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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 - 김열규 교수의 열정적 책 읽기
김열규 지음 / 비아북 / 2008년 9월
평점 :
'책님들이시여, 고맙습니다!' 올해 77세인 저자가 대학교수로, 책 읽기로 한평생 살아온 감사의 마음을 표현한 서문에 적은 인사다. 간단 명료한 제목처럼 평생 책과 함께 한 작가의 독서이력서인 이 책은 책을 진심으로 사랑한 애서가로서의 따뜻함이 곳곳에 묻어난다. 책을 접하게 된 첫 순간부터 책과 함께 한 소년, 청년, 노년시절까지 일상속에서의 책읽기가 아름답게 펼쳐진다. 20년 가까이 늘 책과 함께 지내다가 요즘 책과의 관계가 멀어져 무언가 공허한 느낌이 들었는데 이 책은 한 줄기 작은 빛처럼 내게 희망을 안겨주었다.
"이바구 떼바구 강떼바구, 옛날, 옛날, 그 옛날에 호랑이 담배 피던 시절에......." 하면서 시작하는 할머니의 옛이야기와 어머니의 제문 읽는 소리, 목사님이 들려주는 이야기를 통해서 책에 눈을 뜨게 된 저자는 중학교때 헤르만 헤세, 앙드레 지드, 도스토에프스키, 레미제라블, 바보 이반 등의 소설을 탐독했다. 대학시절에는 두보의 시와, 릴케의 말테의 수기, 젊은 시인에게 보내는 편지등을 읽으며 마음으로 삼키는 독서를 향유한다. "책읽기로 영혼의 존재를 느끼고 믿게 되는 그 순간의 행복이라니!, 나의 또다른 동반자 오랜 친구같은 책들" 이라는 작가의 표현에 책에 대한 무한한 사랑이 느껴진다. 그가 유난히 좋아했던 릴케, 단테, 헤밍웨이, 도스토예프스키 등 유명 작가들의 삶, 책 내용을 소개하는 즐거움은 책속의 보너스이다. "여보, 난 지금 아무것도 가진 게 없소. 달랑 강아지 한 마리와 책 몇권이 다요. 장미 한 송이 살 돈이 없소." 하는 릴케가 아내에게 보낸 편지의 내용이 참 낭만적이다. 행복한 지적놀이인 책읽기의 요령에 대해서도 소개한다. 꼼꼼읽기, 읽고 읽고 또 지루한 부분들은 요령껏 넘기기, 가볍게 때론 묵직하게 책 속의 쾌락을 즐겨라. 시, 소설, 논설문 읽기등 다양한 방법을 권한다.
한 권의 책에 참 많은것을 내포하고 있다. 평생 열정적인 독서를 한 그의 흔적들이 곳곳에 묻어난다. 시간이 없다는 핑계로 가벼운 책읽기에 연연해하고 있는 요즘 강한 울림으로 다가왔다. 첫눈에 반한 베아트리체를 평생 그리워한 단테의 대표작 <신곡>을 읽으며 찬란한 봄의 향연을 만끽해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