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시간만 그 방에
요나스 칼손 지음, 윤미연 옮김 / 푸른숲 / 201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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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한 사무실에 다른 사람들은 알지 못하는 나만의 방이 있다면 어떤 기분일까. 주인공은 새로 옮긴 사무실에서 바로 그런 방을 발견했다. 처음에는 모든 사람들이 아는 방이라고 생각했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았다. 

이 작품은 무척 평범해보이는 한 사람의 시점에서 쓰여진 소설이다. 처음에는 주인공이 약간의 야망을 가진 평범한 직장인이라고 생각했는데, 읽으면 읽을수록 독특한 사고 방식을 가진 사람이라는 것을 알게된다. 구체적으로 어떤 사람인지는 이 작품을 읽으면 알게되는 사실이니 여기서 보다 자세하게 언급하지는 않겠다. 미리 알면 나중에 이 작품을 읽는 재미가 반감될테니 말이다. 

이 책을 읽고나서 나는 순간적으로 헷갈리기 시작했다. 나만의 방을 요구하는 주인공이 이상한 것일까, 아니면 다른 사람들에게 큰 피해를 주지 않는데도 불구하고 그만의 방을 들어가지 못하게 하는 주변 사람들이 이기적인 것일까. 그냥 이상하게 보인다는 이유만으로 금지하는 것은 부당하게 보인다. 다른 사람과의 소통을 일절 거부하고 자신만의 세계를 구축한 주인공은 다양한 방법으로 사람들을 움직이려고 하지만 세상은 그의 생각대로 움직이지 않는다. 평범하기를 거부한 주인공에게 돌아오는 것은 사람들의 배척이었다. 그런 주인공의 모습을 보면서 안타까운 한편, 비단 이런 주인공이 소설속에만 존재하는 것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 사회에도 주인공같이 숨어있는 사람들이 무수히 있을 것이다. 이 작품을 읽어보니, 그들이 얼마나 고통스러울지 아주 약간 상상이 간다. 

무척 평범한 주제로 사람의 본질이 무엇인지에 대해서 생각해보게 만드는 화두를 던진다. 숨막히는 액션이나 끔찍한 살인 장면이 나오는 것도 아닌데, 이 책은 독자를 끌어당기는 묘한 매력이 있다. 사무실에서도 이렇게 재미있는 이야기가 나올 수 있다는 사실을 이번에 처음 알았다. 이 책이 작가의 첫번째 장편 소설이라니, 이 다음 작품은 어떤 내용일지 벌써부터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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넥스트 플랫폼 - 인더스트리 4.0, 생산 혁명의 시대 북저널리즘 (Book Journalism) 14
프랭크 필러.송희경 지음 / 스리체어스 / 201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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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차 산업혁명'이라는 단어를 최근처럼 이렇게 자주 듣는 것도 왠지 놀랍다. 보통 '산업혁명'이라고 하면 기술의 발전으로 인해서 인간의 삶이 급변하는 것은 일컫는데, 이 단어가 자주 나온다는 것은 그만큼 우리의 삶이 빠르게 변하고 있다는 증거일 것이다. 사실 현대 사회로 접어들면서 사회 변화 속도는 무척 빠르다. 하지만 최근 그 변화의 속도는 아무도 짐작할 수 없을만큼 무척 급진적이다. 어떤 참신한 아이디어 하나만으로도 평범한 사람들의 삶을 바꿔놓을 수 있는 시대가 되었기 때문이다. 

사실 무작정 빠르고 변화하는 것만이 좋은 것은 아니다. 변화를 위해서는 탄탄한 토대가 필요한데, 그 토대를 마련해주는 것이 바로 플랫폼이다. 어떤 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해서는 상당한 자본이 필요하므로 오늘날 많은 기업들은 이 플랫폼을 선점하여 돈을 벌고자하는 경쟁이 치열하다. 하지만 그 플랫폼의 형태마저 변화하는 사람들의 취향을 반영해야하는 상황이니, 과연 이 시대의 흐름을 좌지우지할 수 있는 플랫폼은 어떻게 구축할 것인지 심각하게 고민해봐야하는 상황에 이르렀다. 

