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고백한다 3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371
자우메 카브레 지음, 권가람 옮김 / 민음사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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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권은 5,642-59장으로 구성된다.

 

2권은 비알에 관한 기원부터 어떤 소유자들을 통해 결국 주인공 아드리아에게까지 전달되었는가가 주된 내용이었다. 극악무도한 행위를 저질렀던 자들은 결국 대가를 치렀다. 천국을 가기 위해 혹은 진실로 참회를 위해 고백했더라도 말이다. 하지만 여전히 악이란 시작 단계부터 제거하기 어렵다는 것이 밝혀진다.

 

3권에서 아드리아는 더없이 행복해 보인다. 자신이 평생 사랑했던 사라와 재회하여 결혼했고, 자신의 학문 연구는 영국의 저명한 철학자에 의해 인정을 받는다. 실제로 그에게 격려 메시지도 받고 심지어 런던에서 만나기도 한다. 이 어찌 기쁘지 않으리오. 하지만 작가는 아드리아가 좀 편하게 살도록 놔두질 않는다. 그의 시련과 고통이 아직 부족하다고 생각하는 모양이다. 이런 그의 생각은 예술이란 불만족에서 탄생한다, 모든 것은 인간 영혼의 깊은 불만족으로부터 비롯된다.” 문장에서 드러난다. 그는 자신의 작품을 예술의 경지로 끌어올리기 위해 의도된 불만족을 선택했던 것일까. 아무튼, 아드리아는 일생일대의 시련을 겪는다.

 

시련의 불씨는 여전히 비알이란 바이올린이었다. 사라와 첫 만남의 매개체이기도 했지만 다시 한번 비알로 인해 사라는 떠나버렸다. 두 번째 헤어짐. 사라가 다시 돌아오기 위해서는 비알의 원래 주인을 찾아 돌려줘야만 한다. 하지만, 아버지부터 그토록 소중히 여기던 물건을 쉽게 그것도 누구인지도 알 수 없는 주인에게 돌려줄 수 있을까. 하지만 사랑하는 사람을 다시 불러들이기 위해 아드리아는 바이올린의 전 주인을 찾아 나서야만 한다.

 

과거 자신의 가게에서 일했던 베렝게라는 인물을 찾아가 원래 주인에 관한 이야기를 듣는다. 그러는 와중 직장 동료와 만나 사랑을 나누기도 한다. 그녀를 통해 잠시나마 사라를 잊을 수 있었다. 이것은 아드리아 평생의 한이 되는데 다른 여자와 열렬한 사랑을 나누고 있을 때 사라가 돌이킬 수 없는 사고를 당했기 때문이다. 이제 아드리아의 인생은 최저점을 향해 달려간다.

 

바이올린 주인이란 자가 나타나 소유권을 주장해 가보를 넘겨줘야 하는 위급한 상황이 되어버렸고, 사라도 이제 더는 세상에 없다. 제발 여기서 아드리아의 고난과 시련을 끝냈으면 좋으련만 그의 머리에 유통기한까지 설정해 버린다. 바로 알츠하이머. 이제 주인공은 시간이 지날수록 나이가 어려지면서 결국 아무것도 생각하지 못하는 단계까지 이르게 될 것이다. 아드리아는 충격을 받고 자신의 인생을 돌아본다. 이때 소설의 첫 문장인 어젯밤 발카르카의 비 내리는 거리를 걸으며 비로소 나는 내 가족 중 한 사람으로 태어난 것이 결코 용서할 수 없는 실수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라고 생각한다. 또한, 지긋지긋한 우연이 이 모든 비극의 시초였다고 시인한다. “인류의 문화사에 대해 고찰하고 연주되기를 거부하는 악기를 잘 연주해 보려 노력하며 인생을 살아온 뒤 내린 결론은 우리, 우리 모두는, 우리 전부는, 우리 모두의 감정운 여어엇 같은 우연일 뿐이라는 거야. 행동과 사건을 엮는 사실들, 우리가 만나는 사람, 우연히 마주치는 사람, 서로 지나치는 사람, 무시하는 사람이 모두 우연의 결과일 뿐이야. 우연은 모든 것을 지배해, 아니면 그 무엇도 우연이 아니라 이미 계획된 것일 수도 있지

 

이제 아드리아는 대체 자신을 그토록 힘들게 했던 악에 대한 고찰을 시작하고 기록으로 남긴다. 그리고 원고 뒷면에는 자신은 죽더라도 사라는 영원히 기록에서라도 살아가게 하려고 또 다른 기록을 적어간다. 그 기록은 아드리아의 절친인 베르나트를 통해 독자가 지금 보는 작품이 될 것이다.

 

이제는 제발 아드리아가 남은 인생이라도 편히 살아가길.. 이렇게 바라보지만 작가는 이 정도도 부족했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 그의 절친인 베르나트와 관련된 사건이 바로 그것인데 그것은 직접 읽어보시라.

