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비행학교 - 글쓰기의 시작은 에세이 글쓰기비행학교 실전워크북 2
김무영 지음 / 씽크스마트 / 201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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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늘 수필을 쓰면서 고민했던 게 그거였다.

 

 대체 지금 이 글이 일기와 다른 게 뭘까....

 

 독자의 유무? 수필은 독자가, 일기는 아무도. 하지만 일기는 내가 독자인 걸........

 

 뭐 이런저런 나름대로 진지한 고민들이 들어서 쓰던 수필들도 중단하고 내가 매너리즘에 빠져있나 걱정하고 있던 차에 이 책을 만났다.

 

 사람과 사람의 인연만큼 신기한 사람과 책의 인연.

 

 이 인연은 나에게 굉장히 고마운 인연이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에세이 그리고 에세이 쓰기에 대한 명쾌한 설명을 받았으니.

 

 김무영 작가가 다수의 글쓰기 강연의 경험을 바탕으로 집필한 책이라는데 다 읽고나서 생각하니 고개가 끄덕여진다. 많은 사람들에게 중요한 글쓰기 팁, 그냥 팁 말고 에세이 쓰는 팁을 가르치고 가르치고 소통하고 나누고 그러면서 다듬어진 내용들이다. 그냥 나오지 않는 내용. 이해는 쉬워도 내면에 축적하기엔 쉽지 않은 내용들.

 

실전워크북이라고, 책등에 씌어진대로, 책 속에는 글을 써볼수 있게 하는 다양한 가이드페이지들이 있다. 연습페이지라고 해야 한다. 에세이라는 장르를 처음 써보는 사람이라면 이 내용들이 적당히 도움이 되리라는 생각이 든다.

 

 수필을 어떻게 해야 재미있게 쓸수 있냐고 고민하는 후배에게 전해주고 싶은 책이다.

 

드물게도... 나의 별 다섯개를 받아낸 야무진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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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 한 줄, 쓰다
이대영 엮음 / 별글 / 201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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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 한 줄, 쓰다

힐링라이팅북; 컬리링북에 이어 뜨는 라이팅북

 

 

 

여름 내, 컬러링북이 엄청난 유행이었다. 온라인은 물론이거니와 서점에 나가보면 색연필과 함께 전시된 그림책들이 얼마나 많던지.

 

유행이라는 물살에 편승에 나 역시도 컬러링북을 잠시 즐겼다.

 

미술심리검사를 하시는 엄마의 다양한 색칠도구들을 빌려와 책상 위에 욕심껏 늘어놓고 망중한을 보냈지 ㅎㅎㅎ

 

컬러링의 여름은 지고, 필사의 가을이 왔다. 가을이 독서의 계절이어서 그런지, 아니면 컬러링북의 현란함에 물린 독자들을 놓치지 않으려는 출판사들의 상술인지는 모르겠으나 컬러링북의 바통을 라이팅북이 이어받았다.

 

지금 서점가엔 시, 소설, 에세이 등 유명 작가의 아름다운 글을 그대로 따라 쓸 수 있도록 만들어 놓은 라이팅북이 인기다.

 

예전에는 한창 노트북 자판으로 내가 좋아하는 작가의 글을 따라 써보았지만 자필로는 필사한 적이 없던 나는, 이 라이팅북의 인기가

 

조금은 당황스럽다.

 

그림은 그냥 색칠공부하는 마음으로 즐기면 되었는데... 라이팅북이라니..... 나는.... 상위 0.1%에 속하는 악필인데 ㅠㅠ

 

하지만 본래 힐링이란, 자신의 약점을 인정하고 약점을 부끄러워하지 않은 것이리라...........

 

그런 의미에서, 컬러링북보다는 라이팅북이야말로 진정한 힐링북이 아닌가 싶다.

 

그래서 도전했다. 마침 부담스럽지 않은 라이팅북을 만나, 끄적끄적, 명언들을 적어 내렸다.

 

'따라 쓴다'는 행위는 참 신기하다.

