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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 오마이뉴스 스튜디오에서 강연이 있었나본데, 난 신촌토즈비즈니스센타에서 고미숙 선생님을 뵀다. 지난 강연에 미리 책을 읽고온 사람이 없어서 최악의 상황이였다는 말을 전하며 시작됐고, 이곳의 상황도 미리 책을 읽고온 사람이 적기는 마찬가지였다. <임꺽정>에 대한 이야기 보다는 좀 사변적인 내용으로 강연이 진행됐고 제법 활발한 질의응답이 이어졌다. 

고미숙 선생님의 관점은 다소 독특했다. 유심론과 유물론이라는 상반된 철학이 몸을 매개로, 주체를 매개로 결합되었다는 인상이다. 이건 아마도 내가 읽지 못한 책들에 그 힌트들이 들어있지 않을까하는 생각이다. 몸은 앎(지식)의 거처이며 앎이 거하는 몸은 삶이 된다. 좋은 삶이 된다. 언뜻 상식적 사고에는 배리된다. 몸에 앎이 거하더라도 몸은 몸에 앎에 또다른 장소에 있을 것 같다. 고미숙 선생님은 앎이 두뇌로 가지않고 경락과 핏줄을 통해 '세포'로 간다고 한다. 서양철학과 한국철학의 결합이라는 눈치는 있지만 그쪽에 지식이 없는 나로는 궁금할 뿐이다. 

언표의 배치와 욕망의 배치라는 말도 등장한다. "배치"는 최근 읽고 있는 책에 등장하여 생소한 문맥을 제공했다. 그런데, 고미숙님의 말씀을 들으면서 배치가 어떻게 문맥에서 작동하는가를 어렴풋하게 이해했다. 배치를 통해 의미가 결정된다. 넓혀보면 배치를 통해 사회적 역사적 의미도 결정된다. 반대로 배치를 역전시키면 의미도 역전되며 사회적 역사적 역학 동학 관계도 갱신된다. 배치의 중요성이다. 

 <임꺽정>에 대한 내용은 사실 기억나는 내용이 별반 없다. 워낙 고유명사가 많이 등장해 책을 읽지도 않은 나로서는 청석동?과 7두령이 전부다. 또한 문학은 요약하는 것이 아니라는 어떤 분이 말씀도 기억난다. 문학 곧 이야기인데, 이야기는 전승도 되어야 하지만 글과 책이 존재하는 현대로서는 이야기 곧 문학이 정신과 마음에 순간 각인시키는 인상에의 노출이 더 중요하다. 그렇게 생각한다.  

추측건데 고미숙의 <임꺽정>은 임꺽정을 민중의 영웅, 민중을 호령하는 호민관이 아닌 다른 각도로 조명한 듯 하다. 최근의 사회상이라는 컨텍스트에서 새롭게 해석된 임꺽정은 WHITE HANDS다. 백수다. 직업을 가지지 않고 일을 하지 않고 혁명에도 떠밀려 들어간 존재로 동일시된다. 백수가 사회변동의 주체가 되는 것은 조선조만의 일은 아니다. 요즘은 88만원새라는 차고도 넘치는 용어가 일찌기 등장했던 386세대를 대체헸다. 현재의 88만원세대는 조선조의 임꺽정이라는 등식을 세워본다. 그런 현재적 해석의 맥락에서 임꺽정은 2009년에 다시 살아났다. 80년대 벽초 홍명희의 불세출의 명작 <임꺽정>10권이 있었다면 2009년에는 고미숙의 <임꺽정, 길위에서 펼쳐지는 마이너리거의 향연>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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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09년 7월 23일 오마이뉴스 회의실에서 '상식의 힘'의 저자 차병직 저자 강연회가 있었다.

강연에 들어가기 전 책을 읽고 갔기 때문에 30분 일찍 도착한 7시에 들어서 다섯개의 질문을 적어보았다.

물론 강연회에서 그 다섯가지를 다 질문하지는 못하겠지만 그래도 중복되는 걸 피하기 위해 미리 준비해 보았다. 그리고 늦게 오는 이들로 인해 강연은 7시 40분에 시작되었다.


 

 



 

저자는 상식에 대해 그렇게 매력을 느끼지 않는다. 하지만 그럼에도 나는 상식에 대해 다를 수밖에 없었다며 운을 뗐다. 또 그러면서 강연보다는 저자들에게도 상식에 대한 견문을 듣고 싶어 이 자리에 있는 것이라고 겸손한 말도 했다.