 

지금껏 3권에 걸쳐 아드리아가 남긴 기록을 살펴봤다. 아드리아가 기록을 남긴 이유는 분명하다. “지금 나는 아주 급하게 이 야기를 쓰고 있지. 내가 더 이상 이곳에 있지 않더라도 당신의 기억이 영원하길 바라면서 말이야. 모든 것이 허구야. 당신도 알다시피. 하지만 모든 것이 아무도 부정할 수 없는 대단하고 심오한 진실이기도 하지. 그것이 바로 당신과 나야. 이것이 바로 내 삶의 빛인 당신과 함께한 나의 모습이기도 해바로 이야기 속에서라도 연인을 살아가게 하려는 눈물겨운 분투다. 현재 그가 남긴 기록은 진실할까. 잘 모르겠다. “현재는 이미 다르다. 현재는 이미 내일과 같다.” 라는 문장을 잘 생각해볼 일이다.

 

마지막으로 그가 작품 전체에 발견하는 악을 대체 어떻게 해야 할까. 악의 근본을 제거할 수는 없고 항상 벌어진 후에나 대응하는 사후약방문 같은 사태를 말이다. 작품에는 종교재판장, 프랑코, 히틀러, 포로수용소장, 생체실험 의사 등 악의 화신이 등장하지만, 그중에서 보덴 박사만큼은 자신의 죄를 참회하고자 노력하는 것으로 보인다. 그가 남긴 말이 해답이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타인을 해한 어떤 한 사람에게 내재하는 악은 언제나 바로잡을 수 있습니다. 다만 바로잡기 위해 나서야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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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고백한다 2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370
자우메 카브레 지음, 권가람 옮김 / 민음사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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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권은 4,524~40장으로 구성된다.

4부의 제목은 팔림프세스투스이다. 상당히 의미심장하다. 2권 전체 분량의 3분의 2 이상을 차지한다. 중세시대 유럽, 이슬람과의 관계가 악화하자 종이 수입이 어려워졌다. 기록의 보존을 위한 종이 대체품으로 찾아낸 것이 송아지, 양 등 동물 가죽을 이용한 일명 양피지였다. 양피지는 제작하기 어렵고 고가였기에 기존 내용을 갈아내거나 씻어낸 후 재사용하기에 이르는데, 이를 필람프세스투스라고 했다.

 

새로운 내용이 양피지에 다시 기록되지만, 미처 제대로 지워지지 않은 기존 내용과 겹치는 경우도 생겼으리라. 현재와 과거의 기억이 뒤섞여 혼란을 자아낼 텐데 2권 초반 24장이 그렇다. 뒤섞인다고 무조건 혼란을 야기하지 않는다. 더 알아보기 힘든 칠흑 같은 검은색이 되기도 하지만, 더없이 투명한 흰색이 될 수도 있다. 24장은 후자의 경우로 여러 개의 시점이 겹치지만, 주제는 더없이 투명하고 명확하다. 그 지긋지긋한 이란 무엇인가.

 

성인이 된 아드리아는 사라가 갑자기 사라진 후 튀빙겐으로 유학을 하러 갔고 어느 날 근처 비벤하우젠 수도원 투어를 간다. 이때가 1960년 즈음일 텐데 투어 진행 중 갑자기 배경이 1940년대 아우슈비츠 포로수용소, 14세기 종교재판이 한창이던 스페인의 지로나가 혼합된다. 악의 화신인 종교재판장과 나치 포로수용소장이 뒤섞이며 서사를 끌어간다. 신기하게도 시대와 인물이 어지럽게 혼합되지만, 그들이 소수자에게 행한 악행은 시공간을 초월해 동일하게 자행된다. 소수자는 이단, 유대인, 조국을 잃은 카탈루냐인, 성소수자 등 억압받는 모두를 상징한다. 아무리 수 만 번 양피지를 새롭게 겹쳐 쓰더라도 인물은 바뀔지언정 악에 대한 부분은 늘 동일할 것이다. 이것이 바로 인간 세상이다. 24장은 필람프세스투스의 상징적 의미를 가장 잘 보여주는 흥미로운 챕터다.

 

1권이 아드리아의 유년 시절/청소년기를 다뤘다면 2권은 그의 청년기를 다룬다. 그는 튀빙겐에서 박사 학위를 땄으며 바르셀로나 문화사 교수가 된다. 진실은 간혹 다른 곳에 있을 수도 있다. 아니 그렇다. 독자는 대체 무엇이 진실인지 알기 위해 머리를 싸매지만 결국 겉모습으로 진실을 발견할 수 없다는 것을 받아들여야 한다.

