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새 예비군 훈련이 강화되었나봅니다. 어제 오늘 훈련시간도 꽉꽉 채우고, 휴대폰도 뺐고! 아무래도 하루를 꽉 채워 허송세월 강화라고 보면 딱이겠습니다.

날씨가 무척 덥더군요. 힘겹게 훈련마치고 오는 저에게 유일한 낙이 아무래도 이 시간인 것 같습니다. 하루하루 책선물을 받아보는 이 시간이 저의 하루의 짜증과 피로가 싹 가시는 순간이랍니다. 자랑이냐고요? 그런 셈입니다.ㅋㅋ

오늘 '힘내라 우리문학' 이벤트 당첨도서를 보내온 곳은 민음사입니다. 전에 창비나 문지와는 다르게 기쁨 두 배였다가, 살짝 좋지 못함 남기더군요. 책들 면면을 보시자면,

  『첫사랑』

  김종은이란 작가의 '연작소설'이라는데요, '첫사랑'이라! 첫사랑! 흠흠!! 몰래 읽어볼랍니다.

 

 

 

  『백수생활백서』

  수많은 백서들이 물밀듯 밀려오고 있습니다. 요샌 좀 주춤한가 싶더니, 얼마전에 『여자생활백서2』가 나왔더군요. 이 책 『백수생활백서』는 그 많은 백서 중에 유일한 소설일 듯 싶어요. 여성 알라디너 중 한 분이 이 책의 주인공일 듯 싶은, 그런 책입니다. 하여간에 제가 읽은 책이네요.ㅎㅎ
  이 책은 내놓아야 하겠습니다.

 

  『바다로 가득 찬 책』

  강기원 시인의 시집입니다. 책띄를 보니 <김수영 문학상> 수상 시집이네요. <김수영 문학상>을 창비가 아닌 민음사에서 주관하나 보네요. 왜 난 좀 이상하단 생각이 들까요?

 

 

 

  『호모 엑세쿠탄스』1권, 2권, 3권

  이문열의 신작 소설이었는데요. 예전에 읽었던 『사람의 아들』을 잇는 소설이라고 하네요. 무엇보다 『사람의 아들』을 관심있게 읽었던 터라 이 책을 사볼 작정이었으나, 행운스럽게도 이벤트를 통해 받게되어서 기쁘네요. 더욱 기쁜 것은 1권만 주는 줄 알았는데 3권 전부다 줬다는거에요...ㅎㅎ

 

  『리심』上, 中, 下

  김탁환의 장편소설입니다. 이 책도 上권만 줄 줄 알았는데, 3권을 전부 보내왔네요. 민음사가 돈이 많긴 많은가 봅니다. 딴지 거는 건 아니구요. 저야 감사하니까요.ㅎㅎ

 

 

그런데, 이상한 것은 민음사에서 내놓은 이벤트 도서는 모두 6종이라는 겁니다.('힘내라 우리문학' 이벤트 페이지 : http://www.aladin.co.kr/events/wevent_book.aspx?pn=070321_literature01) 그런데 온 건 5종 밖에 안 되더군요. 알고보니 최재경 작가의『플레이어』가 빠졌더군요. "멜기, 살짝 기분 나빠 졌어!!"

1권만 보내줄 줄 알았던 책을 2, 3권 모두 보내줘서 무척 고맙긴 한데, 원래 보내준다던 책을 빼놓는 건 뭔지, 원! 이거 뭐 왜 안 줬냐고 따질 수도 없고. 뭐 저야 이것들만 준 것도 고맙지만은, 쪼깨 거시기 허네요.

민음사에서 보내 온 당첨 도서 중에서는 읽은 게 『백수생활백서』밖에 없군요. 이 책을 나누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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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6-12 22:13   URL
비밀 댓글입니다.

프레이야 2007-06-12 22: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축하합니다!

마노아 2007-06-12 23: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줄줄이 행복한 택배가 도착했군요. 누락된 책은 민음사에 문의해 보세요. 그쪽에서 실수한 것일 수도 있잖아요. 그건 당연한 알 권리죠. 아무튼 축하해요~

2007-06-12 23:25   URL
비밀 댓글입니다.

비로그인 2007-06-12 23: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두,오늘 받았답니다! 근데 세댁님처럼 저두 한권이 빠졌네요.최재경 작가의 책이 맞네요.출판사측에서,책 수급에 무슨 사정이 있는가 봅니다.뭐,일부러 안넣기야 했겠습니까? ^^ 한꺼번에 안오고 하루에 한 출판사씩 오니까,상당히 흥미롭네요.나중에 4개출판사,만족도를 별점으로 비교한 번 해야겠네요.ㅎ

멜기세덱 2007-06-13 00: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속삭1 님> 멋지세요!ㅎㅎ 전 제꺼 써준다면 얼씨구나하고 주겠는뎅...ㅎㅎ
혜경님> 항상 '축하'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마노아님> 그러게요, 일단 알라딘에 문의를 해볼까봐요.
속삭2 님> 문학동네만 남았습니다. 많은 분들께 죄다 나눠드렸으면 좋겠는뎅...그게 아쉽네요.ㅎㅎ
흑백TV님> 님도요? 저만 못 받았으면 삐쳤을거에요..ㅎㅎ 알라딘에 정식으로 한 번 문의를 해볼까요? 근데, 요즘 알라딘이 바뻐서...어케 비교하죠? 다 읽고요? 흠흠!! 현재까지 그래도 양적으로는 민음사가 대박인데요...ㅋㅋ

홍수맘 2007-06-13 13: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축하드려요. ^ ^.

멜기세덱 2007-06-14 09:13   좋아요 0 | URL
ㅎㅎ 감사합니다~~

이리스 2007-06-13 16: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축하드립니다!! ^^;
엇, 그럼 백수생활백서는 손들면 읽을 기회 주시는거에요?

멜기세덱 2007-06-14 09:14   좋아요 0 | URL
이벤트 시작했어요..얼런 손 들어주셔야죠...ㅋㅋ

2007-06-13 20:3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7-06-14 09:14   URL
비밀 댓글입니다.

