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 개의 공감 - 김형경 심리 치유 에세이
김형경 지음 / 한겨레출판 / 200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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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서문을 읽기 전까지 참 독특한 책이란 생각을 했다. 유명한 소설가가 평범한 에세이도 아닌 심리 치료 에세이라니 더군다나 묻고 답하기 형식으로 책 한권을 썼다니 신기했다.  베스트셀러라는 호기심으로 읽으면서 한겨레 상담코너에 실렸던 글을 모았다는 것과 소설과 심리학과의 연관성으로 정신분석학과 심리학 관련 책을 400여권 가량 읽었다는 작가의 탐서주의에 존경심마저 들었다.

첫 장 '자기 알기'를 읽으면서는 내 안의 세계에 대해, 유년시절에 대해 생각해 보았다. 유아기의 이미지 즉 생활, 가족간의 애착 정도가 현재와 미래의 이미지에도 영향을 끼친다는 사실이 아이를 키우는 부모로서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한다. 유년기의 부모가  긍정적인 면, 존중하는 태도를 보이면 건강한 자아를 가진 아이로 성장한다는 평범한 진리를 왜 망각하고 사는 걸까. 유년기의 박탈당한 애착, 자신감 결여가 사회에 적응하지 못하는 미성숙인으로 성장한다는 사실이 두렵기도 하다.

'가족관계' 는 부모와 자식의 관계, 부부관계, 형제 자매관계에 대해 이야기 한다. 엄마는 아기의 정신을 탄생시키는 연금술사요 가장 중요한 부모는 좋은 친구라는 것,  형제자매가 서로 사랑하는 마음을 가지려면 엄마의 사랑을 충분히 받은 후에 가능하다는 말에 고개가 끄덕여 진다. 가정에서 엄마 역할만 강조되는 점이 부담스럽기는 하지만 우리나라 가정은 모계중심으로 돌아가니 현실로 받아들여야 할듯. 가족간의 배려와 사랑은 참으로 중요하다.

'성과사랑' 부분에서는  결혼전으로 거슬러 올라가면서 내 나이때는 그저 감추고, 묻어두는 것이 미덕이란 생각으로 깊이 생각하지 않았던 성이 근친상간, 성폭행, 이혼등의 사회적인 이슈가 되면서 남모를 아픔을 간직한 사람들이 의외로 많다는 사실에 놀라웠다. 묻어두고 감추기 보다는 상담을 하면서 치료하는 것이 참으로 중요하겠다.

'관계맺기'  '자기를 사랑한다는 것은 긍정적인 면 뿐만 아니고, 부정적인 면을 모두 사랑하라, 내가 나인것이 좋다' 는 자존감 갖기, 감사하는 마음을 이야기 한다. 유아기의 충분히 받은 사랑이 인간관계에도 좋은 영향을 끼친다는 심리학적인 측면이 누차 강조되어 진다.  

상처 입은 마음을 치료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정신과 의사가 아니라도 믿을만한 친구, 자매에게 털어놓으라는 말에 아줌마들의 수다와 연관지어 지면서 정신건강에 좋은 방법이란 생각을 해본다. 처음엔 가볍게 손에 쥐었던 책인데 읽으면 읽을수록 작가의 해박한 심리학 지식과 편안한 상담에, 주변에서 충분히 일어날 수 있는 상황들이기에 공감대가 형성되면서 내가 한동안 고민하고, 겪었던 일들도 상당부분 연관되어 있다는 사실에 흥분되기도 했다. 작가도 서문 마지막 문장은 이렇게 끝냈다. " 이 책의 모든 꼭지에는 다음과 같은 문장이 생략되어 있습니다. 저도 그렇습니다. 그래서 이렇게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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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07-03-30 15: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람풍경 보다는 이책이 나았고 도움되었던 거 같아요.
한번쯤은 읽을 만한 책입니다 :)

세실 2007-03-30 17: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람풍경도 읽으셨군요. 이 책 기대 이상으로 전문가적이네요. 아이들 키우는데 도움이 되겠어요. 물론 저도요^*^

비로그인 2007-03-30 22: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람풍경도 나쁘진 않았었는데. 누가 그랬던가요? 김형경 에세이를 읽으면 누구나 섣부른 심리학자가 된다고..

홍수맘 2007-03-31 08: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이들 키우는데 도움이 된다면 저도 꼭 봐야겠네요. 감사해요 ^ ^.