 

14세기의 잘 나가던 종교재판소장의 비서였던 미켈이 왜 자리를 박차고 방랑의 길을 선택했는가. 20세기 초 프란츠 그뤼베는 레지스탕스로 기억되는 것이 온당한가. 아드리아의 아버지 팰릭스는 순진한 골동품 덕후였는가. 인간은 고쳐 쓸 수 없는 존재인가 등에 대한 진실은 무엇일까. 우리는 기록만을 진실로 믿을 수 있을까. 인류는 17세기 전까지 지구를 중심으로 우주가 돌아간다고 믿었던 자들이란 것을 기억하자.

 

 

특히 2권에서는 1권에서 자세히 다뤄지지 않았던 나치 수용소의 악 그 자체였던 보이트 박사, 보덴 박사, 회스 중령 등에 대한 전사와 이후 운명이 다뤄진다. 보덴 박사에게 가족을 희생당했던 마티아스, 그는 제대로 된 대항을 하지 못해 평생 죄책감 속에 살아간다. 속죄하기 위해 수도원에도 들어가는데 거의 죽어갈 때 이웃 수도원의 수도사가 그를 살려준다. 뮈스라는 이름의 수도사는 나중에 수용소에서 생체실험을 자행했던 나치 장교였던 보덴 박사라는 것이 밝혀진다. 자신을 지옥에 빠뜨렸던 인물이 회개 후 자신을 구원하기도 했다. 결국, 악은 처벌을 받는다아드리아는 왜 신은 악을 처벌하지 악 그자체를 막지 않느냐며 볼멘소리를 한다. 그는 "악은 처벌은 받지만 이미 일이 일어난 뒤에 처벌 받는것"이 무슨 의미가 있냐 싶다. 중요한 것은 악 자체가 벌어지지 않게 해야하는게 신의 역할 아니냐 말이다.

 

아드리아의 어머니 카르메가 사망하면서 그동안 가려졌던 진실도 드러난다. 왜 아드리아의 연인이었던 사라가 그의 곁을 떠났는지에 대한 사실이 밝혀진다. 아드리아의 부모가 깊이 관여된 사건 때문인데 충격을 받은 사라는 갑자기 말도없이 파리로 떠나버린다 것이다. 이후 다시 사라는 돌아오겠지만 여전히 부모가 남긴 악의 씨앗은 둘의 관계를 살얼음 판으로 만들어 놓는다.

 

프랑코 사망 후 아드리아는 튀빙겐으로 돌아와 바르셀로나 대학에서 문화사 수업을 맞는다. 아들은 아버지를 보고 배운다고 한다. 그 또한 골동품 수집에 열을 올리고 있는 자신을 발견한다.

 

일련의 모든 사건은 비알이라는 바이올린으로 수렴된다. 그리고 그 바이올린은 아드리아에게 있다. 결국 세상에 벌어지는 모든 사건이 그와 관련이 있다.

모든것이 나와 관련이 있었다. 나는 인류의 잘못된 선택에 직접적 책임이 있다

 

2권은 사건의 실체를 찾아 들어가고 그곳에서 감당하기 힘든 진실의 순간을 만나 좌절하는 순간이 그려진다. 그리고 그 진실에는 악이 숨쉬고 있다. 악은 절대로 뿌리 뽑을 수 없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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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고백한다 1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369
자우메 카브레 지음, 권가람 옮김 / 민음사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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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에 처음 소개되는 카탈루냐어로 된 문학작품이라는 점, 게다가 그곳에서 공부한 번역가에 의해 직역된 작품이란 것도 흥미를 끌었다. 스페인에는 네 개의 공용어(카스티야, 카탈루냐, 갈리시아, 바스크)가 있으며 그 중 바르셀로나를 중심으로 한 북동부 지방에서는 카탈루냐어를 사용한다.

 

작가는 작중 인간은 국가에서 사는 것이 아니라 언어 안에서 살아간다.”라고 언급한다. 스페인의 역사를 바탕으로 한 통찰이 함의된 문장이다. 과거 네 개의 언어권에 살던 사람들은 가장 강력했던 카스티야왕국 주도로 통일되면서 나머지 언어권은 비주류가 되어버렸다. 여전히 카탈루냐는 독립을 외치고 있고 이러한 열망은 엘클라시코로 불리는 레알 마드리드와의 축구 경기를 통해 터져 나온다. 이러한 배경을 가진 카탈루냐에서 성장한 작가의 작품에 소외된 자를 다루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다. 또한, 이들을 억압하는 악인들에 대해서도

 

소설은 600년이라는 시공간을 자유자재로 넘나든다. 일말의 틈도 없이 순식간에 시공간이 교차하고, 화자의 시점과 인물도 혼합된다. 뻔한 내용도 이야기 구성의 파격을 통해 전과 다른 관점에서 느끼고 생각할 수 있다는 것이 신기한 경험이다. 작품의 주요 시공간은 교황의 권위가 정점에 달했던 그리고 그 권위를 지켜내기 위해 기독교 내부의 이단을 척결하기 위해 유럽 전역에 종교 재판소를 설치했던 14세기, 과학 기술의 발전으로 계몽의 시대를 열었던 18세기, 각종 이념의 각축장이 되었던 스페인 내전, 인간의 가장 추악한 본성을 드러냈던 아우슈비츠 유대인 절멸수용소 등 카탈루냐, 이탈리아, 독일, 폴란드를 아우른다.

