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새 소리


뿌드득
달걀 깨지는 소리가 났다
한 마리 참새의 대가리를 밝은 것이다

화들짝 놀라 뒤로 주춤거렸다
가엾은 참새 한 마리
행여 살아있던 것은 아닐까
숨이라도 붙어있던 것을
묵중한 무게로 확인사살 한 것은 아닐까
무서워서 그만 도망쳐 버렸다

사체손괴는 칠년간의 징역살이다

참말로 참새는 알에서 난 게 참인가 보다
참새 대가리를 밟으면
달걀 깨지는 소리가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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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의 수수께끼 - 역사 속으로 떠나는 우리말 여행
시정곤 외 지음 / 김영사 / 200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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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어의 역사는 인류의 역사와 그 궤를 같이한다. 아니 역사(history)라는 것은 그 기록을 전제하는 고로 인류의 역사는 곧 언어의 역사로부터 시작되었다고 해야 될지도 모른다. 인간의 사유가 전적으로 언어로 이루어진다고는 할 수 없을지 모르지만, 언어가 인간 사유의 폭과 깊이를 무한히 확장해 주었다는 사실은 확실하다. 언어를 통한 인간의 사유, 곧 상상의 날개는 오늘날까지 인류의 높은 문명의 하늘로 날아 오르게 하였다. "인류에게 언어가 없었다면 이러한 놀라운 발전을 상상"도 할 수 없었을 것이다. 언어를 통해서 우리는 사고하고, 사물을 인식하며, 개념을 형성한다. 인간적 활동의 대부분에서 언어는 중요한 도구로써 기능한다. 그러나 그런 중요하고 유용한 것임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그 언어의 정체에 대해서 많은 것을 알고 있지는 못하다. 인류 문명의 시작 이전부터 있었왔고("태초에 말씀이 계시니라.") 인류의 문명을 꽃피웠으며, 오늘날의 눈부신 발전을 이룩해 낸 이 언어에 대해 우리는 그 근본을 거의 알지 못한다. 말하자면 태생적 비밀을 가지고 있는 이 언어에 대한 궁금증은 아주 오래 전부터 있어왔고, 많은 이들, 즉 언어학자들이 그 비밀을 캐내기 위해서 노력해 왔다.

이것은 비단 인류 초기, 즉 인류의 기원으로 거슬러 올라가 멀고 먼 시대의 고대 원시 언어에 국한된 것은 아니다. 우리가 모르는 언어의 모습들은 가까이는 500여년 전의 우리말, 우리글도 마찬가지다. 조선시대 사람들은 어떻게 말했을까? 오늘날 우리와 직접 대면하여 말을 해도 통할까? 하는 의문의 해답을 줄 수 있는 사람은 전혀 없다. 다만 추측할 수 있을 뿐이다. 언어의 비밀, 말과 글의 담긴 수수께끼들은 무한히 많다. 원시시대부터 오늘날 우리가 사용하고 있는 우리말에 이르기까지, 그 끝없는 비밀을 문을 오늘날의 언어학자들은 탐구하고 있다. 여기 우리말의 비밀을 찾는 젊은 국어학자들이 있어, 그 수수께끼의 문을 열고자 하는 노력이 있다. 『우리말의 수수께끼』에서는 멀리는 인류 초기의 언어에 대한 수수께끼부터 우리 말과 글의 역사, 그리고 우리글의 표기법에 담긴 숨은 이야기들까지를 흥미롭게 탐구하고 있다. 언어의 비밀은 어느 누구도 빠져 나올 수 없는 미궁과도 같다. 다만 그 미로를 헤쳐나가려는 땀과 열정을 바라보고 있노라면 흥미진진함을 느낄 수 있기에 충분하다. 그 책에서도 우리말과 글의 비밀들을 속 시원히 밝혀내고 있진 못하지만, 아니 그것은 불가능하지만, 그 가능성을 추측해 보는 젊은 국어학자들의 노력의 결과를 고스란히 담겨 있어, 읽는 나로 하여금 기쁘게 한다.