무스탕 2007-06-14 09: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앙? 아직도 예비구운..? 젊으시군요 ^^;;
3권짜리 책에서 1권만 보내는건 예의가 아니죠. 잘 읽으실 일만 남았네요. 축하합니다 ^^

2007-06-14 22:2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7-06-15 22:1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7-06-15 23:07   URL
비밀 댓글입니다.

twinpix 2007-06-24 17: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플레이어가 안 와서 알라딘에 문의를 해보니, 민음사 측의 실수였다고 나중에 배송이 왔지요. 다른 분들에게도 다 갔는지요?^^;;

멜기세덱 2007-06-25 00:42   좋아요 0 | URL
저도 받았어요.ㅎㅎ
 

오늘은 예비군 1일째 훈련을 받고 온 날입니다. 와보니, 택배 2개가 도착했 있더군요.

알라딘 주문 도서와 우체국 택배로 온 이벤트 당첨도서였습니다.

이번에 온 건 문지에서 보낸 거네요. 6권의 면면은 이렇습니다.

  『가재미』

  문태준의 3번째 시집입니다. 2번째 시집 『맨발』이 좋은 반응을 보였던거 같은데요, 제게는 뭔가 2% 부족한 듯한 느낌이었거든요. 이 책이 나왔을 때 사놓고는 아직 보지 못했습니다. 그 부족함의 비율이 더 커질까봐 두려웠던 것일까요? 아무튼 이 책은 제가 이미 소장하고 있으므로, 내 놓아야 하겠습니다.

 

  『자정의 픽션』

  박형서라는 소설가의 작품이네요. 박형서라는 작가에 대해서 크게 아는 바가 없어서, 별다른 말씀을 못드리겠어요.ㅎㅎ 읽어보고 나중에 말씀 드리겠습니다.

 

 

  『달로』

  한유주라는 소설가도 있었네요. 얼핏 제가 문지쪽 작가들을 등한시 했었던가봐요. 왜들 잘 모르겠지....ㅠㅠ;;

 

 

  『펭귄뉴스』

  '펭귄뉴스'라는 톡특한 제목의 소설입니다. 재밌을거 같다는 생각이 들면서 김중혁이란 이름에도 낯설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군요.

 

 

  『용꿈』

  이런 소설도 있었군요. 문지가 제게 톡톡히 고문을 하네요. 생판 모르는 사람들꺼만 줬넹...ㅎㅎ

 

 

  『달콤한 나의 도시』

  정이현의 장편소설입니다. 작년엔 읽었던거 같아요.
(마이리뷰 : http://www.aladin.co.kr/blog/mypaper/994930)
  개인적으로는 이 책을 사서 함께 주었던 『낭만적 사랑과 사회』가 훨씬 낫던 느낌이었는데요. 이 책도 나름 읽어볼만 합니다. 30대 여성의 사랑찾기를 훔쳐보는 재미가 쏠쏠해요.

이상 6권입니다. 여기서는 『가재미』와 『달콤한 나의 도시』을 나누어야 하겠습니다. 앞으로 2번이 더 오면 되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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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늘빵 2007-06-11 20: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낭만적 사랑과 사회>가 더 좋았습니다. :) 반해버렸습니다. 정이현.

마노아 2007-06-11 20: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렇게 표지들만 모아보니 무지 이뻐요^^

302moon 2007-06-11 21: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자정의 픽션] 쓴 박형서 작가는 그 이전에 “토끼를 기르기 전에 알아두어야 할 것들”이란 단편집 내셨어요. 박형서, 정이현, 한유주, 김중혁. 제가 좋아합니다. 저 책들을 다 받으셨다니, 부러워요. (웃음)
 

오늘은 6월 10일이다. 경향신문에서 마련한 좌담을 옮겨온다. 차분히 이들의 목소리를 들어보면서 혁명 20년 후 오늘 우리를 돌아보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6월혁명 20년, 민주화 20년]“‘제도적 민주’쟁취한 시민혁명”
 
6월항쟁은 한때의 사건이 아니었다. 그것은 우리 역사의 물줄기를 돌려놓았다. 독재정권을 종식시키고 민주정부를 수립했다. 정치·노동·인권 등 사회 각 분야의 민주화를 진전시켰다. 이전과는 판연히 다른 사회였다. 그 사이 사회주의 국가들이 붕괴했다. 신자유주의의 물결이 한국사회를 뒤덮었다. 언제부터인가 그 사회를 87년 체제라고 칭했다. 87년 체제는 지난 20년간 우리 사회의 성취와 한계를 모두 담고 있다. 우리는 6월항쟁으로 무엇을 얻고, 잃었는가. 그리고 앞으로의 전망은? 진보와 보수 진영의 학자들과 함께 우리 사회를 진단했다. 좌담은 8일 오후 경향신문사 회의실에서 조운찬 문화1부장의 사회로 진행됐다.


사회 = 20년전 6월항쟁은 개인의 기억 속에 어떤 모습으로 남아있나.

김명인 교수 = 당시 출판사에서 근무했는데 4·13호헌조치 발표한 후 5월부터 6월까지 한달반 동안 매일 서울시청 일대에 출근했다. 6월항쟁을 경험하지 않았으면 못했을 책과 평론을 썼다. 6월 열기와 함께 평론에서 내가 제기했던 문제가 결합된 충일한 경험이었다.

조희연 교수 = 6월항쟁의 열기에 취해 따라다니던 수준이었다. 그때 느낀 건 내가 생각하는 것을 뛰어넘는 방식으로 정치적 격변이 일어났다는 것이다. 이전에 박정희 정권의 붕괴를 예상못했던 것처럼 6월항쟁 때에도 군부정권이 붕괴할 거라고 전혀 생각하지 못했다. 6월항쟁을 통해 국민들이 공포로부터 해방됐다는 것을 실감했다. 한국전쟁 후 정권에 가위눌린 삶, 자기규율하며 살 수밖에 없는 삶이었는데 이런 공포로부터 벗어났다는 것은 굉장히 중요한 변화라 할 수 있다.