 

눈으로 먼저 읽고, 나는 입으로도 따라 읽는다. 그리고나서야 손이 따라 쓴다. 내 손이 쓴 것을 다시 내 눈이 읽는다.

 

그리고 나선, 다음 문장으로 넘어가 다시 반복한다. , , 손 다시 눈.

 

라이팅북이 좋은 것은, 단순한 쓰기가 아니어서다.

 

눈으로 읽으며 한 번, 입에서 한 번, 손으로 다시 한 번, 마지막으로 눈에서 한 번 더.

 

거듭해서 읽고 이해하고 생각하고 다시 쓰고 읽고 하다보면 각인된다. 마음에 한 줄, 한 줄....

그래서 책의 제목도 '마음 한 줄, 쓰다' 인가

 

'괜찮아. 이것 또한 지나갈거야. 너는 대단하지 않아도 아름답지 않아도 충분히 존엄한 사람이다. 사랑을 두려워하지 말아라.'

 

주문이기도 하고 위로이기도 하고 격려이기도 하다. 타인이 나에게 주기도 하고 내가 나에게 주기도 하는.

 

이 책은 작가나 시인이 남긴 몇 줄, 혹은 석학들의 격언 그리고 아름다운 작품들에서 빌려온 발췌글로 구성되었다.

 

책장을 넘기다 보면 처음 만나는 이름도 있고 낯익은 내용도 있다.

그래도 쓰다보면 모두가 처음 보는 문장 같다. 생애 최초로 읽는 주문들 같다.

 

오늘도 서늘한 밤공기가 밀려드는 창가에서 혼자 조용히 쓴다.

마음 한 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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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피치 에센스 - 30초 만에 대중의 마음을 사로잡는
제러미 도노반.라이언 애이버리 지음, 박상진 옮김 / 진성북스 / 201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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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0년 전통의 연설능력개발 전문기관인 토스트마스터즈.
토스트마스터즈라는 단체명도, 그 하는 일도 굉장히 생소했다. 대중연설에 대한 세계챔피언쉽이 있을 줄이야, 상상도 못했다.
훌륭한 대중연설에 대한 키를 요목조목 정리한 이 책은, 처음에는 그래서 굉장히 낯설었다. 이런 분야에 대한 책까지 나오다니, 정말 세상에는 책의 소재가 무궁무진하구나 라는 생각마저 들 정도로. 그런데 이 책은 생각보다 매우매우 재미있다. 일단 토스트마스터즈에서 우숭한 실력가들의 연설문을 사례로 설명하기 때문에 그 연설문을 읽을 수 있다는 것부터가 흥미백배.
대중연설대회라는 건 어떤 내용의 연설을 겨루는 걸까, 싶었는데 사람들이 TED 를 찾아 듣는 것과 비슷한 배경이지 않을까, 싶었다.
공공에게 유익이 되는 이야깃거리들이, 마치 일상의 소소한 깨달음들이 에세이 책이 되어 나오는 것처럼, 연설자의 특별하지않지만 그가 이야기하기 때문에 특별해지는 훌륭한 이야기들이 연설 무대에서 펼쳐진다. 연설문의 내용만으로도 매우 재미있는데, 그 연설문들이 대중에게 전해질 때 어떤 방식으로 전해지는지, 어떤 모양으로 연설이 되어야 대중들이 거기에 감동하고 호응하는지 세세하게 분석해서 알려주니 재미 백배!


 개인에게 말을 할 때와 대중 앞에 연설을 할 때는 '말'의 존재감이 달라지는 것 같다. 개인과 대화 할 때는 말은 그냥 말인데, 내 앞에 대중이 앉아 있게 되면 경우가 달라진다. 그때의 말은 어쩌면 대포이기도 하고 때로 소나기나 안개가 되기도, 때로 햇살이 되거나 어쩌면 공원벤치가 되기도 한다. 이 오묘하고 신기한 연설의 세계.