이 책 『우리말의 수수께끼』는 2002년에 출간되었다. 박영준, 시정곤, 정주리, 최경봉 4명의 신진 국어학자들의 사뭇 유쾌한 모임의 결과물이다. 이 책의 존재를 뒤늦게 안 것은 최근 읽은 『우리말이 사라진다면』덕분이다. 이 책의 흥미로운 기획에 재미를 느끼고 일독한 후, 이 책이 그들의 2번째 결과물임을 알게 되었으며, 그들의 첫번째 흥미로운 탐구가 또 있었다는 사실을 알게된 것이다. "역사 속으로 떠나는 우리말 여행"이라는 부제에서 드러나듯이 가볍운 마음으로 그들의 첫번째 여행에 동참하기로 마음 굳게 먹고 이 책을 구해 읽게 된 것이다. 또한 그들은 『우리말이 사라진다면』의 서문에 3번째 작업을 준비 중에 있었다고 밝혔고, 이미 그 결과물이 세상에 나와 있다는 사실도 나는 알았다. 조금 있으면 그것도 찾아 읽을 것이다.(그 책은 『역사가 새겨진 우리말 이야기』란 제목을 달고 2006년에 출간되었다.)

『우리말의 수수께끼』에서는 몇 가지 질문들을 던지고 그 질문에 답을 찾아가는 형식으로 구성되어 있다. 우리말에 대한 질문이라기 보다는 우리글에 대한 질문들, 그러니까 언어전반에 대한 것이라기 보다는 문자의 역사에 숨긴 이야기들에 대한 것들로 이루어져 있다. 이 책의 제목은 구태여 다시 달자면 "우리글의 수수께끼"라 해야 좀더 정확할 듯도 하다. 어쨌거나, 이 책에서 다루는 수수께끼들은, 우선 문자의 탄생 배경에 대한 궁금증으로 문을 연 후, 우리 글의 역사에 대한 수수께끼로 이어진다. 한글 창제를 기준으로 볼때, 창제 이전의 문자사, 창제 후의 문자사에 대한 여행이라고 볼 수 있다. 그리고 덧붙여 근대이후 한글 맞춤법통일안 탄생의 비하인드까지를 쉽게 재밌게 풀어나가고 있다. 여러모로 우리글의 전체적 흐름을 엿볼 수 있는 좋은 책이라고 생각이 된다.

1장에서 다루고 있는 문자의 탄생에 대한 부분은 이 책의 프롤로그 성격을 가지고 있다. 익히 알려져 있는 내용으로 별반 다른 언어관련 기본서에 다 나오는 내용인데, 보다 쉽게 풀이되어 있다고 보여진다. 본격적으로 이 책에서 다루고 있는 우리글의 역사는 2장부터다. 우리글이 없던 시대에 우리는 한자를 빌어 사용해왔다. 향찰이니 이두니, 구결이니 하는 것 등이 그것이다. 한자를 빌려와 한문으로 기록하는 것이 정상적인 것이었지만, 이외에 우리말을 우리식으로 적되 한자를 이용하여 적는 방법이 바로 향찰과 이두와 구결인 것이다. 이 향찰, 이두, 구결에 대한 따분한 이야기들, 특히 한자만 나오면 치를 떠는 요즘의 우리들에게 조금은 다행스럽게도 쉬운 이해가 가능하도록 서술하고 있는 것이 장점이라면 장점이다. 이어서 6장부터는 훈민정음의 창제와 관련한 이야기들이다. 훈민정음의 창제 목적은 무엇이었으니, 어떻게 훈민정음이 창제될 수 있었는지, 훈민정음 창제를 두고 세종과 최만리의 논쟁등을 흥미롭게 담아내고 있다. 이어지는 것은 한글표기법과 관련한 문제들, 그리고 세종대왕의 업적, 나아가 미래 사회의 새 문자, 혹은 원시문자로의 회귀 가능서엥 대한 언급하면서 끝을 맺고 있다.

사실 이 책에서 다루고 있는 내용들이 전혀 새로울 바는 없다. 내용의 많은 부분이 일반적으로 알려져 있는 것들이며, 국어를 전공한 사람들이라면 대부분 다 알고 있는 내용들이다. 어차피 이 책은 일반인을 대상으로 씌여지고 있어서 일반인들을 생각해서 본다면, 조금씩 신선한 내용들을 담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잘 아는 것이면서도 거기에 신선함을 담고 있다고나 할까, 시종일관 신선하면 어려우니까 말이다.

