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생활백서 - 보다 행복해지기 위한 남자들의 생활 기술
에스콰이어남자생활연구회 엮음 / 가야북스 / 2006년 9월
평점 :
품절


  요새는 이러저런 ‘~백서’가 붐이다. 무엇보다 출판시장에서 그렇다는 얘긴데, ‘~백서’란 이름을 달고 나온 책이 수백 권이다. 최근 들어 이 ‘~백서’가 눈에 띄게 된 것은『백수생활백서』(박주영, 민음사, 2006.)로부터이다. 무엇이 앞이고 뒤인지 모르겠지만 이로부터 서점 진열대나 인터넷 도서 목록에서 ‘~백서’가 참 많이 눈에 들어왔다.『여자생활백서』,『현대생활백서』,『팀장생활백서』등 줄줄이 백서더니, 이제는『크리스천 생활백서』까지 나와 있다. 하여간 요즘에는 이 ‘백서’를 붙여야 책이 잘 팔리나 보다. 그걸 시비 걸자는 건 전혀 아니다. 

  ‘백서’ 얘기가 나와서 말인데, 예전에 ‘개그콘서트’라는 프로그램 중에 <청년백서>라는 코너가 있었다. 몇 년 전으로 기억하는데, 재밌게 봤던 코너로 기억이 된다. 혹시나 최근 들어 이 ‘~백서’ 붐이 그 개그 코너로부터 시작되었는지도 모를 일이다. 그런데, 우리가 ‘백서, 백서’하는데, 이 ‘백서’라는 말의 뜻은 무엇일까?

 

  ‘백서’라는 말의 시작은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영국의 정부 공식보고서의 명칭을 ‘white paper’라 불렀는데, 이는 보고서의 겉표지가 흰 색이었기 때문이란다. 그로부터 여러 나라에서 정부의 공식보고서에 ‘백서(白書, white paper)’라는 명칭을 붙였다고 한다. ‘경제백서’, ‘환경백서’ 등이 그러한 예이다. 따라서 이 ‘백서’라는 말에는 무엇에 대한 보고서라는 의미가 있다는 것이다.

 

  그렇게 봤을 때, 최근의 ‘~백서’ 붐은 자기계발의 중요성과 맞물려 있는 듯하다. 현대사회에 있어 자기계발의 생존의 필수전략일 수밖에 없고, 그 중요성이 부각됨에 따라 그 전략서나 방법론들이 책으로 출간되어 잘 팔리게 되는 것이 터이다.『백수생활백서』를 빼면 대다수의 ‘~백서’가 거의 모두 이런 종류의 책이다.

 

  나는 이렇게 많은 ‘~백서’들 중에 딱 두 권의 책을 읽었다. 사실 자기계발 서적은 다분히 상업적이고, 또한 나한테는 별반 득 될 것 없다는 생각(아직도 이 생각에는 크게 변함은 없다.)에 소설인『백수생활백서』만 읽었을 뿐이었다. 그러던 와중에 여러 종류의 ‘~백서’들이 우연찮게(사실 너무 많아서 눈에 띌 수밖에 없었으니 우연만은 아닐 터이다.) 이 책 『남자생활백서』가 눈에 들어왔다. 어떤 충동이 일어서 인지는 몰라도, 이 책을 집어 들고 계산대에서 바로 값을 치르고 집에 와 읽기 시작했던 것이다.

 

  어떤 충동이라기보다는 이 책의 내용들이 많은 부분 대한민국의 어엿한 ‘남자’로 태어난 나에게 어떤 필요성으로 작용했던 것이 아닌가한다. 이 책은 대체로 쉽게 읽혀지면서도, 몇 몇 장들에 대해 집중력을 갖고 읽지 않을 수 없었다. 대충 여기서 언급하자면, 2장과 3장과 4장이 그것이었다.

 

  이 책은 말하자면, 요즘과 같이 이 사회에서 ‘남자’로 생존하기 위해서는 무언가 변화해야하고, 전략을 가져야 함을 말하고 있다. 단적으로 ‘위버 섹슈얼 시대’의 도래를 말하면서 남성도 자기의 몸을 가꾸어야 한다고 하지 않는가? 사실 나는 지금까지 여기에서 언급하는 대부분의 것들을 알지 못했고, 행하지 않았으며, 앞으로도 행할 것이라고 생각되지 않는다. 하지만, 무언가 달라져야 할 것만 같은 생각이 든다. 그렇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은 어떤 불안감도 엄습한다.

 

  대부분의 동물(일단은 여기서 인간은 제외한다.)들은 수컷이 암컷보다 더 아름답다고 한다. 그것은 생존본능 혹은 전략으로써, 그래야만 암컷을 꼬실 수 있고, 그래야 자기의 종족번식이 가능하기 때문이란다. 그런데 이것은 인간사회에서 조금 다르게 작용한다. ‘아름다움’이 수컷이 아닌 암컷, 다시 말해 남성이 아닌 여성에게 해당되는 용어가 되었다는 것이다. 그런데 따져보면 조금 다른 방식으로 적용되었을 뿐, 동물들의 그러한 전략은 여전히 인간 사회에도 작용하고 있다고 생각된다. 동물의 수컷의 전략이 아름다움이었다면, 인간사회에서의 수컷은 부와 권력(사실 이것 또한 동물들의 세계에서 수컷이 갖추어야할 덕목이기도 하다.)으로 바뀌었을 뿐이다.(바뀌었다기 보다는, 아름다움이 제외되었다고 해야 맞겠다.)

 

  그런데, 오늘날에는 또 무언가가 달라졌다. 바로 이 ‘아름다움’이라는 것이 다만 여성의 것이 아니라는 얘기다. 요즘의 대세는 이준기 스타일, 꽃미남 천국, 즉 ‘아름다운 남자’가 트렌드인가 보다. 얼추 틀린 얘기도 아니고, 고깝고 볼 일도 아니다. 사실 꽃미남, 이준기 이러면, 짜증나는 것은 어쩔 수 없지만, 우리 남자들은 ‘아름다움’을 되찾아야 한다는 생각이 강하게 드는 것 또한 어쩔 수 없다.

