똥 먹는 아빠 산하어린이 101
김영환 지음 / 산하 / 199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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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가 낯익다. 프로필을 보니 가끔 뉴스에 나오는 인상 좋은 '김영환' 국회의원이다. 국회일만으로도 바쁠텐데 이런 동시집도 내고 참 열정적인 분이다.  동시집에는 아이들의 이야기와 작가의  어린시절 추억도 이야기 한다.  서정적인 동시여서 아이들과 함께 하는 일상이 고스란히 담겨져 있다.  

일정한 틀에 얽매이지 않고, 아이들에 대한 생각이나, 과거의 회상을 마치 현재 이루어지는 일처럼  아이의 마음으로 때로는 미소 짓게,  때로는 마음이 짠한 글을 잔잔히 썼다. 마치 아이가 직접 쓴것처럼. 아이가 쓴 글에는 이름이 있으니 그 외의 것은 작가가 썼다고 생각하면서도 가끔 착각이 든다.

제목도 참 재미있다. 어떤 내용을 썼길래 이런 제목이 나올까? 그 대목부터 펼쳐보니 내용은 더욱 재미있다.

똥 먹는 아빠

"아빠는 너희를 사랑한다."
"아유 귀여워라." 하며 볼을 부빈다.
"아빠는 말이야 너희들을 눈에 넣어도
하나도 아프지 않구,
너희들 똥도 하나도 더럽지 않다구."
술을 한잔해서 얼굴이 불그스레한 아빠가
달겨들어 말한다.
"에계 더러워라. 퉤! 똥이 더럽지 않다니."

어젯밤 텔레비전을 보니
붉은 머리 뱁새 아기새가 똥을 싸자마자
어미새가 얼른 먹어 치운다.
냄새가 나면 천적인 다른 새가
채 갈까 봐 그런다나

아마도 우리를 누가 잡아 가려고 한다면
아빠도 우리 똥을 먹고 말 거야.
암 먹고 말 거야.

 

동화책과 내 동생

까막눈 하늬가 
엄마 품에 안겨서
중얼중얼 흥얼흥얼
동화책을 읽고 있다.

오빠 언니가 책 읽는 소리를 들으면서
누구에게도 지지 않겠다는 듯
목청을 돋운다.
가만히 보니
책을 거꾸로 들고 있다.

가만히 듣다 보니
난생 처음 들어 보는 재미 있는 동화가
하늬 입에서 거미줄처럼 줄줄 새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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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은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난 책읽기가 좋아
윌리엄 재스퍼슨 글, 척 에카르트 그림, 이은주 옮김 / 비룡소 / 200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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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 아이 방학과제물을 점검하다가 프린트를 이제야 보게 되었다. 3학년 권장도서를 30권정도 정해주고, 읽은 날짜와, 느낌을 한줄로 적으라는 것. 목록을 보니 보림이가 읽은건 달랑 10권정도. 어쩜 이렇게 책도 다양한지. 많이 사주고, 빌려다 주고 한다지만 참 무궁무진하다.

예전에 한번 읽었던 기억을 더듬어가면서 읽었다. 농부가 농사를 짓다가 버려두고 떠난 들판에 싹이 날아와서 나무가 크고,  또 다른 싹이 날아와 나무가 되지만 힘센 나무에 밀려 도태되어 죽고, 힘센 나무는 사라나지만 또다른 나무에 의해서 죽게 되고, 결국 생존력이 강한 나무만 사라남아 굳건히 자리를 지킨다. 물론 그렇게 싹이 돋아나 나무가 되고 숲이 되기 까지는 100년의 세월이 흐른다. 나무의 순서와 종류만으로도 숲이 몇년 된것인가를 알수 있다니 그저 신기할뿐. 그 나무에 맞는 동물도 사라남기를 한다니 세상에 존재한다는 사실 만으로도 가치를 부여해야 겠다.

이 책을 읽기 전에는 막연히 숲이 있었겠지 하는 생각을 했지만, 책을 읽으면서 온갖 재해를 막아주는 숲의 소중함, 자연의 생태계, 식물에 대한 관심도 생겼다.  몇번만 읽으면 아이들 사이에서 나무박사도 가능할듯.  흑백으로 보여주는 사진의 세밀함과 웅장함도 숲에 대한 경각심을 불러준다.

초등학교 저학년들에게 자연의 소중함을 알게 해주고, 식물에 대한 기초지식을 알려줄 수 있는 고마운 책이다.  숲이 만들어지기 까지는 100년의 세월이 흘러야 한다니, 아름다운 숲을 훼손시키지 않기 위해서는 나무를 보호하고, 나무로 만들어지는 것들을 소중히 다뤄야 겠다.