저자는 상식은 행동의 기준이라고 말을 했다. 그래서 상식은 사람들마나 다를 수밖에 없으며 다르기 때문에 충돌할 수밖에 없다고 맺음을 지었다. 그러면서 그는 다음과 같은 질문을 던졌다.

우리 시대의 상식은 있는 건가 아니면 없는 건가. 있다면 하나로 정립이 아직 안 된건가 아니면 없다면 어떻게 상식을 정의내릴 것인가

이런 질문들이었다.

그리고 잠시 생각할 기회를 주면서 그는 마지막으로 이 글을 쓴 목적을 밝혔다. 그는 모든 삶에서는 경제적 이해관계 즉 경쟁이 있다고 본다며 애기를 이끌었다. 따라서 현재의 자유경쟁주의는 끊임없이 가진 자는 더 가지려고 하고 못 가진 자도 남보다는 더 잘 살기 위해 그들을 이기기 위해 노력하는 삶을 산다고 말했다.

따라서 만약 가진자의 재산이 있다면 그건 가진자의 것만이 아니라는 것이 그의 생각이었다. 왜냐하면 그가 그만큼의 재산을 모았을 때 그때문에 실패를 맛보거나 패배한 모든이의 땀방울도 그 재산에는 포함된다고 저자는 말했다. 그러므로 자유경쟁주의에서의 모든 승리자는 패배자의 아픔도 보살필줄 알아야 한다며 이것이 내가 쓰고자 한 상식의 힘이었고 출판사와는 달리 내 기본적인 생각이 들어가 있는 '낙천적 냉소주의자의 상식'이라는 첫 페이지가 들어가 있는 이유라고 밝혔다.

해서 나는 우리나라의 경쟁의 정의가 잘못 정립이 되었기 때문이 아니냐는 질문 비슷하게 던졌다. 즉, 핀란드의 경우 학업에서의 경쟁이란 친구간의 경쟁이 아니라 자기 자신간의 경쟁을 말하는 것이고 세금도 공동으로 잘 살기 위해 우리보다 몇 배나 더 내지만 우리나라의 경우는 경쟁이 친구간의 경쟁으로 받아들여지고 또 진보측에서도 잘 살기 위해 세금을 많이 내라고 하면 반대하는 걸로 알고 있다는 것이 내 의견이었다. (물론 말을 할 때는 좀 정리가 안 되어 있었지만 말이다.)

저자는 자신의 생각고 거의 일치한다고 말을 하며 결국 공존의 문제가 한국에서는 정립이 안 되어 있고 그런 하나의 상식으로 정립이 되길 바라는 마음에 이 책을 썼던 것이라고 말을 이었다.

 

강연은 9시에 끝이 났고 사인회도 있었다. 물론 강연회에서 미디어법 질문도 나왔다. 나도 그 질문을 던졌지만 그 강연회에서 그 문제를 풀 수도 없고 마음만 답답할 뿐이었다. 그렇게 강연회장에서 나와 집으로 가려고 할때쯤 홍익 출판사 관계자 분이 내게 선물을 주었다.


질문을 많이 하여 고맙다며 주신 책은 바로 따근따근한 신간, '뇌의 선물'이었다. '뇌의 선물'은 서번트 신드룸과 관련된 책이며 실제로 저자도 그 서번트 신드룸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다. (현재 제 1부를 다 읽고 있다.)

이런 기분 좋은 강연회를 끝내고 집으로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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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상식의 힘'의 차병직 저자를 만나고 오다
    from # 간이역, 꿈꾸는 식물 2009-07-24 14:12 
    지난 2009년 7월 23일 오마이뉴스 회의실에서 '상식의 힘'의 저자 차병직 저자 강연회가 있었다. 강연에 들어가기 전 책을 읽고 갔기 때문에 30분 일찍 도착한 7시에 들어서 다섯개의 질문을 적어보았다. 물론 강연회에서 그 다섯가지를 다 질문하지는 못하겠지만 그래도 중복되는 걸 피하기 위해 미리 준비해 보았다. 그리고 늦게 오는 이들로 인해 강연은 7시 40분에 시작되었다. 저자는 상식에 대해 그렇게 매력을 느끼지 않는다....
 