 

  지금까지 우리 사회는 남자에게 ‘멋지다’를 여자에게 ‘아름답다’를 강요해 왔다. 나는 이것이 우리사회는 큰 병폐라고 생각한다. 남자는 멋있어야 하기에, 눈물을 흘려서도 안 되고, 부엌엘 들어가서도 안 되며, 어디 가서 얻어맞고 들어와도 안 된다. 반면 여자는 아름다움을 잃지 않기 위해 수많은 ‘안 됨’과 억압을 당해온 것이 아닌가? 남자나 여자나 이 사회의 단순한 억압에 종사하여 우리 사회는 무언가 잘못된 길로 간 것이 아닌가 한다.

 

  요즘의 이 ‘남자의 아름다움’이란 논리는 무엇보다 예전의, 원초의 그것으로 돌아가려고 하는 복고의 성격을 띠는 것은 아닐까? 나는 그렇게 본다. 새로운 세기, 오늘날 21세기는 바로 부드러운 남자, 아름다운 남자를 요구하고 있는 것이 분명하지 않은가? 그렇다면 이 요구에 우리 남자들은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바로 이 책『남자생활백서』는 그런 요구에 적잖은 답안들로 가득 차 있다.

 

  솔직히 말해, 나는 절대 마사지를 받으러 다니거나, 화장을 하거나 하지는 못하겠다. 그런데, 몇몇 부분에서 이 정도는 그래도 내가 노력해봐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사실 지금까지 옷 한 번 내 돈 주고 사본 기억이 별로 없다. 사다주면 입는 것이고, 대충 옷장에 있는 옷들 꺼내 입고 집을 나선다. 그런데 우리에게는(비단 남자뿐만이 아니라) 사람들에게 호감을 줄 수 있는 전략들이 필요하다. 그런 필요성은 대다수의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다. 그러하기에 그런 최소한의 전략들을 갖추어야 한다. 수트를 입을 줄 아는 정도, 구두를 잘 골라 신을 수 있을 정도, 깔끔하고 단정된 옷차림을 갖출 수 있을 정도, 여자들을 매너 있게 대할 수 있는 정도 등은 우리가 최소한으로 갖추어야 할 덕목들이다.

 

  사실 이런 것들이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닌데, 그동안 우리를 강요해 왔던 ‘남자다움’의 병폐로 인해 이런 것들을 우리는 어렵게 만든 것은 아닐까? 또 하나의 사실은 여자들이 좋아하는 남자는 남자가 봐도 멋지고 예쁘다는 것이다. 멋짐과 아름다움을 보는 시각은, 그것을 인식하는 기준들은 남자나 여자나 크게 다르지 않다.

 

  이 책의 내용들이 다분히 ‘여자에게 잘 보이기’의 성격을 띠고 있지만, ‘타인에게 잘 보이기’와 크게 다르지 않다. 말하자면 이 사회에서 남자로서, 사회의 한 구성원으로서 살아남기 위한 최소한의 생존전략이라고 볼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은 그 이름, 곧 ‘백서(白書, white paper)’라는 이름에 충실히 값한다고 할 수 있다. 이 사회 남성들의 필수생존전략보고서,『남자생활백서』는 대한민국 노무현 정부의 그 어떤 보고서보다는 읽을 만한 가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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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시장미 2006-11-21 00: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솔직하면서도 재미있고, 분석적이면서도 날카롭지 않은 글이네요. 글 잘 보고 갑니다. :)

멜기세덱 2006-11-21 23: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 과찬의 말씀이세요. 아무튼 읽어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며칠 전 인천터미널엘 갔다가 휴대폰으로 찍은 사진입니다. 제가 이 안내 표지판을 왜 찍었을까요?

저는 이 안내 표지판을 읽고서 곧바로 뒤를 돌아다 보았습니다. 뒤를 보았더니, 어처구니 없게도 아파트 단지만이 보일 뿐, 인천교통공사로 보이는 건물은 없었습니다. 허허~ 그럼 이게 무슨 소리란 말이지?

"전면 건물이 인천교통공사입니다."라는 문장에서 '전면'이란 단어를 저는 '前面'으로 이해하고 뒤를 돌아 보았던 것이지요. 몇 차례를 더 읽어보고 나서야, 그것이 '全面'이라는 단어일 것이라고 추측할 수 있었습니다. 그럴 때에 이 문장의 의미를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었기 때문이죠.

'전면'란 동음어는 흔히 두 가지 의미로 사용됩니다. 앞에서 말했듯이 '前面'과 '全面'이 그것입니다. 조금 더 사용빈도가 높은 것은 前面인데요, 그렇기 때문인지 "전면 건물"하면, "앞에 있는 건물"로 이해하기가 쉽습니다.

그래서 몇 번을 둘러보고 다시 읽고 해서야 그 뜻을 알아볼 수 있었던 것이지요. 그런데 저야 뭐 할일 없는 사람이니 그걸 그렇게 따져보고 해서, 무슨 뜻인지를 알아냈으나, 요즘 같이 바쁘게 살아가는 사람들은 그저 한 번 보고는 아 그런가보다 하고 지나치게 되죠. 문제는 거기에 있습니다. 그렇게 알고 지나갔던 사람들이 나중에 무슨 일이 있어 인천교통공사를 찾게 될 때, 이전의 그 정보를 기억하게되고, 그래서 엉뚱한 곳에가서 헤매게 될 것이라는 거죠. 따라서 이런 별거 아닌 것 같은 일도 나중에는 여러모로 피해를 줄 수 있을 거라는 얘기입니다.

안내나 광고문의 생명은 짧은 몇 마디로 강한 인상을 주는 것이 아닐까 합니다. 제한된 시공간적 조건에 의해 그런 제약이 생기게 되는 것인데요, 여기서 요긴하기 쓰일 수 있는 것이 바로 한자(어)입니다. 한자의 시각적 효과와 뛰어난 의미전달은 그런 제약들을 무마시킬 수 있는 효과적인 문자가 되죠. 그래서 여기에 전면을 한글로 쓰지 않고 全面이라고 썼다면, 뒤돌아볼 일도, 나중에 엄한 데서 찾을 일도 없을 것입니다. 그렇다면 안내문의 역할을 제대로 하고 있다고 할 수 있죠.