 

생각만 해도 끔찍한 이곳에는 늘 소수를 억압하는 절대 권력이 존재했다. 종교의 도그마, 이데올로기, 패권, 순혈주의 등의 다양한 가면을 썼으나 결국 비주류에게 악으로 존재했다는 공통점을 지닌다. 단테의 《신곡》에서 지옥문을 통과하기 위해서는 희망을 버려야 한다. 악에 의해 희망이 거세돼버린 사회는 살아있는 지옥이 된다. 그곳에선 살아가는 개인 또한 자의든 타의든 상대방의 희망을 빼앗으면서 악이자 지옥이 돼버린다.

 

신이 존재한다면 악이 태동하기 전에 발본색원할 수 없을까. 악이란 추상인가 실제인가. 예술은 악을 제어할 수 있는가. 인간의 역사는 오랜 시간 축적된 우연의 결과인가 아니면 이미 계획돼 있는 필연인가. 의식하지 못했으나 개인의 존재 자체가 타인에게는 지옥으로 작용할 수 있을까 등 다양한 담론이 작품에 녹아들어 있다. 작가는 이 작품을 쓰기 위해 무려 8년의 시간을 사용했으며 2011년에 더 진행을 마쳤다고 한다. 오랜 시간 공을 들인 만큼 묵직한 생각거리들이 담겨있다. 하지만 따분하지 않고 흥미롭게 읽어갈 수 있는 것은 작가의 능력이다..

 

1권은 총 323장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2-3권의 내용을 풀어가기 위한 수많은 사건과 복선이 난무하다. 60세가 된 주인공 아드리아는 알츠하이머로 인해 머리에 유통기한이 생겼다. 자신이 사랑했던 연인과 책 속에서라도 영원히 함께하기 위해 그는 자서전 형식의 글을 써나간다. 그 장대한 서사를 추동하는 매개체는 자신의 아버지가 남긴 비알이라는 바이올린이다. 오랜 시간 다양한 사람을 거쳐 자신에게 도착했을 비알의 탄생과정과 소유자를 추적하며 현실과 환상을 자유자재로 오간다. 그의 기록은 사실일까. 하지만 장담할 수 없다. 진실이라 믿었던 것들이 시간이 지나면서 거짓으로 드러나는 경우를 수도 없이 독자는 목격하기 때문이다. “세상에 모든 것은 변한다고 희랍의 어느 철학자가 말했던 것처럼 말이다.

 

 

1권의 줄거리를 살펴보면 <아래>와 같은데, 시대별로 정리를 해보았으나 작품은 생각보다 이렇게 친절하지 않다. 아래의 시대가 한 문단, 문장에서 수시로 교차하면서 혼란의 도가니로 빠져드는, 그래서 생각보다 흥미롭고 더욱 집중을 하게 되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작가의 드라마 각본을 썼던 이력이 장면 전환에 많은 영향을 미치지 않았나 싶다.

 

<아래>

-20세기 후반

이제 60이 된 주인공 아드리아. 머리에 유통기한이 생겨버린 그는 기억을 살려 행복과 불행에 관하여 이야기를 털어놓는다. 그는 한 여인을 평생 사랑했다. 고대의 지혜를 보존하기 위해 혼신의 노력을 다해 양피지에 기록을 남겼던 중세의 수도사처럼, 악에 대한 성찰을 다룬 원고 뒷면에 기억을 채워나간다. 이는 사랑하는 연인의 기록이자 자신의 자서전이며 동시에 그들을 연결했던 비알이란 이름을 가진 바이올린에 관한 연대기요, 악에 대한 고찰 그리고 우연으로 점철된 인간의 삶에 관한 성찰이다.

 

 

-20세기 초

기록은 유년 시절 보았던 아버지를 생각하며 본격 진행된다. 펠릭스 아르데볼은 아드리아의 아버지로 로마 그레고리오 대학으로 유학을 하러 간 수제다. 펠릭스는 운명의 연인 카탈리나를 만나 사랑에 빠졌으나 그녀를 임신시키고 주변의 평판이 두려워 로마를 떠날 만큼 비정했다. 이 사건으로 펠릭스는 공부를 그만두고 골동품 수집상으로 전업한다. 업무상 바르셀로나의 아드리아 보스크라는 학자와 알게 되면서 사업 확장을 했고, 그의 딸 카르멘과 결혼하여 주인공 아드리아를 낳는다.