세실 2007-03-31 16: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Manci님. 김형경 심리에세이 처음 접했는데 맞아요. 심리학도 어느 정도 알게된 느낌~~ 한번 정도 더 읽어보면 주변 사람들에게 상담도 해줄수 있겠어요. 헤헤

홍수맘님. 유아기의 심리가 성인이 된 후 까지 지배한다고 하니 어릴때 육아가 굉장히 중요하죠. 잘 키워야 겠습니다. 한번 읽어보심 좋을듯~~
 
현명한 부모는 자신의 행복을 먼저 선택한다
신의진 지음 / 갤리온 / 200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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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의진씨를 직접 만난적은 없지만 왠지 나와 코드가 맞으리라는 생각이 든다. 그녀의 책을 접할 때마다 느끼는 긍정적인 사고와 끝맺음이 분명한 통쾌한 글이 읽는 즐거움을 준다.  "인생에 주어진 의무는 다른 아무것도 없다네. 그저 행복하라는 한 가지 의무뿐. 우리는 행복해지기 위해 세상에 왔지."라고 이야기 한 헤르만헤세의 말처럼 우리는 충분히 행복해질 권리가 있다.

그러나 나를 포함한 대부분의 엄마는 내 아이가 행복하다면 부모의 희생은 어느 정도 감수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저자가 아이의 행복을 위해서는 엄마가 먼저 행복해야 한다는 말에 공감대는 형성하지만 한편으로는 이기적인 생각이라고 일축해 버릴수도 있겠다. 이 책을 읽으면서 점점 '공존의 의미'와 '함께 행복해지기'가 결코 어렵지 않은 오히려 이상적인 방법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힘들때 듣기 좋은 말로 '행복은 마음먹기에 달려있다'라는 표현을 하는데 저자는 그런 근시안적인 방법보다는 역동적인 의지를 강조한다. 적극적인 자세로 문제를 해결하면서 살아가는 '적응'으로 간다면 어떤 상황에서든지 행복을 찾을 수 있다고 하면서 자식을 키우면서 '희생' 한다고 생각하기 보다는 '헌신'의 기쁨을 가지라고 하는 말이 와 닿는다.

아이가 ADHD증후군이면 부모중 한쪽도 그런 성향이 있다는 것과 화가 나면 잠시 자리를 비우라는 '화를 잘 참지 못하는 부모의 유형'은 잘 해주다가도 갑자기 소리를 버럭 지르는 나의 성격과 닮아 있다. 작가의 상담 경험과 해박한 지식으로 풀어놓은  다양한 부모의 유형과 부모의 문제점은 상담 사례와 그에 따른 해결방법까지 제시하고 있어서 도움이 된다.  행복한 아이를 만드는 최고의 육아법은 완벽한 부모 보다는 80점 짜리 부모가 되라는 것, 아이를 자랑스러워하는 부모는 기적을 낳는다는 부분들이 와 닿는다. 

우울하거나 힘든 일이 있을때 그저 참고, 속으로 힘들어하기 보다는 누군가에게 털어놓으라는 말이 워낙 말하기를 좋아하는 나랑은 좀 어울리지 않는 이야기 이기는 하지만 맞는 말이다.  "내 인생의 주인은 나이고 나는 행복해 질 권리를 갖고 있다. 먼저 마음속 깊은 곳에 있는 상처를 활짝 드러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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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적오리 2007-03-10 00: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보관함으로 풍덩.
제가 어렴풋하게 느끼던 것을 정리한 책인것 같네요~

짱꿀라 2007-03-20 19: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근데 한국에 사시는 부모님 들 대부분은 자식을 먼저 생각하지 않나요. 자식의 인생이 부모의 인생이라는 말로 있는데...... 맞습니다. 부모의 인생의 있어야 자식도 훌륭한 인생을 사는 법이니까요. 리뷰 잘 읽고 갑니다.

세실 2007-03-22 09: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해적님. 그런가요? 엄마의 행복이 아이의 행복임은 틀림없습니다. 나의 행복이 곧 주변의 행복. 도움이 되실듯^*^

산타님. 그게 바로 맹점인듯 합니다. 부모가 자신의 일에 열정을 가지고 하는 모습 보여주면 아이들도 자연히 그렇게 될듯. 제 방식대로 밀고 나가려고 합니다. 물론 가끔은 갈등이 생기기도 한답니다^*^
 
호미 - 박완서 산문집
박완서 지음 / 열림원 / 2007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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벚꽃 흐드러지게 핀 4월에 박완서님 자택인 아치울에 다녀온적이 있다.  아치산이 정면으로 바라다 보이는 양지바른 곳에 아담한 황토담으로 이루어진 외벽과 소박한 잔디 정원,  온통 유리로 되어 있어 햇빛이 가득 들어오는 정갈한 거실과 책으로 둘러 쌓여있는 작은 서재. 참 아늑하게 느껴졌다. 갸냘픈 외모지만 단아한 박완서님의 모습과 아치울은 참으로 잘 어울렸다.