어떻게 보면 굳이 한자어로 쓰지 않아도 될 듯 해 보이기도 합니다. "전체 건물이~"라거나, "모든 건물이" 혹은 "건물 전체(모두)가"라고 해도 좋을 것입니다. 굳이 한자어를 쓸 거였다면 한자를 병기한다거나 한자로 표기했어야 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든 것입니다.

한글로 얼마든지 표현할 수 있고, 공간적 제약을 크게 받지 않는다면 한글로 표기하는 것이 바람직 하다고 보여집니다. 그러나 모든 경우가 다 그런 것은 아닐 것입니다. 특히 안내문이나 광고문에서는 말이죠. 그럴 때는 한자어를 쓰게 마련인데, 이럴 경우에는 그 의미가 분명하고 명확할 수 있도록 한자를 써 주어야 하지 않겠는가 하는 생각을 해 보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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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노아 2006-11-20 16: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맞아요. 옳소!

멜기세덱 2006-11-21 23: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
 

문항 [20~23], [24~27]은 비문학 지문이다. [20~23]은 '제3자 효과'에 대해서, [24~27]은 산업분류에 대한 설명문이다. 이런 비문학 지문은 무엇보다 그 안에 담고있는 정보를 확실히 찾아낼 수 있느냐 하는 것이 중요하겠다. 문항 20, 21, 24가 바로 그런 유형의 문제이다. 그 외의 문항은 주어진 정보를 토대로 해석, 확장, 적용할 수 있는가를 묻고 있으며, 어휘에 대한 문항도 2문항이나 출제되었다.

[20~23] 다음 글을 읽고 물음에 답하시오.


(가)제2차 세계 대전 중, 태평양의 한 전투에서 일본군은 미군 흑인 병사들에게 자신들은 유색인과 전쟁할 의도가 없으니 투항하라고 선전하였다. 이 선전물을 본 백인 장교들은 그것이 흑인 병사들에게 미칠 영향을 우려하여 급하게 부대를 철수시켰다. 사회학자인 데이비슨은 이 사례에서 아이디어를 ㉠얻어서 대중 매체가 수용자에게 미치는 영향과 관련한 ‘제3자 효과(third-person effect)’ 이론을 발표하였다.


(나)이 이론의 핵심은 사람들이 대중 매체의 영향력을 차별적으로 인식한다는 데에 있다. 곧 사람들은 수용자의 의견과 행동에 미치는 대중 매체의 영향력이 자신보다 다른 사람들에게서 더 크게 나타나리라고 믿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선거 때 어떤 후보에게 탈세 의혹이 있다는 신문 보도를 보았다고 하자. 그때 사람들은 후보를 선택하는 데에 자신보다 다른 독자들이 더 크게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여긴다. 이러한 현상을 데이비슨은 ‘제3자 효과’라고 하였다.


(다)제3자 효과는 대중 매체가 전달하는 내용에 따라 다르게 나타난다. 예컨대 대중 매체가 건강 캠페인과 같이 사회적으로 바람직한 내용을 전달할 때보다 폭력물이나 음란물처럼 유해한 내용을 전달할 때, 사람들은 자신보다 다른 사람들에게 미치는 영향력을 더욱 크게 인식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인식은 수용자의 구체적인 행동에도 영향을 미쳐, 제3자 효과가 크게 나타나는 사람일수록 내용물의 심의, 검열, 규제와 같은 법적․제도적 조치에 찬성하는 성향을 보인다.


(라)전통적으로 대중 매체 연구는 매체에 노출된 수용자의 반응, 즉 그들이 보이는 태도나 행위의 변화를 조사하였다. 이에 비해 제3자 효과 이론은 매체의 영향 자체가 아니라 그것에 대한 사람들의 차별적 인식 및 그에 따른 행동 성향을 조사했다는 점에서 가치가 있다. 특히 사회적으로 유해한 내용의 영향력에 대한 우려가 실제보다 과장되었을 수 있음을 보여 준다. 또한 검열과 규제 정책을 지지하는 사람의 사고가 어떠한 것인지도 짐작하게 해 준다.


(마)제3자 효과 이론은 사람들이 다수의 의견처럼 보이는 것에 영향받을 수 있다는 이론과 연결되면서, 여론의 형성 과정을 설명하는 데에도 이용되었다. 이 설명에 따르면, 사람들은 자신은 대중 매체의 전달 내용에 쉽게 영향받지 않는다고 생각하면서도 다른 사람들이 영향받을 것을 고려하여 자신의 태도와 행위를 결정한다. 즉 다른 사람들에게서 소외되어 고립되는 것을 염려한 나머지, 자신의 의견을 포기하고 다수의 의견이라고 생각하는 것을 따라가게 된다는 것이다. 

20.  (가)~(마)의 중심 화제로 적절하지 않은 것은?

① (가): 제3자 효과 이론의 등장 배경

② (나): 제3자 효과의 개념

③ (다): 제3자 효과 이론의 유형

④ (라): 제3자 효과 이론의 의의

⑤ (마): 제3자 효과 이론의 응용

 

20번 문항은 내용일치라고 볼 수 있다. 문단의 중심화제(중심내용)을 파악하는 것이다. 어렵지 않게 해결할 수 있다. 정답은 ③으로, (다) 문단에서는 '제3자 효과 이론의 유형'이 아니라, '제3자 효과의 특성'에 대해 다루고 있다.