김일영 교수 = 당시 대학원 박사과정을 밟으며 막 강의도 시작했다. 반(半)사회인이어서 매일 현장에 나간 건 아니었고 절반 정도 시위에 참여했다. 6월항쟁이 한창 진행중이던 어느날, 강의를 끝내고 버스 타고 집에 가다가 신세계백화점 앞에서 내려 한동안 같이 시위대를 쫓아 다니면서 걸었던 기억이 난다.

윤평중 교수 = 미국 유학중인 관계로 현장으로부터 떨어져 있었다. 학교에 한국신문이 하나 배달됐는데 6월항쟁 기사를 보기 위해 매일 도서관에 출근했다. 그토록 한국 소식에 목말랐다. 텔레비전 뉴스에 간헐적으로 데모 풍경이 나오는데 우리의 모국은 뜨거운데 왜 이 사회는 모든 것이 차분할까 생각하며 괴리감을 느꼈다. 80년 ‘서울의 봄’ 때에 학생들의 시위에 대해 나이 드신 분들은 동정적이지만은 않았다. 당시 시위 대학생들은 그분들을 설득하곤 했다. 그러나 87년에서는 설득을 통한 공감대 확산 자체가 불필요했던 것 같다. 민주화 국면에서 전체 국민이 한 몸이 됐고, 변화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정점에 이르렀다는 사실을 멀리 해외에서 상상하던 경험이 새롭다.

사회 = 6월항쟁을 어떻게 평가하나.

윤평중 = 경향신문에서 ‘6월혁명’이라고 이름붙인 것은 적절하다. ‘광주사태’가 ‘광주민중항쟁’으로 바뀐 것에서 보듯, 정명(正名) 즉 이름을 정확히 정의하는 게 중요하다. 6월항쟁은 6월 시민혁명으로 불러야 한다. 6월항쟁을 추동시킨 주체는 전두환 정권에 반감을 가진 시민과 기층 민중이었다. 조직가능한 시민들과 민중이 연합해 정치혁명을 성공적으로 이루었다. 또 평화적 수단으로 이루어낸 무혈혁명이었다. 흔히 6월항쟁을 두고 ‘미완의 혁명’이라고 부르는데, 생각을 달리한다. 우리 역사를 긍정적·적극적으로 재해석한다는 측면에서도 시민혁명으로 자리매김해야 한다.

조희연 = 항쟁이 아닌 혁명이라고 부르는 데 대체로 동의한다. 혁명이라고 했을 때는 그것으로 정치변동이 일어나고 정치권력이 변해야 하는데 민선군부정권으로 이행했기 때문에 복합성이 있는 혁명이라고 생각한다. 6월항쟁은 복합적 구성이란 관점에서 다양하게 해석될 수 있다. 진보진영에서는 6월항쟁의 실패·한계를 강조하는 측면이 있는데, 그것이 한국 사회발전에 미친 긍정적 부분은 적극 평가해야 한다. 6월항쟁은 군부정권을 역사에 묻었다는 점에서 성공했지만, 6·29선언에 의해 국민적 역동성이 크게 제한받았다. 이런 점에서 6월항쟁은 높은 수준의 성취이자 미완의 과제를 남긴 복합적 성격의 혁명이라 할 수 있다.

김일영 = 6월혁명이라 하면서 그 앞에 ‘미완’이라고 붙이는 것은 어폐가 있다. 미완이라고 부르는 데에는 민주화가 됐는데도 군부 잔당이 권력을 잡았고 사회경제적 실질 민주주의가 안됐다는 의미 같은데, 그때 이룩한 절차적 민주주의의 의미를 폄하해서는 안된다. 6월항쟁을 통해 쟁취한 민주헌법도 그렇게 만만한 게 아니다. 절차적 민주주의를 획득한 의의는 높게 평가해도 지나치지 않는다.

조희연 = 재미있는 쟁점이다. 6월항쟁을 최소주의적 요구의 관점에서 보면 완성된 혁명이라고 볼 수 있지만, 최대주의적 관점에서 보면 여전히 미완의 혁명이다. 20년 과정을 통해 지속되고 있고 여전히 남겨져 있다.

김명인 = 혁명이라고 부르는 데 동의한다. 해방직후부터 6월항쟁까지는 정상적 의미의 근대 부르주아 민족국가 형성이 지연됐다. 전쟁도 있었고 쿠데타도 있었다. 거칠게 말하자면 6월혁명을 계기로 자유주의 부르주아 권력의 헤게모니가 약간 해체됐다. 군사독재 잔재가 정권을 잡았다고 하지만 큰 변화가 있었다. 봉건식민지·냉전체제를 청산했고, 기본권에도 많은 진전이 있었다. 제도적·절차적 민주주의도 확보했다. 다만 과거 유제의 청산은 현재 진행중이다. 하지만 근대 부르주아 민족국가 형성이 우리 사회가 당면한 최종의 과제인가. 그게 아니라고 생각해서 문제다. 미완이라면 6월항쟁 전개 과정 중 훨씬 높은 먼 수준의 문제제기를 추구해야 한다. 자본주의의 신자유주의적 변신 등 세계적 전망 아래서 문제를 봐야할 필요가 있다.

사회 = 6월혁명이라고 했지만, 20년이 지난 시점에서 보면 미흡한 게 많지 않은가.

김일영 = 6월항쟁은 조직화해서 일으킨 혁명이 아니고 이전부터 계속돼 오던 힘이 분출된 것이다. 6월이 지나 7, 8월 노동자 투쟁이 있었지만 시민혁명으로서의 성격은 6·29 선언 이후에 싹 사그라들었다. 그 다음엔 주도권을 양김(김영삼·김대중)이라는 정치권에 자발적으로 위임했다. 이를 두고 시민들이 의식화가 덜 되어서 그랬다고 말하는 것은 지식인의 오만이다. 양김의 분열로 노태우씨가 당선돼 미흡한 것처럼 보이지만 당시 시민들 생각에는 큰 손해 없이 길을 닦은 것으로 본다. 민주화 운동에 참여한 시민들의 눈으로 봤을 땐 그 자체로서도 혁명이다.