독후활동으로 나무로 만들어지는 것들에 대해 알아보고, 아끼고 재활용하는 방법에 대해서도 함께 이야기 나누면 좋겠다. 재활용을 직접 만들어보면 금상첨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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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모 비룡소 걸작선 13
미하엘 엔데 지음, 한미희 옮김 / 비룡소 / 199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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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이름은 김삼순' 드라마에서 삼순이가 남자친구의 조카에게 읽어준 '모모'를 처음 접하고, 바로 읽어야지 하고는 이제야 읽게 되었다. '모모'는 쉽게 읽히는 책이지만 다루고 있는 주제는 결코 쉽지 않은 철학적인 내용을 담고 있다.

'모모'는 원형극장의 구석에서 혼자 사는 여자아이. 모모에게는 사람을 끄는 매력이 있어서 어른, 아이 할거없이 모든 사람들이 좋아한다.  이번 설날에 아버님이 리더가 되기위해서는 '남의 이야기를 들어주면 된다'는 말과 일맥상통하게 모모는 자신의 이야기를 하기 보다는 그저 들어주는 것을 즐긴다. 싸우다가 모모에게 잘중재를 부탁하러 온 사람들은 상황을 이야기 하다보면 서로 부끄러워져서 화해를 하게 되고, 모모 앞에만 서면 말을 잘 하지 못하는 사람도 말을 잘하게 된다. 

그렇게 평화스러운 마을에 시간을 저축하라는 회색신사들이 오면서 조용하던 사람들은 서로 싸움을 하게 되고,  시간에 쫓겨 웃음을 잃어 갔으며 더이상 모모를 찾지 않게 된다.  다행히 호라박사와 카시오페이아 거북의 도움으로 예전의 평화로운 마을로 돌아간다.

회색신사들의 의미는 무엇일까? 무의미한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사람, 게으른 사람에게 무언의 경종을 올리는건 아닐까? 하루를 무의미하게 산 사람은 일주일을 무의미하게 살게 되고, 한달, 1년을 무의미하게 살게될것이다. 그러다 보면 나이가 들어 젊은 날을 후회하게 된다는 의미일듯.  아니면 늘 시간에 쫓겨 왜 바쁜지 이유도 모른채 바쁘게 살아가는 사람들은 회색신사들에게 벌써 시간을 저당 잡힌건 아닐런지. 

이 책은 주인공 모모를 통해서 남의 이야기에 진심으로 귀 기울여주고, 시간을 소중히 다루라는 메시지를 전해준다. 설날 연휴 없는 시간을 쪼개서 읽게 되었는데,  값진 선물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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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보다 작은 형 푸른숲 작은 나무 5
임정진 지음, 이웅기 그림 / 푸른숲주니어 / 200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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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내미가 도서관에서 고른 책. 한동안 만화책에 몰두하더니 엄마의 깊은 뜻을 알게 된건지 스스로 책을 고르게 해도 이런 류의 따뜻한 동화책을 고른다.  집에오자마자 꼼짝도 하지 않고 다 읽더니 "엄마 저 독후감 쓸래요" 한다.  읽으면서 이런저런 생각이 들었나 보다.

 대부분의 장애아 관련 책은 고정욱 선생님의 책으로 접했는데,  처음에 나오는 <나보다 작은 형>도 장애아와 관련된 책이다. 주인공 민기의 형은 몸이 아파서 학교에도 다니지 못하고, 입원도 자주 하는지라 키가 작다.  그런 형을 안쓰러워하면서도 놀릴까봐 친구들을 집에 데리고 오기를 꺼려하는 민기.  예민한 나이 일때는 그럴수도 있겠지. 형이 싫어서라기 보다는 친구가 놀리고 나면 더 속상한 생각이 들기 때문이리라. 마지막 말이 참 마음을 아프게 한다. "나는 점점 커 가는데, 나보다 작은 형은 내 마음 속에서 커 간다"

두번째 이야기 <빙빙 돌아라, 별 풍차>는 아이들의 성격교정에 도움이 되는 책이다.  용감해 지고 싶은 아이에게는 페가수스 별을 선물해 주는 할아버지, 예뻐지고 싶어하는 아이에게는 금성, 비너스 별을 선물로 준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모습에 할아버지도 덩달아 좋아하게 되고, 아이는  떠나는 날 할아버지에게 선물한 탐험가 마젤란성운을 선물로 드렸다.  

