어 정신적인 여유까지 느끼려면 책을 펴는 것이 필요하다.  책은 우리를 억압하지 않는다.  우리는 책을 통해 의미 있는 다른 것이 될 수 있다.   이런 감정은 일탈의 느낌 속에서 나온다.  일탈은 어떻게 가능할까?  그것은 앞서의 표현대로 하면 '다른 것'이 되기 위한 방식.  '다른 존재'가 되는 몰입의 과정 속에서 나온다.  /p20-21

 

 

책을 읽다 보면 가끔 지침서가 될만한 책들을 찾아보게 된다.  길잡이 정도라 이야기하면 될까?  지난해 책읽기 슬럼프가 심하게 왔을 때 안상헌님의 이야기를 읽으며 책읽기에 대한 마음을 조금 다잡았는데 책 제목에 이끌려 모셔온 <책 사용법>.  책을 읽기 위해서는 읽고 싶은 책을 고르고 펼쳐서 읽어야 한다.  책은 내가 손에 들고 읽는 행위를 하면서 다른 세상을 경험하고 배우고는 한다.  생각하고는 있지만 표현하지 못하는 것들, 또는 현실의 답답한 마음을 풀어줄 수 있는 친구가 되어주기도 한다.  출판물의 홍수라 할 수 있을 만큼 정말 많은 책들이 출판되고 있으며 내가 원하고 읽고 싶은 책을 골라 읽는 것, 좋은 책을 만나는 것 또한 부지런하지 않으면 책을 활용할 수 없다면 힘든 일이라 생각하게 되었다.

 

 

책읽기는 그저 머리로만 하는 것이 아니다.  눈으로 보고, 입으로 읽고, 또 손으로 넘기는 과정에서 자신의 몸이 알고, 또 심정적으로 반응하게 된다.  그런 점에서 체험형 책 읽기는 아주 중요한 책읽기 방법론이라고 할 수 있다.  /p52

 

책을 둘러싼 세계의 모험을 완성하는 것은 책을 산 사람이 아니라 책을 읽는 독자다.  독자를 통해 책의 세계는 풍요로워지고, 책의 세계는 마침내 완성된다.  '산 책'도 '파는 책'도 중요하지만 결국 책은 '읽어야 내 것'이 된다.  내 것이 되는 책은 내가 최소한 일별한 책이고, 또 언젠가 숙독할 책이다.  /p56

 

 

마음산책의 대표이기도 한 책의 저자는 책의 활용에 대해서 본인이 생각하고 겪어온 바를 쉽고 편하게 이야기하고 있다.  본인이 책을 읽으며 생각했던 부분들, 그리고 인용한 구절들을 읽으며 책의 앞장에 책 속의 책 리스트를 나름 작성해보기도 했다.  저자의 이야기를 읽으며 공감 가기도 했고 책의 내용이 궁금해서 찾아보고자 적어본 책들만 5권정도 되니 한 권의 책을 읽으며 또 다른 책을 찾는 것처럼 책읽기는 다른책 으로의 가지치기, 책 속의 책을 찾아가는 보물찾기나 미로 찾기 같다는 생각도 해보게 된다.   물론 이 모든 과정은 책을 읽었을 때 가능한 이야기며, 행위들이다.

 

 

책은 그냥 물건이 아니다.  수많은 인생, 수많은 시간을 가로질러 우리에게 이야기를 걸어오는 목소리를 그 안에 담고 있기 때문이다.  /p74

 

문학서든 실용서든 읽고 싶은 것을 읽는 가운데 서서히 책이 지닌 이 '깊이'의 작용이 이뤄진다.  더 깊게 알고 싶은 욕망은 때로 편향적 독서로 나타나기도 한다...  (중략) ... 읽고 싶지 않은 책은 읽기도 곤혹스럽지만 고통스럽게 완주해도 별반 도움도 되지 않는다... (중략)....좋아하는 분야를 읽는 가운데 책과의 만남은 깊어져야 한다.  그뿐만 아니라 책은 깊이의 기능을 지니고 있기에 책을 좋아하게 되면 깊이 읽게도 된다.  앞서도 적었지만 책의 가장 강력한 무기는 깊이다.  깊이가 담보되지 않는 지식이나 지혜는 오래가지 않는다.  /p144-145

