新訂版 國語史槪說, 李基文(이기문), 태학사, 2006.(초판 1998)

 

 

 

 

신정판 머리말

"이 책은 1961년에 초판을 내었고 72년에 개정판을 내었다. 늦어도 10년마다 고칠 생각을 가지고 있었는데 여러 가지 사정으로 25년이 지나서야 겨우 신정판을 내게 되니 부끄럽기 짝이 없다.
  그 동안 국어사 연구는 참으로 괄목할 만한 발전을 이룩하였다. 예전에는 볼 수 없었던, 때로는 이름조차 들은 일이 없었던 새로운 자료가 연이어 세상에 모습을 드러내었고 이 방면을 연구하는 젊은 학자들이 많이 나타난 것은 여간 기쁜 일이 아니다. 앞으로 국어사 연구의 발전이 끊임없이 이어져 나갈 것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이제는 이런 얄팍한 책 속에 그 동안의 연구 성과를 모두 담기가 어렵게 되었다. 그리하여 이 책은 초학자를 위한 것으로 삼고, 두툼한 책을 따로 써야겠다는 생각을 해온 지도 몇 해가 되었다. 여러 학자의 도움을 받아서 이 계획을 실현할 것을 새삼 다짐해 본다.
  이 신정판은 국어학의 발전을 위하여 온 정성을 기울이고 있는 태학사에서 간행하게 되었다. 초판과 개정판을 맏아 키워 주신 민중서관과 탑출판사, 그리고 이번에 급히 이 신정판을 내기 위하여 애써 주신 태학사의 여러분께 깊은 사의를 표한다. 앞으로 이 책의 내용을 더욱 알뜰하게 고침으로써 여러분의 노고에 조금이라도 보답할 수 있기를 바랄 뿐이다." 1998년 8월 20일 저자

차례

제1장 서론 / 10
    제1절 연구의 목적 / 11
    제2절 연구 방법 / 12
    제3절 변화의 유형 / 14
    제4절 외사(外史)와 내사(內史) / 17
    제5절 국어사의 체계화 / 18

제2장 국어의 계통(系統) / 20
    제1절 언어의 계통적 분류 / 21
    제2절 공통특징론(共通特徵論) / 22
    제3절 국어와 알타이제어(諸語)의 비교 / 25
    제4절 국어와 일본어의 비교 / 34
    제5절 국어의 계통적 위치 / 36

제3장 국어의 형성 / 40
    제1절 고조선 / 40
    제2절 부여계와 한계(韓系) / 41
    제3절 고구려어 / 43
    제4절 백제어 / 47
    제5절 신라어 / 49
    제6절 삼국어(三國語)의 이동(異同) / 50
    제7절 중세국어 / 51
    제8절 국어사의 제단계(諸段階) / 52

제4장 문자 체계 / 56
    제1절 한문의 정착 / 56
    제2절 고유명사 표기 / 58
    제3절 이두(吏讀) / 60
    제4절 구결(口訣) / 64
    제5절 향찰 / 67
    제6절 훈민정음 / 68

제5장 고대국어 / 74
    제1절 자료 / 75
    제2절 표기법 / 78
    제3절 음운(音韻) / 81
    제4절 한자음 / 87
    제5절 문법 / 89
    제6절 어휘 / 91
    제7절 향가 해독(解讀)의 방법 / 94

제6장 전기(前期) 중세국어 / 100
    제1절 중세국어의 성립 / 101
    제2절 자료 / 103
    제3절 표기법 / 106
    제4절 음운 / 109
    제5절 어휘 / 115

제7장 후기(後期) 중세국어 / 120
    제1절 자료 / 121
    제2절 훈민정음 체계 / 128
    제3절 15세기 정서법(正書法)의 원리 / 134
    제4절 한자음 표기법 / 136
    제5절 음운 / 137
    제6절 문법 / 155
    제7절 어휘 / 190

제8장 근대국어 / 196
    제1절 자료 / 198
    제2절 문자 체계, 정서법 / 202
    제3절 음운 / 205
    제4절 문법 / 214
    제5절 어휘 / 227

제9장 현대국어 / 234
    제1절 현대 정서법의 원리 / 236
    제2절 현대국어의 특징과 경향(傾向) / 238

색인 / 247

* 이 책은 느슨한 국한혼용을 하고 있다. 전체적으로 한글을 쓰고 있으나, 사료나 자료의 예시, 고유명사, 개념어, 뜻이 애매한 단어 등에 대해서는 한자로만 쓰고 한글을 병기하고 있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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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노아 2006-11-02 23: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목이 안 떠서 뭔가 했어요. 알라딘 페이퍼에서 제목에 꺽쇠를 쓰면 그 안에 들어간 글자가 안 보이거든요.

멜기세덱 2006-11-03 09: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그런가요? 그럼 전부다 큰 따옴표로 바꿔야 겠당...ㅎㅎㅎ
 

 김대행, 문학이란 무엇인가, 문학사상사, 1992(초판).