 '호미'는 4장의 챕터로 나뉘어 있다. 제목에서 느껴지듯 첫 장은 주로 아치울에서 꽃과 나무를 벗삼아 살아가는 주변이야기를 다루었다.  '꽃 출석부'라는 소제목을 붙인 글에서는 자택에서 하나 하나 설명해주시던 목련, 매화, 조팝나무, 제비꽃의 모습이 떠올랐다. 민들레등 자생식물까지 합해서 자라나는 식물이 100여종이라고 자랑하면서 계절에 따른 순서대로 피어나는 식물의 섭리를 이야기하는 대목에서는 작가의 순수함과 식물에 대한 사랑이 묻어난다.

2장에는 '그리운 침묵'이라는 부제목 답게 고향에 대한 그리움, 여행, 친구, 정치에 대한 작가의 생각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수필은 대부분 신변잡기에 지나지 않는데 박완서님의 글에는 작가의 품격있는 생각을 들을 수 있기에 그의 작품을 빼놓지 않고 읽으려고 노력한다.

'그가 나를 돌아보았네'라는 부제목의 3장은 다른 작품에서 조금씩 소개되었던 26년동안 모셨던 시어머니와 카톨릭 신자가 된 배경, 자녀 교육에 많은 관심을 기울인 어머니,  작가의 어린 생활, 6.25전쟁을 겪은 생활상이 묘사되어 있다.  마지막 장 '내가 문을 열어주마' 에서는 손녀, 어머니, 딸과의 관계속에서 자녀교육관을 이야기 하며, 박수근, 김상옥, 이문구 선생을 그리워하는 글에서는 아름다운 관계에 대해 잠시 생각하게 한다. 

한번의 만남으로도  작가의 새로운 작품이 나오거나 TV를 통해서 뵈면 가슴이 뛴다. 마치 오래전부터 알고 지내던 소중한 분이라는 생각을 하게 되면서....나이가 드심에도 어쩜 이리도 맛깔스럽고 담백한 글이 나올수 있을까.  머릿글에 '내 나이에 6자가 들어 있을 때까지만 해도 촌철살인의 언어를 꿈꿨지만 요즈음 들어 나도 모르게 어질고 따뜻하고 위안이 되는 글을 소망하게 되었다'고 하는 바램이 그대로 이루어졌다는 생각이 드는 참으로 따뜻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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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春) 2007-02-15 19: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리뷰 제목 보고 박완서님 책인 줄 딱 알았어요. 이 책 사려고 했는데 '신의 물방울' 사는 바람에 다음으로 미뤄놓았어요. 다음으로... ^^

세실 2007-02-16 09: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4월에 아치울에 가면 참 멋져요 ~ 그냥 소풍가셔도 좋을듯^*^ 기회되면 한번 읽어보세요~~

짱꿀라 2007-02-16 16: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잘 읽고 갑니다. 설 잘 보내시고요.

세실 2007-02-19 11: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님 감사합니다~~ 행복한 연휴 되고 계신거죠?
 
편견 - 세상을 바르게 보는 6가지 따뜻한 시선
고정욱 외 지음, 유기훈 그림 / 뜨인돌어린이 / 2007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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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정욱씨가 휠체어에 의지해야만 걸을수 있는 분이라는 것을 이 책을 보고 알게 되었다. 전에는 그저 다리가 약간 불편하신 분이라는 정도로만 알았다. 교수가 꿈이었지만 좌절을 겪으면서 포기해야만 했던 아픈 과거사를 들으면서 눈시울이 붉어졌다. 그래서 더욱 장애우에게 꿈과 희망을 주는 아름다운 동화를 쓰시는 구나 하는 생각을 해본다.

