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 네이버 이벤트와 알라딘 이벤트 당첨 소식을 기쁘게 전해드렸는데요.

오늘 그중에 네이버 이벤트 당첨품이 도착했네요...ㅎㅎ

오늘의 책 15권입니다. 그 면모를 살펴보실까요?

  <클림트, 황금빛 유혹> 신성림, 다빈치, 2002.

  그림과 해설을 담은 책이네요. 구스타프 클림트(Gustav Klimt 1862~1918)의 그림들과 그의 생애와 그림 해설 등을 담고 있는 책이네요. 그림에는 영~ 조예가 없었는데요, 이 책 보면서 그림에도 관심을 좀 가져봐야겠네요. 네이버 오늘의 책 2006년 9월 14일 선정도서입니다.

 

  <외눈박이 물고기의 사랑> 류시화, 열림원, 1996.

  이런 책도 오늘의 책에 선정이 되네요. 류시화를 평소 좋아하지 않아서 어떤지 모르겠지만, 준 거니깐 한 번 읽어는 봐야겠죠?

  네이버 오늘의 책 2006년 11월 1일 선정도서입니다.

 

 

  <꽃 속에 피가 흐른다> 염무웅, 창비, 2004.

  개인적으로 마음에 드는 책 중에 하나입니다. 김남주 시인의 시를 묶은 시선집이네요. 김남주란 이름과 달리 그닥 김남주 시인의 시를 읽어볼 기회를 찾지 못했었네요. 그래서인지 이번 이벤트 당첨이 더욱 기쁘게 느껴지네요.ㅎㅎ

  이 책은 2007년 2월 13일 오늘의 책 선정도서네요.

 

  <행복한 책읽기> 김현, 문학과지성사, 1992.

  가장 마음에 드는 책입니다. 문지에 김현 선생 전집이 나와 있는 걸로 아는데, 시간을 두고 구해 볼 작정이었습니다만, 이 책으로 제대로 불질러서 지름신 강림 시켜봐야 되겠네요.

  네이버 오늘의 책 2007년 1월 1일 선정도서입니다.

 

  <끌리는 사람은 1%가 다르다> 이민규, 더난출판, 2005.

  개인적으로 이런 책을 사 읽지 않습니다. 그래도 준거니 감사히 받을 밖에요. 그래서 나는 '끌리는 사람'이 아닌가 봅니다.ㅋㅋ

  이 책은 2006년 8월 12일자 선정도서네요.

 

  <시골의사의 아름다운 동행> 박경철, 리더스북, 2005.

  사실 이런 책에도 손이 안가긴 하는데, 읽으면 따뜻한 마음이 들 것만 같아서 간혹 읽기도 합니다. 그런데 검색하다보니, 이 책은 2권짜리네요. 두번째 이야기를 또 사야한단 말인가요? 이런! 줄려면 두 권 다 주지...ㅋㅋ

  이 책은 2006년 9월 14일 오늘의 책입니다.

 

  <괴짜경제학> 스티븐 레빗 외, 웅진지식하우스, 2005.

  '괴짜경제학'으로 검색해보니, 옆의 <괴짜경제학 플러스>와 원서 2개만 나오네요. 제가 받은 책은 그냥 <괴짜경제학>인데. 하여간 요즘 경제학 관련 서적들이 대량으로 출간되고 있는데, 무슨 놈의 나라가 죄다 경제학자 만들려는건지 뭔지! 저는 경제관념이 남들보다 좀 떨어지는 편인데요, 이 책 읽으면 좀 나아질까요? 앞으로 장가가려면 경제적으로 좀 나아져야 되거든요...ㅋㅋ 이 책은 2007년 3월 12일 오늘의 책이네요.

 

  <사랑의 기술> 에리히 프롬, 문예출판사, 2006.

  잘 알려진 고전 <사랑의 기술>을 아직까지 난 읽지 않고 있는데요, 이 책을 읽으면 정말로 '사랑의 기술'이 늘까요? 그렇게만 된다면 참 좋겠는데요. ㅎㅎ

  네이버 오늘의 책 2006년 10월 5일자 선정도서네요.

 

  <사막을 건너는 여섯가지 방법> 스티브 도나휴, 김영사, 2005.

  고백하자면 이 책을 나는 작년에 사 읽다가 중도에 집어던진 책이에요. 사막을 건널 일이 저한테는 없어서 그런건지, 사막을 건널 자신이 없어서인지는 모르겠지만, 그 여섯가지 방법들이 그리 썩 탁월한 것 같지도 않고, 아무튼 그랬던거 같아요. 이 책은 제가 이미 가지고 있는 책이어서, 뭔가 다른 처리방법을 생각하고 있답니다.  오늘의 책 2006년 2월 6일자 선정도서입니다.

 

  <스키너의 심리상자 열기> 로렌 슬레이터, 에코의서재, 2005.

  재밌어 보이는 책이네요. KBS TV 책을 말하다에서 이 책 이야기를 하는 걸 본 적이 있어요. 열어봐야 알겠지만, 읽고 싶은 책이네요.

  네이버 오늘의 책 2006년 9월 14일 선정도서입니다.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밀란 쿤데라, 민음사, 1999.