 
 

<임꺽정, 길 위에서 펼쳐지는 마이너리그의 향연>을 듣고

고전평론가 고미숙, <임꺽정>으로 쿵푸하다!
조선시대 청년 백수들이 전하는 당당하고 여유로운 삶의 향연
그것은 우리 시대의 모든 마이너가 전수받아야 할 삶의 노하우이다. <- 띠지가 전하는 컨셉

모든 마이너 중에 한 사람인 나는 반드시 가야만 했다.
마이너로의 자의식에 빠져 허우적대는 우스꽝스러운 꼴에서 벗어나
삶을 놀이화하며, 원하는 분야에 대한 달인이 되는 멋진 꿈을 꿀 수 있으니 말이다.

나는 직장을 갖고 돈벌이를 해야 사람으로, 성인으로 인정받는다는 생각을 했었다.
지난 일이 년 정도? 인문서를 접한 이후, 내 20대의 삶이 우울한 청춘으로 기억되는 이유를 알게 됐다.
다수의 인문서와 강의를 통해 길을 잡고 있던 중 조선시대 대표 백수 임꺽정을 말하는 현재의 대표 백수 고미숙님을 만나게 된 것은 끙끙대던 어려운 수학 문제를 풀어낸 기분과 같았다. (이런 비유밖에 안 되는 것인가. 수학 문제라니-)  

금번 출간한 고미숙님의 책은 사계절 출판사에서 나온 <임꺽정>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다. 임꺽정을 읽지 않은 사람이라면 임꺽정 입문서로 좋을 것이고, 읽은 사람이라면 놓친 부분, 미처 깨닫지 못한 부분을 짚어주니 보물을 얻은 듯한 기분이 들 것이다.

배우는 백수의 삶
힘의 대명사 임꺽정을 비롯해 당대 최대 지성이었던 갖바치도 백수였고, 유복이도 백수였다. 그들은 가진 것도 없고, 비천한 신분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사는 데 자신만만했다. 풍요롭기까지 하다. 가진 게 없는 그들은 지킬 것도 별로 없었다. 남아도는 시간에 집중적으로 수련해서 검술의 달인이 되고, 활쏘기, 축지법의 달인이 된다. 갖바치는 유교에서 도교, 불교까지 섭렵하여 최대의 지성인으로 거듭난다. 그들은 모두 길 위에서 배우고, 깨닫고, 놀았다.

야생적인 여성의 삶 
모계사회였던 이때는 여성들의 생명력이 강했다. 나름의 권력을 가지고 있었던 거다. 요즘 여성들은 기계에 의존하고, 병원에 의존하고, 돈에 의존하다보니 몸은 약하고, 마음도 병들었다. 활기라고는 찾아보기 힘든 상황이다. 하지만 임꺽정이 살던 시대의 여성들은 에너자이저와 같은 삶을 누렸다. 발을 땅에 대고 사는 특유의 활기랄까?

더 많은 이야기를 하셨고, 나누었지만 여기까지만 정리하려고 한다.
책 한 권 사서 읽으며 느끼는 재미가 더 쏠쏠할 거란 생각에 말이다.


komisuk

질의응답 시간에 나온 이야기 중 전하고 싶은 내용이 있어 간단 정리하며 이만 마친다.

#1. 어떤 시대에도 시민에게 우호적이었던 적은 없었다. 하지만 살아있는 한 길은 있기 마련. 표창의 달인 유복이는 십년 동안 알 수 없는 이유로 앉은뱅이로 살아야만 했다. 그때 심심해서 손장난으로 시작한 것이 열심히 하니 재주로 변하게 된 것이다. 아무리 절망적인 상황이라고 해도 길은 만들면 된다는 이야기다.

#2. 인간은 간신의 힘으로 산다. 배에 힘을 길러야 한다. 간과 신장이 좋아야 하므로!! 등산을 즐기고, 아주 먼 거리가 아니라면 걷는 게 좋겠다. 책을 읽다가 이에 관련된 글을 찾아 아래에 옮겨 적는다.