 우리나라는 다른 문화권에 비해, 성장과정에서 연설을 해야 하는 경우가 많지 않다. 그래서일까. 우리나라 사람들은 유별나게, 대중 앞에서의 말에 약한 편인 것 같다. 몇년 전 , 오바마 대통령기자회견에서 한국기자들이 아무도 질문하지 않아 나쁜 사례로 화제가 되었던;;;;; 그 건만 해도, 그건 정말 질문이 없어서였을수도 있지만 여러 사람 앞에서 입을 여는 데에 신중하고 다소 소심한;;; 기질 때문이 아니었을까 싶다.

 대중연설에 대한 책이지만, 단순히 연설을 잘하는 법만 배울 수 있는 책은 아니다. 청중앞에서 무대에 오른 상황이 아니더라도 이 책은 다수 앞에서 입을 열어야 하는 순간, 어떻게 이야기해야 좋은 스피커가 될 수 있는지에 대한 가이드도 된다. 즉, 회의 자리에서나 그냥 친구들과의 모임에서조차, 내가 평소 말을 제대로 못하고 버벅거린다든지 소심해서 사람이 3명 이상 되는 자리에서는 입을 제대로 못 연다든지, 뭐 이런 경우에조차 참고할만한 내용들이 들어있다는 얘기다.

내 경우, 종종 발표문을 써야 할 일이 있는데, 그래서인지 이 책을 더 재미있게 봤다. 기대하지 못했는데 상당히 유익했다.

책장에 고이 모셔두었다가 스피치 관련한 도움이 필요할 때 꼭 열어보고 싶은 그런 책.







연설은 본질적으로 연극적인 요소가 있다. 좋은 연설은 큰 범주에서 다음과 같이 세 가지로 요약할 수 있을 것이다.

 

첫째, 말하고자 하는 내용이 간결하면서도 그 상황에 적함하 정보나 지식, 스토리를 담아야 한다.

둘째, 청중이 잘 이해할 수 있도록 연설 내용을 효과적이고 강력하게 전달해야 한다.

셋째, 끝난 후에도 오랫동안 여운이 남는 감동을 내포해야 한다. 나아가 영감을 준다면 이러한 연설은 금상첨화다.

 

이는 단순한 웅변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사물과 인간에 대한 통찰력으로 얻어진 주제를 상황에 맞게 해석하여 효과적으로 대중에게 전달하며, 상대를 설득하고, 나아가서 사람들과 함께 세상을 바꾸는 데 기여하는 것이다. 우리는 학교 교육에서 연설에 대한 충분한 훈련을 받지 못했다. 사회에 나와서도 연설을 수월하고 저렴하게 배울 수 있는 기회가 현실적으로 많지 않다. 따라서 연설 능력을 키우기 위해서는 각 개인이 나름대로 학습법을 찾고 꾸준히 연습해 보는 수밖에 없었다.

- 페이지5 역자 서문

   
 


청중은 속으로 이렇게 생각합니다. "물론 저 사람이 하는 말은 자기한테나 맞겠지. 저 사람은 특별하니까. 이런 전략은 나한테는 맞지 않을 거야." 연설의 비결은 연사의 중요한 지위를 무엇이라도 버리는 데 있습니다. 청중에게 자신이 특별하다는 인상을 주는 것은 금물입니다. 오히려 청중과 비슷한 사람이라는 인상을 줘야 합니다. 또한 사람이 아닌 과정을 중시해야 합니다. 연설을 하는 동안 실패담을 간간히 들려주면 청중은 연사를 같은 사람이라고 여기게 됩니다.

- 페이지 271 세계 대중 연설 챔피언이 말하는 최고의 연설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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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출이 200% 오르는 아침 청소의 힘
고야마 노보루 지음, 이정환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1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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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오해하지 마시라. 청소를 어떻게 해야 매출이 오르는지에 대한 책은 아니다. '청소'라는 정리정돈 행위에 담겨 있는 조직문화 만들기의 비법에 대한 책이다.


