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명한 부모들이 꼭 알아야 할 대화법
신의진 지음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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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 내게 지금 막 아이를 낳고 좌충우돌하는 초보 엄마들에게 해주고 싶은 충고가 뭐냐고 묻는다면 나는 서슴지 않고 말할 것이다. 초보 엄마들이여, 생명을 키우는 위대함과 행복을 '지금' 만끽하라. 지금 아이와 볼을 비비고 사랑한다 말하고 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내라. 정말 행복한 시간은 순식간에 지나가 버린다. 매 순간의 '지금'을 행복으로 채우면 영원토록 행복할 수 있다.  부디 생명을 키우는 이 땅의 모든 엄마들이 아이와 함께 영원한 행복을 누리기를 간절히 바란다. " 소아정신과 의사인 신의진 교수가 마지막 페이지에 남긴 말이다.

결혼을 해서 소중한 아이를 낳고 기뻐하기도 잠깐, 낮에 하루종일 일한 피로감에 밤에 아이가 울기라도 하면 같이 엉엉 울어버리거나, 아이가 투정이라도 부리면 참지 못하고 '내가 왜 이 고생을 하고 있나' 하는 생각도 했었다.  아이들이 커서 7살, 3학년이 되고보니 이젠 그런 걱정은 없는데, 말을 잘 듣지 않는 아이들때문에 또 힘들어진다. 더군다나 늘 시간에 쫓기는지라 아이의 눈높이에 맞추기 보다는 엄마의 스케줄에 맞추어 그저 '바쁘다 바빠'를 연발하며 채근하고 살았다. 아이의 생각이나, 아이가 뭘 원하는지에 대한 배려는 전혀 없이 엄마의 독단으로 아이는 점점 반항을 하게되고, 엄마의 의도와는 점점 멀어진다.  그러면서도 엄마는 아이가 잘 커주길, 아니 잘 크겠지 하는 막연한 환상 같은걸 갖고 살았다. 이 책을 읽기 전까지는. 엄마의 독단이, 엄마의 잔소리가 얼마나 독이 되는지 지금에서야  조금은 깨달을 수 있었다.

신의진 교수는 소아정신과 의사 답게 논리적으로, 구체적인 예를 들어가면서 조목조목 이야기 한다. 문제는 99% 엄마에게 있다는 말이 가슴으로 와닿는다. "그래 맞아. 아이를 간섭하고 바꾸려고 하기 보다는 아이의 자율성을 존중해주고  귀를 기울여주면 되는데....

대화에 문제가 있는 부모들의 5가지 유형에 대해서도 이야기 한다. 첫째. 아이 수준에 맞춰 놀줄 모르는  아이 감정에 둔감한 부모. 둘째. 대부분의 엄마들이 후회를 하면서도 늘상 저지르는 잔소리를 참기 어려어하는 부모. 셋째. 폭력적인 부모로 말로 표현을 잘 못하는 부모. 넷째. 자신의 말을 어기는 것을 못 견뎌하는 부모. 다섯째. 자식에게 하소연을 일삼는 부모에 대하여 이야기 한다.  그 외에도 현명한 부모들이 꼭 알아야 할 대화의 기술 10가지, 연령별 대화의 기술에 대해서도 말한다.

전문가다운 해박한 지식과  적절한 예시, 엄마들이 궁금해 하는 아이의 다양한 심리에 대한 대응법은 아이를 키우는 엄마들에게 상당한 도움이 되겠다. 이 책을 옆에 두고 틈틈히 읽고 소화해서  아이를 키우는데 적용한다면 훌륭한 지침서가 될듯 하다.  흔한 육아서와는 차별화된 실제에서 추출해낸  구체적인 내용들이 가슴에와 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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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바람 2005-12-07 21: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렇네요. 좋으 ㄴ엄마도 되고 싶고 자유로운 여자도 되고 싶으니 이를 어쩌지요?

세실 2005-12-07 22: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러게 말입니다. 두마리 토끼를 쫓는 다는건 참 힘든 일이죠..
 
누가 뭐래도 우리는 민사고 특목고 간다
김형진.박교선 지음 / 글로세움 / 200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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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족사관고등학교. 재작년에 강원도 평창스키장을 가면서 스치듯 지나친적이 있다. 이때를 놓치지 않고 "보림아 저곳이 우리나라에서 제일(?) 좋은 고등학교란다. 보림이도 갈래?" 아무 생각 없는 보림이는 "예지(옆집 친구)도 가면 갈께" 한다. 그래 예지도 가고, 보림이도 가면 좋겠지.