 

 

북카페라는 공간을 통해 알게 된 지인들과 종종 만나 책에 대한 이야기를 하곤 한다.  지금도 꾸준히 책읽기에 대해 교류하며 한 번씩 이야기하는 '책읽기가 즐겁지 않았다면 꾸준히 읽는다는게 가능할까?' 라는... 본인도 몇 군데의 서평단 활동을 하고 있기도 하지만 의무감에서 읽어야 하는 책도 기꺼이 내가 읽고자 선택한 것이고 그 책을 읽어오며 좋았던 책도 있었고 나와 맞지 않았다고 생각한 책들도 있었다.  이런 과정들을 통해서 내가 좋아하는 분야, 좋아하는 작가들을 알게 되고, 책 속에서 인용되는 다른 책의 이야기들을 만남으로 해서 다른 책으로의 연결까지 이어지며 가지치기를 하듯 책읽기가 계속 되는 것 이다.  책을 찾아서 읽는 이런 활동을 하기 전에는 베스트셀러 위주의 '사모으기'를 위주로 소장하는 독서를 해 왔던 것 같다.  읽어서 그 책에 대해 알고자 하는 노력보다는 '나 저 책 소장하고 있는데' 라는 어린아이같은 욕심?  물론 지금도 읽지 못하고 구입하는 책들도 적지 않지만 책에 투자하는 비용이 다른 비용에 비해 아깝지 않고 흐뭇한 마음인 건 책은 언젠가 내가 읽을거라 생각하기 때문이기 때문인 것 같다.

 

 

한 권의 책을 펴드는 모험이 당신의 영혼을 풍요롭게 해주는 사이, 그 여행의 처음으로, 모든 여행이 그러하듯이 되돌아와 또 다른 책으로의 여행을 당신은 금방 그리워할 것이라고 확신한다. /p178

 

독서가 큰 즐거움을 주는 행위라는 것을 알기만 하면, 굳이 따지자면 독서에는 때가 따로 없는 법이다.  늙어서 봐야 할 책이 있고, 젊어서 봐야 할 책이 있다.  또 책이 재미있으면 밑줄을 긋게 되고, 메모도 하게 된다.  그리고 인상 깊게 본 책은 인생에도 큰 자양분을 공급해주는 법이다.  /p193

 

 

책에 밑줄을 그으며 읽고 있다 하니 어떤분은 이야기하신다. 본인은 책을 소장용으로 아끼기에 책에 줄은 긋지 않는다고.  나도 책을 쫙 펼쳐서 읽거나 접어가며 읽지는 않는다.   하지만 책을 읽다 보면 포스트잇으로 부족하다는 생각에 자연스레 펜에도 손이 가는 책들이 있다.   <책 사용법>이 그런 책이 아니었을까?  책을 두 번째 읽을때 포스트잇이나 밑줄이 그어진 부분만 읽어도 책의 대략적인 내용이나 내가 읽었던 내용들을 다시 읽었을 때 처음과는 또 다른 느낌과 생각으로 다가올 때도 있다.  읽었던 책은 소장(밑줄 그어가며 읽은 책이나 한 번씩 꺼내보는 책들)하기도 하고,  소장하지 않는 책은 동생이나 지인들에게 선물하기도 하기 때문에 가능한 훼손되지 않는 범위에서 활용하고 있으며   이 글을 쓰기 전에도 포스트잇이 붙어있는 부분들과 밑줄이 그어진 부분들을 읽으며 깨끗한 새 책 일때 보다 더 애착이 가게 되는 건 이 책을 읽음으로서 다른 책으로의 관심을 유도했고 책읽기에 대한 시각을 조금 더 넓힐 수 있었기 때문이었던 것 같다.  책의 소개에 <로쟈의 인문학 서재>의 이현우님은 이 책을 <책 사랑법>으로 고쳐 읽는다고 하셨는데 나도 그렇게 읽고 싶어지는 책 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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