상인은 가리는 것이 없다. 나치, 유대인, 파산자 등 위기에 빠진 자들을 귀신같이 알아내어 염가에 귀중품을 사들인다. 바이올린은 펠릭스가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나고 정체를 숨기고 살아가고 있던 나치 출신의 장교 팔레그나미로부터 헐값에 가져온 것이다. 부당한 방법으로 갈취한 물건 때문에 결국 펠릭스도 비운의 운명을 맞이한다. 아드리아의 아버지를 죽인 바이올린의 주인은 어떻게 그 바이올린의 소유자가 된 것일까.

 

 

-나치수용소

유럽의 동쪽 수용소에서 유대인 절멸이 이뤄지고 있다. 생체 실험실을 담당하는 보이트 박사는 수용소에서 한 포로를 죽이고 바이올린 얻었다. 팔레그나미는 보이트 박사였으며 신분을 위장하고 펠릭스의 친구 모를린 신부의 비호에 숨어있었다. 그러나 그런 약점을 간파하고 펠릭스는 그에게 바이올린을 염가에 갈취한다.

 

 

-17~18세기

바이올린에는 라우렌티우스 스토리오니 크리모넨시스 메 페킷 1764” 라는 라틴어 문구가 적혀있다. 바이올린으로 유명한 이탈리아 크레모나에서 1764년에 스토리오니에 의해 제작되었다는 의미다. 이를 바탕으로 아드리아는 한 단계 더 깊숙이 바이올린 역사를 추적한다. 한 세기 더 전인 17세기 북부 이탈리아 돌로미티 산맥 인근 프레다초 숲에 사는 자키암이라는 나무 공급자에 초점이 모아진다.

자키암은 악기가 될만한 품질 좋은 나무를 골라 이탈리아 크레모나에 납품하는 일을 했다. 그는 분노 조절에 실패하여 살인을 저질렀고 쫓기는 신세가 된다. 프랑스 카르카손에서 목수로 일하며 한 수사를 만나 카탈루냐 지방의 성 페레 델 부르갈이란 300년 전 버려진 수도원 부근의 숲에 악기 제작에 최고의 나무가 있다는 정보를 얻는다. 그 숲의 최고의 단풍나무가 비알이 될 운명이었다. 나무를 자를 때 흥미로운 사건이 있었는데 밑에 해골이 발견된다. 이 해골의 주인은 누구일까. 또 과거로 거슬러가 봐야 하지 않을까.



-14세기

나무 밑의 해골은 300년 전 죽임을 당하고 아무렇게나 묻힌 줄리아 수사로 밝혀진다. 한때 도미니크회 수도사였다가 20년 전 종교재판장의 부관 자리를 박차고 나온 당시에는 미켈로 불리던 인물이다. 추상같던 상관의 명령을 거부해 사형선고가 내려졌고, 미켈은 도망 중 어느 베네딕트회 소속 수도원에서 줄리아 수사를 만나 구원의 희망을 얻는다. 속세와 단절된 성 페래 델 부르갈 수도원의 얘기를 듣고 그곳에서 새롭게 줄리아 수사로 봉직한다. 하지만 지령을 받은 기사에게 발각되어 죽임을 당하고 수도회 영지에 묻힌다. 줄리아가 지녔던 씨앗이 자라 울창한 숲을 이뤘고, 이들 중 하나가 비알이 되었으며 이는 곧 소설의 서사를 진행하는 중요한 매개체가 된다.

 

이제 2권으로 이어지는 일련의 사건들의 상세한 배경이 설명될 것이다. 아울러 1원에 나온 수많은 떡밥이 조금씩 회수되기 시작할 것이다. 그렇게 되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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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어의 마지막 한숨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222
살만 루슈디 지음, 김진준 옮김 / 문학동네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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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 남부 안달루시아의 베넹헬리. 그라나다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 그곳 성에서 빠져나온 주인공 무어는 쫓기고 있다. 그는 그동안 자신이 살아왔던 집안 이야기를 상세히 기록했고 이제 그 내용이 세상에 밝혀지길 바란다. 그 때문에 지나는 길의 대문마다 원고를 하나하나 못질한다. 그 원고를 따라가다 보면 이제 이 남자가 왜 쫓기고 있으며 그의 운명이 어떻게 결정 날 것인지 알게 될 것이다.

 

이야기는 그의 어머니 아우로라 다 가마를 소개하면서 본격적으로 시작되는데 서사를 따라가다 보면 그녀의 아버지 카몽시, 어머니 이사벨라, 그리고 조부 프란체스코, 조모 이피파니아가 활동하던 20세기 초까지 올라간다. 이렇게 무어까지 장장 4대의 이야기가 씨줄과 날줄이 되어 파란만장한 인도의 역사와 맞물려 하나의 큰 태피스트리로 직조된다.