  유명한 책이죠. 익히 들어 잘 알고 있는 저자와 책입니다. 하지만 나는 아직 안 읽었다는 거! 몇몇 사람들의 입에서 이 책을 읽다가 정말로 '참을 수 없는' 것이 하나 있다고 하더라구요. 얼마나 '존재의 가벼움'을 느꼈길래 꿈 속을 날아다녔을까요?ㅎㅎ

  이 책은 2006년 5월 23일자 오늘의 책입니다.

 

  <백범일지> 백범 김구, 돌베개, 2002.

  이 책은 예전 MBC 느낌표! '책을 읽읍시다' 선정도서이기도 하죠. 그때 제가 군대 있을때 읽었는데요. 나름 감명받으며 읽었던 기억이 납니다. 많은 분들이 읽은 책이지만서도, 더욱 많은 분들께 권하고 싶은 책이기도 하죠. 이 책도 제가 가지고 있기 때문에, 처리해야겠네요.

  이 책은 2006년 6월 26일자 네이버 오늘의 책 선정도서입니다.

 

 

  <젊은 시인에게 보내는 편지> 라이너 마리아 릴케, 소담출판사, 1996.

  유명한 책이면서 유명한 작가죠. 기실 젊은 시인보다는 여자들한테 보낸 편지들이 대부분인데요, 이 책을 읽으면 연애편지는 잘 쓸 수 있게 되나요? 어리석은 질문인 줄 잘 압니다. 제가 아직 안 읽었다는 얘기죠.ㅎㅎ 네이버 오늘의 책 2006년 7월 21일 선정도서입니다.

 

  <시간을 정복한 남자, 류비셰프> 다닐 알렉산드로비치 그라닌, 황소자리, 2004.

  류비셰프는 구소련의 과학자였다네요. 저는 모르는 사람이에요. 이 책이 무슨 내용일지도 영 짐작이 안가고요. 읽어보면 알겠죠? 읽어도 모르는 그런 책일까요?

  이 책은 2007년 4월 16일자 네이버 오늘의 책 선정도서네요.

 

  <보랏빛 소가 온다> 세스 고딘, 재인, 2004.

  광고관련 책인가 봅니다. 요즘 마케팅이니 광고 관련 서적들이 부쩍 많은 듯 싶네요. 훌터보니 편집도 다채롭고 읽기에 그리 부담스럽지 않을 듯 싶네요. 흥미롭게 읽힐 수 있을듯 싶어요. 근데 이 책도 2권이 있군요. 다시 말하지만 주는 김에 다 주지...ㅋㅋ

  이 책은 네이버 오늘의 책 2006년 12월 26일자 선정도서입니다.

 

이상 15권이 왔네요. 이 중에 제가 소장하고 있는 책은 2권 밖에 안되네요.

많은 분들이 축하해 주셔서 너무 고마워 이 2권(<백범일지>, <사막을 건너는 여섯가지 방법>)과 알라딘 이벤트에서 보내줄 24권 중에 제가 소장하고 있는 책들을 빼서 뭔가 나눔 이벤트를 준비해 볼까 합니다. 자세한 것은 알라딘에서 상품보내주면 알려드릴게요. ㅎㅎ

근데, 한가지 네이버에 불만은 보낸 책들마다 쫌 이상한 짓을 해놨어요. 저는 개인적으로 책에 뭔지 해놓는걸 싫어하거든요.ㅋㅋ 누가 오늘의 책 아니라고 할까봐 책 겉표지 앞뒤로 오늘의책 마크를 붙여놨네요. 하나만 붙여 놨으면 이해는 하겠구만, 앞뒤로 죄다 붙여놓는 건 뭐람. 어쨌든 주는 거니깐 고맙게 받아야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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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이야 2007-05-15 18: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 축하합니다. 넘 좋으시겠어요. 나눔이벤트 기대하고 있을게요^^

물만두 2007-05-15 18: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축하드려요^^

이매지 2007-05-15 19: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아직 안 왔네요. 곧 오겠죠 ㅎㅎ
읽으려고 찜해놓은 책들이 몇 권 있어서 반갑네요.
다행히 집에 있는 책과는 겹치지 않는 ㅎㅎ

2007-05-15 21:53   URL
비밀 댓글입니다.

마늘빵 2007-05-15 23: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안부러워요. 끌리는 책이 별로 없어요. :p

멜기세덱 2007-05-16 00: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배혜경님> 감사합니다. 받은 만큼 나누어드릴 수만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ㅎㅎ
물만두님> 고맙습니다^^
이매지님> 곧 도착하겠죠. 그런데 저하고는 좀 다른 책을 받으시지 않을까요? 오늘의 책 중에서 랜덤으로 주는 거 같은데요.ㅎㅎ
속삭이신님> 감사합니다. 님도 축하드려요. 택배는 아침365 박스에 담겨 왔더군요. 택배사는 처음 들어보는 곳인데요, 사가와(SAGAWA) 익스프레스 코리아라는 회사네요.
아프락사스님> 님께도 좋은 일 있으실거에요. 행복하시죠?^^;;

마노아 2007-05-16 07: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축하해요~ 전 끌리는 책 몇 권 있어요. 님의 이벤트를 기대할게요^^
 

3일 후면, 5.18 광주항쟁 27주년이다. 김명인 교수의 칼럼을 묵묵히 읽어본다.