윤평중 = 당시 전두환 군사정권이 왜 타협할 수밖에 없었나를 보면 여러가지 요인이 있겠다. 미국의 반대라는 게 명백한 주요 요인 중 하나였을 것이다. 당시 전두환 일당을 비롯, 군부지도자까지도 계엄령으로 시위대를 무력진압하는 것을 꺼렸다. 나는 그게 광주정신 때문이었을 것이라고 본다. 계엄령을 발동하면 광주보다 수십배나 큰 사태가 불가피하다고 군부 핵심부도 판단했을 것이다. 광주정신의 전국적 형상화, 한국 민주화의 축적이 87년이란 분기점에서 굉장한 현실적 영향력을 행사하게 된 것이다. 6월항쟁은 한국 현대 민주주의의 토대를 마련했고,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다.

조희연 = 한국은 아시아에서 민주주의 선진국임에도 불구하고 다른 한편 참여정부 실패 등에서 보이는 민주주의 위기 현상이 있는 것 같다. 이것 역시 6월과 연결된다. 6월항쟁에서 정점에 이른 반독재 투쟁을 통해 민중은 민주주의를 정립시켰다. 반면 보수세력은 6월항쟁에 이르는 동안 개발독재를 통해 자본주의를 정립했다. 나는 6월항쟁을 계기로 자본주의와 민주주의의 ‘전쟁’이 시작됐다고 본다.

이후 20년의 전쟁기간 동안 이 땅의 자본주의 세력이 민주주의를 형식화하는 속도와 민중이 민주주의를 확대하는 속도를 볼 때 후자의 속도가 느렸던 것이 아닌지 싶다. 신자유주의 속에서 위협받고 있는 게 민주주의다. 87년 6월에 획득한 민주주의가 20년후 우리에게 어떤 의미를 갖는지 되물을 필요가 있다.

사회 = 6월항쟁은 87년 체제를 낳았다. 87년 이후 20년간 한국사회의 성격은.

김일영 = 민주화 20년 동안 예기치 못한 일이 두 가지 일어났다. 사회주의 붕괴와 세계화이다. 특히 97년 IMF 외환위기의 충격은 아무도 예상치 못했다. 조교수가 말한 자본주의와 민주주의 간의 ‘전쟁’도 탈냉전과 세계화 국면에서 전개됐다. 87년 체제보다 97년 체제가 더 문제다. 탈냉전과 세계화가 피부에 와닿은 것은 97년 이후다. 냉전구조는 김대중 이후에 해소됐다. 양극화는 상대적으로 진보적인 정권이 집권한 후 훨씬 심각해졌다. 진보 진영은 87년 체제를 비판적으로 바라보지만, 더 주목해 봐야 할 점은 97년 체제이다.

조희연·김일영·김명인·윤평중 교수가 지난 8일 6월항쟁을 주제로 좌담을 마친 뒤 경향신문사 인근 경희궁에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서성일기자

윤평중 = 87년 이후 한국시장자본제와 정치민주주의 사이의 긴장과 갈등을 전쟁으로까지 표현하고, 형식적 민주주의가 시장에 의해 왜소화됐다고 보는데 난 생각이 다르다. 6월 시민혁명은 성공했는데 7, 8월 노동자투쟁이 좌절한 이유를 다시 질문하고 싶다. 노동자들의 요구는 당시 발전 국면에 적합하지 않은, 중산층이 받아들이기 어려운 최대치 요구였다. 기층과 시민 사이의 연대가 끊어져 버린 것이다. 노동자들의 요구는 남한 국가체제의 총체적 변혁을 지향하는 시도였다. 분단 상황에서 적절한가 하는 질문을 제기하게 된다.

김명인 = 나는 견해가 좀 다르다. 돌이켜보면 당시 노동자투쟁의 요구수준은 높지 않았다. 지식인의 담론으로 치환하면 굉장히 높아 보이지만 노동기본권의 요구였다. 부르주아 체제 하에서 가능한 수준이었다. 그간 노동자계급이 방치돼 있다가 참여하고 포섭된 단계의 수준이다. 이게 노동운동의 위기를 불러왔다. 본질적이고 래디컬한 운동의 위기를 부른 것이다. 노동자들의 요구 수준에 대한 평가는 주관이 개입될 수밖에 없다. 문제는 20년 동안 민중을 포함한 한국사회 구성원들의 삶이 행복해졌는가이다.

조희연 = 87년 체제가 확립시킨 민주주의를 97년 체제가 굴절시키고 한계지운 측면이 있다. 97년 외환위기는 개발독재 세력에게는 경제적 통치능력 고갈을 가져옴으로써 반독재 민주세력으로 하여금 집권할 수 있는 기회를 준 반면, 개발독재 세력이 내장하고 있었던 개방주의, 성장주의를 내면화시켰다. 외환위기 이후 민자당은 권력을 상실했지만, 동시에 경제위기 극복이란 이름으로 가장 급진적인 성향의 김대중정권이 친IMF적인 입장을 취한 점은 역설이다. 반독재세력이 집권하면서 오히려 사회경제적 양극화가 심화된 것이다.

사회 = 민주화 이후에 민주주의는 오히려 후퇴했다는 지적이 많다.

김명인 = 민주화 됐다고 하는데 삶은 계속 팍팍하다는 게 일반 대중의 인식이다. 거기에는 대중의 이중성도 작용한다. 성장과 배분 모두를 원하는데 둘을 함께 누리기란 어렵다. 한국 자본주의가 ‘87년 6월’을 계기로 얻은 것은 규제철폐와 시장자유주의다. 분배, 복지, 경제민주화가 같이 가야 하는데 시장 시스템이 과도하게 독점적이고 배척적이어서 바람직한 경제문화 형성을 억압한 것이다.

