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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사로잡은 디자인 가구
김명한 지음, 심의주 글.구성 / 중앙books(중앙북스) / 2012년 10월
평점 :
품절
나는 사실 몇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패션이나 외형적인 치장에만 관심이 많았지
딱히 남들에게 보여지지 않을 공간, 즉 인테리어에는 별로 신경쓰지 않던 사람이였다.
그러다 독립을 생각하게 되면서, 홀연한 나만의 장소를 꾸려나가야 된다는 과제 아래
어떤식으로 가구를 배치할꺼며, 벽이라던가 바닥이라던가 그외의 분위기에 대해 알아보게 되었고
몇일동안의 인터넷 검색을 통해 도배니 페인트 칠이니..등등
왠지 셀프로도 가능할 것 같다는 근거없는 자신감까지 갖게 되었다.
결과적으로, 예상치 못한 여러 사정이 생기며 독립은 몇년 후로 미뤄야 했지만
당시 갖고있던 슬럼프와 우울증을 벗어날 무언가를 찾고자, 내가 알아봤던 셀프 인테리어를 당장 해야겠다는 의지를 불태우고 말았다.
이사온 후 처음으로 내방의 모든 물건을 다 꺼내서 쓰지 않는 물건과 필요한 물건을 가려내고
가구를 꺼내 거실에 옮긴 후, 벽과 몰딩 그리고 문들을 패인트칠하고, 바닥장판을 다시 깔았고
가구 배치를 새로했으며, 블라인드를 주문, 설치하고, 전등을 바꾸고..
그렇게 일주일만에 전혀 새로운 공간을 탄생시켰다.
셀프 인테리어라는 미명아래, 내가 가장 오래있는 공간에 대해 애정을 두는 작업을 생에 처음으로 해본 사건이라 하면 너무 거창한 말이려나..
그날의 시도를 시작으로, 주택에 살던 나는 집안을 조금씩 손 대보기도 하고,
부모님이 세를 놓는 곳들도 고치면서 인테리어와 셀프 시공에 대해 계속 관심을 두고 있다.
그렇게 인테리어는 내게 즐거운 일이 되었다. 책과 잡지도 보고, 인터넷에서 사진도 찾아보고, 대림미술관에서 열린 핀율전도 다녀왔다.
그러면서 늘 느끼는 거지만 공간을 변화시킬 가장 획기적인 아이템은 역시 '가구'라고 생각한다.
바닥재와 벽을 기본 베이스로 시작해서
그 안의 분위기를 좌우하는 것은 역시 가구이고, 반대로 말하자면 가구 하나를 통해서 그 안의 분위기가 결정되기도 한다.
그리고 마무리는 조명이다.
이 책은 그런 가구와 조명에 대해서, 그 작품들과 디자이너들에 대해 보다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설명이 잘 되어있다.
이름은 못들어 봤어도 의자를 보면 눈에 익을 찰스&레이 임스 부터, 전시회를 통해 한국에 대중적으로 이름을 알린 핀율, 그리고 색으로도 유명한 펜톤(어느 국내 페인트 회사가 콜라보로 페인트 이름으로 걸기도 했다)
그외 한스 베르너라던가, 알바 알토등 나도 이 기회를 통해 알고싶던 예술가들과 그들의 작품들을 많이 볼 수 있었다.
가구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물론이거니와, 인테리어에 취미를 갓 붙인 사람들에게도 좋은 정보가 가득하다.
멋들어진 가구와 그 가구와 매치가 잘 된 공간 사진들을 보면, 하루의 피로가 다 풀리는 느낌이랄까. 나에게 힐링이란 이런것인가 보다.
IKEA가 한국에 부지를 마련했고 몇년안에 들어올 예정이란다, 하지만 이미 인터넷에선 수입품들을 손쉽게 구입할 수 있기에, 의자나 서랍장과 플로어램프 등은 국민 가구라고 불릴만큼 대중화 되어있다. 아마 매장이 생기면 DIY 가구 뿐 아니라 북유럽 인테리어, 그중 스칸다나비아 가구에 대해 더 큰 관심과 유행이 생길거라 예상된다.
저자인 임명한씨(대학때 자주 가던 아지오의 오너이셨다니!)처럼 Aa 카페에 하나씩 모아둘수 없는 노릇이니, 가구란 가방이나 옷처럼 여러개를 사서 취향것 선택할수 있는 제품이 아니기에 한번 구입할때 심혈(?)을 기울여 선택해야 하는 제품이다. 전자제품처럼 고장났다고 바꾸기도 쉽지 않으니 말이다.
하지만 종류도 너무 방대하고, 어디서 부터 알아봐야할지 감이 잡히지도 않았던 것도 사실이다. 그래서인지 생각해보면 우리삶의 중요한 부분이였던 가구를 너무 쉽게 고르지 않았나 싶기도 하다.
당장은 구입하기 힘들더라도 언젠가 오롯한 내 공간을 갖게될때 함께할 가구를 책을 통해 지금부터 꿈꿔 보는 것도 행복한 일 아닐런지..
어제는 집의 방한을 위해 두꺼운 보온재를 사서 벽에 붙이고, 그 위에 석고보드를 고정하는 작업을 했다. 오늘은 핸디로 몇몇 마감을 편편하게 해줘야 할 것 같고..
그런 핑계로 주말엔 벽에 페인트를 칠해 집안 분위기를 새롭게 바꿔줄려 한다.
무슨색을 칠할지, 깨끗한 화이트로 할지, 아님 조금 더 따뜻한 에그쉘로 할지.. 그런 고민중에 핀율의 No.45나 한스베그너의 테디베어 체어를 놓으면 좋겠다는 상상만으로도 기분이 좋아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