21.  자신과 타인에게 미치는 대중 매체의 영향력에 대한 인식을 표시한 것 중, 제3자 효과가 나타난 것은? [1점]

                            ②

     

③                           ④

     

  

 

문항 21 또한 내용일치의 문제이다. 내용에 나타난 정보를 파악하여 이를 도표화 할 수 있는가를 묻고 있다. 주어진 지문을 보면, 문단 (나)의 "사람들은 수용자의 의견과 행동에 미치는 대중 매체의 영향력이 자신보다 다른 사람들에게서 더 크게 나타나리라고 믿는 경향이 있다", 문단 (다)의 "사람들은 자신볻가 다른 사람들에게 미치는 영향력을 더욱 크게 인식한다" 등에 밑줄을 그었다면 쉽게 해결할 수 있겠다. 따라서 정답은 ⑤이 된다.

22. 의 문맥적 의미와 가장 유사한 것은? [1점]

① 돈을 얻을 곳이 또 어디 없을까?

② 책에서 얻은 지혜로 성공할 수 있었다.

③ 여행 중에 얻은 병이 아직도 낫지 않았다.

④ 발언권을 먼저 얻고 나서 말씀해 주십시오.

⑤ 늘그막에 자식을 얻더니 웃음이 끊이지 않는다.

 

문항 22는 문맥에 사용된 단어의 의미를 알고 있는가를 묻고 있다. "이 사례에서 아이디어를 ㉠얻어서 대중 매체가 수용자에게 미치는 영향과 관련한"에서 '얻어서'의 기본형 '얻다'의 의미는 "구하거나 찾아서 가지다."이다. ①은 "돈을 빌리다." ③은 "병을 앓게 되다." ④는 "권리나 결과˙재산 따위를 차지하거나 획득하다." ⑤는 "사위, 며느리, 자식, 남편, 아내 등을 맞다."의 의미이다. ㉠과 같은 의미로 사용된 것은 ②이 되겠다.

23.  ㉡의 입장을 뒷받침하는 진술로 보기 어려운 것은?

사회적으로 유해한 내용의 영향력이 실제보다 과장되어 있다.

② 대중 매체의 유해한 영향으로부터 사람들을 보호해야 한다.

③ 유해한 내용일수록 사람들에게 더 큰 영향을 미칠 것이다.

④ 검열과 규제가 사람들을 보호하는 수단이 될 수 있다.

⑤ 대중 매체에 쉽게 영향받는 사람들이 있다.

 

23도 크게보면 내용일치의 문제라고 할 수 있다. 지문의 설명을 충분히 이해하고 있다면 쉽게 해결할 수 있겠다. "검열과 규제 정책을 지지하는 사람들"의 입장은 "사회적으로 유해한 내용의 영향력이 실제보다 과장되어 있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따라서 정답은 ①.

[24~27] 다음 글을 읽고 물음에 답하시오.


일찍이 경제학자 클라크는 산업을 자연으로부터 원료를 채취하거나 생산하는가, 그 원료를 가공하는가, 가공된 원료를 유통하는가에 따라 1차, 2차, 3차 산업으로 분류했다. 그러나 이 방식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산업이 생겨나고 있다. 가령, 제조업과 서비스업을 모두 포함하는 정보 통신 산업은 어디에 속할까? 이처럼 기술이 진보하고 산업 구조가 변화함에 따라 새로운 분류 기준이 필요해졌고, 실제로 산업을 바라보는 관점과 목적에 따라 다양한 분류 기준이 존재한다.

먼저, 국가에서 제정한 표준산업분류가 있다. 이 분류는 소비자의 관점에서 재화 또는 서비스의 특성이 얼마나 유사한지, 생산자의 관점에서 투입물이나 산출물의 물리적 구성 및 가공 단계가 얼마나 유사한지를 모두 고려하여 작성된 것으로, 이 기준으로 분류된 제품이나 서비스의 집합을 동일한 산업으로 정의한다. 대분류, 중분류 등 모두 다섯 단계로 구성된 이 분류 방법은 주로 통계적 목적을 위하여 사용되고 있다. 그러나 각 산업의 기술 수준을 판단할 정보는 포함하지 않는다.

기술 수준에 따른 분류 체계의 대표적인 것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기준이 있는데, 이 기준은 연구 개발 투자가 많은 산업을 첨단 기술 산업으로 본다. 기술 수준을 측정하는 지표로는 기업의 총 매출액 대비 연구 개발 투자액의 비율로 정의되는 ‘연구 개발 집약도’를 사용하며, 그 평균이 4% 이상이면 그 산업을 첨단 기술 산업으로 분류한다. 이 방법은 첨단 기술 산업을 객관적으로 규정해 준다는 점에서 유용하다. 그러나 산업의 평균을 토대로 하기 때문에 산업 전체로는 첨단 기술 산업이지만 그 안에 얼마든지 저급 기술 기업이 있을 수 있다.

한편, 기술이 진보한 결과 새로운 기술 영역이 출현하는 경우도 있다. 이렇게 등장한 기술 영역은 신속한 실용화의 요구 때문에 그대로 새로운 산업으로 형성되는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예를 들어 정보 기술에서 비롯된 정보 기술 산업은 이미 핵심적인 산업으로 자리 잡았고, 바이오 기술, 나노 기술, 환경 기술 등도 미래의 유망 산업으로 부각되고 있다.

산업의 변화는 기술 이외에 시장 수요의 측면에서도 그 원인을 찾을 수 있다. 가령, 인구 구성과 소비 가치가 변화함에 따라서 과거의 고정관념에 얽매이지 않는 수많은 새로운 산업이 나타나고 있다. 패션 산업, 실버산업, 레저 산업 등은 표준산업분류에 나오지 않지만 현실적으로 이미 중요한 산업으로 인식되고 있다.

이러한 추세를 고려할 때 앞으로 산업을 정의하거나 분류할 때에는 고정된 기준이나 체계보다 신축적이고 실질적인 접근 방식을 많이 사용할 것으로 보인다. 또, 기술 혁신이 가속화되고 구매력을 가진 인구의 구성이 달라지면 새로운 산업이 ⓐ생겨나고 오래된 산업이 ⓑ사라지는 현상도 더 활발히 일어나게 될 것이다. 이제 ㉠산업의 정의나 분류도 유연하고 전략적인 관점에서 접근해야 할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문항 24는 내용일치 문제이다. 주어진 글의 내용과 일치하지 않는 것을 찾는 것이다. 지문을 읽으면서 바로 바로 확인하여 체크해 두는 것이 문제를 푸는 요령이 되겠다. 정답은 ①으로 첫번째 문단에서 알 수 있듯이 "클라크의 산업 분류는 기술 진보의 정도를 반영"하지 못한다.