 

 

 

"재미있는 소설처럼 읽히며 문학의 진수를 쉽게 깨닫게 하는 입문서!"(책 앞면)
하찮은 책이 베스트셀러가 된 비결, 식인종 시리즈, 베트남의 람보와 한국의 람보, 옷과 가리개의 국경 분쟁, 강아지 걷어차기와 문학하기, 욕쟁이 할머니와 리얼리즘...... 우리의 생활 속에서 생생한 모습으로 살아나는 문학 이야기!

살아 있는 생활인의 문학이론서(책 뒷면)
"김대행 교수는 <<문학이란 무엇인가>>를 통해 문학은 따분하고 골치 아픈 것으로, 일부 전공자들만의 전유물인 것처럼 생각해 온 우리의 고정 관념을 근본적으로 바꾸어 놓음은 물론, 문학 탐구의 장을 대학의 강단이나 도서관으로부터 일상 생활의 공간으로 끌어내어 독자로 하여금 문학을 생활 그 자체로 체험시키고 있다. 우리 일상 생활에서 경험하는 생생한 예들로 씌어져 있어 문학이론서가 아니라 재미있는 이야기책을 읽는 듯한 착각에 빠지게 한다."-오세영(시인, 서울대 교수)

잃어버린 문학을 찾아서
"지금은 문학으로 밥을 먹는 사람을 직업란에 작가, 비평가 등으로 쓰지만, 예전에는 논밭에서 일하는 농부들이 다 시인이었으며, 배를 타고 고기잡이하던 어부들 또한 시인이었고, 호롱불 밑에서 옛날 이야기를 들려주던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다 소설가였음을 누가 감히 부인하겠는가? 그래서 문학은 거듭 일상인의 것임이 확연해진다. 일상인의 삶을 조금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문학의 원천이 무엇이고 본질이 무엇인가가 금방 확인이 된다는 생각을 이 책은 담고 있다." - 저자의 서문 중에서

차례

1. 일상인의 문학을 위하여
    잃어버린 문학을 찾아서 / 21
    삶보다 더 일상적인 문학 / 23
    작가라는 일상인 / 26
    문학어와 일상어의 번지수 / 28
    누가 읽는가 / 33
    문학이 무슨 소용인가 / 36
    일상의 영광을 위하여 / 38

2. 문학은 대상이 있으므로 가능하다
    <<탈무드>>의 문학적 암시 / 41
    바보의 자기 확인 / 43
    수사학의 헛된 너울 / 46
    토끼의 봄과 상대성 원리 / 49
    건너편 보기와 세계관 / 51
    운동화 상표와 시각의 다양성 / 54
    인간적 삶과 문학적 감동 / 57

3. '토정비결' 알 만하면 문학도 충분하다
    '토정비결'이 베스트셀러가 된 비결 / 61
    비유적 표현의 다의성 / 63
    언어가 지닌 무한한 뜻 / 67
    '제 눈의 안경'으로 세상 보기 / 70
    삼라만상의 다의성(多義性) / 73
    동상이몽(同床異夢)과 이상동몽(異床同夢) / 77
    문학, 그 영원한 창조의 길 / 80

4. 문학은 새롭고 영원한 별명 붙이기다
    별명은 고유명사다 / 85
    '식인종 시리즈'의 묘미 / 88
    원초적 언어와 낯설게 하기 / 91
    비밀 폭로와 문학의 즐거움 / 94
    앎의 즐거움과 문학 / 98
    문학적 공감의 원천 / 101
    영원한 별명을 찾는 문학의 길 / 106

5. 문학은 참된 거짓말이다
    거짓말이야! / 113
    '말이 그렇단 말이다' / 116
    인간의 모순된 본질 / 120
    무한한 욕망의 모순 / 124
    유한한 인간의 불완전성 / 126
    피안 지향성의 모순 / 130
    삶의 동력이 샘솟는 원천 / 134
    문학은 인간 탐구다 / 139

6. 문학은 할머니 말씀이다
    할머니는 점쟁이 / 145
    할머니의 자기 확인 / 148
    '오냐, 오냐'의 언어 / 151
    자장가와 애국가의 뿌리 / 155
    베트남의 람보와 한국의 람보 / 158
    '콩콩'과 '잼잼'의 언어 / 162
    '후유'와 '걸랑'의 언어 / 167
    '어흥'과 '까꿍'의 언어 / 171

7. 문학은 즐거운 놀이다
    드봉 쓰봉 따봉 / 177
    '공당문답'의 문학적 암시 / 179
    '태정태세 문단세.......'의 비밀 / 183
    바보의 '응?' '으응!'과 짝짓기의 원리 / 186
    짝짓기의 인간론적 확장 / 188
    말놀이의 흥미와 신비 / 190
    초현실주의의 말놀이적 세계 / 193
    말놀이의 즐거움과 이야기의 구조 / 196
    새장의 안과 밖-얽매임과 벗어남 / 199
    '노세 노세 젊어 노세'의 문학 / 202
    얽매임과 벗어남의 모순된 즐거움 / 205