 

무어의 조상은 외종조부부터 서로 전혀 성격과 배경이 다른 가문이 결합한다. 15세기 유럽의 대항해 시대 최초로 인도항로를 개척했던 포르투갈의 바스쿠 다가마의 방계 후손이 인도에 정착했고 그의 후손 프란시스코는 인도의 몰락한 유서 깊은 메네제스 가문의 이피파니아를 아내로 맞으면서 피를 섞는다.

 

이후 그들의 아들 카몽시는 고아 이사벨라를 만나 결혼한다. 그들 부부의 외동딸인 무어의 어머니가 되는 아우로라는 유대인 출신 가문인 조고이비와 결혼하면서 다시 한번 피가 섞인다. 조고이비 가문은 과거 15세기 말 스페인 기독교 세력의 국토회복운동 당시 마지막까지 저항했던 이슬람 나스르 왕조의 보압딜 왕의 후손으로 밝혀진다. 이렇게 다양한 피가 섞이면서 저마다의 종교, 정치성향도 함께 갈등과 충돌을 일으키며 수많은 이야기가 만들어진다. 결론적으로 이 가문의 마지막 생존자이자 이 소설의 화자인 무어의 핏속에는 유럽, 인도, 이슬람, 유대인의 피가 혼합되어 흐르고 있다. 그렇게 특이한 배경을 가졌기 때문인지 그는 특이한 운명을 타고 태어났는데 남들보다 시간이 두 배로 빨리 간다. 그만큼 빠르게 죽음의 문턱에 가까워졌고 남들보다 두 배는 빠르게 인생의 희로애락을 통해 진실을 깨닫는다.

 

무어의 집안은 자신의 아버지 아브라함 때부터 인도 제일가는 부자로 성장하게 되는데 그럴수록 집안의 갈등은 커지고 분위기는 더욱 암울해진다. 그의 집안은 대대로 여성들의 힘이 강했는데 이제 아우로라의 힘도 약해져 가며 집안이 기울기 시작한다. 아브라함은 겉모습과는 달리 온갖 비위를 통해 부를 축적하고 불륜을 저지르고 있었고, 아우로라 또한 집안일은 내팽개치고 오직 예술과 그와 관련된 일을 하면서 현실을 외면한다. 그 과정에서 그녀 또한 수많은 불륜을 저지른다. 무어는 이런 내용을 알고 있었고 이것이 진실이라 생각하며 철저하게 그리고 착실하게 내용을 기록한다..

 

하지만 우리가 알고 있는 것이 과연 진실일까. 우리는 잘은 모르면서 막연히 들었던 것들을 검증도 없이 안다고 생각하고 있는 것은 아닐런지…무어는 소설 속에 나오는 다양한 인물을 만나면서 이야기를 듣지만 결국 어느 것도 진실이 아닐 수 있다는 것을 깨닫는다. 결국 진실은 그것을 본인이 어떻게 생각하느냐에 달려있다. 그것을 믿는 믿지 않던 본인의 선택인 것이다. 무어는 자신의 뿌리가 시작되었던 이베리아반도에서 그런 깨달음을 가지고 운명을 맞이할 것이다.

 

이 소설은 작가 살만 루슈디가 시아파 이슬람으로부터 파트와라는 실질적인 사형 선고를 받아 이들을 피해 도피하는 기간 썼다. 이슬람의 신성을 모독했다는 죄였다. 그는 무신교로 과연 눈에는 보이지 않는 신, 그리고 이름뿐인 종교가 인간의 삶을 좌지우지하는 부분에 대해 많은 의문점을 갖고 있었다. 나와는 다른 것들에 대해 소신 있는 발언을 했다고 해서 억압받는 사회에 대한 뼈아픈 일갈을 가하는 것이다.

 

인상 깊었던 부분은 평생 진실로 알아 왔던 것이 결국 거짓으로 판명 날 수도 있듯 진실이란 늘 숨겨져 있다는 것이다. 중요한 것은 눈에 잘 보이지 않는다는 것과 일맥상통하는 부분이다. 루슈디는 도피 기간에 지금 종교에 경도되어 타인에게 행하는 억압이 과연 정당한가에 대한 성찰을 가장 파급력이 높은 이야기라는 매체를 통해 보여주고 있다.

 

그는 진실을 찾기 위해 고난의 길을 선택했고 그곳에서 진실을 봤다. 인간은 절망 끝에 깨달음이 온다고 했던가. 그는 그동안 펼쳐진 암울했던 사건의 전말을 파했쳤고 진실을 발견했다. 거기서 끝나지 않고 모든 종교의 선지자들처럼 그 내용을 혼자만 알고 끝나는 것이 아니라 세상에 이것을 다시 알려주고자 한다. 그리고 그가 선택한 곳은 그의 뿌리가 시작되었던 이베리아반도.