"현대인들은 특히 간신이 허약하다. 온갖 이벤트와 스펙터클에 길들여져 기운이 다 상체로 뜨게 된 탓이다. 전문용어(?)로 허열이 망동한다고 한다. 그러다보니 쓸데없는 망상만 늘고, 또 망상이 늘다 보니 비위가 늘 스트레스에 시달린다. 행동으로 이어지지 못한 의념(잔머리)이 너무 많아진 것이다. 알 수 없는 불안과 두려움에 시달리는 이유도 거기에 있다. 현대인들이 말하는 소통과 배려는 주로 이런 비위(비장과 위장)적 표상에 근거한다. 하지만 그건 아주 먼 우회로다. 왜냐하면 그 표상들은 다 주관적 통념들로 가득 차 있어서 그걸 뛰어넘어 서로를 이해한다는 건 요원하고 또 요원할 뿐이다. (중략) 하여 몸으로 소통하는 기술을 익히는 것이 중요하다. 그래야 비위도, 간신도 튼실해질 수 있다. 중요한 건 머리로, 입으로 재지 말고 몸으로 부대껴보라는 것이다."
- 123P에서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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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미숙의 유쾌한 "임꺽정" 읽기  

 

 

 '길 위에서 펼쳐지는  마이너리그의 향연'
 

 '알라딘'에서 문자 메시지와 E-mail이 접수됐다.  

고미숙 작가님의 초청 강연회에 참석할 수 있는 사람으로 '당첨'되었다고^^   

 내가 추진하는 미국 워싱턴주 Seattle 사업이 자꾸만 지연되어서 '새로운 활력'을 얻어야 겠다 는 생각으로 신청했다. 당초엔 별로 기대하지는 않았지만 내심으로는 은근히 고미숙 작가님을 만나 뷥고 '필'을 받고 싶다는 생각이 많았다. 나는 약간의 흥분을 느끼며 여유있게 광화문 사무실을 나섰는데 내가 이용한 대중교통 노선이 만만치 않은 정체 구간이라서 인지 1시간이나 걸려 19:30분이 다 되어서 상암동 '누리꿈스퀘어'에 도착하였다. 18층 강연장에는 많은 사람들이 이미 자리를 하고 대기 상태였다. 나는 맨 앞줄 왼쪽에 자리를 잡고 기다리니 19:40경에 진행자가 고미숙 작가님을 소개한다. 

  조금은 왜소한 몸매였지만 편안한 복장으로 나오셔서 자신을 소개하며 인사를 하셨다. 박수를 받고 자리에 앉아 책을 쓰게 된 동기를 설명하시고 '임꺽정'을 수차례 읽으며 그 주인공들의 특징을 통해 느꼈던 감흥을 말씀하신다. 아울러 현대 사회와 비교하여 재미있게 풀어서 설명을 하시는 강연 내용이 참석들의 동감을 받는 듯 했다. 젊은층이 많아 보였는데 자주 웃음이 터져 나왔고 반응들이 뜨거웠다. 나처럼 나이가(50대후반) 많은 사람은 2~3명 정도 오셨던 것 같다. 

 고미숙 작가님은 언어구사 능력이 뛰어 나시다는 느낌을 받았다. 물론 작가님이시니 어련하겠나 싶었지만, 모 TV방송국 예능프로에 '황석영' 작가님이 출연하여 말씀하시던 모습과 비교할 때 느껴지는 것은 역시 여성 작가다운 섬세함과 자상함이 있었고  참석자들과 함께 호흡하는 강연으로 진행하신다는 특징이 있었다. 

 말씀중에서 몇가지를 요약해서 소개하면,  

 -꺽정이는 자신에 대해서 당당했다. -현대의 젊은이는 이런 삶의 강도를 느끼지 못한다. -오늘날 모든 목표는 돈으로 귀결되지만 그 시대엔 목적이 없이 자신을 연마했다. -이 시대의 결혼조건은 물질 만능주의이다. -꺽정이는 자신의 운명에 대하여 당당했다. -좁은 이성적 견해를 갖고 현대인은 산다. -오늘날 젊은 연인들이 상대방에게 마음을 열지 않는다. -살아 있는한 길은 있다. -자신의 운명을 바꾸는 것은 외부의 힘을 끌어와 철저히 내 안에서 바꾸는 것이다. -현대인은 자신의 몸과 소통을 잘 하지 못한다. -내가 끌고 다니는 모든 인연을 끊으면 팔자가 바뀐다. -밑바닥 생활에서 일어서라. -매일 자신의 공간을 스스로 만들어야 한다...등 

 마지막으로 참석자들의 질문과 답변의 시간을 갖었고 고미숙 작가님의 성의있는 답변이 인상적이었다. 또한 팬 사인회를 통해서 교감을 나누시기도 하셨다. 나도 작가님에게 '권두언'으로 사인을 받았다. 