김일영 = 일반적으로 양극화의 심화 원인으로 신자유주의를 꼽는데, 나는 국가 능력의 저하를 더 큰 원인으로 꼽고 싶다. 경제성장도 하지만 분배도 개선하는 국가의 기본적 능력이 민주화 이후 더 떨어졌다. 지난 5년간 특히 심했다. 진보진영에서도 ‘신자유주의의 한국적 수용’이라는 형용모순적인 말을 한다. 어떻게 보면 박정희의 ‘한국적 민주주의’처럼 들리기도 한다. 이 딜레마 해소방법은 신자유주의의 전면 거부가 아니다. 국가 통치능력을 대폭 키워야할 필요가 있다.

윤평중 = 김대중, 노무현 정부의 무능과 무정견이 빚어냈다는 진단이 가능하다. 문제는 진보진영의 딜레마이기도 할 텐데, 시장의 규정력에 대항해 어떻게 자율자생적·시민사회적 공공성 지평을 확대시킬 수 있겠는가 하느냐이다. 국가 통치능력을 얘기했는데, 시장제도를 거부할 수 없다면 국가는 시장의 실패를 적극 보완할 수 있는 사회보장책 등을 최대한 강구해야 한다.

조희연 = 박정희식 경제개방 방식은 고용이나 시장의 절대적 팽창을 통해 양극화를 상쇄하는 효과가 있었다. 지금의 개방은 그 때와 다르다. 전세계적 경쟁을 기초로 하는 개방이다. 삼성전자가 잘 나간다 해도 우리 국민생활 전체에 미치는 효과는 제한적이다. 세계적인 경제 조건 속에 있기 때문이다. 그게 바로 현재 세계체제가 규정하는 딜레마다. 그럼에도 주체의 문제는 있다. 김영삼과 김대중으로 상징되는 중도 자유주의세력이 집권세력이 돼서도 박정희식 개방 마인드로 접근한 것은 문제가 있다고 본다. 개방과 폐쇄의 대립구도만으로 바라본 것이다. 2000년대 개방은 1960년대 박정희식 개방과 달라야 한다. 현재의 개방은 양극화를 동반할 수 있다는 냉철한 인식위에 그걸 상쇄하는 사회경제정책, 개방과 결합되는 분배정책을 펴야 한다. 87년 6월, 당시 거리에서 싸울 때는 개방이란 고민이 없었다. 6월항쟁의 기억을 소중히 간직하는 사람에게 개방은 새로운 도전적 위기다.

김명인 = 국가능력보다는 신자유주의에 의한 문제가 더 크다. 신자유주의가 강력한 드라이브를 걸고 있긴 하지만 전세계적으로 무차별적이지 않다. 말레이시아부터 브라질, 베네수엘라 등 다양한 형태가 있다. 그들은 신자유주의 속에서 차폐막을 설정하며 길항하는 힘이 있었는데 우리는 지난 10년간 완전 무장해제 당했다. 한때 민주화와 신자유주의를 혼동하기도 했다.

김일영 = 준비없는 개방을 민주화로 착각해 외환위기를 맞았다. 일본을 한 번 보자. 일본은 고이즈미 총리가 집권하면서 잃어버린 10년을 되찾았다. 경제가 되살아나고 실업률은 떨어졌다. 신자유주의라는 세계적 조건 속에서 국가와 정부가 어떻게 대처했느냐에 따라 결과는 다르다. 성장에서 좋은 성과를 낳고 양극화 문제로 혜택이 흘러가게 만드는 방법을 모색할 수 있는 힌트를 일본에서 찾을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사회 = 6월항쟁을 추동시킨 20년전 민중운동에 비한다면 지금의 시민운동은 위기에 처했다. 국가를 견제하는 역할이 부족하다는 지적도 나오는데.

조희연 = 87년의 시대정신으로서 민주개혁에 가장 충실한 부흥자가 90년대 시민운동이다. 97년 체제 아래에서 87년 6월이 만들어준 시민들은 계급적으로 분열·분화하며, 양극화되고 있다. 시민운동은 이를 직시하며 어떻게 시민운동의 의제로 만들어 나갈 것인가를 노력해야 한다. 무차별적 시장화에 대항하는 공공성 의제가 더 중요하게 부각돼야 하지 않겠느냐는 생각이다. 지역·지방의 풀뿌리 시민운동을 재발견하는 게 필요하다.

김명인 = 시민운동은 실종된 국가기능을 복원해 내는 역할을 하는 게 중요하다. 또 시민진보세력은 포스트-캐피털리즘(자본주의 이후)을 생각해야 한다. 자본주의 이후를 대비하는 상상력이 필요한 시점이다. 그런데 시민사회, 시민운동은 국가와 유착이 강해져 그런 탄력을 잃어버렸다. 소수자, 환경, 민중자치 등의 문제를 배부른 소리로 치부하는 게 현실이다.

윤평중 = 87년 체제를 시민혁명의 결과라고 규정한 것과 접맥되는 문제이기도 하다. 신자유주의적 세계시장의 규정력이 파도처럼 휩쓸면서 한국 시민사회의 대응능력을 왜소화시키는 걸 본다. 김대중 정부 이후 특히 노무현 정권에서 진보적 시민운동 진영이 소수정권의 확대전략에 적극 동참, 또는 부역하면서 시민없는 시민운동으로 전락했다. ‘시민이 부재한 시민단체’라는 고질적인 문제점을 확대 재생산했다. 시민단체의 자생성이 크게 훼손됐다. 보수든 진보든 시민사회 자율성과 공동성을 최대화시킬 수 있는 구체적인 실천프로그램을 어떻게 살릴 것인가 고민해야 한다. 국가기능을 복원하고, 시민사회 지평을 21세기 맥락에서 시민의 현실적 피부에 와닿는 실천프로그램으로 조직화해야 한다.