 

그리고 마지막 한숨을 쉬면서 500년 전 회한의 한숨과 눈물을 흘리며 쫓겨났던 그 역사적 장소인 알람브라 궁전이 보이는 곳에서 이야기는 끝난다. 하지만 스티븐 킹이 말했듯 중요한 것은 이야기다. 남보다 두 배 빠른 속도로 살아야 했기에 빨리 깨닫지만 그만큼 빨리 죽음에 이를 운명이던 그는 먼지로 화하겠지만 그의 이야기는 계속될 것이다.

 

이 책의 주제는 무엇일까. 결국 진실이란 불변하지 않으며 가변적이고 우리의 기억은 왜곡될 수 있으니 늘 매사에 신중해야 한다가 아닐는지.

또한, 그러한 인간의 불완전성에서 벗어나기 위해 우리는 자주 섞여야 하며 그럴때야 비로서 스스로 성찰할 기회를 얻을 수 있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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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고호 이야기 날개돋친고전 2
아폴로니오스 로디오스 지음, 강대진 옮김 / 작은이야기 / 201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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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너는 똑바로 서야지, 똑바로 세워져서는 안된다" <명상록>

 

로마의 철인황제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의 주장처럼 인간은 늘 주체적으로 살고자 끊임없이 노력했고 여전히 고민한다. 하지만 자신의 인생에 주인으로 살기는 그리 호락호락하지 않다. 익숙한 삶의 관성에 대한 저항은 필연이기 때문이며, 그 순간부터 긴장이 고조되고 고통과 시련은 기정사실이 된다. 실패해 넘어지면 상처를 입는 것은 물론 주위의 비난과 비웃음과 같은 굴욕의 시간이 시작될 것이다. 겨우 똑바로 섰다고 해도 새로운 목표를 향해 다시 움직이기 위해 새로운 관성에 다시금 저항해야 한다. 영원히 저항을 저항해 하는 시시포스와 같은 운명을 가진 이들이 바로 똑바로 선 이들인 것이다.

 

관성을 극복하고 스스로 설 수 있다는 자기 잠재력을 발견하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다. 텔레마코스는 멘토르의 도움으로 스스로 아버지를 찾는 여정을 통해 그동안 알지 못했던 세상을 접하며 소년에서 어엿한 청년으로 성장한다. 텔레마코스의 아버지인 오뒷세우스는 트로이에서 고향인 이타카로 돌아가기 위해 10년 이란 방랑의 시간을 거치며 꾀돌이에서 현인이 되어 무사 귀환하고 적들을 소탕한다. 이렇듯 개인의 가능성은 스스로 찾아내던지 혹은 타의에 의해 발견되고 세련되게 다듬어진다. 중요한 것은 이 모든 것은 그냥 찾아지는 것이 아니라 내외부의 자극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헬레니즘 시대의 대표 시인이었던 아폴로니오스 로디오스B.C 3C의 작품인 아르고호 이야기에서는 또 다른 방법으로 잠재력을 발견하는 영웅들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이들의 자식들은 성장해 트로이를 함락함으로써 또한 불멸의 명성을 얻게 될 것이다. 어떻게 생각하면 트로이아 전쟁의 프리퀄이라 해야할까.

 

 

 

<줄거리>

 

작품의 줄거리를 살펴보면 조지프 캠벨이 언급한 영웅의 여정을 착실하게 따른다. 거칠게 한줄로 요약하면 '주인공이 모험의 소명을 받아 숱한 시련을 극복 후 영약을 가지고 귀환한다는 것'이다.

 

이아손은 이올코스의 왕 펠리에스부터 저 멀리 흑해 근처에 있는 콜키스로 가서 황금 양피를 가져오라는 미션을 받는다. 왕은 신발을 한 짝만 신은 사람을 조심하는 신탁을 받았는데 이아손이 그런 모습으로 자신의 축제에 참여했기에 두려웠던 것이었다. 아이에테스는 분명 그 모험은 실패할 것으로 생각했기에 이아손을 보낸 것이다.

 

의외로 이아손은 명령을 순순히 받아들이고 헤라클레스, 오르페우스, 텔라몬, 펠리우스 등 당대 최고의 영웅 50명을 모아 아테네 여신의 도움을 받아 만든 아르고호를 타고 모험을 떠난다. 그들은 콜키스까지 가는 여정에서 다양한 곳을 방문하게 되는데 여성들만 사는 렘노스섬에서 사랑을 나눴고 키지코스 섬에서는 오해와 실수로 상대방의 왕을 죽이기도 한다. 또 다른 섬에서는 아미코스 왕과의 권투 시합을 벌였고, 하르피이아이라는 괴조가 사는 곳에서는 그들을 물리치면서 피네우스로부터 조언을 얻어 심플레가데스(부딪히는 바위)라는 무시무시한 난관을 헤치고 마침내 목적지에 도착한다.