  그 부끄러움은 아직 무덤에 가지 못한다
  [김명인 칼럼]5.18광주학살/항쟁 27주년을 맞으며

  며칠 뒤면 5.18 광주학살/항쟁 27주년이 돌아온다. 내 기억 속의 광주는 아직도 늘 바로 어제 같은데 벌써 한 세대 이전의 역사가 되어가고 있다. 그러지 않아도 80년대 후반생들이 대부분인 요즘 대학생들에게는 5.18은 너무 오래 전 일이라 3.1절이나 4.19 등과 구별이 잘 안 되는 교과서 속의 아스라한 옛일로 받아들여진다. 하긴 내가 대학에 들어가던 1977년은 6.25가 27주년을 맞았던 해인데 그때 내게도 6.25는 조금 과장하자면 호랑이 담배 먹던 시절의 일로 받아들여졌으니까 그러지 않아도 정보의 과잉 속에 살고 있는 요즘 세대들이 그저 5.18이 대강 무엇이었다 정도만 알고 있어도 감지덕지할 일이다.

  그나마 6.25는 우리가 자라던 내내 '상기하자 6.25!'라는 반복되는 냉전적 훈육과 주입을 통해 늘 강박적으로 호명되던 기호였지만 '상기하자 5.18!'식의 교육을 받고 자랐을 리가 없는 요즘 세대들에게 5.18도 모르냐고 퉁박을 주는 것조차 넌센스가 아닐 수 없다. 게다가 거대한 기념공원과 연례적인 국가의례와 보상과 교과서 수록 등으로 이미 국가적으로 전유된 공식기념일이 됨으로써 5.18은 그 본연의 선연한 핏빛 아우라조차 안전하게 박제처리되어 버리지 않았는가.
  
  그런데 얼마 전 5.18민중항쟁 서울시 기념사업회라는 단체가 주최한 5.18 민중항쟁 기념 서울시 청소년 백일장 및 사생대회 운문부 장원을 차지한 한 고등학교 3학년 여학생의 작품을 인터넷에서 보게 되었다. 이미 많은 네티즌들이 그 작품을 각자의 블로그에 퍼 담았고 게시판마다 화제가 된 듯했다. <그날>이라는 제목의 그 작품 전문을 일단 인용해 본다.
  
  그날
  
  나가 자전거 끌고잉 출근허고 있었시야

  
  근디 갑재기 어떤 놈이 떡 하니 뒤에 올라 타블더라고. 난 뉘요 혔더니, 고 어린 놈이 같이 좀 갑시다 허잖어. 가잔께 갔제. 가다본께 누가 뒤에서 자꾸 부르는 거 같어. 그랴서 멈췄재. 근디 내 뒤에 고놈이 갑시다 갑시다 그라데. 아까부텀 머리에 피도 안 마른 놈이 어른한티 말을 놓는거이 우째 생겨먹은 놈인가 볼라고 뒤엘 봤시야. 근디 눈물 반 콧물 반 된 고놈 얼굴보담도 저짝에 총구녕이 먼저 뵈데.
  
  총구녕이 점점 가까이와. 아따 지금 생각혀도 그땐 참말 오줌 지릴 뻔 했시야. 그때 나가 떤건지 나 옷자락 붙든 고놈이 떤건지 암튼 겁나 떨려불데. 고놈이 목이 다 쇠갔고 갑시다 갑시다 그라는데잉 발이 안떨어져브냐. 총구녕이 날 쿡 찔러. 무슨 관계요? 하는디 말이 안나와. 근디 내 뒤에 고놈이 얼굴이 허어얘 갔고서는 우리 사촌 형님이오 허드랑께. 아깐 떨어지도 않던 나 입에서 아니오 요 말이 떡 나오데.

  
  고놈은 총구녕이 델꼬가고, 난 뒤도 안돌아보고 허벌나게 달렸제. 심장이 쿵쾅쿵쾅 허더라고. 저 짝 언덕까정 달려 가 그쟈서 뒤를 본께 아까 고놈이 교복을 입고 있데. 어린 놈이…
  
  그라고 보내놓고 나가 테레비도 안 보고야, 라디오도 안 틀었시야. 근디 맨날 매칠이 지나도 누가 자꼬 뒤에서 갑시다 갑시다 해브냐.
  
  아직꺼정 고놈 뒷모습이 그라고 아른거린다잉…

  
  시적 화자의 '그날'에 대한 고통스러운 기억이 능숙한 전라도 사투리의 막힘없는 흐름 속에서 (물론 '놈'보다는 '아그'라는 아랫사람에 대한 전라도식 애칭을 사용했으면 더 완벽했겠다는 아쉬움은 남지만) 생생하게 되살아나는 훌륭한 산문시다. 서울 강남에서 여고 3학년에 다니는 18세의 여학생이 어떻게 해서 이런 구체적 서사성을 획득한 시를 써낼 수 있었는지는 알 수 없다. 어쩌면 그 여학생의 부모나 부모세대의 친지가 들려준 이야기인지도 모른다.
  