8. 문학에는 담도 없고 벽도 없다
    옷과 가리개의 국경 분쟁 / 207
    문학에 담은 있는가 / 209
    '사실 대 허구'의 허구성 / 213
    표현과 전달의 연립주택 / 217
    감정 대 논리의 비논리성 / 221
    문학이라는 누각(樓閣) / 225

9. 강아지 걷어차기와 문학하기
    화풀이의 수사학 / 229
    소금 먹은 놈이 물 켠다 / 231
    언어의 기능과 문학 / 235
    자기 표현의 길 / 237
    누구를 위한 지령인가 / 241
    정보적 기능과 문학의 비밀 / 243

10. 문학은 돋보기로 담뱃불 붙이기다
    렌즈의 신비 / 247
    말과 삶의 관계 / 249
    사회적 삶의 렌즈 / 252
    광각(廣角) 렌즈와 어안(魚眼) 렌즈 / 255
    간접화로 가는 길 / 260
    참새 시리즈의 사회사 / 263

11. 문학은 서부 활극이다
    주인공은 이긴다 / 267
    자는 자의 승리 / 269
    재미있는 슬픔 / 272
    욕쟁이 할머니와 리얼리즘 / 276
    현실 폭로와 풍자의 거리 / 279
    창구멍으로 엿보는 재미 / 282
    보카치오의 후예들 / 286
    약장수의 교훈 / 288
    재미와 위대성 / 289

12. 사랑을 분석하라, 문학이 거기 있다
    '제 눈의 안경'의 행렬 / 293
    착시(錯視)와 자기 동일시(自己同一視) / 295
    '보이는 것은 그대 얼굴'과 형상화 / 297
    '소설 쓰고 있네'와 서사(敍事) / 299
    '결혼식에서 끝나는 영화'와 시(詩) / 302
    사랑의 연극과 연극적 인생 / 305
    표현의 언어와 전달의 언어 / 308
    결혼의 관습과 문학의 장르 / 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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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의 행복한 시간
공지영 지음 / 푸른숲 / 2005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전국이 '우행시'로 울었다고 하면 약간은 과언이고 '상투적'이겠으나, '우행시'는 지금 큰 인기를 얻었있다. 영화 '우행시'로 많은 관객들을 울렸다고 한다. 지금은 그 여세가 미약해진 듯한 느낌이지만, 소설 '우행시'만큼은 아직도 베스트셀러 1위를 굳건히 지키고 있으니, 많은 사람들을 울린건 맞는 말인듯 싶다. 몇 만이 울었을까? 아니 몇 십만? 몇 백만이 울었을까? 그 수치가 중요한 것은 아닐 것이다. 그런데,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이 많은 사람들에겐 눈물 짖게 하는 '시간'이 되었을까? 이것은 이 소설(난 아직 영화를 보지 못했다. 다만 편집된 홍보물만을 보았을 뿐이고, 이나영이 여주인공이란 사실을 알 뿐이고, 남자 주인공의 이름이 뭐였는지 생각나진 않지만, 하여간에 그 얼굴만을 기억하고 있을 뿐이다. 그러니 영화는 말할 수 없고 소설을 말할 뿐이다. 하긴 영화 이전에 소설이었으니 소설만을 말하는 것이 그리 크게 잘못되지는 않을 듯 싶다. '진짜 이야기'는 소설이었으니까.)을 평가하는데 있어서 중요한 문제가 될 듯 싶다.

나는 이상하게도 '베스트셀러'라는 말이 붙으면 거리낌이 생긴다. 많은 이들이 읽었고, 재밌다고들 야단에 법석을 해도 괜히 손길이 가질 않는다. 이것도 하나의 편견이겠지만, 이런 것들에는 상업적 냄새가 많이 풍기고, 큰 기대에 대한 실망감을 얻는 경우가 많고, 뭐랄까 품격이랄까? 그런 것들이 떨어지지 않는가 하는 생각이 들기 때문일 것 같다. 그런데 나는 '아직' 베스트셀러인 이 책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을 읽었다. 왜일까? 공지영이라는 작가의 이름때문은 분명 아니다. 나는 아직 그 작가의 어떤 책도 읽지 않았다. 그 이름은 아직까지는 대중적 인기 작가이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소설가로서의 그의 높은 이름은 언젠가는 나에게 읽혀야 될 그 어떤 책무로 지워질 것이긴 하다. 하지만 아직은 그 책무를 피부로 느끼지 못하기에, 그 공지영이라는 이름으로 인해 내가 이 책을 읽었다고 말할 수 없다.

그럼 무엇때문인가? 이 책이 왜 베스트셀러가 되었을까 하는 그런 궁금증 때문도 아니다. 이 책이 그렇게도 재미있나 하는 호기심도 아니다. 나는 그런 궁금증과 호기심의 발생을 차단하는 방어막의 고질적 편견 비슷한 것들이 내장되어 있기 때문에, 분명코 그런 이유에서는 아니다. 그럼 왜일까?