이 책에서 나의 눈길을 끈 부분은 크게 두 가지다. 우선 최만리와 세종대왕의 대결 부분이다. 그동안 우리는 세종대왕을 칭송하면서, 한글창제에 결사적으로 반대했던 최만리를 천리 만리 배척해 왔다. 이 책에서는 당시의 시대적, 사회적 상황에 비추어 최만리의 철학과 사상을 고려하면서, 그가 왜 반대해야 했는지를 살피고 있다. 어쩌면 세종에게나 최만리에게나 백성은 '어리석었고', 이 어리석은 백성을 보다 효과적으로 통치하기 위한 나름의 시각차에서 기인한 것은 아닐까하는 결론을 주고 있다. 또 다른 대목은 박승빈과 최현배의 철자법 논쟁에 관한 부분이다. 최현배는 주지하다시피 오늘날의 국어학에 있어서 빼놓을 수 없는 인물인 것에 반해, 박승빈은 나도 여기서 처음 들었다. 우리가 오늘날 당연하다고 생각되는 맞춤법규정이 이런 논쟁을 통해 성립되었다는 사실 자체도 흥미롭지만, 또한 논쟁이란 것 자체가 흥미로운 것이지만, 국어발전에 있어서 최현배의 승리만큼이나 박승빈의 패배가 매우 중요한 요소였다는 사실이 박승빈에 대한 흠모의 마음을 가지게 해서 더욱 이 대목에 끌린다. 앞으로 철자법 논쟁에 대한 기록들을 찾아보는 것은 또다른 이책이 주는 기쁨으로 남을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은 대중서로서뿐만 아니라, 국어학입문서로서 전공자들에게 많은 도움을 줄 수 있을 것 같다. 저자들이 의도한 것같지는 않지만, 국어관련 대학에 입학한 신입생들에게 필독서로 읽혔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읽는 내내 가지게 되었다. 특히나 어렵다는 향찰, 이두, 구결 부분에서 조목조목 대조비교하여 설명, 해설한 부분은 어떤 전공서적의 해설보다도 좋다. 다만 아쉬운 점은 이 책은 그 표제대로 '우리말'에 대한 역사 여행이 아니라는 점이다. '우리글'에 국한되어 있다. 백년전, 천년전의 우리 말을 재구성하는 것은 무척이나 어려운 일이다. 그 점에서 글은 자료가 그래도 남아 있어 말보다는 쉽다고 하겠다. 하지만, 이 책이 표방한 대로 '우리말'에 대해, 즉, 음성언어와 문자언어 전반에 대해 그 의문의 수수께끼들을 찾아보았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 이를테면 신라사람과 고구려사람이 만나서 어떻게 대화를 했는지, 지금의 전라도 사투리가 500년 전에는 또 어땠을지 등 재미나고 유익한 주제들이 많을 것도 같다. 추후 이들의 작업이 보다 활발히 그리하여 우리말과 글의 비밀들의 재미나게 밝혀주시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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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에서 온 사람
달에서 온 사람
주기를 따라 끊임없이 움직이는 달과 함께 하는 당신.

당신은 감정 표현력과 육감이 매우 잘 발달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당신에게는 누구도 따라올 수 없는 풍부한 상상력과 끝이 없는 기억력이 있습니다.

극도의 섬세함을 갖춘 당신은 누구와 어디에 있던지 평정을 잃지 않습니다.

훌륭한 치유자인 당신은 어둠을 밝히는 빛과 같은 존재입니다.

너 어느 별에서 왔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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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늘빵 2007-05-03 23: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좋은건 다 가지고 계십니다. 부럽.
 

미국의 풀러신학교 리처드 마우 총장이 방한했다. 한겨레 신문에 그 인터뷰 기사가 실렸는데, 눈의 띄는 대목들이 있어 옮겨온다. 최근 김용옥 논쟁으로 한국기독교계가 들썩거렸고, 순복음교회의 권력세습 및 재정비리 의혹 제기 등이 잇달아, 한국기독교에 대한 여러 모습으로의 비판들이 고개를 들고 있다. 이제까지의 한국기독교 비판은 광신적 이단의 문제 등에 국한된 측면이 강하다. 한국기독교의 인식, 철학, 교회운영, 교회권력세습 등의 보다 본질적인 비판은 거의 없었지 않나 생각된다. 리처드 마우의 이 부드러운 비판적 시각이 우리 기독교에 주는 의미를 새삼 되새길 필요가 있을 것 같다. 김용옥 식의 과격한 '까대기'가 아니라 세심하고 친절한 외부자의 시각, 혹은 저 멀리 복음주의의 본토에서 넘어온 현자의 부르러운 목소리에 우리 기독교계는 보다 따사롭게 받아들일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예수천국 불신지옥 전도 당혹스럽다”
미 복음주의 본산 풀러신학교 리처드 마우 총장
“교회가 한 건물 안의 절 간판 치우는 건 비문화적“
한가족 안 다른 종교인들 섞어있을 때 해법도 제시
 
