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결혼을 안 하겠다는 게 아니라
이주윤 지음 / 한빛비즈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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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결혼을 안 하겠다는 게 아니라>는 참 잘 지은 제목이다. 너무 추상적이어서 책의 내용을 짐작할 수 없는 것도 아니고, 너무 가벼워서 속이 보이지도 않고, 너무 직선적이어서 상술이 보이는 것도 아니다. 제목도 그렇고, 표지에 있는 ‘시집가라는 잔소리 때문에 제 영혼이 아주 너덜 너들 합니다’라는 말풍선만 보아도 굳이 읽지 않아도 무슨 내용의 책인지 짐작이 된다. 나와 혈연관계가 아닌 성인이 결혼을 하건 이혼을 하건 관심도 없고 한 마디도 보탤 생각이 없다. 타인의 출산 문제는 더욱 그렇다. 


결혼이나 페미니즘 또는 성별의 역할과 관련된 ‘무쏘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라든가 ‘나 혼자 잘 산다’는 류의 책을 읽지 않는다. 그런 책을 쓴 사람이 선택하고 좋아하는 삶을 존중하지만 관심도 없기 때문이다. 간혹 배타적인 원망이나 조소가 담겨 있는 것으로 예상되는 책은 더욱 기겁하는 편이다. 타협이나 대화의 여지가 없는 주의나 화자를 멀리한다. 


<제가 결혼을 안 하겠다는 게 아니라>는 제목은 배타적인 주장이나 불특정 다수에 대한 반감이 느껴지지 않는다. 독자로 하여금 어떤 ‘속사정’이 있는 것인지 호기심을 자아낸다. 제목 그대로 결혼 제도에 대한 무조건적인 반대를 주장하지는 않는다. 제목을 보자마자 바로 주문을 해서 도착한 책을 단숨에 읽었다.


직접 확인한 저자가 결혼을 하지 않는 속사정은 특별한 것이 아니었다. ‘결혼을 해서 남들처럼 살고 싶지만 결혼하고 싶었던 남자들이 나와 결혼을 하지 않았을 뿐’이란다. 충분히 이해가 된다. 그렇다고 부모에게 연애 실패담과 그동안 겪었던 ‘찌질이 열전’을 부모에게 구술할 수는 없잖은가? 아무리 부모자식관계라도 말 못할 속사정이 있는 법이다.


우리 부부는 무남독녀인 딸아이를 고등학교 3년 동안 학교에 데려다 주고 마치면 데리러 갔었다. 학교 정문이 아닌 학교와 붙어 있는 성당 앞 에 내려다 주고 데려왔었다. 그쪽이 좀 더 편리했기 때문이다. 그 성당은 학교 안에 있는 것이나 다름없어서 딸아이도 그게 편하다고 했다. 아침엔 딸아이의 뒷모습을 보면서 안쓰러워했고 밤에 데리러 갈 때는 반가웠고 함께 아이스크림을 사 먹는 것이 지금 생각해보니 큰 즐거움이었다. 


딸아이의 졸업식에 우리 부부는 나란히 성당으로 갔다. 딸아이가 우리 눈에서 매일 사라지던 그 성당 길을 걸어서 학교 안으로 들어가려했다. 성당 입구 쪽으로 걸어가는데 순간 당황했다. 성당에서 지그재그 형태로 아주 좁은 길이 나 있었고 그 길을 따라 한참을 걸어야 겨우 교정에 들어갈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 길은 우리 부부가 매일 딸아이의 뒷모습과 앞모습을 보았던 성당 앞에서는 보이지 않는다.


순간 눈물이 왈칵 나오려는 것이었다. 3년 동안 딸아이는 우리 부부가 모르는 또 다른 좁은 길을 걸었다는 사실이 새삼스러웠다. 우리 부부가 학교에 도착했다고 생각한 그 시간에 딸아이는 그 좁은 길을 눈을 맞으며 걸었을 터이고, 바람을 이기며 걸었을 터이고, 매서운 추위에 옷을 여미며 걸었을 터였다. 입시 결과가 발표되면서 초반에 여러 대학에 잇달아 불합격하면서 학교에 가기 싫다던 딸아이는 그 길을 혼자 걸으면서 얼마나 괴로웠을까를 생각하니 가슴이 미어졌다.


고등학교 시절 자주 방 안에 틀어박혀 말도 하지 않고, 짜증을 자주 냈을 때 우리 부부는 내심 섭섭했더랬다. 나중에서야 알게 되었는데 딸아이는 고등학교 2학년 시절에 이미 엄청난 스트레스와 학업에 대한 고민이 극에 달했다고 한다. 우리 부부는 그런 속사정도 모르고 그저 짜증을 내는 딸아이를 걱정하고 적당히 눈치만 보았었다. 