  시위를 하다가 계엄군에 쫓겨 다급하게 지나가던 시적 화자의 자전거 뒤에 올라탄 고등학생과 그를 잡아가기 위해 둘 사이의 관계를 묻는 계엄군, 겁이 나서 아무 관계도 아니라고 말해버린 화자, 결국 그 학생 '어린 놈'은 끌려가고 아직도 그날 그 부끄러운 기억을 잊지 못하고 있는 화자…. 상황의 급박한 속도감과 전라도 사투리의 느린 전달감이 절묘한 엇박자를 이루는 가운데 "갑시다 갑시다"라는 절박한 청유가 지금까지도 긴 여운을 남긴다.
  
  이제는 광주민주화운동이라 불리는 그 학살과 항쟁의 기억은 수많은 학술대회와 추도사와 공식 기록 속에서 이제 한국민주주의의 권화로, 민중항쟁의 기념비로 남게 되었지만, 사실 그 순간을 함께 살았던 구체적인 인간들에게는 그날 생사의 기로에 선 희생자들이 내뻗은 "갑시다"라는 간절한 연대의 손짓을 받아들이지 못한 부끄러움으로 남는다. 그리고 그 기억은 그 어떤 기념비도 호사한 무덤도 교과서도 결코 덮지 못한다.
  
  더구나 그 시절 한때 그 기억을 공유했다는 사실을 훈장처럼 특권화하고 그것을 한갓 '저항의 추억'으로 화석화하는, 배에 기름 낀 운동베테랑들의 그 어떤 회고담도 그 부끄러움을 장송할 수는 없다. 설사 학살원흉이 밝혀져 그날의 구호처럼 그 원흉을 '찢어 죽일' 수 있게 되더라도 그 부끄러움의 기억은 결코 사라지지 않고 남는다. 광주학살/항쟁을 27년이 지나도록 현재의 것으로 만들어주는 것은 바로 그것이다. 그것은 쉽게 치유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그 부끄러움은 이제 더 이상 그 누구도 그렇게 절망적 상황에서 고립된 채로 고통받거나 죽어가서는 안 된다는 자각과 실천을 통해서만 치유될 수 있는 것이다. 지금도 그런 존재들은 우리 주위에 너무나 많다. 800만 명에 이르는 비정규직 노동자들, 인권사각지대에 있는 외국인 노동자들, 그 중에서도 가장 밑바닥에서 고투하고 있는 여성노동자들, 온갖 투기적 개발에 의해 생존의 경계 밖으로 떠밀려 나가는 사람들….
  
  사실은 다수이면서도 경제적으로 정치적으로 문화적으로 이데올로기적으로 타자화되고 주변화되어 소수성을 강제당하고 있는 수많은 민중들에게 그때 광주에서 처절하게 고립되어 오직 자신들의 힘만으로 살아 남았어야 했던 광주시민들은 지금도 생생한 메타포가 아닐 수 없다. 그날이 남긴 부끄러움을 신자유주의적 개혁이라는 이름 아래 지속되고 있는 이 저강도의 제노사이드에 대한 치열한 저항정신으로 전환시키지 않는 한 광주학살/항쟁의 기억은 그저 '추억'으로 남아 연례적 기념행사 속에서 서서히 묻혀갈 것이다.
  
  지금도 누군가 우리가 몰고 가고 있는 자동차 뒷좌석에 황급히 뛰어들어 '갑시다, 같이 갑시다'하고 울면서 절박하게 외치고 있는데 우리는 당신 누구냐고 빨리 내 차에서 내리라고, 나는 당신 아는 바 없다고 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오늘 한 어린 여학생의 시 한 편을 읽으며 나는 진땀을 흘리면서 자꾸 내 등 뒤를 돌아본다.

   
 
  김명인/인하대 교수,<황해문화> 주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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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석 시 바로읽기 - 백석 대표시 해설
백석 원작, 고형진 지음 / 현대문학 / 200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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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 백석, 그와의 인연은 조금은 남다르게 시작되었다. 내가 대학에 들어가 2학년이 되었을 때, 소모임으로 활동하던 시(詩)창작 동아리의 후배들이 성년의 날 선물로 백석의 시선집 한 권을 주었다. 교복을 단정히 차려입고, 유달리 흰 피부의, 요즘으로 치면 꽃미남, 완소남 소리를 듣고도 남았을 준수한 외모의 한 청년이 겉표지를 장식하고 있는 『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시와사회, 1997.)란 시집이었다. 그때까지만 해도 백석이란 시인은 그리 잘 알려지 있지 못 했다. "분단에 의해 묻혀진 세계적인 천재 시인"이란 부제에서 드러나듯이, 나에게 이런 백석은 그때까지의 여타 시인들과는 유독 다르게 다가왔다.