어릴때 아이에게 좋은 분유인듯 해서 비싼 가격에도 불구하고 파스퇴르 분유를 고집했고, 한동안 우유도 파스퇴르 우유를 먹였었다. 그리고 최명재회장이 우리나라의 인재들을 모아 민족주의를 강조하고 글로벌 인재로 키운다는 말에 그 학교가 웬지 좋아보였다. 꾸준한 관심도 두었다. 물론 실력이 된다는 보장도 없지만, 실력이 된다고 해도 내 아이에게 억지로 민사고를 고집할 생각은 없다. 그저 무한한 가능성을 열어두는 것뿐.   

이 책은 다년간 교사로 있다가 관리자와의 한계에 부딪쳐 과감히 사표를 쓰고, 본인이 추구했던 교육관을 아낌없이 활용하고자 학원을 내고 민사고, 특목고를 목표로 하는 전문학원으로 사활을 건 원장과 부원장의 이야기이다.  자칫 학원홍보성 책에 치우치지는 않을까 내심 걱정했는데, 그런 홍보성보다는 누구나 마음만 먹으면 민사고나 특목고를 갈 수 있다는 자신감을 심어준다.  충북 제천에 있는 아이가 이 학원에 등록해서 방학때 숙식을 제공받으며 열심히 노력해서 민사고에 입학했다는 이야기는 그 아이나, 부모나, 숙식을 제공한 원장의 선택이나 그저 놀라울 뿐이다.

'영재를 만들려면 적어도 하루에 한번 이상의 격려와 칭찬이 필요하다'는 말을 한다. 당연한 말인데 실천하기는 왜 이리도 힘이 드는지. 칭찬보다는 꾸짖음, 잔소리가 마냥 흘러 나온다. 성공하지 못하는 사람의 공통점에 대해 이야기 한다. 그것은 '게으름. 게으름은 인간을 패배하게 하는 주범이다. 성공하려거든 먼저 게으름을 극복하라. 무의미한 컴퓨터를 2시간씩 하고 있을때 컴푸터를 문밖으로 던져 버릴수도 있어야 한다"니 그저 놀라울 뿐이다.

중요과목을 향상시키는 방법에 대해서도 다룬다. 모든 공부의 기본인 국어. 국어를 못하면 다른 과목도 잘할 수 없다는 말. 맞는다. 국어 실력을 향상시키는 방법으로 알찬 '독서와 글쓰기' 라니 열심히 쓰게 해야 겠다. "많이 읽고 많이 쓰자,  좋은 글을 반복해서 읽자, 모든 글쓰기는 나 자신에서 시작된다(불분명한 논제보다는 내 주변에서 일어나는 일을 곁들여 쓴다), 정직하게 쓴다, 한번 쓴 글은 반복해서 읽으며 다듬는다, 전문가의 도움을 받는다" 결론은 독서다.

영어. 초등 5, 6학년때 토플을 다루어야 한단다. 너무 어렵지는 않을까? "쓰기는 일상적인 일기, 편지, 책을 읽은 후의 간단한 감상문을 쓰는데 자신감을 갖춰야 한다. 중학교 3학년 교과서 본문을 무리없이 읽고 소화하자" 중학교 1학년때 로얼드 달이나 해리포터 등의 원서를 읽으란다. 듣기는 무식하게, 정직하게. 하루 적어도 30분씩은 CNN 시청할것.

수학. 오답노트가 꼭 필요하다. 이건 수학의 기본이란다. 문제는 푸는 것이 아니라 생각하는 것. 어려운 문제를 많이 풀어보는 것이 중요. 올림피아드 대회, 수학경시대회 나가는 것을 기본으로 생각한다.

과학. 실생활에서 과학을 찾는 연습을 하자. 영화 '아마겟돈'을 보면서 행성과 지구의 충돌은 실험적으로 가능한 것일까? 하는 것. '월간 뉴튼' '과학동아' '어린이과학동아' '과학소년' 같은 잡지를 보는 것도 한 방법.