25.  <보기>의 A에 들어가기에 가장 적절한 것은?

 

<보 기>

 

 

 

 

○○대학교는 기존의 어느 학과에도 소속시킬 수 없는 새로운 학문을 가르치기 위해 그 학문의 명칭을 사용한 학과를 신설하였다. 그래서 로봇공학을 가르치기 위해 로봇공학과를, 분자생물학을 가르치기 위해 분자생물학과를 신설하였다. 이것은 새로운 학문의 명칭을 그대로 학과 명칭에 사용했다는 점에서, 위 글에서 설명한 기준이나 관점 중에 [           A           ]과 유사하다.

① 클라크의 기준

② 표준산업분류의 기준

③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기준

④ 기술 영역을 중시하는 관점

⑤ 시장 수요를 고려하는 관점

 

25번은 주어진 정보를 다른 곳에 확장, 적용할 수 있는가를 묻고 있다. <보기>의 "로봇공학을 가르치기 위해 로봇공학과를, 분자생물학을 가르치기 위해 분자생물학과를 신설하였다."는 4번째 문단의 "한편, 기술이 진보한 결과 새로운 기술 영역이 출현하는 경우도 있다. 이렇게 등장한 기술 영역은 신속한 실용화의 요구 때문에 그대로 새로운 산업으로 형성되는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는 진술과 유사하다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정답은 ④ 기술 영역을 중시하는 관점이 되겠다.

26.  ㉠의 이유로 가장 적절한 것은? [1점]

기존의 분류로 파악하기 힘든 산업의 실상을 반영하기 위하여

② 연구 개발 투자를 확대해야 할 산업을 선정하기 위하여

③다양한 산업에 대한 통계적 자료를 수집하기 위하여

④ 각 산업의 기술 수준을 판단할 정보를 찾기 위하여

⑤ 동일한 산업을 다양한 기준으로 분류하기 위하여

 

문항 26은 "산업의 정의나 분류도 유연하고 전략적인 관점에서 접근해야 할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의 이류를 추론하라는 문제이다. 전체 지문을 이해했다면 쉽게 이끌어 낼 수 있을 것이다. "기술이 진보하고 산업 구조가 변화함에 따라 새로운 분류 기준이 필요해졌"고 말하고 있으므로 ①이 가장 적절한 이유가 되겠다.

문항 27은 어휘의 의미 관계를 파악하는 문제이다. ⓐ'생겨나고' 와 ⓑ'사라지는'는 반의관계이다. 여기서는 반의관계가 아닌 것을 찾으면 된다. ①의 '태어나다'와 '자라다'는 의미 관계를 규정하기 어렵다. 따라서 정답은 ①이 되겠다.

지금까지의 2개의 비문학 지문에서는 평이하게 출제되었고, 내용의 사실적 이해와 내용의 일치를 묻는 문항, 어휘력, 즉 단어의 의미를 확실히 알고 있는가에 대해서 출제되었음을 알 수 있다.

27.  낱말 사이의 의미 관계가 ⓐ : ⓑ와 다른 하나는? [1점]

 태어나다 : 자라다

 들어가다 : 나오다

 올라오다 : 내려가다

 떠오르다 : 가라앉다

 나아가다 : 물러나다

 

24.  위 글의 내용과 일치하지 않는 것은?

클라크의 산업 분류는 기술 진보의 정도를 반영한다.

표준산업분류는 소비자와 생산자의 관점을 반영한다.

연구 개발 집약도가 4% 이상인 산업이라도 그 안에 저급 기술 기업이 있을 수 있다.

④새로운 기술 영역이 새로운 산업을 형성하는 경우가 있다.

⑤시장 수요의 측면을 고려한 새로운 산업 분류가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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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논어』 관련 책들을 사모으고 있다. 이름난 『논어』만큼이나 이곳저곳에서 한 구절씩을 얻어 들은 것은 꽤 많다. 말하자면 서당개 풍월읇는 식이라고 할까. 아직 이 『논어』란 책을 제대로 읽어보지 못한 것이 나 스스로에게는 부끄러움이다. 특히나 유명한 고전들은 읽어야지 하면서도 그 유명세의 귀동냥으로 아는 체나 할 뿐, 제대로 읽어본 것이 없으니 참 한심한 노릇이다. 그래서 이참에나마 차분히, 그리고 정성껏 읽어보고자 하는 마음에, 그 시작은 무엇보다도 이 『논어』여야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서 『논어』관련 서적들을 구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왜 '들'인가 하고 의문을 갖을 수도 있을 것이다. 그것은 이 『논어』를 '그냥'은 읽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의무방어전 삼아 읽겠다는 소리가 아니라는 말이다. 말하자면 제대로 읽어보자는 심산을 가지고 있다고 하겠다. 『논어』와 관련된 책들, 이를테면 번역서, 해설서 등의 여러 책들을 함께 읽어보겠다는 거대한 계획을 가지고 있다. 하여간에 이것이 하루 이틀 만에 끝날 일이 아니기에 그 계획의 실효성 여부를 지금은 판가름할 수 없겠지만, 『논어』를 시작으로 여러 동양고전들을 차근차근 읽어보겠다는 큰 포부를 가지고 있다.

그런 생각으로 『논어』관련 도서들을 구하고 있다. 현재까지 내가 구한 도서는 얼추 5~6권 가량이다. 이전에 구입한 것도 있고, 최근 구입해 놓은 것도 있다. 이것들을 찾아보겠다고 시중 서점들에도 가보고, 인터넷 서점들에서도 검색을 해보기도 했는데, 당연한 것이라는 생각이 들면서도, 『논어』란 제목을 단 책들이 너무나 많다는 사실에 새삼 놀랐다. 하기사 그 유명세에 비하면 그정도는 약과이기도 하겠다. 문제는 그 많음이 아니라, 그 많음 가운데 무엇을 선택하느냐에 있었다. 그 많은 양의 도서들을 모두 살 필요도 없겠거니와, 그럴 만한 경제력도 내게는 없으니, 무엇보다도 '좋은' 것을 골라야 했다.