내가 근무하는 곳은 금요일 오전이면 반드시 대청소를 한다. 부장이고 과장이고 차장이고 팀장이고 누구라도, 그날 아침만은 대걸레로 바닥을 닦고 청소기를 들어야 한다. 개인 걸레는 필수.

모든 직위고하가 제로가 되는 마법 같은 아침의 청소를 마치면 부서별 회의에 들어간다. 몸을 움직여 묵은 먼지를 쓸고 닦고 더러운 환경을 청결하게 바꾸고 나면 머리 회전이 팍팍팍! 아마 일주일 중 제일 머리가 맑아지는 근무시간은 그 시간이지 않을까 싶다.


그래서 아침 청소의 힘이 어떤지 나는 체험으로 알고 있다. 그것은 단순한 청소가 아니다. 그저 환경이 깨끗해져서 업무 능률이 오르는 정도를 훌쩍 뛰어넘는, 꽤 기대할만한 능률과 동기, 에너지를 준다. 제일 중요한 것은 한 조직이 모두 청소를 함께 할 때, 개인의 에너지는 조직의 시너지가 된다는 점이다.


저자가 이 책에서 이야기하는, 아침 청소가 준 조직 발전의 에너지도 그런 의미다.


청소를 즐기는 사람도 물론 있지만, 대부분 근무 시간에 청소룰 하자고 하면 귀찮아하기 마련이다. 대걸레질도 청소기질도 물걸레질도 다 귀찮다. 귀찮아 귀찮아

저자는 청소를 강제로 시키는 것을, 조직 정비의 시작으로 잡는다.

이 책 내용 중에 무릎을 탁 치게 만든 부분도 그 부분이다. 교육은 하기 싫은 것을 강제로 하도록 만드는 것. 이런 강제의 힘을 동원해 경영자가 자신의 조직원에게 심어주고 싶은 것은 경영자의 가치관과 신념이다.

배가 빠르게 나아가려면 배에 달려 있는 모든 노가 같은 방향으로 나아가도록 움직여야 한다. 조직이 빠르게 발전하려면 조직의 전 구성원이 같은 방향을 보고 같은 가치관을 가지고 움직여야 한다. 이 책은 전 직원이 함께 하는 아침 청소가 회사 발전에 미치는 영향을 이것으로 본다. 청소를 함께 하면서 하나의 가치관과 신념으로 전 직원이 자연스럽게 융화되고 화합한다는 것이다. 이때 절대 청소는 자율로 두면 안 된다. 인간은 누구나 게으르고 싶어 한다. 의식적으로는 부지런하고 빈틈없이 살고 싶어하더라도 틈이 생기면 허물어지는 것은 사람의 본성이다. 청소를 자율로 두면 분명 누군 하고 누군 하지 않고, 하지 않는 사람이 점점 늘어나고 결국 아무도 청소하지 않을 것이다. 이건 단순히 청소에만 대입되는 문제가 아니다. 조직에 어떤 문제가 생겼을 때, 위기가 발생했을 때, 치우고 쓸고 닦아야 할 여러가지 상황에 직면 했을 때 누군가는 그걸 하고 누군가는 그걸 하지 않는다면, 그 조직은 모래성처럼 스르르 무너지기가 쉬운 상태다. 전 구성원의 의식적이고 행동적인 결집, 이것이 아침 청소의 힘에서 온다, 고 저자는 썼다.


저자는 책의 절반 정도나 되는 분량을 들여 청소의 힘으로 대동단결한 수많은 기업의 사례를 소개하는 데에 썼다.


직원이 3명이든 30명이든, 내 식구들을 어떻게 하나로 결집시켜 회사를 경영해갈 것인가를 고민하시는 분들이 한번쯤 읽어볼만한 책.


무엇보다, 청소에 참 게으르신 우리 아버지께도 좀 권해드리고 싶은 책이다.  