사회 = 노무현 정부는 87년 체제의 정점에서 태어났다. 87년 체제 속에서 노무현 정부를 어떻게 평가해야 하나.

김일영 = 87년 이후 잃은 것은 자유주의에 대한 존중이다. 민족, 민중이 지나치게 강조되면서 개인에 대한 존중으로서의 자유주의가 설 자리가 없어졌다. 지난 20년동안 민주화 이후에 어떻게 민주주의를 발전시킬까 하는 문제에만 사로잡혔다. 민주화 이후의 민주주의를 정말 잘 하려면 ‘민주화 이후의 자유주의’를 먼저 생각해야 하지 않겠나.

김명인 = 6월혁명을 미완의 혁명이라고 부르는 이유가 바로 그 점이다. 모더니티(근대성)가 결핍돼 있다. 자유주의적 감각은 굉장히 중요하다. 90년대 문학에서 개인을 발견했는데 이를 발전시키지 못했다. 게다가 신자유주의는 그것을 변질시켰다. 모처럼 발견한 ‘개인’이 무한경쟁의 주체로만 규정되고 있다. 노무현 정권의 문제는 기본적으로 철학이 빈곤하다는 점이다. 한국사람이 현재 어떻게 살아야 할 것인가에 대한 비전이 없다. 남은 것은 신자유주의적 경쟁뿐이다.

윤평중 = 노무현 정권은 앞뒤가 맞지 않는 날림정권이다. 평가대상이 된다는 자체가 부끄럽다. 신자유주의의 부정적 폐해가 막대하다보니 간과하는 부분이 있다. 시장도 단일한 실체가 아니다. 나의 이익이 당신의 이익이 되는 기반이 확대재생산되고 절차주의적 형평성이 시장주의의 성숙과 더불어 뿌리를 내려야 한다. 시장이 갖는 순기능까지 눈을 감는 것은 곤란하다.

조희연 = 나는 노무현 정권을 타자화된 문제로 보기보다는 진보적 지혜를 풍부하게 하는 타산지석으로 삼고 싶다. 20년전 6월항쟁의 한 구성요소였던 중도자유주의 저항주체가 집권했을 때 나타나는 문제가 노정권에서 고스란히 드러나고 있다. 노무현 정부는 신자유주의 하에서 독재세력과는 다른 개방전략을 고민하지 못했다. 최근에는 자폐적 모습까지 보이고 있다. 노정권이 성찰적 정치세력이 되기를 바라고 기대했는데 그렇게 못해 안타깝다.

〈정리 임영주·김기범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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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가 새겨진 우리말 이야기 - 우리말이 살아온 모습을 찾아서
시정곤 외 지음 / 고즈윈 / 2006년 7월
평점 :
품절


속담이나 사자성어, 격언 같은 관용어구들의 그것들이 속한 사회에서 일종의 지침 혹은 교훈으로서 기능한다. 선인들의 경험과 지혜가 농축된 후인들에게 내리는 뼈가 있는 말이기도 하다. 간혹 우리의 언설에 이런 관용어구를 곁들이면 제법 그 표현효과가 확연히 살아나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그런 관용어구들 중에 어느 사회에서거나 빠지는 않는 것은 '말'에 관한 것이 아닐까 한다. 조사해 본 바는 없지만 모든 사회에서 가장 많은 속담이 이 '말'과 관련있다. 우리만 하더라도 일일이 꼽자면 꽤 긴 시간을 요할 터이다. 그런 관용어구가 전달하는 중심내용은 주로 '말 조심' 혹은 '말의 중요성' 등이다. 하나만 떠올리면 "말 한 마디에 천냥 빚 갚는다."라는 속담이 제일 먼저 생각날 것이다. '세 치 혀'가 사람을 살리기도 하고 죽이기도 한다는 언설도 흔하다. 이게 모두가 선인들의 역사적 경험 속에서 깨달은 지혜다. 그들에게 '말'은 그만큼 중요했다는 걸 의미하는데, 이는 오늘에도 전혀 변함이 없다.

'언어적 인간(Home loquens)'이라는 말이 의미하는 바가 바로 그것이다. 어쩌면 인간은 언어로부터 시작되었고, 인간이 끝나는 말은 언어가 사라지는 날이 될 것인지도 모른다. 인간이 다른 동물 혹은 기타 생물들과 다른 점 중에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것이 바로 이 '언어'를 사용한다는 것이다. 또한 언어는 인간의 사고의 운용도구라고도 할 만한데, 인간은 언어적으로 사고한다고 하니 말이다. 생각해 보면 내 머리 속의 생각이라는 것도 생각이라는 어떤 것으로 존재한다기 보다는 언어적으로 구성되어 존재한다고 판단된다. 이런 의미에서 '호모 사피엔스(Homo sapiens)' 이전에 인간은 언어적이었다고 말할 수도 있겠다.

중요한 것은 이 '언어'가 구성되고 형성되는 그 요소들이다. 언어가 다만 음성기호의 체계로서만이 아니라, 그 안에는 수만가지의 다양한 사회적 문화적 요소들을 품고 있다. 사고와 사유의 기본틀도 언어로 이루어 진다. 따라서 이 '언어'에 내재된 다양한 요소들, 그리고 그 언어가 구성되는 다양한 요소들의 양상들을 알지 않고는 우리가 어떻게 사고하고 사유하는지, 우리가 어떤 사회에서 어떤 문화속에서 존재하는지 그 근원을 찾을 길이 없다. 그런 의미에서 언어학은 철학이다. 또다른 의미에서 언어학은 실용성을 포함한다. 우리가 언어의 본질을 이해할 때 다양한 문화와 그것이 존재하는 다원성을 존중하면서 기타 문화의 언어들을 습득하는데 현실적인 도움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다양한 언어 속에는 다양한 문화를 내장하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언어(言語)라는 중복적 표현(言과 語가 모두 '말'이라는 의미를 대표로 가지지만, 엄밀히 따지자만 言은 음성언어를 語는 문자언어를 통칭한다고 하겠다. 따라서 언어는 음성과 문자를 모두 포함한다. 그러나 그것이 '말'이라는 큰 의미를 중복하고 있다고도 볼 수 있다.)을 달리하여 '문화어'(여기서의 문화어는 북한의 '문화어'와는 구별된다. 여기서는 문화와 언어를 동격으로 혹은 언어가 문화를 내재하고 있음을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언어도 하나의 문화임으로 '문화어'도 중첩의 의미를 포함하고 있다고 할 수도 있다.)라고 불리어도 좋을 것이다. 