 

콜키스의 왕이었던 아이에테스는 황금 양피를 쉽게 내줄 생각이 없었다. 왕은 두 가지 미션을 성공할 경우 황금 양피를 주겠다는 조건을 내걸었고 그들은 다시금 그 미션을 수행하러 떠난다. 첫 번째 사나운 청동 소에게 멍에를 씌워 땅을 갈고 용의 이빨을 땅에 뿌리고 두 번째, 그 땅에서 자라난 병사들을 죽이는 것이다. 이루 말할 수 없는 위험이 따르는 과업이었지만 이아손을 보고 한눈에 반한 아이에테스 왕의 딸 메데이아의 도움으로 모든 과업을 성공리에 마친다.

 

이제 약속된 황금 양피를 받아 귀환하는 일만 남았다. 그러나 역시나 아이에테스 왕은 순순히 자신의 약속을 지킬 생각을 하지 않았고 오히려 영웅들을 해치려 했다. 이에 이아손은 다시 한번 메데이아의 도움을 받아 황금 양피를 탈취하여 귀환길에 오른다. 아이에테스 왕의 아들 압시르토스의 추격이 이어지고 이번에도 메데이아의 도움으로 위기를 벗어난다. 이후 아르고호 영웅들은 마녀 키르케사 살았던 섬을 지나 헤라, 테티스등 여신들의 도움으로 무서운 세레네이스 섬, 플랑크타이(떠다니는 바위), 리비아의 사막을 지나 크레테 섬에서 청동 거인 탈로스를 무찌르고 마침내 고향으로 돌아온다.

 

 

 

리더로 성장하기 위한 조건

 

이제 막 솜털이 갓 사라진 이아손은 모험을 떠날 당시 헤라클레스의 양보에 따라 리더가 되기는 하지만 존재감은 미약했다. 큰 나무 주변은 드리운 그늘로 주변에 식물들이 잘 자랄 수 없듯, 워낙 뛰어난 재능을 가진 영웅이 함께 있는 한 이아손의 잠재력은 표출되기 어려웠다. 하지만 모험 도중 헤라클레스가 요정에게 납치된 자신의 시동 휠라스를 찾는 과정에서 배를 놓쳐버리고 이아손은 마침내 영웅의 그늘에서 벗어나 합법적 리더가 된다. 그러자 그는 점차 숨겨졌던 헤라클레스와는 다른 그의 리더십을 발휘한다. 헤라클레스가 가공할 만한 힘을 상징한다면 이아손은 지혜를 대변한다. 완력보다는 대화와 타협, 그리고 필요하다면 여성의 도움을 받아서까지 여러 차례 위기를 극복한다. 이는 목표 달성을 위해서라면 전통을 벗어난 외교적이고 전략적 사고도 용인될 수 있다는 유연성을 보여준다. 이아손이 역량을 펼칠 수 있었던 것은 결국 헤라클레스가 용케도 초반에 사라져 주었기 때문이다. 리더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이렇듯 큰 그늘을 드리우고 있는 존재가 자리를 비켜줘야한다.

 

 

 

소년의 껍질을 깨부수다

 

처음 이올코스의 파가사이 해변을 떠날 때 아르고호 선원들은 앳된 소년의 모습이었다. 그들은 모험의 여정에서 처음 여성과 사랑도 나누고, 살인도 했으며, 오해로 인한 살인을 하는가 하면 위기에 빠진 이에게 도움의 손길을 내밀기도 한다. 그토록 원했던 황금 양피를 얻었지만 돌아오는 과정에서도 전보다 위험한 항해, 배를 이고 사막을 횡단, 청동 거인을 물리치고 나서야 고향으로 귀환할 수 있었다. 그들이 가져온 것은 황금 양피였으나 그것은 일종의 맥거핀인지도 모른다. 정작 중요한 것은 헤라클레스와 같은 전지전능한 영웅이 없이도 모험의 여정에 직면했던 난관을 능동적으로 해결한 것에 있다. 그 과정에서 이들은 더 현명하고 지혜로워졌으며 소년의 틀을 깨부수고 자기 잠재력을 자각한 영웅으로 탄생한다.

 

드디어 한 인간이 똑바로 서게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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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시우행 2023-12-21 05: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읽어서 알고있던 스토리임에도 리뷰글에 빨려들 듯 읽어내려 갔어요. 감사합니다.

카이로스 2023-12-23 07:53   좋아요 0 | URL
호시우행님 감사합니다. 즐거운 크리스마스 되셔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