이미 우리가 익숙하게 알고 있는 아마존, 구글, 페이스북들은 자체적으로 훌륭한 플랫폼 모델을 갖추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한국이 IT 강국이라고 하지만 세계적으로 내세울 수 있는 플랫폼 하나 가지고 있지 못한 것도 사실이다. 오히려 후발주자인 중국에서는 알리바바, 텐센트 등 자체적인 수요를 통해 세계적인 시장을 확보했다. 그렇다면 우리는 그냥 가만히 앉아서 다른 나라에서 만든 것을 그대로 베끼기만 해야하는 것인지는 다시 한 번 생각해 볼 문제다. 

이 책은 무척이나 단순한 디자인으로 다소 어려운 내용일 것 같다는 선입견을 주기 쉽지만, 실제로 읽어보면 우리가 평상시에 일상적으로 사용하던 단어들을 주로 사용하고 있어서 무척 쉽게 읽힌다. 4차 산업혁명의 근간이라고 볼 수 있는 기술용어들을 전혀 알지 못해도 이해하기 쉽게 구성되어 있다는 것이 이 책의 가장 큰 장점이다. 이 시대의 전문가들이 넥스트 플랫폼에 대해서 이야기한 내용들을 일목요연하게 잘 정리해놓았다. 그리고 한국이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지 무척 시의적절한 화두를 던짐으로써 책을 마무리한다. 자유 경쟁 체제가 무조건 좋은 것도 아니고 수많은 규제들로 인해 창의성이 감소되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이 두 가지를 어떻게 적절하게 매치할 것이냐하는 문제는 지금 고민하지 않으면 눈깜짝할 사이에 선진국들로부터 그냥 뒤처져버릴 수도 있다. 

북저널리즘이라는 이 책의 모토답게 지금 대중들이 고민해봐야 하는 문제들에 대한 핵심을 정확하게 추려냈다. 이 책을 읽은 독자들이 좀 더 고민해봐야하는 시대적 상황을 잘 정리해놓았다. 좀 더 고차원적인 독서를 하고 싶거나 사회 문제에 관심이 많은 독자라면 꼭 한 번 읽어봐야 하는 시리즈 중의 하나이다. 나는 이 책을 통해서 처음으로 북저널리즘이라는 것을 알게되었는데, 책을 읽으면 읽을수록 나도 모르게 이 책에 빠져들었다. 다른 사람들도 이 책을 통해서 '플랫폼'에 대해 깊이 있는 고민을 해보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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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을 사랑한 소년 스토리콜렉터 60
안드레아스 그루버 지음, 송경은 옮김 / 북로드 / 201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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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재 프로파일러 슈나이더 시리즈가 새로 나왔다. 이번이 세번째 이야기로, 전 시리즈를 읽어봤던 독자라면 이제 주인공들의 성향쯤은 쉽게 파악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처음에는 좀 독특한 캐릭터라고 생각했는데, 서로 다른 에피소드들을 보면서 각 캐릭터들의 상황을 이해하고 나니 앞으로 전개되는 이야기가 점점 더 흥미진진해진다. 사실 주인공 캐릭터들의 이야기는 이제 더 이상 특별하게 새로울 것이 없다고 생각했는데, 이번에 새로 나온 이 책을 읽으면서 내심 놀란 부분이 상당수 있었다. 

범인의 범행 수법은 이번에도 상당히 잔인하다. 사실 작가가 이런 상상력을 발휘했다는 것 자체가 나는 놀랍다. 어떻게 사람이 사람에게 행할 수 있는 행동이 이런 극단적인 상황까지 오는 것인지 이해가 잘 되지 않는다. 보통 사람의 시각으로는 이해하기 어려운 범주의 사람들이기 때문에 정신치료를 겸하는 교도소가 나온 것일테지만, 기본적으로 상황을 이해하는 방식이 상당히 다르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상당히 모순적인 제목을 가진 작품이 어떻게 나오게 되었는지는 이 책을 끝까지 읽어보면 알 수 있다. 