'세상을 바르게 보는 6가지 따뜻한 시선'이라는 부제목 답게 6편의 단편으로 장애우 혹은 남보다 어려운 환경에 있는 사람들의 따뜻한 이야기이다. 독립기념관으로 소풍가는 것이 제일 싫은 일본인 엄마를 둔 미진이의 '엄마와 오까상' 엄마의 아픔을 계기로 가족의 소중함도 알게 되고 동네사람들의 환영 플랭카드와 함께 진정한 한국인으로 거듭나게 된다. 이곳에도 농촌총각과의 결혼으로 우리나라로 오게된 필리핀 여성들이 보인다. 그 아이들에게 상처를 주는 일은 없어야 겠지.

일간지에서 수년전 우리나라로 넘어 온 김만철씨 가족이 조립식 가건물에서 비참하게 살고 있다는 기사를 읽었다. 한때 10억이상 벌었지만 사기를 당하고, 사업이 망하면서 하루 하루 근근히 살아가고 있는 모습이다. '새터민 석철이'도 탈북한 석철이가 우리나라 아이들과 생활하면서 무시당하고 왕따당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선생님의 중재로 친구를 보듬어 안게 되지만 그들이 정착하기 까지는 많은 고통과 어려움이 따르겠지.

엄마가 뇌성마비 장애우인 '엄마는 예언자'의 은별이. 엄마와 함께 시장이라도 가려면 '아주 특별한 여행'이라고 표현한다. 동네 아이들이 '흔들이'라고 놀리는 말에도 신경이 쓰이고, 아는 친구가 볼까봐 걱정 하기도 하는 사춘기 소녀이지만 '엄마가 얼마나 속상할까' 생각하는 착한 딸이다. 별나라를 지키는 임무를 수행하러 지구로 온 예언자가 엄마라고 상상하는 은별이의 마음이 안타깝기도 하고 아직도 놀림의 대상이 되는 장애우에 대한 편견에 마음 아프다.

학원성적이 1등을 했지만 그 보다는 얼짱 1등하는 것이 더 관심의 대상인 요즘 아이들의 풍속도와 이모의 성형수술에 관한 내용인 '난 아름답고 뚱뚱해!'  진정한 아름다움에 대해 이야기 하지만 과연 아이들도 수긍을 할까? 우직하게 한 우물만 판 장인들의 삶을 그린 '만수아저씨의 꿈'은 진정한 장인의 의미를 생각하게 한다.  부모님의 남존여비사상으로 인해 공부하고 싶어했지만 포기한 이루지 못한 꿈을 50년이 지난 할머니가 되어서야 초등학교를 졸업하게 된 '50년만의 졸업식' 은 코 끝이 찡해온다. 여성에 대한 편견에서 벗어나 균등한 기회를 주었다면 우리나라가 지금보다 훨씬 발전할 수 있었겠지.

국제결혼, 새터민, 장애우, 성형,  학력차, 여성차별 등 아픔을 갖고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잔잔하게 그리면서 남을 배려하는 삶에 대해 이야기 한다. 나와 같지 않다는 이유로 학대하거나 무관심으로 일관한다면 더욱 춥고 힘든 삶을 살게 되겠지. 세상은 나 혼자만이 가는 것이 아닌 모든 사람이 함께 더불어 살아가는 삶이라는 것을 이야기 하고 있다. 이 책은 따뜻한 마음, 따뜻한 손을 내밀 수 있는 용기있는 아이로 성장하는데 도움이 되어 줄 수 있는 훈훈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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짱꿀라 2007-02-06 01: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편견은 무조건 살아져야할 경계대상 1호입니다.

꽃임이네 2007-02-06 07: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세실님 세상에 살면서 꼭 없어져야하는 건 아마 편견이겠지요 ..
편견으로 아파하는 사람들이 많아서 저 부터라도 그러지 말자하며 반성하고 갑니다 .
잘 지내고 계시지요 ...행복하 오늘 되세요 .

세실 2007-02-06 17: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산타님 맞습니다 맞고요...근데 살아가면서 편견으로 인해 그 사람의 진심을 늦게 알게 될때가 있어요.

꽃임이네님. 잘 지내시지요? 아이들과 부지런히 여행 다니시는 모습 보기 좋아요. 그저 부러울뿐^*^ 저두 편견을 갖지 말자 다짐을 하지만 늘 후회하는 일이 생깁니다. 남은 하루도 행복하시길~~~
 
강산무진
김훈 지음 / 문학동네 / 200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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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소설에는 힘이 묻어난다. 강렬한 카리스마가 느껴지고, 읽는 내내 소설속 주인공들이 혹은 도시가 살아 움직이는 듯한 느낌으로 어느새 빠져드는 나를 발견한다. 그러면서도 여성으로서의 섬세함이 느껴지기도 한다. 기자라는 직업적 특성으로 인해 여러 사람들과의 만남이 그에게 작품의 다양성을 선사해 준 듯 하다.