우선, 그의 외모는 너무 잘생겼다는 점이다. 지금까지 보아왔던 이전의 시인들 중에서는 백석처럼 잘 생긴 이를 찾아보지 못했다. '천재 시인'이라는 그 시집의 수식어와 겹쳐지면서, 이런 시인을 왜 아직까지도 몰랐을까 하는 의문이 생겼다. 그 후 1930년대 후반의 짧은 활동과 분단 후 재북시인으로서 우리에게 '묻혀질' 수 밖에 없었던 사실 등등을 알게 되었다. 그 시집을 선물로 받고는 쉬엄쉬엄 묵혀두면서 틈틈이 읽어 갔다. 하지만 그의 시들을 읽어내는 것이 그리 쉬운 일이 못되었다. 무슨 암호같은, 외국어같은 평북지방의 방언들, 자칫 지루해지기 십상인 그의 시 형식들, 이를테면 끝없는 사물의 나열이라든가, 줄글과 같은 산문시형들로 시의 맛들을 찾아내기가 여간 어려운 것이 아니었다.

그의 외모와는 사뭇 다르게 시들과 친해지기는 이런 난관들이 있었던 것이다. 그런 와중에 백석에 대한 보다 깊은 관심을 이끌게 한 것은 그의 살아온 모습에서였다. 백석에 대한 관심을 꾸준히 두면서 틈틈이 그와 관련된 책들을 찾아보는 와중에 그의 삶의 재밌는 에피소드들을 알게되었다. 이를테면, 자야 여사와의 첫 만남에서 다짜고짜 "당신은 오늘부터 내 마누라요."라고 말하던 백석의 모습들을 알게되면서 '아 이 백석이란 시인은 참 멋진 사람이었구나!'하는 생각을 굳히게 되었던 것이다. 그로부터 백석에 대한 여러 자료들을 구해 읽게 되었다. 그러나 그리 많은 것을 알 수는 없었다. 그에 대한 내력이라는 것은 해방 이후의 자취들 외에는 잘 알려진 것이 없었고, 그때까지의 백석 연구라는 것도 미진했기 때문이다.

백석이 해금되고 그에 대한 첫 연구가 바로 고형진의 「백석 시 연구」(고려대 석사학위논문, 1983.)다. 그 이후로 백석에 대한 연구가 대학의 논문 중심으로 이루어졌을 뿐, 그를 대중적으로 알리는 작업들은 극소수에 지나지 않았다. 이동순에 의해서 『백석시전집』(창비, 1987.)이 80년대 후반에 출간 되었고, 이후 김학동, 김재용 등에 의해서 전집들이 엮겨져 나왔으며, 백석의 시 전반에 대한 연구나 그의 삶의 이력들이 단행본으로 출간된 것은 거의 없다. 몇몇 문학사나 시비평 서적에서 부분적으로나마 언급된 것이 전부일 따름이다. 그런 상황에서 백석에 대해 보다 세세히 안다는 것은 내게 그리 쉬운 일이 아니었다. 도움이 될 수 있었던 것은 건국대출판부에서 나온 <문학의 이해와 감상>시리즈 『백석』(박혜숙, 1995.)이란 작은 책 뿐이었다.

아직까지도 백석에 대한 연구는 미진하고 대중적 인지도 또한 그리 높지 못하다. 현행 국어교과서나 문학교과서에서 몇몇 작품들이 수록되어 있지만, 그 시들이 백석 시를 대표할 수 있는 종류의 것들이 아니다. 분명 뛰어난 작품들이긴 하지만(「여승」, 「여우난곬족」, 「흰 바람벽이 있어」, 「남신의주 유동 박시봉방」, 「고향」) 백석시의 전반적 특징들이랄 수 있는 '엮음'의 방식, 토속어의 사용, 다양한 인간 모습의 형상화 등을 담고 있는 것은 아니다. 이런 점에서 백석에 대한 편협적인 이해에 그칠 수 밖에 없으며, 백석의 본연의 시적 성취를 알기에는 모자람이 너무 크다.

  새끼오리도 헌신짝도 소똥도 갓신창도 개니빠디도 너울쪽도 짚검불도 가락잎도 머리카락도 헝겊조각도 막대꼬치도 기왓장도 닭의 짓도 개터럭도 타는 모닥불

  재당도 초시도 문장늙은이도 더부살이도 아이도 새사위도 갓사둔도 나그네도 주인도 할아버지도 손자도 붓장사도 땜쟁이도 큰개도 강아지도 모두 모닥불을 쪼인다

  모닥불은 어려서 우리 할아버지가 어미아비 없는 서러운 아이로 불상하니도 몽둥발이가 된 슬픈 역사가 있다. (「모닥불」전문)

"이 시는 백석이 시도한 엮음의 표현형태가 또 하나의 새로운 미학적 기능을 발휘한 작품이다. 뿐만 아니라 모닥불의 현장을 묘사하면서 작품의 의미를 구축해나가는 시의 제작과정이 신선하여, 그의 개성이 분명하게 과시된 또 하나의 문제작으로 꼽을 수 있다."(186쪽)는 고형진의 언급에서처럼 이 시는 단순한 나열인 것 처럼 보이는 사물들, 인간 군상들의 열거를 통해 묘한 시적 성취를 이루어낸다. 이런 방식들을 고형진은 '엮음'이라고 명명하고 있다. 판소리 사설에서 사용되는 이러한 표현형태와 비교하면서 백석 시에 나타나는 모더니티한 모습에 전통적 명맥을 부합시키고 있는 것이다. 백석이 김소월보다 뛰어나도고 할 수 있는 점이 이것으로 근대적인 시의 형식과 전통적인 정서와 표현방식들을 절묘하게 접합시키면서 뛰어난 시적 성취를 이뤄낸 점에 있다고 생각한다.