전체적으로 사건은 매우 빠르게 진행된다. 사건사고가 끊임없이 일어나고 각 인물들간의 갈등이 예상할 수 없는 방향으로 흘러가서 이 책을 읽고 있으면 시간가는 줄 모르고 신나게 책으로 빠져든다. 그래서 상당히 두툼한 두께의 책임에도 불구하고 이 책의 마지막 장을 넘길 때쯤이면 언제나 그렇듯이 다음 사건은 어떤 내용으로 전개될지 무척 궁금해진다. 

모든 사람들은 비밀을 하나쯤은 가지고 있기 마련이다. 그런데 그 비밀을 끝까지 지키기란 쉽지 않다. 그리고 그 비밀이 밝혀졌을 때 그동안 안 보이던 것이 새롭게 보인다. 또 다른 시각으로 사건을 바라보면 왜 이런 전개가 이루어지고 있는지 스스로 깨닫게 될 것이다. 지금까지 나왔던 슈나이더 시리즈 중에 가장 극적인 반전과 숨막히는 전개로 손에 땀을 쥐게 만드는 작품이다. 스릴러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놓치지 말고 꼭 읽어보길 강력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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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수의 예쁘게 살래? 그냥 살래?
SBS 예살그살 제작진 지음 / 김영사 / 201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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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중에 나와있는 메이크업 튜토리얼 북은 상당히 많다. 겟잇뷰티 등의 TV 프로그램을 비롯해서 유튜브에서도 재미있는 컨텐츠를 제공하는 크리에이터들의 전성 시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오히려 넘치는 정보 속에서 어떤 내용을 골라봐야 할지 행복한 고민을 하고 있는 시청자들에게 신선한 컨텐츠는 언제나 환영이다. 그런 와중에 화장하는 남자인 김기수의 메이크업 북이 나왔다. 사실 남자가 화장을 한다는 것은 몇 년 전까지만 해도 그리 익숙한 주제는 아니었다. 물론 연예인들은 화면에 잘 나오기 위해 화장을 한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일상 생활에서 화장하는 남자들을 보는 것은 쉽지 않다. 그러나 그런 편견을 깨고 과감하게 화장 전문가로 나선 김기수 님의 모습을 보니 화장에 대한 열정이 대단하다는 생각이 든다. 

나도 화장을 잘 하지 못하는 편이라 관련 책들은 많이 찾아보는 편인데, 그런 책들과 이 책이 가장 다른 점이라고 한다면 저자가 직접 여러 시도들을 해보면서 가장 독자들이 쉽게 이해하고 따라할 수 있는 방법을 알려주고 있다는 점이다. 그리고 이 책에 등장하는 모델들도 예쁜 전문 모델이 아니라 정말 일반인들이라서 이렇게 따라했을 경우 어떤 결과가 나올지 현실감있게 확인할 수 있다는 점도 마음에 든다. 어느정도 스킬이 필요한 정통 화장법보다는 그리 어렵지 않게 일상 생활에 필요한 꿀팁들이 가득 담겨있다. 여자라면 누구나 화장을 통해서 지금보다는 더 예쁘게 보이고 싶은 것이 인지상정이니 이 책에서 추구하고 있는 간편한 화장이 상당히 마음에 들었다. 

그리고 이 책의 또 다른 장점을 꼽자면, 유튜브에서 모든 강의를 동영상으로 볼 수 있다는 점이다. 사실 이 책이 만들어진 기반이 유튜브인 것을 생각해보면 그리 놀라운 일은 아니지만, 아무래도 지면 한계상 전달하지 못하는 부분이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책이라는 매체는 수많은 정보를 매우 일목요연하게 정리해서 보여준다는 장점이 있다. 그래서 일단 각 메이크업에 대해서 정보를 책으로 정리한 후에 동영상을 본다면 아마 메이크업 팁을 순식간에 내 것을 만드는 것도 가능하다고 본다. 