하지만 나는 이쪽 분야의 전문가도 아니고, 그리 많은 문식을 가지고 있지도 않았기에 그 선택의 문제를 해결하기가 여간 쉬운 것이 아니었다. 한문학 전공 교수님의 추천도서나 유명한 『논어』전공자의 번역서 위주를 택하는 길 밖에는 없었던 것이다. 나에게는 이런 도움을 얻을 수 있는 주변의 여건이 있었지만, 이 『논어』를 읽어보겠다는 대부분의 사람들에게는 그런 것이 있을 턱이 없다. 이것도 문제라면 문제인데, 나 같은 사람들에게는 그리 대수롭지 않은 것으로 여겨지는 그런 문제였을 따름이다.

그러나 여기에 그 문제가 나게, 그리고 많은 독서가들에게 분명 '대수롭지 않은 것'이 아님을 말해주고 있는 책이 있다. 바로 『최고의 고전 번역을 찾아서』이다. <교수신문>에서 그간의 우리 학계의 고전번역에 문제를 인식하고 이런 기획을 통해 고전 번역에 대한 문제제기를 해왔으며, 이 책은 그런 노력의 결과물 중 하나이다.

사실 우리에게는 외국의 고전들의 유명세를 앞세워 무자비하게 번역만 되어 내놓아졌을 뿐, 그 번역에 대한 여하의 비판은 전무했다. 거기에 나같이 외국말이라고는 ABCD밖에 모르는 사람들은 그저 그런가보다 할 뿐 이게 잘된 것인지 잘못된 것인지를 판단할 수는 없었다. 그리니 큰맘먹고 그 유명한 고전 한 번 읽어보자, 나도 교양인 한 번 되어보자 하는 사람들은 그저 손 가는데로 집어들 수 밖에는 없었던 것이다. 그러하기에 이런 '어리석은 백성'들에게 이번 책의 시도는 진작에 이루어졌어야 했던 것이었다. 그래서 그런지 이번『최고의 고전 번역을 찾아서』의 반가움 못지 않게 아쉬운 마음도 적지 않았던 듯 하다.

사실 이 책을 만난 반가움은 아쉬움을 덮을 만큼은 아니다. 아쉬움은 이 책을 만난 후에도 더 찾을 수 있었다. 우선 이 책에서 대상으로 삼은 고전들이 너무 적다는 것에 대한 아쉬움이다. 책의 머리말에서도 이야기하고 있지만, 여전히 계속되어야 하는 번역비판 작업이기 때문에, 이 아쉬움은 앞으로 계속될 번역비판에 대한 기대감으로 상쇄시키고자 한다.

또다른 아쉬움은 우리의 한문문학의 번역작업에 대한 비판이 너무 적은 것이 아닌가 하는 것이다. 박지원, 정약용 등의 뛰어난 한문 산문들도 시중에 많이 번역되어 나왔있고, 많은 사람들이 읽고 있다. 따라서 이것에 대한 작업도 빠른 시일 내에 이뤄져야 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제대로된 번역서를 보기위해 이런 종류의 책을 읽어야만 하는 것인가하는 회의다. 한 권의 고전을 사기위해 『최고의 고전 번역을 찾아서』를 먼저 읽어야만 하는가? 난 아니라고 본다. 그리고 그렇게 할 만한 사람들이 그지 많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니까 이런 번역비판에 대한 작업이 보다 대중화되고, 더욱 많이 공공연해져야 한다. 그래야만 많은 대중들이 좋은 번역서를 사게되고, 따라서 더 많이 팔기 위해서라도 번역작업에 충실히 기한 책들이 나올 수 있을리가고 본다.

그런 아쉬움들이 많이 남음에도 불구하고, 나는 이 책의 2, 3권이 빨리 나왔으면 한다. 그런 것이 아직 자리잡지 못한 번역비판의 문화의 형성에 기여하는 바 클 것이기 때문이다. 나는 이 책을 내 서가의 손이 가장 잘 닿는 곳에 놓아둘 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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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늘빵 2006-11-20 00: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 보관함에 들어갑니다. 꾹.

파란여우 2007-06-08 08: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2권 나왔습니다. 님께 땡스투를 하고 오늘 1,2권 모두 신청했거든요^^
와 기대됩니다.

멜기세덱 2007-06-08 09: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온지 꽤 됐는데요.ㅎㅎ 2권 나오자 마자 후딱 사서 봤어요...ㅎㅎ
 

문항 15~19는 문학지문에서 출제되었다. 김유정의「만무방」은 매우 잘 알려져 있어 수험생들은 부담을 덜 느겼을 듯 하다. 출제된 지문을 보도록 하자.

 

[15~19] 다음 글을 읽고 물음에 답하시오.


주재소는 그를 노려보았다. 툭하면 오라, 가라, 하는데 학질이었다. 어느 동리고 가 있다가 불행히 일만 나면 누구보다도 그부터 붙들려 간다. 왜냐면 그는 전과 사범이었다. 처음에는 도박으로, 다음엔 절도로, 또 고 담에는 절도로, 절도로.

그러나 이번 멀리 아우를 방문함은 생활이 궁하여 근대러 왔다거나 혹은 일을 해 보러 온 것은 결코 아니었다. 혈족이라곤 단 하나의 동생이요, 또한 오래 못 본지라 때 없이 그리웠다. 그래 모처럼 찾아온 것이 뜻밖에 덜컥 일을 만났다.

지금까지 논의 벼가 서 있다면 그것은 성한 사람의 짓이라 안 할 것이다.

응오는 응고개 논의 벼를 여태 베지 않았다. 물론 응오가 베어야 할 것이나, 누가 듣든지 그 형 응칠이를 먼저 의심하리라. 그럼 여기에 따르는 모든 책임을 응칠이가 혼자 지지 않으면 안 될 것이다.