대체적으로 단편소설을 모은 소설 한권은 옴니버스식으로 연관성을 가지고 구성되거나, 작가의 살아온 편력에 맞춘 유사성이 등장한다. 그러나 이 책 '강산무진'은 한편 한편이 전혀 연관없이 한 작가의 작품이 아닌듯한 착각이 들 정도로 주인공의 직업부터 무대, 배경까지 참으로 다양하다.

'배웅' 한때 잘나가던 하청업체를 운영하던 장수는 외환위기로 부도가 나 택시운전을 하게 되고 데리고 있던 여직원 윤애를 만나면서 과거의 회상과 현재의 짧은 만남을 이야기 한다. 마지막 문장 '아득한 시간'이라는 표현이 장수의 고단한 삶을 대변해 주는 듯하다. '화장'은 이상문학상수상작으로 전에 읽었던 내용인데 다시 읽어보니 새롭다.  아내의 임종과 주인공의 전립선염, 그 와중에도 이루어지는 회사 업무, 데리고 있던 여직원 '추은주'에게 품은 연정이 덤덤하게 펼쳐진다. 삶이 이리도 메마르다면 재미 없을듯. '항로표지'  등대생활의 고단함으로 교사로 이직한 김철과 잘나가던 회사 상무에서 회사가 청산되고 피신하듯 시골로 내려온 송곤수는 김철의 빈자리를 대신한다.  장대비가 쏟아지는 상황에서의 긴박감이 이곳까지 전해져 온다. 박사과정중이면서도 논문 한 줄 쓰지 않고 학교를 얼쩡거리는 지식인 잡배라고 표현한 '오문수'의 삶을 그리고 있는는 '뼈', 사고로 남편을 잃은 언니의 폐경을 지켜보는 이혼한 동생과의 대화가 마치 여성작가가 쓴 듯 섬세함을 더해주는 '언니의 폐경',  책의 제목이기도 한 '강산무진'은 잘 나가던 회사 임원이 암 진단을 받으면서, 회사에 사직서를 내고 집을 팔고 주변정리를 하는 과정들을 담백한 어조로 보여주고 있다. 죽음을 목전에 두면  과연 무엇을 하게 될까? 주인공처럼 하나 하나 정리를 하기 까지는 많은 시간이 흘러야 할 듯.

그의 작품에 공통점이 있다면 2~30대의 생기 발랄함 보다는 4~50대의 삶에 지친 모습들이 그려진다는 점이이다. 직장을 잃거나, 사고들 당하거나, 병을 얻거나, 이혼을 하는  무거움들. 그러나 특이한건 그의 소설에는 어둠의 그림자가 느껴지거나 칙칙한 느낌은 들지 않는다. '그래도 살아야 한다' 는 강한 삶의 의지, 새로운 삶의 의지도 보여준다. 전문적인 지식이 느껴지는 글들, 다양한 사람들의 삶의 모습은 소설 읽는 즐거움을 더해준다. 몇개월후 다시 집어들면 또 다른 새로움으로 다가올 듯 하다. 여유있을때 한 편 한 편 음미하며 읽어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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짱꿀라 2007-02-01 10: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강산무진 읽어보고 싶은 작품인데 세실님의 리뷰먼저 보게 되네요.

세실 2007-02-01 13: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호호호~ 통했군요. 읽는내내 흐뭇하고, 뿌듯한 그런 시간이었답니다.

치유 2007-02-24 04: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머나, 저도 이 책 다 읽고 덮으면서 나중에 다시 한번 읽어봐야겠단 생각이 들던데요..
삶은 늘 청춘만 있는 것은 아니지요??
그리고 늘 함께 일것 같던 사람도 늘 함께일수만은 없고..
언니의 폐경을 읽으며 그 셈세함에 놀라워하며 이래서 유명한 작가일 수 밖에 없구나..했더랍니다..^^&

세실 2007-02-26 10: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호호호 찌찌뽕~(통했을때 하는 은어)
요즘 딱 반 살았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이제부턴 제 주관대로, 진정으로 원하는 삶을 살아야 겠다는 생각 해봅니다...나이에 연연해 하지 않으려고 합니다.
마치 여성작가가 쓴듯하죠? 참 멋진 분입니다...김훈 작가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