이제 겨우 20살이 된 딸아이도 부모가 모르는 속사정이 많은데 30대를 넘긴 이주윤 저자는 오죽하겠는가? 역시 기대한 대로 이 책에는 저자의 재미난 연애담 뿐만 아니라 세상을 보는 따뜻한 시선이 가득했다. 애초에 그녀의 남다른 속사정과 진솔한 에피소드를 기대하고 <제가 결혼을 안 하겠다는 게 아니라>를 들었지만 이 책의 또 다른 매력이 숨어 있었다.


사과문

나를 만났던, 나를 만나는, 나를 만날 남자들에게 

깊은 사죄의 말씀을 전합니다.

지랄 맞은 성격에 지쳤던, 지친, 지칠 당신들에게

진심으로 미안합니다.

그런데 이 사실을 아실런지요.

당신들은 나와 헤어지면 그만이지만

나는 이런 나와 평생을 살아야 한다는 것을요.


이주윤은 겸손하며 유머스럽고 따뜻하다. 


사람들 참 귀엽다. 안 그래도 먹고 살기 바빠 죽겠는데, 발걸음을 멈추어 이 작은 가계에 굳이 들어와, 온갖 수모를 겪어가며 피땀 흘려 번 돈으로, 사랑하는 누군가를 기쁘게 해주려 초콜릿을 사 가지고서, 총총거리며 그이를 향해 걸어가는 모습이라니,


세상을 이토록 따뜻하게 보는 사람이 좀 더 많아졌으면 좋겠다. 모처럼 글을 읽고 가슴이 따뜻해지는 경험을 한다. 모처럼 내가 읽은 책을 아내에게 건네줄 생각이다. 책을 읽고 나서 저자가 잘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처음 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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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나에 아줌마 누벨솔레이 1
후카자와 우시오 지음, 김민정 옮김 / 아르띠잔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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훔친 책, 선물 받은 책, 읽고 나서 리뷰를 작성해야 하는 책은 모두 재미가 없다. 책을 훔치는 행위에 쾌감을 느끼기 때문에 막상 훔치고 나면 그 책을 재미나게 읽기가 힘들다. 선물 받은 책이 자신의 독서 취향에 맞을 확률은 높지 않기 때문에 재미가 없다. 리뷰를 쓰기 위해서 읽은 책은 즐거움이 아니라 숙제라서 재미가 없다.


 불행하게도 ‘후카자와 우시오’ 작가의 <가나에 아줌마>도 내가 고르고 내 돈을 주고 산 책이 아니고 리뷰를 작성하기 위해서 읽은 책에 속했다. 책을 읽는 것은 맛있는 음식을 먹고 배설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본능의 즐거움에 충실해야 그 본연의 맛이 제대로 느껴지는 법이다. 평범한 재일교포의 일상생활을 통해서 재일 동포사회의 고민과 애환을 그려낸다는 이 책의 콘셉트 또한 그다지 흥미를 끌지 못했다. 


재일 동포의 애환과 고충을 담은 소설이라면 이미 2006년에 읽은 ‘가네시로 카즈키’가 쓴 <GO> 를 통해서 궁극의 즐거움을 맛보기도 했다. ‘가네시로 카즈키’ 또한 ‘후카자와 우시오’ 작가와 마찬가지로 조총련계 재일교포 2세 작가라는 점도 굳이 <가나에 아줌마>를 통해서 뭔가 새로운 재미가 있을 거라는 기대감을 감소시키기도 했다. <가나에 아줌마>는 6개의 에피소드가 마치 단편소설처럼 엮어져 있는데 첫 에피소드는 재일 교포 사이에서 중매쟁이로 유명한 가나에 아줌마의 ‘업무’를 이야기 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존경받는 선생님의 위치로 군림하는 중매쟁이 ‘가나에’가 중매 수수료뿐만 아니라 결혼과 연계된 행사를 자신과 제휴가 되어 있는 한복집과 호텔에서 치르게 하면서 수익을 극대화하면서 풍요롭지는 않으나 남부럽지 않게 산다는 전개였다. 역시 별다른 재미가 없었다. 이 책에 대해서 뭔가 쓰기는 해야겠는데 쓸 말은 없고 걱정이 왈칵 밀려왔다. 


출판사에서 보내준 보도자료를 참고해서 ‘신문 서평’이라도 써야겠는데 워낙 꼼꼼하지 않은 성격이라 보도자료도 어디에 두었는지 보이지 않는다. 참으로 난감한 상황이다. 리뷰를 작성하기 위한 책은 재미가 없지만, 역설적이게도 꼼꼼하게 읽어야 한다. 분명 작가는 고심하고 집필을 했을 터이고, 나름의 메시지를 담고 있기 때문이다. 무심히 두 번째 에피소드 <사주팔자>를 읽기 시작했다. 


