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출처 : 마냐 > '아무도 모른다'-이렇게 찜찜한 영화를!
정말 아무도 모르는 영화 같다.
주간 예매율 순위에도 못들어.....주말 영화 가이드에 얼굴도 못 들이민 영화. '올드보이'의 최민식을 누르고 최연소로 칸 남우주연상을 수상한 주인공이 나오는데, 이렇게 무시당하다니!
그러나....."대체 왜 이렇게 찜찜한 영화 보자고 했어?"
옆지기의 궁시렁이 타당할 수도 있겠다. 마음을 아주, 많이 무겁게 하는 영화다.
여기 한 엄마가 있다. ...
학교는 갈 필요 없어, 학교 나와봐야 훌륭한 사람 되는 거 아니라며, 애들의 권리를 너무 쉽게 박탈한 엄마. 애들 많으면 셋집 얻기 힘드니까...아이 하나 있는 척, 3명의 꼬마들은 집에 가둬놓고 숨겨 키우는 엄마. 그래서 이사할 때는..애들을 트렁크에 담아오고, 남들 눈에 띌까봐, 애들을 베란다 밖으로도 못 나가게 하는 엄마. 더구나 엄마도 행복할 권리가 있다며, 아무렇지도 않게 애들을 버린 엄마.
그리고, 12살 아키라(아기라 유야...어느 서재지인 말씀처럼...심지어 섹시한!)는 5살짜리 막내 유키를 비롯, 3명의 동생을 책임지게 된다. 그리고, 계절이 몇번 바뀌도록....그렇게 살아간다. 돈이 떨어지자...옛날 엄마의 남자들도 찾아가보고...유통기한 지난것이 분명해보이는 편의점 삼각김밥을 얻어다 동생들을 지킨다. 보호기관? 이 아이, "그러면, 우리는 다 헤어지게 된다"며 단호하게 거부한다.
이거 너무 한거 아냐? 하지만 '사회에 등록되지 않은' 아이 넷이 엄마에게 버림받고 버텨온 이야기, 이거 실화란다. 일본이란 사회, 우리랑 닮은 그 나라...어디까지 놀라지 않을 수 있을까. 뭐, 아이와 동반자살하는 기사가 하루가 멀다하고 등장하는 즈음이다. 뭐, 그리 다를까 싶기도 하다. 영화가 끝나고.....그 실화 관련, 후일담이 자막으로 다시 올라온다. 마음이 더 무거워진다.
때로 아이를 혼내면서, 스스로 나의 잔인함에 놀랄 때가 있다. 아이가 상처받을 말을 '다 아는 어른'이 어찌 그리 쉽게 내뱉을꼬. 이건 절대 아니야...라고, 했던 일을 '화난 엄마'는 아무렇지도 않게 해치운다. 엄마의 두 얼굴...착하고 상냥한 엄마는 순식간에 몬스터가 되기도 한다.
흔한 일은 아니지만...어쨌든, 엄마들은 세상에서 가장 끔찍한 폭력을 행사하기도 한다. 아이에게 상처주는 거. 절대적으로 연약하고, 보호받아야 할 아이를 건드리는 거. '모성'이라는 껍질을 벗겨내고 보면...엄마는 절대적 권력자다. 스스로 얼마나 대단한 힘을 가졌는지, 잘 몰라서....아이들 입장에서는 무자비한 일들이 벌어지는 거 아닐까....아키라 역을 맡았던 아기라 유야의 눈빛이 계속 남는다. 상처받은 어린 짐승...벽장 안에 숨는 아키라 여동생, ..아이들이 점점 더 망가지고, 남루해지고, 지쳐가는 거...
물론 영화는, 감독은 엄마를 죄인으로 몰지 않는다. 하지만 일단 엄마라는 정체성을 가진 관객으로서...그게 그리 쉽지 않다. 그 엄마의 심리를 이해하고 못하고를 떠나서...아이들이 처한 상황이 고통스럽다. 감독은 화사한 빛과 부드러운 음악을 통해....절망을 담담하게 묘사했지만, 그래서 더 슬프다. 끔찍한 기억을 갖게 될 이 아이들의 마지막까지 '아무렇지도 않은 일상'으로 만들어버렸지만...역시 어른의 마음은 불편하다. 영화 내도록....주변 어른 누구도 아이들에게 관심갖지 않는 무정함이 걸렸을 수도 있겠다.
다만 영화는 좀 지루하다. 좀 더 짤라냈으면 좋지 않았을까 싶다. 아마, 그 고통들을 지켜보는게 힘들다보니...더 쉽게 지친거 같다.
아, 왜 이 영화를 골랐냐구? 알라딘국의 '화제작' 아니던가. 리뷰가 적지않이 떴다.
후배 W는 놀린다. "알라딘, 거긴 2%라니까." 일반 대중과는 다른 나라. 출판시장 무너지는 와중에 다들 책 얘기만 하는 나라, '아무도 모른다'는 영화에 주절주절 감상이 이어지는 나라. 신기하긴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