"박재명님! 공부로 존재와 운명에 대한 비전 탐구를 해 나가시길. 2009.7.22. 고미숙. 

 유익한 시간이었습니다. 고미숙 작가님의 열정적이고 유쾌한 강연회가 좋았다고 생각합니다. 그 곳에 참석한 한 사람으로서 많은 시간을 투자한 보람을 느꼈으며 결코 아깝지 않은 시간들이었다고 감히 말씀 올립니다. 아울러 미국의 사업추진에 새로운 활력을 찾아 당당하게 추진토록 열심히 노력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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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생활의 달인>이라는 프로그램이 있다. 연예인들이 자기들끼리 모여 여행다니고 시시덕거리는 것으로 주말 오후가 다 가는 요즘 TV 프로그램 편성에서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무한도전'에는 무한애정을!) 단연 눈에 띄는 프로그램이다. 어떤 한 분야에 자신의 삶과 열정을 바쳐서 '달인'이 된 사람들을 소개하는 이 프로그램은 시장에서 만두를 포장하는 아주머니부터 하루에 파를 수백 개씩 까는 주방장까지, 비닐포장지의 오타를 찾아내는 공장직원부터 설탕을 배달하는 배달원까지, 그야말로 현대를 성실과 노력으로 살아가는 사람이라면 누구라도 '시대의 영웅'이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나는 개인적으로 이 프로그램을 정말 좋아하는데, 그건 그 '달인'들이 정신적으로 숙련된 이들일 뿐만 아니라 신체적으로도 놀랍도록 단련되고 숙련된 이들이기 때문이다. 물론 삶을 대하는 진정성마저 느껴지는 달인들의 생활태도는 언제나 감동적이다.   

 

 <생활의 달인>에 대한 이야기로 강연회의 후기를 시작하는 것은 '임꺽정으로 쿵푸'하는 고미숙 선생의 강연의 골짜를 이루고 있었던 두 가지 때문이었다. 고미숙 선생은 첫째는 몸의 단련, 두번째는 그것에 반드시 수반되어 할 정신적 수양(정신적 수양에 몸의 단련이 수반되어야 할 수도 있을 것이다. 고미숙 선생은 무엇이 우선이라기 보다는 두 개가 함께 가야 한다고 강변한다)이 지금 신자유주의 시대, 육체적 정신적으로 자기 자신의 삶으로부터 소외되는 현대인을 구원하는 해답이라고 말한다. 그런 의미에서 육체적 수련의 최고 경지를 보여주는 임꺽정과 칠두령, 그리고 끊임없는 공부와 정신적 수련으로 결국은 생불이 된 갖바치의 조화는 고미숙 선생이 고전에서 찾은 현대인의 구원책인 셈이다. 상당히 마음에 와 닿는 내용이다.

 

 그러나 고미숙 선생이  이야기하는 몸의 단련과 정신적 수양은 내가 <생활의 달인>에서 찾은 몸의 단련과 정신적 수양과는 상당부분 동떨어져 있는 것이기는 하다. 고미숙 선생에게 임꺽정과 칠두령의 수련은 '댓가 없는 단련'이기에 그 의미가 컸다고 한다. 칠두령 중 1인인 유복이는 앉은뱅이로 가지 던지기 수련에 매진해 결국은 가지를 던져 파리도 맞추는 대가가 되었다. 그러나 그는 '가지 던지기를 열심히 해서 가지 던지기의 달인이 되어 세계를 평정하겠다'는 식의 어떤 개인의 명예나 부를 위한 세속적 목표를 가진 것은 아니었다. 그리고 그것이 '진정으로 아름다운 수련'이라고 고미숙 선생은 말한다. 따라서 대부분 '열심히 일해 돈을 벌겠다' 내지는 '잘 먹고 잘 살고 싶다'는 소박한 욕망을 가진 '서민 달인'들의 단련의 과정과 칠두령의 단련의 과정은 사뭇 다르다. 고미숙 선생이 높이 사는 '공부하는 삶' 그래서 '깨달음을 얻고 삶을 바꾸고 혹은 세상을 바꾸는 삶'의 전형인 갖바치의 정신적 수양 역시 내가 생활의 달인들에게서 발견할 수 있는 어떤 '숭고한 수양'과는 다소 다르다. 갖바치는 유학에서 시작한 도교와 명리학을 거쳐 결국은 생불에 이르는 시대의 지성이다. 그러나 생활의 달인들은 '지성'이라기 보다는 '진심'으로 승부(?)하는 이들인 셈이다.  