  신살구를 잘도 먹드니 눈오는 아츰
  나어린 안해는 첫아들을 낳었다

  인가 멀은 산중에
  까치는 배나무에서 즞는다

  컴컴한 부엌에서 늙은 홀아비의 시아부지가 미역국을 끓인다
  그 마을의 외따른 집에서도 산국을 끓인다  (「적경」전문)

백석은 시적 장치에 무척이나 예민했었던 것 같다. 그의 시들이 무수한 나열의 시에서 오는 지루함이 아닌 것은 그가 곳곳에 다양한 시적 장치들을 설치해 놓았기 때문이다. 그 대표적 장치가 바로 제목이다. '적경'이란 말은 "고요한 경지의 경계, 또는 고요한 상태'라는 의미다. 한 폭의 수채화같은 이 시에 백석은 '고요함'을 부여하면서 '시의 정서와 밀접한 관련'을 맺게 만든다. 또 다른 시를 보자.

  처마 끝에 명태를 말린다
  명태는 꽁꽁 얼었다
  명태는 길다랗고 파리한 물고긴데
  꼬리에 길다란 고드름이 달렸다
  해는 저물고 날은 다 가고 볕은 서러웁게 차갑다
  나도 길다랗고 파리한 명태다
  문턱에 꽁꽁 얼어서
  가슴에 길다란 고드름이 달렸다  (「멧새소리」전문)

기묘하다고 할 것이다. 시 어디에도 멧새는 등장하지 않는다. 명태와 자신을 동일시 하면서 자신의 초라하고 외롭고 쓸쓸한 모습을 부각시킨다. 여기에 교묘한 시적장치로서 배경음악을 추가시킨다. 추운 겨울 명태 사이를 오가며 찍찍 짹짹 울어대는 '멧새소리'를 떠올려 보면, 이 시의 묘미을 더욱 잘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이밖에도 백석의 뛰어남을 볼 수 있는 시들은 많다. 그 중에서도 그의 연애시편들도 우리의 가슴을 울린다. 그는 정열적인 사랑을 한 만큼, 뛰어난 연애시편들도 엮어내고 있다. 외지로 떠돌면서 삶의 고노와 외로움들을 읊어낸 시편들, 어린 날의 추억들과 평북지방은 여러 문화적 일상적 모습들을 한편의 동화처럼, 신화처럼 엮어내고 있는 시들 모두가 뛰어난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것들을 고형진의 『백석시 바로읽기』는 보여주고 있다.

이 책에서는 백석의 시들 중 60여 편을 골라 각각의 시에 섬세하고 세밀한 해설을 붙여주고 있다. 백석시를 읽어내는데 가장 애를 먹이는 평북 방언들에 대한 저자의 주석도 친절하다. 사실 해설이라는 것은 자유로운 시 감상에 방해가 될 소지가 크다. 이 책의 작업들도 그런 염려에서 벗어날 수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오늘날 백석을 읽고자 하는 이들에게 하나의 커다란 장벽을 해소해주는 역할을 이 책이 충분히 해 줄수 있다는 것에 큰 의미를 둘 수 있을 것이다. 친절하고 세밀한 해설이 장점이면서, 이 장점을 독자들이 적절히 부분적으로 활용할 수 있다면 이 책은 충분히 값지다고 할 것이다. 이 책으로 백석에게 매료되는 사람들이 더 많아질 수 있다면 기쁜 일이다.

아직까지 백석에 대한 연구는 미진하다. 백석이란 뛰어난 시인을 오늘날 사람들에게 널리 알려야할 의무가 우리의 문학자들에게는 있다. 백석이 가지는 시와 삶의 매력은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충분히 호소력 있음을 나는 느낀다. 일례로 그의 삶과 사랑은 한편의 영화로 만들기에 너무나도 아름답다. 그의 시와 삶에 대한 연구와 더불어 대중적으로 백석을 알리는 작업들이 활발히 이뤄지기를 간절히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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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매지 2007-05-14 00: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 책 집에 있는데 아직 못 읽어 봤어요^^;
여담이지만 백석시를 읽으면 왠지 배가 고파지기도^^

멜기세덱 2007-05-15 01: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백석시에는 참 먹을거리가 많이 나와요..ㅎㅎ 국수가 먹고 싶어지는군요...ㅎㅎ

apple 2008-04-25 20: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안녕하세요. 처음뵙습니다. 질문이 있어서요.
저, 이 책에서 "컴컴한 부엌에서 늙은 홀아비의 시아부지가 미역국을 끊인다"로 나오나요?
혹시 "끓인다"가 아닌지 여쭙습니다.

멜기세덱 2008-04-25 23:30   좋아요 0 | URL
명백한 오타네요.ㅎㅎ 죄송합니다.