중매쟁이에 이어서 이번엔 사주팔자를 보는 교포의 이야기다. 사실은 사주팔자를 보는 점쟁이 이야기라면 나도 장편은 아니라도 단편 소설 한 편 정도는 쓸 수 있는 경험을 가지고 있어서 더욱더 느슨하게 읽어 나갔다. 방심은 금물이었다. 책을 읽으면서 뒤통수를 맞는 기분을 느끼다니. 첫 번째 에피소드에서 별걱정 없이 노년을 즐기는 것으로 보였던 가나에 아줌마의 남편이 두 번째 에피소드에 등장해서 점쟁이에게 가슴이 무너져 내리는 가슴 아픈 개인사를 고백했기  때문이다.


 이건 마치 추리소설 급의 반전이다. <가나에 아줌마>는 절대로 방심하면서 읽으면 안 되는 소설이다. 별다른 연관이 없는 것으로 보이는 등장인물들이 어느 순간 훅 들어와 전체 이야기의 짜임새를 견고하게 만들고 퍼즐을 완성하기 때문이다. 사주팔자 에피소드에서 내 가슴을 후벼 파고든 부분이 있었다. 가나에 아주머니의 남편이 오래전에 북한으로 가서 소식이 끊긴 외아들의 안부를 점쟁이에게 물었는데 점괘는 문제의 아들은 예순 이전에 갑자기 ‘픽’하고 운세가 끊기고 사망한 것으로 나온다. 


그러고 보니 가나에 아줌마가 악착같이 돈을 벌려고 하는 이유가 설명된다. 조총련에서 활동하는 아버지의 신념 때문에 북한에 간 아들의 생사도 알 수 없지만 어쨌든 아들을 위해서 송금을 해야 하고, 무능한 남편을 만나 고생하는 딸자식과 외손자를 지원해야 한다. 어쨌든 가나에 아줌마가 이미 북한에서 사망한 것을 알게 된 점쟁이는 사실을 그대로 전하는 것이 가혹하다고 생각하고 이렇게 말한다. “저, 아드님은 현재 금전적 지원이 필요하지 않은 것 같아요. 장성한 자식들이 모시고 있는 것 같습니다.”


 소설이라는 가상의 이야기 속에서 한 인물이 다른 인물에게 보내는 위로와 배려가 독자가 이렇게 따뜻한 위로가 된다니 참 신기한 일이다. 세 번째 에피소드 <돌잔치>는 ‘후카자와 우시오’ 작가를 적어도 심리 파악과 묘사에 있어서 천재라고 생각하게 된 부분이다. 가령 이런 문장들이 그랬다. 


스튜를 숟가락 위에 조금 얹어 입으로 가져간다. 마나가 만든 요리를 먹을 때는 주의할 점이 있다.  처음부터 한꺼번에 많은 양을 입안에 넣었다간 어떤 불상사가 생길지 모른다. 종종 상상을 초월한 맛이 날 때가 있다. 보니 자연스레 신중해졌다. 


스튜를 씹으며 숨을 멈췄다가 삼킨다.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뿜어버릴 것 같다. 생각했던 것보다 더 맛이 이상해서 콧물이 나올 것 같다. 눈물도 날 것 같은 기분이다. 하지만 마나가 아까부터 계속 지켜보고 있는 탓에 다다키는 아무렇지 않은 듯 태평한 얼굴을 최대한 유지하며 스튜를 연달아 입으로 가져갔다. 마지막 한 입을 꿀꺽 삼킬 때까지 마나는 시선을 떼지 않았다. 


사실 소설속의 남편이 먹은 스튜의 정체는 이렇다. 이제 막 젖을 떼기로 작정한 아내가 모유를 버리기 아까워서 실험정신(?)으로 스튜를 만드는 재료에 포함한 것. 어쨌거나 세상에 여성 작가가 어떻게 이토록 세밀하게 남자의 심리를 잘 파악하고 묘사한단 말인가? 그것도 웃음을 참으려고 허벅지를 꼬집어야 할 정도로 재미나게 말이다. 일본에 사는 남자나 한국에 사는 남자나 어쩌면 이토록 남편들은 하나 같이 소심한지 감탄하게 된다. 


나의 경우를 말해보자. 아내와 냉전을 치를 때 내가 아내에게 보내는 최강의 메시지는 밥을 먹지 않는 것이다. 밥을 먹지 않음으로써나 자신이 먹고 사는 일에 초월할 만큼 화가 났다는 것을 아내에게 보여주는 것이다. 밥을 먹지 않는 것이야말로 남편이 가지고 있는 가장 비장한 무기다. 