오늘은 10월 31일, 지금은 그 '밤'이다. 이용의 '잊혀진 계절'이 귓가에 맴돌게 하는 '그날의 마지막 밤'인 것이다. 그리고 오늘은 이 노래를 틀어 놓고 지냈다. 아니 그건 오늘만이 아니었다. 10월에 들어서 이 노래를 자주 들었던 것이다. 김광석의 노래 '흐린 가을 하늘에 편지를 써' 도 나는 이 계절 가을이 오면서부터 자주 듣느다. 이 가을이라는 계절감은 그냥 나를 울적하게 한다. 흔히들 이것을 두고 가을 탄다고들 하는데, 그렇다면 나는 가을을 타는 것이 분명하다. 28의 지금의 나에게는 썩 어울리지 못한 감상이라고 하겠으나, 현재의 나의 마음 속에서는 이런 가을의 노래들이 충분히 유효하게 작용하고 있다.

그리고 나는 가끔씩 울고 싶을 때가 있다. 마지막으로 울어보았던 때가 언제였을까? 기억이 가물가물하다. 삼국지를 읽으면서 한 번 울었고, 그리고 그걸 드라마로 보면서 또 한 번 울었고, 타이타닉을 보면서도 청승맞게 울었고, 아마겟돈을 보면서 살짝이 울었던 기억이 나기는 한다. 그러나 그 이후로, 꽤나 많이 울지 못했다. 울고 싶어도 눈물이 나지 않아서, 나는 더욱더 울고 싶었다. 적어도 이 계절 가을에는, 가을을 타는 이 계절에는 더더욱 울고 싶었던 것이다.

분명 '우행시'로 많은 이들이 울었다고 했다. 그래서 나는 이 책을 집어 들었다. 다만 나도 '울고' 싶어서 말이다. 하지만 나는 이 책을 다 읽고 난 지금에는, 밤잠을 조금씩 늦춰가면서 이틀에 걸쳐 읽어낸(보통 내가 책 한 권을 읽는데에는 3~4일이 걸린다.) 지금에는 눈물이 나지 않는다. 왜일까? 이 책이 결코 슬프지 않아서도 아니다. 그리고 이 책의 이야기가 감동이 없어서도 아니다. 하지만 울음이 나지 않는 것은 나만의 탓일까? 하긴 내가 감수성을 많이 잃어버린 것은 사실이다. 그렇다면 영화를 봤어야만 했던 것일까? 그런데 곰곰이 생각해보면, 내가 울지 못했던 충분한 이유가 이 책에는 담겨 있는 것 같기도 하다.

이 책은 분명 한 남자, 그것도 사형수의 이야기이고, 한 여자, 비극적 상흔을 가지고 있는 여자의 이야기이다. 그리고 그 둘이 만나,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이 어떻게 이루어졌는지를 보여주는 이야기이다. 15살의 나이에 근친으로 부터 폐륜적인 상처를 받은 주인공 '유정', 어려서부터 어머니는 도망가고, 술만 먹고 때리기만 하는 아버지 밑에서 동생과 함께 어렵게 자라다, 아버지도 잃고, 동생도 떠나보내고, 소년원을 전전하고, 감옥을 수차례 다녀오고, 결국엔 사회의 낙오자로, 그리고 자신의 여자를 지켜줄 어떤 능력도 없었고, 다른 사람의 죄까지도 떠 맡아야 했던 남자 주인공 '윤수'. 그 둘은 정말로 다른 환경에서 살아왔으면서도, 어떤 점에서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때로는 그 둘이 동일시되기까지도 한다. '유정'은 말한다. "윤수와 나는 거울처럼 서로를 바라보고 있었다는 생각이 든다."고. 분명 '유정'에게는 '윤수'에게서 자신의 모습을 보았다. '윤수'도 그러했을 것이다. 그러면서 그 둘은 사랑이라는 감정을 느끼게 되었던 것이다.

두 문제적 인간은 모두다 아픔을 가지고, 그래서 모두다 이 사회에서는 불완전한 인간으로, 이상한 인간으로 분류된다. 즉, '유정'은 정신병원에 다녔어야 했던 것이고, 그의 어머니로부터 미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까지도 갖게 한다. 그리고 '윤수'는 감옥이라는, 사형수라는 아주 극단적인 방법으로 사회로부터 격리되고 있지 않은가? 그러한 그 둘의 '같음'은 그 둘을 만나게 했고, 그럼으로써 그 둘을 변화시켰고, 그리고 그들에게 '행복한 시간'을 안겨주었던 것이다.

거기까지 가기위해서는 중요한 매개가 있었다. 바로 '모니카 수녀'이다. '모니카 수녀'는 유정과 윤수 모두를 껴안을 수 있었던 인물이다. 어쩌면 성녀같은 인물이기도 한데, 재밌는 것은 유정은 이 '모니카 고모'와 간혹 동일시 되기도 한다는 것이다. 그렇게 보았을 때, '우리'에는 이 세명 모두가 포함되는 것은 아닐까?