   

그 자리, 그 상황에 어울리는 사람을 보면 나름대로 좋은 기분을 느낄 수 있다. 사람의 마음은 외모에 의해 바뀌는 것이다. 마음의 교육을 하지 않아도 형식에 얽매이면 마음은 자연스럽게 바뀐다.

정해진 장소에 정해진 물건을 두면 마음이 통합된다. 이것이 환경 정비의 진수다. OJT(on the job training, 일상적인 직무를 통하여 실시하는 종업원 교육 훈련 방식)는 성과가 나오기까지 시간이 필요하다. 하지만 환경 정비는 즉각적으로 성과가 나타난다. 사람을 단련해서 조직을 강화하는 방법은 환경 정비밖에 없다.

페이지28

 


청소환경 정비는 본질적으로 전혀 다르다. 언뜻 보면 2가지가 같은 것처럼 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청소는 수단이지 목적이 아니다. 사내 미화작업은 환경 정비의 1가지 측면일 뿐이다. 청소와 환경 정비는 비슷한 것 같지만 전혀 다르다. 청소와 환경 정비를 정의해보자.

 청소 -> 쓸고 닦는 행위를 통해 먼지나 쓰레기, 얼룩 등을 제거하는 것.

환경 정비 -> 일하기 편한 환경으로 정돈하고 갖추는

페이지68


 

환경 정비 정착 프로그램정리=철저하게 버린다에서부터 시작한다. 예를 들어, 사무실 3층에 있는 커다란 책장을 버리기로 한다. 무거운 책장을 1층까지 옮기는 일은 꽤 힘이 든다. 혼자 옮기기에는 너무 크기 때문에 도움이 필요하다. 이때, 어떤 일이 발생할까? 직원들이 자연스럽게 협력한다. ‘내가 도와줄까?’하고 자발적으로 사람들이 모인다. 아래층으로 옮기기까지 여기저기에서 도와주겠다는 사람들이 나타난다. 무사히 옮긴 이후, 이번에는 책장이 놓여 있던 장소가 먼지투성이라는 사실을 깨닫느다. 평소에는 청소를 하지 않는 직원도 못 본 척할 수가 없다. 역시 자발적으로 빗자루와 걸레를 가지고 와서 청소를 시작한다.

회사에서 직원들이 협력해서 무엇인가를 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지적 수준이 높은 회사일수록 협력은 더욱 힘들다. 하지만 환경 정비를 통해 물건을 버리기 시작하면 직원들은 협력적으로 바뀐다. 사장이나 간부가 굳이 명령을 내리지 않아도 자발적으로 협력하게 되는 것이다. 강제로 환경 정비를 시켰을 때 직원들이 자발적으로 협력하게 되는 이유는 직원이 하나가 되어 물건을 버리는 과정에서 협동심이 생기기 때문이다.

페이지85

 

직원들은 "갑자기 무슨 청소야... 귀찮게"라며 상당히 곤혹스러운 표정을 지어 보였다.

하지만 귀찮은 일, 내키지 않는 일을 강요하는 것이 교육이다. 사람은 말로만 주입한다고 해서 바뀌지 않는다. 깨달음이 있어야 바뀐다. 환경정비를 통해 감성이 배양되고 작은 변화를 깨닫게 되었을 때, 사람은 바뀌기 시작한다.

페이지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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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이 나만은 아니기를 - 2015 제39회 오늘의 작가상 수상작
구병모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1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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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르마코스>까지 읽고 나니 다음 이야기로 넘어가는 것을 머뭇거리게 되었다. 왜 나는 이 책을 읽기 시작했을까. 이 기이하고 찝찝하고 기분 나쁜 이야기는 무엇을 위해 세상에 나왔을까.

