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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반역실록 - 12개의 반역 사건으로 읽는 새로운 조선사
박영규 지음 / 김영사 / 2017년 8월
평점 :
역사는 이미 지나간 일을 서술하는 것이기 때문에 잘 풀어내면 무척 재미있는 이야기가 된다. 그 좋은 예를 보여주는 책이 바로 이 책이 아닐까 싶다. 사실 저자가 이미 많은 사람들에게 친숙한 역사 책 중의 하나인 <한 권으로 읽는 조선왕조실록> 시리즈의 저자라는 사실은 이 책을 읽기 전부터 알고 있었는데, 실제로 이 책을 읽어보니 저자의 이야기를 풀어내는 내공이 보통이 아니다. 흥미진진한 이야기 책을 읽는 것처럼 책장이 술술 넘어가는데, 역사적인 고증과 주요 인물들의 관계로 무척 이해하기 쉽게 잘 풀어냈다. 사실 나는 조선사가 조금 어려웠는데, 그 이유 중의 하나는 어떤 사건에 연루된 인물들이 너무나도 많고, 모든 단어가 한문으로 이루어져 있어 이해하기가 어렵다. 하지만 역사에 익숙하지 않은 독자라도 충분히 잘 이해할 수 있도록 쉽게 풀어낸 저자의 능력은 이 책을 읽으면 읽을 수록 감탄하게 된다.
조선의 역사가 이렇게 많은 반역의 역사로 이루어져 있었다니, 이 책을 통해서 처음 알게 되었다. 사실 나라가 세워진 계기도 이성계가 고려에 반기를 들어서 만들어진 것이기 때문에 그리 놀라운 일은 아니지만, 이렇게 많은 반역의 역사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500년이나 같은 나라를 유지할 수 있었던 내공은 놀라울 따름이다. 하지만 각각의 이야기를 찬찬히 읽어보니 실제로 반역을 하고자 하는 무리는 그리 많지 않았고, 대부분은 정적의 모함에 의해 꾸며진 반역이 대부분이다. 이렇게 서로를 의심하고 죽이려는 무리가 많은 것도 보기에는 썩 좋아보이지 않는다. 자신의 자리를 좀 더 공고히 지키기 위해 행한 처사였겠지만 그로 인해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죽어나가고 또 그 와중에 억울한 죽음도 무수히 많았다.
제목은 다소 발칙하지만, 내용은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상당히 시사하는 바가 많다. 실제로 반역에 성공한 사례는 많지 않은데, 이성계가 조선을 개국한 것이 가장 크고, 이 외에는 이방원이나 수양대군 정도가 실제 반역에 성공한 인물들로 그려진다. 그리고 다른 사건들은 한창 이슈가 되기는 했으나, 결국 연루된 사람들은 모두 죽음을 당하는 것으로 끝난다. 성공 사례들을 보면 무척이나 치밀하게 준비했고, 성공한 후에도 지속적인 민심 관리를 했다. 하지만 나머지 사례들은 자신의 연적에게 정치적으로 당하는 것이 대부분이다. 원래를 역심을 품고 있지 않더라도 워낙 의심이 많은 시대였기 때문에 하는 수 없이 자백을 하는 경우가 많았다. 이런 내용들을 보면서 이 당시 사회 분위기가 얼마나 억압과 모함이 많았는지 지레짐작 할 수 있었다.
참으로 오랜만에 소설 책을 읽는 것처럼 재미있는 역사책을 만났다. 조선사에 이렇게 많은 반역 사건들이 있는 줄도 이 책을 통해 처음 알았다. 이 책을 읽으면서 역사적으로 몰랐던 사실들을 알아가는 재미도 쏠쏠하니, 역사에 관심있는 독자라면 꼭 이 책을 읽어보길 바란다. 아마 절대 후회하지 않을 것이다.