 
한겨레 조연현 기자
 
 
» 미 복음주의 본산 풀러신학교 리처드 마우 총장
 
한국 목사들 가장 많이 유학한 학교
“종교 다르다고 남 화나게 하는 건 옳지 않아”

미국의 저명한 신학자 리처드 마우(67) 풀러신학교 총장을 만났다. 풀러신학교 한국총동문회가 열린 지난달 28일 서울 서초구 양재2동 교육문화회관에서였다. 풀러신학교는 미국 개신교 복음주의권의 총본산이자 한국 목사들이 가장 많이 유학한 학교다.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 대표회장을 지낸 박종순, 길자연 목사와 서울 강남 소망교회 곽선희 목사, 광림교회 김선도 목사, 금란교회 김홍도 목사, 광성교회 김창인 목사 등 내로라하는 교회의 주요 목회자들 상당수가 이 학교를 거쳤다. 얼마 전 한국을 찾은 릭 워런 목사도 이 학교 출신이다.

마우 총장은 복음주의권 목사들을 길러내면서도 〈무례한 기독교〉와 〈왜곡된 진리〉 등의 저서를 통해 “이 세상에서 복음의 진리가 영향력 있게 전파되게 하자면 성도들은 타인을 향해 일반적인 정중함을 뛰어넘어 그리스도를 닮은 정중함을 지녀야 한다”고 설파하고 있다. 자신을 적대하는 사람까지도 품을 수 있는 친절하고 온유한 정신, 즉 시민교양을 갖춰야 한다는 것이다.

 

 

 

 

도심의 경우 한 건물 안에 교회와 절이 함께 있을 만큼 세계 유일의 다종교 사회인 한국만큼 그의 종교적 ‘시민교양’이 필요한 곳은 없다. 그래서 “며칠 전 서초구 방배동의 한 건물에 입주한 교회가 기존에 있던 절의 간판을 치워버린 적이 있는데, 이를 어떻게 보는가?”라고 물었다.

그는 “교회 교인들이 비문화적인 사람들이었던 것 같다”며 이교도들을 전도했던 바울 이야기를 해주었다. “바울은 이교도에 대해 우상을 섬기고 있다고 비난하기보다는 종교성과 영성을 인정하면서 대화에 나서 ‘당신의 종교 시인 가운데도 이런 말을 한 분이 있지 않으냐’면서 예수의 복음을 함께 전했다”는 것이다. 그는 또 “한 가족 내 다른 종교인이 모여 있는 경우”에 대해서도 그 나름의 방법을 제시했다.

“풀러신학교에 온 한 한국인 학생이 ‘가족의 장례식 때 불교도인 가족이 향을 피우려고 할 때 어떻게 해야 하느냐’는 고민을 상담해 좋은 대화를 나눈 적이 있다. 그런 예식뿐 아니라 휴일에 가족이 모일 때 종교가 다르다고 참석을 하지 않아 가족들을 화나게 하는 것은 좋은 방법이 아니다. 다른 종교를 가진 가족들이 자기들 나름대로 기도를 하게 한 이후 기독교의 기도에 대해서도 자연스럽게 얘기해줄 수 있는 기회를 갖는 게 좋다.”

그는 또 거리와 지하철, 버스 등에서 “예수 천국, 불신 지옥”을 외치며 전도하는 이들에 대해선 “미국에서도 새해 첫날 거리에서 꽃차 행렬을 벌일 때 어떤 사람들이 그런 피켓을 들고 뒤따르는 것을 보면 너무나 당혹스럽다”며 “풀러신학교에선 올해 슬로건을 ‘겸손하게 하나님과 동행하는 것’으로 삼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또 복음주의권에서 강렬히 반대하는 동성애자 문제도 짚었다. 마우 총장은 “풀러신학교에선 신학적으로 동성애를 인정하지 않는다”고 전제하면서도 “목회자적 견지에선 성적 소수자들을 긍휼히 여기고 이해하려고 하는 자세가 좋다고 본다”고 말했다.

인내와 겸손, 느림을 강조하는 복음주의 정통 신학자의 ‘복음’이 승리주의에 매몰된 우리나라의 복음주의 목회자들로부터 어떤 반응을 불러올지 주목된다. 마우 총장은 신촌성결교회, 여의도순복음교회, 제자교회와 서울신대, 한세대, 백석대, 총신대 등에서 설교한 뒤 오는 9일 출국한다.