온유한 베풂의 대가로 보석을 토하게 된 동생 수는 산채로 배가 갈렸다. 냉철한 거절의 대가로 벌레를 토하는 대신 물을 부르게 된 언니 루는 마을 전체를 수장시키고 홀로 남았다. 보석을 토하든 벌레를 토하든 무엇을 토하든 그 모든 것은 저주였다. 자매를 시험했던 여인은 베풂을 준 수에게도, 거절을 한 루에게도 가혹한 저주를 걸었다. 내 명치 언저리에서 원래 내몸이 아닌 것들이 식도를 타고 자꾸 넘어오는 일은 그게 보석이든 지렁이든 상관없이 치떨리게 괴로운 일이다. 무엇보다 괴로운 것은 내가 토해낸 것을 빌미로 사람들이 나를 도구화하는 일이고 가장 싫은 것은 도구로 전락하는 나의 운명을 나 스스로는 바꿀 수 없는 현실이다.

<관통>을 지나 <이창>을 넘어섰을 때, 나는 고민했다. 작가가 고민하는 것을. 무엇을 고민하길래 저자는 이런 이야기를 꾸역꾸역 이어가는 것일까. 무한히 이어질 것 같은 쉼표와 좀처럼 나타나지 않는 마침표를 번갈아 밟고 뒷장으로, 그 뒷장으로 나아갔다. 그렇게 <식우>를 관통하며 천재지변 앞에서도 무너지지 않는 갑을체제의 공고함에 뒤통수가 곤두섰고 <이물>의 그 짐승이 내 집 어딘가에서, 아직 손톱만한 크기의 먼지뭉치로 보이는 유아기를 보내고 있진 않을까 싶어 잠시 옷장이니 서랍장이니 하는 가구 바닥마다 애꿎은 모기약을 분사하기도 했다.

 

 

<덩굴손증후군의 내력>에 닿아서야 이 찝찝하고 기분나쁜 느낌이 어디서 왔는지 알았다.

친구 집에 놀러갔던 나는 그가 기르는 강아지와 잠시 놀았다. 정신없이 놀고 나와 집에 가려고 지하철에 올라탔는데, 어디선가 계속 꿉꿉하고 구린 냄새가 나서 나는 노골적으로 기분 나쁜 표정을 짓고 주위를 훑으며 혼잣말을, 조금 크게, 이게 무슨 냄새야 이상한 걸 들고 탔나, 책망조로 내뱉었다. 객차가 입을 닫고 어두운 터널을 돌진하던 그때, 까만 차창에 비친 내 모습 오른쪽 갈비뼈 쪽에는 강아지똥이 묻어 있었다. 일초 정도, 아니 그보다 더 오래였는지 모르지, 머릿속이 하얘졌다. 다음 역에 내려서 화장실로 들어가 아무도 보지 않는 곳에서 옷에 묻은 걸 닦고 급하게 화장실에 비치된 비누를 묻혀 임시로 세탁하기 전까지 나는 고개 한 번 움직이지 않고 손잡이만 결사적으로 쥐고 서 있었다. 앞에 앉은 사람이 이게 개똥이라는 걸 알까, 내가 지금 이걸 닦아내면 이걸 못 봤던 주변 사람들도 다 쳐다보게 되겠지. 집까지 정류장 세 개밖에 안 남았는데 구석에 가서 그냥 모른 척 있을까, 근데 이걸 두자니 냄새는 나고 더럽고 찝찝하고, 가방에 휴지가 있나, 아까 혼잣말을 왜 뱉어가지고, 벌써 내 앞에 아저씨는 흘금흘금 쳐다보는 눈치인데. 닦자니 시선 때문에 창피하고 안 닦자니 역시 시선 때문에 창피한 그 찝찝하고 기분나쁜 느낌

 