마지막으로 민사고와 특목고에 입학한 학생들의 수기가 소개된다.  대부분이 외국에 한, 두번씩 다녀왔거나, 살다가 온 아이들이 주이다.  그리고 엄마의 강요가 아닌 본인의 의지와 목표가 뚜렷하고, 공부에 욕심이 있어야 한다는 것. 죽기 살기로 노력해야 한다는 것...... 과연 내 딸이 할수 있을까?

민사고... 민족성을 중요시하여 한복을 입고 수업을 한다면서 글로벌한 인간으로 키우기 위해 영어로만 이야기한다는 사실이 어불성설 일수도 있겠지만, 아이들이 공부하는 기계로 전락한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높지만, 어차피 우리 주변에 널려있는 일반계 고등학교에 가서 밤10시까지 학교에서 보충수업 또는 자율학습 하고 그 시간에 다시 학원으로 향해 밤1시에 집에 들어오는 현실에서 차라리 수준이 비슷한 소수의 인원들이 모여서 심도있는 연구와, 토론 수업을 하며, 최고의 선생님께 배운다면 이보다 더 좋을수는 없지 않을까 싶다. 누가 뭐래도 부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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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바람 2005-12-04 19: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부럽죠. 이제 다닐 기회는 없을 테고 앞으로 아이들이 다녀야 하겠지만 너무 비싸는 이야길 들어서

hnine 2005-12-04 20: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세실님, 저도 박원희 모녀가 쓴 책을 읽고서 민사고에 관심이 많이 가더군요.
이 책도 읽어보고 싶은데, 제가 근래 책을 엄청 사놓아서 말이지요 ^ ^

세실 2005-12-04 20: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늘바람님 호호호~ 그 당시 있었다고 해도 제 실력으로는 도저히 못 들어갔을 꺼예요~ 그땐 차라리 없는 편이 나았네요.
글쎄 어차피 일반고등학교 다녀도 등록금에 학원비에 생각하면 그게 그거란 소리도 들었어요.....아무래도 사립이니 부담은 되겠죠? 지금부터 열심히 돈을 벌어서~~~
hnine님 호호호 아직 아이가 어리니 천천히 읽으셔도 될듯~ 엄마가 읽고 아이에게 방향을 제시해 주는것도 좋다고 생각합니다. 적어도 민사고를 몰라서 못가는 불상사는 없어야 겠죠? 제 책이면 드리면 좋겠는데 도서관책이라 오늘 반납했어요. ㅠㅠ

보물창고 2005-12-05 17: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직 3돌도 안된 우리 성현이.. 콩각지 벗겨질 때가 되어 가는군요..
사랑으로 칭찬으로 키우고 싶지만.. 이런 이야기 들으면 솔깃.. 하는거 보니 저도 어쩧수 없나 보다.. 싶어요..
친구같은 엄마로.. 항상 관심을 가져주며 키우고 싶은데..
가끔 지치기도 해요..
아직 이르지만 이런 책도 한번 미리 읽어 보고 싶네요... 10년 후엔 또 어떤 현실이 있을까나...

세실 2005-12-05 23: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깡지님. 꿈은 크게 높게 가져라~~~ 그런 말도 있잖아요.
벌써부터 비관적으로 생각하고 싶지는 않아요. 가능성을 충분히 열어놓고 여러가지를 시도해 보는 거죠뭐~~~ 호호호~
가끔 이런 책을 읽으면서 저를 일깨우는 것도 좋습니다~~~

hnine 2005-12-13 05: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얼마전에 초등학교 4학년인 친구 아들의 영어 학원 교재와 영어 작문 해놓은 것을 보고 놀라움을 금치 못했답니다. phrenology, impede...이런 수준의 단어들도 있더군요 교재에. 필요 이상으로 교재를 어려운 것으로 정해서 학원 수준을 높아보이게 하려는 것인가 하다가, 아이의 영작 실력을 보고 입이 다물어지지 않았는데, 어떻냐는 친구의 믈음에 저도 모르게 그만, "너도 갑자기 쓰라면 이 정도 못 쓸것 같아" 했답니다.

세실 2005-12-13 13: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 제가 모르는 단어입니다. 요즘..초등학교 3~4학년 수준이 저 중학교 3학년 수준입니다. 보림이도 윤**하면서 진도 빨리 나간다고 난리인데 에궁..뭐가 중요한건지 모르겠습니다. 이렇게까지 해야하나 하는 생각도 들고....
 