냉전이 장기화할수록 화는 줄어들고 식욕은 고개를 든다. 그렇다고 밥을 먹을 만큼 나의 분노가 줄어 들었다는 것을 적에게 알려줄 수는 없다. 치욕스러운 일일뿐더러 냉전체제가 나의 백기로 마무리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래서 몰래 밖에 나가서 배를 허겁지겁 채우고 집에 들어와서는 배고픔 따위는 안중에 없다는 근엄한 표정을 짓는 것이 나의 필승전략이다. 


가정의 냉정이 늘 그러하듯이, 어이없이 갑자기 평화가 찾아온다. 문제는 그다음이었다. 아내는 돌아온 평화를 자축이라도 하듯이 진수성찬을 내놓는다. 가장의 권위와 그간 보여주었던 나의 분노의 진정성을 무너뜨리지 않기 위해서 ‘오랜만에 밥을 먹는다는 것을 잘 보여주기 위해서’ 최대한 맛있게 먹어주어야 했고 이미 포화상태를 초과한 내 위장을 괴롭혀야 한다.


 여기까지라면 그나마 참을 만하다. 냉전체제 동안 맛있는 음식을 아버지라는 경쟁자 없이 독식한 딸아이가 밥을 남겼고 아내의 입에서 이런 소리가 나오면 어쩌냔 말이다. “괜찮아. 밥 남겨도 돼. 아빠가 대신 먹어 줄 거니까” 


소설속의 두 집안이 합동으로 치루는 돌잔치에서 서로 돋보이려고 경쟁을 하는 장면을 읽다 보니 마치 삼국지에 나오는 적벽대전을 보는 듯한 전율을 느꼈다. 물론 사회경제적 위치가 열등한 우리의 주인공 부부가 돌잡이에서만이라도 이기려고 기를 썼지만 무심한 아들 녀석이 돈을 잡지 않고 제 아빠를 닮아 엄마의 가슴을 잡았다는 웃기고 슬픈 마무리가 기다리고 있었지만.


 이토록 사소한 소재로 이토록 거대한 긴장감을 느끼게 해주는 장면은 작가의 천재성을 다시 확인하게 해준다. 재일 동포 집안에 시집온 일본인 며느리의 고군분투기를 읽다 보니 나도 모르게 분노가 생긴다. 요즘 시대에 “우리 때는 제사를 지내고 나서 남자들과 밥도 한자리에서 못 먹었어”라고 며느리에게 말하는 시어머니라니. 


이 소설을 읽으면서 느낀 것인데 제일 동포들은 본토에서조차 구제도의 악습으로 치부되는 결혼관이나 시부모와 며느리의 관계나 제사 따위를 신줏단지 모시듯 한다는 것이다. 하긴 조총련 출신의 한국계 미국인이 자동차 번호로 “YANG BAN”을 선택한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는데 그 이야기가 결코 거짓이 아님을 알겠다.


 <가나에 아주머니>는 <GO> 를 비롯한 다른 제일동포작가들의 작품과 뚜렷이 차별된다. 중매, 사주팔자, 돌잔치, 제사와 같이 가장 한국적인 소재로 이야기를 전개해가지만 결국에는 결혼생활과 치매라는 전 인류적인 관심사로 귀결된다. 가나에 아줌마가 주인공이지만 가나에 아주머니와 연관된 주변 인물들이 모두 주인공이며, 사소한 일상생활의 이야기이지만 결국엔 인류의 관심사로 확대된다. 


이토록 치밀하고 유머 있는 소설은 처음이다.  한국의 재료로 요리한 ‘오만과 편견’이라고 본다. 내 욕심으로는 ‘오만과 편견’보다 더 윗길이다. 문학평론가 라면 다 읽기도 전에 리뷰를 쓰고 싶어서 조바심이 나는 책이다. 5분 간격으로 휴대폰을 확인하지 않고는 못 배기는 사람일지라도 지하철이나 식당에서 밥을 먹으면서도 읽고 싶게 만드는 책이다. 이 책은 그런 책이다. 


그건 그렇고, 너무 재미나서 마구 밑줄을 긋고 짬뽕을 먹으면서 읽다가 책에 국물을 흘린 이 불충을 어찌할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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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연말과 오늘 출판사로부터 흥미로운 연락을 받았다. 2014년에 낸 <아주 특별한 독서>와 2015년에 낸 <수집의 즐거움>의 초판이 다 팔렸다는 소식이다. 출판사는 어떨지 모르겠지만 내 입장에서는 내 팽겨둔 책이다. 초판이 다 팔렸다니 반갑고 고마운 일이긴 한데 쓸쓸한 마음이 없지는 않다.

저자마저 잊고 지내는 책을 소리소문없이 구매해 준 독자들을 만나 일일이 고맙다는 인사를 드리고 싶기도 하다. 내가 없는 사이 고생한 내 불쌍한 책들도 고맙다. 평소 책을 많이 읽는 소문도 있었지만 2011년에 낸 <오래된 새 책>을 읽은 독자들은 나를 마치 ‘책 전문가’로 생각한 것 같다. 