현행 국민공통기본교육과정 상에서 언어교육은 '국어'와 '영어'로 대별된다.(기타 외국어도 고등학교과정에서 선택적으로 이루어지지만  그 영향은 극히 적다.) 여기서 '영어'를 실용영어 중심으로 영어회화말하기에 전력을 투구하고 있어 본질적 언어교육으로서는 기능하지 못한다. 그렇다면 '국어'에서 언어교육이 이뤄지고 있어야 하는데, 그것또한 부실하기 짝이 없다. 중학교과정에서 '언어의 사회성'이니 '자의성', '역사성' 등이 살짝 언급되기는 하지만, 그것으로 언어의 본질을 가르칠 수는 없다. '언어'에 대해 보다 심도있게 다룰 수 있는 시간은 고등학교 선택과목의 '문법' 시간이다. 그러나 이 과목은 선택과목에다가 문법에 대한 기피현상이 심해 많은 학교에서 선택되지 못하고 있는 것이 실정이다. 그러니 현행 학교교육에서는 이 언어교육이, 특히 언어의 본질적 측면이 거의 가르쳐지지 못하고 있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여기 이 책 『역사가 새겨진 우리말 이야기』는 그런 학교교육에서 하지 못하는, 특히 국어나 영어 시간에 해야할 것을 하지 않고 있는, 언어의 본질적 모습을 꽤 훌륭하게 가르쳐주고 있다. 사실 문법책에서 다루는 언어의 본질적 측면은 거반 수박겉핥기 식이지만, 이 책에서는 쉽고 재밌게, 그러면서도 심도 있게 언어를 다루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문법책(국정교과서)와 함께 문법 과목의 교재로 채택되어야 하지 않을까 한다.

제목이 "역사가 새겨진 우리말 이야기"지만, 이 책은 언어 전반의 본질적 특성들을 다루고 있다. 1장에서는 언어의 기원, 언어와 문화의 관계, 언어가 가지고 있는 다양한 특성들, 언어와 금기 등을 다루고 있다. 이런 언어의 본질적 측면을 다루는 여타 언어학 개론서에서의 원론적 설명들은 이 책에서 찾아볼 수 없다. 첫장의 시작은 "조디 포스터가 주연한 영화 「넬(Nell)」(1995)"을 끌어들이면서 언어와 문화의 관계를 조목조목 풀어나간다. 읽는 이로 하여금 흥미가 유발될 수 밖에 없게한다. 다른 부분에서도 마찬가지로 영화, 기타 영상, 최근의 연예인이름, 다양한 광고와 이미지들을 가져와 설명한다. 이런 것들은 보다 친근하게 언어의 본질에 다가갈 수 있도록 한다. 이것이 왜 효과적이냐 하면, 언어의 본질이라는 것은 바로 그것을 사용하는 인간의 구체적 언어 현상 속에 들어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그 구체적 언어 현상을 통해 언어의 본질을 찾아내는 것은 당연한 논리가 되는 것이다.

우리 언어가 형성됨에 있어 고대의 토템적 성격은 빼놓을 수 없다. 그것을 설명하는데는 일본의 만화영화 「원령공주」가 도입된다. '고맙습니다'가 곰과 관련된 토템에서 왔다는 흥미로운 가설을 제기하기도 한다. 언어가 가지는 주술성은 '수리수리마하수리 수수리 사바하'에 의해 설명된다. 무슨 소리냐고? 직접 확인해 보시기 바란다. 타임머신을 타고 저 멀리 삼국시대로 간다면 그들과 우리가 말이 통할까? 이런 의문은 "김유신과 계백은 말이 통했을까?" 등에서 생각해 볼 수 있다. 북한과 우리의 지명이나 명칭들이 어떻게 달라지게 되었는지 언어 변화의 양상, 곧 언어의 역사성 혹은 자의성에 대해 배워볼 수도 있겠다. 또한 외래어의 유입이 어떻게 이루어지고 그것이 어떤 양상을 띄는지를 일본의 한류 신드롬을 일으킨 「겨울연가」와 함께 살펴볼 수 있다.

3장에서부터는 이 책이 왜 "역사가 새겨진 우리말 이야기"였을까를 확인해 볼 수 있다. 옛날 선조들은 우리말을 어떻게 공부했을까를 다양한 역사적 사료를 통해 추적한다. 여기서 우리에게 의미심장하게 다가오는 것은 언문이라고 치부되던 고난의 시대를 살아온 우리말이 소외되고 천시된 이들에 의해 유지보전 전승 되었다는 사실이다. 지금과도 같은 외국어 열풍도 우리의 역사속에 이미 존재했었다는 사실은 또한 흥미롭다. 몇 백년 전의 부부의 사랑편지도 읽어볼 수 있다. 4장에서는 언어 속에 문화가 어떻게 존재하는지 그 양상을 살피고 있는데, 언어와 사고의 관계의 본질적 측면과, 연예인 김C를 등장시켜 우리의 이름짖기에 반영된 사회상을 살피고 있다. 이 책이 또한 가치있는 것은 5장에서 다루는 언어의 권력과 이데올로기 등에 대한 이야기가 있기 때문이다. 여기서 다루고 있는 이러한 내용들은 우리가 반드시는 아니지만 어느정도 알고 있어야 하는 것들이다.