 

 고미숙 선생의 가르침은 매우 인상적이었고 '학삘'이라고 할 수 있는 나의 입장에서는 귀담아 들어야 하는 내용이었다. 무엇보다 제도권에 진입하기보다는 쓸모없는 소비를 줄이는 즉 잉여를 만들어내지 않는 삶과 실험적인 공동체 생활을 통해 (연구 공동체 수유너머에서 많은 공동체 실험을 하고 계신다고 한다)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살 수 있다는 말씀은 많은 생각을 하게 했다. 그러면서도 현대인이 지금의 제도 안에서 살아내야만 할 때, 그 삶을 바꾸는 몸의 단련과 정신 수양이 어떤 종류의 것이어야 할 지에 대해서는 강연 내내 고민하지 않을 수 없었다. 댓가를 바랄 수밖에 없는 서민들, '생활의 달인'들의 삶은 과연 '더 열심히 일해서 성공해야 가치있는 삶이다'라는 신자유주의 자본주의 시대의 훈육에 불과한 것일까라는 평소에도 가지고 있었던 물음과, 그럼에도 불구하고 노력과 인내르 통해 달인의 경지에까지 오른 그분들의 충실한 삶과 그 삶을 채우고 있는 그 분들의 삶의 철학에서 배움을 얻는 것이 맞는가라는 물음이 경합하는 시간이었다. 댓가없는 수련, 내 삶을 바꾸는 공부. 그것이 현대 사회에서 과연 어디까지 가능한가. 

 

이런 질문이 아주 맥락 없는 것은 아니라는 생각을 하게 했던 것은 강연의 끝에 감상을 말씀하신 한 여성분 덕분이었다. 그 분의 따님 세 분이 모두 전문직을 갖고 있어서 육아에 어려움이 많고, 결국 다음 세대 여성의 사회활동의 자유는 이전 세대 여성의 또다른 희생을 바탕으로 이루어진다는 말씀을 하시면서, 돌봄 노동이 결국은 여성으로 귀속되는 현실을 지적하신 분이셨다. 그 분 스스로 따님들의 아이들을 봐주느라 고민이 되셨던 모양. 그런데 그 분의 좋은 말씀들 중 다소 걸렸던 것은 의사이고, 대기업에 다니고, 학교 선생인 딸들의 삶의 대안을 고미숙 선생의 삶에서 찾았다는 것이었다. 당신이 '공부하는 비정규직의 삶'을 살고 있다는 것이 고미숙 선생이 강연 내내 농담 반 진담 반으로 강조하셨던 내용임을 보면, 나는 가슴을 치지 않을 수 없었다. 여성이 결국 육아를 위해 선택해야 하는 것은 비정규직이란 말씀인가. 그때, 고미숙 선생과 같은 비정규직은 얼마나 '우아한' 비정규직인가. 실제로 '비정규직 여성들' 대부분의 삶이 얼마나 처절한지 그 분은 이해할 수 있단 말인가. 그분의 따님들이 영위할 수도 있는 비정규직의 삶과 다른 대부분의 여성들이 이끌어야만 하는 비정규직의 삶 사이의 갭은, 칠두령의 댓가를 원치 않는 단련과 댓가가 따라와야만 하는 생활의 달인들의 단련 사이의 갭과 얼추 비슷해 보이기도 한다. 

 

고미숙 선생의 삶에 대한 통찰의 단면을 보고 또 배울 수 있어 좋은 자리였고, 무엇보다 스스로 가지고 있는 고민에 대해 다시 하번 생각해 볼 수 있어서 흥미있는 자리였다. 선생님의 말씀대로 '고전으로부터 지금을 배울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에 홍명희의 임꺽정을 읽어야겠다는 결심을 하기도 했고, 아직 읽지못한 선생님의 저서들도 읽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간과 신'의 힘을 키우고 몸을 움직이라는 선생님의 조언대로, 오늘은 좀 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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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오기 2009-07-23 19: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강연 후기 잘 봤습니다~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