승주나무 2008-04-26 10: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백서을 엄청 좋아해서.. 백석 시 용어사전 같은 거를 옆에 놔두고 초록색 형광펜으로 단어를 칠하고 밑에 각주를 쓰면서 봤던 거 같아요. 그렇게 단어찾고 새기면서 봤던 책은 김유정과 백석이 처음일 듯 ㅋㅋ
이 책 좋은 것 같아요. 멜기 리뷰가 더욱 물이 오른 것 같네~~
요즘 많이는 안 쓰는 것 같지만 ㅋ
 

크아~~ 네이버에 이어서 알라딘까지,
책복이 터지네요....15권에 24권이라.....ㅋㅋㅋ
너무 좋아요....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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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늘빵 2007-05-09 22: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언제 이런거 했나요? -_-a 흠. 이벤트에는 워낙 감각이 떨어져서.
축하해요! 책 정말 많이 받으시는군요. :)

antitheme 2007-05-09 22: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축하드립니다. 대박이시군요.

마노아 2007-05-09 23: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옷, 이런 이벤트가 있었군요. 멜기세덱님 복이 넘쳐요. 축하합니다. 와방 부러워요~^^

프레이야 2007-05-10 08: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축하합니다. 좋으시겠어요, 정말!! 언제 이런 게 있었나요?

멜기세덱 2007-05-10 16: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프락사스님> 4월 23일까지 였었던 것 같아요. 발표가 좀 늦었네요. 아직도 알라딘마을 메인 좌측 상단에 배너가 띄던뎅...ㅎㅎ 글고 아프락사스님은 이런 감각 떨어지셔도 돼요...그래야 저같은 사람이 좀 뽑히죠...ㅎㅎ
antitheme님> 감사합니다. 이렇게 기쁘고 좋을 수가 없어요...ㅎㅎ
마노아님> 항상 마노아님 각종 이벤트 많이 뽑히시는게 부러웠습니다..ㅎㅎ 맘껏 부러워 해주세요..ㅎㅎ
배혜경님> 감사합니다. 이주의 마이리뷰 축하드려요...ㅎㅎ

이매지 2007-05-11 00: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와! 멜기세덱님 축하드려요^^
이번 달 책복이 굉장하신걸요~
이 참에 로또라도 ㅎㅎㅎㅎ
 

마노아님께 이어 받아서~

평안히 지내셨습니까?

  그건 제게 허락된 게 아닌 것 같아요. 앞으로 얼마 동안은요. 간혹 울적하기도 하고, 답답하기도 하고.

독서 좋아하시는 지요?

  좋다, 싫다의 문제가 아닌 것 같아요. 매일 먹는 밥을 좋아하냐고 잘 묻지 않는 것처럼.

그 이유를 물어 보아도 되겠지요?

  밥 먹듯이 물 마시듯이 해야하는 게 독서인 거 같아요. 왜 책을 읽는지, 책을 읽는게 즐거운지 어떤지 잘 모르면서도 손엔 어느새 책을 잡을 때가 있거든요. 읽는다는 밥처럼, 물처럼 우리가 굳이 애쓰고 의식하지 않지만 어쩔 수 없이 필요한 것들이잖아요. 독서는 책을 먹고 마시야 하는 게 아닐까 해요.

한 달에 책을 얼마나 읽나요?


  한 5~7권 정도. 책을 많이 못 읽는 타입이에요. 워낙에 느려터지고, 읽다가 졸리면 덮어버리고 그냥 자고, 워낙에 천천히도 읽고, 좋게 말하면 꼼꼼하게 읽으려고 한다는 거. 일주일에 책 한 권씩은 꼭 읽자는 의무감을 가지고 있습니다.

주로 읽는 책은 어떤 것인가요?

  주로 읽는 책은 인문학 분야의 서적들이에요. 사회과학 분야도 책들도 손이 가긴 하는데, 잘 읽는 거 같지는 않고요. 인문학 분야에서도 문학이나 역사, 철학 서적들을 주로 접하고, 특히 시와 시 비평, 문학 비평, 문학 이론서들에 관심을 많이 가지고 있습니다. 그런데 실제 독서 생활은 이런 관심과는 좀 다르게 이뤄지는 것 같아요. 좀더 읽기 편하고 쉬운 것들을 먼저 읽게 되고, 정작 읽어야 할 것들은 뒤로 미루고, 결국은 먼지만 쌓이고...ㅋㅋ 간혹 바둑관련 서적들도 읽어요.

당신은 책을 한 마디로 무엇이라고 정의하나요?

  글쎄요. 아까 밥이니, 물이니 했는데, 어쩌면 (여자)친구 같다고나 할까요. 까탈도 많고 심심하기도 한 저와 불평없이 잘 놀아주니까요.

당신은 독서를 한 마디로 무엇이라고 정의하나요?

  "讀書, 是人間第一件淸事." 정약용 선생의 말씀인데요, 독서는 인간이 하는 일들 중에 제일 맑은 것이라는 뜻이래요. 독서는 그런 것이어야 하지 않을까요?

한국은 독서율이 상당히 낮습니다. 그 이유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나요?

  독서에 대한 어떤 편견들이 알게 모르게 내면화 되어 있는 거 같아요. 옛날부터 독서는 한가한 선비들이나 하는 거라는 인식이 아직도 있지 않나 싶어요. 책을 읽고 있는 사람을 보면, 뭐 대단한 것 하는 것처럼 비꼬는 듯 쳐다보는 사람들이 많거든요. 이런 인식들을 차분히 바꿔나가야 하지 않을까 싶네요. 먹고 살만해서 책 읽는 것이 아니라, 먹고 살아야 하니까 책을 읽어야 한다는 생각, 아니 인간이라는 것은 먹고 살는 것이 아니라, 먹고 살고 읽는 것이 인간이라는 새로운 정의가 필요하다고도 봐요.