응오는 진실한 농군이었다. 나이 서른하나로 무던히 철났다 하고 동리에서 쳐주는 모범 청년이었다. 그런데 벼를 않는다. 남은 다들 거둬들였고 털기까지 하련만 그는 벨 생각조차 않는 것이다.

지주라든 혹은 그에게 장리*를 놓은 김 참판이든 뻔찔 찾아와 벼를 베라 독촉하였다.

“얼른 털어서 낼 건 내야지.”

하면 그 대답은,

“계집이 죽게 됐는데 벼는 다 뭐지유―”

하고 한결같이 내뱉는 소리뿐이었다.

하기는 응오의 아내가 지금 기지사경이매 틈은 없었다 하더라도 돈이 놀아서 약을 못 쓰는 이 판이니 진시 벼라도 털어야 할 것이다.

그러면 왜 안 털었던가.

그것은 작년 응오와 같이 지주 문전에서 타작을 하던 친구라면 묻지는 않으리라. 한 해 동안 애를 ⓑ졸이며 홑자식 모양으로 알뜰히 가꾸던 그 벼를 거둬들임은 기쁨에 틀림없었다. 꼭두새벽부터 엣, 엣, 하며 괴로움을 모른다. 그러나 캄캄하도록 털고 나서 지주에게 도지*를 제하고, 장리쌀을 제하고, 색초*를 제하고 보니 남은 것은 ㉡등줄기를 흐르는 식은땀이 있을 따름. 그것은 슬프다 하기보다 끝없이 부끄러웠다. 같이 털어 주던 동무들이 뻔히 보고 섰는데 빈 지게로 덜렁거리며 집으로 돌아오는 건 진정 열적기 짝이 없는 노릇이었다. 참다 참다 못해 응오는 눈에 눈물이 흘렀던 것이다.

ͭ೐ͭ鸀ͫZA흉 깨qƱ이렇게 문제 중에 있는 벼인데 ㉢귀신의 놀음 같은 변괴가 생겼다. 다시하면 벼가 없어다. 그것도 병들어 쓰러진 쭉정이는 제쳐 놓고 무얼로 그랬지 알장 이삭만 따 갔다. 그 면적으로 어림하면 아마 못 돼도 한 댓 말 가량은 될는지!

응칠이의 죄목은 여기에서도 또렷이 드러난다. 국으로 가만만 있었다면 좋은 걸 이 사품에 뛰어들어 지주의 뺨을 제법 갈긴 것이 응칠이었다.

처음에야 그럴 작정이 아니었다. 그는 여러 곳 물을 마신 이만치 어지간히 속이 틘 건달이었다. 지주를 만나 까놓고 썩 좋은 소리로 의논하였다. 올 농사는 반실이니 도지도 좀 감해 주는 게 어떠냐고. 그러나 지주는 암말 없이 고개를 ⓓ모로 흔들었다. 정 이러면 하여튼 일 년 품은 빼야 할 테니 나는 그 논에다 불을 지르겠수, 하여도 잠자코 응치 않는다. 지주로 보면 자기로도 그 벼는 넉넉히 거둬들일 수는 있다마는, 한번 버릇을 잘못 해 놓으면 여느 작인까지 행실을 버릴까 염려하 겉으로 독촉만 하고 있는 터이었다. 실상이야 고까짓 벼쯤 있어도 고만 없어도 고만, 그 심보를 눈치 채고 응칠이는 화를 벌컥 낸 것만은 좋으나 저도 모르게 대뜸 주먹뺨이 들어갔던 것이다.

이렇게 문제 중에 있는 벼인데 ㉢귀신의 놀음 같은 변괴가 생겼다. 다시 말하면 벼가 없어졌다. 그것도 병들어 쓰러진 쭉정이는 제쳐 놓고 무얼로 그랬는지 알장 이삭만 따 갔다. 그 면적으로 어림하면 아마 못 돼도 한 댓 말 가량은 될는지!

응칠이가 아침 일찍이 그 논께로 노닐자 이걸 발견하고 기가 막혔다. 누굴 성가시게 굴려고 그러는지. 산속에 파묻힌 논이라 아직은 본 사람이 없는 모양 같다. 하나 동리에 이 소문이 퍼지기만 하면 저는 어느 모로든 혐의를 받아 폐는 좋이 입어야 될 것이다.

(중략)

한 식경쯤 지났을까, 도적은 다시 나타난다. 논둑에 머리만 내놓고 사면을 두리번거리더니 그제야 기어 나온다. 얼굴에는 눈만 내놓고 수건인지 뭔지 헝겊이 가리었다. 봇짐을 등에 짊어 메고는 허리를 구붓이 뺑소니를 ⓔ놓는다.

그러자 응칠이가 날쌔게 달려들며,

“이 자식, 남의 벼를 훔쳐 가니!”

하고 대포처럼 고함을 지르니 논둑으로 고대로 데굴데굴 굴러 떨어진다. 얼결에 호되게 놀란 모양이다.

응칠이는 덤벼들어 우선 허리께를 내려조겼다. 어이쿠쿠, 쿠― 하고 처참한 비명이다. 이 소리에 귀가 번쩍 띄어서 그 고개를 들고 팔부터 벗겨 보았다. 그러나 너무나 어이가 없었음인지 시선을 치걷으며 그 자리에 우두망찰한다.

그것은 ㉣무서운 침묵이었다. 살뚱맞은 바람만 공중에서 북새를 논다.

한참을 신음하다 도적은 일어나더니,

“성님까지 이렇게 못살게 굴기유?”

제법 눈을 부라리며 몸을 홱 돌린다. 그리고 느끼며 울음이 복받친다. 봇짐도 내버린 채,

“내 것 내가 먹는데 누가 뭐래?”

하고 데퉁스러이 내뱉고는 비틀비틀 논 저쪽으로 없어진다.

형은 너무 ㉤꿈속 같아서 멍하니 섰을 뿐이다.