유정과 윤수가 만나기 전까지는 그 둘은 분명 '같음'에도 불구하고 서로가 다른 존재라고 생각했다. 그러니까 유정과 윤수는 세상의 모든 것들과 자신이 같지 않음에 분노하고 괴로워했다. 그것은 그들을 세상에서 소외시키는 기제로 작용할 수 밖에 없었던 것이다. 그러나 서로의 만남으로 서로에게서 자신의 모습을 보고, 그리고 그러한 '진짜' 모습을 보면서 '진짜 이야기'를 하게되면서부터 서로가 '같음'을 알게 된 것이다. 그것이 그들에게 '행복한 시간'을 갖게 해준 이유인 듯 싶다.

그런데 작가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유정은 자신의 어머니가 자신에게 고모를 닮았다고 말하지만, 그리고 유정도 자신의 모습에서 고모의 모습을 찾기도 하지만, 어떻게 보면 자신은 어머니와 같았음을 깨닫는다. 또한 윤수와의 만남에서 '이주임'도 '진짜 이야기'를 하게되면서 그들과 '같음'에 합류한다. 그리고 그러한 '같음'은 용서를 통해서도 이루어진다. 피해자의 어머니의 용서, 주인공 유정의 어머니에 대한 용서, 그리고 유정에게 벗어날 수 없었던 고통을 주었던 사촌오빠에 대한 용서, 그리고 윤수의 자신에게 죄를 모두 뒤집어 씌웠던 선배에 대한 용서, 아버지와 어머니에 대한 용서, '국선변호사'에 대한 용서, 그리고 검사, 판사 등에 대한 용서를 통해서 그들은 모두 '같음'을 공유하게 된다.

이 '같음'은 모두가 인간이라는 사실, 그리고 살아가라는 명령을 받았다는 사실, 결국엔 모두가 죽어야 한다는 사실에서의 '같음'이다. 그러하기에 그 '우리'의 범주에는 다만 유정과 윤수만이 아닌 모든 사람들이 속하게 되는 것이다. 그래서들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에 그렇게 많은 이들이 울었던 것인가? 윤수의 죽음 앞에서 모든 이들이 그렇게 울어야 했을 것이다. 그런데 나는 그 울음이 나오질 않았다. 내가 이상한 것인가?

나는 내가 울 수 없었던 이유를 다만 내 무감각해진 감수성의 탓으로만 돌릴수는 없을 것 같다. 유정은 '상투'를 혐오했지만, 결국은 이 소설이 가지는 '상투'를 피해가지는 못했다는 점, 이 소설은 다분히 신파조의 성격이 강하다는 점, 극단으로 치달았던 두 남녀 주인공이 만나서 서로의 같음을 인정하게되는 데 까지의 개연성, 그 둘이 변화하여 무슨 성자, 성년가 되어버린 듯한 모습들, 그런 것들이 나는 너무나도 상투에 침식되어 있는 것이 아닌가 했던 것이다. 전체적으로 이 소설은 그 결말이 어느정도 예상이 될 수 있었다. 그래도 이 소설이(영화가) 많은 사람들의 '심금'을 울릴 수 있었던 것은 신파조의 공식은 아주 성실히 따르고 있어서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나는 이 소설에서 이 '타는' 가을의 '울음'을 얻을 수는 없었지만, 죽음에 대한 몇 가지의 성찰들을 얻을 수 있었다는 데에 어느 정도의 성과는 있었다는 데에 위안을 얻기로 한다. 그리고 이런 경구를 얻은 것에 만족할 수는 있었다. "인간의 얼굴은, 그리고 눈은 대체 얼마나 많은 이야기를 담고 있는가. 그것은 하나의 연설문보다 더한 웅변을 담고 있다.", "생명이라는 말의 뜻이 살아 있으라는 명령이기 때문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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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를 어떻게 고칠 것인가> - 문학아카데미 신서 26

박제천 지음, 문학아카데미, 1997(1판), 2004(개정 2판)

 

 

 

 

"시를 어떻게 고칠 것인가. 역사 이래 퇴고의 어려움을 토로한 글은 수없이 많다. 그러나 쉽게 고치는 방법을 알려주는 책은 거의 없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처음부터 잘못된 시 쓰기에서는 퇴고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시 고치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잘못된 시 쓰기의 방법을 먼저 고쳐야 한다. 문학아카데미에서의 경험으로 미루어보면 어느 정도 작품을 써본 지망생보다는 처음으로 시를 써보는 지망생들의 발전 속도가 더 빠르다. 이미 등단을 한 다음 문학아카데미의 워크샵을 찾아오는 시인들도 마찬가지였다. 창작의 기초가 바르지 않으니 한편의 작품을 쓸 때마다 고통스럽거나 써내는 작품의 높낮이가 들쭉날쑥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퇴고를 쉽게 하기 위해서는 우선 시를 제대로 쓰는 방법부터 익혀야 한다.
  그래서 이 책은 우선 제대로 쓰는 법부터 시작하여 시 창작의 수정과 퇴고, 감상과 평가를 거친 작품 완성의 실례를 통해 새로운 시인으로 탄생하는 일종의 통과 의례를 재현해 보기로 했다. <<시를 어떻게 쓸 것인가>>의 속편이 되는 셈이면서도 독립적인 한권의 책으로서도 제 구실을 다해내길 바란 것이다."

