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제불황 시기의 88만원 세대, 그리고 그 중심의 나.
2007년 ~ 2009년 사이 내가 사회가 아닌 특수한 집단 (군대) 에 있을 동안 사회는 많이 변했다. 세월이 흐르면 뭐든 변하는게 당연한 일인 듯 하나 그 변화의 결과는 각기 다양한 양상과 파급을 이끌어낸다는 점에서 다르다.
환경, 사회, 문화... 인간사 전반의 총체적인 흐름을 읽고 그 변화를 예측한다는 것은 정말 복잡하고 어려운 일임을 새삼 실감하게 된 2009년 봄 - 사회에 나와보니 나는 동의하지도 않은 '88만원세대'라는 꼬리표가 붙어있었고 군에서 계획하고 예상했던 모든 것들은 마치 액션영화 주인공이 빗발치는 총탄을 피하듯 보기좋게 빗겨나가고 있었다.
좌절과 절망, 패배의식에 사로잡혀 무능한 윗분들과 사회 탓만을 하며 집안에 웅크리고 있던 날에 라온누리에서 주최하는 문화예술특강을 발견하였고 지체없이 신청응모를 하였다. 특히 대상 : 불황에 걱정 많은 문화예술 관련 대학생, 걱정 많은 이태백, 미래의 문화리더를 꿈꾸는 사람들 이란 문구는 날 끌어들이기 충분했다.
● 1950년대부터 지금까지 대중예술의 흐름을 한 눈에
스물 셋, 홍대 앞을 처음가본 가엾은 청춘이여... 5월 5일 어린이날 푸른 하늘아래 젊음을 만끼하는 수많은 청춘들 사이을 비집고 겨우겨우 강의 시작 1분전에 당도한 강연장. 강연을 듣고자 찾은 청중들 중 대학생들이 예상외로 많아 왜인지 모르게 뿌듯함이 느껴졌다. '저 분이 이영미님이군.' 대중예술평론가로 소개되어있는 이영미님은 강연 시작과 동시에 다양한 참조자료와 촌철살인의 유머로 열정적인 강연을 해주셨다.
1950년대 영화 '자유부인'과 '지옥화'에 반영된 당시 사회의 분위기와 대중들의 열망을 읽을 수 있었고, 60년대 초반 밝은 풍의 대중가요, 그리고 다시 중.후반엔 이미자의 '동백아가씨' 등 신파의 부활과 동시에 청년들이 주도했던 포크문화 등을 통해 다양한 사회 흐름들이 고스란히 대중예술에 표현되었음을 알 수 있었다.
1990년대 서태지와 아이들의 1집 시작으로 신세대 문화가 시작, 그리고 요즘 말하는 소위 막장 드라마까지 시대 순으로 대중예술의 다양한 변화과정을 한 번에 흡수하기에 방대한 양이기에 강연시간이 약간 부족한 면도 없지않아 있었지만 핵심은 놓치지 않았다.
시대의 흐름을 설명하기 이전에 강연 도입부에 이런 예를 들어주셨다. "불황에는 미니스커트가 유행한다는 뉴스보신 적 있죠? 과연 연관이 있을까요?"
아예 없진 않겠지만 이런식으로 단순하게 설명한 문제는 아니라는 것이 이영미님의 이야기였다.
● 결국 선택은 대중이 한다.
그렇다. 강연의 핵심은 대중들은 결코 단순, 단일하지 않다는 것이었다. 대중예술이라는게 어쩔 수 없이 보수화, 상업화의 영향을 받을 수 밖에 없다. 그 안에서 '재미있는 것'을 대중들은 선택을 한다. 그러면 최근 재벌들의 방송.언론 장악과 연계하여 그 심각한 우려성을 표명할 수도 있겠다. 그만큼 한정적이고 한시적인 폭 안에서 대중들을 휘두를수도 있을 것이다. 그래서 적지않은 국민들은 이를 알고 여당과 정부에 시정을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초반에 말했듯이 사회변화는 예측하기가 힘들어 그 누구도 정확한 미래를 진단할 수는 없다. 게다가 대중들은 대중예술이 주는대로 섭취하는 수동적인 소비자가 아니다. 그 실례로 90년대 '착한 가요'가 판치던 시절 PC통신에서 튀어나온 '조PD'와 최근의 '장기하'를 들 수 있겠다.
대중들은 樂을 추구한다. 동시에 창작자가 될 수도 있다. 입에서 입으로만 전해져 내려오는 숱한 가요들을 알고 있지 않은가?
대중들은 지금의 것들이 지겨워지면 색다른 것들을 추구할 것이고 찾아내며, 만들어 낼 것이다.
그리고 그 충실한 역할은 우리가 해야할 것이다. 진정 대중들을 위한 대중예술, 그 시대와 떼어놓고는 말할 수 없는 대중예술, 앞으로 내가 나가야 할 방향과 어떤 것을 추구할 것인가, 진지하게 고민해 볼 수 있는 유익한 강연이었다. :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