이 책은 저자들 연구모임의 세 번째 결과물이다. 『우리말의 수수께끼』가 그 첫째인데, 거기서도 재미나게 우리말에 대한 이야기들을 풀어나간다. 두 번째는 『한국어가 사라진다면』인데, 한국어의 소멸이라는 가상의 현실을 설정하고 그 이후에 벌어질 일들을 흥미롭게 구성해내고 있다. 두 번째 결과물은 조금 시의성이 있었고 그들 연구모임을 주된 항로는 아니었다. 어떤 의미에서 『우리말의 수수께끼』에 적자동생은 이 책 『역사가 새겨진 우리말 이야기』라고 본다. 어쨌건 정주리, 박영준, 시정곤, 최경봉 이 네 명의 젊은 국어학자들의 이런 작업들이 앞으로도 의미있는 결과물들을 내어주기를, 그리고 그들의 이런 작업들이 많은 사람들에게 읽히고, 특히 학생들에게 읽혀주기를 바라는 마음이 클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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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라딘이 좀 늦은 감이 있네요. 진득하니 기다렸더니, 며칠 전 문자가 하나 왔길래, 이제사 오는가 보다 했더랍니다. 그런데 오늘 점심시간에 택배가 왔더군요. 그래서 이제 왔구나 했죠.

오긴 왔는데, 다 온 건 아니더라구요. 알고보니, 창비와 문지, 문동, 민음사 4개 출판사가 '연합'해서 주최한 이벤트 였더라요. 그러니 배송도 각자가 알아서더라구요.

오늘 온 책들은 창비에서 출간한 책들입니다. 면면을 보여 드리면...

  <핑퐁>

  박민규 소설에는 이상시리 손이 안 갑니다. 왜일까요? 이 작가가 참 믿음직스럽게 생기진 않아서일까요? ㅎㅎ 이 기회에 그 편견을 시험해 보아야겠습니다.

 

 

  <소풍>

  성석제 작가는 요즘 제가 메일을 보내주고 있습니다. 무척 친근감이 생기더군요.

 

 

  <틈새>

  그러고 보니 창비에서 보내준 산문은 죄대 2글자 제목이네요. 제가 어지간히도 우리나라 소설을 잘 안 읽나봅니다. 많이들 읽으시는 것들 같은데, 전 하나도 안 읽었으니 말이에요.

 

 

  <가만히 좋아하는>

  김사인의 시집인데요, 눈 여겨 두었던 것입니다.

 

 

 

  <목련전차>

  서점에 들렀다가 눈독드린 시집 두 권 중에 한 권이었습니다. 다른 하나는 위의 <가만히 좋아하는>이었구요. 결국 이 시집을 담아 왔죠. 이 시집을 묵혀두다가 얼마 전에 읽고 리뷰를 써 올렸는데, 그게 운 좋게도 이 이벤트에 당첨이 된 거에요...ㅎㅎ 그런 의미에서 이 시집을 내 놓겠습니다.
  제 리뷰(http://www.aladin.co.kr/blog/mypaper/1097738)를 미리 참조해 보셔도 좋을 것만 같아요. 허접하지만...ㅋㅋ

 

  <밤 미시령>

  이 시집이 나왔는지도 모르고 있었네요. 일반 서점이나, 인터넷 서점 등에서 워낙에 시집들을 숨박꼭질 시켜 놓아서 그런 거 같아요. 그래도 대형서점이나 가야 좀 꼼꼼히 살피는데, 요즘은 공부한답시고, 서재질만 하고 있다보니, 시집 정보를 영 얻지 못하네요. 알라딘에 부탁건대, 시집 홍보 좀 확대해 주시오.

 

일주일이 넘어서야 이주의 마이리뷰 적립금이 나왔더군요. 오늘 일차분(6권)이 도착했으니, 여러분들 조금만 더 기다리시면 화끈하게는 아니더라도 좀 거하게 이벤트 하고 싶어요.ㅎㅎ 많이들 기다려 주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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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매지 2007-06-08 22: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성석제 작가는 저도 무척 좋아합니다^^ 왠지 친근감있는 ㅎ 개인적으로 <핑퐁>은 박민규의 다른 소설보다는 재미가 덜했어요. ^^;

마노아 2007-06-08 22: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왓, 연이어서 기쁜 소식이 들리겠군요. 택배 아저씨와의 반가운 만남을 기대합니다. 축하해요^^

프레이야 2007-06-08 23: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와, 너무나 좋은 책들이 많네요. 부러워요. 축하합니다! ^^

멜기세덱 2007-06-09 00: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매지님> 그런가요? 다 읽기 뭐하다 싶으면, 성석제를 취하고 박민규를 버려야 하겠군요.ㅎㅎ
마노아님> 님께도 저의 귀한 택배 혹은 우편이 가길 기대합니다.
혜경님> 구슬이 서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라던가요? ㅋㅋ

비로그인 2007-06-09 01: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축하 드립니다.^^ 저두 곧 받겠군요!(혹시 택배회사는 어디?ㅎ) 저는 반틈 정도가 소장본과 겹치는데..같은 책모임 회원들,그리고 친구들에게 나누어 줄 생각입니다.오랜만에 책선물로 생색도 좀 내고,다양한 얘기도 나눌 수 있을 것 같아,기분이 좋습니다.이벤트,성황리에 마치시길 바랍니다.아,박민규는 겉모습과는 다르게,아주 신뢰할만한 작가입니다.아직까지 박민규 소설 선물하고 별로다..란 말 한 번도 못들었답니다.ㅎㅎ 특히,삼미슈퍼스타즈의 마지막팬클럽은 약 10권정도 사서 나누어 주었던 기억이.

멜기세덱 2007-06-09 10: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흑백TV님> 출판사 별로 보내기 때문에, 택배회사가 다 다르지 않을까 싶은데요. 알라딘에서 보내는 한진택배는 아닌거 같더라구요.ㅎㅎ '힘내라 우리문학' 이벤트 당첨인 만큼, 최선을 다해서 읽어봐야 겠어요.ㅎㅎ 박민규까지. "다만 당면한 일을 당면할 뿐"입니다.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