차례

독자를 위하여 / 15

Ⅰ 시창작의 환경
        1. 무엇을 어떻게 쓸 것인가 / 29
        2. 시창작 훈련의 기본 / 42
            ① 나는 과연 시를 쓸 수 있는가  ② 얼마나 써야 하는가  ③ 시는 언어로 표현되는 예술이다  ④ 어떻게 시를 감상해야 하는가 ⑤ 시에도 구조가 있다
        3. 시에는 내재율이 있어야 한다 / 51

Ⅱ 시창작 수정의 실제
        1. 작품의 수정에도 왕도가 없다 / 65
        2. 시에서의 화자 / 66
        3. 어미 처리와 애매 모호한 표현 / 70
        4. 은유와 통일성 / 74
        5. 너무 많은 소재의 남용 / 75
        6. 낡은 시어와 새로운 시어의 차이 / 79
        7. 시는 멋있는 문장의 나열이 아니다 / 83
        8. 산문과 설명 / 84
        9. 시에서의 논리 / 87
        10. 생각나무의 가지치기 / 91
        11. 설명과 비논리성 / 93
        12. 표현과 설명 / 97
        13. 이중구조를 통한 시의 다의성 갖기 / 101
        14. 구체적인 사물과의 연결 / 102
        15. 오브제에 충실해야 한다 / 106
        16. '추상'이라는 연극의 주연 '오브제' / 110
        17. 관념과 오브제 / 112
        18. 관념적인 시와 구체적인 시의 차이 / 116
        19. 비유로써 피워올리는 이미지의 불길 / 119
        20. 시인의 간섭 / 120
        21. 추상적인 이미지와 구체적인 이미지 / 124
        22. 시는 감정의 노예가 아니다 / 128
        23. 감상과 현학 / 129
        24. 멋지게 쓰려는 과욕 / 133
        25. 쉬운 시에 대한 오해 / 137
        26. 잘못된 상징 / 139
        27. 시는 영혼을 찍어낸 사진이다 / 144
        28. 창조와 모방 / 145
        29. 산문시의 취약점 / 149
        30. 시의 제목 달기 / 152
        31. 시는 정신세계의 싸움이다 / 155
        32. 갈등의 처리 / 156
        33. 내용의 전달 / 160
        34. 상상력의 부족 / 163
        35. 징검다리, 독자를 위한 길찾기 / 167

Ⅲ 나의 시 이렇게 고쳤다
        1. 밀어도 두드려도 시원찮은 사립문/윤정구   171
        2. 이상한 웃음소리/윤종대   177
        3. 비만한 시는 시가 아니다/김진   183
        4. 가슴과 머리의 시/하영   188
        5. 적게 고치고 다듬는 세 가지 전략/김영남   193
        6. 고통의 바닥/이창화   198
        7. 시도 스포츠다/정영희   202
        8. 시를 삭히는 법/이섬   207
        9. 우물로 돌아간 무당개구리/최영규   212
        10. 괜찮다, 괜찮다니까/이영신   216
        11. 길찾기/한리나   221
        12. 넥타이를 맨 어린 왕자/이종성   224
        13. 초고의 영감과 퇴고의 막노동/고옥주   229
        14. 스스로의 주인으로 살아남는 시/노혜봉   233
        15. 추상화 속에 시가 있다/김성오   239
        16. 삶을 증류하여 뽑아낸 시/노명순   245
        17. 퇴고, 그 변신의 초읽기/박승미   250
        18. 메모에서 완성까지/백태종   254
        19. 세밀한 묘사와 분위기 연출/김주혜   260
        20. 막다른 골목에서의 정신과의 싸움/송정란   266