자연스럽게 ‘읽을 만한 좋은 책’을 추천해달라는 부탁을 자주 받았다. 일일이 답을 하는 것도 귀찮은 데다 그동안 내 독서 생활을 정리하는 차원에서 내가 생각하는 읽을 만한 책의 목록을 만들어봐야겠다고 생각하고 낸 책이 <아주 특별한 독서>다. <아주 특별한 독서>는 시시콜콜한 이야기를 좋아하는 내 취향대로 독서가라면 한 번쯤은 궁금해할 만 한 여러 작가가 낸 삼국지, 여러 출판사에서 나온 문학 전집, 언어별로 신뢰할만한 번역가, 다양한 분야의 개론서 등을이야기했다. 

책에 관한 시시콜콜한 주제를 좋아하는 독자는 흥미를 느낄 것이라고 기대는 했지만 설마 초판이 다 팔릴지는 몰랐다. 겨우 초판이 다 팔린 것이 뭐가 대수라고 생각할 수도 있는데 요새 출판계 실정은 쉽지는 않은 일이다. <수집의 즐거움>도 역시 시시콜콜한 주제를 다룬 책이다. 

거창하게 책 제목에 수집이라는 단어를 넣었지만, 하다못해 청첩장이라든가 연필을 넘어서 괴담 수집가도 소개되어 있으니까 말이다. 그야말로 ‘시시콜콜’ 그 자체다. <수집의 즐거움>을 내면서 알게 된 것은 ‘1인 출판사에서 책을 내는 즐거움’이었다. 출판사 사장과 나는 온종일 메신저로 머리를 맞대고 책을 팔 궁리를 했고, 시시콜콜한 온갖 종류의 마케팅 활동을 하였다. 

우리들의 시시콜콜한 마케팅은 거의 3달 가까이 이어졌고 마침내 제 갈 길로 보내주었다. 장년의 두 남자가 책 몇 권 팔겠다고 머리를 짜내고 이것저것 안구에 습기가 찰 만한 생계형 영업을 한 것은 즐거운 추억으로 남아 있다. 대형출판사와는 나눌 수 없는 기억이기도 하다. ‘1인 출판사에서 책을 내는 즐거움’을 선사한 <수집의 즐거움>은 내가 낸 책 중에서 가장 아름다운 책이다. 

속옷회사와 협업한 한정판 콜라의 사진을 사용한 표지는 아름답기도 하지만 야하기도 하다. 남자들은 사실 여자들의 나체보다는 속옷을 입은 모습을 더 야하게 느낀다. 얼마나 야한가? 얼핏 보면 그냥 콜라병 사진일 뿐이지만 자세히 보면 섹시한 여자 팬티로 보이니까 말이다. 은근히 야한 <수집의 즐거움>의 표지가 참 마음에 든다. 나와 동고동락했던 출판사 사장은 서점에 깔린 몇 권 되지 않은 것만 제외하고 출판사에 남아 있던 10권의 <수집의 즐거움>을 보내주었다. 

이건 마치 집 나간 자식의 유품을 받은 듯한 슬픔이 느껴졌다. 명색이 희귀본 수집가인 내가 내 책을 수집하게 되었고, 절판본이 새 책으로 다시 살아나기를 바라는 내 책이 절판되었다. 집필하면서 만났던 여러 수집가의 추억들, 책을 팔겠다고 한 온갖 잡다한 마케팅은 이 책이 절판되더라도 내 기억 속에 남아있지만, 해당 물체가 더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은 유쾌한 일은 아니다.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도 끝났다.

<아주 특별한 독서>는 출판사에서 개정판을 낸다고 한다. 작가로서 품 안의 자식을 무덤에 묻는 것보다는 다행스러운 일이지만 걱정이 앞선다. 물가로 향하는 어린아이가 걱정되는 마음이 이렇지 않을까? 간신히 초판을 다 팔았는데 또다시 위험한 숲으로 향하는 출판사를 말리고 싶었다.

출판사의 의지가 강하니 말릴 도리는 없었다. 초판 교정을 다시 보는데 글쓰기 실력 향상을 원하는 사람에게 해주고 싶은 조언이 자연스럽게 떠올랐다. 무수히 등장하는 “나는”이라는 말과 접속사만 지워도 당신의 글은 한 단계 위로 올라갈 것이 분명하다. 어쨌든 교정을 보고 제목도 새로 정했다.