책을 하나만 추천 하시죠? 무엇이든 상관 없습니다.

  박민영, 『책 읽는 책』, 지식의숲, 2005.

 

 

 

그 책을 추천한 이유는 무엇인가요?

  뭐 특별할 것 없는 책인데요. 제게는 뭔가 남달랐던 거 같네요. 독서생활에 자극을 줬다고나 할까요. 독서를 해야하긴 하겠는데, 뭔가 막연하고 잘 안 되실때, 어떤 자극제가 될 수 있는, 독서 방법에 관한 책이라고나 할까요. 독서 초심자들에게 권합니다. 『독서의 기술』을 많이 찾아보시는 것 같은데, 그게보다 이 책이 좀더 낫지 싶어요.

만화책도 책이라고 여기시나요?

  책이어야 하고, 또한 책이 아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ㅋㅋ 무슨 얘긴지 저도 잘 모르겠는데요, 저는 만화책은 거의 읽지 않습니다만(『고스트 바둑왕』을 처음부터 끝까지 읽은 것은 빼고) 만화책은 보다 만화라는 장점과 특색을 살려 책과는 또다른 세계의 문을 열어야 하지 않을까 싶어요. 그런 면에서 아직은 책이라고 봐야죠.

문학을 더 많이 읽나요? 비 문학을 더 많이 읽나요?

  비문학을 더 많이 읽게 되는 듯해요. 한 6:4 정도. 문학비평이나 문학이론서를 문학에 포함하면 말이죠.

판타지와 무협지는 "소비문학"이라는 장르로 분류됩니다.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저는 '소비문학'이라는 말에 긍정적 의미를 부여하고 싶습니다. 대개 본격문학이라 자랑하는 것도 '소비'가 안되서 문제이니까요. 모든 문학은 '소비문학'이어야 하지 않을까요? 판타지와 무협지를 거의 읽지 않지만, 여기에서 무엇인가 배울 것도 있고, 이런 장르가 보완해야할 점들도 아직은 많다고 생각이 되네요.

당신은 한 번이라도 책의 작가가 되어 보신 적이 있습니까?

  정식 출판한 것은 아니지만, 예전에 친구 2과 함께, 시집을 만들어서 200부 낸 적이 있어요. ㅋㅋ 그럴싸하게 돈들여 만들었었답니다.  

만약 그런 적이 있다면 그때의 기분은 어떻던가요?

  민망하기도 했었는데, 재밌고 좋았던 거 같아요. 우선 낭만 있잖아요...ㅋㅋ 

좋아하는 작가가 있다면 누구입니까?

  백석(을 빼 먹었네요..이런) 외 기타 한국 시인들, 박노자, 가라타니 고진, 고종석, 황석영 기타 등등

좋아하는 작가에게 한 말씀 하시죠?

 
어여어여 좋은 책들 많이들 내 주세요...

이제 이 문답의 바톤을 넘기실 분들을 선택하세요. 5명 이상, 단 "아무나"는 안됩니다.

  아직 안 쓰신 분들께 독촉하겠습니다...ㅎㅎ
  로쟈님, 바람구두님, 부리님, 이매지님, 드팀전님, 나귀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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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늘빵 2007-05-09 10: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멜기세덱님 시를 쓰셨군요!

조선인 2007-05-09 10: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 마태우스님은 이미 하셨답니다. 부리님으로. *^^*

마노아 2007-05-09 12: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로쟈님 부르고 싶었지만 차마 입이 안 떨어졌어요. 멜기세덱님이 포문을 열어주시는군요^^ 그나저나 시집이라니, 정말 낭만적이에요^^ 시인 멜기세덱~!

프레이야 2007-05-09 13: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시를 쓰시군요. 어쩐지 시에 대한 분석이 남다르다 생각했어요. ^^
부리님은 쓰셨어요. 제 바통을 받아서~

로쟈 2007-05-09 15: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거 안 하면 제재가 따르나요?..

멜기세덱 2007-05-09 15: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프락사스님> 대학때 잠시 시동아리 활동을 했어요. 그것뿐이에요. 저는 시쓰는 재주가 없는것만 확인했어요...ㅋㅋ
FTA 반대 조선인님> 부리님도 하셨다는데요, 마태우스님 글을 안 보이던데요?
마노아님> 그래서 절 지명하셨군요...ㅋㅋ 전 당돌하니까요..ㅋㅋ
배혜경님> 그냥 장난삼아였어요. 시쓰기나 시읽기나 너무 허접하기만 하답니다.
로쟈님> 설마요? 그냥 궁금해서요...ㅎㅎ

2007-05-10 10:52   URL
비밀 댓글입니다.

멜기세덱 2007-05-10 16: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FTA 반대 조선인님> 음~ 그럼 비밀이 숨겨져 있었군요...ㅎㅎ

이매지 2007-05-11 00: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홍홍. 이제사 확인했습니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