Ⅳ 나의 데뷔작
        1. 김용길/만화경   273
        2. 김진/루비   274
        3. 송정란/오늘 내가 던진 이 돌 하나는   275
        4. 김주혜/스트레스   276
        5. 이영신/망미리에서   277
        6. 류수안/오얏나무 숲으로 흰 도화지를 가지고 오세요   278
        7. 고명수/그림자의 저주   279
        8. 윤종대/날개소리가 들린다   280
        9. 이나명/구름아이   281
        10. 윤정구/백자   282
        11. 박서진/도시인, 고향, 텔레비전   283
        12. 이섬/향기나는 소리   284
        13. 최영규/부의   285
        14. 신미균/의자왕   286
        15. 김영남/정동진역   288
        16. 최미순/지리산 시편1   289
        17. 김병환/하루살이   290
        18. 이상복/매일 어두워질 필요가 있다   291
        19. 진영대/캐비넷   293
        20. 박남주/단오 부채   294
        21. 전수련/파타야 거북의 사랑   295
        22. 정호정/안과병동
        23. 유수연/탈피   298
        24. 고영섭/앉은뱅이 부처꽃   299
        25. 이영식/공갈빵이 먹고 싶다   300
        26. 김수목/구운몽   301
        27. 김지혜/이층에서 본 거리   302
        28. 진태숙/천사거미   305
        29. 이솔/꽈리부는 날   307
        30. 김선호/길은 X염색체 사이에서 지워지고 있다   308
        31. 안차애/사냥감을 찾아서   309
        32. 송태옥/2003 서울의 처용   311
        33. 이시백/대한식물도감   313
        34. 유봉희/소금 화석   314
        35. 강상윤/수평띠톱기계   315
        36. 한규동/감포항에서   316
        37. 고영/달   318
        38. 정진영/중환자실의 까뮈   319
        39. 여영현/은하계 사진   320

Ⅴ 좋은 시의 감상과 평가
        1. 현대시와 현대시조의 의미구조 탐색 / 323
        2. 도교는 한국 현대시의 무한한 동력이다 / 335
        3. 나는 시를 이렇게 쓴다 / 347
        4. 사랑 속에 보이는 슬픔의 뿌리/문인수   352
        5. 삶과 시의 깊이와 넉넉함/고정애   356
        6. 씻김굿의 후련함/박승미   361
        7. 소 한마리의 시/송정란   364
        8. 자화상과 비밀의 아지랭이/하영   368
        9. 상징으로 읽는 추억의 상형문자/지인   375
        10. 정서적 긴장과 시의 참맛/이영신   386
        11. 아름다운 평화와 화엄의 물/정호정   397
        12. 초월적인 세계의 미학적 품격/유봉희   4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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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미니즘의 도전 - 한국 사회 일상의 성정치학
정희진 지음 / 교양인 / 2005년 11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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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페미니즘’이니 ‘페미니스트’니 하면 우선 경기(驚氣)부터 일으키는 사람들이 있다. 그 정도까지는 아니지만, 나에게도 어떤 거부감이나 거리감을 갖게 하곤 하는 단어이기도 하다. 흔히 ‘여성주의’라고 번역이 되는데, 이 단어 자체에 대한 대립적 위치에서 오는 거리낌 같은 것이 존재하는 듯하다. 남성과 반대 개념으로써의 ‘여성’, 그에 기초한 ‘여성주의’에 대한 인식은 일단은 반대부터 해야 될 것처럼만 여겨지기 때문이다.

 

  언어학의 의미론에서는 단어를 의미관계에 따라 분류하는데, 그 가운데 ‘반의어’라는 것이 있다. 이것은 “두 단어의 의미가 반대관계에 있을 때 반의 또는 반대성에 있다고 말하고, 반의관계에 있는 단어를” 말한다. 이런 반의어는 다시 몇 가지 유형으로 나뉘는데 상보적반의 ․ 단계적반의 ․ 관계적반의 등이 있다. 그 중에 상보적 반의라는 것은 “이쪽이 아니면 저쪽이라고 자동적으로 정해지는 반의로서 원칙적으로 양극만 있고 그 중간, 즉 이쪽도 저쪽도 아닌 중간 상태가 없는 양극적 상보적관계가 성립되는 반의를” 말한다. 다른 말로 ‘배타적(排他的) 반의라고’도 한다.

 

  이 상보적 반의에 해당되는 단어의 대표적인 예가 ‘남성/여성’이다. 즉 남자와 여자의 관계에서는 중간항이 없으며 상호 배타적이라는 얘기다. 하지만 ‘남성/여성’의 중간항이 존재한다는 것은 엄연한 현실이고, 그렇다면 이것을 상보적 반의로 구분하는 것은 잘못이다. 이런 측면에서 기존의 의미론은 문제제기를 받고 있기는 하지만, 아직까지 언중들은 남성과 여성은 상호 배타적인 존재로 인식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이런 언어적 인식으로부터 편견은 시작된다. 이런 편견은 ‘여성주의’를 제창하는 ‘여성주의자’들을 ‘배타적’으로 바라볼 뿐이다. 왜 ‘여성주의’를 부르짖는가? 왜 ‘페미니즘’인가? 라는 물음은 찾아보기 힘들다. 그것은 정도한 비판의 시작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런 물음 없는 비판은 비난이고 편견이기 쉽다.

 

  정희진의 『페미니즘의 도전』은 이런 편견과 비난에 대한 ‘도전’이다. 왜 우리 사회가 ‘페미니즘’을 혐오하고 배척하는가에 대한 결코 가볍지 않은 사유가 담겨있다. 그로부터 왜 ‘여성주의’를 말해야 하고, 왜 ‘여성주의’여야 하는 가는 우리 사회의 곳곳에 담겨있는 편견들과 비난들에 차분하지만 강력하게 말함으로써 ‘도전’하고 있는 것이다.