내가 5분 만에 정한 “북 소믈리에가 권하는 맛있는 책”이 그대로 채택되었다. <수집의 즐거움>'에는작별 인사를 <북 소믈리에가 권하는 맛있는책>'에는 격려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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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nsient-guest 2019-07-10 08:5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새로운 책도 이제 슬슬 내심이 ㅎㅎ

박균호 2019-07-10 09:06   좋아요 1 | URL
네 열심히 쓰고 있습니다...ㅎㅎㅎ 좋은 하루 되세요.

stella.K 2019-07-10 13: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거 은근 자랑이신데요?ㅎㅎ
저는 제 책이 팔리고 있는지 마는지 전혀 알 수가 없습니다.
알려고 하지도 않구요.ㅠ
<오래된 새책>은 정말 좋은 책이죠.
아마 지금 많은 사람들이 작가님을 알아보지 않을까 합니다.
저는 그때 이후 책을 못 내고 있습니다. 제가 보기보다 소심하여...ㅠㅋ

박균호 2019-07-10 14:02   좋아요 0 | URL
초판 발행 부수가 얼마 안되서 자랑거리는 아니랍니다.^^
졸저를 좋게 봐주셔서 정말 고맙습니다.
저는 안 팔리는 책을 계속 내고 있지만 계약이 2건이나 생겼네요.
아무래도 <출판계약 따내는 방법>을 집필해야 할 것 같아요. 이것도 자랑으로 생각하시려나..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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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7-10 14:2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9-07-10 14:54   URL
비밀 댓글입니다.
 
책은 꼭 끝까지 읽어야 하나요? - 내 맘대로 읽어도 술술 읽히는 독서의 비밀
변대원 지음 / 북바이북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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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적은 책이다. 유명인사가 휴가 기간에 읽었다고 해서 화제가 되었던 책을 냉큼 주문한 것이 문제의 발단이었다. 5권짜리 대하소설인데 분량도 문제이지만 가격도 비쌌다. 바둑이라는 내가 잘 모르는 분야에 관한 책이기도 했다. 책이라면 충동구매를 일삼는 내게는 이 모든 것들이 장점으로 다가왔다. 과연 배송되어 온 책은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잊혀가는 아름다운 순수한 우리말들이 가득했고 바둑에 관한 몰랐던 지식도 많았다. 스토리 전개도 좋았다. 보석 같은 책이라고 생각을 했고 연신 감탄을 했더랬다. 일에 치여서 한 달 만에 2권째를 읽었는데 3권으로 들어서면서 내 기준으로는 스토리 전개가 느슨해졌고 초반의 쫄깃한 재미마저도 줄어 들어가고 있었다. 


‘놀이’가 ‘일’로 바뀌기 시작했다. 웃기는 것은 내가 쓴 책에서 재미없는 책은 그만 읽고 던져버리라고 독자들에게 충고했지만 정작 본인은 이미 흥미를 잃은 책을 놓아주지 못하고 있더라는 것이다. 유명인사가 읽고 감동을 한 책을 나도 읽었다는 자부심과 여러 책을 쓴 저자의 가오는 쉽게 포기 못 할 유혹이었다.


시간은 하염없이 흘렀다. 더 읽지 못하는 책을 붙잡고 4개월을 보냈다. 책의 적은 책이라고 한 이유다. 그 4개월 동안 다른 책을 읽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마침내 더 견디지 못하고 ‘짐’을 내려놓았던 날의 ‘쾌감’을 잊지 못한다. 진도가 나가지 않는 책을 던져버리자마자 고삐 풀린 망아지처럼 새로운 책을 닥치고 읽기 시작했다. 


마치 수십 년 동안 감옥에서 빠져나온 느낌이었다. 어쩔 수 없이 가끔 ‘짐’이었던 책을 보면 ‘죄책감’이 들기는 한다. 변대원이 쓴 <책은 꼭 끝까지 읽어야 하나요?>‘는 나의 죄책감을 말끔히 씻어준다. 이 책은 아직 독서에 취미를 들이지 못하거나, 열심히 읽긴 하는데 ’재미‘를 느끼지 못하는 사람들을 위한 책이다. 


독서의 유용함을 진지하게 설파하거나 여학교 기숙사 사감선생처럼 엄격하게 훈육하는 독서법을 말하지 않는다. 당연히 독서의 ’재미‘를 중요하게 여기고 어떻게 하면 책을 재미나게 즐길 수 있는지를 말하는 책이다. 교과서처럼 추상적이고 일반적인 잔소리를 늘어놓지도 않는다. 이 책에는 자신의 독서 생활에 대한 질문지를 제시하고 그 결과로 자신의 독서 생활 현황을 파악하게 하며 각자의 상황에 맞는 독서법을 제시한다.