오늘도 행복합니다 - '지선아 사랑해' 두번째 이야기
이지선 지음 / 이레 / 200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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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년전 이맘때 횡단보도에 서 있다가 초록신호로 바뀌어 한걸음 내딛는 순간 달려오는 차에 치여 정신을 잃었다.  깨어보니 병원. 하필이면 다른곳은 멀쩡하고 얼굴만 엉망이 되었다. 눈밑에 뼈가 내려앉고, 입주위가 퉁퉁 부어  엉망이 되고, 이곳저곳 찰과상 입은곳 투성이에  이빨도 여러개 나갔다.  사고후 면회사절을 원할정도로 힘들었었다.  수술을 받고,  한달여 치료를 받으면서 '그만하길 다행'이라는 위안을 삼으며 그렇게 상처는 아물어 갔다.  다행히 지금은 얼굴에 사고 흔적이 보이지 않는다.....

'김지선양.  대학원 준비중인 E여대 4학년생. 독실한 기독교 신자. 오빠와 도서관에서 공부하고 집으로 향하다가 음주운전 차에 부딪쳐 전신에 심한 화상 입음. 얼굴이 특히 심함.  사고후 5년 경과하는동안 15번의  재 수술받음. 현재 보스톤대유학중'

내가 만약 김지선양이라면 어떤 행동을 했을까? 기필코 집밖으로 나가려고 하지 않았을 것이다. 모든 것을 포기한채 죽기만을 기다리는 암울한 날들이었을 것이다. 어떤 힘이 지선양을 강하게 했을까?, 불가능은 없다라고 했을까? 어릴적부터 몸에 밴 하느님에 대한 믿음이었으리라. 하느님에게 의지하고, 하느님에게 나를 온전히 맡긴 지선양.

또 한가지는 가족의 힘이었다. 늘 든든한 힘이 되어주는 거북이 아빠, 그림자처럼 옆에서 지켜주고, 힘을 실어주는 언니라고 부를만큼 젊고 이쁜 엄마,  친구같고 애인같은 오빠. 이렇게 든든한 후원자인 가족들이 있기에 그 힘든 고통속에서도 밝은 모습을 잃지 않았다.

우리는 살면서 크고 작은 어려움들을 만나게 되고, 또 그 어려움들은 인생에 고단함을 주는 것 이상의 '의미'가 있습니다. "형통한 날에는 기뻐하고 곤고한 날에는 생각하라 하나님이 이 두가지를 병행하게 하사 사람으로 그 장래 일을 능히 헤아려 알지 못하게 하셨느니라"(전도서 7장 14절)라는 말씀처럼, 전혀 기대하지 않고 꿈도 꾸지 않았던 일들을 만나게 하십니다. 너무나 순탄해서, 그래서 어쩌면 뻔하고 지루하게 흘러갈지 모르는 인생에서 그것이 좋은 일이든 그렇지 않은 일이든... 그것도 각기 특수한 상황에서 아주 특별한 일들을 겪게 하십니다. 정말 1분 1초 후의 일조차 알 수 없게 되지요. 하나님 그 한 분 이외에는 그 누구에게도 기댈 수 없음을, 나는 그분의 형상을 따라 지어진 피조물임을 깨닫게 하십니다. 그리고 그 곤고한 날에 생각하게 하시며, 하나님은 우리 눈에 보이지 않는 것들에 대해 눈뜨게 하십니다. 정말로 중요하고 영원한 것이 무엇인지 깨닫게 하시고, 더 크고 아름다운 것들에 대해 생각하게 하시고, 작지만 정말로 귀한 것들을 소중히 여길 수 있는 마음을 주십니다.

그녀가  보스톤에서의 힘든 유학생활을 무사히 마치고, 우리나라로 돌아와 장애인 재활치료에 큰 힘이 되었으면 한다.  핼렌캘러보다는 분명 운이 좋은 사람이지만 우리에게 핼렌켈러 같은 사람으로 기억되었으면 좋겠다.

이 책은 남보다 가진것이 없다고 힘들어 할때, 내 아이가 공부 못해서 속상할때,  나처럼 무늬만 신자인  종교인에게  가야할 길을 안내해준다. 현재 내가 누리고 있는 삶이 얼마나 소중한 행복인지를 깨닫게 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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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nine 2005-12-02 17: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세실님, 그런 일이 있으셨군요. 정말 다행...
이지선 양, 지금은 미국땅에 있군요 꿈을 이루기 위해.
정말 저같은 툴툴이로 하여금 말을 잃게 만드는 사람들이지요.