- 김유정, 「만무방」 -

*장리: 돈이나 곡식을 꾸어 주고, 받을 때는 한 해 이자로 본디 의 절반 이상을 받는 변리.

*도지: 남의 논밭을 빌려서 부치는 대가로 해마다 내는 벼.

*색초: 잡초를 제거하는 데 들어가는 비용.

 

15.  위 글에 대한 설명으로 적절한 것은? [1점]

인물의 행동과 심리를 따라가며 서사를 전개하고 있다.

다양한 인물들의 경험을 삽화 형식으로 나열하고 있다.

③ 장황한 해설을 통해 작가 의식을 표출하고 있다.

④ 인물의 외양 묘사를 통해 성격을 드러내고 있다.

⑤ 회상을 통해 서정적 분위기를 자아내고 있다.

 

15번은 글 전체에 대한 설명을 묻고 있다. 정답은 ①이다. 이 소설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다양하다고 보기 어렵고, 형식 또한 '삽화'형식을 취하고 있지는 않다. 따라서 ②는 잘못이다. 이 글에서 '장황한 해설'은 보이지 않으며, 인물들의 행동과 대화가 사건 진행의 주된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인물의 외양 묘사'는 거의 보이지 않으며, '회상을 통해 서정적 분위기'는 나타나지 않는다.

16. [A]와 [B]에 대한 설명으로 적절한 것을 <보기>에서 골라 바르게 묶은 것은?

 

<보 기>

 

 

 

 

ㄱ.[A]는 [B]의 사건이 일어나게 된 상황적 배경이 된다.

ㄴ.[A]에 드러나 있는 갈등은 [B]에서 극적으로 해소된다.

ㄷ.[A]와 [B]가 묶여 당시의 궁핍한 현실을 역설적으로 드러낸다.

ㄹ.[A]에서는 불만의 대상이 개인이었다가 [B]에서는 사회로 확대된다.

① ㄱ, ㄴ           ② ㄱ, ㄷ          ③ ㄴ, ㄷ    

④ ㄴ, ㄹ           ⑤ ㄷ, ㄹ

 

16번. [A]에는 벼를 베지 못하고 있는 이유가 나타나고 있고, [B]는 몰래 벼를 베다가 숨어 있던 형을 만난 장면이다. 여기에 대한 알맞은 설명은 ㄱ과 ㄷ을 고를 수 있다. [A]에서 들어난다고 할 수 있는 갈등은 '지주', '빚쟁이'와 '소작인' 간의 갈등이라고 볼 수 있겠으나, 이것이 [B]에서 해소되고 있지는 않으므로 ㄴ은 잘못된 설명이다. [B]에서 또한 불만의 대상이 '사회'로 확대되고 있음은 찾을 수 없다.

17.  ‘응칠’의 행동을 <보기>와 같이 정리하였다. <보기>를 토대로 위 글을 감상한 내용으로 적절하지 않은 것은? [3점]

 

<보 기>

 

 

 

 

ㄱ. 응칠이는 먼 곳에서 동생을 찾아온다.

ㄴ. 응칠이는 담판을 지으려고 지주를 만난다.

ㄷ. 응칠이는 지주의 뺨을 때린다.

ㄹ. 응칠이는 논에 가서 도적을 기다린다.

ㅁ. 응칠이는 도적을 잡기 위해 다짜고짜로 달려든다.

①ㄱ, ㄴ을 통해 동생을 생각하는 응칠이의 마음을 읽을 수 있어.

②ㄱ, ㄹ에서 응칠이가 동생을 찾아온 일이 도적과 관계됨을 알 수 있어.

③ㄴ, ㄷ, ㅁ을 통해 호락호락하지 않은 응칠이의 성격을 알 수 있어.

④ㄴ, ㄹ을 통해 문제를 적극적으로 해결하고자 하는 응칠이의 의지를 볼 수 있어.

⑤ㄹ, ㅁ은 응칠이가 자신에게 미칠지 모를 혐의를 벗기 위해 한 행위일 수 있어.

 

17번은 작품 속에 나타나는 인물의 행동을 통해 그 인물의 성격을 파악할 수 있는가를 묻고 있다. 적절하지 않은 것은 ②다. 응칠이 먼 곳에서 동생을 찾아 온 것은 도적과는 무관한 것이었음을 작품에서 읽을 수 있다. 그 이후에 논의 벼가 몰래 베어진 것을 알았고, 그로 인해 도적을 기다린 것일 뿐임으로 ②의 감상은 적절하지 못함을 알 수 있다.

18. ㉠~㉤에 대한 설명으로 적절하지 않은 것은?

㉠: ‘진실한 농군’의 행위인 점에 비추어, 의도가 단순치 않음을 짐작할 수 있다.

②㉡: 노동의 결과가 남지 않았다는 점에서 쓸쓸함과 안타까움이 느껴진다.

③㉢: 새로운 문제의 발생으로 사건이 의외의 방향으로 흘러갈 것이라 예상된다.

㉣: 싸움 중에 잠시 찾아온 침묵으로, 상대방에 대한 경계심이 표현되어 있다.

㉤: 뜻밖의 상황을 당해 당혹스러워 하는 인물의 모습을 떠올리게 한다.

 

18번. ㅇㅁㄹㅎㅁㅌㅊㅂㅂㅈㄷㄱ'㉣ 무서운 침묵이었다.' 몰래 벼를 베어간 것이 동생임을 알게되고, 서로가 '어이가 없었음' 나타내고 있다. 여기에 상대방에 대한 경계심은 보이지 않는다.

19.  ⓐ~ⓔ를 바꿔 쓴 말로 적절하지 않은 것은? [1점]

① ⓐ: 알아주는               ② ⓑ: 태우며

③ ⓒ: 갚을                   ④ ⓓ: 거칠게

⑤ ⓔ: 친다

 

19번. "지주는 암말 없이 고개를 ⓓ모로 흔들었다."에서 '모로'는 '비껴서, 혹은 대각선으로'나 '옆쪽으로'란 뜻이다. 이것을 '거칠게'로 바꾸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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