변대원이 말하는 독서법은 음식을 급하게 삼키지 않고 잘근잘근 씹어 먹어서 책이 가지고 있는 영양분을 꼼꼼하게 섭취하게 해준다. 재독과 천천히 읽기를 권한다. 책을 함부로 다루기를 원한다. 필사를 추천한다. 필사는 책을 가장 천천히 읽는 방법이라는 저자의 말에 동의한다. 일반적으로 필사를 문장력을 향상하기 위한 도구로 생각하지만, 필사야말로 책을 씹어 먹어서 그 책이 가지고 있는 영양분과 맛을 제대로 즐기는 방법이라는 저자의 주장에 공감한다. 


책에 메모하고 기록하는 것을 망설이지 말라는 저자의 말에 묘한 쾌감을 느낀다. 책은 모시는 존재가 아니고 이용하고 즐기는 도구가 아니던가? <책은 꼭 끝까지 읽어야 하나요?>를 읽다 보면 몇 달 동안 내게 짐이었던 책을 던졌을 때의 쾌감이 느껴졌다. 이토록 자상하고 세심한 독서론이라니!


저자의 세심함을 확인시켜 주고 싶다. 저자가 추천하는 책에 메모하는 방법을 소개한다.


좋은 구절은 초록 색연필로 줄을 긋는다.

다시 읽고 싶은 구절이 있으면 상단 모서리를 접는다.

큰 울림을 준 구절이 있으면 하단 모서리를 접는다.

특별히 좋은 구절은 빨간 색연필로 줄을 긋는다.

특별한 키워드에는 동그라미를 친다.

글을 읽다가 떠오른 생각은 파란 펜으로 적는다.

당장 적용해야 하거나 중요한 내용은 빨간 펜으로 적는다.


모든 독자들이 이 메모 방법을 실천할 수는 없다. 그러나 이토록 꼼꼼하게, 진지하게, 철저하게 독서에 대한 고민을 하고 실천해 온 사람의 책은 꼭 한 번 읽어 봐야 한다. 적어도 책을 읽고 싶거나 좋아하는 사람들이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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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lla.K 2019-06-15 14: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재미없는 책은 결국 포기하게 되는데
포기할 것이라면 가급적 빨리 하는 게 좋은 것 같아요.
그것 말고도 읽을 책은 많으니까요.
그래도 포기할 거면서 끝까지 뭔지 모르게 붙들게 되는 책이 있기는 하더라구요.

그 보다 전 완독에 대한 강박이 있더라구요.
재미없으면 안 읽으면 그만인데 처음부터 끝까지 읽어야 한다는.
중간에 건너 뛰거나 발췌독을 하면 왠지 다 읽은 것 같지 않고 찝찝하더라구요.
마치 서자 취급한 것 같아서...ㅠ

박균호 2019-06-15 20:45   좋아요 0 | URL
맞아요. 돈 주고 산 책인데 중간에 멈추고 더 이상 읽지 않으면 본전 생각이 나기도 하고 찜찜하기도 하고...ㅎㅎ
 
알고 싶은 마음에 단숨에 읽는 철학 대화집 - 우리가 몰랐던 동양철학의 모든 것
신창호.남정미 지음 / 나무발전소 / 201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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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 개론서를 추천할 때는 본능적으로 ‘월 듀랜트’가 쓴 <철학 이야기>를 떠올렸다. 철학 사상을 철학자의 삶과 연관 지어서 쉽게 설명하는 <철학 이야기>는 대중적이면서도 전문적인 깊이를 겸비했다. 재미와 깊이라는 두 마리의 토끼를 놓치지 않은 좋은 책이다. <알고 싶은 마음에 단숨에 읽는 철학 대화집>을 읽고 나서는 사정이 좀 바뀔 것 같다. 철학 특히 동양철학을 제대로 이해하기 위한 책으로 이 책을 추천하게 될 것 같다. 
 
 철학을 전공하지는 않았지만, 호기심이 많아서 이 책 저 책을 뒤적거려 본 비전공자의 경험으로는 철학에 대한 입문서로 이 책 만 한 것을 못 만났다. 사실관계나 깊이를 떠나서 단순히 어떤 학문에 대한 호기심을 끌어내는 차원에서 본다면 <철학 이야기>는 시오노 나나미의 <로마인 이야기>에 비견될 만한 책이다. 로마라는 거대한 산맥을 일일이 언급하면서도 로마에 대한 새로운 시각과 호기심을 어느 정도 충족시켜준 책이다. 
 
 한편 <알고 싶은 마음에 단숨에 읽는 철학 대화집>은 ‘에드워드 기번’의 역작 <로마제국쇠망사>와 닮았다. 로마의 역사를 모두 다룬 <로마인 이야기>에 비해서 <로마제국쇠망사>는 로마의 쇠퇴기만을 다뤘음에도 로마사에 관한 불후의 명작이라는 위치를 점유한다. <알고 싶은 마음에 단숨에 읽는 철학 대화집>은 ‘우리가 몰랐던 동양철학의 모든 것’이라는 부제를 달고 있듯이 ‘동양철학’을 주로 이야기하는 책이다. 이 책을 <로마제국쇠망사>에 비교한 것은 동양철학에 집중하면서도 내용이 하도 쉽고 간결하며 우리가 모르고 오해를 했던 동양철학에 대한 사실을 잘 알려주기 때문이다. 나아가 철학이라는 학문 자체에 호기심을 유발하는 책이기 때문이다. 