세실 2005-12-03 09: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참 힘든 시간도 있었지만 지금은 괜찮아요. 사실 이가 임플란트한거라 딱딱한 음식 씹을때 불안해요. ㅠㅠ
맞아요. 지선양은 그저 감내하고, 받아들이네요...그래서 더 좋은 결과가 나오고....
 
엄마가 사라졌다 나를 찾아가는 징검다리 소설 13
수 코벳 지음, 고정아 옮김 / 생각과느낌 / 200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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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근해서 집에 도착하자 마자 옷도 갈아 입기전에 쌀 씻어서 밥 부터 해야 하고, 아침에 먹은 그대로인 설겆이 해야 하고, 내일 아이들 입힐 옷이 없어서 세탁기 급하게 돌려야 할때 그때 떠오르는 하나. "벗어 나고 파"  그러면 상상이 꼬리를 물고 이어진다. "그냥 조용히 여행을 떠날까? 그러면 아이들은?(늘 먼저 떠오른다) 어머니가 잘 챙기시겠지. 그래도 보림, 규환이는 엄마 없으면 슬퍼할텐데..... 여행은 어디로 가지? 그냥 수녀원에 가서 1주일만 쉬었다 올까? 도서관에는 뭐라 그러지? 결국 상상만으로 끝난다.

주인공 버나넷. 아이셋의 엄마, 재택근무중, 막내가 놀아달라고 칭얼댐. 신랑은 휴일에도 출근함. 당장 원고 마감해야 함. 결국 집을 나선다. 용기있는 선택에 박수를 짝짝짝!  예전에 살던 친정으로 돌아가서 조용히 글을 쓰려고 음료수를 따서 마시는 찰나. 돌개바람이 불면서 한바탕 휘오리가 일어난다. 깨어나보니 주인공은 12살 소녀로 되돌아가 있었다. 달랑 엄마랑 소녀만 과거로 돌아간것이다.

외적으로는 아무도 살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집에 엄마랑 단둘이 살게 된 버나넷. 그 집에서는 컴퓨터도 안되고, 전기도 사용할 수 없는 30년전 과거로 돌아가 있는 것이다. 그 집만....... 30년전의 촌스러운 옷을 입고, 학교에 가게된 버나넷. 아들 패트릭과 같은 학년이다.

만약 내가 버나넷이라면 어떨까? 12살 아들과 같이 수업을 받아으면서도 정작 누구인지 말 할수도 없고, 내 아이들은 엄마를 찾는 전단지를 부쳐놓고 엄마를 애타게 찾는다면.... 엄마와 사는 삶에 만족하면서 하루하루를 아무렇지도 않게 보낼까? 아니면 아이들에게 가기위해 버나넷같은 노력을 할까? 당연히 후자일것이다. 하루라도 빨리 아이들에게 엄마의 존재를 알리기 위해 노력하고,  그 상황을 벗어나려고 부단히 애 쓸것 같다. 엄마는 서운하려나?

내리사랑이라는 말도 있고, 낯선곳에 혼자 뚝 떨어진 외로움도 느낄것 같고,  서로 다른 두명이 내 안에 공존한다는 것도 못 견디겠지..... 점점 잊혀져 가는 나에 대한 주변사람들에게도 화가 날것 같다.

이 책은 어찌보면 추리소설 같기도 하고, 환타지 소설 같기도 하고,  아이와 엄마의 입장을 생각하게 해주는 교육적인 내용을 갖고 있는 휴먼북 같기도 하다.  엄마의 소중함을 알게 해주고,  엄마의 부재속에서 엄마를 찾으려고 노력하는 패트릭과 가족들의 슬픈 표정도 안타깝다.  '돼지책' 도 떠오르지만 이 책은 더 심각하다. 엄마가 집으로 오는 시간이 오래 걸린다. 그런데 왜 아들과 엄마만 고생을 해야 하는거지?  청소년기에 읽어보면 엄마를 이해하는데 상당히 좋을듯~

결론은 엄마는 위대하다.  그리고 집 떠나봐야 별거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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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바람 2005-12-01 21: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 결론 재미있습니다. 음 제가 엄마가 아니라 얼마나 이해하며 볼지는 모르겠어요. 하지만 무척 궁금한 책이긴 하네요

세실 2005-12-02 11: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실 1박2일 정도는 가출을 한적이 있는데 거 떠나봐야 고생만 되고, 애들 걱정이 앞서서 영 아니더라구요~~~ 호호호~ 재밌어요~

hnine 2005-12-13 05: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1박2일 가출 얘기 해주세요~~ ㅋㅋ

세실 2005-12-13 13: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앗..hnine님. 흑..아픈 과거예요~~~
신랑이 저한테 상의도 안하구 큰일을 저질러서...그저 집을 나갔어요.
시어머니의 간곡한 말씀..."돌아와라...에미야..." 그래서 그만 돌아왔지요..
 