거울로 비치는 내 얼굴에 분명 더러운 것이 있는데 닦아낼 수 없다. 아니, 실은 닦을 수 있다. 닦지 않고 방관하는 것, 모른 척을 가장하는 것은 내 선택이다. 한때 사람이었던 덩굴손이들의 마른 줄기들을 무감각하게 치우면서, 누구도 그런 참담한 사건의 이유를 밝히거나 해결 방안을 연구하지 않고, 그것이 아무 피해도 입히지 않으면 그러거나 말거나 내버려두는 <덩굴손증후군의 내력>은 더러운 얼굴을 거울로 지켜만 볼뿐 누구도 닦으려고 나서지 않는 현실을 서늘하리만치 있는 그대로 보여준다. 피해를 주지 않으면 바로 지척에서 무슨 일이 벌어져도 상관하지 않는 무관심과 무관계의 세상. 무심과 무정이 예의인 것처럼 비치고 도리와 관심이 민폐인 것처럼 보이는 세상. 나는 실은, 벌써 이런 세상 속에서 무엇이 맞고 틀린지에 대한 기준을 잃었다. <이창>의 화자가 오지라퍼인지 도의에 밝은 사람인지 혼란스럽고 내가 <이물>의 양선이나 방난이었다해도 거실 한 가운데의 짐승인지 뭔지 모를 그것이 당연히 너의 것이라 여기고 무관심했을 것이다.

 

 

타인을 향한 재단(裁斷) 그것이 무관심에서 비롯했든 과한 관심에서 비롯했든)이 나를 향한 재난이 되는 이 세상에서, 이미 이 재난을 누구도 피할 수 없는 상황에서 사람은 누구나 피해자가 되는 것을 두려워하고 가해자가 되는 것도 불편해한다. 그저 모두가 이런 재난이 나에게만은 닥치지 않기를, 그것이 나만은 아니기를, 가해자가 되건 피해자가 되건 어쨌건 나의 일은 아니기를 바라지만 누구도 이 기기묘묘한 그물 밖을 벗어날 수는 없다. 잊어버리기 때문이다. 가혹했던 현실을, 참담했던 상황과 돌이킬 수 없는 상처들을 잊고 나는 아닌 것처럼 다시 무관심해지기 때문이다.

 

노란색 표지 정가운데를 비집고 나오려는 듯, 길쭉한 칼집 사이로 습한 어둠이 도사리고 있다.

저자는 '그것이 나만은 아니기를' 이라고 바라는 사람들의 세상을 보여줄 뿐, 이것이 옳고 저것을 틀리다고 재단하지 않는다. 선동하지 않고 위선하지 않는다. 위악이라고 할 정도로 냉정하고 가차 없다. 판타지 아닌 판타지인 이 작품들은 다만 비춘다, 너를, 세상을, 거울처럼. 그리고 들리는 이 목소리는 저자의 것인 듯하다. 그것이 나만은 아니기를 바라며 애써 외면하고 기억을 닫고 모른척 하는 너를, 세상을 기억하고 있다. 아니, 저자는 어쩌면 스스로에게 말하는 것일지 모른다. 애써 외면하고 기억을 닫고 모른 척 하는, 그것이 나만은 아니기를.

 

 

 

 

 

"보기에 좀 불편해 그렇지, 못 본 척하고 가만있으면 지낼만은 합니다."
되도록 고개를 들지 않고, 저들에게 시선을 주지 않으면, 거기에 비도 내리지 않는다면, 뜻있는 누군가가 매일같이 수백여 톤의 물을 공급하지 않는다면, 언젠가는 시들어 떨어지므로. 이 도시는 안 그래도 비교적 건조한 편이었지만 덩굴식물들이 피어나는 시기는 제각각이고 지금 이 순간에도 어느 사무실의 몇 번째 파티션 너머에서 꾸준히 싹을 틔우고 있을지 모를 일이니, 새로운 발병 사례가 발견되지 않고 덩굴식물이 완전히 사라지는 날이란, P계장의 귀띰에 따르면 윗선에서는 겨울이 찾아와 메마른 강풍이 세상을 덮치고 눈이 쌓이면 소강상태로 접어들리라 기대하는 모양이었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임시방편으로, 궁극적으로는 이 도시에 그리 변할 만한 이유가 있는 사람이 한 명도 남지 않는 날일터다. 이유가 제 발로 사라져줄 리는 없으니, 사라지는 것은 어디까지나 이유를 품은 사람이어야 한다.
페이지 238-239 덩굴손증후군의 내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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