본격적으로 이 책을 읽으면서 무릎을 치고 머릿속에 박제처럼 새겨 두고 싶었던 구절을 살펴보자. 
 

 동아시아기후는 어때요? 봄, 여름, 가을, 겨울, 확확 바뀌잖아요. 확확 바뀌면 뭘 해야 합니까? 대비를 해야지. 유비무환! 따뜻했다가 추워져. 그럼 김장도 해야 하고, 옷도 장만해야 되고, 뭐 이것저것 대비를 해야 하는 철학이 동양철학입니다. 그러면 서양철학은? 대비를 할 필요가 없죠. 똑같으니까. 그러니까 헛생각을 하는 거예요. ‘별은 왜 떠 있을까?’ 그걸 유식한 말로 ‘관념철학’이라고 해요. 근데 우리 입장에서 볼 때는 헛소리하고 앉아 있는 거지. 

 
 철학이라는 고매하다고 생각했던 학문이 날씨를 비롯한 풍토를 통해서 이해해야 한다는 주장이 신선했다. 천상의 신선들이 논하는 학문이라고 생각했던 철학이 기껏 반찬 문화와 연관이 있다는 주장이 재미났다. 중국을 종주국으로 해서 동양철학이 성행한 나라들의 공통점이 벼농사를 주로 짓는 지역이라는 것이 우연이 아니며 동양철학과 서양철학을 구분하는 주요 잣대가 반찬 문화가 있느냐 없느냐가 될 수 있다는 것이 뇌리에 남았다. 
 

 한여름은 짜증나고 덥잖아요. 그때는 조금 여유를 가질 수 있는 것을 공부합니다. 부드럽고 즐기려면 여유가 있어야 되죠. 그러니까 산에 가서 시 한 수 짓고, 시조도 읊고. 그게 여름에 하는 공부입니다. 그런데 <논어>라든가 <맹자>는 ‘인간이 어떻게 살아야 하나?’,‘정치 어떻게 하나?’는 엄청나게 딱딱하고 신경을 써야 하는 학문입니다. 그래서 논어, 맹자는 겨울에 공부하는 겁니다. 옛날에 교육과정을 편성할 때 그런 것까지도 생각을 하고 짰습니다. 아까 분위기라고 했잖아요. 그런 것까지 고려를 했다는 거죠. 

 
 공부에는 다 때가 있는 법이라는 말을 누구나 많이 듣고 자란다. 보통 어른이 되어서는 공부를 하고 싶어도 못하니 학생 때 공부를 열심히 해야 나중에 후회하지 않는다는 뜻으로 이해가 된다. <알고 싶은 마음에 단숨에 읽는 철학 대화집>을 읽자니 이 말을 한 참 오해를 했다는 것을 알겠다. 공부에는 다 때가 있다는 말은 공부하는 나이를 뜻하는 것이 아니고 상황에 따라서 그 상황에 맞는 공부를 해야 효율적이라는 의도였다. 
 
 논어와 맹자를 논하는 어른들은 고집불통이라는 인식이 많다. 알고 보니 동양철학은 고지식한 학문이 아니었다. 계절과 날씨에 따라서 배우는 과목을 달리하는 융통성과 효율성을 먼저 생각하는 학문이라는 것을 이 책으로 알았다. 
 
 남존여비 사상이 유교적 이념에서 나왔고 서양보다 동양이 여자를 귀하게 여기지 않는다는 것도 오해였음을 이 책으로 확인했다. 남자의 갈비뼈로 여자를 만든 것이 서양의 사고라면 동양은 남자와 여자가 우열이 없이 각각 따로 존재했다. 남자는 하늘 여자는 땅이라는 말이 무슨 뜻이고 하니 남자의 특성이 하늘을 닮았고 여자는 땅과 닮았다는 것이다. 동양사상에서 남녀는 독립되어 서로 마주 볼 뿐 한쪽이 귀하고 천한 존재로 보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제사는 형식보다는 정성이 중요하다고 가르친 것이 공자였다. 형편이 되지 않으면 냉수 한 그릇만 올리고 제사를 모셔도 된다고 가르쳤다. <알고 싶은 마음에 단숨에 읽는 철학 대화집>을 읽자니 동양철학은 죄가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실사구시를 외쳤던 실학도 동양철학의 일부였다는 것만으로도 동양철학에 대한 오해를 거둘 이유가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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