지도 밖으로 행군하라
한비야 지음 / 푸른숲 / 200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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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비야씨 처럼 삶을 내 맘대로 리드하며 살수 있다면 얼마나 행복할까?  내가 진정으로 하고 싶어하는 일이, 내가 어느 시점에는 이 일을 하며 살꺼야 했는데 딱 그 시점이 맞아 떨어졌을때 그래서 꿈인지 생시인지 헷깔리는 그 때가 오면 얼마나 행복할까?  내가 지금 원하는 것은 대학원 진학이고 독서교육을 전공하고 싶지만 그때가 언제일지는 장담할 수 없다. 당장이라도 등록하면 되지만 현실적으로 산재해있는 일들 앞에 곧 무너지고 만다.

그녀가 궁금해서 11시가 넘은 밤에 TV를 켜고 지켜보았다. 화살처럼 빠른 그녀의 말의 속도와 그러면서도 한치의 실수도 없는 당당함에 곧 빠져 들었다.  마음속에, 삶속에 얼마나 많은 경험과, 노하우,  우리에게 하고 싶은 말들이 남아있을까? 살짝 건드리기만 해도 우리에게 들려줄 생생한 말들이 쏟아져 나올것 같다.

가끔 이런 생각을 했다. "아니 우리나라에도 결식아동들이 많고, 당장 내일의 끼니 걱정을 해야 하는 소년, 소녀 가장들이 많은데 왜 남의 나라 아이들을 걱정해야 해? 위선 아냐? " 저자는 이런 말을 한다. "6.25 전쟁을 겪으면서 이렇게 급성장 하게 된것도 다른 나라의 구호 덕분이라고, 우리는 1990년대까지 구호대상국가였다고....." 생각해보니 초등학교때 나눠 주던 노을빵, 우유도 그런 의미였던것 같다.

잘 나가던 홍보회사를 그만두고 3년여에 걸쳐 세계의 오지 구석구석을 누비던 그녀. 주말이면 아버지가 산으로 데리고 다니던 어린 시절이 지금의 기초체력을 길러주는 계기가 되었다고 한다. 그녀는 부모님이 물려준 이목구비 예쁜 얼굴이 아니라 밝고 환해서, 당당해서, 쉽게 포기하지 않아서, 매사에 최선의 최선의 최선을 다해서 사랑스럽고 예뻐보이는 얼굴로 살고 싶단다.

세계일주 첫번째 여행지인 네팔에서 만난 안내겸 포터의 도움에 네팔인만 만나도, 네팔이라는 나라이름만 들어도 가슴이 뭉클하다는 따뜻한 마음의 소유자,  구호팀들과 한가족처럼 지내는 끈끈한 가족애,  북한은 늘 우리에게 바라기만 하고,  노력도 하지 않는다는 그릇된 편견을 씨감자를 통해서 조용히 알려주는 저자의 노력, 만원이면 한달 먹을 식량을 살 수 있고, 십만원이면 평생 굶지 않고 살수 있는 배를 한척 살수 있는 돈. 우리에게 만원, 십만원은 있어도 살고, 없어도 살수 있는 돈인데......

이 책을 읽고 월드비전에 월 만원의 회원으로 가입하고, 아직도 기아에 허덕이는 아프가니스탄, 팔레스타인아이들의 선한 눈망울을 잊지 않고 살아가는 마음을 간직하고 살면 조금은 이기적임에서 벗어나게 되는걸까? 인도에 테레사수녀가 있고,  미국에 오드리헵번이 있다면 한국엔 한비야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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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랑녀 2005-11-27 10: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지로 보낼 때 됐는데, 잊어버렸다. 낼 보내야지...^^ 일깨워줘서 고마워요.

세실 2005-11-27 10: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자동이체 신청했습니다~ 헤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