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째 아이가 할머니를 따라 다녀온 여행기를 입체 책으로 만들었다.
방학 숙제 중 하나로 '책 만들기'를 택한 것~
아이와 함께 '책 만들기' 공부도 하고, 여행에 대한 얘기도 나눌 작정으로 택한 주제라서, 이 과제는 '우리들'의 공동작품이 되었다.
단계 1. 책 만들기 방법 정하기
어른들의 경우에는 스토리보드를 짠 다음에 적당한 책 만들기 방법을 정한다고들 하는데, 아이들의 책 만들기는 흔히 모양을 정하고 거기에 맞는 이야기 주제/소재와 분량을 정하기도 한다고 한다. 우리는 역시, 아이들이 흔히 쓰는 방법으로~
우리는 <<북아트 교실 1>>에서, 터널 북과 폴드 북을 혼합하여 만드는 책을 택했다.
<== 원래 이 책들은 북아트 자격증을 따려는 사람들을 위한 책으로 되어 있는데, 실질적인 예가 많이 들어있어 엄마와 아이가 함께 책을 만들어 보고자 할 때에도 활용하기 참 좋은 책이다. 책 만들기를 처음 시도하는 경우에는 난이도가 조금 있어 보이기도 한다. 그러나, 책을 한두 권 만들어 보았고, 아이가 고학년이거나 만들기를 많이 좋아하는 경우라면 얼마든지 활용 + 응용이 가능할 것 같다.
단계 2. 대략의 줄거리, 이야기 전개 방식 구상하기
책 만들기가 한참 진행된 다음에 '어, 이 책에는 이야기 쓰기가 곤란한데 ...' 라고 하면 안 되므로 대략의 줄거리와 이야기+사진의 전개 방식을 어떻게 할 것인지 구상~. 우리는 마인드맵까지는 못 그리고, 브레인스토밍 비슷한 토론을 거쳐 아이가 원하는 큰 제목과 소재들을 정하는 정도로만 ...
구상한 큰 그림에 살을 조금씩 붙이는 작업은 책 만들기 재료(?)를 준비하는 과정에서도 쭈욱 계속~.
단계 3. 종이를 자르고, 접고 ~
책 만들기에 필요한 크라프트지(포장용 누런 종이를 써도 될 듯), 집에 남아있던 머메이드지, 검정 도화지와 풀, 가위, 칼을 준비한 후 책에서 알려준 크기로 자르고, 접으며 재료 준비~
깨끗하게 칼질하는 법, 직사각형을 그리는 방법, 눈금자를 이용해서 등간격의 선을 쉽게 그리는 방법, 그린 선대로 깔끔하게 종이를 접는 방법 .... 이런 것들을 알려주는 것은 엄마인 내 몫, 내 시범(!)을 보고, 자르고 접어 준비하는 것은 아이의 몫~.
단계 4. 사진을 고르고, 이야기를 다듬고 ~
수많은 사진 중 책에 붙일 사진을 고르는 것은 아이에게 맡겼다. 내가 해준 것은 "터널 북에 필요하니 다양한 크기의, 다양한 사진을 고르는 것이 좋다.", "네가 하고 싶은 이야기에 맞는 사진을 골라라" 라고 사진 고르는 방법을 알려주는 것.
책에 적을 이야기를 준비하는 것도 아이의 몫.
처음에는 설명문처럼 초안을 써놓았기에, "이런 설명문은 책에서 보면 된다.", "네가 오래도록 기억하고 싶은 것을, 지금 기억나는 것을, 솔직하게 써라.", "네가 여행 다녀온 후에 엄마에게 했던 얘기들을 떠올려봐라~."라는 얘기를 했더니, 아이가 공을 들여 글을 고쳤다. 초안을 고치고 다듬은 후의 글은 '정말 기억하고 싶은', '솔직한' 여행기가 되었다.
단계 5. 적당한 크기로 사진 편집 ~
터널북을 지루하지 않게, 재밌게 만들기 위해서, 사진을 이리저리 배치해 보고 적당한 크기로 편집을 했다. 이 작업은 한글 워드프로세서에서 크기를 바꾸고, 상하좌우를 잘라내보고, 이리저리 배치를 해보며 조정하는 식으로~. 가상(?) 편집은 내가 하면서, 아이의 의견을 묻는 식으로 진행 .... 부대효과라면, 본의 아니게 문서 내에서 그림 편집하는 방법을 아이에게 가르치게 된 것. ^^;
단계 6. 준비해 놓은 종이에 사진과 글을 ~
준비해 놓았던 종이에 사진을 오려 붙이고, 글을 적어넣고, 종이와 종이를 이어붙이기~
이 부분은 대부분 아이의 작업~. 난 옆에서 잔소리만 사알짝~ ^^
앞의 준비 단계가 워낙 길었던 탓에, 막상 핵심 작업에서는 덜 힘들어했다.
그리하여, 나온 결과물~ 짜잔~~~
책의 앞쪽은 터널북~. 다녀온 곳들의 특징적인 모습들, 사진 등을 입체적으로 담았다.
책의 뒷쪽은 폴드북~. 지그재그로 접은 종이에 사진과 글을 담았다.
폴드북의 앞 면지에는 여행 경로를, 뒷 면지에는 구글맵에서 다운로드한 여행지 지형(?) 사진과 입장권을 붙여 기행문의 모양새를 더했다. ^^
이 작업은, 책 만들기에 능숙치 못한 우리 모자에게 다소 힘든 작업이었고, 시간도 많이 걸렸지만 ... 만들어놓고 나니 뿌듯했다. 만들어진 책이 근사한 것도 좋았지만, 더 좋았던 것은 아이가 다녀온 여행이 어땠는지 제 스스로 생각할 시간이 되었던 것. 아이가 여행 후에 내게 '말'로 들려주었던 것들을 '글'로 바꾸어 솔직한 자신만의 이야기를 만들었다는 것.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