글·사진 조연현 기자 (한겨레 2007년 5월 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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멜기세덱 2007-05-03 19: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1/66억님 "안 믿는 놈은 때려 죽여라'라는 말이 성경 어디에 나오는지는 전 잘 모르겠네요. 적어도 기독교의 본질은 '복음', 즉 기쁜 소식의 선포에 있습니다. 복음의 실체인 예수는 원수까지도 사랑하라고 가르치셨죠. '예수천국, 불신지옥'의 폭력적, 이분법적 협박은 예수 그리스도의 본질과는 너무나도 멀리 있는 것이 아닌가 합니다. 우리 한국기독교에서 예수의 새로운 언약(신약)인 '사랑'이 실종되어가고 있는 듯 한 느낌도 들구요. 리처드 마우 총장의 '당혹감'은 그런데서 오는 것이 아닐까요?

마늘빵 2007-05-03 23: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지하철에서, 명동거리 한복판에서, 그러는 분들 참 불쾌합니다. 대놓고 니들 지옥간다, 얼른 믿어라, 이런 메세지를 날리고 있죠. 이건 저주에요.
 
국어교육학 원론 - 제2판
박영목 지음 / 박이정 / 200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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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어교육학 원론』을 읽었다. 국어교육 전공자에게는 필수 기초 서적이라고 해야할 것이다. 그래서인지 '읽는다'는 낱말이 어울리지 않는다. 전공자에게 이 책은 전공서적, 강의교재이기 때문에 한층 가벼워 보이는 이 '읽는다'는 말과 격이 맞지 않는다고나할까? 내게 읽는다는 것은 기분 좋은 것이지만, 전공서적을 읽는다는 것은 기분 좋지만은 않은, 괜한 부담 있는 그런 것이다. 부끄러운 고백을 하자. 나는 대학을 졸업하고 2째년 되는 지금 이 책을 처음 '읽었다'.

국어교육을 전공하면서 어떻게 이 책을 읽지 않고 졸업했을까 의아해 하시는 분들을 위해 변명하자면, 사범대학의 제도적 허실을 첫번째로 지적할 수 있겠고, 나의 노골적 교과교육론 기피현상을 두번째로 들 수 있겠다. 군대가기전 기억도 나지 않는 강의 수강 이력(학점이 꽤나 좋지 않지만 낙제는 면했다.)에 힘입어 이 책과 씨름하지 않아도 되었다.(당시 이 책은 초판이 나와 있을 때이다.) 행운이었는지 불행이었는지는 모를 일이지만, 이제사 와서 고백하건데, 참 부끄러운 노릇이 아닐 수 없다. 그나마 이제라도 한 번 읽어 본 것이 어딘가 하는 것으로 위안을 삼는다.

많은 사범대학 국어교육과의 교과교육론 시간에 이 책을 강의교재로 택하고 있을 것으로 짐작된다. 그래서 대다수의 국어교육 전공자들은 이 책을 한두 번쯤은 읽어내야할 큰 산이다. 필수 전공서적에 그 이름을 올리고, 반드시 읽어야할 책 쯤으로 언급될 뿐 가타부타 별 말들이 없어, 최근에 읽어낸 내가 이렇게 리뷰를 남기려 한다. 사실 많은 전공자들이 이 책으로 공부하면서 불만들을 토해내고 있지만, 이 책을 강의교재로 택하는 교수님들도 그러하지만, 별달리 말들이 없고 계속해서 이 책이 교재로 사용되는 이유는 이만한 책이 없기 때문일 것이다. 오탈자가 곳곳에 포진하고 있고, 내용이 중복되거나 삭제되기도 하고, 대부분이 외국 연구 논문 번역의 짜깁기라고 보여지는 이 책을 대신할 만한 국어교육학 원론서가 현재로선 찾을 수 없다는 것이다.

우리나라에서 현대적 의미의 국어교육이 시작된 것은 해방 이후라고 할 것이다. 미흡한 점이 많지만 교육과정이 성립되고 학교교육이 제도화 되면서 지금의 국어교육은 시작된 것이다. 지금에 이르러 7차교육과정이 시행되고 있으며 곧 8차교육과정으로 바뀔 예정이다. 말이 8차라고 오래된 것 같지만, 70년에 못 미친다. 교육백년지대계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교육과정은 수없이 바뀌어 왔다. 뭐 시대가 급속도로 변하는 상황에서 그것은 어쩌면 당연한 것일수도 있다는 설명이 가능은 하겠지만, 여전히 졸속적 교육정책이라는 비판을 피할 길은 없다. 지금은 국어교육 또한 그와 크게 다르지 않다. 길지 않은 시간에 걸쳐 많은 것들이 변하고 그 변화에 국어교육 연구는 발을 맞추어 걸어오지 못한 바가 크다.