 세번째 이야기는   아빠는 중국사람, 엄마는 한국사람인 왕만두랑 친구하기 <새 친구 왕만두> , 잃어버린 양말 한짝이 다른 사람에게는 소중한 선물이 되는 <땡땡이, 줄줄이, 쌕쌕이> 등  이 책은 읽은 아이들의 마음이 따뜻해 지는 참 아름다운 내용이다. 배려가 무엇인지 알게 해주는 소중한 동화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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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06-01-23 13: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오랜만에 도서관에 들렸는데... 큰아이는 아직 유아열람실에서 책을 고르더군요.

세실 2006-01-23 13: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뭐 이제 1학년 들어가는 걸요~~ 1, 2학년때까지는 그림책 많이 많이 보면 좋겠어요. <이상 만화책만 죽어라 읽는 우리 아들 생각에 목이 메이는 세실이었습니다~>
 
언니의 폐경 - 2005 제5회 황순원 문학상 수상작품집
김훈 외 지음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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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니. 어릴적엔 언니랑 많이도 싸웠다. 방학중에 놀러간 시골 친척집에서 둘 밖에 없을때 머리카락을 붙잡고  마치 소 싸움하듯 그렇게 싸운적도 있었다. 내가 대학다닐때 언니는 직장인이 되어 용돈도 타쓰고, 예쁜 옷도 얻어 입었다. 언니가 결혼을 하고 난뒤 2년정도 언니네 집에서 직장생활을 한적도 있었다. 그렇게 언니는 때로는 친구처럼, 때로는 엄마처럼 나를 돌봐주고 함께 성장해갔다.

이 책은 화자인 나와 폐경을 심하게 앓고 있는 언니 이렇게 두 자매의 이야기이다. <나>는 시어머니의 초상을 치르고, 딸아이 연주를 미국으로 떠나보낸뒤 다른 여자가 있는 남편에게서 '이혼하자' 하는 말을 여느 일상의 말투처럼 듣고, 이혼을 위한 별거에 들어갔다. 딸아이와 시댁에는 비밀로 접어둔채. 

<언니>는 신랑을 비행기 사고로 떠나 보내고, 퇴직금, 사망위로금, 보험금등 해서 20억정도를 손에 쥐었으나 조카의 허영과 재물에 대한 욕심으로 거의 뻬앗기고 <내>가 집을 살때 조금 보태주고, 세간살이 장만할때 보태주는 정도를 해 주었다. 혼자가 된 두 자매는 하루중 일부분의 시간을 함께 쇼핑하고, 식사하고, 동생네 집에서 보낸다. 물론 남편 직장 직원과 관계를 맺게된 <나>는 가끔 핑계를 대며 언니를 따돌리기도 한다.   

김훈작가의 팬인지라 이 책을 보자마자  집어들긴 했지만 내심 궁금했었다. 남성적인 작가의 필체가 어떻게 여성의 섬세한 부분을 묘사했을까? 더군다나 여성의 민감한 부분은 또 어떻게 다루었을까? 역시 <칼의 노래>에서도 느꼈지만, 김포에서 한강하구를 바라보며 느끼는 <언니>의 섬세한 시선, 생리혈로 몸둘바를 몰라하는 언니를 위해 뒤치닥거리를 하는 <동생>은 부드러움으로 나타냈다. 군더더기 없이 절제된 고급스러움은 작가의 카리스마와 어우러져 읽는 맛을 더해주었다. 

인생을 관조하는 50대 두자매는 두 명이면서 마치 거울을 보는 듯한 나를 느끼게 되고 때로는 슬픔이 때로는 위안이 되었다. 50페이지의 단편소설이지만 웬지 쓸쓸할것 같은 50대를 생각하게 되고, 함께 하거나 혹은 다른 길을 갈수도 있을지 모르는  남편에 대해, 떠나 보낼 자식에 대해,  부모님을 포함한 가족이라는 테두리에 대해,  자매의 소중함에 대해서도 많은 이야기를 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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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nine 2006-01-20 16: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이런 스토리에 무조건 흥미가 생겨요. 그런데 남자 작가가 어떻게 이런 심리를 잘 그려낼수 있을지 궁금해지네요. 잠시후 계속해주세요^ ^

초록콩 2006-01-20 17: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세실님...흥미진진^^잠시후면 얼마나 기다려야 하나요?

세실 2006-01-20 17: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hnine님 에고 그러게 재미있게 읽기는 했는데 잘 써지지가 않네요.
연두빛나무님. 에고....맥이 끊겨서 그런지 엉망이 되었습니다. ㅠㅠ

하늘바람 2006-01-20 18: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지난 번 이 책 읽을까 말까 고민했는데 참 바보 갗은 고민을 했네요

세실 2006-01-21 00: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늘바람님 전 <언니의 폐경>만 읽었어요. 나머지는 보장 못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