 

  정희진은 우선 ‘언어’에 주목한다. 위에서 말한 언어 속에 숨어있는, 그래서 우리들이 인식하지 못하고 당연하고 자연스러운 것처럼 여기는 편견과 오류들을 밝혀내고 있다. 페미니즘을 말하는 데 왜 언어에 천착해야 하는가? 그것은 지금은 ‘언어’가 남성들의, 정희진의 말을 빌리면 “백인, 남성, 중산층, 성인, 비장애인, 이성애자”의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언어를 통한 사유는 “백인이 아닌, 남성이 아닌, 중산층이 아닌, 성인이 아닌, 비장애인이 아닌, 이성애자가 아닌” 흑인과 유색인을, 여성과 중성을, 서민과 극빈층을, 미성년을, 장애인을, 동성애자를 배제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러한 배제는 억압과 착취를 낳고, 편견과 오류를 형성하게 되는 것이다. 그렇기에 언어에 대한 천착과 도전은 ‘페미니즘’의 중요한 작업이 되어야 하는 것이다.

 

  우리들의 언어 속에는 많은 것들이 배제되어 있고, 남성중심적인, 그것도 서구의 백인 남성 중심의 사유와 인식이 담겨있다. 그러한 언어를 자신의 언어로 사유하는 우리들에게는 “사유 방식의 전환”이 요구된다. 정희진의 이러한 언어에 대한 세심한 분석은 예리함을 보여준다. 누구나 당연하다고 생각되었던 것들에 대한 전복이 있다. 그러나 이것이 ‘여성’에게만 주창되어져야 하는 것이 아니라고 한다. 그동안의 남성언어에 대한 ‘전복’으로서 ‘여성언어’만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여성주의’는 남성의 언어도, 여성의 언어도, 그리고 다양한 타자의 언어도 존재함을 인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다양한 목소리들이 공존하는 사회를 지향”하는 것이 여성주의다. “다른 목소리를 들을 수 없는 사회는, 갈등 없는 사회가 아니라 가능성이 없는 사회”라는 것이다.

 

  이러한 언어에 대한 천착을 통해 우리는 여성주의에 대한 편견에 지대한 ‘도전’, 아니 그 이상의 철퇴를 맞게 된다. 남성에 대한 적대감으로서의 ‘여성주의’가 아니기 때문이다. 여성주의는 다양성의 공존을 지향하자는 목소리에 다름 아니다. 그러한 점에서 우리에게 ‘페미니스트’로서의 사유는 이 다양성의 사회를 살아가는 데 있어서 반드시 필요한 것이 된다.

 

  정희진은 남성의 언어가 만들어 놓은 이 사회의 가부장적이며 권위주의적이고 폭력과 억압으로 인해 ‘진정한 남성’이 아닌 이 사회로부터 타자화된 이들에 대한 인식과 그들과의 공존이 필요함을 역설하고 있다. 성차별, 성폭력, 성매매에서부터 다양한 사회의 소수자들의 ‘차별과 타자성’이, 이 사회에 얼마나 강하게 작용하고 있는지를 실증하고 있다. 이러한 것들이 차이에 대한 배척과 억압에서부터 오는 것이기에, 남성주의의 ‘전복’을 통한 차이의 인정, 즉 다양성을 공존을 추구해야 한다는 것이다.

 

  정희진의 『페미니즘의 도전』에서 가장 주목되는 것은 무엇보다 페미니즘이 남성주의적, 가부장적, 이분법적 사회에서 하나의 효과적 대안으로 제시되고 있다는 점이다. 여성주의는 “‘다른 목소리’가 세상을 풍요롭게 만들고, 여성도 남성도 성장시키”며 “현실을 바로 알기 위해서”도 “여성주의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기존의 “남성 중심 사고의 기본 구조는, 세상을 인식자를 중심으로 대립적으로 파악하는 이분법이”었지만, 다양성과 다양한 목소리의 공존을 추구하는 페미니즘은 이 사회에서 강력한 대안으로 작동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렇기에 정희진는 ‘가장 현실적인’ 세계관으로서, 페미니즘을 제시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 우리들의 페미니즘, 페미니스트에 대한 편견은 벗어버리고, 페미니즘이 무엇을 말하는지에 대해 귀 기울여야 한다. 이 사회가 다양성의 공존을 인정하고 추구할 때 우리 사회는 한층 풍요로워질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 책은 우리 사회에 ‘인식의 전화’, ‘사유의 전복’으로서의 ‘도전’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러나 ‘도전’으로써의 무모함보다는 설득과 타협과 대안으로써의 정희진의 목소리가 깊게 울리고 있다.

 

  나는 ‘과감히’ 말할 수 있겠다. 이제부터는 ‘페미니스트’가 되어야 하겠다고. 섣부른 소리가 될는지 모르겠지만 우리 모두가 ‘페미니스트’가 되어도 좋을 것만 같다. 그래야 이 사회가 풍요하지고 아름다워질 수 있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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