국어교육 초기 대부분의 교육이론들은 서양의 것을 수입해 온 것들이다. 그 사정이 지금이라고 나아진 바가 크지 않다. 사범대학에서는 국어교육 전공이라지만 국어학과 국문학 공부에만 치우쳐 있다. 교과교육론의 비중이 작을 뿐더러 강의 개설도 극소수 필수 과목들 뿐이다. 우리나라의 국어교육에 대한 전문가, 즉 국어교육을 전문적으로 연구하고 개발하는 교수진이나 연구진이 얼마나 되는지를 따져보면 우리 국어교육의 현주소를 짐작해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나마 근래에 들어 전문적 국어교육학 연구자들이 배출되고 있고, 다양한 연구성과들이 나오고 있지만, 아직은 그것이 뿌리를 내리지는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러한 사실들은 이 책을 집필한 저자들도 개탄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이런 책이 나온 것만 해도 우리로서는 다행이라고나 할까? 그렇기에 이 책이 여전히 선택을 받고 있는 것이리라.

이 책은 1996년도에 초판이 발행되고 2003년에 제2판이 발행되었다. "초판의 내용을 전면적으로 수정 보완하고자" 했다는 저자들의 말은 사실이지만, 미진한 점이 너무 많은 것이 탈이다. 여전히 외국논문들의 번역요약수록에 오자와 탈자, 내용 중복과 삭제등이 너무 심하다. 단어의 오탈자 및 잘못된 조사, 문장의 호응이 안 맞는다거나 하는 문제는 이해하겠지만, 3가지가 있다면서 첫째, 둘째만 하고 끝나는 등의 웃지못할 문제점들이 곳곳에 내재해 있는 점, 외국의 이론을 쉽게 설명한다던지, 우리 실정에 맞게 소화하여 소개하고 있지 못한 점, 앞서 서술했던 설명 내용들이 다른 제목으로 다시 서술된다던지 하는 점들의 문제들이 너무 많다.

이 책의 체제를 잠시 살펴보면, 제1부 국어교육학의 기초, 제2부 국어표현론, 제3부 국어이해론으로 구성되어 있다. 여기서 제1부 국어교육학의 기초에서는 국어교육학의 연구 동향을 요약제시 한 것이 지나지 않으며, 필자들의 독자적인 집필이라고 보여지는 것은 제3장 국어과 교사의 극히 일부분 정도로 밖에 생각되지 않는다. 제2부 국어표현론에서 또한 이러한 상황은 나아지지 않는다. 작문이론에 대한 집중적 조명외에 표현에 해당하는 말하기는 상대적으로 부실하게 다루어 진다. 저자들의 관심 사항외에는 거반 부실한 요약만을 제시하고 있는 정도이다. 제3부 국어이해론에서도 '독서'에만 치중될 뿐이다. 전체적으로 체계와 균형이 잡혀있지 않은 것으로 생각된다. 국어교육학의 '원론'이라고 하기에는 모자란 점이 많다.

문제가 많으나 아직 이 많은 책이 나오지 않고 있는 점은 큰 아쉬움으로 남는다. 다분히 원론서라고 하는 것이 그간의 연구결과를 집약해서 주요 엑기스를 담아내는 것이 필요하다는 것을 인정할 때 다양한 이론들의 요약제시는 필요하다. 그러나 앞으로 진정한 국어교육학의 원론서가 나오기 위해서는 체계적이고 균형있는, 나아가 현 우리의 국어교육의 현실에 맞게 독자적으로 수용되고 재해석되어야 할 것이다. 이 책의 단점들이 앞으로의 국어교육 발전을 위한 진정한 국어교육학 원론서 출간의 촉매제가 되어야 할 것이다. 이 책은 400여 페이지 분량으로 두터운 편이지만, 보다 내용을 충실히하기 위해서는 보다 두꺼워질 필요도 있을 것이다. 이래저래 아쉬움이 남는 나의 부끄러운 전공서적 탐독기(耽讀記)를 서둘러 끝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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