단순히 사진만 나열한 것이 아니라 독자들에게 정말 필요한 정보를 제공해야겠다는 저자의 마음이 그대로 전해지는 책이다. 메이크업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번쯤을 일독해보길 적극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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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물의 약속
루스 퀴벨 지음, 손성화 옮김 / 올댓북스 / 201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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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는 물건을 구입하는 것이 무척 즐거운 일이었으나, 요즘에는 물건 하나를 사더라도 상당히 오랫동안 고민하는 편이다. 원래 물건을 잘 못버리는 성격이다보니 물건 하나를 잘 못 구매하면 불필요한 물건을 집에 오랫동안 보관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리 넓지 않은 집에 잡동사니 하나 더 추가하기 싫어서 최근에는 소비 생활을 가능하면 극단적으로 줄이려고 노력하는 중이지만, 생각보다 그것마저 쉽지 않다. 

몇 년 전부터 미니멀리즘이 대대적으로 유행하고 있는데, 내가 가진 물건에 대해서 깊이있게 고민하고 그 의미를 되새겨보는 사람은 몇 명이나 될까 싶다. 이 책은 저자가 가지고 있거나 의미있는 물건에 대해서 굉장히 심도있게 저자의 생각을 정리한 책이다. 개인적으로 빈티지 가구는 가지고 있지 않아서 이 책의 저자만큼 내가 할 이야기가 있을까 싶었는데, 이 책을 다 읽고나니 내가 가지고 있는 물건들도 나름대로 의미가 있어서 이 정도의 책을 쓸 수 있을만큼 될 수 있을 것 같기도 하다. 하지만 문제는 실제로 글 쓰는 것을 실천에 옮기느냐 그렇지 않느냐에 따른 차이가 있다. 

여러 물건들에 대한 저자의 개인적인 생각들이 오롯이 담겨있는데, 그 중에서도 인상적인 물건을 하나 꼽으라면 '이케아 포엥' 의자이다. 오래된 물건을 좋아하는 저자가 특별한 사정상 구입하게 된 의자인데, 정작 원래 쓰려던 용도로는 쓰지도 못하고 한참 고민하는 과정이 무척 흥미로웠다. 나는 현대적이고 간결한 디자인을 좋아하는 터라 저자처럼 오래된 가구들이 많지는 않지만 현대적인 디자인의 물건을 구입할 때도 워낙 비슷한 것들이 많아서 오랫동안 고민하게 된다. 저자같은 경우에는 자신의 취향이 아니었음에도 불구하고 나름 고민을 하면서 구입했지만 현대적인 물건이라도 애착을 가지게 되면 자신의 물건이 되어버린다. 

그리고 오래된 옷장에 대한 이야기도 무척 흥미로웠다. 실용성이 무척 떨어져도 오랜 세월동안 버리지 못하고 여러 번의 이사를 거치면서 더 낡아버린 옷장은 묘사도 재미있었었지만 그 옷장에 담긴 역사가 이제는 저자와 떼어낼래야 떼어낼 수 없는 사이가 되어버렸다. 나에게도 그런 물건이 있을까 곰곰히 생각해봤는데, 생각보다 그런 이유로 가지고 있는 물건들이 상당수 있었다. 

여러 물건에 대한 개인적인 생각을 담은 에세이이지만, 이 책을 읽으면서 내가 가진 물건에 대한 의미도 다시 돌아보는 계기가 되었다. 무조건 물건을 버리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라 정말 나에게 의미가 있는 물건만 남기는 것이 가장 행복한 생활을 꾸리는데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다. 물건의 소유에 대한 진정한 의미를 되새기고 싶은 사람이라면 이 책을 한 번 읽어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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